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은 인과율...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성 치던 공간은 정적이 흘렀다. 전투태세였기 때문에 방금 전 모인 수십만의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를 뜰 수 없게 되자 가상공간을 만들어 모이게 한 것이었다.
"울컥..."
돌연 진이 허리를 굽히더니 엄청난 양의 피를 토하면서 자리에 주저앉았다. 거의 기절하듯이 쓰러지자 그 충격으로 폭발에 의해 날라 간 팔을 대충 재생시켜 붙어놓았던 왼팔이 힘없이 떨어져 나가 몇 번의 스파크가 튄 후 구석으로 사라져 갔다.
원래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연설을 하는 것도 무리인 상황에서 억지로 힘을 써서 지팡이로 강화 금속인 바닥을 파편이 튀도록 진동을 울리게 하는 등 몸을 생각할 때 멍청하기 이를 때 없는 행동이 원인이 되어 상처를 악화시킨 것이었다.
진의 그런 모습을 본 창 밖의 리셀은 황급히 가장 안쪽의 유리창을 불투명하게 만들어 아무도 안쪽을 보지 못하게 했다. 리셀이 기기 조작을 하고 있을 무렵 리셀 옆에 있던 나이를 짐작하지 못할 노인들을 위시로 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황급한 기색으로 진이 있는 곳으로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안쪽도 급하기는 마찬가지인지 당황한 기색의 에프로슈네가 황급히 진에게 달려갔다. 이번에도 망토의 4인이 접근을 불허했지만 곧 달려온 노인의 얼굴을 보자 아까 와는 다르게 순순히 길을 비켜주었다.
좁지 않은 공간이지만 여러 가지 기기들 때문에 실제 운신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공간이었다. 그런 곳에 수십 명이 들어오자 안쪽은 금방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예이!! 좁다! 쓸모 없는 놈들은 모두 나가 이놈들아!!"
"..하...하지만 약신 어르신!!"
"뭐가 하지만이야!! 맨 날 쌈박질만 하는 네놈들이 고칠 수 있느냐? 도움이 되냐고!! 하다 못해 수발도 못 드는 놈들이.. 도움되는 게 아니면 나가서 네놈들이 잘하는 쌈박질 준비나 해라 이놈들아!!"
약신 어르신이라 불리 우는 노인에 말에 이곳저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내 그 특유의 불같은 성질에. 신고있던 신을 투덜거리는 인물의 얼굴에 던져버리자 그 인물은 날아오는 신을 바라 보다 아! 뜨거 하는 표정으로 서둘러 방밖으로 뛰어나갔다. 나머지 인물들도 약신 어르신이라는 인물이 나머지 한쪽을 들자 서둘러 밖으로 뛰어나갔다.
"짜식들이.. 한번 말하면 착착 알아들어야지.. 앵...요즘의 젊은것들은..."
들고 있던 신을 대충 신고, 자신의 품속에서 다 낡은 천으로 둘둘 말은 무언가를 꺼내면서 투덜거리자 그 목소리를 들은 루미나와 키네라는 황당함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지금 쫓겨난 사람들은 언뜻 보기에도 오랫동안 전장을 누비는 사람인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또한 지위도 높아 보였다.
지구는 철저하게 능력위주였다. 전투와 행정을 완벽하게 구분하여 각 부서가 서로를 이동 할 수 없도록 차단하였다. 예를 들어 전투를 하던 일선의 장군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바로 옷을 벗지, 좌천되어 보급 부서 등에 가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전투면 오로지 전투!!
행정이면 오로지 행정!!
이것이 군 인사발령의 핵심이었다. 또한 모든 이들의 출발선이 같았다. 승진은 그들이 한일을 다각도로 조사하여 어떠한 네트워크의 접근도 불허한 독자적인 정보망을 가진 전자 뇌가 결정하므로 인맥이나 뇌물 등은 처음부터 소용이 없기 때문에 철저하게 자신의 공으로 위를 바라보아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고위직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능력이 있다는 소리였다. 다른 종족이 귀족이라 해서 핏줄에 의해 높은 자리에 올라선 무능한 장군이 공명심이나 부리면서 전투를 한다는 것은 지구 군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니 수많은 전투를 하는 지구 군으로서 지금까지 살아와서 저만큼의 지위에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무능이나 실력이 없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그런 인물들에게 저렇게 당당하게 호통치는 저 노인은 누구인가?.. 또한 저 노인의 말에 투덜거리면서도 순순히 쫓겨나가는 저 사람들이 정말 자존심 높기로 유명한 전투지휘자들인가?... 의문에 의문을 더해 가는 키네라와 루미나였지만 지금 그녀들의 위치에서는 숨소리 하나 낼 수 없는 입장이기에 의문은 나중에 풀기로 하고 긴장한 표정으로 그 노인을 쳐다보는 다른 이들과 같이 그 노인의 행동을 지켜보기로 하였다.
