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화 (22/49)

 모든것은 인과율...

어두컴컴한 공간에 빛이 들어오자 루미나와 키네라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에프로슈네의 심통 어린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천장이 열리면서 전혀 다른 벽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제까지의 기괴한 문자가 새겨진 벽이 아닌, 이것이 첨단 문명의 결정체다!! 라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듯한 고 강도 금속질의 벽면과 그 틈 사이에 보이는 여러 전자기기들이 조금 전 지나온 통로와 어느 선을 경계를 시작으로 펼쳐진 것이었다..

둘의 눈을 찌푸리는 빛은 마치 벽면 자체가 내뿜는 것처럼 특별한 광원이 느껴지지 않았다. 특별히 눈살을 찌푸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방금 전의 통로가 워낙 어두웠기에 어쩔 수 없엇다.

그 둘의 모습을 본 에프로슈네가 무표정으로 져다보았다. 아니 왠지 비웃음까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진의 명령으로 둘의 소속이 메인 브리지로 된 것이 어지간히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손등으로 하늘을 가린 루미나는 그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루미나에게 안긴 키네라는 그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정말 처음에 모함을 설명해주거나, 이데아에 대한 이야기, 혹은 부적을 주지 않아서 쩔쩔매는 순진한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남은 것은 심술밖에 없어 보였다.

'이런 것을 보고 뭐라 하더라...?'

이런 장면을 뭐라 표현하더라? 키네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곤 곧 한숨을 쉬면서 진의 곁에 붙어있는 에프로슈네를 바라보았다. 방금 생각난 그녀의 행동을 한마디로 압축한 말은 ....질투였다...

'저런 꼬맹이가 어디가 좋다고...'

그녀의 종족 아돈족이 아름다움의 첫 번째로 뽑는 것이 바로 얼굴에 나 있는 뿔의 모양으로, 그 뿔의 모양이 어떻게 생겼느냐에 따라 미(美)의 기준을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 그녀의 눈에는 진의 얼굴이 아름다운 것은 확실하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비추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뭐 요즘은 각 종족이 지구인과 결혼하는 모습도 자주 보아서 크게 눈에 띄는 것은 아니지만.....

털썩..

"응?? 뭐야 이거??"

어차피 남의 일이라 생각하며, 자신들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는 에프로슈네에게 관심을 끊고 주위를 둘러보던 키네라에게 여전히 눈이 부신 하늘을 뚫고 검은 실루엣이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

"지금 입고계시는 군복 위에 입는 옷입니다. 설마 지금 메인 브리지로 가시는 두 분께서 그 몰골로 가시는 것은 아니시겠죠?"

톡 쏘는 듯한 에프로슈네의 말에 아직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 루미나는 갑자기 변한 그녀의 모습에 어리둥절해 하고있을 때 이미 어느 정도 사태를 파악한 키네라는 앞으로의 일정이 좀 고생 밭이 될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한숨을 쉬면서 루미나 품안에서 몸을 일으켰다.

군복의 기능중 하나인, 착용자가 손상을 당했을 때 피부를 통하여 주입해 주는 진통제의 덕분으로 고통은 없었지만 한쪽 팔밖에 없는 부자연스러운 몸이라 힘겹게 옷을 입었다. 인체의 한계를 계산하여 조금씩 주입되는 진통제를 보았을 때 그녀들의 군복이 기능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만 기능상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지 흙과 검댕이등, 미관상으로는 상당히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키네라와 루미나는 군소리 없이 주어진 군복을 입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키네라는 한쪽 팔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먼저 옷을 입은 루미나에게 도움을 받아 입었다. 주어진 옷은 에프로슈네의 군복과 같은 검붉은 색의 코트형의 옷이었다. 에프로슈네는 벌써 옷을 갈아입고 진의 곁에서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 준비하세요 이제 곧 메인 브리지의 문이 열립니다."

에프로슈네의 말에 반응한 것은 진이었다. 진은 자신의 몸을 최종 점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에프로슈네의 눈에는 깊은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진이 지금 무리한다는 것을 자신은 잘 알고있었다. 그 끔직한 폭발의 힘을 정면으로 결계 안에서 맞은 것이다. 따라서 에프로슈네는 계속 진의 메인 브리지에 가는 것을 반대한 것이었다. 아무리 태연한 척을 하지만 미세하게 흔들거리는 하체는 무리하고 있다는 생각에 확신을 주었다. 하지만 현실에 그는 메인 브리지에 가야한다 것이 서글펐다.

