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은 인과율...
"그렇다면 세르피 황녀시여.. 당신께서는 지구인에 대해서 아십니까?"
한발 물러 난다는 듯 한 그리브드릴의 말에 여전히 오만한 표정의 세르피였다.
"당연히!! 데라의 그 누구보다 지구인에 대해서 잘 안다고 자부한다!! 한마디로 그들은 욕심과 본능으로 뭉쳐진 원시 부족이 아닌가?"
세르피의 오만한 대답에 그리브드릴는 남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분명히 세르피는 제국에서 자격을 가진 3명의 황녀 중 제일 훌륭한 황제가 될 것이다. 자질도 충분하고, 그 것을 이루기 위한 추진력도 가지고 있었다. 허나 오랜 시간동안 계급사회에 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문제점이 발생하였다. 대다수의 데라인이 그렇지만 너무 지구인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가르키는 류미에르도 예외가 아니였다.
즉 자신들은 전 우주에서도 그 지위가 상당히 높은 종족인데 이제 막 진정한 문명사회로 진입한 하등한 지구인 따위에게 진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 저 뿌리 깊숙한 곳까지 뻗어 있었다. 애써 그들이 나기를 포함한 3종족을 멸망에 가깝게 멸살시켰다는 것을 외면하면서 말이다.. 아니 나기만 하더라도 데라는 상대가 안 되는 최고위 종족이었다. 전 우주 대부분의 종족들이 우연이라 치부하지만 과연 나기가 우연으로 만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상대였을까?
"그렇다면 세르피황녀시여 그 원시종족이 우주 최상위 종족인 나기를 없애 버렸다는 것을 잊으신 건가요?"
"흥!! 당연히 나도 그때의 기록을 보았다. 내가 보기에는 나기가 너무 지구인들을 무시하고 지구인들은 허를 찌르는 작전으로 나온 것으로 아는데. 그것이 운이 아니면 무엇이라 불러야하나? 우리는 지구인에 대한 충분히 조심하면 지구쯤이야.."
"그 지구에게 지금 거의 20년 동안 끌고 있습니까?"
자꾸 자신의 대답에 발을 거는 그리브드릴이 미울 수밖에 없는 세르피였다. 세르피의 입장에서 그리브드릴은 낡은 시대의 대표주자였다. 늙어서 점점 기운이 빠진 늙은이들은 전쟁을 반대하고 있었다. 그 선두주자가 그리브드릴... 이 늙은이에게 교육을 받은 멍청이 류미에르는 다행이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자신을 견제하기 위해서, 늙은이들을 끌여들기기 위하여 표면적으로 그들의 의견에 찬성하는 쪽이었다.
"우리는 아직 진정한 힘을 보이지 않았다. 전력을 다해 싸워보지도 않고 꼬리를 말라니? 지금 전쟁을 관두고 저런 짜증나는 원시종족에게 머리를 숙일 바에는 자살을 하는 것이 나아!! 또한 다시 말하지만 우리 데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저 지구인들을 노예종족으로 만들어야한다.. "
세르피의 강경한 입장에 그리브드릴은 고개를 흔들며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세르피의 사고방식이 데라의 사고방식이었다. 자존심... 데라인들은 심각한 착각에 빠져있었다.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은 지구 측도 마찬가지이다. 아직은 지구군도 소극적으로 대하고 있지만 만약 진짜 지구인의 광기가 들어나면....
"알겠습니다.. 아!! 한가지 물어보아도 될까요? 세르피 황녀시여.."
"으흥.. 어쩐 일로 곱게 물러나시나 조언하는 자여? 그래 물어볼 것이란 뭐지?"
"어찌하여 이곳에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까?. 아무런 전략적 요충지도 아닌데 말입니다. 아니.. 적이 있다 하더라도 손수 마드테이라를 포함하는 이런 대 함대를 이끌고 나오실 필요가 있으신 지요?"
사실 이것을 물어보려고 찾아왔다. 어찌하여 이곳에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까? 아니 이런 곳의 적을 없에도 황제가 되기 위한 공적으로 되지는 않는다. 처음 함대를 이끌고 도약할 때 많은 데라인들이 은근히 비웃었다. 쓸모 없는 적을 없애고 자신의 공적을 높이려는 행동으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겁쟁이여서 저런 대함대를 이끌고 나간다고..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 온 것 아니겠나?"
"그렇다면 그 확실한 정보의 출처는 어디입니까? 지구군은 폐쇄적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헌데 적 부대 위치라는 정보를 어디에서.."
"아!! 그 이야기는 됐다. 확실한 출처이니 걱정하지 말도록 해라"
"그 확실한 출처를 물어보고 있는 것입니다!!"
자세한 출처를 계속 따지듯이 물어보는 그리브드릴의 끈질긴 말에 세르피는 할 수 없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내뱉듯이 말했다.
