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작 진이 자신의 옆에 놓은 배낭에서 꺼낸 것은 고폭탄 발사, k-45 레일건의 탄두였다. 은빛을 발산하는 원기둥의 그것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발사 시 살상반경이 200m에 이르는 위험한 물건이었다. 그것을 쥔 진은 이제 거의 다 올라오고 있는 오크들을 바라보았다. 특히 그 중에서 한 마리는 유난히 눈의 띄었는데 다른 오크들과는 달리 키가 진보다 약간 더 큰 키에 온몸에 붙은 근육이 마치 고릴라를 보는 것 같았다. 진은 주입한 엘프들의 지식을 검색하여 저런 오크를 오크로드라 불리며 오크 무리를 다스리는 지도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쿠르르"
진이 잠시 눈을 감고 엘프들의 지식을 검색하는 순간 그 오크로드는 들고있는 거대한 강철의 도끼를 땅에 놓고 구덩이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간신히 구덩이에서 빠져나온 오크로드는 눈앞에서 들어 난 조각난 인간들의 시체들이 옷차림을 자세히 바라보다 만족한 듯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저 인간 두 마리 중 한 마리 덕분에 자신들의 동족이 수없이 죽어나갔기 때문에 내심 걱정했는데 이렇게 훌륭한 식량으로 변하다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 아직 한 마리(?)가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오크로드는 두 눈에 살기를 피우며 손에 쥐고있던 도끼자루에 힘을 주었다. 전신에 힘을 불어넣으며 오크로드는 천천히 진에게 다가왔다.
오크로드는 진의 모습을 보고 그저 어린 인간이라는 생각했고, 오랜만에 야들야들한 어린 인간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그 어린 인간의 손이 천천히 품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그저 지켜보았다. 인간들의 어린 시절은 정말 다른 종족에 비하여 연약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에 가령 칼을 들고 덤빈다 하여도 자신에게 아무런 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힘없는 먹이를 가지고 노는 일은 오크들에게 있어서 자주 하는 놀이였기 때문에 오크로드는 눈앞의 먹이가 자신을 즐겁게 해주기를 원하기 때문에 무기로 보이는 물건을 꺼내는 행동을 그저 지켜보기만 한 것이었다. 이 둔한 오크로드는 방금 전까지 느꼈던 하급신들이 뿜어대던 죽음의 손길에 부들부들 떤 주제에 이제는 그 기운이 느껴지지 않자 아예 그것에 관한 것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단지 이번 겨울에서는 수많은 오크들이 전쟁에 동원되어 죽어나가 먹는 입이 줄어들었고 또 이번에 죽은 오크와 인간들을 먹으며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으니...
◆ 자신을 바라보며 살기를 뿜으면서 기분 좋다는 듯 으르렁거리는 오크를 바라보며 진은 품속에서 왼손으로 '자카로바5세'를 꺼냈다. 그리고 자신에게 은은하게 살기를 피우는 오크의 팔을 조준하였다. 하지만 진의 행동에 오크는 아랑곳하지 않고 끝내겠다는 생각인지 들고있는 도끼를 높이 들어올렸다. 그리곤 온 힘을 다 도끼자루에 실어서 내리쳤다. 그 목표는 진의 오른쪽 어깨였다.
"탕!!"
하지만 오크의 의도대로 내려쳐지는 도끼는 진을 두 토막으로 만들지 못하였다. 내려치는 순간 진이 들고있는 총을 쏴버린 것이었다. 목표는 오크의 오른손 팔, 단 한방이었지만 역시 무식한 총과 무식한 탄환답게, 묵직한 반동을 일으키며 목표물을 마치 거대한 망치로 내려치는 것처럼 박살을 내버렸다.
"크륵?"
오크는 탄환에 의하여 박살난 자신의 오른팔과 그 반동으로 하늘높이 치솟아 저 멀리 떨어지는 자신의 도끼를 보고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곧 오른팔이 있던 자리에서 찾아오는 무서운 고통에 왼손으로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는 이미 반밖에 남지 않은 오른팔을 붙잡고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아아아!!!..컥컥"
하지만 그 순간이 진이 기다리는 순간이었다. 오른손에 들고있던 k-45 레일건의 탄두를 그대로 고통에 벌어져 있는 오크로드의 입 속으로 밀어 넣어버린 것이었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탄두에 부딪쳐서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부스러졌고 입안의 피부가 찢어져 녹색의 피가 진의 손을 더럽혔지만 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힘을 주어 탄두를 거의 식도까지 밀어 넣었다. 자신의 몸 속으로 밀고 들어오는 이 물질에 오크는 고통에 의해 마비된 몸을 비틀면서 저항하였지만 그런 행동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진은 더욱더 힘을 주었다.
"꿀꺽"
결국 오크의 위 속까지 탄두를 집어 놓은 진은 날카롭게 박살이나 전보다 더 위험한 송곳니들을 피해 손을 꺼냈다. 그 손에는 녹색의 피가 잔득 묻어있었지만 항상 보던 붉은 색의 피가 아니어서 그런지 피보다는 물감 같다는 생각을 하는 진이었다. 손에 묻은 피를 대충 허공에 뿌리자 장갑에 둘러 쌓여 있어서인지 피투성이였던 진의 손은 금세 깨끗해졌다. 진의 장갑은 몸에 입고 있는 옷과 일체형이어서 엄청나게 질겼다. 따라서 진의 손에는 오크로드의 날카로운 이빨에 의하여 생긴 그 어떠한 상처도 없었다. 그런 자신을 손을 만족한 눈빛으로 쳐다본 진은 거의 강제로 밀어놓은 탄두의 크기 때문에 식도에 심각한 상처를 입어, 오른팔과 함께 몸 안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오크로드를 바라보았다.
진이 방금 오크의 입 속으로 넣은 손의 손가락에는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동그란 고리에 핀이 달려있는 장식물이 걸려있었다. 그 핀은 바로 오크로드 몸 안으로 밀어 넣은 탄두의 안전장치였다. 안전장치가 해제된 탄두는 이제 30초간의 시간이 지난 다음 충격신관이 작동하게 될 것이었다. 진은 그 안전핀을 뒤도 던져버린 후 다시 한번 외손에 쥐어진 자카로바5세로 잔인하게 고통에 몸부림치는 오크의 두 다리를 쏘았다.
"탕!! 탕!!"
"크아아아아아앙"
갑작스럽게 두 다리에서 느껴지는 머리가 타버릴 것 같은 고통에 오른팔과 식도의 고통에서 간신히 안정을 시킨 오크로드는 격렬하게 몸부림을 쳤다. 보통 인간이라면 벌써 쇼크사를 하였겠지만 안타깝게도 오크로드는 그런 행운을 얻지 못하고 그저 고통에 몸부림 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진은 그런 오크를 쳐다보지도 않고 이번에는 이 오크로드를 따라 이제 구덩이에서 거의 다 올라온 오크들을 바라보았다. 그 오크들은 먼저 올라간 자신들의 대장의 고통스러운 목소리에 겁을 집어먹었는지 주저하고 있었다. 당분간 오크들이 올라올 것 같지 않자 진은 밑의 오크들에게 관심을 끊고 시선을 다시 오크로드에게 돌렸다. 그리곤 그 오크로드에게 접근하여 구덩이 방향으로 발을 이용하여 살짝 밀었다. 하지만 그 행위의 대상자인 오크로드는 상처에 의한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허공을 날아 자신이 힘겹게 올라온 구덩이 안으로 때굴때굴 굴러 떨어졌다.
한번 한번 지면에 부딪칠 때마다 느껴지는 고통에 오크로드는 아픈 식도에도 불구하고 저 멀리 보이는 숲의 새들이 도망칠 정도로 목청 것 비명을 질렀고 그 비명소리에 오르막을 오르던 오크들이 겁을 집어 먹도 서둘러 자신들의 동료가 있는 구덩이 중앙으로 달려나갔다. 잔인한 모습이었다. 그냥 탄두를 던져도 충분할 것을 진은 일부로 오크로드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었다.
그런 모습을 진은 재미없다는 듯이 지켜보다 몸을 돌려 천천히 구덩이와 멀어졌다. 그때 진의 통신기에서 연락이 들어왔다는 표시가 나타났다.
"뭔가?"
-무슨 일이십니까? 몇 발의 총성이 들렸는데!!-
진이 처음 천막을 친 방향으로 시선을 집중하자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달려오는 키네라와 루미나가 보았다. 그리고 그 뒤 앞의 둘과는 다르게 느긋한 걸음 거리로 아르와 세르피가 오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진이 사라진 방향으로 화학탄 특유의 소리가 들리자 놀란 둘은 서둘러 진의 안전을 위하여 달려온 것이었다. 진은 그들을 보자 꺼두었던 흑랑을 재 기동 시켰다. 흑랑은 보호해야하는 이가 위험에 빠졌다고 자체AI가 판단한다면 즉시 보호자의 동의 없이 활동하기 때문에 진은 잠시 꺼둔 것이었다. 재 기동을 하자 허공에서 잠시 붉은 빛이 뿜어져 나온 뒤 천천히 사라져갔다.
"아! 아무것도 아니다!"
-예? 하지만-
"아 됐다. 그보다 살고 싶으면 엎드려!"
◆ 진과 통신을 하던 키네라는 진의 엉뚱한 주문에 엉거주춤 하고 있을 때 진의 앞쪽으로 보이는 거대한 구덩이에서 엄청난 폭발을 볼 수 있었다. 굴러 떨어지는 오크로드 위 속에 있던 탄두가 드디어 충격신관으로 변한 것이었다.
"꽝!!!!!"
귀청을 찢는 듯한 굉음과 원형으로 하늘높이 뻗어 올라가는 흙먼지에 통신을 하고있던 키네라와 루미나 뿐만 아니라 뒤에서 따라오던 세르피와 아르도 지저분한 흙바닥이라는 것을 생각하지도 않고 폭음이 들리는 순간 고개를 숙이고 그 자리에 엎드렸다. 그것은 매우 현명한 판단으로써 곧 자신들의 머리위쪽으로 칼날과 같은 뜨거운 기운을 머금은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곤 한순간에 폭음이 멈추었지만 하지만 아직 고개를 들기에는 위험이 가시지 않았다. 폭발에 휘말린 수많은 흙먼지들과 동시에 날카롭게 조각난 바위 등의 파편이 주위를 초토화시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폭탄이 터진 장소가 구덩이 즉 분지 형태가 아니었다면 아마 그들 4명도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었다.
문득 자신들의 상관, 즉 진이 생각난 루미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자신들보다 폭심에 가까이 있던 진이 더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자신이 몸을 숙이기 전 보았던 진은 몸을 숙이려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왠지 상황이 궁금해진 루미나는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고, 곧 두 눈을 의심하는 모습을 보게되었다. 처음과 같은 장소에 진이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의 주변에는 수많은 파편들이 떨어지고 있는데 손을 한번 허공에 휘저은 것만으로도 날아오는 파편들이 마치 유도가 되는 것처럼 중간에서 궤도를 바꾸어 진을 피해서 주변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마치 마법과 같은 그 모습에 두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보았을 때에는 대부분의 파편이 떨어져 주변이 안정되어 갈 때였다.
"무슨 일입니까?!!"
고개를 잔뜩 숙인 키나레의 음성이 그녀의 귀에 들릴 때까지 그녀는 방금 전 본 신기한 현상에 빠져있다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잠시 생각에 잠기다 역시 폭발에 잘못 본 것으로 치부해 버렸다.
-아무것도 아니다. 잠시 이 행성의 오크라는 종족이 적대적인 행동을 하여 처리했을 뿐이다.-
"하지만.."
-아! 아무런 일이 아니라고 했지 않나! 그리 알아두도록! 그리고 오늘은 이곳에서 밤을 보낼 계획이니 편히 쉬도록-
"예? 하지만 이제 간신히 오전을 지났을 뿐입니다. 아직 이동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한데 ..."
키네라는 진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시간의 제약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작 몇 시간 걸었다고 벌써부터 쉰다는 것은 누구라도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이었다.
-아! 자네의 생각은 알지만 오늘은 하늘이 잘 보이는 곳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네-
".......예!.알겠습니다"
아직 진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키네라였지만 특별히 문제삼아야 하는 내용이 없는지라 통신을 끊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늘이 잘 보이는 곳?'
◆ 통신을 끊은 진은 더 이상 루미나와 키네라가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후 서서히 탄두가 폭발한 구덩이에 다가섰다. 다크 스타의 천벌에 의해 생성된 거대한 구덩이 안에는 북적이던 수십 마리의 오크 대신에 방금 폭발에 의한 갈라짐이 선명하게 눈에 띄었다. 그곳을 보면서 진은 품속에서 수많은 부적으로 둘러싸여 있는 조그마한 직사각형의 기둥의 상자를 꺼냈다. 그 상자는 진의 한 손안에 들어갈 정도로 아주 작은 크기였다. 진은 모든 신경을 주위에 뿌려 혹시 다른 이가 없는 지 확인한 다음 조심스레 꺼낸 물건을 재빠르게 손목의 힘을 이용하여 쏘았다. 날려진 상자는 순식간에 탄두가 만들어낸 틈 사이로 정확하게 들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진은 다시 한번 주위의 기색을 살펴보고 몸을 돌려 루미나와 키레나가 기다리는 천막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어딘지 살기가 녹아 들어간 웃음이 걸려있었다.
◆ "이것을 보고서라고 들고 왔어!!"
만마전의 브리지 안, 진의 사령실 바로 외각에 존재하는 리셀의 함장실에서 그녀는 지금 들고있는 종기뭉치를 한남자의 얼굴에 던져버렸다. 그 종이를 피하지도 않고 그대로 맞은 남자의 얼굴에는 분노보다 부끄러움이 가득하였다.
"드릴말씀이 없습니다. 정찰함을 계속 파견했지만... 아직은 어떠한 소식도...."
"그것을 말이라고 하나!! 조금 있으면 마스터에게 보고를 해야하는데 뭐라고 할까? '죄송합니다 아무 것도 알아낸 것이 없습니다' 이렇게 보고하라는 말아야 지금!!"
평소 존댓말을 하는 리셀이지만 지금 그녀의 말 어디에도 존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모습은 그것은 그녀가 굉장히 화가 났다는 말이기 때문에 남자는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이봐 정보부장, 누가 그 생명체에 정확히 알아 오라고 했나? 그저 작은 단서라도 찾아와야 할 것 아닌가!! 정찰함대를 수십개나 파견해놓고 일주일의 시간 뒤에 한다는 소리가 고작 알아낸 것이 없습니다 면 다야!!"
그녀의 호통에 정보부장이라는 남자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원래 이일은 만마전 소속의 그가 아닌 군부 측에서 맞기로 한 일이었다. 그것을 그가 평소 이런 일은 정보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말을 하며 거의 반강제적으로 맡은 일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휘하로 수백대의 함대 지휘권이 주어지자 입이 귀에 걸렸지만 시간이 지나도 얻어지는 정보가 하나도 없자 피가 말려지는 일주일을 보낸 뒤였다. 호언장담을 했는데 결과가 없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었다.
"젠장!! 그놈들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4만6천 생령(生靈)(생령이란 하나의 생명에서 자연스럽게 발산하는 에너지를 1로 환산하는 수치이다. 주로 ESP의 측정 단위로 쓰인다)을 가진 존재를 찾지 못하다니.."
진이 그녀에게 명한 것은 바로 하나의 생명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존재의 탐색이었다. 또한 그들의 근거지도... 하지만 수많은 수색함대를 보냈지만 알아낸 것은 처음과 아무런 변동이 없었다.
"할 수 없지.. 일단 정해진 시간이 가까워진다. 전에 명한 계획대로 지금 당장 수행하도록"
그녀는 아직도 고개를 숙이는 정보부장을 쳐다보지도 않고 외부 브리지에 연결하여 명령을 내렸다. 그녀의 명령이 떨어지자 잠시 후 모든 함들이 만마전을 중심으로 평면을 이루면서 최대한 밀집대형을 취하기 시작하였다. 그와 동시에 단 한 척만이 밀집대형의 중앙에서 빛을 발휘하였고 그 외 다른 모든 전함들의 표면에 있는 빛이 모두 꺼버리기 시작하였다.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죽여주세요 ㅠ.ㅠ 문제 있음 리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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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작 "음... 이 근방인데..."
진은 이미 저물고 없는 태양 대신 대지를 비추는 3개의 달빛을 피해 허공을 살펴보고 있었다. 낮의 명령에 의해 일행은 햇빛을 피하기 위해 펴놓았던 천막을 그대로 숙소로 이용하여 밤을 나고 있었다. 진을 제외한 다른 일행은 불빛을 보고 끊임없이 모여드는 곤충들에 질겁을 하여 천막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아 진은 편안한 심정으로 자신의 일을 할 수 있었다.
"음...슬슬 나타날 때가 되었는데..."
진은 이 행성의 시간으로 밤 9시부터 11시에 가까워지는 지금까지 연신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다행이 진이 있는 장소 근처에 문명이 존재하지 않아 밤하늘을 비추는 것은 오직 달빛과 별빛뿐이었다. 3개의 달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자신에게 쏟아질 것 같은 엄청난 양의 별들은 지구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진에게는 그저 장애물로 밖에 보이지 않는지 하늘을 바라보며 두리번거리는 진의 눈빛에는 짜증스러움이 묻어있었다.
"응?"