귀찮게 우글거리던 놈들을 쫓아낸 약신이라는 노인은 속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가슴에서 꺼낸 천을 펴기 시작하였다. 넓게 펴진 천에서는 수많은 가느다란, 일명 침이라는 바늘이 크기별로 가지런하게 놓여져 있었다. 자신이 꺼낸 도구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본 약신이라는 노인은 곧 진을 향하여 몸을 돌렸다. 진의 앞에선 그의 표정에서는 이제까지의 느긋한 표정이 사라지고 대신 엄숙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게 할 일을 하기 시작하였다.
"지..지금 뭐하시는 것입니까?"
키네라를 부축하고 있었던 루미나의 떨리는 목소리였다. 그녀의 목소리에 아직까지 남아있던 이들이 불쾌한 목소리로 쳐다보았다. 키네라도 루미나의 팔을 잡아당겨 말려보았지만 루미나의 눈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는 지금 약신이라는 노인이 하는 이상한 일에 정신이 빠졌기 때문이었다. 그 노인은 진을 발바닥이 하늘을 향하게 하는 기묘한 자세를(가부좌) 진에게 취하게 한 후, 거의20cm에 다다르는 거대한 바늘(?)로 진의 머리를 찌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런 엄청난 것으로 찌르다니!!
"누구인가?"
"예.. 이 둘은 아돈족으로써 이번에 보급품과 함께 극동 우주군 사령부의 최인호 원수의 전언을 가지고 왔습니다. 자세한 사정은 통로에서 제가 올린 보고서의 내용을 참고하십시오"
리셀이 불쾌하게 뛰어든 루미나를 바라보며 에프로슈네에게 질문을 하였다. 즉, 이 둘 중의 한 명이 자의는 아니지만 지금 진의 상태에 지대한 영향을 끼진 인물인 것이었다. 둘을 유심히 바라본 리셀은 곧 그 한 명이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보고서의 내용대로라면 그녀는 한쪽 팔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진은 둘을 용서한 것으로 보였다. 그것은 직접 물어보지 않아도 이곳까지 살아서 온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진의 성격상 문제가 있다면 저 둘은 아마 지금쯤 갈기갈기 찢어져서 우주를 떠다니고 있었을 것이다.
에프로슈네의 보고서에 의하면 둘은 리셀 자신의 휘하에 배치되었다. 물론 완벽한 배치가 아닌 서류상의 명분이었다. 보고서에 의하면 진은 둘을 돌려보낸다고 나와있었다. 따라서 앞으로 아돈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이들에게 나쁜 기억을 주어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어차피 둘은 지금 지구사령부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쓸 때 없이 저들의 비위를 건들일 필요는 없다고 결심한 리셀은 경악에 입이 벌어지는 둘에게 가까이 다가가 지금의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지금 저 행위는 의료행위입니다. 둘이 생각하는 만행(?)은 절대 아니지요."
"예?? 하지만 제가 지구에서 본 의료는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요? 지구인들도 우리 아돈족과 같은 나노머신에 의한 치료가 보편화된 것으로 알고있는데요..아닌가요? "
커다란 눈에 마치 어린이를 바라보는 루미나의 시선에 리셀은 순간적으로 루미나의 머리에 난 뿔을 만져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그만큼 귀여웠기 때문이었다.
"저 치료행위는 진과 일부사람들만이 시술 받고 있지요. 지구전체가 보편적으로 받는 행위는 아닙니다. 저 의료방법은 지금은 사라진 지구의 고대의 방법이지요.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수련에 의한 어떤 힘을 얻는 자들만이 저런 방법으로 상처를 치료한다고 들었습니다."
여전히 알아듣지 못하는 루미나를 바라보며 더 이상 리셀도 뭐라고 할 수 없었다. 그녀도 알고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자신도 저런 엄청난 상처가 그깟 바늘 몇 개로 낫는다는 것이 거짓말 같았기 때문에 할말이 없었다. 과거 몇 번의 시술장면을 보지 못했다면 지금 그녀는 루미나와 같은 행동이 아닌 아예 몸으로 막았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둘이 이야기하는 동안 약신은 엄청난 수의 침을 진의 몸 곳곳에 놓고 진의 입을 억지로 벌려 호두 알만한 환단을 삼키게 하였다. 들어간 환단은 순식간에 녹아 진의 몸 속으로 사라져갔다. 환단이 진의 위 속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약신은 이번에는 손가락을 모아 마치 찌르는 듯한 모양을 한 후 진의 전신을 때리기(?) 시작하였다. 한방 한방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말하듯이 타격 음이 장난이 아니었다.
약 15분 가량 진을 구타한 약신은(남들이 보기에는 구타, 그 이상이 아니었다) 땀으로 젖은 이마를 훔친 후 몸 이곳 저곳을 만져본 후 안도하는 표정이었지만 문득 오른팔을 만져 보더니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러더니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은 속도로 진의 오른쪽 어깨 부위에 빽빽한 수의 침을 한순간에 꽂아 버렸다. 마치 그의 손놀림은 천수관음의 천 개의 손이 연상될 정도로 잔상을 남기는 빠르기였다. 침을 다 놓자 약신이 앉아 있는 바닥은 그가 흘린 땀으로 젖어 있었다. 방금의 마지막 한 수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헉...헉...내가 할 일은 다했다. 이제 네놈들이 해야할 일만 남았어.."
