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은 인과율...
"무..무슨 헛소리를!!"
"잠깐만요!! 그럼 이 여자는 키네라란 말인가요?"
진의 갑작스런 질문에 키네라 아니, 키네라에게 씌워진 인물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진의 말을 루미나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자신의 부족을 파멸로 몰아 갈 수도 있는 저런 행동을 하는 자가 자신의 친한 친구요, 일족인 키네라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었다.
허나 이미 진은 확신을 한 듯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 4명의 정체불명의 인물 중 한 명에게 턱으로 키네라, 그녀를 가리켰다. 그러자 진을 뒤에서 보좌하고 있었던 한 명이 마치 처음부터 그녀 곁에 있었던 것처럼 순식간에 움직였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키네라에게 씌워진 인물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 루미나와 에프로슈네와는 다르게 그 정체불명의 인물이 자신의 등뒤로 이동했다는 것을 간신히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눈치채고 몸을 돌렸을 때는 이미 정체불명의 인물이 내려치는 수도가 목을 강타한 뒤였다.
"털썩"
단 한방으로 인간의 힘과 스피드를 지닌 키네라에게 씌워진 인물은 기절하고 말았다.
"키네라!"
루미나는 그녀가 키네라인지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키네라의 몸이 끈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허물어지자 반사적으로 달려가 부축하였다.
"걱정하지 마라. 잠시 기절한 것뿐이니.."
"하지만.."
진의 말에도 루미나는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 모습을 본 진은 그녀의 걱정이 무엇인지 깨달은 후 조그마하게 한숨을 쉰 후 그녀에게 말했다.
"방금 전의 그녀는 몸은 키네라이지만 정신은 아니다. 물론 세뇌나 기타 최면 같은 것도 아니지.....그런 것들로는 여기로 오는 동안 자네에게 들켰을 테니.... "
"그럼 그녀는 누구인가요?"
"나도 모른다.. 하나 분명한 것은 그녀 자신의 인격은 아니라는 것이지..."
말 한마디 할 때마다 상당히 힘겨운 듯 얼굴을 찡그렸으나 차마 눈물이 한가득 맺힌 루미나의 얼굴을 보자 그만 나가라는 말을 못한 진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미 키네라가 기절한 이상 살기는 없어졌다. 물론 그의 성격으로 평소와 같았다면 상관없이 지나갔을 테지만 자신의 싸움 때문에 상관없는 루미나들이 이용되고 있으니 자세한 설명은 해주는 것이 도리리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진은 옆에서 자신을 부축해주고 있는 정체불명의 인물들에게 턱으로 키네라의 이동을 명령하고 자신만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루미나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상관없는 키네라라는 소녀에게 화풀이 할 정도로 편협한 인물은 아니니..... 휴... 할 수 없군...따라와라... 가는 길에 시간이 남으니 자세히 설명해 주지"
"예!!"
진의 말에 루미나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을 보니 얼마나 키네라를 소중히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 대충 사태를 수습한 진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신상의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살아온 장소지만 근 수십 년을 살아오던 장소를 막상 벗어나려 하자 왠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적이 생겼다는 작은 기쁨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아니 파괴본능을 충족시킬 수 있어서 기쁠지도.....
진이 이동을 명하자 곁에서 이제 걱정거리가 없어져 싱긋 웃는 루미나와 계속 진을 부축하고있는 정체불명의 인물들을 보면서 얼굴을 찡그리는 에프로슈네.. 그리고 진을 부축하고 기절한 키네라를 안고 있는 정체불명의 이들이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이들은 천천히 복도로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 진이 한참 루미나들과 생과 사를 넘나들고 있었던 그 무렵 진이 주둔하고 있는 장소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장소.. 광활한 별들의 바다에 몇 척의 소규모 함대가 그 바다를 떠다니고 있었다. 그 함대의 소속은 진의 만마전(萬魔殿)소속의 제13 초계함대.... 함대는 심연과 같이 조용한 외부와는 다르게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 초계함대의 기함인 미사일 순양함 '팬텀', 이 팬텀의 함장과 초계함대의 지휘자인 다이스케 함장은 긴박하게 들어오는 정보로 정신이 없었다. 사건은 평상시와 같은 초계 임무 수행 중 함을 관장하는 전자 뇌의 경보에서 시작되었다.
『경보, 경보.. 함장! 초계함대 전방 12시 방향 공간왜곡률 상승!! 대처 바랍니다!!』 "뭐라고!!"
"으악!!."
함의 휴게소에서 한창 창리엔충 부함장과 지고 있는 내기 바둑으로 머리를 극적이고 있었던 다이스케 함장은 이때다 싶었는지 오버액션으로 벌떡 일어나면서 은근슬쩍 바둑판을 무릎으로 밀어 버렸다. 그러자 당연히 바닥으로 떨어지는 바둑판을 보고 비명을 지르는 부함장... 그 모습을 본 함장은 승리의 웃음을 지어주었다.