몇 시간이 지나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던 진은 곧 자신이 찾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장소는 보는 시선 한가득 담겨져 있는 별들의 바다와는 다르게 진의 손바닥만한 면적에 아무런 빛도 없는 구역이었다. 그 장소를 찾아내자 진은 몇 시간 동안 하늘을 올려다보아서 굳어진 목을 토닥거리며 주위에 몸을 숨기고 있는 3대의 흑랑(黑狼)-6의 모습을 드러나게 하였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 마치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는 것 같더니 순간 번쩍 하는 미약한 빛과 함께 3대의 흑랑(黑狼)-6이 모습을 들어내었다.
모습을 들어낸 흑랑(黑狼)-6은 인간의 형상이었지만 어깨의 폭과 키가 거의 비슷하며 무릎까지 내려오는 팔 등, 인간이라기보다 고릴라가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검은색의 표면은 어둠에 의하여 스텔스 기능을 꺼 두었는데도 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호위를 목적으로 만들어져 초 접근전에 사용되는 기체였지만 허용범위를 넘어서는 무장을 꾸역꾸역 접어 넣는 것으로 유명한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레일건을 포함한 수많은 무기들이 장비 되어 있었다. 특히 등에 보이는 무기들은 장거리 타격용 장갑보병의 화력이 부럽지 않을 지경이었다.
진의 명령으로 천천히 모습을 들어낸 3기의 흑랑(黑狼)-6의 AI는 미리 짜여진 명령대로 진의 특별한 지시가 없어도 삼각형의 진형을 휘하며 마치 상의하듯 머리를 맞대었다. 서로의 어깨가 상대편의 어깨에 닫자 어깨에서 몇 개의 케이블이 살아 움직이듯이 움직여 옆에 어깨를 맞대고 있는 흑랑(黑狼)-6 의 어깨의 단자에 연결되었다. 피로한 목을 토닥거리며 그 모습을 보고있던 진은 다시 한번 하늘에 시선을 두었다. 방금 전 확인한 어둠뿐인 그곳의 중앙에서 지금 타 별빛보다 유난히 밝은 한 별빛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언 듯 보기에는 별다를 것이 없는 별빛이지만 유심히 관찰해보면, 그 별빛은 대기에 의해 반짝거리는 다른 별빛과는 다르게 일정한 법칙을 두면서 반짝이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바로 이 행성의 공전궤도에 잠시 머물고 있는 만마전을 중심으로 한 호위함대였다. 반짝거림이 시작하자 진은 흑랑(黑狼)-6중 한 대를 이용하여 미리 입력된 명령대로 그 모습을 기록하게 하였다. 그와 동시에 그 불빛을 서로 연결된 흑랑(黑狼)-6의 AI들이 분석하기 시작하였다.
그 불빛은 이미 없어진 원시적인 통신수단인 모르스 신호였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하여 전송되고 있는 모르스 신호는 단순하게 해석할 수 없도록 고도의 암호문으로 제작되어 있었다. 그 암호는 3기의 흑랑(黑狼)-6의 AI를 병렬 연결 하여 해석하는데 먼저 받아들인 첫 번째 흑랑이 자신이 기억하는 암호표의 의해 해석하고 그 해석한 자료를 다시 2번째, 3번째의 흑랑 안에 들어있는 암호표를 거쳐 최종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즉 한 한기의 흑랑이 없다면 해석이 불가능하게 만들어졌다. 보통 인간, 아니 이성을 가진 생명체 중에서 신호를 해석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 리 없겠지만 진이 상대하고 있는 존재들은 단적인 예로 4만6천 생령(生靈)을 가지고 우주로 텔레포트를 시전 하는 어마어마한 괴물들이었다, 예상이 통하지 않는 존재들을 상대하는 일이니 조금 귀찮더라도 조심스런 방법을 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물론 더 완벽하게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는 방법은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이 행성의 표면을 덮고있는 하늘의 방패라는 것이 문제였다. 아직 분석이 끝나지 않아 정확한 여부를 알 수 없지만 저 하늘의 방패라는 것은 진의 입장에서 정말 신경 거슬리는 존재였다. 분명 항성에서 나오는 빛은 아무런 손실 없이(물론 오존층이 존재하여 자외선 등은 흡수) 행성내부까지 깊숙이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메커니즘인지 알 수 없지만 이 하늘의 방패라는 것이 정보가 녹아 들어가 있는 전파나 빔 등 인공적인 수단은 철저하게 반사시켜버린다는 것이었다. 전투 중 사용하는 통신 빔 등이 소용없게 되자 다른 수단(물리적인 통신기 삽입 등)을 동원하였지만 거의 완벽하게 반사시켜버리는 기능을 보고 간신히 머리를 짜내어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모르스 신호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밤하늘에서 깜빡이는 모르스 신호를 보면서 진은 모여있는 흑랑 옆에 주저 않아 담배하나를 물었다. 처음 모르스 신호를 놓친 부분이 있었지만 3번을 반복하기로 되어 있어서 그 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3번에 걸쳐 전송되던 모르스 신호는 거의 1시간 이상이나 계속되었다. 진의 주위로 수북하게 담배꽁초들이 쌓일 무렵 흑랑에게서 '삑'소리와 함께 전송 완료와 해석완료라는 신호를 내었다. 그 신호에 엉덩이에 뭍은 흙은 털며 자리에 일어난 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 흑랑에서 나온 정보를 종이나 화면에 출력하지 않고 그대로 자신의 나노머신에 주입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보고서의 내용이 저장된 나노머신은 혈관을 따라 뇌에 있는 중추나노머신에 접속하여 전송하기 시작하였다. 전송된 자료를 수정체 안에서 출력되는 보고서를 다 읽은 진이 시간을 확인하였을 때에는 이 행성의 시간으로 이미 밤 12시를 넘긴 시간이었다. 진이 피로한 눈을 비비며 하늘을 확인하자 보고서를 읽기 전까지 모르스 신호를 전송하던 빛은 존재하지 않았다.
새벽까지 고생한 보람이 무색하게 특별히 중요한 내용은 적혀있지 않았다. 그저 간략한 일상의 보고일 뿐 알고 싶었던 그 괴상한 존재들의 단서는 전혀 알아내지 못한 모양이었다. 피곤한 한숨을 내쉬면서 흑랑의 안에 입력된 정보들을 폐기시킨 다음 주위를 감시하도록 시킨 진은 저 멀리 보이는 천막으로 걸어갔다. 천막은 완벽하도록 안의 불빛을 차단하여 보통의 인간의 눈으로는 이 어둠 속에서 식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진은 몸 안에 있는 나노머신의 도움을 받아 적외선으로 사물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천막에 도착할 수 있었다.
들어선 천막 안은 훈훈한 열기에 성인 7-8명까지 살수 있을 정도로 널찍하였다. 그 중앙에는 천막과는 어울리지 않게 모닥불이 지펴져 있었다. 물론 진짜 모닥불은 아니었다. 불꽃은 입체 영상이었고 그 불꽃에서 나오는 열기는 입체영상에 가려진 전기난로(?)였다. 그 증거로 활활 타오르던 모닥불에는 한줄기 전선이 나와 레일건의 축전지에 연결되어 있었다.
진이 들어서자 천막의 벽에 기대어 앉아있던 아르는 그저 한번 휙 쳐다보는 것으로 끝이었고 전자책을 읽고있던 키네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 다 보셨습니까?"
"아! 그래.."
키네라의 대답에 진은 피곤하다는 듯 한 손을 흔들며 아무렇게나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모습을 보아하니 이미 루미나와 세르피는 이미 잠에 골아 떨어져 있었다. 진은 여자가 4명이나 있었지만 방을 나눈다는 행동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도 없다는 듯이 누워 잠이 들뿐이었다. 물론 만약을 대비하여 손이 닿는 거리에 자신의 배낭을 놓고 품안의 무기들도 빼 놓지 않았다.
지구였다면 진의 행동은 무례에 가까운 모습이었지만 키네라와 아르는 진이 자신들의 옆에 자는 것을 쳐다보았을 뿐.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았다. 누누이 이야기 하지만 대부분의 종족은 여성이 남성보다 위에 있었다. 따라서 심한 경우 여자가 남자를 덮치는 경우도 있었다. 지구에서 가끔 남자들이 여자들을 덮치는 것처럼...(-.-) 따라서 지금 진의 모습도 이 종족의 여자들이 보기에는 4명의 남자들에게 둘러 쌓여 있는 여자의 모습과 별 차이가 없었다.
진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던 키네라는 조심스레 진의 옆에 앉아 책을 읽었다. 밝은 불빛이지만 피곤했는지 누구 하나 따지는 이는 없었다. 키네라는 책을 읽은 틈틈이 자는 모습의 진을 유심히 쳐다보는 것처럼 보이는 아르를(아직도 얼굴에 천은 벗지 않았다) 경계하며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자신의 레일건을 확인하였다. 적이 2명이나 있는데 무방비로 자는 진을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자신이 참견할 일이 아니라는 판단에 그녀는 시선을 전자책으로 옮겼다. 아돈족의 글자로 번역된 지구의 책이 흥미가 있어 계속 읽은 생각이었다. 저 아르라는 여자가 잘 때까지...
◆ 예상외로 일행의 여행(?)은 순조로웠다. 먹는 것이야 가져온 것만으로도 3달 정도는 견딜 수 있는 양이었고, 노숙이라고 하지만 가져온 천막은 과연! 이라는 말이 붙을 만큼 고급이었다. 물론 그들이 자고 있었던 방과는 비교도 될 수 없었지만 머리가 장식이 아닌 이상 야외에서 이 정도면 사치에 가깝다는 것을 잘 아는 이들은 군소리가 없었다. 단지 준비한 물을 아끼기 위하여 근처에 있는 시냇물을 이용하였는데 바이러스 등 병원체를 박멸하기 위하여 첨가한 약품의 맛 때문에 물을 마실 때마다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빼면 그야말로 즐거운 여행(?) 이었다. 하지만 차분한 분위기도 잠시, 일은 엘프마을을 떠난 지 2틀, 목적지인 파이스라는 왕국을 불과 하루 남겨둔 새벽에 일어났다.
그 날도 다른 날과 같이 저녁을 먹은 다음 하루종일 걸었기 때문에 피곤한지 세르피와 루미나는 잠들어 버렸고 키네라는 준비해간 전자책을 묵묵히 읽고 있었다. 아르의 경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여전히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누가 설정해 놓았는지 이 행성의 자정이 되자 울리는 나지막한 멜로디가 은은하게 주위를 수놓는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깨어있는 사람은 키네라와 아르, 키네라는 여전히 무방비로 잠드는 진의 곁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며칠 전 남자는 몸조심을 잘해야한다는(?) 설교를 했지만 진은 듣는 둥 마는 둥 자신의 총을 손질할 뿐이었다. 그런 진의 잠든 얼굴을 한숨으로 쳐다본 키네라는 시선을 돌려 자신의 맞은 편에 있는 아르를 바라보았다. 식사 때만 간신히 입 주위만을 치울 뿐 여전히 천으로 모습을 가린 상태였다. 하지만 그 시선은 항상 진을 바라보는 것 같아 키네라는 선경이 쓰였다. 이럴 때는 루미나가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지만 그녀는 이미 자신의 사명 같은 것은 예전에 잊어버린 것이 틀림없었다. 자신들은 명목상 세르피와 아르의 시중을 들기 위하여 따라온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진의 호위라는 것을 명심하는 키네라였다. 그런데 저 태평스럽게 대(大)자로 뻗어서 자는 자신의 친척은....
"하..."
자신도 모르게 나직이 한숨을 쉰 키네라는 다시 읽고있던 전자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한번 눈을 감으면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았던 진의 눈이 번쩍 띄어졌다. 그와 동시에 상체가 어떠한 예비동직도 없이 한순간에 일으켰다. 그 모습에 책을 읽고있던 키네라는 깜짝 놀라 들고있던 전자책을 떨어뜨렸고 그녀의 맞은 편의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아르는 진의 모습에 경계자세를 취하였다. 비록 가짜였지만 타오르는 모닥불의 나무 타는 소리에 온화했던 천막 안은 단번에 싸늘한 공간으로 변하였다. 하지만 둘의 격한 반응에도 진은 그들에게 신경도 쓰지 않고 조용히 눈을 감은 체 몸을 굽히고 한 손을 바닥에 대었다. 진의 행동에 마땅한 행동을 하지 못한 둘은 그녀 굳어진 몸으로 진을 바라볼 뿐이었다. 한순간이었지만 마치 수 시간이 지나 간 것 같은 침묵 속에서 진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적이다!"
진의 말과 동시에 나지막하게 들리는 폭음이었다.
늦었습니다.
요즘 왜 이리 힘이 드는지..
이 행성의 달은 총4개가 뜸 달의 이름은 베트라, 루미아가, 수바라, 산가라<-크기 순 진이 가져온 '천막'이라는 단어를 교체 할 말이 없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단어가 생각이 나지않아서..^^ 좀 있다 또 한편 올리지요.
문제 있음 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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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작 거의 완벽하게 방음이 되는 천막 안에서 이런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저 폭음은 듣는 것과는 다르게 엄청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갑작스런 폭음에 당황한 키네라를 내버려두고 진은 천천히 자신의 무장을 확인하면서 천막 밖으로 나섰다. 진이 밖으로 나서면서 한순간 펄럭이는 틈 사이로 들리는 귀청을 찢는 듯한 폭음 소리를 듣자 멍한 표정의 키네라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진을 말리기 위하여 몸을 일으키려 하였지만 소용없다는 것을 예상하고 다른 일을 먼저 시작하였다. 그녀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아직도 자고있는 루미나를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이..일어나!!"
"음..."
"일어나란 말이야!! 바보야!! 지금 비상사태란 말이야!!"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자 키네라는 거의 던지다시피 하여 루미나를 간신히 깨웠다. 그녀 옆에서는 아르가 세르피를 깨우고 있었다. 루미나가 정신을 차리는 것을 확인한 키네라는 서둘러 자신의 레일건의 탄창을 확인하였다. 지금 있는 무기라고는 자신과 루미나에게 주어진 소형 레일건뿐이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무기는 지금 밖의 폭음의 주인이라 생각되는 흑랑에게 있었다.
"뭐야? 아침이야?"
처음본 인상과 진에게도 당차게 말하는 겉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키네라와 루미나에게 남긴 세르피, 그녀가 머리를 극적이며 하는 말이었다.
"적의 공격이다!"
그녀가 깨어난 것을 확인한 아르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무기라고 할 수 있는 쇼크건을 착용하고 손에는 초진동 나이프를 움켜쥐었다. 그녀의 모습에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감지한 세르피는 자신도 서둘러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에도 천으로 비치는 밖의 불빛은 점점 그 횟수가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간신히 준비를 끝낸 그녀들이 밖으로 나섰을 때에는 이미 3기의 흑랑이 모습을 완벽하게 들어내고 천막을 중심으로 삼각형의 진형을 취하여 사방으로 난사를 하고 있었다.
"투투투투!!"
"콰꽝!!!"
"까아아악"
숲에 몸을 숨기며 주위를 맴도는 무언가를 향하여 그녀들 바로 옆에 있던 흑랑이 어깨에 메고있던 80mm 물질탄 발사 레일건에서 엄청난 위력을 보이는 고폭탄 대신 철갑탄을 발사하자 발사 시 생기는 충격파에 일행의 몸이 휘청거렸다.
"크..적이 누구입니까?"
사방으로 탄환의 비가 마치 레이저를 보는 것처럼 허공에 붉은 빛을 뿌리며 어둠으로 사라져 가고 흑랑들이 일으킨 흙먼지들은 그녀들의 얼굴을 때렸다. 역시 3기로 이 정도 화력을 보여주는 것이 초과 장착이라는 기본 개념을 지금까지 꿋꿋하게 지키는 한국제품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처음으로 직접 듣는 폭음과 탄환의 소리에 모두 얼이 빠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들이 언제 이런 지상의 전투를 볼 기회가 있었겠는가? 그저 한 두번 가상 체험이나 해보았을 그녀들은 자신들이 해야하는 일도 잊어버리고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들과 전투를 벌이는 흑랑을 그저 멍한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는 와중 그래도 가장 침착한 이라 할 수 있는 키네라가 팔짱을 끼고 얼굴 한가득 불만을 품고 있는 진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모른다... 이제부터 확인해 봐야겠지"
지극히 차가운 진의 목소리에 키네라는 등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 목소리에는 그 무엇이라 할 수 없는 죽음의 냄새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진의 손이 살짝 들려지자 흑랑들의 사격이 중지되었다. 폭음과 피어오르는 고함소리로 깨졌던 고요한 숲의 정적이 처음으로 돌아간 듯 하였다. 사방을 어지럽히는 탄환의 흔적만을 빼면...
"모습을 들어내는 것이 어떠한가?"
엘프언어로 번역된 진의 목소리가 어둠을 울렸다. 흑랑은 적을 발견했을 시 생포가 목적이었다. 따라서 치명상을 입힐지언정 즉사는 피하도록 되어 있었다. 또한 새로이 진이 명령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적이 아직까지 살았다는 것을 확신하는 진이었다. 한동안을 기다려도 반응이 없자 이번에는 그 왕자라는 놈의 뇌에서 추출한 인간들의 대륙 공용어를 외치려는 사이 숲에서 어느 틈인지 4명의 존재들이 나타났다. 모습을 나타낸 이들은 특이하게도 온몸에 털이 나있는 인간의 형상에 늑대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모습을 나타낸 이들 중 회색 빛의 다른 놈들과는 다르게 선명한 은색의 털을 가진 이가 입을 열었다.