지금 이 군단이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진의 힘이었다. 진의 힘으로 지구 사령부와 상관없이 거의 독립적인 작전 권이 주어졌고(그의 대가로 군단은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진의 힘으로 하나의 경제권인 이 군단이 유지되고 있었다. 또한 많은 함이나 신무기 개발, 함 건조선등,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넣고 있었다. 즉 상징적인 이미지가 아닌 진 자신은 이 군단의 심장, 진정한 중추였다. 따라서 진은 자신이 건제 하다는 것을 알려 군단 내 있는 모든 이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었다. 문득 키네라에 있는 암살자의 인격이 말이 생각났다.

-해보시지? 쓰레기들.. 너의 쓰레기들이 살아있었던 이유는 진의 힘 때문이야. 그가 죽은 이상 진의 곁에서 기생충처럼 살아가던 너희들이 살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아! 복수? 우습군, 이제 이곳으로 10만 이상의 함대가 몰려올 것이다! 어디 잘 살아남은 다음에 복수해 보시지!?

어쩌면...아니 사실 그녀의 말이 정답일 것이었다. 진의 곁에서 살아가는 기생충... 왠지 서글퍼지는 에프로슈네는 지금 막 진이 자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길이 2m의 거대한 지팡이를, 정체불명 4인 중의 한 명의 망토에서 받아 쥐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지팡이는, 아니 그 형태로 보아 창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물건이었다. 재질이 무엇인지 짐작하지도 못할 이 검은색의 지팡이는 밑의 대 부분이 1,3m의 길이에, 나머지 부분은 장식물이 차지하고 있었다. 장식물은 단순한 양쪽의 날이 없는 형태의 창부분과 그 양쪽의 날 중앙에 아름답게 조각된 여성의 나신이 조각되어 있었다. 모습은 창의 모양이지만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창 부분이 날이 없어서 대부분 지팡이로 불리고 있었다. 장식 부분과 대 부분을 연결하는 자리에는 진의 허리에 감겨있는 천의 재질과 같은 천의 조각이 길게 감겨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에프로슈네는 문득 저 거대한 지팡이를 저 망토 입은 자는 어떻게 가지고 있었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자신도 모르게 입에 미소가 걸렸다. 방금 전까지 자신들이 진에게 '기생충'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을까? 라는 심각한 고민을 한 주제에....

'어차피 마스터는 많은 무리수를 두면서 이런 군단을 조직한 것이 딴 뜻이 있다는 것쯤은 알고있어... 그래! 마스터는 우리를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를 거두어 준거야. 그래.... 그 뜻이 무슨 의미가 하더라도 우리는 마스터를 믿고 따르면 되, 그래.... 그것으로 된 거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에프로슈네는 문득 진의 뒤에서 서있던 루미나와 키네라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이들에게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진이 이들의 소속을 메인 브리지로 정하자 순간 울컥하는 마음과 함께 둘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있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한 에프로슈네는 자신이 이들에게 느끼는 감정은, 진이 이들을 끌어들이고 자신들은 버릴지도 모른다는, 어린아이와 같은 생각에서 일 것이라며 스스로 결론 짖고 나중에라도 저 둘에게 사과하려고 마음먹었다. 마음 한구석의 미심쩍은 부분을 묻어 버리고....

에프로슈네가 이런 저런 생각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진은 오랜만에 만져보는 자신의 지팡이에 미소를 지으며 만족감을 들어냈다. 자신이 들어갔었던 공간의 결계 때문에 거의 수십 년을 떨어져 지낸.. 자신의 분신.. 지금까지 힘들어하던 몸까지 한순간에 나은 것 같은 만족감이었다. 그는 자신의 연인을 만지는 것처럼 섬세한 손놀림으로 지팡이의 이곳저곳을 만졌다. 그런 그의 귀에 처음으로 전자 뇌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 오십시오. 마스터. 잠시 뒤 메인 브리지에 도착합니다』 허공에 울리는 목소리에 진은 아쉬운 듯 지팡이에서 시선을 때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잠시 뒤 전자 뇌의 말대로 천장이 마치 사라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이제까지의 답답한 공간이 아닌 거대한 광장... 아니 평원이라는 편이 어울리는 거대한 공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천천히 올라온 바닥은 지면을 거쳐 기둥형태를 들어내며 점점 높이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높이가 올라감에 따라 그 거대한 공간이 한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그 공간을 본 루미나와 키네라의 입은 점점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거의 100m이상의 높이에서 멈춘 기둥 위에서 진은 천천히 기둥 바깥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거대한 공간은 바늘이 떨어질 정도의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뚜벅뚜벅 이 넒은 공간에 진의 걸음을 옮기는 소리만이 넓게 퍼졌다. 천천히 가장자리에서 걸음을 멈춘 진은 그 공간을 한번 천천히 둘러보고는 한숨을 쉰 후 들고있던 지팡이를 하늘을 향해 높이 치켜들었다.

