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7화 (37/49)

 혼돈의 시작 "..당신이었군!"

처음 사건의 현장에 도착한 이들은 눈앞에 벌어져 있는 모습에 할말을 잊은 듯 한동안 말없이 주위를 바라만 보았다.그리곤 마을 입구에서 만난 호드란 이름의 자경대의 대장이 진을 바라보며 쥐어짜듯 말했다. 평온하던 마을에 눈앞의 이방인이 등장한 후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이제 죽을 시간만 기다라고 있었으니....그의 심정도 이해가 되는 바였다.

"어머니!!!"

호드의 뒤에서는 진의 손아귀에서 반 죽어있는 상점주인의 아들로 보이는 이가 울부짖고 있었다. 하지만 섣부른 행동에 그녀가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선 호드는 부하들에게 자신의 어머니에게 달려가려는 그를 붙잡게 하였다. 분노에 휩싸인 그라면 일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는진의 성격을 모르지만 그의 선택은 적절했다. 뭐 한순간이지만....

모여든 자경대 대원들과 농기구들을 들고있던 사람들은 진의 일행을 중심으로 원의 형태로 둘러쌓았다. 그런 후 진의 일행이 도망갈 길을 차단했다는 생각을 한 호드는 자신을 쳐다보는 진의 무심한 표정을 무시하며 남아있는 부하들을 시켜 뒤에 있던 산산 조각난 시체을를 회수하도록 하였다. 그의 뒤에서 농기구를 들고 따라왔던 마을 청년이 그가 방앗간의 둘째아들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 시체가 누구인지 알아내자 호드는 끓어오르는 분노의 와중에서도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는 몇 년 전에 부모와 형을 잃은 고아였기 때문이었다.

대충 주위가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고 판단한 호드는 직접적인 문제의 중심인 진을 바라보았다. 진은 수십 명의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있는 와중에서 보통 사람들처럼 겁에 질려 있지도 않았고 그의 손아귀에는 여전히 상점주인이 잡혀있었다. 그런 진의 모습에 오만한 귀족의 모습을 보았던 호드는 분노로 떨리는 목소리로 진에게 물었다.

"..무슨 짓입니까?!!"

"응?.... 아! 자네는 마을 입구에서 만난 이였군...무슨 일인가?"

'당신 때문이잖아!!'

호드는 진의 말에 끓어오르는 분노는 참으며 진의 손아귀에 잡혀있는 이를 가리켰다.

"으드득...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그 여자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런 잔인한 짓을 하시는 것입니까? 당신이 죽인 청년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죽이신 것입니까? 귀족이라고 해도 당신이 하신 일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호드의 위협과 주위사람들로부터 루미나와 키네라가 위험을 느꼈는지 품속에서 레일건을 꺼내는 것을 손을 들어 제지하며 진은 그에게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주었다.

"이런 이런.. 나를 너무 살인귀로 몰아가는 것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잔인하다라... 죽은 녀석은 나에게 협박을 했기 때문이라네, 그리고 난 이 여자가 돈을 좋아하는 것 같아 내 조금 보태주었을 뿐인데 그런 식으로 몰아가면 쓰나... 뭐 원한가면 가져가게"

진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있는 상점주인의 멱살을 잡아들어 올렸다. 진이 거칠게 다루어 찢어진 옷 사이로 그녀의 가슴이 보였지만 이 장소에 있었던 이들 중 그 모습을 보고 욕정이 솟아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니 그런 그녀의 모습이 오히려 그녀를 측은하게 만들었고 그 감정은 진에 대한 증오로 이어졌다.

몸이 움직여지자 몸 속에 박혀있는 금화가 신경을 건드려 끔직한 고통에 휩싸인 상점주인은 미약하게 저항하였지만 진이 그런 것에 상관할 이는 당연히 아니었다. 진은 연약하게 보이는 몸과는 다르게 쉽게 그녀를 들어올려 거의 10m의 이상을 날려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자경대의 중앙, 호드가 있는 앞으로 던졌다.

"털썩.."

"크아으으으으"

"어머니!!"

말리던 대원들이 인질을 자신들에게 던져버리는 진의 모습에 넋이 나가 있을 때 자신을 붙잡고 있던 힘이 약해지자 상점주인의 아들로 보이는 대원이 자신의 어머니가 마치 짐짝처럼 던져진 모습에 어머니를 외치며 호드의 앞으로 나서 그녀를 안았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몸은 망가질 때로 망가져 아들의 손길이 닿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고통에 휩싸이는 듯 금화로 가득한 입 사이로 신음소리가 미약하게 울려 퍼졌다. 자신의 어머니가 느끼고 있는 고통에 자식으로 보이는 그 대원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렀다. 그 모습을 보던 다른 대원들도 자신들의 동료의 가족이 당하는 고통에 침울함을 느꼈다.

하지만 항상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이가 있기 마련... 그런 그들에게 진은 결정타를 먹였다.

"아! 감사는 필요 없이! 과일값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팁으로 가지게! 아마 금화가 60개 이상은 들어간 것 같던데... 음, 몸집이 커서 그런지 금화가 많이 소비되더군...그것도 복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엉망진창이 되어 있는 자신의 어머니를 끌어안고 있던 그 청년을 보이는 대원이 고개를 들어 진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이미 이성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눈은 광기로 미쳐버린 짐승의 눈이었다. 그는 조심스레 자신의 어머니를 뒤에 있던 자신의 동료들에게 부탁하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을 보던 호드는 한숨을 쉬었다. 머리로는 자신의 부하를 말리라고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지만 마음은 그 이성을 능가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눈앞의 인물을 죽이고 싶다! 평민을 장난감처럼 생각하는 저 귀족을 죽이고 싶다.

"죽어버려 개자식아!!"

호드가 어찌할 틈도 없이 부모의 모습에 반 미쳐버린 그 대원은 들고있는 창을 들며 미친 듯이 돌진하였다. 목표는 진...

역시 인간이 인간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분노라는 것을 알 수 있듯이 그 대원이 들고 있는 창은 순식간에 진의 미간으로 다가왔다. 낡고 녹이 슬어있는 창의 날이었지만 그 날에 찔린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는 것쯤은 바보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급박한 주위 상황과는 다르게 느긋한 표정을 짖고 있던 진은 자신의 미간으로 날아오는 창을 바라보며 조용히 왼손을 들어 안쪽을 향하여 원을 그렸다. 무시무시한 원한의 힘을 담은 그 창의 날이 자신의 미간으로 다가오는 순간 원을 그리던 진의 왼손도 동시에 도착하였다. 그리곤 왼손의 손등을 이용하여 손목의 힘으로 가볍게 그 창날을 퉁겨냈다.

있는 힘껏 달려들던 그 대원은 갑작스럽게 벗어난 창의 방향에 순간 자세가 흐트러졌다. 뭐 진의 실력이라면 그가 자세가 올바르던 올바르지 않던 충분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어진 기회를 놓칠 정도로 마음씨 놓은 진은 절대 아니었다.

그 대원의 몸의 자세가 흐트러진 순간 진의 몸은 이미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어차피 진과 그 대원과의 거리는 한걸음에 불과했다. 거기에다 자신을 향하여 달려오고 있지 않은가?

진의 몸놀림은 그 대원의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눈앞에 자신의 창에 질려 죽어버릴 것 같던 이가 가볍게 자신의 창을 퉁겨내는 것과 동시에 눈앞에 무언가가 덮치는 느낌이 들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이미 그의 정신은 이승을 떠났다.

"퍽"

마치 수박 터지는 소리가 인간의 머리에서 들렸다.

진은 달리는 속도와 적의 달려드는 속도를 이용하여 목표물이 반응하기도 전에 왼손을 이용하여 그의 머리를 잡아 꺾었다. 그리곤 꺾여진 몸이 땅에 처지기도 전에 쥐고있던 손아귀에 힘을 주어 박살을 내버린 것이었다.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호드는 그 모습을 보면서 경악하였다.

인간의 머리라는 것은 저렇게 쉽게 부셔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대륙의 최강자 집단이라 할 수 있는 소드 마스터들이라는 인간들도 불가능할 것이었다. 단순히 머리를 박살내는 것은 C급 몬스터 사냥 용병인 그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완벽한 밀착 상태에서 단순한 손아귀의 힘만으로 두개골을 부셔버리다니!!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니 부셔버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조각난 뼈 조각은 하나 하나가 날카로운 흉기가 되어 움켜주니 손아귀는 피투성이가 됐어야 했다. 하지만 떨어져 있는 시체의 옷 조각에 묻어있는 피를 닦아내는 눈앞의 인물의 손에는 어떠한 상처도 없었다.

무서웠다. 눈앞의 인물은 보통 이가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그가 검사 던, 마법사 던, 마법 아이템을 이용하던, 조금전의 한 수로 자신들은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한순간에 알 수 있었다.

호드와는 실력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지만 주위에 있는 다른 이들이라고 해도 호드와 다를 바 없었다. 그들도 대규모는 아니더라도 가끔 길을 잃고 숲에서 빠져나오는 몬스터와 싸움을 해보아서 알지만 저런 식으로 생명을 죽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었다. 생물의 뼈라는 것이 그리 만만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보통 실력과 보통 칼로는 오크의 팔 하나 자르기 어려웠다. 그런데 저자는....

호드가 진을 두려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처럼 자경대의 대원들도 슬슬 뒷걸음쳤다. 왜 자신이 저런 자와 싸워야한단 말인가? 세이시나가 걱정한 것처럼 보통 이런 때는 분노에 돌진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런 경우는 무차별로 마을 사람들을 죽였을 때였다.

어느 누가 미쳤다고 죽을 자리라는 것을 잘 알면서 자신의 가족도 아닌 이의 복수를 외치며 덤빈다는 것인가? 저자는 자신의 가족을 건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죽은 자와 이어진 이는 이 마을에 없었다. 양심이 조금 걸렸지만 이제 저자가 아무 일 없이 이 마을을 떠나면 되는 것이었다.

루미나는 주위 사람들의 분위기가 바뀐 것에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곧 죽일 것 같은 살벌한 모습에게 갑자기 겁에 질린 모습으로 변해버렸지 않은가? 그런 불안한 대치상황이 계속되는 주위의 모습과는 상관없이 진은 피와 뇌수로 범벅이 된 자신의 왼손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의수의 성능도 점점 높여져만 갔고 이제는 복제를 통하여 본래의 모습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단계까지 와있었지만 진은 자신의 이 기계의수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방금과 같이 사람의 단단한 두개골도 단번에 박살내지 않았던가!

"무..무슨 짓이야!!!"

만족감에 기분 좋은 표정을 짖고 있던 진의 옆에서 세이시나가 소리를 질렀다.

"응? 무슨 짓이라니?"

정말 알 수 없다는 진의 말투에 세이시나는 속에게 불이 날 지경이었다. 아무리 그녀가 교단의 얼굴마담이라도 해서 그녀의 신앙심이 약한 것은 아니었다. 비록 신전의 공금을 횡령하여 보석을 사는 등 조그마한(?) 죄를 저지르는 그녀였지만 어렸을 때부터 라프미라(신계명 환, 물의 신)를 모시는 라도우 교단의 성녀로 길러졌으니 조기교육의 무서움을 생각할 때 그녀의 신에 대한 존경심은 광적이었다. 그래도 신이라고 자신들의 신도들에게 공통적으로 내리는 가르침에 자비와 사랑은 빠지지 않는 항목이었다. 그러니 세이시나가 보기에는 진의 행동은 그 가르침과 동떨어진 것... 당연히 반발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왜!! 왜 저들을 죽인 거야! !!당신은 자비심이라는 단어를 알고 나 있어? 아니 당신이 뭐라고 그들을 죽이는 거야!!"

진은 거의 다 펴 가는 담배연기를 아깝다는 듯 폐 한가득 들여 마시고 있을 때 그녀의 질문을 듣자 무척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한참을 웃어대었다. 마치 그 모습이 자신을 비웃는 듯한 인상을 받은 세이시나는 붉어진 얼굴로 화를 내려 하였다. 하지만 그전에 진의 입이 열었다.

"자비라...그래그래... 생명체라면 자비를 베풀 줄 알아야 하는 법이지"

진의 대답에 세이시나의 얼굴을 밝아졌다. 이미 3구의(이미 세이시나의 판단으로 상점주인은 신성력으로도 치료불가능 하였다. 상처를 치료하기 위하여 몸 속에 들어있는 금화를 제거해야 하는데 제거하려는 순간 죽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시체가 발생했지만 어차피 죽은 자..... 그것보다 자신의 가르침을 진이 받아들였다고 착각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그녀도 죽은 자와 상관없는 타인이었던 것이다.

"자비라는 것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지!"

진은 품속에서 총을 꺼낸 후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상점주인의 머리를 겨냥했다. 그리곤 주위사람들이 그의 모습에 반응하기도 전에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탄환은 접촉하는 즉시 진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의 피부 부근에서 폭발해 버렸다. 그와 동시에 마치 장난감처럼 상점주인의 몸이 주위에 피와 살점을 날라며 사방으로 산산 조각나 버렸다.