"크크크... 놀랍군... 쓰레기들인 인간 중에 엘프들의 언어를 알고 있는 이가 있다니.."
인간들의 대륙 고용어로 말하는 늑대의 거의 억양이 없는 특이한 목소리였다. 그들은 그렇게 탄환의 비가 쏟아졌지만 핏자국만이 보일 뿐 그 어디에도 상처를 입은 흔적은 없었다. 그 모습을 진의 곁에서 지켜보던 키네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들이 아직까지 상처없이 살아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어둠이고 울창한 숲이라지만 흑랑이 그런 것에 영향을 받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기분이 나쁘다는 오라를 풀풀 풍기고 있는 진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우리를 공격했지?"
◆ "허! 저 인간놈이!!"
라이칸스로프의 전사중의 하나인 차칸이 자신들에게 반말을 짓거리는 눈앞의 인간을 바라보며 으르렁거렸다. 솔직히 지금 자신들도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한 것이기 때문에 진의 사소한 행동도 그 불만이 증폭되었다. 마을을 찾아온 엘프의 부탁이 아니라면 냄새나는 인간의 앞에 서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부탁하기 위하여 찾아온 엘프는 과거 자신들의 부족에게 은혜를 준 엘프였다, 자신의 종족의 자부심이 유달리 강한 라이칸스로프로서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부족의 족장은 자신의 아들을 포함한 4명의 전사를 파견시켰다.
그들은 숲의 주인이 엘프가 아닌 자신들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일직선상으로 거의 200km에 이르는 엄청난 거리를 하루만에 주파하는 놀라운 재주를 부렸다. 물론 라이칸스로프라 하여도 하루만에 이 거리를 주파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지만 다행이라 할까? 그 날은 보통 40일만에 한번 있는 3개의 달(루미아가, 수바라, 산가라)이 뜨는 날이었다. 달의 마력이 가장 강력해지는 그때 라이칸스로프는 무안한 체력과 불사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하는 지라 거침없이 엘프들의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엘프의 말로는 이곳을 공격한 인간을 죽여달라는 것이었는데 그 인간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에 따라 그 엘프가 알려준 엘프마을에서 약 10km 떨어진 그 인간들의 마을(?)로 자리를 옮기려는 순간 지금 눈앞에 있는 인간들이 나타난 것이었다.
인간의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는 라이칸스로프로써도 엘프가 말한 그 죽여할 인간중의 한명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인간들 중에서 저 정도 키에 다리 끝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가진 이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동료들이 공격하기를 원했지만 이 일행의 리더인 족장의 아들 '카진'은 반대하였다. 낮 동안에는 라이칸스로프의 능력이 정말 형편없는 지경까지 내려가는 것이 그 이유였기 때문이었다. 눈으로 보기에는 정말 형편없이 보이는 일행들이었지만 엘프의 마을을 몰살시킨 놈들과 같은 일당이었다. 방심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카진의 말에 다른 동료들은 납득을 하였고 그들과 멀리 떨어진 숲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였다.
낮 동안 자는 도중 땅을 울리는 진동을 느끼기는 하였지만 원래 이곳은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라 그리 마음에 두지 않고 푹 쉰 라이칸스로프 일행은 밤이 되자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왠지 목표물 주위에 얼쩡거린 3개의 느낌에 섣부르게 움직이지 못하였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그 일행이 인간들의 나라에 가까워지자 어쩔 수 없이 공격을 시도하였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좋지 않은 느낌은 언제나 백발백중이었다. 자신들이 공격하자 모습을 들어낸 3개의 존재들은 정말 엄청난 놈들이었다. 오우거와 비슷한 덩치에 몸에서 뿜어져 나온 빛덩어리들은 살짝만 스쳐도 뼈와 살이 잘라져 나갔다. 다행이 달이 2개가 떠 있어서 그럭저럭 버티고 있었지만 그 빛줄기는 눈이라도 달렸는지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일행을 덮쳐 나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빛줄기는 공격을 하되 몸통이 아닌 팔, 다리만을 노릴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에 이르러 기진맥진할 때 엘프어로 말하는 인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목소리를 듣자 '카진'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엘프어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인간의 구조상 발음이 안 되는 부분이 많기도 하였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록을 하지 않는 엘프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엘프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저 인간은 엘프와 잘 아는 사이라는 말이 되고, 엘프어를 배울 정도라면 엘프들에게 어느 정도 신임을 받아야 하는 전제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마음을 어느 정도 볼 수 있는 엘프들은 인간이 속일 수는 없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그 엘프가 자신들을 속인 것이나 또는 숨기는 것이 있을 것이다라는 심각한, 자기만의 착각을 한 카진은 눈앞의 인간을 만나보기 위하여 숲에서 몸을 들어내었다. 긍지를 가진 라이칸스로프는 타 종족의 영역 싸움에 끼어 들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였다. 그들의 동료들은 반대하였지만 타 종족의 싸움에 더 이상의 치욕을 겪고 싶지 않다는 카진의 말에 동의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온 피의 라이칸스로프 일족이다."
"...누가 네놈들의 신상을 듣고 싶다고 했나? 왜 공격했지?"
상대를 무시하는 발언에 동료들이 발끈 하였지만 침착한 카진은 손을 들을 들어 그들을 말렸다.
"우리는 엘프의 부탁을 받았다. 하지만 뭔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정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만 물러나고 싶은데"
다른 종족이 들었다면 깜짝 놀랄 이야기였다. 긍지 높은 라이칸스로프으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싸움에서 중지한다니.....하지만 그들은 크게 착각을 하고 있었다. 상대가 보통 인간이라면 얼씨구나 하면서 그들의 의견에 동조하였을 것이었다. 라이칸스로프는 숫자가 워낙 적지만 하나 하나의 능력은 오우거를 능가하는 족속이었다. 그런 라이칸스로프 중에서도 전사의 계급이 4명이나 있다는 것은 오크 수백 마리와도 붙을 수 있는 전력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상대는 진이었다. 조금 이상한 비유이지만 지금 진의 능력이라면 자신 혼자도 이 행성의 모든 생명체들을 쓸어버릴 수도 있었다.(진의 품속에는 벨제바브가 들어있다^^) 더욱이 성질 더러운 그가 '아? 그러세요? 그럼 할 수 없지요 안녕히 가세요'라고 할 놈은 절대로 아니었다. 카진은 잠시 후 모습을 들어내 그와 말을 주고받는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였다.
"음... 네놈들을 사주한 것이 엘프란 말이지.... 그때 살아있는 엘프가 있었던가? 크라스노프, 이 녀석이 자신의 임무를 소홀히 한 것인가? 별로 관심도 없고 그저 그런 종족이 짜증나게 하는군.."
"탕!!"
'군'이라는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귀청을 찢는 듯한 굉음과 함께 카진의 왼쪽에 있는 라이칸스로프의 얼굴의 반이 날아가 버렸다. 듣고 싶어하던 대답을 들은 이상 살려둘 필요가 없다고 진은 판단한 것이었다.
"뭐....컥!!"
자신의 동료가 쓰러지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던 라이칸스로프 한 마리가 단 한 마디 하기도 전에 흑랑의 육중한 주먹이 그의 가슴에 부딪쳤다. 수십 톤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충격이 라이칸스롤프의 온몸을 관통하여 주위를 진동시켰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주먹은 일직선이 아닌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궤도를 그렸다. 그에 그 충격을 받은 라이칸스로프의 몸은 그대로 땅 바닥에 놓이게 되었고 주먹의 충격과 땅 바닥에 부딪친 충격에 반쯤 저승의 관문을 넘어가던 라이칸스로프의 가슴으로 흑랑이 주먹이 다시 한번 내리쳤다. 바닥에 의하여 충격의 흡수 없이 100% 모두 받은 라이칸스로프의 가슴은 갈비뼈들이 피부를 찢어 공기 중에 노출되었고 압력에 이기지 못한 내장의 조각들이 사방으로 비산 하였다. 단순히 칼로 잘려지는 충격이 아닌 으깨어진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모습에는 달이 4개 모두 뜬다고 하더라도 가망이 없었다.
"뭐...뭐냐!!"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한 카진은 갑작스럽게 자신의 머리에 닿는 차가운 금속의 느낌에 처음 머리에 총을 맞아 쓰러진 자신의 동료를 무참하게 밟아 버리는 거대한 존재에서 시선을 돌려 눈앞의 인물에게 집중하였다. 그곳에서는 방금 대화를 한 인간이 서있었다.
"크크크 너!! 이자식!!!"
자신의 머리에 겨누어지는 차가운 금속의 조각이 마음에 걸렸지만 동료들이 죽음을 당하는 순간이라 그저 눈앞의 인물을 죽이기 위하여 손을 휘저었다. 인간의 반사신경을 뛰어넘은 자신은 팔은 눈앞의 가련한 몸을 가진 인간쯤은 충분히 죽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지만..
"탕!탕!탕!탕!탕!!"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발사되어 몸에 박힌 탄환은 주요 관절부위에 박혀 고속으로 회전하는 회전력과 화약의 힘으로 곤죽을 만들어 버렸다. 이제까지 수많은 칼질을 당한 카진이라고 해도 처음으로 느껴지는 그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에 처음으로 울부짖었다. 그런 카진의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숙인 진은 그만이 들을 수 있도록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 개 대가리 새끼야, 감히 날 죽이려고 한 주제에 내가 고이 보내줄 것이라고 생각했냐? 나에게 덤비면 두 가지밖에 없어! 네가 죽던지, 내가 죽던지, 그러니.... 그냥 죽어버려!!"
◆ "우엑..."
태어나서 처음으로 타 종족이지만 인간형의 생명체가 끔직한 방법으로 살해되는 모습을 본 루미나와 세르피는 자신도 모르게 올라오는 구역질에 고개를 숙였다. 아르 또한 충격을 먹었는지 피가 나도록 움켜쥔 주먹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느껴질 절도였다.
"키네라.."
"윽..예..예!!"
자신의 근처로 굴러오는 시체의 머리를 보면서 진저리를 친 키네라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서둘러 뛰어갔다. 조금이라도 주저한다면 땅에 뒹굴고 있는 시체가 자신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정말 정신 없이 진에게 달려갔다.
"부..부르셨습니까?"
새파랗게 질린 키네라의 얼굴에도 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시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귀중한 샘플이다! 혈액을 채취하고 온전한 몸이 있다면 단층촬영이라도 해서 자료를 수집하도록"
질린 얼굴로 주위를 돌아보았을 때 보이는 것은 모두 끔직한 시체들뿐이었다. 대부분 으깨어 죽었고 살아있는 이도 각 관절이 곤죽이 되어 꿈틀거리고 있었다. 보통 같았으면 싫은 소리 한번 했겠지만 방금 전 학살을 지켜본 그녀로써는 절대로 진의 명령에 군소리 따위를 붙이고 싶지 않았다.
"잠시 피를 씻고 오겠다"
"예? 아 예!!"
마지막 라이칸스로프의 피가 얼굴에 묻어, 씻기 위하여 천천히 걸음을 옮겨 저녁때 식수를 확보하기 위하여 찾아놓았던 시냇가로 몸을 움직였다. 그가 지나가자 그의 앞에 있던 세르피가 딱딱하게 굳어진 표정으로 서둘러 몸을 돌렸다. 저런 미친 지구인에게 그동안 폭언을 했다는 사실에 겁을 먹은 것이었다.
숲의 정적이 다시 찾아온 이곳에서는 진한 피비린내가 역하기 풍겼다.
◆ 한참을 걸어가던 진은 피로 물든 자신의 손을 보았다. 역겹다거나 자책감에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니었다. 평소와 같으면 늑대머리의 종족이 탄환에 맞고도 몸이 순식간에 재생되어 가는 모습을 본 다음에는 생포를 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생포를 하지 않았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이유지?"
진은 자신의 손에서 떨어지는 핏방울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였다. 처음 느낀 것은 그 관리자들이라는 존재와 안내자들을 만났을 때부터인 것 같았다. 아니 그전부터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감각으로 느낀 것은 그때부터였다. 자신의 육감이 천천히 무디어져 가는 것을... 분명 자신의 신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어떠한 주술이나 독에 의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치 깊은 바다에 있는 것처럼 자신의 감각이 둔해지는 것이 확실하였다. 그것을 확신한 것은 바로 방금 전 본 늑대머리종족의 습격 때부터였다. 아무리 잠결이라고 하지만 평소 같으면 흑랑이 감지하기 전 자신이 벌써 알아차렸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흑랑이 움직이는 소리를 감지하고서야 적의 존재를 감지하였다. 그때 진은 등허리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적이라 할 수 있는 두 명과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자는 것도 자신의 실력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감각이 계속 둔해진다면 어느 순간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둘의 어이없는 칼날에도 죽을 수 있는 일이었다. 항상 육감에 의지하던 진으로서는 위험하기 그지없었다.
"젠장! 이놈의 행성은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군......응?"
짜증스러운 음식으로 혼자 중얼거리던 진은 한순간 느껴지는 감각에 경계자세를 취하였다. 진의 시야가 붉은 색으로 변하면서 적외선을 감지하였지만 느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진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자신의 감각을 믿었다. 둔해졌다고 해도 그의 감각은 생물의 영역이 아니었다. 진은 끊어 오르는 몸 안의 힘을 느끼면서 살기를 피워 올렸다. 진의 몸에서 느껴지는 진득한 살기에 발 밑에 있는 작은 식물들과 미쳐 달아나지 못한 곤충들이 오그라들며 죽어나갔다. 하지만 진은 더욱더 살기를 피우며 손이 허리춤에 다가가며 몸을 최대한 숙였다. 그리곤 아직도 어둠에 쌓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숲의 한 구석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진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이 실려있지 않았다.
"누구냐..."
◆ "누구냐!!"
파이스 왕국의 수도 한구석. 화려한 장식으로 둘러 쌓여 있는 방에서 진과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또 한 명의 남자가 허공에 대고 외쳤다. 다른 이가 보았다면 미친놈이라는 소리가 나올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모습이었다. 그 믿음에 보답하는 듯 허공이 마치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곤 한 순간 허공에 나타난 원형의 마법진이 생성되면서 붉은 색 머리를 휘날리는 요염한 미녀가 모습을 들어냈다.
"한 600년만인가, 잘 있었어? 오르비아스? 아니! 지금은 이 나라의 마지막 희망으로 불리는 제상 헌트 후작이라 불러줄까?"
나타난 아름다운 여자를 후작이라 불린 남자는 그녀를 보며 이들 갈면서 으르렁거렸다.
"젠장!! 케이라이드!! 잘 놀고 있는데 뭐 때문에 남의 유희에 참견하는 거냐!! 네년이 레드라고 날 무시하는 거냐!"
모습을 들어낸 여인은 바로 진의 기지에 수많은 와이번을 보낸 레드 드래곤 케이라이드였다. 그녀가 진이 목표로 하고있는 나라 파이스의 제상을 찾아온 것이었다.
연참이다!!....라고 할 수 있을까? 음....
그런데 제 글이 어렵나요? 아님 억지스러운 내용전개때문인가?
어렵다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슬슬 리메이크를 할때가 되었나??
문제 있음 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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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그녀의 독서......꼭 읽으셔야함^^ 강 외전 비스므리 한 편입니다. 꼭 읽어야 하는 부분인데 날짜로 따져 본 편 바로 전날입니다 ▼-▼ 연대표를 참고하세요. 초반에 나왔던 '그분들'의(진 포함) 이야기입니다.
오!! 나도 앞잡담을!!! 히죽^^........후다다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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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천막 중앙에 생동감 있게 불타오르는 모닥불은 비록 가짜였지만 연기가 없다는 것을 빼곤 진짜 모닥불을 보는 듯 하였다. 특히 '탁탁'하는 장작이 탈 때 나는 소리는 신경에 거슬리지 않고 오히려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늦은 가을의 날씨를 보여주어 다소 쌀쌀한 날씨를 보여주는 밖과는 다르게, 아늑한 모닥불의 온기를 받으며 책을 읽고 있던 키네라는 잠시 책을 내려놓고 피곤한 눈을 비비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루미나와 세르피는 이미 잠들어 있었고 자신의 상관이라 할 수 있는 진 또한 마치 죽은 시체처럼 자신의 옆에 잠들어 있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이제 막 이 행성의 시간으로 새벽 1시를 넘기고 있었다. 감시의 대상이었던 아르는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자신의 마주보는 앞에서 무릎을 새운 자세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키네라는 다시 읽고있던 전자책을 들어 올렸다. 어찌된 일인지 몸은 피곤하였지만 잠이 오지 않은 밤이었다. 엘프마을을 떠난 지 하루를 보냈지만 그리 큰 사고가 없었고 짐승들이나 이 종족의 습격 또한 받지 않았다.
