모든것은 인과율...
루미나가 들어온 탑의 안쪽은 기묘한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발자국 뒤에는 빛이 비추고 있었지만, 어느 선을 경계로 마치 어둠이 안개로 변하여 흐르는 것 같은 오싹한 느낌을 주었다.
"뭐야 이 어둠은... 키네라! 에프로슈네! 어디 있어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 먼저 들어간 둘은 보이지 않았다. 루미나가 큰소리로 부르자 그녀의 바로 옆에서 키네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 여기 있어!, 에프로슈네! 너무 어두운 것 아닌가요?"
"잠시만 기다리시면.."
에프로슈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묘한 진동과 함께 바닥이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공간 전체가 아래로 내려가는 동안 그녀들이 있는 공간의 칠흑 같은 어둠은 천천히 사라져, 잠시 후 서로 얼굴을 볼 수 있을 만큼 밝아지기 시작하였다. 허나 조금전과 달라진 것은 빛이 있다는 것 뿐.. 보통의 공간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기묘한 느낌... 습도와 온도가 완벽하게 조절되는 장소인 것이 당연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눅눅한 느낌이 드는.... 마치 깊고 오래된 동굴에 들어서는 느낌이었다.
"이제 여기를 내려가면 바로 목적지 예요"
"....예"
".......이상해.."
에프로슈네가 둘에게 방금 전까지 가장 원하는 말을 해 주었지만 조금 전과 확연히 다른 느낌에 악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지금 3명이 있는 장소는 조금 큰 원반이었다. 지금도 계속 내려가는 중이라, 투명한 벽 너머로 옆의 벽면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장면이 연출되었는데, 그 벽면에는 방금 전 바닥과 탑에서 본 신기한 문자라고 생각되는 도형들이 새겨져 있었다. 키네라는 탑 밖에서도 계속 궁금해 있었고 지금의 이상한 기분을 떨치기 위해 에프로슈네에게 궁금증을 털어놓았다.
"에프로슈네.. 저 벽에 쓰여진 문양은 문자인가요?"
"예? 아! 예... 잘 아셨네요?, 맞아요, 저 문자는 지구 언어 중에 지금은 사라진 산스크리트어로 일명 범어(梵語)라고도 하는 문자이지요"
에프로슈네의 말에 벽 가까이에서 있었던 루미나는 벽의 문자라고 주장하는 것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왜 이런 곳에 저런 글을 새겨 놓은 거죠? 단순히 장식으로 여기기에는 너무 정교하군요. 모양도 일정한 법칙으로 전재되어 있고..아까 전 에프로슈네 님의 음성에 반응하기도 하고.."
"맞아, 자세히 보면 이 글자들은 음각이 투박한 것으로 보아 기계로 판 것 같지도 않아."
키네라의 질문에 에프로슈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마스터를 빼면 아무도 몰라요.. 어떤 이유로 새겼는지는..이 문양이 무엇을 뜻하는 지.."
"하지만 아까 전 탑에서 에프로슈네의 음성에 문양들이 반응을 하지 않았나요?"
"그건 제 음성에 반응한 것이 아니에요. 마스터께서 알려주신 문장을 단순히 읽어 내려가는 것 뿐 이지요."
"그거 재미있군요, 어떤 메커니즘으로 되어있는 거지? 음... 그런데 지금 저의가 만나야 하는 분은 평소에도 이렇게 복잡하게 만나나요?"
루미나의 질문에 에프로슈네는 미소를 지어주며 고개를 저어주었다.
"아뇨.. 평소에는 그분의 그림자가 대신하지요. 그분이 지금 여러분을 만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예요. 그분은 거의 10년 이상 아무도 만나지 않으셨으니...."
"그럼 10년 동안 이 곳에 머물고 있다는 건가요?"
"아뇨... 마지막 사람을 만났을 때가 10년 전 이라는 것이죠. 이곳에서 지내신 시간은 더욱 오래 됐어요"
"헤..."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듯이 속도가 점점 줄어들었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잠시 잊었던 그 기묘한 느낌이 속도가 줄어들면서 점점 그 강도가 세어졌다. 눅눅하고...음습하면서...스스로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이곳에 있는 것이 불쾌하였다. 살짝 에프로슈네의 모습을 본 키네라는 작은 한숨을 쉬었다. 얼굴을 찡그리며 안절부절못하는 루미나에 비해 에프로슈네의 모습은 평온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평소에 자주 이곳에 온다는 곳인가? 아님 인공 생명체라서 못 느끼는 곳인가?'
키네라가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천천히 속도를 줄이던 바닥은 완전히 멈추어 목적지에 다 왔음을 알렸다.