문제는 동시에 그녀 몸 속에 들어있던 금화가 마치 파편처럼 변하여 진이 총을 쏜 방향의 반대방향, 즉 호드가 있는 방향으로 쏘아져 나간 것이었다. 탄환은 유탄이라 하지만 폭열 수류탄과 같은 폭발성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그리 파편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폭발에 조각난 금화들은 날카로운 면을 만들어내며 근처에 있던 사람들을 감싸안았다.(음..이 부분은 문제가 많은데.. 참고로 파편수류탄의 유효 살상 범위가 15m라네요. 시체와 진과의 거리는 약10m정도 되고 진의 탄환이 폭열 수류탄이나 파편수류탄 정도의 파괴력은 없으니 진이 있는 장소는 안전하다...랄까요? 마이트레야님이 좋은 아이디어를 주셨는데 그것은 나중을 위해 쓰렵니다^^)

"어떠한가? 죽어 가는 자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것도 자비라고 할 수 있지! 으하하하하하하 "

한순간에 사람들은 피투성이가 되고 조각난 시체의 덕분에 아수라장이 된 거리를 보면서 진은 시원하게 웃었다. 마치 상쾌하다는 듯이.... 그런 그를 보면서 세이시나는 한순간 말을 잊었다. 진의 뒤에 있던 일행도 진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사람의 평온한(?) 죽음을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 것이었다. 일행이야 어차피 자신들의 종족이 아닌 자신들과 상관없는 종족이니 진의 행동이 좀 심하다는 생각뿐이었지만 세이시나는 아니었다.

"그리고 왜 죽였냐고 했지? 주제도 모르고 나에게 덤빈 그들이 잘못이지! 그들은 나를 건들었다. 나는 힘있는 자! 그들은 힘없는 자! 그렇다면 결과는 뻔한 것 아닌가?""

세이시나르 바라보며 진이 비웃자 그녀의 얼굴은 분노로 붉게 물들었다.

"이!! 이!!"

진의 장난 같은 대답에 드디어 참지 못한 세이시나는 진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조소뿐이었다.

"그까지 것으로 흥분하다니.... 자네는 한숨 푹 쉬는 쪽이 좋을 것 같군.."

진은 그녀에게 돌진해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의 목덜미를 수도로 내리쳤다. 무척 흥분한 상태에서 일격을 얻어맞은 세이시나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버렸다. 그 모습에 아직도 사태파악을 하지 못한 일행을 뒤로하고 진은 쓰러진 세이시나를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1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눈을 뜬 진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아름다운 미소가 나타났다. 그리곤 "으드득.."

진이 다리를 들어 쓰러진 세이시나의 등을 밝아버렸다. 그 고통에 정신을 잃어버린 와중에도 미약한 신음소리가 고통스러운 표정의 얼굴에서 흘러나왔다.

"내가 왜 저들을 죽였는지 정말 몰랐단 말인가? 바로 너 때문이었다. 이 머저리야"

진은 관리자란 놈들이 어수룩하게 보이던 세이시나만을 감시자라 자신의 옆에 두었을 때부터 의심하고 있었다. 그들이 사라진 다음에도 느껴지는 시선이 그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실험 삼아 자연스럽게 그녀를 기절시키려고 그녀 앞에서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여버린 것이었다. 뭐 상점주인의 자신의 뺨을 때릴 때부터 좀 돌았었지만....

하지만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그들은 그녀의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들이 참견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일을 도모하는 것이 좀 어려웠지만 그동안 그의 신경을 긁어대던 시선 하나의 위치가 들어 나게 한 것만으로도 만족한 진이었다.

"아! 기분 좋군... 이봐! 이제 그만 내려오는 것이 어떠한가?"

한동안 쓰러진 세이시나를 바라보고 있던 진은 그녀를 루미나와 키네라에게 전해준 다음 허공을 항하며 말하였다. 막 세이시나를 이동시키려던 일행이 그런 진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허공에 누가 있다고 대답을 한단 말인가?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목소리가 들렸다.

"이런 이런... 숨긴 다도 숨긴 것이었는데 단번에 알아차리다니.. 수천 년만인가? 레드의 케이라이드에게 들었을 땐 믿어지지 않았는데"

목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망토를 입은 남자가 내려왔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이는 진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가 등장하는 순간 고통에 신음하던 사람들도,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며 당황해하던 사람들도, 그리고 진의 일행들도 예외 없이 기절하듯이 쓰러져 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럽게 사람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아도 진은 그저 무감각한 표정으로 담배꽁초를 아무렇게나 버린 다음 담배를 꺼내 물었다.

"...네 녀석은 누구인데 상공에서 계속 감시하는 것이지?"

진의 말에 드디어 지면에 닿은 남자는 우아한 동작으로 예를 취하였다 "난 이 나라 파이스 왕국의 후작, 뭐 인간들에게는 헌트 후작이라 불리고 있지, 또 다른 신분으로는 골드드래곤 오르비아스란 가죽을 뒤집어 쓴 이방인이지... 잘 왔다!! 이 빌어먹을 대지에 온 것을 축하한다네... 나의 형제, 제물로 선택된 불쌍한 이여..."

 진... 아무리 봐도 네가 악당이잖아!!! 너야말로 자주 소설에 나오는 전형적인 악덕 귀족 같다.

아! 그리고 제물이란 단어를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라나??

음.....................

좀 늦었습니다. 요즘 앞부분을 수정하느라...뭐 크게 수정하는 것은 아니고 내용이나 문맥에 맞지 않는 부분이나 오타 등을 수정하는데 이것도 만만치 않더군요.

 요즘 왜이라 글이 잘 안 써져지는지... ㅜ.ㅜ 문제 있음 리플...

=+=+=+=+=+=+=+=+=+=+=+=+=+=+=+=+=+=+=+=+=+=+NovelExtra([email protected])=+=

 혼돈의 시작 주위 사람들이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인물의 등장과 함께 괴현상으로 쓰러져갔지만 진은 그런 주위의 모습에 별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마을 사람들이야 죽던지 말던지 상관할 그가 아니었고 가까이에 있던 일행은 숨을 쉬는 것을 확인하였으니 진의 관심은 눈앞의 인물에게 집중되었다. 한순간에 사람들의 정신을 잃게 하는 수법은 조금 관심을 끌었지만 어디까지나 조금이었다.

"재미있군.. 드래곤이라..."

눈앞의 인물을 바라보는 진의 얼굴에는 다소 짜증 섞인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그가 이행성에 착륙하여 뭐 때문에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단 말인가? 몇 가지의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 중요한 하나는 바로 다른 세력의 접근을 위한 것이었다. 자신의 일행중의 한 명인 세이시나는 그가 만난 관리자란 놈들이 앞세운 꼭두각시였으니 다른 세력, 즉 관리자란 놈들이 하늘의 방패를 들먹이며 이야기한 자칭 어둠의 신들을 끌어들이려 한 것이었다.

그것을 목표로 지금까지 눈에 띄는 행동을 했고 또한 한동안 주위를 들쑤셔야 할 것으로 예상한 진이었다. 그런데 들어간 마을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고 그 시선이 인간이라 볼 수 없어 처음에는 예상이 적중한 줄 알았지만... 갑자기 드래곤이라니....

낚시할 때 월척인줄 알고 기분 좋게 낚아 올렸는데 송사리를 잡은 기분이랄까? 오르비아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러니 진은 자신의 눈앞에서 싱글거리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진 후 어쩔 수 없지만 드래곤도 무시하지 못할 종족, 진은 그가 자신이 드래곤이라 말하자 검색에 들어갔다. 하지만 진이 검색한 것은 드래곤이라는 단어뿐이었다.

어차피 인간의 지위는 진의 관심 밖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죽여버릴 수 있는 벌레가 높은 자리에 있던 노예의 위치에 있던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존재가 진이었다. 만약 좀더 관심을 가졌으면 헌트 후작이라는 인물에 관한 정보를 왕자에서 추출한 정보를 통하여 얻을 수 있겠지만 이 행성의 원주민에 대하여 진이 가지고 있는 인식이 이 정도니....

다행이 드래곤이라는 놈들은 진도 무시할 수 없는 이들이라 어느 정도 조사한 자료를 가지고 있었다.

처음 이 드래곤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파이스의 왕자라는 놈의 뇌 속을 휘저었을 때였다. 하지만 워낙 단편적이라 연구원은 그 정보를 다시 엘프에 주입해서야 좀더 확실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조사한 내용을 지금 진은 팔짱을 끼며 생각에 잠기는 척 하며 검색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강요된 침묵 속에 오르비아스는 묵묵히 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검색을 하자마자 진은 곧 엘프와 이 나라의 왕자라는 놈의 머리에서 추출한 지식 중에서 원하는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으니... 엘프와 인간이 드래곤을 보는 차이점이 너무 커 별개의 생물을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이 아는 드래곤의 형상은 거의 비슷하였지만 가령 엘프는 드래곤을 은둔자나 초월자로 보고있는가 하면 그 왕자, 즉 인간이 생각하는 드래곤은 마법생물에 포악하고 잔인하며 보석을 좋아하는, 인간이나 유사인종으로 변신하여 유희를 즐긴다는 저 자신만 아는 욕심쟁이라 묘사되고 있었다. 특히 중요시 된 것이 마법의 창시자라는 것이었다.

'마법이라...'

마법이라는 단어를 읽자 속이 쓰려졌다.

진은 처음 이행성에 도착하여 자신의 부하가 마법이라는 수법에 죽었다는 것을 알고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었다. 하지만 수송선에 탑재한 전자뇌로 아무리 분석하게 하여도 마법이라는 것은 자료를 통하여 확실히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뿐 마나를 알 수 없었던 전자뇌로써는 이해 불가능하다는 답만을 내놓았다.

자신들에게 지식을 전수(?)한 엘프가 마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엘프의 정신세계를 보호하기 위하여 진 측은 무리한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 있었고 그래서 엘프의 관습이나 언어, 그리고 기지 주위에서 발견한 동식물들의 모습을 비추어 이름만을 알아냈을 뿐이었다. 그러니 연구 성과는 극히 저조했다. 다행이 그 다음 들어온 샘플인 왕자라는 이 행성의 원주민은 사정을 볼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적이지 않은가? 더군다나 자신의 부하를 죽은 이들의 우두머리였다. 어차피 죽을 것 남김없이, 심층지역까지 구석구석 쥐어 짜내어 버렸다. 하지만 이 인간은 도대체 뭐하고 살았는지 머릿속에 들어있는 지식이라고는 정말 한심한 수준이었다. 오죽하며 이 인간을 담당한 연구원이 다른 원시생물과 뇌가 바뀌었는지 몇 번에 걸쳐 제조사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였다.

어찌하였든 할 수 없이 간신히 끌어 모은 왕자라는 인간에게 얻어진 단편적인 자료를 엘프에게 주입하려 하였지만 만들어진 환경에 마나가 있을 리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런 저런 문제로 대처방법만을 생각하였을 뿐 이제는 포기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눈앞의 생물은 인간의 모습이지만 마법의 창시자라는 드래곤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젠장 이미 포기했는데 이제 와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처음의 검색과는 다르게 엉뚱한 곳으로 간 정신을 다잡는 진이었다.

"놀라지 않는군?"

드래곤이라고 자신의 정체를 밝혔지만 눈앞의 인간은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생각에 잠겨있자 한동안 기다린 그였지만 생각에서 깨어난 진은 여전히 '그런데 어찌 라고?'라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당황한 것은 오르비아스였다.

"아! 자네는 드래곤이라는 것을 알리 없겠군. 잠시 기다리게! 진정한 모습을 보여 줄 테니!"

진의 생각을 자신 멋대로 추측한 그는 다시 허공으로 떠올랐다. 어차피 이런 변방에 다른 이의 눈을 생각할 필요도 없었고 미심쩍은 이들은 자신의 마법으로 잠재워 버려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오르비아스는 자신이 드래곤이란 것을 확인시키는 것과 앞으로 자신의 동료가 될 테니 기선제압을 하기 위하여 몸에 걸어 두었던 마법인 폴리모프를 풀어버렸다. 그러자 진은 알 수 없었지만 마법사가 보았다면 기절할 정도로 엄청난 마나의 회오리가 그의 몸 주위로 회전하기 시작하였다, 그와 함께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와 그의 몸을 삼켜버렸다.

갑자기 뿜어져 나오는 빛의 영향으로 고개를 숙인 진은 잠시 후 이전까지 없었던 자신, 아니 마을을 뒤덮는 거대한 그림자가 만들어 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간신히 시력을 회복한 진이 하늘을 보았을 때 온 하늘을 침범하는 거대한 생물을 볼 수 있었다.

온몸이 두터운 비늘로 뒤덮여져 있던 그 생물은 뿔 달린 짐승의 얼굴에 길다란 목, 튼튼하게 생긴 뒷다리와 그에 못잖은 앞다리는 그 거대한 몸집을 지탱하기에 충분하게 보였다. 뒤에 나있는 꼬리의 경우 머리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인지 굉장한 길이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눈에 띄는 것은 눈짐작만으로도 150m정도의 몸길이를 능가하는 피막으로 되어있는 거대한 날개였다.

진화 상으로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그 거대한 생물의 시선이 지상에 있는 진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어떠한가! 이것이 바로 드래곤의 참모습이지!-

웅장한 그 목소리 그 사이로 은은한 드래곤 피어가 울려 퍼졌다. 드래곤 피어 라는 것은 듣는 이로 하여금 원초적인 공포심을 유발하는 음파의 일종이었다, 하지만 진이 웬만한 인간이 아니지 않은가?

본체인 드래곤으로 돌아간 오르비아스가 내뿜는 피어에 진은 그 거대한 몸체를 무표정한 모습으로 쳐다보았다. 진은 눈앞의 괴현상을 보고도 전혀 감흥이 없었다.

마법을 포기하면서도 느꼈지만 이 세상은 과학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었다.

가까운 예로 진의 부하 중 하나인 박태선이라는 노인의 부적술 또한 과학으로 입증되지 않는 것 중의 하나였고 만마전도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아니 진 스스로 과학으로 입증되지 않는 존재가 아니었던가? 나아가 이 행성의 대부분은 자신들의 과학으로 설명이 되지 않았다. 가상 시뮬레이션에서 초장거리 미사일인 '화염'을 완벽하게 방어하는 것으로 나온 수수께끼의 방어막인 하늘의 방패부터 시작하여 거리가 멀어질수록 이상할 정도로 통신기기들의 불통.. 생명체가 가지는 한계를 넘은 성령을 가진 이 행성의 관리자란 이들.... 모든 것이 이제까지의 학설을 뛰어넘은 일들뿐이었다.