"지구측 나기 주둔군 최고 고위층.."
세르피의 말에 그리브드릴은 현기증이 나기 시작하였다. 적 고위층의 말을 그대로 밑었다는 말인가? 경악은 곳 분노로 바뀌었다.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아십니까? 적의 말을 그대로 믿다니!! 당장 회군해야합니다. 지금 장당!!"
그리브드릴의 분노의 함성을 쳐다보는 찌푸리는 얼굴로 바라보는 세르피는 뒤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입을 열렸다.
"조언하는 자여, 나를 바보로 아는가? 내가 이곳에 대함대를 이끌고 온 이유는 그만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대 혹시 들어봤겠지 '미친 사냥꾼'이란 자를.."
"미친 사냥꾼... 그 불길한 자의 이름과 지금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입니까?"
"그자가 여기에 있다!!"
세르피의 말에 그리브드릴는 연속되는 충격에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지구측은 그자를 제거하고 싶어한다!!. 그자는 너무 적을 많이 만들었어. 지구에 원한이 있는 자들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그자에게 원한을 가진 적들이 많으니 지구측도 골머리를 썩히고 있지. 자신들의 손으로 죽이자니, 보는 눈이 너무 많고, 그대로 있자니 지금 우리 데라도 벅찬데 적들이 자꾸 늘어나니..그래서 은밀히 나에게 접근하더군. 뭐 적이지만..정말 멍청한 지구인들이야.. 적의 손을 빌리다니.."
"하지만 적들의 함정일수 있지 않습니까? 분명 타당성 있는 정보지만 거꾸로 함정일 확률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렇지..함장일 수도 있다. 아니 함정이라고 해야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아마 지구측은 함정을 파서 미친 사냥꾼과 우리까지 한번에 쓸어버릴 계획을 세우고 있겠지.."
"그렇다면 어째서 이.."
그리브드릴의 말을 손을 들어 중간에서 끊어버린 세르피는 잠시 천장을 바라보았다. 잠시의 정적이 흐른 후..
"조언하는 자여 대충 상황을 알았겠지.. 이제 자네의 방으로가 자네의 꼭두각시인 류미에르에게 보고해야하지 않겠나?"
세르피의 말에 그리브드릴는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직은 물어볼 것이 산더미 같이 있지만 세르피의 행동으로 봐서는 더 이상의 대답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순순히 물러났다. 물론 세르피의 말처럼 류미에르에게 보고하기 위해서..
'큭... 두고보자 세르피, 혼자 잘났다고 행동하다가는 큰코다칠 것이다... '
순순히 물러나는 그리브드릴의 등을 보면서 세르피는 찡그린 얼굴을 풀었다.
'혼자 애국자처럼 행동하는 재수 없는 늙은이.. 누가 모를 줄 아나? 류미에르 그것이 멍청한 척 하는 것은 나도 알고있어.. 두고보라지 누가 뒤통수를 치나..'
"저..."
"응?"
뒤에서의 음성에 돌아보니 파이렌 옆에 있던 칠흑 같은 검은색 천으로 몸을 감싸안은 여자가 뭔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지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불경스러운 질문인지는 알지만...어째서 함정인 것을 아시면서...."
"왜 제 발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는 질문인 것이냐? 자이렌?"
"예, 솔직히 그러합니다.."
자이렌의 질문에 세르피는 옆에서 '저도 궁금해요'라는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파이렌의 얼굴을 슬쩍 본 후 조용히 한숨을 쉬면서 팔짱을 끼고 말했다.
"둘 다 알겠지만 나에게는 딱히 정해진 조언하는 자가 없다. 자신이 가르친 황녀가 황제가 되면 당연히 그 스승이라 할만한 조언하는 자의 권력도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따라서 조언하는 자들과 그 가문의 필사적인 것은 당연.. 그렇기 때문에 황실에서 나의 입지는 매우 좁은 편이다.."
"그렇다면 '프리타리 세르피 잔 데라'께서도 조언하는 자를 받아들이는 것이.."
"나는 됐다. 나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황제가 될 것이다. 조언하는 자를 받아들이면 당장은 편해도 자신이 황제가 될 때는 그들은 기생충 그 이상이 되지 못하지.."
"그렇다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어렴풋이 짐작한 파이렌에게 세르피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주며 말했다.
"그래서 이번에 함정인 것을 알면서 나온 것이다. 미친 사냥꾼은 우리 데라 외에도 다른 종족 사이에 널리 이름이 퍼진 유명한 이다. 전투를 즐기는 종족들 중 사이에는 그자를 우상시 하는 종족도 있을 정도지.. 만약 그자를 없애버린 다음 황제가 되기 위한 충분한 공적을 얻을 수 있지!!"
"그렇군요..하지만 그것이 쉬울까요?? 직접적인 적인 미친 사냥꾼이란 자도 만만치 않지만 거기에다 함정까지 있다면..."