"자..이쪽으로"
에프로슈네가 가리키는 곳은 멈춘 장소의 정면에 있는, 미약한 불빛만이 존재하는 길이가 10m 정도의 짧은 거리의 복도였다. 그 복도 끝에는 초라한 문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저기가 목적지입니다"
에프로슈네를 따라 천천히 복도를 걸어갔다. 문에 가까이 갈수록 기묘한 느낌은 강도를 더하여 진득한 느낌으로까지 변하였다. 마치 깊은 심해를 유영하는 느낌이랄까? 키네라는 걸어가는 도중 발바닥의 감촉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발 밑을 보자 보통 바닥과 다르게 약간 휘어진 일정한 선들이 양각(陽刻)되어 정면, 문 방향과 수평이 되어 늘어져 있었다. 그 늘어진 선들 사이에는 서있는 위치에서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어떠한 것들이 깨알같이 새겨져 있었다.
'뭐지'
궁금증을 참지 못한 키네라는 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굽혀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하였다. 미약한 불빛이었지만 바닥에 몸의 상체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점점 그 모양이 선명하게 보였다. 키네라의 의문스러운 모습을 본 루미나와 에프로슈네도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보았다.
"뭐 하는 거야!!
아까 전부터 이상한 느낌에 기분이 나빠져 퉁명스런 루미나의 물음에도 키네라는 대답을 미루고 손으로 직접 바닥을 만져 보았다. 바닥에 손이 닫는 순간! 뭔지 모를 섬뜩한 느낌에 재빠르게 손을 떼고 눈으로 천천히 관찰하였다. 방금 전 엘리베이터에서 보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선들 사이에 있는 것은 산스크리트어 였다. 그것을 확인한 후 이번에는 양각되어있는 선들을 만져 보았다. 역시 바닥과 같은 섬뜩한 느낌에 재빠르게 손을 떼었지만, 바닥에 직접 판 문자와는 다르게 선들의 경우는 바닥과 촉감이 달라 서로 재질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대체 뭐지! 이 선들은....지금의 이 느낌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 그리고 둘의 재질이 다르다는 것은....?"
키네라의 의문은 계속되었지만 옆에서 굉장히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언제까지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몸을 세우자 따가운 시선의 주인공이 말하였다.
"뭐야 도대체.. 아까 전부터 기분도 나쁘고 긴장해서 죽겠는데..... 빨리 마스터라는 분을 만나 임무를 완수하고 쉬고 싶단 말야!!"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며 짜증 섞인 투정을 부리는 루미나를 지켜보던 에프로슈네가 말하였다 "기분이 안 좋으세요 루미나?"
"...에프로슈네는 괜찮은가 보내요. 전 아까 탑 안으로 들어올 때부터 영.. 아니던데.."
아무리 기분이 나쁘다고 해도, 이런저런 이야기로 친해졌다고는 하지만 처음 만난 사이인 에프로슈네에게는 차마 투정을 부리지 못하였는지, 키네라에게 한 짜증스런 말투와는 다르게 침울한 음성으로 말하였다.
"기분이 나쁘다?....이...이런!! 내 정신 좀 봐!! 이것을 가지세요!!"
루미나의 말을 듣다 깜짝 놀라며 죄스럽다는 듯한 음성으로 자신의 품안에서 서둘러 내미는 것은 지구 특산물중 하나인 두 장의 종이였다.
"이것은 뭐죠?"
"죄송해요.. 사실 탑 입구에서 드렸어야 하는 건데..."
둘에게 고개를 숙이는 에프로슈네를 의아하게 본 둘은 한 장씩 종이를 가졌다.
"뭐야!!"
"뭐죠 이건?"
종이를 받자마자 방금 전까지 괴롭히던 눅눅한고 진득한 느낌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깜짝 놀란 둘은 자신의 손에 주어진 종이를 자세히 보았다. 종이는 직사각형의 크기로 거친 누런빛이 도는 종이에, 중앙에는 붉은 색의 기묘한 그림과 글자라고 예상되는 것들이 어지럽게 그려져 있었다. 신기한 느낌에 이리저리 만져보던 루미나는 바로 앞에 있는 문을 보자 갑자기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뭐야? 이거..다 왔는데 필요 없잖아.... 차라리 몰랐으면 덜 억울할 것 같은데.."
작은 목소리로 루미나가 말했지만 워낙 조용한 장소라 에프로슈네의 귀에도 들렸는지 그녀의 숙여진 고개가 더욱 깊어졌다.
드디어 판타지 분위기인 아이템 '부적'이 나았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판타지입니다.^^ 근데 이번 화에도 주인공은 ....... 다음화에는 꼭!!...............나올라나?
리플로 오타지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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