때문에 인간이 거대한 파충류로 변하는 모습에 그리 놀라운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인간이 장갑보병을 태워 죽일 화력을 만들어 내는 것을 직접 녹화된 영상으로 본 후 이 세계의 괴현상을 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 진이었다. 그러니 평소km단위의 거대한 물체만을 보고 온 진으로써는 눈앞의 생물이 거대하다는 인상보다는 신기한 모습이라는 생각뿐이었다.

한마디로 진은 지상에 관심을 끊은 상태였다. 인간이 괴물로 변하든 사람의 손에서 불덩이를 만들어 내든, 어차피 지상의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빠른 시일 내에 장난감처럼 자신을 가지고 놀았던 존재를 쓸어버리고 본래의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라 다짐한 그였다.

 하늘에서 진을 바라보며 일단 기선제압이라는 오르비아스의 의도와는 다르게 진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드래곤인 자신을 바라보며 겁에 질린 얼굴로 부들부들 떨 것이라 예상을 한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진을 바라보며 오르비아스는 궁금한 마음에 자신을 무시하는 그를 묵묵히 관찰하였다. 그리곤 잠시 후 진의 행동에 황당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허공에 드래곤이라는 존재가 있던지 말던지 관심 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진은 주위에 널려있는 사람들 중 피가 적게 묻어있는 이들의 팔을 잡고 질질 끌며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가져온 몇 구의 사람들은 그래도 생각이 있는지 전부 시체였다. 좀 심한 시체를 밑으로 하며 가져온 시체들을 차곡차곡 포개어 놓은 진은 가장 위에 머리가 박살난 시체를 올려놓고 그 위에 무릎을 꼬아 앉으면서 허공에서 떠 있던 오르비아스를 바라본 것이었다.

"뭐하나? 나와 이야기하려는 것 아니었나?"

시체의 의자를 만든 후 느긋한 목소리로 자신을 바라보는 진을 내려다보며 오르비아스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느꼈다. 첫 라운드는 자신의 패배라는 것을....

 큭...안써지는군요.. 슬럼프인가?(내 주제에 무슨 슬럼프냐?)

따라서 글이 좀 지루해지더군요. 잡소리만 늘어가고 ..ㅜ.ㅜ 음...이번 편은 별 이야기는 아닙니다.

 문제있음 리픔...

=+=+=+=+=+=+=+=+=+=+=+=+=+=+=+=+=+=+=+=+=+=+NovelExtra([email protected])=+=

 혼돈의 시작 오르비아스는 처음과 같이 거대해진 몸을 인간형으로 폴리모브 한 다음 진의 앞에 섰다. 인간의 모습으로 천천히 지상에 안착한 그의 앞에는 진의 배려라는 듯 시체로 만들어진 의자(?)가 놓여져 있었다.

오르비아스는 그 의자를 말없이 쳐다보았다. 아무리 자신의 종족이 아니지만 방금 전까지 살아있었던 시체를 아무렇게나 다루는 모습에 질려있던 것이었다. 진을 바라보니 다리를 꼬아 앉으며 턱을 괴고있는 모습에서 시체에 앉고 있다는 거부감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수천 년 동안 수많은 경험을 하고 살아왔던 오르비아스였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한동안 말없이 시체들만을 쳐다보던 오르비아스는 자신이 너무 시간을 지체 했다는 생각과 스스로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자존심에 눈을 질끈 감고 시체들의 의자에 앉았다. 자신을 위해서인지 피를 적게 흘리는 시체가 가장 위에 있어 옷에 피가 묻지는 않았지만 아직 사후경직이 일어나지 않는 시체는 끔찍할 정도로 부드러웠다.

"우선 이야기를 나누어 보지. 자네가 말한 제물이라는 단어를 말해주겠나?"

오르비아스는 자꾸 신경 쓰이는 엉덩이의 감촉을 애써 잊으며 눈앞에 자신을 따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인간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방금 전과 전혀 변함 없는 태도로 대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체를 띄었다. 이제까지 만난 수많은 이방인 중 마법을 아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따라서 대부분 자신의 몸체가 마법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을 때 겁에 질리거나 실신하는 것 둘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눈앞의 인물은 관심조차 없어 보였다.(이미 포기한 것임) 더욱이 거대한 자신의 본체의 몸을 보아도 두려워하는 기색이나 꺼리는 기색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야기라....음 나를 믿는다는 것인가?"

오르비아스의 미심쩍은 눈초리에 진은 매혹적이지만 어딘지 모를 따분함이 묻어있는 미소를 지은 후 물고있는 담배를 폐 깊숙이 들여 마셨다.

"누가 믿는다는 것인가? 일단 적대시하려는 움직임이 없다는 것에 같은 자리에 있을 뿐. 나는 그저 이야기를 듣고싶을 뿐이다. 신뢰라는 것을 얻기에는 우리는 서로에 대하여 알고 있는 것이 없지 않은가?""

진의 말에 오르비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는 차라리 지금과 같은 상황이 편했다. 이방인 중 그가 인간형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유 없이 적대감을 품거나 상대편의 말을 무조건 믿지 않는 자들을 그동안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런 자들에게는 아무리 진실을 이야기 해 주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는 것을 경험으로 충분히 알고 있었고 그만큼 그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들도 없었다.

"음... 그래 제물이라... 말 그대로라네, 이 세계에서는 주기적으로 이방인들이 유입해 오고 있지. 그동안의 조사로 그 이방인들 뒤에는 흑막이 있지만 그것은 아직 우리들도 그 뒤쪽에서 지켜보고 있는 자들은 알지 못하고 있다네, 하지만 정기적으로 이 세계의 외부에서 꾸준히 자네와 같은 이방인들이 유입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 무슨 목적인지, 유입된 이방인들이 그 목적을 수행했는지, 많은 시간을 들였지만 아는 것이라는 꾸준히 누군가가 목적을 위하여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것뿐, 그래서 우리는 그 알 수 없는 이들이 유입시키는 이들을 제물이라 부르고 있지."

"응? 그럼 방금 전 형제라고 한 것은?"

".....나 또한 제물이었지, 들어온 제물은 본래 육체 그대로인 자들도 있고 나와 같이 이 행성의 토착생물의 육체로 변하는 이들도 있다네..."

그의 말에 진의 눈빛은 한순간 번쩍하고 빛이 났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오르비아스의 말 중에 육체가 변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같은 종족도 아니고 타 종족의 육체로 변한다니!! 기술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변한 이의 정신적인 문제는 상상외로 엄청난 것이었다. 자신의 몸이 아닌 부조화에서 오는 스트레스만으로도 정신이 붕괴되기 충분했다. 그런데 그 놀라운 성과물이 눈앞에 있지 않은가? 진은 당장 눈앞의 인물을 잡아 해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내 그 마법이라는 만병통치약이 떠오르자 한순간 솟았던 지적 호기심은 땅으로 곤두박질 쳤다.

"그럼 이행성의 다른 이들은 이방인들과 그들의 뒤에 존재하고 있는 자들에 대하여 모두 알고 있다는 말인가?"

"모두가 알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 하지만 각 종족의 우두머리나 또는 그 주변 이들은 알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네. 증거로 대부분의 제물들은 자신이 제물이라는 것을 자각하기도 전에 살해당하지.. 이방인들 중 살아남은 대부분은 나와 같은 이 세계의 종족으로 변한 이들 뿐... 나 또한 정체가 들어 나면 드래곤들에게 살해당할 것이고.... 뭐 각 종족사이의 무언의 약속이지, 우리 드래곤도 발견하는 즉시 제물을 죽이도록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뭐 진실은 대부분 로드와 같은 상층부만이 알고 있겠지."

그의 말에 진은 오류를 느꼈다. 그럼 자신은 왜 죽이지 않는 다는 말인가? 설마 자신이 이방인인 것을 몰라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지금 자신이 이 행성에 내려와서 죽인 숫자만 거의 1만에 가까운 숫자였다. 그런데 왜?

진의 이런 의문에 오르비아스는 자신이 생각한 바를 말하였다.

"음... 자네는 정말 묘한 위치에 있다네, 이제까지 이방인들은 공간의 틈이나 마법진에 의하여 차원을 넘어서 등장하였지, 그것도 전부 하나의 개체만.... 하지만 자네는 혼자가 아니었어, 더욱이 공간의 틈이나 다른 보조 수단이 아닌 하늘에서 등장하였다네, 그것도 상당한 숫자의 대군을 이끌고... 이 세계와 다른 생물이라는 점에서 이방인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이방인으로 보기에는 이제까지와 등장방법이 달리하였으니, 더욱이 자네들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것이 결정적이었지, 깐깐한 신들이 자네들을 그냥 보내줄리 없었으니, 지상의 종족들은 혼란을 겪고 있네, 이방인들은 죽여야 하지만 자네들은 신들이 허락한 모습으로 비추어지고 있으니, 일단 힘있는 종족들은 사태를 지켜보기로 결정을 내렸고 있지"

'왜 그냥 보내주었냐고? 당연히 이용해 먹기 위해 서지'

진은 아직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는 눈앞의 인물의 대화에서 2가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우주에서 일어난 일을 알지 못한다는 판단이 섰다. 아마 자신의 전력이 이 행성에 안착한 수송선하나로 보고있는 것이다. 즉 우주로 나갈 수 있는 이들 중 드래곤이라는 생명체는 빠지는 것이었다. 좋은 일이었다. 자신의 전력을 알 수 없을수록 진에게 유리하게 때문이었다.

두 번 째로 알아낸 것은 이 남자가 쓴 이방인이라는 단어와 차원이라는 단어였다. 진 또한 정확한 좌표를 알고 있지 못하고 있지만 이 공간이 통상공간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즉 이 세계는 다른 차원이 아닌 같은 우주에 속해있는 행성이라는 뜻이었다. 다시 말해 이 남자는 자신이 있던 곳과 지금의 이곳이 다른 차원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 남자가 스스로 이방인이라 했으니 그가 있었던 행성은 우주로 도약할 정도의 과학력은 없었다는 것이었다.

"음... 그럼 어째서 자넨 그 신들이라는 놈들과 손을 잡을지도 모르는 나에게 접근한 것이지? 또한 내가 어째서 자네들이 생각하는 이방인이라는 확신을 하는 것이고."

"자네가 이방인이라는 확신을 하는 것은 자네의 몸에 붙어있는 향기 때문이지.."

"향기?"

"아! 냄새라는 것은 아니고 일종의 공통점이지, 이방인들은 공통적으로 어떤 기운을 느낄 수 있지, 우리는 그것을 향기라고 부르고 있네, 자네에게도 다른 이방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하지만 그 향기가 분명하게 나고 있지.."

오르비아스의 대답에 진은 주먹이 피가 나도록 움켜쥐었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치솟는 그 누구에게 향하진 모를 분노였다. 왜 자신이 이따위 쓰레기 같은 행성에 와야한단 말인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하여 감히 자신을 끌어들이다니! 진은 다시 한번 다짐했다. 나를 이곳에 끌고 온 것을 지옥의 한구석에서 영원히 후회하게 해주겠다고!

그런 다짐 속에서도 진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꽤 긴(?) 세월을 살았던 진이었으니 마음속을 얼굴에 나타낼 정도로 어수룩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아직은 아니었다.

아직 눈앞에 있는 인물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자제한 진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 오르비아스에게 계속 말을 이었다.

"음.. 그럼 다른 이들은 그 향기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나?"

"그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지. 이제까지 나 이외에 그 향기를 볼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으니.. 그것은 신 또한 마찬가지이라고 생각하네, 더욱이 나는 자네를 지켜보았지, 지켜본 결과로는 절대 그들과 손을 잡지 않았을 거란 확신이 서더군."

"으음..꽤나 자신만만하군... 근거라도 있나?"

진의 떠보는 듯한 음성에 오르비아스는 피식하고 웃었다.

" 그 오만한 놈들이 자네를 동등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지!"

그의 말에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쓸데없는 곳에서 거짓을 말할 필요는 없었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 거짓을 말할 때가 있고 진실을 말할 때가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는 진이었다. 그런데 오만한 놈들이라,..

"드래곤들은 신들을 받드는 존재가 아니었나?"

진의 말에 오르비아스는 마치 모욕을 당한 이처럼 얼굴이 붉어졌다, "웃기는 소리! 그 오만한 신들을? 드래곤들은 어둠의 신들이 빛이 신들을 미워하는 만큼 신들을 증오하지!"

예상 밖으로 반응하는 그를 바라보는 진은 진정하라는 듯 손짖을 하였다.

"음.. 그럼 다음 질문... 자네의 말 중에 우리들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는데 그 우리라는 것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가? 드래곤 종족인가?"

진의 말에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드래곤의 입장에서 자네를 만난 것으로 되어있지. 원래의 계획은 자네를 직접 본 케이라이드라는 드래곤의 부탁으로 이 나라의 수도로 올 자네를 만나 손을 잡는 것이었다네.