키네라는 들고 있는 책으로 시선을 모았다. 만마전에 잠시 머물고 있을 때 지구에 대한 역사책을 몇 권 다운로드 하였는데, 아르를 감시하며 시간도 때울 겸 읽고 있지만 그리 흥미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중 지금 읽고있는 책은 다른 책과는 다르게 꽤 흥미 있는 책이었다. 가상영상으로 들어간 도서관의 가장 구석진 곳에서 먼지를 잔득 뒤집어 쓴 책이었는데(책의 먼지는 물론 가상현실로 재연한 것으로 출판한 뒤로 읽은 이들이 거의 없다는 흔적을 나타낸 것이다) 책의 출판 연도와 작가의 글을 읽어보니 저자는 이미 한줌의 흙으로 돌아갔지만 그는 초기 나기의 궤도상의 폭격에서 살아남아 나기와의 전투에도 참가한 역전의 용사였다. 그런 그의 눈으로 본, 공식적인 기록이 아닌 자신의 눈으로 적어놓은 책은 이제까지 읽었던 다른 역사서보다 흥미진진하였다. 특히 이제까지 접근하는 것을 무언의 금기로 여기던 13명의 위인들의 이야기는 다른 어떠한 책에서도 읽어보지 못한 흥미로운 주제였다. 평소 그저 '그분' 등으로 통하며 사회전반에 열렬한 추종자들을 거느렸지만 뿌연 안개 같은 실체를 이 책으로 확실하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처음 13명의 위인들을 접하는 이들을 위하여 친절하게 설명을 해 두어 지구의 전반적인 역사 등을 알 수 없는 그녀로써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글쓴이는 13명의 위인 중 특히 중국인의 국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국으로 귀화한 '루이친 진 ' 한국 명 남궁 진이라는 사람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었다..
"남궁 진?? 진이라...."
그녀는 머릿속에 잠시 떠오른 생각을 접으며 계속 읽어나갔다.
13명의 위인이라는 이들은 정확하게 한 시대에 공존하였던, 나가와의 전쟁에서 활약한 이들을 말한다. 나기의 외 우주 탐사를 위한 시험 항해 도중 발견된 당시 지구는 이제까지 발견된 그 어떠한 종족보다 월등하게 발전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나기에서는 그저 하나의 원시종족일 뿐이었다. 발견 당시 지구인들은 자신들의 위성에 조그마한 도시를 세우는 정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당시 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는데 슈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체적인 기술만으로 우주로 한 걸음 나선 이들은 지구인이 최초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기에서는 그저 기술전수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좀더 빠른 시일 내에 식민지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밖에는 되지 않았다. 지구인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들은 이 변방의 식민지에 그리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때 나기에서는 한참 황태자가 자신의 기반을 다지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항복을 받기 위하여 궤도상의 폭격 외에는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았다. 나기인들은 그저 게릴라들을 소탕하는 일을 진행하면서 형식상으로 슈렘의 법에 따라 지식을 전수할 뿐 그들의 관심은 이런 오지의 행성보다 번화가의 행성이 더 중요한 것은 당연하였다. 물론 나기인들의 폭격으로 인하여 그 당시 가장 발전된 대륙이었던 유럽과 미국 그리고 일본이라는 나라는 거의 대부분이 불타는 지옥으로 변하였지만 그것은 당사자에게나 중요한 일이지 나기인들에게는 사소한 문제도 되지 않았다.
후대 역사가들이 지적하는 나기 역사상 가장 큰 두 가지 실수 중 첫 번째는 지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라 하였다. 하지만 이것이 특별하게 나기의 잘못이라고 지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보통 압도적인 무력과 기술력을 보여주면 거의 대부분의 종족들은 순순히 따라왔기 때문이었다. 아니 상당수는 그들을 신으로 착각하여 숭배하는 종족까지 존재하는 것이니, 나기는 지구 또한 순순히 따를 것이라 생각한 것이었다. 이것은 다른 종족의 생각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순전히 악바리 지구를 선택한 나기의 잘못이었다.
궤도상의 폭격 후 지구 침공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착각한 나기는 지구를 나기의 88번째 노예종족 륨으로 공포하고 생산노예로 지정했다. 보통 노예를 거느리는 종족은 자신의 노예를 크게 생산을 담당하는 노예, 전투를 담당하는 노예, 그리고 자신들을 보필하는 노예 등으로 나누었다. 지구의 경우 생산노예로 지정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나기의 두 번째 실수였다. 그것은 바로, 전수된 지식이 대부분 전쟁물자에 관한 내용이었던 것이었다. 엉성한 과학력 때문에 피폐해진 자연, 궤도상의 폭격, 지구의 위치가 나기의 가장 후방의 위치(한마디로 변방^^)에 있었다는 점등의 이유로 나기는 지구를 안전한 보급기지로 삼을 생각이었던 것이었다. 그 두 가지 실수는 후 나기를 이 우주에서 완전하게 멸종하게 만든 결과를 만들어 내었다.
원래 지식을 전수하는 것은 그 문명을 어느 정도 슈렘이 정한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을 뜻하였다.(법으로 정해져있지만 각 종족들은 부려먹기 편하게 어느 정도 기술을 전수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나기의 경우 지구를 점령하고 지식전수를 수행하면서 약100년을 그 기간으로 잡았다. 그 기간은 타 종족이 500년에서 1000년으로 잡는 것을 보았을 때 놀라운 속도였다. 지구의 수준이 그만큼 높았다는 말이었다.(참고로 지구는 30년 정도의 시간으로 거의 대부분의 지식을 소화 흡수하였다) 하지만 이때까진 우주 그 어떤 종족도 지구가 나기의 지배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 것은 아마 당사자인 지구인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 시간으로 2089년 12월03일에 일어난 나기와 데라의 전쟁이라는 변수는 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 버리는 시발점이 되었다.
2089년 12월31일 슈렘의 상위종족의 회의에서 이 전쟁을 나기와 데라 쌍방의 문제로 인식. 타 종족 개입중지 선언을 했기 때문이었다. 우주에서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나가와 데라의 전투가 전 우주전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의도였던 것이다. 이에 2090년 02월21일 나기는 지구에서 지식전수를 중지하고 공전궤도에 대기하고 있던 많은 전함들을 전투에 투입시키기 위하여 전부 철수시켜 버렸다. 이런 대외적인 상황은 지구인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전재된 것이다. 보통 각 종족의 전투의 경우 짧게는10년 길게는 수 백년 정도 지속되는 것이 보편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수명이 길고 발전이 거의 없는 다른 종족에게는 그 정도의 시간은 무엇 하나 할 수 없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구인에게는 넉넉하진 않지만 많은 준비를 할 시간이었다.
나기 철수 후 처음 두각을 나타낸 이는 13명의 위인 중 중국인인 '짜오 홍페이'였다. 나기인들은 거의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나기의 지배에서도 지구 곳곳에서는 게릴라들이 난립하였다.
나기인들은 지구를 식민지 삼기 전, 눈에 띄는 무기들을 전부 소각처리 하였다. 눈에 띄는 것만.....워낙 많은 숫자의 무기들이 지구상 곳곳에 숨겨져 있었기 때문에 침공부대 안에 지상공격부대가 없었던 나기인들은 눈에 띄는 일부분만을 소각처리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지상으로 내려갈 일이 없었던 상황이 그런 안이한 생각을 낳았던 했던 것으로 추측되었다.
그에 게릴라들은 대부분 군인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각 나라들이 곳곳에 숨겨둔 수많은 무기들을 확보, 장비 하여 게릴라전을 펼쳤다. 하지만 그 게릴라의 활동은 그저 친 나기인사들을 죽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월등한 과학력을 지닌 나기에게는 수많은 희생자만을 배출할 뿐 단 한 명의 나기인들도 죽이지 못하였다.(지상에는 나기인들이 한 명도 없었다. 우주생활을 많이 하는 나기인들로써는 행성의 중력을 견디는 것이 매우 힘든 일이었음으로-.-)
이때 중국의 교수였던 짜오 홍페이는 이대로는 모두 개죽음을 당할 것이라 생각하고 당시 가장 많은 게릴라들이 모여있던 아시아의 게릴라들을 끌어 들어 수십만명의 군대를 만들어 냈다. 그리곤 잠적했다. 자신들의 무기가 소용없다는 것을 그들에게 확인시켜주고 기회가 생길 때까지 목숨을 부지하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 당시 그가 끌어들이지 못한 게릴라들은 그를 겁쟁이로 비난하였지만 나기가 전쟁을 위하여 지구에서 잠시 손을 땔 때 살아남은 게릴라들은 그의 휘하에 있던 게릴라들뿐이었다. 그 게릴라들은 후 지구와 나기와의 전투에서 초창기 군대의 중심이 되었으며 엄청난 공적을 쌓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지구의 군부는 그를 군의 아버지라 부르며 13명의 위인 중 2번째로 꼽고 있었다.
짜오 홍페이 다음으로 나타나는 이는 한국인인 이종경이라는 한국군 대령이었다. 그는 짜오 홍페이와 손을 잡고 그의 의견을 거부한 게릴라들을 찾아가 온 갓 모욕을 당하면서도 악착같이 게릴라들을 설득,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하게 되었다. 그 뒤 그는 뒤로 물러난 짜오 홍페이와는 다르게 지구최초의 함대의 사령관이 되어 혁혁한 전공을 세워 나갔다. 하지만 전쟁 초기 적들의 엄청난 공세에 아군을 후퇴시키기 위하여 끝까지 남아있다 적의 광탄에 한줌의 티끌이 되어 사라져 갔다. 13명의 위인 중 끊임없이 나기를 비판하며 목숨을 걸고 그들의 노예정책을 비난하는 글을 쓰다 암살로 죽은 문화인이었던 케냐인 카테가니 다음을 이어 죽은 이었다.
어찌하였든 나기와 데라의 전투가 한창일 때 우연히 우주의 시선을 벗어난 지구는 엄청난 도약을 준비하였다. 당시 티벳의 수도승이었던 '쭁카빠 롭상 닥빠'는 당시 군사력을 쥐고 있던 짜오 홍페이와 이종경.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잠적했을 동안 게릴라들의 생활을 책임저준 13명의 위인 중 가장 유명하면서 또한 가장 알려진 것이 없는 신비스러운 인물 남궁 진이라는 이를 만나 지구정부를 만들게 되었다.
이미 과거의 정부는 무너진 지 오래였고 지금의 정부는 대부분 친 나기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쭁카빠 롭상 닥빠'가 구성한 지구정부는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게 되었다. 정체불명이었지만 막대한 지금을 가지고 있는 남궁 진의 후원과 거의 백만에 이르던 강력한 군사조직을 거느리던 짱오 홍페이, 탁월한 군사감각으로 이들을 지휘하였던 이종경은 나기가 철수하는 정보를 자신들이 심어놓은 첩자에게 받아 2090년 03월03일년 친 나기인사들로 구성된 정부 인사들과 소수 남아있던 나기인들을 모조리 죽여버린 후 전 세계에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티벳인 인 '쭁카빠 롭상 닥빠'를 수반으로 하는 독립정부 수립을 알리고 나기에 대하여 독립을 선언하였다. 이에 전 세계인들이 환영하였지만 일부 단체들은 그들의 행동이 지구인을 멸망으로 이끄는 소영웅주의라고 맹렬히 비판하였다. 그들에 의해 몇 번의 테라가 지구정부에 가해지자 대변인으로 나온 이종경(이 당시 군 최고 사령관에 임명)은 공격을 하는 그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었다.
『너희들은 크나큰 착각을 하고 있다. 영웅주위라...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우리의 행동은 정의를 위해서도 아니고 인류를 위해서도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악이다! 우리의 행동은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다! 우리 자식! 우리 후손이 노예종족으로써 륨이 아닌 지구인이라 불려지기를 원할 뿐이다! 우리의 이런 행동은 단순한 이기주의일 뿐이다! 우리의 행동으로 수많은 이들을 죽어나갈 것이며 너희들의 주장대로 인류는 멸망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어쩌라는 것이냐!! 다시 한번 말한다! 우리는 악이다! 명분도 정의도 없는 단순한 이기주의라는 말이다! 우리의 앞을 막는 것은 무엇이든지 부셔나갈 것이다! 그것이 적이던 아군이던 말이다!』 메시지가 도착하고 난 후 전세계에서 피의 바람이 불었다. 독립정부에 반기를 드는 모든 이들을 숙청해 버린 것이었다. 미리 준비를 완벽하게 끝을 내었는지 독립정부의 칼날은 한순간의 망설임 없이 내려쳐졌고 수십만의 사람들을 한줌의 흙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곤 그 어떤 역대 정부보다 강력한 군부독재정치를 펼치기 시작하였다. 수많은 이들이 죽어나갔지만 일부 올바른 이들을 제외하고는 전 지구인이 이 독립정부를 열렬히 찬양하였다. 전 지구인이 광기에 휩싸이는 첫걸음이었다.
초청기 지구 정부는 강력한 군대 육성에 온 힘을 쏟았다. 전 세계 경제의 30%라는 사상 유래 없는 국방비를 전력증강이라는 명목으로 쏟아 부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복수심과 광기에 불타 군에 자원했으며 각 요직에 있는 자들도 군대 육성에 총력을 쏟았다. 군부의 힘이 어느 시대보다 강력한 시대였지만 뇌물을 먹은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뇌물을 먹은 사람은 직책에 상관없이 사형에 처해졌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 법은 아주 공평하게 진행되었다. 당시 군장성 중 고위장성 한 명이 군 예산을 아주 조금 유용했는데 다음날 바로 목이 잘렸다. 아마 인류 역사상 가장 강대한 조직이며 부정부패가 없었던 정부였을 것이다. 인류 전체가 하나의 목표로 광기와 분노, 증오를 밑바탕으로 달려나간 광기의 시대였다.
하지만 아무리 전차와 전투기를 만들어 낸다고 해도 적들의 전함 한 척도 당해나지 못하였다. 전수된 지식은 군수물자라 아주 유용하였지만 그렇다고 단번에 파악하여 전력화 할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소모성의 물자는 무리가 없었지만 우주전의 핵심인 배를 만드는 것은 당시 기술로는 거의 불가능한 시점이었다. 그때 새로운 발상을 한 이가 바로 13명의 위인중의 한 명인 남궁 진이었다. 그는 자신들이 만들 수 없는 것이라 사오면 된다는 당시로써는 황당한 의견을 내었다. 그 당시 경제 부 장관을 담당하고 있던 남궁 진의 의견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남궁 진은 그들에 굴하지 않고 다른 13명의 위인중 한 명인 미국인 리차드 라이트와 함께 직접 우주로 향하였다.
거의 반년 동안 그 둘은 우주를 떠돌아다니며 나기와 적대적인 종족을 찾아 구걸했다. 하지만 그들이 이 보잘것없는 종족을 도와줄 리가 없었다, 반년의 시간동안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어 낙담한 그들이 지구도 돌아가려는 마음을 먹은 그때, 만난 이들이 당시 떠돌이 종족이었던 아돈족과 카리마족 이었다. 전 우주를 떠돌아다니며 중개무역을 하는 이들을 우연히 만난 진과 리차드는 마지막 심정으로 이들과 협상을 시도하였다. 당연히 아돈족과 카리마족의 족장들은 황당한 기색을 지우지 못하였다. 어디서 들어보지도 못한 노예종족 주제에 전함을 사고 싶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거절이었다. 만약 전함을 판 것이 이 눈앞의 종족의 주인종족에게 알려지면 골치 아픈 것도 있었지만 이 지구인이라 주장하는 종족은 그 전함을 지불할 돈이 없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던 것이었다. 특히 이들의 주인종족이 상위종족중의 하나인 나기라는 것을 알아낸 다음에는 어떤 요구에도 거절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절박한 남궁 진과 리차드는 끈질기게 그들을 설득하였다. 처음에는 완강한 거절을 하던 그들도 진의 계약조건을 들은 후 진 측의 요구를 들어주게 되었다.
남궁 진이 원하는 것은 공격함이 아닌 이미 각 행성에 퇴역한 함의 인도였다.
우주종족들은 발전이 매우 더디었다. 따라서 퇴역함라고 한다면 이미 수만 년에서 심각하게는 수십만 년 전의 물품도 끼어 있을 정도였다. 또한 그 함들은 당연히 지금의 공격 함들과는 상대도 되지 못하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이야기였다. 이런 무기들을 대부분의 종족들은 한쪽 구석에 처박아 놓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도 충분한 수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아돈족과 카리마족의 입장에서는 이런 퇴역 함들은 공격함이라고 할 수도 없고, 무기취급도 하지 않기에 판매 시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남궁 진과 리차드와의 계약에 응한 것이었다. 대신 아돈족과 카리마족은 지구의 예술품을 대금으로 받아가기로 하였다.
자료로 보여준 지구의 예술품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그들이 본 어떠한 예술품보다 독특한 모습으로써 각 종족의 귀족들에게 비싸게 팔 수 있다는 판단에 대금 값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때 지구에서 수많은 예술품들이 이 두 종족의 손에 의해 전 우주로 팔려나가 수많은 학자들은 진과 리차드를 지구의 역사를 판 매국노라 불렀다.
한가지 의심스러운 내용은 판매된 예술품 중 상당부분은 이미 소실되었던 것이라는 물건들이 다수 포함되었던 것이다. 그것들은 대다수가 남궁 진이 내놓은 예술품이었다. 그 예술품은 대다수 바다에 가라앉았다는 기록만이 남겨진 물건들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남궁 진은 자신이 마치 직접 보았다는 것처럼 바다에서 탐지도 불가능한 난파선 등을 잘도 건져내었다.
우여곡절을 통하여 사들인 전함들은 총3천 척에 다다르는 막대한 수였다. 의외로 지구의 예술품들이 다른 종족에게 높은 흥미를 일으켜 높은 가격으로 판매된 것이었다. 양심적인 이 장사치들은 그 이익을 고스란히 이 불쌍한 노예종족에게 돌려주었고 그런 행동은 후 이들에게 생명보다 더 귀중한 행성을 얻을 수 있게 하였다.