"오랜만이다!! 이 바보들아!!!"

"와와와와와!!!"

진의 목소리가 거대한 공간을 지배하자 이제까지 바늘하나 떨어지는 소리나지 않았던 공간에 하늘을 무너뜨릴 것 같은 엄청난 함성이 울려 퍼졌다. 갑자기 소리치는 진을 당황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루미나와 키네라는 곧 들리는 함성에 깜짝 놀라 뒷걸음쳤다.

수만. 아니 수십만...

지면을 새카맣게 물들인 수십만의 인물들이 진의 무뢰한 고함소리에 흥분하며 호응해주었다. 그들로써는 무려 수십 년 만에 진정한 자신들의 우두머리가 모습을 들어낸 것이었다. 그것도 지금과 같이 적이 쳐들어오는 힘든 상황에서... 우렁찬 함성을 들으며 만족한 표정으로 서있던, 진이 있는 기둥을 중심의 좌우로 수십 개의, 진이 서 있는 기둥과 같은 형태의 기둥들이 천천히 지면에서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그 각각의 기둥 위에는 수십 명씩이 서 있었다.

그들이 등장하자 멈출 것 같지 않았던 천지를 뒤흔드는 함성이 그들이 타고있던 기둥의 높이가 높아짐에 따라 잦아들었다. 이윽고 천천히 높아지던 기둥들이 진이 선 탑과 높이가 같아짐과 동시에 다시 한번 공간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나타난 이들은 대부분 지구인 남성으로 가슴에는 수십 개의 별 모양의 장식을 단 인물들이었다. 그 무리 중 이데아로 보이는 화려한 외모의 여성과 나이를 짐작하지 못할 정도로 늙은 노인을 포함한 5명이 천천히 진을 바라보며 각각의 기둥 가장자리로 나서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나타나자 진의 뒤에서 서있었던 에프로슈네는 아직도 얼이 빠져있던 루미나와 키네라의 소매를 잡고 뒤로 물러나게 하였다.

침묵이 흘렀다. 앞으로 나선 진을 포함한 7명의 사람들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잠시 후 가장 늙어 보이는 노인의 입에 진한 미소가 물들기 시작하였다.

"걱정했습니다."

그 한마디를 한 노인은 한쪽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히며 예를 취하였다. 그 노인을 따라 나머지 5명이, 그 뒤에 서있던 모든 무리들이 같은 예를 취하였다. 그리곤 나이에 맞지 않은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인사 올립니다!!"

그 노인의 목소리에 호응하듯 뒤쪽에 있던 5명이 말을 받았다.

"우리들의 마스터시여!!"

"우리들의 주군이시여!!"

"우리들의 사령관이시여!!"

합창하듯 세 문장을 동시에 말한 5명의 말을 받아 수십 개의 탑의 나머지 인물들이 지상에 있던 수십만의 사람들이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잘 오셨습니다!!!"

그 모습을 본 수십만의 함성이 다시 한번 대지를 뒤흔들었다.

 으...설정집도 올려야하는데... 문제 있음 리플..

아! 옆에 친구 놈이 말하더군요. 수많은 함대가 나오는 것이 꼭 은하영웅전설 따라한 것 같다고.. 참고로 엄청난 우주선들이 나오지만 은하영웅전설이나 카르발키아대전기 같은 소설과는 상관없습니다. 제가 모델로 가져온 것은 지금의 육군과 해군, 그리고 공군입니다. 즉 함 하나하나는 지금의 해군에서의 각 배들의 역할과 가능을... 육군은 많은 수의 운용방법을(이것은 다음편이나 다 다음 편에 자세히 나옵니다) 공군은 작은 구역의 전투를... 뭐 이런 식이지요..따라서 은하영웅전설이나 카르발키아대전기 등을 따라했다는 오해는 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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