드래곤들은 자네에게 관심이 많지, 만약 자네가 힘이 없었다면 신들이 고이 보내지도 않았을 것이니까, 그들은 자네가 손을 내밀기 기다릴 것이네, 자네는 별들의 바다를 건넜으니 이제까지 이방인이라 할 수도 없고 자신들이 모르고 있는 힘을 지녔을 것이라 예상을 하고 있으니 자네를 집어삼킴으로서 그 힘을 얻는다면 신들에게 한방 먹일 수 있다는 생각이지 하지만 난 이방인, 그들의 뜻에 따를 수 없지. 그들의 계획대로 한다면 다른 드래곤의 눈길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기다리지 않고 직접 이곳으로 온 것이라네.....자네가 물어본 우리라는 것은 드래곤들을 말하는 것은 아니네. 드래곤들은 나에게 위험한 존재들이지! 내 정체가 들어 나면 당장 목을 잘라버리기 위하여 달려들 테니까! 다행이 자각한 것은 완벽한 성체가 된 후였으니 망정이지..... 내가 지칭한 우리라는 것은 이방인들의 집합체를 말하는 것이다!"

"이방인들의 집합체?"

 진은 오르비아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얼굴이 일그러졌다. 진은 눈앞의 인물이 드래곤의 사자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을수록 그는 드래곤이 아닌 다른 소속 같다는 느낌을 받은 진이었다. 지금까지 밝혀진 세력은 자신들을 이곳에 보낸 이들과 관리자란 놈들, 그리고 관리자에 반대되는 어둠의 신들이란 이들... 그리고 정확한 자료가 없어 비교가 불가능하지만 위의 세 세력과는 비교도 될 수 없다고 판단되었지만 그래도 무시할만한 세력이 아닌 드래곤, 그런데 또 다른 세력이라니!! 갈수록 복잡해지는 모습이니 또 다른 세력의 등장이 반갑지만은 않은 진이었다.

 원래 이번 편으로 끝을 내야하지만 좀 길어져서 나누었습니다.

내용에서 좀 세력도가 복잡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위의5개의 세력이 나왔지만 사실 정확한 세력을 나눈다면 3개의 세력입니다, 위의 5개의 세력은 진의 입장에서의 세력일 뿐임...

방학이 일주일 남았습니다. 방학이 되면 매일 연재는 힘들지라도 격일연재는......(되겠지?)

문제있음 리플...

=+=+=+=+=+=+=+=+=+=+=+=+=+=+=+=+=+=+=+=+=+=+NovelExtra([email protected])=+=

 혼돈의 시작 "정식으로 소개하지! 난 살아남은 이방인들이 모여만든 '사르라'라고 하는 집단의 사자로 자네를 찾아왔다네"

'젠장...'

역시나....

은근히 짜증까지 나는 진이었다. 하지만 잔챙이(?)에도 얻을 것이 있는 법... 특히 자신을 이곳으로 보낸 그 씹어먹을 그들에 대해서는 작은 정보의 파편이라도 꼭 알고 싶은 진이었다.

"..........집단이라, 꽤 많은 숫자인가 보군.."

"그렇다네! 대부분은 자신의 처지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자연과 이 세계의 종족들에게 죽음을 당하고 있지만 꾸준히 공간을 넘어 이방인들이 오고 있지, 우리들의 목표는 우리들을 이곳에 보낸 이들에 복수와 넘어오는 이방인들의 안전이지!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를 이제 알겠지?"

그의 말에 진은 다 피어 가는 담배 끝에서 빛나는 불빛을 무심히 쳐다볼 뿐이었다, 저들의 의도는 충분히 알았다. 자신들의 집단에 합류하라는 것이지... 하긴 우주를 날 수 없는 그들로써는 이 행성에서 탈출은 불가능하니 이행성에서 살아가야 하는 입장인 것이었다, 하지만 진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점 실망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럴듯하게 말은 하지만 결국 약자들의 집합체 아닌가?

결국 한목숨 살아보자는 것 아닌가?

자신들을 건드린 적에게 모든 것을 버리고 승패와는 상관없이 악과 증오로 죽음의 사신에 몸을 던지는 자신들의 부하들과는 천지차이였다. 그런 생각이 들자 진은 갑자기 짜증이 나기 시작하였다, 쓸모 없다!

진이 오르비아스의 말을 들은 후 내린 판단이었다.

목숨, 이익, 안전, 가족......

지킬 것이 많은 자들과는 손을 잡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여기는 진이었다. 가끔 지킬 것이 있는 자가 강하다라는 말들을 하지만 진의 경험으로 개소리였다. 진짜 강한 자는 어디로 갈지 모르는 증오와 분노로 미친 이들이다. 지킬 것이 있는 자들은 행동의 폭이 좁혀지고 그만큼 예측하기도 쉬운 편이었다. 지킬 것을 지키기 위하여 한계이상의 힘을 내기도 하지만 거꾸로 지킬 것을 잃어버린 자들은 쓰레기보다 형편없어져 버리는 것을 무수히 보아온 진이었다.

그에 비하면 지킬 것이 없는 증오로 미친 자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한다면 무엇이든 이용한다. 목적을 위해서 수천 억을 길동무로 같이 가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자신의 목숨도 하찮게 여긴다. 그런 그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죽이는 수밖에 없다. 진은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던가?

저런 약자들과 손을 잡는 것보다 혼자 움직이는 것이 훨씬 나았다. 그전에...

"한가지 물어보지!"

"뭔가?"

거의 넘어온 것 같은 진의 말투에서 오르비아스의 얼굴에는 또 한 건 해치웠다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나를 만나기 전 최근 거대한 운석이 떨어진 적이 있는가?"

진의 말에 오르비아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답이 궁했다는 것보다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물어볼 수는 없는 법, 괜히 기분을 상하게 하여 일이 틀어지면 골치 아픈 쪽은 자신이었으니...

"음.. 글쎄 최근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지만 내 기억 속에선 지난 수백 년 동안 운석이 떨어진 적은 자네를 빼고는 단 한번도 없었다네!"

오르비아스의 말에 진의 미간에 주름이 지어졌다. 길이 2km, 진이 타고 내려온 수송선과 같은 모델이었다. 그런 거대한 수송선이 지상에 떨어졌는데 알고 있지 않는다는 것은, 이 대륙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아무리 에어 브레이크가 작동한다고 하여도 2km에 이르는 거대한 물체가 엄청난 속도로 낙하한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이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에어 브레이크는 지면에 접촉하기 직전에 사용하는 것, 즉 대기권을 돌파 할 때의 속도는 엄청난 것이고 그것만으로 꽤 큰 피해가 날것이다. 아니 대기권과의 마찰로 열이 발생했을 것이고 어지간한 장소가 아니라면 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아마 목표는 이 행성의 반대편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으드득'

진은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관리자란 놈들은 수송선이 떨어진 장소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장소에 자신들을 안내한 것이었다. 아마 자신들을 이용해 먹을 시간을 벌려고 했겠지....하지마 그 덕분에 이 거지같은 행성에서의 일정이 길어졌다는 것을 생각하자 용서가 되지 않았다. 그런 그렇고.....

진은 자신의 앞에서 대답을 기다리는 오르비아스를 바라보았다. 그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원하는 정보를 얻은 이상 그는 필요가 없었다. 이제 슬슬 일어나야 할 때였다.

"자네의 말은 잘 들었네, 합류하라는 것이지... 그럼 한가지 물어보지 합류했을 시 나에게 주어지는 이익은 무엇인가?"

한참을 뜸들인 진이 턱을 괴고 건방진 자세로 말하자 오르비아스의 얼굴에는 황당한 기색을 지울 수 없었다. 이 다른 세상에서 약한 이들끼리 뭉쳐서 살아보겠다는데 자신의 이익을 찾다니... 하지만 곧 눈앞의 인물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 떠올랐다. 더욱이 레드일족인 케이라이드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지만 저들의 힘도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다. 눈앞의 이들이 강한것은 사실이었다. 신들이나 드래곤들이 끌어드리려는 것을 보면 알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힘이라고 해도 전세계를 상대로는 티끌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는 오르비아스였다.

"자네는 스스로 이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고작 자네의 힘 가지고? 파이스의 허접한 잡병들을 이겼다고 이 세상의 힘이 그렇게 하찮게 생각한단 말인가? 엉덩이 무거운 신들을 뺀다고 해도 적들의 전력은 자네의 상상을 초월한다네! 인간의 예를 들어 이 세계의 강대국이라 할 만한 이들이 가지고있는 군대는 엄청나지! 수많은 마장기와 하늘의 공중요새인 비공정! 다 합치면 수백만이 넘을 병사들과 그런 그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광활하게 펼쳐진 곡창지대!! 어디 그뿐인가? 수많은 엘프들과 드래곤 조인족! 이 세상은 모두 우리의 적이야! 신들뿐만 아니라 드래곤들까지 너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 알량한 힘으로는 자네의 미래는 뻔하지! 전 세계를 적으로 두고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별거 아니네?"

스스로 말하면서도 황당하다는 기색의 오르비아스 였지만 아쉽게도 그가 하는 말을 듣고있던 진은 적들의 전력이 그리 대단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진의 입장에서 그가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쉬운 일이었다. 자신의 부하들은 지상전의 스페셜 리스트인 지구인이었었다. 또한 진은 비장의 카드까지 여러 장 준비한 상태.. 어차피 수백만 이라고 해도 실제 전력은 수십만이나 될까? 더군다나 통신 시설을 발전된 상태가 아니라면 지휘통제를 위해서도 산개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하는 일... 밀집대형으로 수백만, 아니 수천만이 모여 있다면 한순간에 끝을 낼 수 있었다.

오르비아스의 말은 눈앞의 인물에게 겁을 집어먹게 한 것보다 오히려 자신감을 얻게 한 것이다, 뭐 진이 승산을 생각하고 덤비는 정상인은 아니지만......

아직도 황당하다는 기색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오르비아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이익이라는 말은 어차피 핑계였다. 자신의 말에 적절한 조건을 내놓으면 다른 핑계를 대어서라도 관계를 끊을 생각을 한 진이었다.

"됐네! 이익이 없는 것 같군, 그렇다면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이유는 없지.. 이야기 잘 들었네! 인사말이라도 다음에 다시 만나길 기원한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군! 그럼"

"뭐!?"

아직 자신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한 표정의 그를 바라보며 진은 흑랑을 시켜 일행을 이동시키게 한 다음 등을 돌렸다.

"전 세계가 적이라.. 뭐 좋겠지. 모두 죽이면 돼!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면 언젠가 끝이 날 테니까!! 하하하하하하하"

오르비아스는 천천히 멀어지는 진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분노 보다는 그 웃음 속에 섞여있는 희미한 광기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 세계에서 드래곤보다 광기를 잘 표현하는 존재는 아예 없었다. 비록 드래곤의 영혼은 아니었지만 수많은 드래곤들을 만나 그들의 내면에 있는 광기를 접해본 오르비아스의 본능은 맹렬하게 외치고 있었다. 드래곤들이 내뿜는 광기와는 그 양의 차이가 있지만 진의 내뿜는 희미한 광기는 생명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의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도 모르는 오르비아스는 서서히 사라져 가는 자존심에 마지막 발악을 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자신을 초라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그였다.

"으드득. 자네의 일행 중 어둠의 신들의 끈이 이어져 있어 참고 있지만 언젠가 머리를 부셔주지!!"

단지 희미한 광기 하나로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어 살기를 뿜어대는 오르비아스는 그러나 차마 공격에 나설 수 없었다. 진과 사라져 가는 여자들 중에 한 명에게서 어둠의 신들의 끈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빛의 끈인 세이시나는 진이 기절시켰기 때문에 처음에는 전 마을에 슬립마법을 쓸 생각이 없었던 그였지만 진에게 가까이 접근하는 사이 느껴진 어둠의 끈의 흔적에 서둘러 마법을 펼친 것이었다. 진에게 손을 쓰고 싶었지만 오르비아스, 그에게 빛과 어둠의 신들의 끈을 단번에 소멸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일이 잘못된다면 그들을 떠나 먼저 다른 드래곤들에게 자신의 정체가 발각될 위험이 매우 켰다.

한동안 말없이 진이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오르비아스를 중심으로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지는 빛의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워프!"

신경질적인 시동어와 함께 그의 몸이 투명해지면서 빛의 입자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그와 동시에 전개한 마법진이 빠르게 안쪽으로 축소되면서 그의 몸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가 사라지고 남은 자리에서는 서서히 정신을 차리는 사람들의 신음소리 뿐이었다.

 ◆ 자신의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진의 손은 서서히 품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만약 저 드래곤이라는 존재가 공격해 온다면 흑랑의 공격과 동시에 반물질탄을 먹여줄 생각이었다. 그와 동시에 기지에 좌표를 말해 이곳으로 초장거리 미사일인 화염을 발사시킬 생각이었다. 거대한 생물에 자신이 모르고 있는 마법이라는 것을 알고있으니 그가 공격을 하면 아예 살아난 가망성을 원천봉쇄 할 생각인 것이다.

진은 이제까지 자신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격하는 이들을 많이 보았다. 그들은 적 아니면 아군 밖에 구분을 하지 못하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회색의 존재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류들이었다. 저 드래곤이라는 존재도 그런 존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하지만 진의 생각과는 다르게 오르비아스는 어둠의 끈이라는 것 때문에 공격을 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공격한 다음 그 후를 생각하지만 만약 공격을 해 왔다면 그는 한순간에 세포하나 존재하지 못하고 증발하였을 것이다.

서서히 마을을 벗어났지만 공격할 징후는 보이는 않았다. 잠시 후 마을에서 가느다란 빛의 기둥이 생성되는 것을 바라본 후 탐지기에서 그의 존재가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한 진은 품속에 들어가 잡고있던 물건을 원래의 위치로 놓았다. 어둠의 신이라는 놈들과 만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일단 충분한 정보를 얻은 진은 기분 좋게 걸음을 옮겼다.

 문제 있음 리플....