군부는 흥분하였다. 퇴역무기라도 상관은 없었다. 처음부터 그들은 함 자체의 목적이 있지 무기나 엔진 따위는 관심도 없었다. 엔진은 다행이 나기인들이 전수해준 지식에 존재하였기 때문이었다. 무기의 경우도 군부는 주력무기인 광탄을 쓸 생각조차 없었다. 이들에게 장착되어 있는 무기로는 지금 자신들의 적들의 배 한 척도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에 광탄은 포기하게 되었다. 이미 다른 종족과 과학력이 100년(지구인 기준으로 100년이지 다른 종족이면 10만년 이상의 차이임, 그만큼 지구인의 발전하는 속도는 다른 종족이 경악할만한 수준임)떨어져 있으므로 당장 그들과 경주하여 따라 잡는 것은 불가능하였기 때문이니 차라리 지구의 무기를 개량해서 쓰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최초의 우주전용 핵융합 탑재 미사일인 섬멸 1호기의 등장이었다. 이 퇴역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함 자체가 아닌 함을 역설계하여 얻어질 함의 설계도였다. 이것은 예상외로 계약에 없었던 함 설계도를 아무도 모르게 찔러준 아돈족의 족장의 마음씀씀이로 그 기간이 엄청나게 단축하여 2091년 09월27일 나기인들이 만들어 놓은 궤도상의 스테이션을 개량하여 함 건설함 건조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아돈족은 지구에 흡수되며 최우선 동맹족으로 지정돼 나기와의 전투 후 얻어진 행성 중 1등급 유인행성을 아돈족의 영토로 주어지며 많은 아돈족들이 군부와 재계에서 활동 시 많은 특혜를 주게되어 지구에 자진으로 흡수된 13종족 중 최고의 위세를 누리게 된다)
처음 함대가 인도된 날 온 지구인들은 축제에 빠졌다. 드디어 지구에도 우주함이라 불리 울만한 배가 생겼다는 자부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도된 무기들의 모습을 본 시민들은 싸늘하게 굳어졌다. 인도된 무기들은 왜 퇴역무기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시뮬레이션의 결과, 이 퇴역함들로 상대할 수 있는 적의 전력은 고작 전함급으로 2척이었다. 3000:2 이 충격적인 결과는 사람들을 절망에 휩싸이게 하였고 그 절망은 분노 변하여 이런 고물을 사온 진과 리차드에게 쏟아졌다. 이미 군인들은 예상하고 대책도 있었지만 그 정보는 극비로 묶여 있어서 시민들에게 개방되지 않았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살아남은 평화주의자들과 반전주의자들, 그리고 인류를 위하여 나기에 순종해야 한다는 친 나기인사들의 부축임으로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번져나갔다. 점점 시위는 격해졌고 처음 고물 전함을 사온 둘을 탄핵하라는 주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기와의 전쟁은 쌍방의 불행만 불어올 것이라는 반전 분위기로 돌변하였다. 이들은 대부분 나기의 폭격에 피해를 입지 않은 이들로써 아직 나기인들에 의해 어떠한 불이익도 당하지 않은 이들이 주축이 되었다.
이 격렬한 시위에 마음 약하던 리차드는 그런 군중에 고개 숙여 사과하려 하였지만 남궁 진은 달랐다. 그는 국회 앞에 모여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향하여 총을 들이민 것이었다. 일명 광기의 일요일이라 불린 사건은 그 뒤 진을 탄핵하려는 사람들의 단골 메뉴가 되어 자주 술자리에서 씹었고 진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이들은 그의 눈치를 살피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 언론에 나온 남궁 진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눈앞의 인물을 의심하기 시작하였다. 젊었다. 너무 젊었다. 남자라는 것이 알려졌지만 소녀와 같은 아름다움에 긴 생 머리를 바람에 휘날리며 서 있는 이가 바로 경제부장관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2090년 09월18일 발표된 인종 인공진화 착수를 며칠 남겨둔 시기이기 때문에 진의 외모가 그 기술에 관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그 기술도 젊어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후 남궁 진의 외무를 보고 사람들은 외계인의 첩자라는 소문까지 나돌아 다녔다. 하여튼 성난 군중들 앞에 선 남궁 진은 들고있던 기관총을 들면서 자신을 전 세계에 가장 유명한 이로 만들어준 말을 하였다.
"병신들! 그럼 너희들은 전쟁이 나면 뭐로 싸울테냐? 무식하면 주둥아리 닥치고 있어라! 우리 같은 원시종족에 누가 최신무기를 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냐! 만약 그런 생각을 했다면 당장 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겨눠라! 예술품? 너희들은 그럼 인류의 멸망 후 어느 외계종족의 박물관에서 진열된 인류의 예술품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등신들아! 고물이라고 했느냐? 그런 고물 배도 없는 우리가 싸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이냐? 쳐들어오는 이들에게 돌팔매질이라도 하란 말이냐? 난 최소한 그들에게 한방 먹일 준비를 하였다. 네놈들은 뭐했냐? 적들이 쳐들어오면 그저 군인들이 흘린 피로 인하여 살아가는 기생충들이!!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병신들은 다 죽어라! 같은 지구인이라고 살려줄 필요는 없으니까! 그저 안전한 뒤에서 불평 불만을 늘어놓다가 남이 피와 눈물로 쟁취한 이득이나 빨아먹는 기생충들은 다 죽어라! 네놈들이 평소 하는 말과 같이 인류를 위한다면 죽어라! 나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자는 스스로 싸운 자들뿐이다!"
그 말과 함께 진은 전방에 시민들을 선동하는 반전주의자들을 무참하게 학살하였다. 더욱이 그때까지 시민들을 저지시키던 일부 군인들이 진의 말에 동조하여 무차별로 난사하였다. 그들은 자신이 목숨을 걸며 지키는 대상의 어리석음을 저주하며 날뛰었다. 사태의 급진전에 신속하게 헌병들이 난입하여 사방으로 난사를 하는 군인들을 체포하고 진 또한 감옥에 투옥되었다. 하지만 그때 사건은 이미 전 세계로 생방송으로 진행되었고 처음 그 장면을 목격한 시민들은 분노하였다. 이때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생각하여 긴급 계엄령까지 발동하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시민들의 분노는 빠르게 잦아들었다. 그 대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의 의견에 동조하는 세력들이 속속 만들어졌다. 그 시작은 군부였고 나기에 의해 가족들을 잃어간 사람들 사이로 속속 퍼져나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세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군부뿐만이 아니라 언론, 재계 등등 다방면으로 뻗어 나갔다. 이윽고 이들은 진의 뜻을 행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되었다. 직접 힘을 행사하는 것이었다. 종교상의 이유로 군복무를 거절한 사람, 양심적 병역 거부자, 반전주의자, 평화주의자, 그리고 대다수 억울한 사람들까지 폭탄과 저격, 집단 구타 등으로 저항하는 세력들을 조금씩 조금씩 부셔나갔다. 이때 이들의 주축 세력은 시민 대부분(인류의 2/3 이상이 궤도상의 폭격으로 죽어나갔기 때문에 피해를 입은 대부분의 이들이 이 세력에 가담하였다)을 차지하게 되어 주위에서 일어나는 학살을 모른 척 외면하였다. 아니 동조하는 이까지 존재하였다. 본격적으로 광기에 들어가는 지구인들이었다. 이들의 행동은 신속하였고 잔인하였다. 이때 죽어간 이는 쿠데타에 죽어간 이에3배에 이를 지경이었다.
한달 뒤 진은 정당방위라는 거짓된 가면으로 무죄로 풀려 나왔다.
다행이라 할까?
진의 '의견'을 추종한 이들은 다행이 진을 추정하는 우는 범하지 않았다. 만약 이때 이들이 진을 추종했다면 강력한 독재제국이 형성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다행히 이들은 아직 정부에 불만을 품지 않았으며 티벳인이며 대통령인 '쭁카빠 롭상 닥빠'를 여전히 존경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으로 인하여 광기는 시작되었고 독재정치는 더욱 강력해졌고 군부의 힘은 이제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사태가 급진전으로 해결되고 일단락 되자 군부는 진과 리차드가 사온 전함을 개조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으로 미약하나마 지구가 우주의 함대를 대상으로 싸울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의 중심은 남궁 진이 존재하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남궁진 이라는 사람이 이 모든 것을 일으켰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그는 출신이 확실한 13명의 위인 중 다른 이들과 다르게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하기 전의 기록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필자도 그 점을 궁금하게 여기어 당시 군부의 지휘를 이용하여 찾아보았지만 큰 진전은 없었다. 반쯤 포기하다가 실마리를 잡은 것은 일본 국립도서관의 복구사업 때였다. 잔해를 발굴할 때 발견한 어느 오래된 고서였다. 그 고서를 우연히 들추어 본 필자는 그 고서에서 한 미녀의 소개하는 부분에 주목하였다. 한 팔이 없는 미녀를 설명하는 부분을 유심히 쳐다본 필자는 과거 이와 비슷한 인물을 적은 한 글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글은 중국의 서적이었다. 아름다운 외팔이 소년의 모습을.... 서로의 내용을 조합해본 필자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두 고서의 내용이 묘사하고 있는 미인의 모습이 동일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중국에서 읽은 책의 제작시기는 명나라 말기, 일본의 서적은 메이지 시대의 물건이었다. 즉 둘의 사이에는 수백 년의 차이가 있는 것이었다. 우연의 일치였을 수고 있었지만 필자는 다른 자료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수년간의 노력으로 예상외로 외팔이 미인에 관한 글이 상당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것도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였고 그 묘사를 그려본다면 거의 같은 인간을 모델로 삼았다는 확증이 들었다. 그러던 중 필자는 일본에서 우연히 부대에 신무기의 보급의 시찰을 나온 남궁 진과 악수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고서에 적혀있는 모델이 누구인지 확인이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둘 다 있었다. 어떤 아쉬움을 느끼며 왼손잡이였던 필자는 무의식적으로 악수를 하기 위하여 무의식적으로 왼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남궁 진은 약간 당혹한 시선을 주며 왼손을 내밀었다. 이럴 때는 다른 이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왼손을 내밀었겠지만 그것에 불만인 필자는 당당하게 왼손을 내밀었던 것이었다. 이윽고 그의 왼손을 필자의 왼손이 잡았을 때 필자는 그의 손에서 생물의 온기가 아닌 금속질의 냉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의수였던 것이었다. 차마 그에게 물어보지는 못하였지만 어떤 오싹함을 느낀 필자는 서둘러 자리를 피하였다. 물론 그가 과거의 고서에 적혀있던 인물이 아니라는 것은 당연할 것이었다. 만약 과거의 기록의 미인이 남궁진이라면 그는 천살이 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사한 외팔이 미인의 묘사는 대부분 그와 일치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에게 알려지기에 그는 인공진화를 처음으로 한 사람이라는 정보를 들었다. 하지만 인공진화를 한 사람이 왜 왼팔을 복구하지 않은지는 필자도 알 수 없는 내막이다. 필자가 인공진화 프로젝트에 참가한 과학자를 만나보았지만 그는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 뒤 남궁 진은 무슨 생각인지 아이샤르 진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바꾼 다음 자신의 과거의 이름을 모조리 소각 처리하는 괴상한 행동을 일으켜 수많은 소문을 만들어 냈다.
필자가 남궁 진의 기록을 조사하는 사이 이윽고 개조를 끝낸 함 건설함들은 배를 건조....
◆ "음...."
"응?"
한참 몰입하여 책을 읽어가던 키네라는 잠꼬대를 하는 루미나 덕분에 현실로 돌아오게 되었다. 시간은 벌써 3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내일 하루종일 이동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자두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녀는 진과 조금 떨어진 장소에 몸을 뉘었다. 고개를 살짝 돌리자 곤히 자고있는 진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그러자 방금 읽은 글이 떠올랐다.
'역시 개인이 함대를 가지는 것에 지구정부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단지 군부의 일부분 만이 비밀스럽게 움직이는 것이 이상했는데 그 정도로 막강한 배경이 있다면 이해가 되는군, 하기는... 이 정도 함대라면 쿠데타도 일으킬 수 있는 힘이니까... 현 지구의 국경에 배치된 함정을 뺀다면 10만 척도 안 되는 숫자이니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이가 아니라면 이런 함대를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그런데 고서에 묘사된 미인이라..'
키네라는 장난 같지만 만약 그 글쓴이의 예상이 사실이라면 진의 나이는 지금쯤 천 살이 넘었다는 것에 도달하므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다 문뜩 에프로슈네가 말하였던 내용이 떠올랐다.
『'들리는 소문에는 나기침공 전 그러니깐 지구가 우주와 접촉하기 전, 아직 모든 서류를 디지털로 바꾸기 이전의 문서들이 가끔 발견되는데 그 중에 마스터의 이름이 들어있다는 소문도 있었어요.'
'동명이인이 아니에요?'
'근데 그 서류에 마스터의 사진도 붙어 있었다는 소문이에요. 그 뒤 바로 소각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을 봐서 진위여부는 알 수 없지만.. 뭐 거짓 소문이라는 이야기도 들리기는 하지만... 하여튼 굉장히 오래 사신 것은 분명한 사실이죠..'』 "피식"
'설마...?'
키네라는 방금 본 소설 같은 글을 머릿속에서 지우며 서서히 몰려오는 잠의 파도에 몸을 실었다.
늦었습니다.... (이거 '늦었습니다'와 '문제 있음 리플'이 인사말이 되어 가는 듯한...^^)
이번에는 지구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즉 진은 타임머신으로 미래로 이동 같은 것은 아닙니다. 진의 정체는...지금은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ㅠ.ㅠ 아마 맨 마지막 편에서나 들어 날 듯... 그냥 지금은 이상하게 오래 산 지구인으로만 생각해 주세요^^(틀림없는 지구인입니다)
그리고 너무 글을 읽는 사람의 생각을 해주지 않았더군요^^(SoLo님 죄송) 거의100편이 다가오는데 알려진 것은 하나도 없구... 스토리상 하나의 정체가 드러나면 나머지들도 저절로 알아차리게 되기 때문에 섣부르게 발설하는 것은 문제가...... 걍 이 부분은 전적으로 글 솜씨로 보완해야 하는데 초보다 보니... 극적 극적^^ 1)리메는 방학 때 하기로 했습니다. 날 잡아서 본편 한편 올리고 다음날 리메 한편 올리고.^^ 2)참고로 나머지 13명의 위인은 소개 안 할 생각입니다. 뭐 나머지는 떨거지(?)로써 종군기자나 평생 간호선을 타고 환자를 돌본 간호사 등이니까요.
3)참 줄 간격은 어떠한 가요? 줄과 줄 사이에 한 줄씩 간격을 둘까 생각 중...
4)반으로 나누려고 하다 그냥 한편으로 올립니다. 이번 주 또 한편을 올릴 수 있을지....(참고로 전 일요일에서 목요일까지는 컴을 쓰지 못합니다. 잠시 잠시 pc방에 갈 뿐..ㅜ.ㅜ)방핵때나...
그럼...
문제 있음 리플...
=+=+=+=+=+=+=+=+=+=+=+=+=+=+=+=+=+=+=+=+=+=+NovelExtra([email protected])=+=
혼돈의 시작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대답 따위는 필요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과 숨죽이는 기척,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진은 자신의 몸을 점검하였다. 불안전의 몸이 걱정되었다. 이 몸 때문에 수십 년 동안 결계 안에 있었지 않았는가! 서서히 주먹을 쥐었다. 다행이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충분히 허용범위 안이었다. 이미 자신의 제어를 벗어난 신체의 힘과 오른손에서 느껴지는 힘까지.... 천천히 전신 구석구석 끝까지 힘을 불어넣은 진은 기다렸다. 자신의 몸 속에 있는 나노머신들의 힘을 이용하여 느끼는 적외선 등 탐지장치에는 아무런 물체가 잡히지 않았지만 진은 느껴지는 감각을 믿으면서 기다렸다.
기다림...
진은 스스로 개인간의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다림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싸움을 한 진은 기다림을 참지 않고 성급하게 움직이다 죽어간 많은 이들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동료나, 자신의 적들.... 서로 검을 맞대었던 검객과, 뜨거운 햇빛과 온몸을 기어다니는 곤충들, 끈적거리는 습한 공기를 들여 마셨던 밀림의 전투에서도 기다림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승패를 가리는 중요한 요소였다. 지금의 그라면 아마 10일은 너끈히 지금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며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말초신경부터 서서히 예민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진은 다시 한번 주위를 탐색하였다. 온 신경을 곤두세운 상태에서 계속 주위에 신경을 쓰다가는 정작 중요한 시점에 지쳐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몇 번씩 시간을 두고 탐색하는, 진이 자주 쓰는 방법이었다. 무디어 졌다고 하였지만 정신 집중과 더불어 서서히 날카로워지는 진의 신경은 주위를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스쳐지나갔다, 그리곤.
"탕!!"
"윽"
감각이 느껴지는 그곳으로 품안에 있던 '자카로바5세'를 재빠르게 뽑아 발사하였다. 진의 감각이 정확하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미약한 신음소리가 들렸다. 그 미약한 소리는 잔뜩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진에게는 '나 여기 있어요!'라고 소리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 순간 이제까지 늘어났던 살기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살기는 겁을 줄 때나 필요하지 진짜 죽이려는 마음을 먹은 시점에서는 자신의 위치만 알려주는 꼴 밖에 되지 않았다. 진이 독하게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진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하여 품안에 넣기 보다 '자카로바5세'를 던져버리고 허리에 매어있던 칼 중 검은색 칼집을 잡았다.