"걱정하지 마라 그에 대비하는 것이 있으니..어차피 원시적은 종족이다.. 아무리 유명해도 원시종족은 원시종족... 또한 어떠한 함정도 피할 수 있는 극궁의 카드가 있으니...."
걱정하는 둘에게 자신 만만하게 장담한 세르피는 다시 천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천장의 화면에서는 아름다운 별들의 바다가 펼쳐지고 있었다.
-예고-
판타지 세계로 가면 이런 이야기가...
농부출신이지만 창 하나는 기가 막이게 쓴다는 이유로 착출된 한스는 땀이 흐르는 손을 연신 바지에 문지르며 전방을 살펴보았다. 아직 적들이 오지는 않았는지 평원은 지평선 끝까지 조용하기만 하였다. 옆에서는 한 드워프가 긴장을 했는지 연신 숫돌로 배틀액스의 날을 새우고 있었다. 지금 이 평원에는 여러 이 종족의 최고 전사들만 10만이 넘었다. 막강한 파괴력의 기마병의 인간기사들, 강력한 돌파력의 오크, 백발백중의 궁수 엘프, 거칠 것 없는 도수부 드위프, 등등... 이 정도 전력이면 인간병사 수십만의 위력을 가진 말 그대로 무적의 군이었다. 하지만 이중에서 자신감을 가진 이들이 몇 명이나 될까? 며칠 전에도 종족연합의 권유를 무시한 엘프의 1만 대군이 적들과의 단 한번의 조우로 전멸했다고 전해졌다. 지휘관들은 쉬쉬하지만 벌써 부대 전체에 퍼진지 옛날이었다.
"젠장..."
뒤쪽의 아름다운 얼굴의 엘프가 말했다. 항상 온화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엘프에서 저런 말이 나오다니.. 그런데 ..젠장 이라니??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한스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뒤쪽으로 고개를 돌리려는 찰라 공중에서 조인족의 경고가 들렸다.
"적이다!!! 적이 쳐들어온다!!"
힘껏 소리치는 조인족의 말속에는 희미한 공포감을 숨길 수 없었다. 눈부신 한낮의 빛 때문에 얼굴을 힘껏 찌푸리며 쳐다본 그곳에서는 희미한 마른 연기들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전원 전투배치!! 궁수대 앞으로!! 기마병을 돌격준비!!"
지휘관의 말에 각 부대는 신속하게 진형을 짜기 시작하였다. 아직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적의 신속한 속력으로 봐서는 이곳까지 순식간에 처 들어 올 것이다.
과연 정예 부대라는 것을 과시하기라고 하듯이 여러 이종 족이 모여있지만 부대배치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총 10만의 인물들이 있었지만 배치 이후에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았다.
"왔다!!"
허공에서 조인족의 목소리가 들렸다. 과연 잠시 후에는 한스 자신의 몸으로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진동이 울렸다. 진동과 함께 들리는 것은 금속들의 마찰음..마치 지옥의 문이 열리는 듯한 기괴한 소리였다.
"오....맙소사..."
"저것이 뭐야!!"
주위에서 들리는 소리는 한스에게는 들리지 안았다. 오직 그의 눈에는 전방에서 물밀 듯이 전진하는 적의 기괴한 모습뿐이었다. 바퀴에 이상한 철판을 붙여두었으며 이끄는 동물도 어 없는데 우렁찬 소리를 내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철판을 붙인 바퀴 달린 몸체 위에는 머리가 달려있었는데 그 머리 한가운데에는 굵은 쇠기둥이 달려있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저 쇠기둥에서 불꽃이 피면 많은 사람들이 저절로 죽는다고 하였다. 그런 기괴한 모습의 적이 하나가 아니라 언 듯 보이는 것만 수백이 넘었다.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도망치고 싶었다. 어쩌면 먼저 죽은 일만의 엘프들도 도망가다 죽었을지도.. 지휘관들도 당황했는지 아무런 명령을 내리지 않고 있었다. 한스의 솔직한 심정으로 후퇴명령을 내려주었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아...나는 죽고 싶지 않아.... 나는 죽고 싶지 않아....그래 탈영이다!!'
마음을 굳게 먹은 한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이탈하기 위해 몸을 뒤로 빼는 순간이었다.
"전군 전진!!!"
운이 없는지 이내 정신을 차린 지휘관들이 전진 명령을 내렸다. 꿈적도 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 몸이 그동안 훈련의 영향인지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저절로 앞으로 나아갔다. 혹시 혼자만 나왔나 해서 옆을 보니 다른 이들도 얼굴을 찌푸리고 달리고 있었다.
'젠장'
이제 탈영 같은 것은 포기해야 하는 판이었다.
"젠장!!... 젠장!!.... 젠장!!"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악에 받친 목소리로 전진하는 것 밖에는 없었다.
문제있음 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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