=+=+=+=+=+=+=+=+=+=+=+=+=+=+=+=+=+=+=+=+=+=+NovelExtra([email protected])=+=

 혼돈의 시작 한 시간 정도 길을 걸었던 진이 멈춘 곳은 길 한쪽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작은 나무들과 함께 널찍한 바위가 있는 장소였다. 한동안 그 널찍한 바위를 바라본 진은 뒤에서 마치 강아지처럼 따라오고 있는 흑랑을 보면서 일행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워낙 외진 곳이라 마을을 떠난 뒤에도 지나가는 사람을 보지 못했지만 이대로 장시간 길을 걷는다고 한다면 사람들을 만날 가망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흑랑이 너무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진의 손짓에 안고있던 일행을 조심스레 널찍한 바위에 놓은 흑랑은 처음과 같이 천천히 주위와 동화되어 사라졌다. 그런 흑랑의 모습을 무심히 쳐다본 진은 서서히 강해지는 햇살을 받으며 자신의 가장 중요한 친구인 담배를 꺼내 물었다.

약 30분이 지났을 때 가장 먼저 눈을 뜬 이는 세이시나였다. 아무리 강화복이나 나노머신을 탑재했다고 하더라도 본바탕의 육체의 힘이 강한 종족이 먼저 깨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런 그녀가 깨어나는 것을 옆에서 보고 있던 진은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당연히 그녀가 걱정이 된 것은 아니었고 단지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눈을 뜬 세이시나는 한동안 기억의 혼란을 느끼는지 눈을 뜨고 맨 처음 본 파란 하늘을 멍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곧 기억이 서서히 자리를 잡으면서 정신을 잃기 전 끔직한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자 그녀는 순간적으로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곤 그리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강해지는 햇살을 나른한 표정으로 받고있는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는 진의 모습에서 방금 전까지 끔직한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어찌 보면 평온하기까지 한 그의 모습에 속에서 무언가가 울컥하고 올라오는 것을 느낀 세이시나였다.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여 놓고 저런 평온한 모습이라니! 세이시나는 아직 힘이 돌아오지 않아 휘청거리는 몸을 다잡고 진에게 다가섰다.

"왜지?"

"응? 아! 일어났군. 그런데 뭐가 말인가?"

"왜 사람들을 그렇게 잔인하게 죽이는 거야! 아무런 죄가 없는 이들을 죽여 놓고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아? 아니! 그들이 죄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잔인하게 죽일 필요가 있어? 네가 뭔데 그들을 죽이는 거야! 너의 행동은 신에 반하는 행동! 신이 두렵지도 않아?"

흥분을 한 상태였지만 그녀는 기억을 잃기 전 자신의 눈앞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갈 때 느꼈던 분노보다는 많이 안정된 상태였다. 단지 스스로 진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을 뿐이었다. 그녀의 질문에 진은 폐 속 깊숙이 들여 마신 담배연기를 허공으로 뿜어내었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그 여자와 처음의 남자는 나를 모욕했다. 스스로 힘이 있다고 착각한 벌레를 죽였다. 뭐가 문제지? 더욱이 그 여자의 아들은 나를 공격해 왔다. 그래서 죽였다. 뭐가 문제지?"

진의 장난 같은 어투에 말에 그녀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계속 입을 열었다.

"노예가 한나라의 왕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했다, 죽여야 할까? 살려주어야 할까? 방에서 차를 마시는데 벌레 한 마리가 날아다닌다. 죽여야 할까, 살려주어야 할까? 네가 믿는 신이라는 놈을 모욕하는 이교도가 있다. 죽여야 할까 살려야 할까? 노예고 벌레도 이교도도 죽어야할 이유는 당연히 없지!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죽음을 당하지. 왜 그렇지?

이봐! 멍청한 아가씨! 이 세상에 사람을 죽이는데 필요한 것은 이유 따위가 아니야! 힘이 있고 없고의 차이 지. 명분 따위는 필요 없어! 알았어? 그런 것 따위는 힘으로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왜 죽여 놓고 죄책감을 느껴야 하지? 죄책감을 느낄 바에야 처음부터 죽이지도 않았어! 내가 죄책감을 느낀다고 해서 죽었던 이가 다시 살아나오나? 정말 한심하군...

그리고 잔인하다 라...이봐! 황당해서 말이 안나오네! 그럼 내가 그들을 가지고 놀았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들은 여자를 빼고 단번에 죽었어. 고통 같은 것은 느낄 수도 없었겠지! 보기에 잔인해도 그들은 자신이 죽는 것도 모를 것이야. 아니면 그들과 같이 칼질을 하면서 팔다리에 상처를 주면서 한동안 괴롭히다 목을 날려줄까? 당사자가 아니라면 입 좀 닥치고 있어주지 않겠나? 네 할 일이나 하란 말이다.

아! 마지막으로 내가 왜 신 따위를 무서워해야 하는데? 그딴 자식들이 겁이 났다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어! 나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나에게 앵앵거리지 말고 그 잘나신 신이게 부탁하지 그래? 너의 잘나신 신이라면 죽어간 자들 쯤은 얼마든지 이적을 일으킬 수 있겠지! 나는 워낙 무능하여 죽이는 것밖에 할 수가 없어서 말이야?"

평소와 달리 유난히 길에 말하는 진의 얼굴에는 세이시나를 비웃는 듯한 미소가 지어졌다. 아니 그녀를 도발하는 것 같은 말투였다.

"이이.... 너와 감히 신을 모욕하는 것이냐! 그것이 말이 된......."

화가 난 세이시나가 삿대질을 하며 진에게 소리치던 순간 갑자기 그녀의 몸이 휘청거렸다. 잠시 자세를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던 그녀가 다시 몸의 안정을 찾고 다시 시선을 진에게 향했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 이성이 있는 눈빛이 아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감히 하등동물 주제에!! 내가 뭔데 신을 욕하는 것이냐! 억겁의 세월동안 죽음의 강을 넘지 못하고 영원히 떠돌고 싶은가 보지?-

진이 신을 모욕하는 말을 듣는 순간 이미 죄 없이 죽어간 이들은 그녀의 머리 속에서 사라져버렸다. 아니 세이시나 그녀도 없어졌다. 대신 그녀의 눈으로 진을 바라보는 빛의 신들이 그녀를 통해 진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를 중심으로 바람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진은 느긋했다.

"이봐! 이봐! 그럼 내가 너희들의 발바닥 밑에서 머리라도 조아리라는 것이냐? 조금 존대 해 주었더니 하늘 높은 줄 모르는군. 너희와 나는 계약관계다! 이 병신들아! 나는 너희를 경배해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이란 말이다. 신이라고? 고작 행성 하나를 다스리는 주제에 신을 자청하다니! 웃기지도 않는군......다른 멍청한 너희들이 네녀석들을 받들어 준다고 나까지 받들어야 한단 말인가? 그 대가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잘도 잘났다고 소리치는군!"

진의 말의 충격이 너무 강하였는지 한동안 세이시나의 몸을 빌린 존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였다. 하긴 항상 받들어진 존재가 언제 저런 폭언을 들었단 말인가?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그 침묵은 분노가 되어 엄청난 힘이 세이시나의 몸을 통하여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차마 그 힘을 개방하지 못하고 진을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 세이시나의 몸속에서 나타난 존재는 이 정도 힘을 개방한다면 진이 알아서 머리를 조아릴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었지만 진은 힘을 끌어들이는 그녀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기만 하였다. 어떤 힘인지 알 수 없는 진이었지만 자신 따위는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뭐 전혀 관심 없는 표정이었지만... 한 동안 서로를 노려보는 대치가 이어졌다. 점점 세이시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강도를 더해 갔지만 여전히 진은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물고있던 담뱃재를 바닥에 털뿐이었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한동한 계속되었던 기묘한 대치는 신의 용량에 인간의 몸이 버틸 수는 없는 일이라 세이시나가 기절하는 것으로 끝을 냈다.

그녀가 쓰러지자 신들은 더 이상 그녀 몸에 있을 수 없는지 위압감을 뿜어대던 그들의 힘이 허공으로 사라져 갔다. 자신의 발 아래로 쓰러진 그녀를 여전히 비웃는 표정으로 바라본 진은 다 타버린 담배꽁초를 잘 끈 다음 품에서 새로운 담배를 꺼내 물었다. 기분 좋게 한 모금 들여 마신 후 다시 처음의 목표대로 다른 일행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었다.

방금 신들이 뿜어낸 힘을 본 진이었지만 그들에 대하여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자신과 접촉한 그들은 자칭 빛의 신이라는 관리자였다. 저 빛의 신들의 세력이 강했다면 지금까지의 입장을 고수했겠지만 관리자들 외에 새로운 세력이 있다는 것을 안 이상 불평등을 감수하며 계속 관계를 가질 이유가 진에게는 없었다. 앙심을 품은 이들의 소규모 공격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그가 가지고 있는 화력을 총 동원한다면 이 행성의 표면쯤은 노릇노릇 구워낼 수 있었다. 즉 자신들을 격퇴하기 위해서는 그들은 진짜 마음 단단히 먹어야 했다.

만약 관리자란 놈들이 팔마를 날려버린 이일 수 있으며 만약 그렇다면 팔마를 떠올리며 자신들을 무시할 수 도 있었다. 하지만 팔마는 우주에서 당했고 자신은 행성 표면에 있었다. 팔마를 파괴시킬 수 있는 에너지를 대기권에서 발동시킨다면 아마 이 행성은 영원히 생물이 살수 없는 지옥으로 변해버릴 것이었다. 뭐 적들이 꼭지가 완전히 돌아버려 공격을 해 온다고 해도 그럴 경우 진은 어둠의 신들이나 다른 세력에 붙어 버리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 라는 것이 표면적의 이유였고 솔직히 진의 스트레스가 주요 요인이었다. 행성에 착륙하고 나서부터 느껴지는, 마치 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압박감과 끊임없이 느껴지는 시선등은 진의 신경을 날카롭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짜증스럽게 하는 세이시나 넘어에 있는 존재에게 짜증을 부린 것이었다. 진의 생각대로라면 지금 세이시나의 시선 넘어에 있는 존재는 그리 높은 자리에 있는 자는 아니었다. 설마 윗자리에 있는 자가 이런 일이나 할 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뭐 자신에게 한방 먹은 존재는 화가 날 테지만 관리자라는 놈들이 생각이 있다면 고작 자신의 말 때문에 계약을 깨는 멍청한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까지와는 다른 시선으로 볼테지? 그편이 지금보다 낳았다. 아니 더욱 자신에게 그들의 시선이 집중되어야 했다. 그렇지 않는다면 수고스럽게 자신이 기지 밖으로 나올 필요가 없으니까!

"음... 수송선이 떨어진 것을 모르고 있다 라.... 재미있군. 그럼 해안가를 가 봐야겠군"

진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일행들을 바라보며 이 나라의 수도로 간다는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 진이 걸음을 옮기는 순간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장소 이 주위에서 군림하는 풀밭의 지배자는 자신의 눈앞에 존재하는 녀석을 신경질적으로 내리쳤다. 이 주위에서 공포로 군림하는 자신의 영역에서 버젓이 활동하는 녀석이 괘씸했을까? 사마귀의 손과 같은 날카로운 앞다리로 목숨을 끊어주기 위하여 열심히 몸부림을 쳤지만 눈앞의 존재는 요지부동이었다.

화가 난 지배자는 날카로운 턱으로 건방진 눈앞의 존재의 몸체를 물었다. 하지만 녀석의 등껍질은 매우 단단하여 이제까지 무적을 자랑을 했던 그의 이빨은 흠집 하나 내지 못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못한 이 지배자는 눈앞의 이 존재를 어떻게 할까 고민할 때 이제까지 요지부동이었던 눈앞의 존재가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 존재의 무당벌레같이 생긴 위 껍질이 살짝 들여지면서 투명한 날개가 들어 났다. 그리곤 3개의 눈이 반짝이는 얼굴을 돌려 건방진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이 눈빛에 짜증이 날 때로 난 이 풀밭의 지배자는 다시 한번 자신의 날카로운 앞다리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는 들어올린 앞다리를 내려치지는 못하였다. 어느새 그 존재의 몸에서 나온 투명한 날개가 순식간에 그의 눈앞에 들여 닥쳤기 때문이었다. 피하려는 동작을 하기도 전에 도착한 날개는 지배자의 머리를 두 동강을 내버렸다. 한 달 동안 이 풀밭의 지배자였던 이의 허무한 죽음이었다.

자신을 귀찮게 하는 벌레를 해치운 무당벌레와 같이 생긴 존재는 금속질의 3개의 눈을 마치 촉수와 같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몇몇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그 존재는 그들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행동을 멈추고 머리에 더듬이 같은 막대기를 꺼냈다. 그리곤 그 막대기를 이용하여 주위에 있을 자신들의 동료에 연락을 취하기 시작하였다. 그 존재는 가까운 거리에 자신의 생각을 받은 존재가 있는 것을 확인하면서 방금 자신이 본 정보를 전해주었다. 한동안 제자리에서 움직임을 멈추고 그의 생각을 받은 존재는 역시 똑같은 막대기를 꺼냈다. 그리곤 주위를 또 다른 동료에게 연락을 취하였다.

마치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처음의 존재의 생각은 수백km를 거쳐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마지막 종착점은 지금까지의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 아닌 금속과 흙(세라믹)으로 만든 거대한 구조물들이 솟아 나와 있는 도시였다. 수백km의 머나먼 여정을 가친 처음 존재의 생각은 그 도시 중 중앙 부근에 위치한 검은 색의 건물 안으로 이어졌다.

"응? A-4543 구역의 벌레로부터 사령관님의 모습이 잡혔습니다!"