자신은 접근하는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 상대였다. 물론 무디어진 신경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정확한 진실은 누구도 모르는 상태! 이러한 경우 그저 가장 안전한 방법을 생각해야한다! 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적을 최대한 강하게 설정하며 단번에 친다! 어설프게 총과 같은 원거리 무기를 계속 쓴다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있는 진은 서슴없이 초진동 나이프를 꺼냈다. 진의 칼을 쥐자 진의 지문을 읽은 초진동 나이프는 안전장치의 해제와 동시에 순식간에 칼날이 단도에서 장도로 늘어나며 초진동 나이프의 특유의 작동 음인 '웅웅' 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그 작동 음이 들렸을 때는 이미 진은 엄청난 속도로 쏘아졌다. 사라져 없어진다는 표현보다는 늘어났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진의 신형이 폭발적으로 달려나갔다. 진의 처음 있던 장소의 죽어버린 풀들의 잔해와 흙더미들이 마치 폭탄이 터진 것처럼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하지만 진의 엄청난 속도는 이 흙더미들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의 목표물에 접근한 뒤였다.
두 명의 여인이었다. 한 명은 자신도 잘 알고 있는 여자였다. 달려나가는 순간에도 진은 왜 자신의 감각을 속이고 그녀들이 다가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뒤에 있는 여자는 처음 보는 아름다운 여자였지만 진이 발사한 총에 어깨를 스쳤는지 몹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짖고 있었다. 보통 남자가 보았다면 당장 나서서 부축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였다. 하지만 진은 그런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진은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살기가 녹아드는 아름다운 피의 미소를...
"잠.."
"서걱"
미약한 별빛을 수만 배 증폭시킨 안구에 들어있는 나노머신 덕분에 진에게는 칠흑 같은 어둠은 아무런 장해가 되지 않았다. 목표는 총에 맞은 여인을 부축하고 있는 여자. 진이 달려드는 것을 자신의 바로 앞에서 발견하여 잠시만 이라는 말을 하려던 여자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였다. 그리스시대의 옷과 비슷한 옷을 입은 목표물은 진이 그녀의 앞에 주저앉는 순간 그녀의 나풀거리는 옷 조각은 배를 중심으로 마치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이 가로로 천천히 흘러내렸다. 다행이 태어났을 때와 같은 모습으로 태초의 모습을 들어낸 여자는 수치심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옷이 찢어진 자리에 백옥 같은 그녀의 피부가 살날 같은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녀의 표정이 경악하는 표정으로 변하는 순간에도 그 상처 사이로 천천히 흘러내리는 붉은색의 핏줄기는 하얀색의 피부를 흘러내려 천천히 아래를 향하여 흘러내려 묘한 아름다움을 장식하였다. . 그리고..
"까야야야야!!!"
어깨에 스쳐지나간 상처를 움켜쥐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짖고있던 여인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꿈같은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새어나왔다. 실날같은 틈은 점점 벌어지며 지방층이 들어 나더니 조각난 내장들이 흘러나왔다. 내장이 흘러나오는 속도가 증가하면서 칼을 맞은 여자의 상체가 서서히 기울어지기 시작하였다. 그에 반하여 그녀의 하체는 여전히 처음과 같은 장소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상태였다. 상처가 피부와 내장을 뛰어넘어 뒤에 존재하고 있던 척추까지 두 조각 내 버린 것이었다. 완벽하게 죽은 것이었다. 이 세상의 어떤 생물도 고등동물이란 이름이 붙은 생물 중 몸이 두 조각나면서 살아있을 생물은 전 우주를 뒤져도 존재하지 않는 법이니까... 하지만 진은 무슨 생각인지 초진동 나이프를 재빠르게 칼집에 넣고 다시 몸을 틀었다. 아직 진과 죽어 가는 여자와는 초 밀착거리, 몸을 인간의 한계까지 틀었던 진은 몸을 회전하며 그 탄력을 이용하여 손을 내밀었다. 손의 형태는 장(掌)의 형상, 목표는 서서히 내장을 쏟아내는 그녀의 상처부분. 진은 상대가 여자라는 것을, 이미 죽어버린 시체라는 것을 망각했는지 몸을 최대한 낮춘 상태어서 인정사정 없이 그대로 그녀의 갈라지는 틈 사이로 장의 형상을 취한 손을 내질렀다.
"팡!!!"
마치 풍선이 터지는 소리와 같이 상쾌한(?) 폭음과 함께 손의 목표지점이 마치 거대한 드릴로 파여진 것처럼 회전을 하며 몸을 이루고 있는 살점과 내장 그리고 뼈들의 파편들이 진의 주먹과 수직으로 원을 그리면서 사방으로 비산하였다.
"꺄아아아아"
목표물의 피와 살점들의 파편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은 여자가 공포에 질린 시선을 진에게 향하며 미친듯이 비명을 질러대었다. 그 비명소리를 들으며 진은 손을 내지른 상태 그대로 정지되어 있던 몸을 서서히 일으켰다.
"털석"
거의 몸체의 대부분이 박살난 여자의 시체가 실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진은 몸체가 없어 팔다리가 구겨진 시체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진은 몸을 돌려 아직까지 공포에 반쯤 얼이 나가있던 여자의 앞으로 다가갔다. 진이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아름다운 여자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기어서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두발로 걸어가는 이와 뒷걸음치면서 기어가는 이의 속도차이는 어쩔 수 없는 법, 공포에 질린 여자를 보면서 진은 망설임 없이 품속에 남아있던 또 한자루의 '자카로바5세'를 꺼냈다. 진이 칼이 아닌 총을 꺼낸 것은 그 총에 죽어간 이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자신의 손을 쓸 필요도 없는 쓰레기를 담당하는 것이 바로 지금 들고있는 총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막 방아쇠를 당기려는 진의 뒤에서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를 듣자 무표정하던 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지만 역시나 이었다. 처음 탄환은 진의 앞에 있는 여자가 아니었다. 그 탄환의 목표는 바로 방금 박살난, 방금 목소리의 주인공이 목표로 한 것이었다. 눈앞의 여자는 그저 관통된 탄환에 스친것에 불과한 것이었다. 진은 천천히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역시나.... 진은 일그러지는 자신의 얼굴을 가까스로 밖으로 보이지 않았다. 처음 탄환을 발사한 상처가 보이지 않아 설마 하는 마음에 자신의 힘이 드러나는 것도 감수하면서 확인사살로 장(掌)을 내질렀는데...
'젠장'
진은 입이 썼다. 자신에게 물어보는 그녀에게 대답 대신 옷 속에 장착된 기기를 작동시키자 그의 옷에서 은은하게 빛이 쏟아져 주위를 어느 정도 식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물론 진과 눈앞에 있는 존재에게는 필요 없는 짓이었지만 자신이 어둠을 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이거 이거 이게 누구십니까? 베이트님이 아니십니까? 이런 위험한 곳에서 무엇을 하시는 것입니까?"
-네놈이!! 네놈이!! 왜 공격했느냐!! 감히 하등한 존재주제에!!-
진은 자신에게 불같이 화를 내는 그녀를 바라보며 씁쓸한 생각대신 비웃음이 나왔다. 예쁘장한 얼굴로 화를 내는 모습에 겁을 집어먹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진은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저 괴물들에 대하여서.. 물론 상위존재들이 눈앞에 있는 존재와 같을 수는 없지만 비슷하다는 가정 하에서...
탄환이 통하지 않는 상태라는 것은 물리적 충격에 거의 충격을 받지 않는다는 것과 탄환이 고열을 뿜어대는데 그 흔적이 없다는 것은 열에도 강하다는 것을 뜻하였다. 또한 자신의 장으로 부셔버린 몸이 한순간에 재생이 된다는 것은 저 몸이 본체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허상은 아니었다. 분명 감촉이 있었으니... 또한 지금처럼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세가 느껴지지 않았다. 모든 것을 통합한다면 저 존재는 원격으로 저 몸체를 조종한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저것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빨리 저들의 본거지를 찾아야 했다. 그전에는 그저 최대한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얻어지는 것 외에도 의문점도 함께 증폭되었다. 분명 자신이 육체를 박살내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주위를 바라보니 핏자국과 고깃덩어리들이 아직도 널려있었다..... 그렇다면 저 몸체를 다시 만들어 낼 때 구성 물질은 어디서 조달했다는 말인가!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파지는 진이었다. 역시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한구석도 없는 행성이었다.
-내 말을 무시하는 것이냐! 대답여부에 따라 네놈을 죽여 버릴 수도 있다-
그녀의 말에 진은 다시 한번 속으로 비웃어 주었다. 마치 주인행세를 하는 저 머저리는 진 자신이 저 존재의 상위존재와 계약을 맺은 것을 잊었단 말인가? 주인과 맺은 계약을 종놈이 운운하는 것은 웃기지도 않는 일이다. 하지만 저 존재가 자신에게 당장 악감정을 가지게 할 필요는 없었다. 원하는 자료는 아직 다 얻은 것은 아니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어둠을 보십시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 기척을 죽이고 다가오는 것을 적이라 보지 않는다면 뭐라 볼 수 있겠습니까?"
-하..하지만 네놈은 나의 얼굴을 보고도 공격하지 않았느냐!!-
"이거 이거 설마 제가 무슨 재주로 이 어둠을 뚫고 사람의 얼굴을 불수 있겠습니까?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하등한 존재 주제에 말입니다"
-큭... -
할말이 없을 것이었다. 먼저 잘못한 것은 그녀였으니... 역시. 진은 눈앞에 있는 존재를 무시하기로 하였다. 마치 자존심만 쌘 부잣집 아가씨를 보는 것 같다고 할까? 은근히 신경 쓰이는 아무라에 비한다면 베이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아무라는?
"그런데 항상 같이 다니시던 아무라란 분은 어디 계십니까?"
-네놈이 그자를 죽인 덕분에 지금 그분이 문책을 당하고있는 중이다!!-
그녀는 너 때문이야!! 라는 말로 진에게 죄책감을 느끼라고 말하는 듯 하였는데 진이 그 정도로 죄책감을 느낄 놈이 아니었다. 아니 은근히 껄끄러운 그녀가 당분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자신의 손에 죽어간 교황이라는 작자가 이뻐 죽을 지경이었다. 진은 처음으로 마음속으로 빌었다.
'그놈 쓸만했군, 내세에는 좋은 놈으로 태어나라, 뭐... 아니면 말고..'
의외로 쏠쏠하게 얻어지는 것이 많아, 방금 전까지 베이트가 자신의 손에 죽지 않아 기분이 나쁜 것을 잊기로 한 진이었다. 어차피 자신도 모든 힘을 보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다음 대결에서 총을 쏘거나 초진동 나이프를 꺼내는 쓸 때 없는 행동을 빼버린 것으로도 성과는 있었다. 아직 근거는 없는 것이지만 자신도 쓰지 않는 힘을 쓴다면 어찌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아니 자신이 나설 필요도 없었다. 자신에게는 수만 척의 함대가 있지 않은가! 왜 있는 힘을 쓰지 않는 것인가! 위급하면 이 행성을 초토화시킬 수도 있고 만마전을 이용하여 이 행성 자체를 날려버릴 수도 있는 일, 어차피 선택권은 자신에게 있는 일인데.... 씩씩대는 베이트에게 미련을 버린 진의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자신의 옷에서 나오는 빛을 마치 처음 눈맞는 강아지처럼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여자였다. 방금 전까지 보이던 죽음의 공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모습을보아하니 어지간히 명랑한 성격인 것 같은데, 자신의 탄환에 상처를 입는 것으로 보아 베이트와 같은 족속들은 아니고.....
"그런데.. 저것은 멉니까?"
저 건방진 진을 찢어 죽이고 싶었지만 어차피 자신은 그를 건들 수 없다는 자괴감에 빠져있던 베이트는 진의 물음에 시선을 자신이 데려온 여자에게 돌렸다.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시선이 모이자 그 여자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곧 눈앞의 인물이 자신을 물건처럼 불렀다는 생각에 화가 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죽음의 공포에 떨었을 때는 혼자였지만 지금은 다시 부활한 신의 사자가(베이트) 자신의 뒤에 있지 않은가! 정확한 정황을 알지 못하고 이 겁 대가리를 상실한 그녀는 꼿꼿이 고개를 들며 진에게 외쳤다.
◆ "저것이라니, 감히 난 라프미라(신계명 환, 물의 신)를 모시는 라도우 교단의 성녀 세이시나 이다! 무릎을 꿇어..까아악"
초반의 그녀의 당당함은 진이 그녀의 몸을 걷어차면서 비참하게 끝을 맺었다. 성녀라는 것은 교황과 함께 그 교단을 대표하는 이였다. 교황이 모든 내부를 장악한다면 성녀는 그 교단의 속된말로 얼굴마담이었다. 항상 떠받들어진 그녀가 언제 이런 수모를 당했던가! 그녀는 방금 전 무시무시한 살인을 저지른 자가 바로 눈앞에 있는 자라는 것을 잊었는지 삿대질을 하였다.
"네..네놈이!!! 무엄하다!!! 감히 신의 사자가 있는 장소에 두 다리로 서있는 것도 불경스러운 일인데 감히 신의 종인 성녀에게 무뢰한 짓이라니!! 네녀석......."
그녀는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을 물끄러미 보는, 눈앞의 여자로 보였지만 목소리로 남자라는 것을 알아낸 이의 눈빛에서 그의 생각을 어렴풋이 알아냈기 때문이었다. 성녀란 직업이 교황에 비하여 수많은 외부인사를 만나는 직종이다 보니 그녀도 이제 20세의 나이에 걸맞지 않게 사람의 눈빛을 보며 그가 생각하는 바를 대충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런 그녀의 안목으로 지금 눈앞의 남자는 자신을 보면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죽일까? 말까?
그녀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저런 자는 협박이나 협상이 통하지 않는 상대였다. 죽이려는 마음만 먹는다면 쓸 때없이 이런 말, 저런 말, 하지 않고 바로 칼을 날릴 이였다. 그녀가 숨을 죽이자 진은 베이트가 보는 앞에서 다시 칼을 들 수 있는 명분이 없는지라 관심을 끊고 베이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었다.
"저 말많은 것은 무엇입니까?"
-...안내인이다-
"예?"
-...........-
"..........."
◆ 진은 머리가 아파 오는 것을 느꼈다. 이 미련퉁이 병신들은 도대체 안내인이라는 말을 알고 있단 말인가!! 안내인이라 하면 레인저나 모험가를 데려오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 데려오는 것들이 교황이나 성녀라니.... 한마디로 어느 조직의 높으신 분들일 것이다. 이런 작자들이 길을 알고 있으란 생각을 한단 말인가? 이 행성의 왕궁에 들어가 귀족이라는 쓰레기들과 안면이나 익힌다면 쓸모가 있을 것이지 물건 찾는데는 전혀 쓸모가 없는 족속들이었다.
혹시...
자신에게 품은 앙심을 이런 식으로 풀려는 것인가? 그냥 칼질 한번하고 개 값을 무는 것이 낳지 않을까? 진은 수송선이고 뭐고 그냥 만마전으로 행성 파괴탄을 발사하여 날려버리는 것이 낳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고려해보는 시간이었다.
"부스럭.."
한참 심각하게 생각하는 진의 귓가에 숲을 해지며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 통신기가 계속 깜박이는 것을 보니 아마 총소리를 들은 일행들일 것이었다.
"헉헉.. 무슨 일 이십니까? 사령관님! 갑작스럽게 총소리가 나고 통신도 되지 않아 찾아왔습....누구십니까?"
잔뜩 무장한 키네라와 루미나는 진의 옷에서 나온 불빛을 목표로 하여 수월하게 찾아올 수 있었다. 그런 그녀들을 맞이하는 것은 진의 곁에서 서있는 처음 보는 2명의 여자...총소리를 생각한다면 적일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 둘은 즉각 자세를 잡았다.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며 진은 시선을 돌려 잠시 하늘을 쳐다보았다. 숲의 나무 덕분에 달빛도 보이지 않는 하늘이었다. 둘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진지하게 고민하던 진은 나직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새로운 일행이다..."
"....예?"
진의 갑작스런 말에 경계자세를 취하던 둘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오!! 이종경을 찾으신 분이 계시다니!! 아무도 아는 이가 없을 줄 알았는데...^^ 페이즈위드님의 생각처럼 같은 사람입니다. 죽었다고 알려진 사람이지요^^(....이야기해도 되나?) 이 부분은 다시 외전을 쓸 생각입니다.. 본 내용과는 그리 상관없는 내용이라...
리플에서 데프렌님이 질문하신 것 중에 미사일은 곡선이 불가능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미사일이 곡선이 되지 않나요?? 자체 추진력이 있다면 곡선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요?
이 부분은 정확히 모르는 부분이라... 누구 아시는 분!!(곡선이 불가능 하다면 지구군이 즐겨 구사하는 다 방향 무차별 전술이... ×.×)
참고로 초기 미사일은 핵융합 엔진을 탑재했음..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요즘은 반물질 엔진을 쓴다고 설정은 해 놨는데...)
아 데프렌님 기분 나뻐하지 마세요^^ 단지 제 소설이 판타지 이지만 반쯤은 SF이기 때문에 아무리 설정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그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고칠것은 고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올린것뿐입니다. 양해를...
음...
문제 있음 리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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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작 "젠장...젠장!!!!"
여성체의 모습을 하고 있는 엘프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의 틈 사이로 저 멀리, 멀어져 가는 인간들을 바라보며 무력한 목소리로 한탄하였다. 그녀는 눈앞의 원수를 그저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무력함에 한탄하였다. 잠시 격해지는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그녀는 시선을 멀어져 가는 인간들의 무리에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이 도착한 그곳은 하필이면 거의 완벽하게 분해되어 있는 라이칸스로프들의 시체가 있는 장소였다. 그녀는 그 시체를 바라보며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지려는 듯 두 주먹을 피가 나도록 움켜쥐었다.
