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들어선 마을은 시간이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이제까지 항상 보았던 목책 따위가 이 마을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점이었다.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일행을 바라보며 세이시나는 바닷가에는 몬스터들이 접근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주었다. 덕분에 타 마을이 야간에 사람들의 출입을 억제하는 것에 비하여 일행은 수월하게 마을에 들어올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와 주위를 둘러보던 일행은 곧 마을이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배가 정박하는 부두와 사람들의 주거지역으로 완전하게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을은 밤이 늦었는지 사람들이 깨어있다는 표식인 불빛은 대부분 부둣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래서 진은 일행을 이끌고 정보도 얻을 겸 휴식을 취할 장소를 찾기 위하여 아직도 화사한 불빛을 비추고 있는 부두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둣가로 걸어가던 일행 중 키네라와 루미나는 서로 재잘거리며 드디어 새로운 음식을 맛볼 수 있다며 기뻐했고 세르피와 아르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하긴 본래 처음 보았던 마을에서 푹 쉬며 이것저것 구경을 할 계획을 망쳤으니 지금 이 순간이 기대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었다.
그런 일행의 뒤에서 풀죽어 있던 세이시나는 루미나의 음식에 대한 재잘거림을 들으며 작은 한숨을 내셨다. 저들의 기대가 언제 깨어질지 예상되었기 때문이었다. 귀족의 저택이 아닌 이상 일행이 가지고 있는 천막의 아늑함을 능가하는 공간이 존재할 리가 없었다. 더욱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여러 진귀한 음식을 먹어본 그녀로써도 지난 며칠 먹었던 레이션이라는 그릇(?)에 들었던 음식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얼마나 맛있었으면 자신에게 레이션을 넘겨주는 진이 예쁘게 보일 지경이었다, 그런 편안한 공간과 음식을 먹으며 지낸 일행들이 보통 평민들이 먹을 음식을 위장 안으로 넣을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되었다.
'아! 진 저 자식은 맛있게 먹을 수 있겠군!'
세이시나는 며칠 전 먹어본 진의 서바이벌 레이션이라는 물건의 극악의 맛을 생각해 내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이 걸어가는 부두는 조그마한 배들로 가득했다. 배들의 대부분은 사람들을 나르는 여객선이나 화물선이 아닌, 크기로 보아 연안에서 조업하는 고깃배들로 짐작되는 배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끔 배를 지키고 있는 이들만이 보일 뿐 그 어디에서도 작업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에 비하여 부두 근처에 있는 식당과 여관으로 보이는 건물들은 밖에서도 들릴 만큼 시끌벅적했다. 한참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일행은 이름 모를 거대한 물고기의 뼈로 장식한 '바다의 사나이'라는 유치한 이름의 2층으로 된 건물을 선택하였다.
"이번에는 좀 암전이 있어주지?"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자신에게 충고하는 세이시나에게 진은 비웃음인지 모를 웃음을 지어주며 망설임 없이 소란스러운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음식점은 밖에서 상상한 모습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그리 밝지 않는 불빛, 지저분한 실내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이 많은 이들이 탁자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들은 들어온 망토의 6명을 쳐다보았으나 잠시 그들의 모습에 흥미가 동했을 뿐 다시 술을 마시거나 이야기하는 등 자신들의 일에 몰두하였다.
"무엇을 원하세요?"
진은 그런 내부를 둘러보다 짜증 섞인 목소리에 자신의 앞에서 피곤에 지쳐있는 다소 야한 차림의 예쁘장한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곧 그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하지만.....
"......................."
진은 자신이 무엇이라 말해야 하는지 난감했다. 식사? 아니면 잠? 여기는 식사와 여관을 같이 취급하나?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주입된 지식은 엘프와 왕자... 둘 모두 서민적인 것과는 동떨어진 이들이었으니 진이 알 리가 없었다.
"빨리 주문하세요! 지금 바쁜 것 보이지 않으세요?"