거대한 사각형의 광장에 어두 침침한 공간, 천장에는 엄청난 크기의 입체영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주위에는 그 화면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각형의 입체영상과 수백 명의 사람들이 지저분한 몰골로 자리에 앉아 자신들 앞에 놓여진 계기 판 조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수백 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지저분하고 무척이나 피곤에 잠겨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중 한 명이 자신이 담당하는 벌레들 중 한 마리가 아군의 식별코드를 탐지하였고 그 아군의 모습을 영상을 보내온 것이었다. 그 오퍼레이터의 말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는 황당함과 당혹 감이 서려있었다.

 아!! 추천수가 3천을 넘었습니다ㅜ.ㅜ 아! 이 기쁨....

그런데 앞으로 남은 시험이 3개나 있는데 나 뭐하고 있다냐?

이번 화는 진이 생각하는 살인에 대한 생각을 적었습니다.

진 이놈은 애초에 사람을 죽인 다에 대한 죄책감이나 망설임이 전혀 없는 녀석입니다.

이 녀석은 선 과 악 따위는 관심도 없고요... 그럴 상황이 되면 사회약자라도 잔인하게 죽여버릴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진 녀석입니다.

그의 정신세계는 우리들의 생각과는 전혀∼∼∼다른 세상에 존재하고 있지요.^^ 뭐 그렇다고 살인을 즐겨(?)하는 놈은 아니지만 인정에 엉켜 내려치는 칼날에 사정을 두는 놈은 절대 아닙니다.^^ 원래 진의 파트는 이것으로 끝이 나야 하지만.... 중대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시간을 계산하니 다름 파트로 넘어가려면 다른 대륙에서 사건이 일어나야 하는데 시간 계산을 잘못하여.......(이것이 다 설정집을 잃어버린 후유증...ㅜ.ㅜ)

한동안 진의 이야기는 계속....

이제 좀 진이 빨리 이동할 계획입니다.^^ 문제 있음 리픔...

=+=+=+=+=+=+=+=+=+=+=+=+=+=+=+=+=+=+=+=+=+=+NovelExtra([email protected])=+=

 혼돈의 시작 "카페인을 너무 많이 먹었냐? 무슨 헛..........정말이네?"

"뭐! 그 구역은 벌레들의 작전구역 아니었어?"

"아! 왜 사령관님이 계시는 거야?"

"이거 이번 작전 다른 부서와 정보공유 안 한 거야? 누구 죽는 꼴 보고싶어!"

예상 밖의 상황에 오퍼레이터들의 피곤에 질려있던 얼굴들에 당혹 감이 서렸다. 수십 명의 웅성거림은 곧 다른 구역에 있던 오퍼레이터들에게도 전염되었고 긴박하게 돌아가던 거대한 공간은 한순간에 마비가 되어버렸다. 다행이 소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문제의 발단은 책임자에게도 전달되었다. 잠시 후 모여있던 사람들을 해치며 역시 다른 이들과 같이 지저분한 모습의 대머리 남자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무슨 일이야? 지금 한시가 급한 마당에!"

"아! 박사님!"

나노머신 연구소의 소장인 칼 안드레이 소장은 자신에게 인사하는 오퍼레이터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자신의 무거운 몸을 움직이게 한, 처음 소란의 중심점을 찾기 시작하였다. 그의 의도는 대부분의 오퍼레이터들의 시선이 작게 뜬 화면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쉽게 이를 수 있었다.

"뭐야!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들이 말이야!"

"박사님 지금 일이 문제가 아니란 말입니다!"

자신에게 시선을 주지도 않고 연신 눈앞의 화면만을 바라보는 오퍼레이터들에게 호동을 치려던 소장은 옆에 있던 이가 화면을 가리키자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시선을 집중하였다.

'이 종족의 목욕장면이라도 보고 있다면 우리소속이 아니라도 반 죽여 버린다!'

마음 단단히 먹은 소장은 그러나 눈앞에 나타난 화면을 바라보며 다른 오퍼레이터들과 같은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뭐야! 왜 회장님이 저곳에.... 어이 이봐! 회장님에 대한 위에서 공문 내려온 것 없어? "(다시 말하지만 연구원들은 진을 회장님으로 부른다...물주라나?)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화면을 바라보던 소장은 자신에게 시선이 모여져 있는 주위 오퍼레이터들에게 외쳤다. 화면에 나타난 이가 자신들의 우두머리라는 것은 다시 확인할 일 없는 100% 진실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주위에 있을 흑랑에서 나오는 아군식별코드가 감지될 리 없었으니까.

"누구 없어! 확인들 해봐! 지금 하는 일과 겹쳐버렸는데 공문이 내려오지 않을 리가 없잖아! 죽고싶지 않으면 데이터 검색 해보고 문서로 된 공문들 좀 다시 확인들 해!"

"아!"

급한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며 소리치던 소장의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저 멀리 누군가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외쳤다. 그의 외침에 소장에게 쏠려있던 수백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자신도 모르게 일어난 지저분한 모습의 그는, 아니 꾸며놓으면 꽤 예쁘장하게 생겼을 그녀는 자신에게 모여지는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황급히 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책상 위 산더미 같이 쌓여져 있는 파일들을 뒤척거리기 시작하였다. 아직도 그녀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수많은 시선에 부담감을 느끼는 듯 허둥대는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이윽고 그녀는 원하는 자료를 찾았는지 완전 밀봉된 봉투하나를 꺼내 조심스런 태도로 소장에게 건넸다.

그녀가 건넨 것은 보통의 공문규격 봉투가 아니었다. 따라서 처음의 시큰둥한 모습의 소장은 봉투에 찍혀있는 봉투의 문양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그 문장은 최상부 즉 진이 있는 곳에서 내려온 문서를 뜻하는 문양이 찍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손안에 놓여진 봉투를 보면서 조그마한 눈을 크게 뜨며 봉투를 가져온 오퍼레이터를 찾아보았지만 그녀는 이미 도망간 후였다. 봉투 외부에 느껴지는 먼지들로 보아 며칠 된 것 같았다. 자신의 소속이었다면 한바탕 뒤집어 놓았을 테지만 그녀도, 지금 이 장소에 있는 다른 이들도 군부 측에서 파견 나온 이들이라 소장은 차마 화를 내지는 못하고 벽에 머리를 찍으며 화를 삭혔다.

대부분이 장갑보병의 탑승자들이니 일이 서툴고 며칠동안 꼬박 날을 셌으니 이해는 하지만 설마 이런 중요자료를 잊어먹다니... 만마전에 남아있을 자신들의 연구원들이 미치도록 그리운 소장이었다. 더욱이 그저 정찰이나 할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가릴 수 없는, 너무나 뛰어난 물건을 만들어낸 자신의 천재성을 원망하면서....

생각 외로 외부에서 일어나는 심상치 않는 분위기에 사령부는 만약을 대비하여 아군에게 피해가 없고 적에게 한순간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관리자라는 놈들과 이해할 수 없는 계약과 함께 아직 적의 정체가 확실하게 밝혀진 상태가 아니며, 여러 주위 조건에 의하여 때문에 섣부르게 움직일 수 없던 사령부가 눈을 돌린 것은 바로 이미 사방 수백km까지 전진한 곤충형 정찰기였다. 특히 사령부가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특별히 많은 동력을 소비하지 않아 외부보조 없이 몇 달을 움직일 수 있고 엄지손톱 만한 작은 몸집에서 나오는 은밀성 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그저 관심을 가졌던 수준에 그쳤다.

여기에 문제의 발단은 연구원 중 누군가가 '여기에 작은 소형탄을 장착한다면'이란 의견을 내놓았던 부분에서 시작하였다. 그 연구원의 보고서를 받은 사령부측은 격렬한 찬반토론을 거쳐 그의 의견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 소형탄의 살상반경이 고작 1m 안팎이었지만 수백만에 이르는 숫자는 미미한 살상거리를 충분히 뛰어넘는 위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더욱이 이 행성의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유 때문에 통신거리가 비약적으로 줄어들어 원활한 통신을 위해서는 곤충형 정찰기와 같이 많은 숫자를 동원하여 네트워크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에 어차피 동원할 곤충형 정찰기를 무기로 이용하자는 것도 적지 않은 부분은 차지한 이유였다. 물론 약간(?)의 질량이 증가하는 이유 때문에 수명이 단축될 것이지만 그 정도는 감수하고도 남았다.

문제는 처음의 단순히 특정물건이나 통신거리를 증가시켜주는 것만이 아닌 직접 타깃을 정하고 활동하는 것은 정찰기에 장착하는 작은 정보처리기로는 큰 무리가 따른다는 점이었다. 처음 설계부터 아예 고려하지 않았던 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수백 명의 오퍼레이션들이 매 달리 수밖에 없었다.

소장은 이미 없어져 버린 그녀를 원망스럽게 쳐다보았지만 늦어버린 것은 어쩔 수 없는 일...그래도 지금쯤 일이 없어 놀고 있을 자신의 라이벌인 생물 연구소의 책임자의 김수연 소장을 생각하며 위안으로 삼았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이번 일은 최상부 즉 회장이 직접 움직이는 일이었고, 그것은 수많은 연구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예산보다 더욱 많은 액수를 빵빵하게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소장은 플러스된 내년에 거머쥘 예산을 떠올리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뚱뚱한 몸을 뒤뚱거리며 주위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 사람들의 시선을 차단해줄 수 있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조심스레 봉투를 개봉했다. 봉투 안에는 한 장의 공문과 데이터 칩이 들어있었다. 조심스런 손놀림으로 칩을 접속기에 집어놓고 난 다음 꼼꼼하게 공문을 읽은 그의 얼굴은 일그러질 때로 일그러졌다. 천천히, 꼼꼼히, 문서의 끝까지 내려간 후 소장은 화난 표정으로 급히 콘솔을 다루기 시작했다. 물론 자신의 주위에 차단 막을 만들어 대화내용이 밖으로 세는 것을 방지하는, 겉모습에 어울리지 않는 치밀함을 보였다.

"....아! 한영석 임시 사령관인가? 날세 "

연결한 것은 임시로 기지의 책임을 맡고있는 한영석이었다.(그보다 높은 이들이 많았지만 일만 많고 피곤하기만 자리라 모두 사양해서 그가 맡게 되었다) 화면에 나타난 한영석도 꼬질 꼬질한 모습으로 소장보다 그리 낳아 보이지 않았다. 수염을 며칠째 깍지 않았는지 지저분한 몰골이었으며 눈가에는 기미까지 껴있었다.

계급상 한영석이 높은 자리에 있었지만 본래 연구 시설은 따로 떨어져 있는 독립기관이라 나이가 많은 소장을 한영석이 존대를 해주는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화면에 한영석은 조심스런 태도였다.

 "우리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사령관님의 성격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화면에 나타나 고래고래 소리치는 소장을 바라보며 한영석은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아직 진이 기지를 떠난 것을 최상부 몇 명을 뺀 나머지 이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있었다. 물론 진이 원해서였지만 표면적으로 이 행성의 관리자란 놈들의 명령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만약 진이 원했다는 정확한 사실을 알 수 없는 이들이 겉으로 나타난 소리를 들으면 결코 쉽게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당장 이 행성에 포격을 가해야 한다고 대모나 일으키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만큼 진은 그들에게 신이요, 긍지요, 자존심이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진의 의도를 알려줄 수도 없고...... 이래저래 스트레스만 싸였다.

"...당연히 사령관 님이 생각이 있으시겠죠... 예? 아! 그쪽 오퍼레이터들에게는 소장님이 다독거리세요! 지금 그들의 담당자는 소장님 아니십니까? 예? 설마 그들이 소장님을 죽이기야 하겠습니까? 죽여도 최상부 우리들을 죽이기 위해 달려오겠지요. 데이터 칩에 예상이동경로가 입력되어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예? .....거참! 알만한 분이 왜 이러십니까? 일단 전해드린 공문을 늦게 받은 소장님의.........아! 일단 지금 오퍼레이터들의 책임자는 소장님 이십니다, 그런데 왜 그들의 책임을 군부 측에 돌리십니까? 저희도 명령받는 입장이지 않습니까? 원망을 하시려면 사령관 님한테 하세요!!"

통통하고 인자한 몸매와는 다르게 끈질기게 물고늘어지는 소장에게 책임을 진에게 떠넘겨버리고 통신을 끊은 한영석은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저들이 고생하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공문을 늦게 전해주게 손을 쓴 이도 바로 그였으니.....

한영석은 꺼버린 입체영상을 쓸쓸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명령이라지만 같은 편을 속이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명령은 명령, 이번 일은 진의 내린 명령서에 적혀 있어 어쩔 수가 없었다. 그 명령서에서는 곤충형 정찰기의 활동 범위까지 적혀있었다. 물론 곤충형 정찰기의 무기화 계획은 없었던 일이었지만 충분히 오차범위 안에 속했다.

문득 그는 화면에 나타난 소장과 오퍼레이터들이 불쌍하게 느껴지기까지 하였다. 지금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을 수행하기 위하여 혼신의 힘을 들여 노력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이 하는 일은 진이 자신에게 내린 명령을 수행하기 위한 단순한 발판일 뿐이었다.

"불쌍하다라..."

한영석은 스스로의 생각에 비웃어 주었다. 남 말 할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도 어쩌면 다른 계획의 일부분일지 몰랐다. 아니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계획도 다른 계획의 발판에 불과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가 아는 진은 항상 일을 꾸밀 때 한가지 계획으로만 끝내지 않고 아무리 간단한 일이라고 하여도 일단 일을 벌려두면 최소한 2가지 계획을 동시에 실행하여 일을 추진해 나가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다르게 생각하면 소심할 수도 있고 또한 돈과 시간, 인력이 많이 허비되는 일일 수 있지만 대신 실패확률은 정말 0%에 가깝게 내려가는 것이었다, 요 며칠 간 그는 어르신이라 불리는 군천 일행과 조커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있었다. 아마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자신들을 이곳에 보낸 이들과 팔마를 파괴시킨 이들의 모습을 들어내게 하려는 계획이.....