약신이 가리키는 것은 노인 중에 코가 빨간, 술주정뱅이 같은 노인과 수염이 배까지 길게 자라 마치 신선이 연상되는 노인을 가리켰다. 약신의 말에 둘은 얼굴을 찡그리며 천천히 다가왔다.
"우리가 나설 정도로 위험하나?"
"헉...헉.. 보면 몰라? 박가야! 지금은 몸보다 오른팔에 사는 놈이 더 위험해!! 주군의 몸이 위험하다, 오른손에 살고있는 놈이 몸을 침식하고 있다고!. 어여 잔소리말고 평소 네놈이 자랑하는 부적술이나 펼쳐!!"
박가라는 노인이 느긋하게 물어보자 짜증이 난 듯한 목소리로 약신이 대답이었다. 그의 대답에 놀란 표정의 박가라는 노인은 서둘러 자신의 품속에서 노란 뭉치의 종이를 손 가득 꺼내 들었다. 그리곤 자신의 손가락을 물어뜯어 그 종이에다 뿌린 후 기괴한 말을 나직이 외우기 시작하였다. 그리곤 돌연 한가득 쥐어있는 종이를 사방에 뿌리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에 루미나와 키네라, 그리고 이 장면을 처음 보는 에프로슈네까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몸에다 바늘을 꽂는다는 것은 의료행위라고 인정해도 지금의 행위는 무엇을 뜻하는가? 난도 끝도 없이 품에서 종이를 꺼내더니 자신의 피를 바르고 미친 사람 마냥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다니 허공에 종이를 뿌린다? 지금 뭐 하는 것인지....
자신들의 눈으로 보아도 위험한 상태의 진에게 치료는 못할망정 이상한 의식이나 치르고 있다니!! 하지만 곧 벌어진 놀라운 광경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사방으로 던져진 종이는 한 장, 한 장, 누가 조정하는 것처럼 빠르게 원을 그리며 회전하는 것이었다. 박가라는 노인을 중심으로 엄청난 바람을 동반하면서 회전하던 종이는 미약한 빛을 뿌리면서 진의 오른쪽 어깨와 팔에 다닥다닥 붙기 시작하였다.
그와 동시에 "키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치 여인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허공에 머물다 빠른 속도로 진의 팔에 종이가 붙을 때마다 공간에 울려 펴졌다.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정도의 기괴한 소리는 곧 허공을 날아다니던 종이가 모두 진의 어깨에 달라붙자 멈추었다.
신기한 장면을 본 루미나와 키네라는 두 눈을 찡그리며 진의 어깨를 자세히 보았다. 진의 어깨에 마치 접착제라도 발랐는지 빈틈없이 붙어있는 종이는 단순한 종이가 아닌, 은은한 붉은 색과 동시에 붉은 색의 기묘한 문자라고 추정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헉헉... 아이고...힘들어라.. 내 할 일은 다했다..이놈아.. 다음은 강선!, 네놈 차례야.."
한순간에 땀으로 흠뻑 젖은 박가라 불리 우는 노인이 손짖한 방향은 같이 진에게 다가선 수염이 배까지 길게 자란 신선 같은 노인이었다. 강선이라 불리 우는 그 노인은 진의 뒤에서 자신도 진과 같은 자세를 취한 후 몇 번의 호흡을 고른 후 갑자기 두 손을 들어 진의 등에 대었다. 그리고는 한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자세를 유지하였다. 강선이라는 노인이 그 자세에서 모든 몸의 움직임을 정지시키자 이제까지 멀리 떨어져있던 노인들이 그 둘에게 가까이 접근하다니 정체불명 4인 방이 한 것처럼 등을 돌려 이 장소에 있는 사람들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강선이라 불리는 노인의 머리에서 뭉실뭉실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사람의 머리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자 그모습을 처음 보는 루미나와 키네라뿐만 아니라 에프로슈네와 리셀의 얼굴에도 궁금한 표정이 지어졌다.
한 10분이 지났을까?
계속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던 진은 돌연 엄청난 검붉은 빛의 핏덩이를 토해냈다. 창백하다 못해 죽은 시체 같은 얼굴이 피를 토하자 어느 정도 혈색이 돌아왔다. 정신도 어느 정도 돌아왔는지 이제까지 감겨있던 눈도 뜨면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진이 정신을 차렸다는 것을 알아차린 강선은 진의 등에서 손을 때고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그 자리에서 눈을 감고 명상으로 보이는 행동에 들어갔다. 그가 무척 힘들어했다는 것을 보여주듯 엄청난 땀이 그의 얼굴에서 시작하여 온몸을 적시고 있었다. 진을 보호하듯이 있었던 사람들은 진이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자 이번에는 강선을 보호하기 시작하였다.
문제 있음 리플...
=+=+=+=+=+=+=+=+=+=+=+=+=+=+=+=+=+=+=+=+=+=+NovelExtra([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