진이 머뭇거리자 짜증이 난 소녀의 뾰족한 음성에 술을 마시던 사람들은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되는 듯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그런 주위의 모습에 진은 나직이 한숨을 쉬면서 일행의 뒤에 멀뚱멀뚱 서있던 세이시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부탁하네"
진의 말에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던 세이시나는 곧 키득거리기 시작하였다. 저 인간 같지 않은 인간도(진은 인간이 아닌데...) 서투른 면이 있다는 것이 재미있어서였다. 그녀는 10일 가까이 같이 지내면서 마을의 학살도 그럭저럭 잊어갔고 마을 밖에서 진이 그녀의 신을 모욕한 부분도 갑작스럽게 강림한 신에 의하여 기억의 혼란을 겪고 있어 처음의 증오 수준의 마음은 많이 퇴색한 뒤였다.
"네가 못하는 것도 있네? 킥킥 잘 봐두라고!"
진의 어깨들 두드린 그녀는 '빨리 주문하세요' 라는 오라를 마구 마구 뿌리고 있는 소녀에게 후드를 젖히며 빙긋 웃어주었다, "여기 여관도 겸하고 있지? 일단 방은.... 일인 실 6개하고, 식사할 공간 좀 만들어 줄래? 일단 짐을 내려놓고 식사를 하고 싶은데?"
일단 진의 수중에는 금화가 넘쳤으니 그녀는 돈 걱정 하지 않고 일인 실 6개를 주문했다. 같은 여자가 보아도 반해버릴 미모가 후드 안에서 모습을 들어내자 점원소녀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방금 전과는 다르게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기 죄송하지만 저희 집에는 일인 실이 없거든요? 지금 남아있는 방이라곤 이인 실 1개와 4인 실 방 하나 밖에는....."
마치 자신이 죄를 짖은 것처럼 고개를 숙이는 소녀를 보며 세이시나는 난감했다. 사람인원수만큼의 방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문제는 진이었다. 일행 중 한 명은 진과 같이 잘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없이 세이시나는 진의 동의를 얻어 다른 여관을 찾기로 하였다. 밖에서 본 여관은 이곳 하나만이 아니었으니 다른 괜찮은 여관을 찾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른 곳으로 가려던 의도는 일행들의 분위기를 느낀 소녀가 막 몸을 돌리던 세이시나의 망토를 잡는 것으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저기...저희 집에서 주무시는 것이 낳아요. 요즘은 이 근처에서만 잡히는 물고기 때문에 타지 어부들이 많이 왔기 때문에 다른 여관도 마찬가지예요. 다른 곳도 방이 있을지 모르지만 6인 이상이 머물 수 있는 아마 여기뿐이에요"
조금 전 짜증스러운 소녀는 어디로 사라지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소녀를 바라보며 세이시나는 자신의 아름다운 얼굴이 뿌듯하였다. 일행을 재미 삼아 보던 인물들도 들어낸 세이시나의 아름다운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다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며 정신을 차리곤 한바탕 웃음을 지었다.
"푸하하하하 말괄량이 미나가 반해버렸군!!"
"크으 미나의 취향이 저런 스타일이라니. 저런 스타일을 좋아하니 내가 고백했을 때 인정사정 없이 쟁반을 내리쳤군"
"그야 네놈의 얼굴을 보면 다른 여자도 다 그렇게 해! 어이!! 미나 다 좋은데 여자라서 어쩌나?"
"어쩌긴! 미나가 남장을 해서 장가가면 되지! 아니? 원래 미나는 남자일 수 도 있어! 성격을 봐봐 저 성격에 어떻게 여자라고 할 수 있나?"
"시끄러워요!! 주정뱅이들은 술이나 마셔요!!"
자신을 놀리는 말에 방금 전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어디로 가버리고 미나라는 소녀는 여관이 날아갈 정도로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모습에 더욱 웃음을 참지 못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대부분의 손님은 소녀와 잘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대화도 희롱한다는 것보다는 가벼운 장난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이전보다 더욱 시끌벅적한 이야기 속에 자신의 이야기가 들렸지만 세이시나는 상관하지 않고 다행이 난 빈자리 중 가장 구석의 자리에 앉았다. 대부분의 짐을 흑랑에게 놓고 온 상태라 서둘러 방으로 갈 필요가 없었고 많은 손님을 혼자 담당하고 있는 미나라는 소녀가 자신들을 안내하기 위하여 자리를 비우면 난처해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세이시나가 자리에 앉자 묵묵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이 그녀의 맞은 편에 앉았고 진의 눈치를 보던 나머지 일행이 나머지 자리를 차지하였다. 그런 다음 답답하다는 듯이 진과 아르를 뺀 나머지 이들이 가리고 있던 후드를 젖혔다. 순간 일행을 바라보고 있던 이들이 침묵하였다. 마치 인간이 아닌 요정족들 같은 모습에 사람들은 할 말을 잊었다. 방금 본 세이시나의 외모도 평생 한번 볼까 말까한 미모였지만 뒤에 모습을 들어낸 이들도 만만치 않았다. 앞의 세이시나가 인간이 가진 최상의 외모라면 나머지 일행들의, 특히 세르피의 외모는 어딘가 인간이 아닌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부로 보이는 우락부락한 근육 소유자인 남자들이라 지저분하고 난잡한 여관에 일행이 앉아있는 부분만이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시...식사부터..하..하시려고요?"