'나보다 상위계획을 추진하고 계시겠지?'

그는 피곤에 지친 눈을 비비며 앞으로 소장이 진행하는 작전으로 이번 일이 끝나기를 원했다. 저들이 실패할 경우 발동되는 자신이 진행하는 두 번째 계획을 보아서 알지만 진의 성격상 계획의 상위로 갈수록 계획의 규모는 더 커질 것이고 그에 따라 죽어 가는 이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테니까.

"....뭐! 일단 고민은 일을 끝마치고 해야겠지?"

아직도 산더미 같은 일감을 보면서 자신이 너무 앞서간다는 것을 깨달은 한영석이었다. 이런 씁쓸한 고민은 일을 다 끝마친 다음해도 늦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계획은 발동되니까......

 ◆ 여행자들에게 노숙이라는 단어만큼 친숙한 단어도 없었다. 모험 소설을 읽을 시 필히 나오는 노숙은 사랑의 무대요 여행의 낭만으로 꼽히고 있었다. 하지만 낭만적인 소설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가장 피해야 할 일이며 가장 위험한 일이기도 하였다. 특히 산 속에서 하는 노숙은 위험 천만한 일이었다.

몬스터와 야행성 육식동물들로부터 위험을 겪어야 했으며 여름이 아니라면 모닥불을 피워놓는 다고 해도 아침마다 느껴지는 기온 차와 차가운 이슬을 몸으로 맞으면 기본 체력이 약한 이는 감기에 걸리기 딱 좋았다. 또한 장기간 노숙을 한다면 음식을 조리해먹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기껏해야 가루로 만든 소우(곡식의 일종으로 밀과 같이 주식으로 이용된다. 쌀과 비슷하게 생장에 많은 물이 필요하며 가루를 내어 반죽한 후 쪄먹는 것으로 빵보다 떡에 가깝다)를 물에 풀어 말린 육포를 넣고 먹는 수프가 전부였다. 그 또한 물이 풍부할 때의 이야기였고 물이 부족한 경우는 차디찬 육포를 물어뜯으며 식사를 때울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대부분 노숙의 경우 근처 호수가 없다면 씻는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하는 사치였다. 지금 기온은 막 겨울로 넘어가는 시점, 근처에 호수가 있다고 해도 몸을 씻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세이시나는 그렇게 알고 있었고 또, 과거 성지순례에 이미 경험한 일이었기 때문에 모험소설처럼 잡아온 짐승의 바비큐에 모닥불을 배경으로 진한 포도주 잔을 기울인다는 이야기는 정말 꿈같은 이야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녀였다. 그것은 어느 정도 길을 떠났던 이들이라면 초보도 아는 상식에 속하는 상식이었다. 하지만 10일 동안의 노숙생활을 한 세이시나는 자신의 당연한 상식이 처절히 부셔지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마을을 떠난 그녀는 은근히 열 받게 하는 진을 골탕먹이기 위하여, 또한 진이 새로운 말썽(?)을 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일부로 인적이 뜸한 깊은 숲 사이로 움직였다. 그녀의 눈으로 보았을 때 일행은 노숙 같은 험한 일을 전혀 해보지 않았던 인물들로 보였기 때문에 단단히 골탕을 먹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일 동안의 결과로 철저히 자신의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시험의 후유증과 집안의 사정, 그리고 휴대폰을 잃어버리는 정신적 타격 때문에... (전화번호랑 다 기억되어 있는데..저쩐다냥)ㅜ.ㅜ 일단 시험이 끝났으니 최소한 3일에 한번. 기본적으로 2틀에 한번으로 연재를 하겠습니다.

문제있음 리플...

=+=+=+=+=+=+=+=+=+=+=+=+=+=+=+=+=+=+=+=+=+=+NovelExtra([email protected])=+=

 혼돈의 시작 마을에서 정신을 차린 후 있었던 진과의 어색함은 나머지 일행들이 눈을 뜨는 것으로 일단 끝을 맺었다. 하지만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세이시나가 진을 보는 눈이 고을 리가 없었다, 본래 그녀의 성격이었으면 벌써 폭발해 버렸을 테지만. 처음 진에게 목숨을 잃을 뻔하여 겁을 먹은 후였고 그녀가 믿는 신의 말씀이 있는지라 끓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묵묵히 진을 쏘아보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삭힐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한 복수로 일행들을 산 속으로 몰아 넣은 것이다. 하지만...

"식사하세요!"

잠시 일행에 떨어져 어두워지는 주위 숲을 감상하던 그녀에게 루미나가 다가오며 소리쳤다.

식사...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 중의 하나인 배고픔을 해결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또한 그녀가 제일 먼저 좌절한 부분이기도 하였다. 그녀의 처음 생각은 차디찬 육포로 한방 먹이려 한 것이었다. 그것은 그녀가 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육체의 고통이었다. 하지만 처음 산으로 들어와 그녀에게 주어진 납작한 상자를 열어본 후 자신이 얼마나 큰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

"가요!!"

같은 여자이며 일행 중 제일 활발한 모습이라 그럭저럭, 어느 정도 친분을 맺은 루미나에게 대답해준 세이시나는 자신도 모르게 생각나는 음식의 맛에 침이 넘어가고 있었다. 서둘러 걸음을 옮긴 세이시나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일행들을 바라보며 미안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오만한 성격에 이런 모습은 놀라운 변화였지만 그녀가 느끼는 일행의 모습에서 자신보다 하류의 삶을 살았던 이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보는 일행의 기품 있는 모습에(진 빼고) 그녀에게 존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자리에 앉아 진을 시작으로 자신의 앞에 놓여진 레이션들의 뚜껑을 열었다. 특이하게 진은 식사를 할 때 같이 먹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올 때까지 식사를 하지 않고 기다리는 이상한 버릇이 있었다. 그러니 일행들도 서로 눈치를 보았고 이제는 암묵적으로 모든 이들이 모였을 때 식사를 시작하는 모습을 이루었다.

"찌이익..."

도대체가 그 원리를 알 수 없는 이 그릇이 세이시나는 정말 신기할 뿐이었다. 금속도 나무도 아닌 알 수 없는 물건으로 만들어 진 이 그릇은 마법도 아니면서 내용물이 한순간에 뜨겁게 데워지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신기한 것은 신기한 것! 일단 배를 채우는 것이 먼저였다.

그녀에게 주어진 레이션은 스테이크였다. 처음 그녀에게 여러 가지 레이션이 주어졌는데 일단 루미나들이 먹는 레이션은 너무 달아서(너무 달아 쓴맛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포기하였고, 진이 먹는 음식은 신전에서 한번 먹어본 하급신관이 먹는 식사보다 형편없는 맛 때문에 포기하였다. 쌀이라는 음식도 있었지만 주어진 반찬이라는 맵고 짠 음식을 먹지 못하여 포기... 이런저런 고문에 가까운 음식을 먹어본 그녀가 한참을 헤맨 다음 반해버린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고기 위주로 한 서양식이었다.

비록 이 행성의 주식은 소우였지만 소우와 곁들어 먹는 음식은 대부분 고기 위주였다. 따라서 그녀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대부분의 고기를 섭취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눈앞에 있는 스테이크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입에 넣으면 살살 녹는 육질은 이제까지 그 무엇보다도 부드러웠고 무엇으로 익혔는지 안과 밖의 익히는 정도가 균일하여 고기의 맛을 그대로 유지시키고 있었다. 은은한 단맛과 쫄깃쫄깃 씹히는 맛은 이 세상의 동물의 육질로 만든 것 같지 않을 정도였다.(...당연히 스테이크는 인간의 맛을 중심으로 만들어놓은 합성 고기입니다. 동물의 고기는 단 한 조각도 들어 있지 않지요)

그녀의 입맛은 서양인과 거의 비슷하여 그녀가 먹을 수 있는 레이션은 상당히 많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식사시간마다 다채로운 레이션을 맛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말없이 식사를 마친 일행은 인적이 없는 지역이라 당연히 노숙을 준비하였다. 하지만 노숙준비를 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또 그녀는 한번의 한숨을 쉬었다. 노숙준비를 하는 이는 일행의 구성원들이 아닌 갑자기 나타난 강철로 이루어진 거대한 아이언 골렘들 이었다. 처음 노숙을 하는 날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난 거인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가!

그녀가 이전에 본 아이언 골렘은 인간의 2배 이상의 크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둔하고 엄청난 무게로 인하여 그 사용범위가 고작 제한된 공간에서 가디언으로 쓰일 뿐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아이언 골렘은 그 손놀림만으로도 인간을 능가하고 있었다. 그 모양이 비록 기괴한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둔한 보통의 아이언 골렘보다는 월등해 보였다. 더군다나 마법 없이 스스로의 의지로 모습을 주위로 동화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루미나에게 들었을 때는 정말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저런 아이언 골렘이 있다면 전장은 정말 획기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것을 전략에 무지한 그녀도 알 수 있었다.

세이시나가 흑랑을 보며 생각에 잠긴 순간 벌써 노숙에서 가장 중요한 천막이 다 준비가 되었다. 자그마한 집을 연상시키는 천막을 보면서 그녀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 얇은 천으로 만들어진 공간은 그녀가 본 어떠한 보호마법을 능가하는 완벽한 온도 습도조절 등의 기능을 가지고있었다. 즉 온갖 보호마법으로 도배가 된 각 왕국이 소유하고 있는 천막과는 비교도 되지 않은 성능의 물품이었던 것이다. 이런 물품이 비록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일개 여행자들의 손에 들어있다니..... 정말 이 집단이 가지고 있는 물품은 평범한 것이 전혀 없었다. 하나하나가 한 제국의 황제라고 하고 탐낼만한 물건들 뿐이었다.

"먼저 씻으실 레요?"

조용히 다가온 키네라의 물음에 세이시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물이 귀한 산 속이지만 일행은 검정 색의 조그마한 상자를 이용하여 주위 수분을 한순간에 모아 먹는 물은 물론 샤워를 할 수 있는 물까지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상자는 샤워 등을 하기 위해서 한순간에 물의 온도를 조절하는 기능까지 있었다. 보통의 여행자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물건이었다.

"아뇨, 전 나중에 하지요"

세이시나의 거절에 키네라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다음 천막 주위에 설치한 샤워 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키네라의 등을 바라보며 세이시나는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일행에 가장 적응이 되지 않는 부분은 바로 목욕이었다. 다루는 물건이 신기한 만큼 사람도 신기한 법인지.....

그녀가 본 일행은 남자인 진이 주위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웃을 벗어 알몸을 들어내고 샤워를 하는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그것에 아무런 부끄러움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각 민족의 풍습이라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진이 목욕을 할 때는 천막 안으로 들어가던지, 아니면 주위를 산책한다는 식으로 자리를 피해는 것이었다. 그것은 높은 신분의 인물이 목욕을 할 때 시선을 피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여자가 목욕을 할 때 남자들이 피해주는 것 같은 인상이었다, 한번은 그녀가 진의 목욕장면을 스쳐지나가듯 본적이 있는데 주위에서 그녀를 보는 눈빛이 치한을 보는 눈빛이라 한동안 난감한 적이 있었다. 정말 세이시나가 보는 이 일행은 미묘하게 여자와 남자가 엇갈려 있는 모습이었다.

"세이시나"

천천히 옷을 벗고 있는 키네라가 있었지만 역시나 진은 아무렇지도 않는 모습으로 세이시나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런 진을 힐긋 본 키네라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자신의 일에 몰두하였다.

세이시나에게 다가오는 진의 목소리는 중성의 아름다움 음색이었지만 그에게 원망의 앙금을 가지고 있던 그녀의 귓가에는 마귀할멈의 음침한 목소리로 들렸다. 하지만 이 집단의 우두머리는 진이었고 그녀는 불쾌하지만 그의 뜻을 어길 수 없는 이방인에 불과한 현실이었다.

"뭐야?"

퉁명스럽게 몸을 들린 그녀에게 진은 품속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마을은 아직 멀었나?"

"멀었어! 당신이 가장 빠르게 해안가로 가자는 바람에 이 모양이 되었으니 나에게 뭐라 하지 말라고!"

세이시나의 음색은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내심 찔리는 면이 없지 않았다. 지난 10일 동안 마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신의 사자들이 알려주는 덕분에 그녀가 이리저리 피한 것이었다. 하지마 인간의 손길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눈치가 있는 자라면 그녀가 의도적으로 마을을 피했다는 것쯤은 추측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 증거로 그녀와 진의 대화를 듣고 있던 루미나가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앞으로 나서다 진의 제지를 받고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얼굴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녀가 알고 있는데 진이 모를 리가 없는 법. 하지만 의외로 진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 그렇군... 그럼 언제쯤 해안 가에 갈 수 있겠는가?"

"응? ..아! 아..아마 3일쯤이면 될 꺼야"

진의 무심한 반응에 오히려 당황한 세이시나는 자신도 모르게 3일이라는 단어를 내뱉고 말았다. 신의 사자에게 들은 가자 가까운 해안 가의 마을이 지금과 거리가 3일 거리라는 것을 이미 들었던 그녀가 무심결에 내뱉어 버린 것이었다. 이미 그녀의 처음 계획인 노숙을 유도하여 골탕을 먹인다는 계획은 물 건너갔지만 그래도 자존심에 한 10일 정도 끌고 다니려는 계획이 한순간의 실수로 일그러지자 그녀는 눈앞의 진을 속으로 욕했다.

"3일이라... 그렇군.."