그녀는 적의 힘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거대한 강철마차를 몰고 거대한 탑을 세우는 그들의 존재의 힘을 직접보고 전율하기도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제 그런 그녀의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역시 그들은 아직도 미지의 존재였다. 그녀의 예상으로 라이칸스로프 전사 3명이 이런 식으로 죽어나갈지는 예상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인간들은 착각하고 있지만 몬스터의 최강자는 오우거나 트롤, 또는 미노타우르스가 아니었다. 적어도 숲에서는 그 어떤 종족보다 강한 종족이 바로 라이칸스로프였다. 최강의 몬스터라 불리는 미노타우르스라도 개인 대 개인이 아닌 같은 숫자의 집단의 싸움이라면 한순간에 미노타우르스는 죽음을 맞이할 정도였다. 그 정도로 강력한 집단이 바로 라이칸스로프였다. 인간들이 알고 있는 라이칸스로프는 미숙하여 무리에서 쫓겨난 녀석들로만 판단하고 라이칸스로프를 하찮은 몬스터로 판단하지만 그들은 진짜 라이칸스로프의 전사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래서 그녀는 과거의 가느다란 인연의 끈을 이용해 라이칸스로프 전사에게 부탁한 것이었다. 그들이라면 복수를 해 줄 것이라 여겼다. 아니 위험하면 안전하게 몸이라도 빠져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한순간의 착각이 그들을 영원한 안식으로 몰아간 것이었다. .
미안했다. 정말 미안했다. 자신들의 복수에 그들을 말려 들어가게 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저주하였다. 하지만...하지만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는 자신들의 복수에 라이칸스로프들이 참가하는 것에 작은 안도감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부족의 구성원의 죽음에 끝까지 복수하니까.
그녀는 잠시 방금 전의 일을 생각하였다. 라이칸스로프보다 떨어지는 엘프의 육체로 그 3명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정말 죽을힘을 다한 그녀였다. 약간 알고있었던 마법과 정령술을 이용하여.... 하필 달이 3개가 뜨는 날이라 그녀는 정말 엄청난 체력을 발휘하는 전사들을 따라잡으려고 온 힘을 다했다. 하지만 그녀가 간신히 도착하여 본 것은 다 죽어 가는 라이칸스로프의 머리에 처음 보는 금속덩어리를 들이밀고 있는 한 인간이었다. 그녀가 엘프이기 때문에 인간들의 얼굴을 잘 구별할 수 없지만 자신의 키 만한 길이의 머리카락을 가진 작은 키의 인간은 잘 알고 있었다. 원수들의 우두머리였다. 그가 왜 여기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때 그들의 마을(?)에 들렸을 때 본 금속의 상자 속으로 만났던 그 집단의 인간이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는지 몸을 지탱하고 있던 나뭇가지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한순간 식은땀이 흘러내렸지만 눈치채지 못한 듯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자 그녀는 인도의 한숨을 쉬었다, 인간이 자신의 기척을 알아차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그녀의 눈앞에 있는 자들이 모습만 인간이란 생각을 하며 조심, 또 조심하는 그녀는 시야에서 그들이 모습이 사라져가도 그저 그 자리에서 숨죽이고 있었다. 그들이 가는 방향을 안 이 순간 그들의 다음 목적지를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간 방향에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인간들의 도시였다. 추잡하고 욕심 많은 인간들은 자신들의 주위에 다른 종족이 있는 꼴을 보지 못하는 버릇이 있어 인간들의 영토에는 되도록 접근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을 다른 종족들은 알고 있어 인간들의 주위에는 그들밖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차피 인간의 도시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상 잠시 휴식을 취하다 그들을 앞지를 생각이었다.
서서히 감기는 눈동자를 정신력으로 이겨냈지만 이미 한계에 이르렀는지 휴식을 취하자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그녀는 한순간에 꿈나라로 빠져 버렸다. 오늘은 타오르는 동족의 신음소리를 듣지 말기를 기원하며......
깊이 잠들었는지 그녀의 숨소리는 곧 안정되어 갔다. 그런 그녀의 뒷부분에서 한순간 강렬한 붉은 색의 광점이 생성되었다. 공중에 떠 있지만 고릴라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덩치는 분명 흑랑이라 불리는 기체였다. 흑랑은 잠이든 그녀의 바로 1m 앞까지 전진한 흑랑의 손이 그녀의 허리에 가까워져 작은 탐지기를 떨어뜨리는 것을 알지 못하는지 그녀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 "젠장!!!"
엘프인 여성체와는 다른 의미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기지에 남아 있는 한영석이었다. 그는 자신의 방에서 서류정리에 정신이 없었다. 다행이 서류가 종이가 아니었기 망정이었지 만약 종이였다면 그의 책상 위에는 수북한 종이 뭉치들에 치어 죽는, 웃기지도 않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는 전자 판을 움켜쥐며 빠른 속도로 사인을 해 나갔다.
"제기랄!! 나도 따라갈 것을..."
그는 진이 직접 움직인 것이 이런 일에서 도망가기 위한 것으로 여겨졌다.
자신들이 이 행성에 내려온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적 수색과 수송선을 찾기 위함이었다. 그 수송선에 누가 타고있었는지는 한영석, 그의 위치로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은 추측할 수 있었다, 그런 이가 아니라면 사령관이 움직일 리가 없을 테니까... 따라서 실종된 수송선의 탐색을 사령관이 맡은 이상 기지에 남아있는 이들은 탱자탱자 놀고있으리라 예상할 수 있지만 그것은 엄청난 오산이었다. 이 기지에 약 5천명의 장갑보병과 500명 이상의 과학자들과 운용요원들이 있었지만 모두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쁘게 움직여 식사 할 시간도 없을 지경이었다.
이 행성의 생물 중 병기나 자원이 될만한 바이러스, 세균, 식물, 곤충류와 같은 작은 생물 등등의 수많은 돈(?)덩어리들의 채집과 지층연구, 당장 채집할 수 있는 희귀한 자원 채굴 등등 남겨진 이들이 할 일은 수를 셀 수가 없을 정도였다. 어디 그뿐인가? 이 기지를 구성하는 수송선이 부서지는 것을 감수하면서 채집한 '하늘의 방패'라는 이상한 물질의 분석과 제자리걸음이지만 이 행성의 초능력의 일종으로 보고있는 마법이라는 것의 연구, 또 사령관이 떠나기 전날 습격한 와이번이라는 생물이 기지 상공을 덮고있는 방패를 뚫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그동안 수집한 생물들의 조사와 분석, 그리고 실험용으로 채집하여 지금 육체복원이 거의 끝나가는 엘프의 처리문제까지...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플 정도로 일거리는 많았다. 그리고 진 대신 그 자리에 앉아야 했던 이가 바로 한영석이었다. 특히 사령관이 떠나기 전 주었던 임무와 며칠 후 사령관에게 올려야 하는 보고서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속이 쓰린 그였다.
"젠장!! 야근수당이 월급보다 많아지겠군..."
하루종일보고 있던 보고서를 잠시 내려놓은 그는 피곤한 눈을 비비며 아침햇살이 비친 창가로 눈을 돌렸다. 자신을 믿어준 사령관이 고맙기는 했지만 이건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다. 더욱이 기지를 떠난 사령관이 걱정되는 심리적인 부담감도 그를 지치게 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 만약 사령관이 죽는다면 자신의 이런 노력은 한줌의 연기로 화하게 되는 것이다. 아니 자신의 노력이 중요한 것이 아닌 수백 만 명의 꿈이 날아가는 것이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령관인 진 모르게 10대의 흑랑을 보낸 그였다, 먼저 출발한 3대의 흑랑이 전송해준 정보로 모습을 숨기며 사령관의 목숨이 위협 당한다는 판단 하에 움직이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는 흑랑은 그가 믿고 있는 안전장치중의 하나였다.
"모처럼 힘을 움직일 수 있는 자리에 앉았으니 만약을 위하여 또 하나의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는 스스로 일거리를 만드는 것을 모르는지 골몰하였다. 자신뿐만 아니라 들리는 정보로는 생물연구소에서도 자신들의 물주(?)인 사령관께 보호장치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모자라느니 차라리 과한 것이 낫다는 이상한 사고방식을 가진 그는 다시 생각에 잠기기 시작하였다. 그사이 그가 보고 있던 전자 판에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보고서들이 서서히 쌓여가고 있었다. 그는 오늘도 밤을 세어야 할 것이다.
◆
"저기가 바로 파이스왕국의 최북단인 푸치린 남작이라는 이가 다스리는 영지이지"
일행은 더 이상 잠을 자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밤을 세워서 길을 걸었다. 그래서 일행은 오후쯤에서나 도착할 것으로 예상한 지점을 아침이슬을 맞이하며 볼수 있었다. 안내자라 붙여준 세이시나가 가리키는 곳은 토성(土城)으로 주위를 둘러 쌓여 있는 조그마한 도시...라기 보다 좀 큰 마을이었다. 성녀라는 직업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직종이기 때문에 어정쩡한 여행자보다 많은 것을 알고있다는 관리자들의 말이 사실은 듯 그녀는 5개의 망루가 서있는 마을의 이름을 다스리는 귀족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행은 그녀의 설명에 그리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그녀는 이 일행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가 성녀라는 직업이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을 거쳤으며 그때마다 신전에서 파견한 성기사와 돈을 주고 용병들을 고용하여 여행을 떠났었다. 당연히 그 일행의 중심은 그녀였다. 그녀가 쉬고싶으면 쉬는 것이었고 배가 고프면 먹는 것이었다. 지금과 같이 걸어다니지도 않고 보기에서 화려한 마차에 타 편하게 여행하였다. 하지만 이 일행에서는 그런 그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이 일행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한 위치였다. 그녀도 나름대로 대단한 신분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저들을 함부로 하기에는, 신이 직접 자신으로 하여금 감시하라는 인물들이니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존재들인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녀의 예상으로는 정체는 알 수 없지만 하찮은 평민들이나 평범한 신분은 아닐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녀의 마음에 가장 큰 타격을 주는 것은 그들의 외모였다.
자존심에, 그녀가 성녀라는 고귀한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반말을 하지만 볼 때마다 서늘한 느낌을 주는 여자같이....아니 같은 여자인 자신이 보아도 자신보다 더 미녀로 보이는 남자나, 행동 하나 하나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품을 보았을 때 범상치 않은 신분으로 보이는 백발의 차가운 미녀... 그런 미녀가 존대를 해주는 얼굴을 괴상한 천으로 가리고 있지만 완벽한 몸매만으로도 100점을 줄 수 있는 여자.. 앞의 미녀와 뒤지지 않는, 활발한 성격에 찰랑거리는 흑발의 미소녀, 그런 소녀의 옆에 붙어있는 귀여운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차가운 성격으로 보이는 미소녀... 세상의 미인들이 다 모인 것 같은 집단이 평범하다면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었다.
원래 성녀라는 직업이 그 교단을 대표하는 직업이라 당연히 중요시되는 것이 외모였다. 물론 교단들의 관계자들의 입으로는 신성력이나 신에 대한 믿음 어쩌고 하지만 역대 성녀라는 이들의 초상화를 보았을 때 성녀의 첫 번째 선택기준은 외모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즉 세이시나의 얼굴은 최상급의 미녀라는 소리였다. 따라서 그녀는 언제가 주위의 시선을 받는 입장이었지만 눈앞의 일행들은 그녀와 비교하여 잘났으면 잘랐지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외모들을 가지고 있는지라, 그녀는 처절하게 절망하고 있는 중이었다.(참고로 키네라와 루미나는 머리 위에 있는 뿔은 입체영상을 이용하여 모습을 지운 상태입니다)
"저기가 인간(우리 인류가 아니라 이 행성의 인간을 말합니다. 우리 인류는 지구종족으로 씀)이라는 종족의 마을이라는 것인가?"
말을 마친 다음 담배를 물고 있는 진은 지금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눈앞의 두 강아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마 말은 못하고 있지만 두 눈 가득히 '가고싶어요!!'를 외치는 키네라와 루미나 덕분이었다. 관리자(신)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진은 수송선을 찾기 위한 정보 따위는 필요 없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흑랑의 탐색장치나 자기 탐지기 등을 이용하면 충분했고, 주위의 불분명한 정보 따위는 혼선을 줄뿐이었다. 한마디로 눈앞의 마을 따위에 들리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진은 둘의 시선을 피하기 위하여 담뱃재를 털면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하필 그 시선이 닿는 장소에 서있던 세르피의 얼굴을 바라보며 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의 얼굴에서도 루미나와 키네라와 같은 눈빛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자존심에 차마 말을 하지 못하지만 그녀도 눈앞에 보이는 마을을 매우 가고싶었는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하기는 황녀인 그녀가 언제 이런 미개척지를 눈으로 본적이 있겠는가!
3명의 모습에 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무시해 버려도 좋지만 너무 강압적으로 나가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었다. 한동안 붙어 지내야 하는 사이에 쓸데없는 일로 마찰을 겪는다는 것은 그것이 작은 문제일지라고 성급하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일정에 차질도 없고 죽기 전에 좋은 구경이나 하라는 심정으로 담뱃재를 털면서 진은 일행들에게 말했다.
"새벽의 일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한 일도 있고 하니, 저 마을에서 하루 쉬기로 하지."
진의 말에 평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있는 세이시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자신은 단지 표면상으로 안내인, 안으로는 감시자였지만 둘 다 이 일행의 행로에 참견할 권리가 없었다. 다른 이들이 평민이 어떻게 산다는 것을 안다면 절대로 접근하지 않았겠지만 지식을 얻은 엘프와 왕자는 둘 다 평민들과 엄청난 사이를 두고 있는 존재들이라 평민들의 삶을 알 리가 없었고 그나마 지식을 주입한 이는 진과 루미나 키네라뿐이었고 세르피와 아르는 단지 언어만을 주입했을 뿐이었다.
진을 선두로 일행은 아침햇살을 받아가며 아직 문이 열려 있지 않는 마을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아 안 써진다... 스토리는 안나가고 쓸모 없는 내용만.......\∇.∇/ 딴 곳에 제 소설을 옮기면서 한번 다시 읽어보았는데 전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 소설 앞부분 정말 엉망이더군요^^ 문맥이 맞지 않은 부분에서 어색한 스토리... 아! 이런 글을 묵묵히 읽어주신 독자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어떻게 드려야 할지...
원래 계획은 겨울방학에 리메이크를 할 예정이었지만 퍼가면서 간단하게 수정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8화까지 했나? 일단 많은 부분은 고치기 힘들지만 아마겟돈을 발사하는 장면 은 꼭 고칠 계획임^^/ 문제있음 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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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작 엉성하지만 토성으로 둘러싸여 있는 마을은 무언가로부터 지키기 위하여 만들어진 장애물들이 곳곳에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망루의 존재부터 인위적으로 숲과 마을의 중간부분에 존재하고 있는 식물들을 모조리 처리하여 마을에 다가오는 존재들의 감시를 수월하게 한 것과 돌진하는 적들을 대비하여 통나무들로 만들어 놓은 장애물들을 보았을 때 이 마을은 적들의 공격을 받고 있으며 그 적들이라는 것은 숲이 있는 방향에서 쳐들어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눈치챈 이는 진뿐이었다. 안내자인 세이시나를 뺀 나머지 일행들은 처음으로 미개척지를 눈으로 본다는 흥분에 들떠있었다.
앞장서서 걸어가는 일행들을 바라보며 진은 나직이 한숨을 쉬며 자신의 품속에 있던 '자카로바5세'를 한 자루 꺼냈다. 눈앞의 마을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세이시나는 그런 진의 모습에 긴장한 듯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직감적으로 그 쇠뭉치가 무기라는 것을 짐작하였기 때문이었다.
총을 꺼냈을 때 근처에 있던 세이시나의 몸이 긴장한 것을 느꼈지만 진은 그녀에게 관심을 끊으며 매고 있던 배낭에서 길이가 약 20cm정도의 은빛 막대기를 꺼내 '자카로바5세'의 총구에 끼워 맞추기 시작하였다. 은빛 막대기는 원래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처럼 총구와 한치의 틈도 없이 딱 맞았다. 두 부분이 정확하게 장착되었는지 확인한 진은 이어 총의 옆면에 있던 작은 단추를 눌렀다. 그러자 옆면에 장착되어 있던 탄창이 빠른 교환을 위하여 장착된 기계장치에 의하여 튀어나왔다. 진은 튀어나온 빈 탄창을 다시 배낭에 집어넣고 새로운 탄창을 깨내 장착시켰다, 그리곤 문제가 발생한 부분이 없는지 꼼꼼하기 살펴보고 총을 다시 품안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총구에 끼워 넣은 은빛막대기가 거추장스러운지 몇 번의 이동을 통하여 자리를 잡게 하였다.
진이 꺼낸 총을 다시 집어넣자 흠뻑 땀이 젖은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며 세이시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한편으로 자신의 처지가 처량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성녀라는 지위에 있던 자신이 눈치나 살피는 안내인이 되었으니.....
'신의 뜻이 아니었다면 당장 신전으로 돌아갔을 텐데'
신의 말씀을 어길 수 없는 직장을 구한 자신을 탓할 수밖에..