휴게소를 빠져나와 재빠르게 브리지에 들어선 함장과 부 함장은 브리지 정 중앙에 있는 타 좌석이 한눈에 보이는 지휘자석과 그 밑에 왼편에 있는 보조석에 앉아 브리지의 오퍼레이터들에게 보고를 부탁했다.
"방금 전 전자 뇌의 보고와 같이 12시 방향에 공간왜곡률 상승,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왜곡 범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간의 일그러짐 확인!! 공간의 왜곡에 의한 전자장 발생 확인!!"
"왜곡률의 수치를 보아 초장거리 도약으로 보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함장!!"
"보고하라!!"
"방금 전자 뇌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금 왜곡률의 수치를 계산한 결과 이쪽으로 도약하고 있는 함대는 최소 대형 모함을 포함한 1만 척 이상의 질량을 나타내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총 함정의 숫자 는 불명!!"
"뭐라고!!"
몇 시간 전에 온 함처럼(루미나 이야기) 미리 연락하지 않는 단순히 지구의 지원함대나 또는 진이 가지고 있는 회사에서 지원하는 수송선. 좌표가 어긋난 불쌍한 상선쯤으로 예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사태를 지켜보던 함장은 흙빛이 되었다.
"부함장. 전원 전투배치!! 모든 승무원들의 우주복 착용을 지시해라!! 통신실!! 빨리 지금의 정보를 낱낱이 사령부(만마전)에 보고하라!!"
-안됩니다!! 너무 가까이에서 일어난 공간의 일그러짐 때문에 통신에 심각한 장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재 모든 통신 두절!!-
"병신자식!! 그러면 연락선이라도 띄워!! 초계활동 나와서 기습도 전하지 못한 멍청이 부대가 되고싶나!!"
-아.. 알겠습니다-
통신실의 울먹이는 보고를 받은 함장은 짜증이 났다. 방금 함장에게 보고한 것은 이데아.. 함이야 함건조함에서 찍어내면 되지만 그것을 조정하는 사람은 턱없이 부족했다. 나날이 발전 해 가는 과학은 함에서 근무하는 인원수를 열심히 줄여주고 있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었다. 그러니 직접 전쟁, 전투를 겪어보지도 못한 이데아들을 공격함에 태우지..
평소 자신을 군에서 쫓아낸 일등공신인 전함의 무인화를 증오하는 함장이었지만 지금 만큼은 그 무인화라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비록 무인화 된 전함은 상황판단이 느리고 적의 전자전에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적어도 겁을 먹거나 최악의 상황에서도 절망하지는 안았다.
그렇다고 함장이 이데아를 싫어하거나 경멸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그들이나 그나 쫓겨나서 집 없는 신세는 똑같았으니까..... 자신들의 옛 사령관인 진이 아니었으면 자신도 지금쯤 어느 허름한 술집에서 주정뱅이 노릇이나 하고있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전쟁을 위해 태어난 이데아가 전쟁을 해보지 않은 이유는 진의 휘하에 있는 이데아는 대부분 실험체 이기 때문이다.)
속속 들어오는 정보를 듣고 있던 함장은 잠시 눈을 감고 상상을 했다.. 이것이 꿈이길.. 하지만..
"....젠장..부함장!!"
"예!! 함장!!"
"팬텀(미사일 순양함)을 미사일 발사형태로 전환하라"
"예? 하지만.."
"도약 시에는 적이 방패는 전개하지 못한다. 그때 일제히 미사일을 발사를 하여 적에게 타격을 입힌다."
"하지만.. 그러면 저희 함대는 탈출이 쉽지 않습니다."
"방금 자네도 이야기 들었지만 지금 통신시설은 쓰지 못한다. 한마디로 재수가 없지... 적이 함대 가까이 도약 할 줄은........그러니"
"...최대한 시선을 끌어라.. 이 말이십니까? 차리리 전속력으로 후퇴하여 통신이 되는 장소까지 가는 것이 더 빠르지 않겠습니까??
"아니! 적함대의 질량으로 보아 공간왜곡에 의해 통신이 되지 않는 면적이 상당히 넓을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느린 함으로 통신이 되는 장소까지 이동하는 것보다 월등히 빠른 연락선이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연락선이 사령부에 도착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강요할 생각은 없다. 최소한의 인원만 이 순양함에 남겨두고 나머지는 구축함에 승선하여 철수한다.."
"하지만!"
"이 이상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부함장은 미사일 형태로 전환한 후 모든 인원을 데리고 철수해라!!"
"그럼 함장은.."
"나? 짜식 함장은 배와 끝을 같이 해야 하는 거야!! 뭐! 침몰하는 배와 같이 하는 멍청이는 되고 싶지 않지만 이런 경우에는 예외로 둬야지...."
휴...넘 늦었다 ^^ 오늘 안으로 한편 더 올려요...아무도 안 읽겠지만.. ㅜ.ㅜ 아!! 그리고 주인공인 진이 루미나를 배려한 모습을 보이지만 절대로 착한 인간(?)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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