진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천막이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진이 천막 안으로 사라지자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서 있던 루미나가 세이시나에게 다가왔다.

"...무슨 생각이지요?"

"무슨 생각이라니요?"

"우리들이 바보라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우리들은 당신이 안내한 길에서 주위 4km안에 조그마한 마을을 10일 동안 4곳을 확인했습니다. 사령... 아니 진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저희는 모르지만 적당히 해주십시오, 저희는 참을 수 있지만 다른 분들까지 참는 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평소 엉뚱하고 호기심 많은 소녀가 아닌 날카로운 눈빛의 루미나였다. 그런 그녀의 변화에 세이시나는 처음 당황하였지만 역시 그녀도 그동안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요? 하지만 마을이 있었다니. 전 그것을 믿을 수 없군요. 제 눈으로 직접보지 않았으니 뭐라 말씀드리지 못하겠지만 전 몰랐다고요!"

분명 세이시나의 말에 토를 달수는 없었다. 상식적으로 그녀가 신이 아닌 이상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는 마을까지 알 수 없었고 또한 알았다고 해도 길이 거의 사라진 곳에서 4km의 거리라면 누구도 알 수 없었으니... 하지만 심적으로 의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루미나는 나직이 한숨을 쉬면서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귓가에 소곤거렸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지만 목숨을 걸만한 이야기가 아니었으면 좋겠군요"

싸늘한 루미나의 음색은 평소 천진난만한 그녀의 입에서 들려 더욱 오싹한 느낌을 선사해 주었다. 천천히 어깨를 두드린 루미나는 샤워를 하고 있는 키네라에게로 가 버렸다. 그런 그녀의 등을 바라보며 세이시나에게는 일행에서 심한 고립감을 느꼈다.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는 세이시나를 바라보며 루미나는 샤워를 하고 있는 키네라에게 말을 걸었다.

"이러면 돼?"

루미나의 말에 키네라는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의 세이시나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잘했어"

"그런데 꼭 이럴 필요가 있을까? 그녀에 대하여 전에 말씀 들였지만 사령관 님께서는 아무런 말이 없으셨는데..."

"무슨 소리야! 얄밉게도 우리들을 속이려 한 벌이야! 사령관 님에 그녀에게 원한 것은 해안가와 이 행성의 원주민과의 접촉이었어! 하지만 무슨 목적인지 모르고 무슨 방법을 동원하지도 알 수 없지만 그녀는 우리들을 속이면서 원주민들과 접촉을 차단하고 있다고! 사령관 님께 좋지 않은 마음을 품은 그녀이니 우리에게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 할거야. 명심해 루미나! 지금 우리들은 위험한 곳에 와 있다는 것을! 우리들이 무사히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사령관 님을 철저히 따르는 것이야!"

"휴....네 말이 맞겠지.그런데 사령관 님은 왜 갑자기 원주민들을 만나려고 하신 거지? 그리고 원래 계획인 원주민들이 모여 만든 나라의 수도에 들린다는 것을 포기하고 해안가로 발걸음을 옮긴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아, 뭔가 생각나는 것 없어?"

루미나의 말에 키네라는 샤워기의 수위를 높여 물소리를 크게 하였다.

"글세... 아마 해안가로 가시는 것은 수송선이 바다에 추락했을 수도 있다는 단서를 잡으신 것 아닐까? 우리가 타고 온 그 수송선이라면 해수면을 지나갈 때 생기는 충격파로 거대한 해일이 있을 거야! 아마 사령관 님은 그 해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서 원주민들을 찾는 것 같은데...."

"하지만 지금 가는 방향으로 수송선이 추락했다는 증거는 없잖아? 만약 뒤쪽에 있는 바다로 추락했다면 어떻게 할 꺼야?"

"그래도 상관없지. 그렇다고 해도 수색범위는 반으로 줄어드는 것이니까!"

"음.. 확실히 네 말대로 된다면 수색범위는 엄청나게 줄어들 것 같은데.... 그래도 지금 인원으로 찾는 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더군다나 우리들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입장이고"

"휴..... 그 점은 나도 모르겠다. 내가 사령관 님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도 아닌데...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사령관 님은 수송선보다 딴 곳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단 말이야... 수송선을 찾을 생각이나 있는지 원..."

"야! 너무 큰소리로 말하는 것 아니야?"

"괜찮아! 물소리 때문에 아무도 듣지 못할텐데 뭘! 사령관 님께서는 천막 안으로 들어 가셨으니 우리들의 대화를 듣지 못하실 곳이고, 봐봐 저기 세이시나도 우리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있잖아?"

"아! 나도 모르겠다. 골치 아픈 이야기는 딱 질색이야! 빨리 씻어! 나도 빨리 씻고 자고싶으니까!"

딱딱한 이야기에 금방 실증을 낸 루미나를 바라보며 나직이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쉰 키네라는 세차게 떨어지는 물방울을 맞으며 서둘러 몸에 묻어있는 거품을 씻어냈다.

 ◆ "수송선? 뭐야 그게.... 음 저들이 움직이는 목표는 수송선이란 말인가?"

아무도 듣지 못했을 것이라는 키네라의 장담과는 다르게 수십 미터의 거리와 상당한 소음을 발생하는 물소리를 뚫고 그녀들의 대화를 듣는 존재가 있었으니... 그 존재는 인간의 형상이었지만 뾰족한 귀가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흔히 사람들이 엘프라고 부르는 존재, 진의 일행을 뒤쫓던 존재였다. 그녀는 목표였던 진이 시야에 사라지자 다시 몸을 감추려 하였지만 우연히 듣게된 이야기에 온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런 그녀의 뒤편에는 붉은 색의 광점이 그녀의 무방비의 뒷모습을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듯 하였다.

 ◆ -저희들이 파견한 흑랑에서 보내온 소식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아직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한차례 사령관 님을 습격한 적이 있습니다. 제거하는 것이....-

한영석은 자신의 책상 앞에 보고서를 들고 나타난 이에게 고개를 흔들어 주었다.

"아냐! 아직은 쓸모가 있다. 아직 그녀가 가진 정보는 쓸모가 없는 찌꺼기에 불과하니까! 나중에 정말 필요할 시기가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통신이 꺼지자 피곤한 모습의 한영석은 의자에 몸을 기대어 두 눈을 비볐다.

"이러면 돼?"

그는 누구에게 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하였다. 그러자 그의 의자 뒤에서 한 명의 사람이 모습을 들어냈다.

-감사합니다-

"일단 자네의 말대로 하기는 했는데 정말 쓸모가 있을까?"

-그녀는 제 실수입니다. 하지만 이미 발생한 것! 반드시 쓸모가 있게 만들겠습니다.-

모습을 들어낸 이는 한영석에게 조심스런 태도를 취하였다. 그런 그에게 한영석은 의자를 뒤로 돌려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일단 임시 사령관의 대접을 해 주어서 고맙지만 명심해둬! 아직 정식으로 접수된 것은 아니지만 어르신들이나 다른 분들은 자네가 한 행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어. 무단으로 엘프마을을 공격한 것은 오로지 사령관 님을 위한 자네의 마음에서였다는 것은 이해해도 어정쩡하게 일 처리를 했다고 말이야.... 조만간 상벌위원회가 소집될 것 같아"

상벌 위원회라는 말에 한영석 앞에 나타난 이의 어깨가 가볍게 떨렸다, 진은 배신을 제외한 부하들의 실수에 너그러운 편이었지만 상벌위원회는 인정사정 없는 것으로 유명하였다. 대부분의 진의 부하들이 무서워하는 이유는 사형과 같은 극형은 존재하지 않지만 상벌위원회는 그보다 더욱 무서운 형별인 추방을 결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복수로 모인 이들에게 추방이란 복수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을 포기해야 하는 것으로 죽음보다 무서운 형벌이었다.

"아마 만마전에 도착하여 시작되겠지! 그동안 위원회의 구성원들이 만족할만한 전과를 올려놔야 해, 이제 이 행성의 일이 마무리되면 우리들의 그토록 원하던 일이 시작될 꺼야! 예상보다 1∼2년 빠르지만 이 빌어먹을 행성으로 움직인 뒤라 서두를 것이라고 하더군... 여기까지 와서 그저 행성 표면에서 손가락이나 빨고 있고 싶지 않겠지?"

-........고맙네-

"친구 좋다는 것이 뭔가? 일단 그 마을의 생존자가 살아있다는 것을 문서상으로 계획의 일환으로 돌려놓고 근처에 흑랑을 한 대 파견해 왔다네. 나머지는 자네의 몫이야! 나야 끝까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나에게도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말이지"

-무슨 소리인가? 지금까지 한 일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네! 더 이상 하면 자네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그렇게 고마우면 밥이나 한끼 사라고!"

-...고맙네-

입체영상이었는지 서서히 모습이 사라지는 그를 바라보며 한영석은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조심하게! 크라스노프.... 지금 다른 분들은 사령관 님께서 자리를 비운 것으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네."

 ◆ "와 바다다!!"

루미나는 자신도 모르게 지평선 끝까지 이어진 거대한 바다를 보며 탄성을 질렀다. 끝없이 펼쳐진 에메랄드빛의 바다는 그 어떤 오염이 되지 않은 그야말로 태초의 바다를 보여주었다, 일행은 크게 심호흡을 해 보았다. 소금기가 녹아 들어간 차가운 바닷바람은 숲에서 들이키던 공기와는 다른 맛이었다. 울창하여 하늘도 보이지 않던 숲과는 다르게 바닷가의 바람은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세이시나의 말대로 일행은 3일만에 해안 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직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도착하진 않았지만 일행은 탁 트인 바닷가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했다. 단 한 명 만 빼고...

"마을은?"

진은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따분하다는 듯이 쳐다본 후 침울한 모습의 세이시나에게 물었다. 진의 물음에 그녀는 힘없이 고개를 들며 손을 들어 자신들이 나온 숲의 반대방향을 가리켰다. 그런 그녀에게 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바다를 감상하고 싶었던 일행은 서둘러 몸을 움직이는 진에게 원망스런 눈빛을 보냈지만 어쩔 수없이 진을 뒤따르기 시작했다. 그런 일행과는 상과없다는 듯이 가장 뒤에는 세이시나가 힘없이 뒤따랐다. 그녀는 루미나에게 충고를 들은 후 줄곧 풀이 죽어 있었다, 그럭저럭 친해졌다고 생각한 일행들과(물론 진은 제외함) 자신과는 일정한 거리감을 느끼는, 소외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 일행에서 벗어날 수도 없는, 그야말로 자존심이 강한 그녀에게는 고문과 같은 입장이었다.

가을 햇빛에도 그럭저럭 따뜻하게 달 구워진 모랫길을 처음에는 신기한 표정으로 강아지처럼 돌아다니던 일행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걷기 힘든 모랫길에 지쳐있었다. 어쩔 수 없이 걷다 쉬었다를 반복했지만 모래밭이 점점 사라지고 단단한 지반이 느껴지기까지 약 7시간이 지난 후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행성의 토박이인 세이시나와 지구에 단련된 진은 멀쩡하게 걸었지만 다른 일행은 굉장히 힘들어했다. 특히 세르피는 땀을 비 오듯이 흘리고 있었다. 일행의 걸음의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자 진은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방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런 속도로는 또 노숙을 해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 진은 주위에 모습을 숨기고 있는 흑랑을 불러냈다. 그리곤 기지에게 가져온 수많은 짐을 담은 상자의 평평한 부분으로 일행을 태우게 하였다. 흑랑의 팔을 디딤돌 삼아 위에 오르면서 왜 이 방법을 이전에 하지 않았느냐 라는 세르피의 투덜거림이 있었지만 나머지 지쳐있는 모습으로 흑랑의 위에 오른 일행은 이제야 살 것 같다는 표정으로 상자 위에서 쓰러지듯 누워버렸다. 평소 말이 없던 아르까지 피곤한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사양하는 세이시나까지 태운 진은 거대한 3명의 거인과 노을지는 석양을 배경 삼아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일행들이 흑랑에 타기 전 이미 진은 처음 예정한 이동수단인 에어스케이트를 착용한 상태여서 비록 쓰러지듯 누워있는 일행들 덕분에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이동하는 속도는 처음과 비교도 되지 않았다, 다른 일행들보다 그럭저럭 체력을 유지하고 있던 세이시나만이 진의 에어 스케이트에서 나오는 공기압에 의해 휘날리는 흙먼지를 신기한 듯 바라볼 뿐 나머지 일행들은 빠르게 이동하는 주위 풍경을 감상할 사이도 없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이 들었다.

그렇게 태양이 바다 저편으로 완전하게 사라지는 뒤에도 1시간 정도를 달린 뒤에야 일행은 드디어 처음 본 마을보다 2∼3배 커 보이는, 어촌이라 기 보다 항구에 가까운 거대한 마을에 도달할 수 있었다.

 잡소리 -① 늦었습니다. 사죄의 의미로 원래 2편으로 나누어 올리려고 하였지만 괜히 조회수 늘리는 것 같아 그냥 한편으로 올렸습니다, (조금 쓴 주제에 큰소리는! 퍽!!)처음 2편으로 나누려 하였을 땐 뒤편의 소제목이 '만남'이었는데....훌쩍...

잡소리 -② 요즘 진이 왜 싸우게 됐는지 그 부분에 대하여 외전을 쓰는데 왜이리 글이 나가지 않는지...ㅜ.ㅜ 방학이라 그런지 잠도 왜이리 많아지는지 모르겠어요^^ 학원이랑 할 일도 많은데...

문제있음 리플....

=+=+=+=+=+=+=+=+=+=+=+=+=+=+=+=+=+=+=+=+=+=+NovelExtra([email protected])=+=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