◆ 일행이 마을의 입구에 도착하였을 때는 마침 숲의 방향으로 만들어져, 나무를 잘라 만든 엉성한 문이 열리고 있었을 때였다.
"멈추십시오, 신분증을 보여주십시오!!"
일행이 신기한 눈빛으로 천천히 열리고 있는, 나무와 넝쿨식물로 만들어진 문을 바라보고 있을 때 마침 망루에서 내려오던 한 남자가 큰소리와 함께 창을 들며 일행의 앞에 나타났다. 나타난 남자는 레더 아머를 입고 있었으며 들고있는 창 또한 조잡한 것으로 보아 마을 자체적으로 조직된 자경단의 한사람으로 추측되었다. 재빠르게 일행의 앞에 나타난 그는 정중한 말과는 다르게 아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일행들을 쳐다보았다. 하긴 아침안개가 걷어지기도 전에 위험한 숲에서 나타난, 온몸을 망토로 뒤집어 쓴 일행이 의심스러운 것은 당연하였다. 갑작스럽게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는 남자를 바라보며 그의 입에서 말한 신분증이라는 단어에 일행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 결국 난처한 표정으로 진의 얼굴로 모여졌다. 혹시 이 행성의 마을을 구경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해서 진을 바라보는 루미나와 키네라의 얼굴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하였다. 그런 어린아이 같은 모습에 이에 진은 나지막하게 한숨을 쉰 다음 일행의 앞으로 나섰다, "신분증을 제시해 주십시오"
남자의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재촉하는 것과 동시에 남자의 큰소리를 듣고 출동했는지 같은 자경단의 일원으로 보이는 같은 형태의 레더 아머를 입은 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우물쭈물하는 일행을 원으로 둘러싸기 시작하였다.
"무례하군, 우리는 하마스 백작가의 사람들이다!"
일행을 둘러싸인 자경단 앞에 선 진은 품에서 보석과 황금으로 치장된 손바닥만한 패를 꺼내 보여주었다. 진이 꺼낸 패를 보던 자경대는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진이 꺼낸 패는 지난 엘프마을을 공격한 귀족들의 전리품중의 하나였다. 물론 발견 당시 천벌에 의해 심하게 훼손된 것을 왕자의 기억을 뒤져서 저 물건이 귀족의 상징물이라는 사실을 알아내 복원시킨 것이었다. 물론 평생 마을에만 살아가는 평민인 자경단의 사람들이 하마스 백작이란 이가 누구이고, 진이 들고있는 패가 누구의 가문의 것인지 알 리가 없었다. 단지 한눈에 패의 가치가 상당하고 눈앞의 인물이 입고있는 망토가 고급스러운 것을 보고 귀족이라 지레짐작한 것뿐이었다. 단 한명 자경단이 우두머리는 그 패에 그려진 문장을 보고 새파랗게 질렸다. 그는 그 문장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마을의 자경단를 맞고있는 호드 라고 합니다! 귀족 분이신 줄 모르고 실례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저의 마을에..."
자경대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우람한 근육에 얼굴에 흉한 상처를 가진 40대 중년의 남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자신들의 마을이 교통의 요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특산물도 없는 마을이었으니 갑작스런 대 귀족에 속한 이들의 방문이 의심스러운 것은 당연하였다. 이에 진은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망토를 젖혔다.
"우와 죽인다!!"
"허! 저런 미녀가!!"
나타난 진의 얼굴을 바라본 자경단 대원들은 그 아름다운 미모에 감탄을 연발하였다. 매일 시골 처녀들만 보던 그들이 언제 저런 미녀(?)를 보았단 말인가! 하지만 자경대 대원 중 한명은 곧 자신이 들었던 목소리가 남자 목소리인 것을 기억해내었다.
"혹..남자 분이십니까?"
끄덕.
"말도 안 돼! 저 얼굴 남자라니!!"
"아! 나의 이상형이!!"
자경단 대원들의 행동을 본 대장은 새파랗게 변하였다. 이 마을은 워낙 외지이고 몬스터의 습격에 항상 시달리는 마을이라 귀족이 이곳에 올 이유가 없었고 이 영지를 다스리는 귀족의 이름도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지금 자신들이 얼마나 무례를 저지르고 있는지도 모르고 이었다.
"죄송합니다. 저들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이런 촌구석에 귀족 분들을 본적도 없는 이들입니다.....이 병신들아, 입 닥치고 있어."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며 부하들의 무례를 사죄하는 대장은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아직도 자신의 대장이 고개를 숙이는 것에 숙덕거리던 자경단 대원들에게 죽음의 살기를 피우며 나지막하게 외쳤다.
"아! 됐다! 우리는 어떤 일을 조사하기 위하여 움직이다 돌아가는 길이네! 잠시 마을에서 휴식을 취할 뿐 다른 뜻은 없네!"
나이도 어린 녀석이 자신들이 대장에게 반말을 하자 자경단의 대원들은 불만이 있었지만 그에 반하여 진의 말에 깊은 감사와 안도의 한숨을 쉰 대장은 허리 굽혀 감사 드리며 진의 일행을 마을 안으로 들어가게 하였다.
"캬! 저 정도 미모라면 남자라도 상관없겠다"
멀어져 가는 진의 일행을 바라보며 누군가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대장의 눈빛에서 불똥이 튀기며 방금 헛소리를 한 대원의 얼굴에 강력한 일격을 선사해 주었다.
"주둥이 좀 닥쳐 이 등신들아! 방금 너희들이 한 행동은 이 마을이 몰살되어도 할말이 없는 중죄야!!"
대장의 말에 대원들은 믿어지지 않는 다는 표정이었다.
"원 대장도! 고작 그것가지고 무슨"
"맞아요, 대장! 그리고 대장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방금 일행의 덩치를 봐요, 대부분 여자나 방금 본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남자뿐인 것 같은데! 그렇게 겁이 나시면 오늘밤 침대에서 해치울까요?"
"푸하하하 맞아! 침대에서 열심히 하면 죽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네놈은 기운이 딸려 안돼!"
"푸하하하하"
음탕한 농담을 하며 웃고있는 자경대 대원들을 바라보며 대장은 현기증이 나기 시작하였다. 비록c급 몬스터 사냥 용병이여서 귀족을 만날 기회가 적었던 대장이었지만 방금 지나간 이들은 대 귀족 가문에 속한 이들이었다. 그는 대 귀족이 어떤 족속이라는 것은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귀족이라고 다 같은 귀족이 아니었다. 하마스 백작가 같은 대 귀족에 속한 이는 웬만한 남작이나 자작보다 높은 귀족들이었다. 그리고 저 멍청한 놈들은 귀족이 단지 이름만으로 살고있다고 착각하는 건가? 이런 외지에 아무런 안전장치도 준비 안하고 온단 말인가? 아마 일행 중에 대단한 이가 고용되어 있을 것이었다. 귀족들은 자신의 안전을 무엇보다도 중요시 하니까! 더군다나 저런 대 귀족의 사람들이라면 이 마을쯤 귀족 모독 죄로 쓸어버려도 누가 하나 나서는 이가 없을 것이다. 대장은 그저 조용히 넘어간 귀족 일행이 제발 딴 마음을 먹지 않도록 빌고 또 빌었다. 뒤에서 낄낄거리는 자신의 부하들을 오늘 반쯤 죽여버릴 것을 신에게 맹세하면서....
◆ "와!!"
"이런 것을 볼 수 있다니!!"
마을을 가로지르는 대로에 선 루미나와 키네라는 연신 감탄을 하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키네라와 아르도 얼굴표정을 하면서 연신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물론 세이시나와 진의 눈에는 변방에 속한 지역치고는 사람은 많은 편이었지만 정말 더럽고 시끄럽고 원시적인 주택 등, 구경은커녕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두 명을 뺀 나머지 일행은 관광이라도 나왔다고 착각하는지, 대로 옆면을 장식하고 있는 많은 상점들을 바라보며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 모습을 무심하게 쳐다본 진은 그런 그녀들을 상관하지 않고 주위에 있는 상점가를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하였다. 그리곤 곧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았는지 아침에 먹을 빵처럼 생긴 물건을 굽고있는 상점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구경하고 있던 일행들을 한번 쳐다보고 자신의 목표로 하는 곳으로 걸어갔다.
일행의 모습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 세이시나가 진의 뒤를 따라나섰다. 진은 자신의 뒤를 세이시나가 따라온다는 것을 알았지만 별 상관이 없는 듯 그저 자신의 길을 걸어갈 뿐이었다.
어차피 조금 큰 마을이라 상점가는 대부분 한곳에 모여있었고 따라서 일행이 구경하고 있는 상점가와 진이 들어간 상점은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진은 한 상점 앞에 서서 주저 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 진의 뒤를 따르던 세이시나는 진이 들어간 상점의 간판을 확인하였다.
"응? 보석상에는 왜..."
세이시나는 보석상의 문을 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변방에 보석상이 있는 것은 그리 귀한 일은 아니었다. 보석이라는 것은 대륙 공통화폐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널리 이용되고 있었다. 보석은 금화나 은화에 비하여 은밀하게 숨길 수 있으며 보관이 편하고 국경을 넘어도 환전이 필요 없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물건이었다. 물론 정확한 가격을 위하여 보석을 다루는 보석상 길드는 보석의 종류와 질. 크기 등등으로 등급을 미리 정하여 가격을 명시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름 있는 보석이 아닌 평범한 물건이라면 보석을 샀을 때와 팔 때의 차이가 조금밖에 없었기 때문에(물론 보석상에서 일부 떼어먹고는 있지만 많은 양은 아니므로 묵인되고 있다) 대량의 물건을 거래하는 상인들 사이에서 쓰이던 것이 이제는 돈 많은 평민들까지 이용하기 되어 이제는 이런 변방의 마을까지 보석상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럼 그가 이곳에 들어온 이유는 보석 때문이라는 것인데...'
"아니! 이런 최상급 품질의 다이아몬드가!!"
상점에 들어서는 것과 동시에 갑작스럽게 들리는 느끼한 목소리에 세이시나는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서는 진이 서 있었으며 진 앞에는 느끼하면서도 뚱뚱한 남자가 한 보석을 움켜쥐고 감탄하고 있었다.
"이런 커팅이라니!!! 완벽해! 완벽한 세공이야!! 완벽해! 빛깔! 투명도!! 크기가 작은 것이 흠이지만 이 정도면 절대로 이름 없는 보석이 아니야!!!"
세이시나는 감탄과 탐욕으로 물들은 눈빛으로 보석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다행이 그녀의 눈빛은 얼굴을 가린 망토의 덕분에 뚱뚱한 남자에게까지 도달하지는 못하였다.
"정말 팔 생각이요!"
끄덕 "이 정도 물건이라면 당연히 화폐 따위가 아닌 보석으로 취급해야겠군요..음 .....200골드 어떠십니까?"
"말도 안 돼!!"
진의 뒤에서 보석을 구경하고 있던 세이시나가 남자의 말에 화를 내었다. 방금 진이 내놓은 다이아몬드는 그 크기만으로도 화폐의 가치로 50골드는 충분하였다. 그런데 화폐가 아닌 보석으로 취급하면서 고작 200골드? 더군다나 그녀가 성녀로 있을 때 많은 귀족을 만났고 그에 따라 많은 보석을 보았지만 비록 손톱만 하지만 완벽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아름다운 세공을 한 보석은 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고작 200골드??
"알겠소. 그렇게 하지!"
"이봐!!"
"이거 감사합니다!!"
진의 말에 세이시나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고 남자는 그 몸집에서 어떻게 저런 속도가 나올까? 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헐레벌떡 달려나가 잠시 후 가죽 주머니 하나를 가져와 진에게 던지다시피 건네주고, 혹시 다시 돌려달라는 말이 나올까 걱정이 되었던 모양인지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뚱뚱한 남자는 보석상에 들어온 진의 행동을 바라보며 이런 장소에 들어온 모습이 초보라는 것을 직감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러본 액수였다. 물론 흥정을 하여 600골드까지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승낙하다니!!
"무...무슨 짓이야!! 그 정도 보석이라면 1000골드가 넘을지도 모르는데 고작 200골드라니, 경험이 없다면 최소한 나에게 물어보기라도 해야할 것 아니야!!"
"받아라!"
방금 판 보석이 아까운 모양인지 성녀라는 직업에 종사한 사람답지 않게 주인이 사라진 보석상에서 끈질기게 따지는 세이시나였다, 그런 그녀가 귀찮은지 진은 무표정으로 그의 배낭에 허술하게 달려있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그녀에게 던져주었다. 그 물건을 무의식으로 받은 세이시나는 자신의 손에 놓여진 물건이 방금 판 보석과 비교도 할 수 없는 크기인, 타원형인 오벌컷으로 커팅된 붉은 빛이 감도는 다이아몬드인 것을 확인하였다.
"화!! 굉장,,, 그런데 왜 이걸?"
"가지고 싶으면 가져라"
마치 작인 조약돌을 주며 '너 가져'라는 말투의 진을 바라보며 세이시나는 황당함에 말을 잊었다. 길이만도 엄지손가락 만한 길이에 세공 또한 전문가가 아닌 그녀가 보아도 완벽이라는 탄성이 나올 보석을 자신에게 준다??
"너...미쳤지?"
"응?"
"그래! 미친 거야!! 신의 사자께 칼을 들이밀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아! 나는 왜 이렇게 운이 없지!! 이 정도 보석이 어느 정도의 가지를 가지고 있는지 알기나 해!? 작은 성 하나는 사고도 남는 보석을 나에게 준다고?? 너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지? 하지만 난 이 보석을 준다고 해도 네 말,,,,,,"
진이 던져 준, 보석에 당황한 나머지 이제는 스스로 소설까지 쓰고 있던 세이시나는 자신의 이마에 머물러있는 쇠뭉치를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무례는 용서하지 않는다! 그리고 너희에게는 이 보석이 굉장한 값어치가 있을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쓰레기와 다름이 없다! 그러니 제발 입 좀 닥쳐줄 수 있겠나?"
나는 보석이 많으니 보석상의 거래에 대해서는 그만 입 좀 다물어! 라는 의미로 던져준 보석을 가지고 망상에 빠진 세이시나의 모습에 짜증이 나 으르렁거리는 진의 마지막 말은 부탁이었지만 대답여하여 따라 강제적 수단을 사용할 것이다 라는 것을 누구보다 세이시나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진의 말에 진실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진짜 줄 꺼야?"
역시 그녀도 보석의 마력에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성녀라는 직업은 풍족하게 생활하지만 보석을 가질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성녀는 암묵적으로 보석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신전에서 보석을 같다 바치는 이들이 있을 리 없고, 따라서 그녀가 소유하고 있는 보석은 신전 예산을 모르게 빼돌려 산 몇까지 이름 없는 보석이 다였다.
피식 진은 마치 '사탕 먹어도 돼?'라는 어린아이 같은 눈빛으로 쳐다보는 세이시나에게 손을 휘저어 주고, 받았던 금화 주머니를 품속에 집어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상점 문을 나섰다. 진의 모습에 허락을 받았다고 생각한 세이시나는 자신이 처음으로 가지는 진짜 보석을 재빠르게 망토 안의 작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진의 입장에서는 보석 따위는 한줌의 가치도 없었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점점 보석의 가치는 떨어져 이제는 방금 세이시나에게 준, 그 정도의 보석이 길가에 굴러다녀도 누구하나 집어 가는 사림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저 왕자의 기억을 헤집어 놓았을 때 보석이 화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 자신의 집무실에 있던 화분의 흙을 보이지 않게 장식으로 깔아놓은 보석을 몇 개 가져온 것이었다.
일단 이 지역의 화폐를 얻는 목적을 달성한 진은 대로가 보이는 밖으로 나왔다. 진의 뒤에는 어지간히 기분이 좋은지 세이시나가 싱글거리며 뒤따라 나왔다. 방금 전까지 보였던 적대감 따위는 어디에도 보이 않았다.
밖으로 다시 나온 진은 보석상에 들어가기 전에 보았던 위치에 일행들이 보이지 않자 주위를 두리 번 거리며 일행의 모습을 찾아보았다.
-_-+
으흐흐흐흐 ...............................
문제 있음 리플..
=+=+=+=+=+=+=+=+=+=+=+=+=+=+=+=+=+=+=+=+=+=+NovelExtra([email protected])=+=
[외전] 그들만의 전쟁 늦어서 죄송합니다. 큭! 이 말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이제는 인사말같이 되는군요... 어서 빨리 방학이 되어야 하는데....이번에는 사죄의 의미로 오늘은연참을...
100회당!!! 와! 와! 와! 아우우우우우우.........우??? 음음....^^ 이번 편은 외전 중에 그녀의 일기장 그 다음 시간대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외전이냐? 라는 의문이 들 분들이 계실 것인데 그 이유는!!! 하하하 100회 특집입니다!!! 하하하하하하(퍽!!).........
.......사실은 설정집을 잃어버렸습니다. ㅜ,ㅜ 그래서 복구하는데 꽤 시간이 걸리더군요...
아마 일요일쯤 복구가 돼서.. 그때까지 미루기도 뭐하고 해서 준비중인 외전을 올립니다. 참고로 외전은 3개가 준비되어 있으며 1부는 진의 과거 무림시대이야기, 2부는 지금 하고 있는 나기와의 전쟁, 3부는 나기와 데라 전쟁 사이에 있었던 겁대가리를 상실한 소수종족(?)과의 전쟁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2부는 총 4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제 2편 남았네요^^ 아! 그런데 제 소설은 본 내용보다 외전이 낫다는 의견을 들었습니다...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