주위사람들을 쟁반으로 한 대씩 후려친 후 후련하다는 얼굴로 다가온 미나라는 소녀는 일행들이 내뿜는 아름다움에 취했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씽긋 웃어준 세이시나는 마치 자신이 대장이 된 것처럼 일행을 바라보다 미나를 바라보았다. 뭐 나머지 일행들은 아는 것이 없으니....
"음... 이곳은 무엇을 잘해?"
"이곳은 뭐니뭐니 해도 항구이다 보니 타 지역보다는 물고기 요리가 발달했어요. 오늘 가져온 씽씽한 물고기인 맵스는 지금이 산란기라 제일 맛있을 때이고 저희 집 특제 소스를 부려 만든 찜은 이 지역 최고의 요리로 칭찬이 자자하지요"
"최고로 비싼 요리이기도 하고 말이야"
술에 취한 누군가가 그녀의 말에 딴지를 걸자 미나는 목소리가 들리 장소로 도끼눈으로 바라보았고 괜히 나섰던 술에 취한 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인양 술잔을 들이켰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한바탕 웃었고 잠시 아름다운 일행들의 모습에 조용해졌던 여관은 처음과 같이 떠들썩하게 돌아갔다. 하지만 즐겁게 술을 마시던 사람들과는 다르게 몇몇의 식탁에 앉아 있는 이들은 유심히 진의 일행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대부분 용병이나 모험가의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진 일행을 바라보기만 할 뿐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잠시 뭘 먹을까? 라는 고민에 쌓였던 세이시나는 그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세이시나는 과거의 기억을 들추어 저들이 보통의 이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통 이 정도로 아름다운 이들이 모여있으면 초보 모험가나 용병들은 자신의 힘을 믿고 나서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어지간한 실력이 있는 자들이라면 섣부르게 움직이지 않았다.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이들이 힘도 없으면서 움직이는 일은 당연히 없었다, 즉 그런 집단이 있다면 그들은 어느 정도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보통 그런 이들은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실력자였다. 세이시나는 과거 성지순례를 했을 때 고용된 용병에게 들었던 이야기인데 신빙성 있게 들려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따라서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안심한 세이시나는 주문을 기다리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아! 기다리게 해서 미안...음 그럼 그 요리로 6인분 준비 해줘"
"탁월한 선택이에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서둘러 주방으로 사라지는 소녀를 바라보며 세이시나는 일행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물고기 요리를 시킨 것은 일행들을 위해서였다. 물고기는 처음 먹어본 이들도 그럭저럭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였다. 이전까지 고급스러운 요리를 먹는 이들이 이곳의 거친 음식이 입에 맞을 리가 없었기 때문에 무난한 물고기 요리를 시킨 것이었다. 과거 신전에서 마법진으로 가져온 싱싱한 물고기 요리를 생각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스스로 만족해했다.
어울리지 않게 어머니처럼 이것저것 일행을 챙기며 자신도 이 집단에 쓸모 없는 존재는 아니라고 스스로 만족해하며 음식을 기다리는 세이시나와는 다르게 진은 후드로 가린 덕분에 수월하게 주위를 탐색했고 곧 자신들을 주시하는 2집단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집단은 처음 세이시나가 발견한 남자와 여자 합쳐 5명의 일행과 오로지 7명의 남자로만 이루어진 이들이었다. 그중 진은 남자로만 이루어진 일행에서 끈적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은 진이었지만 단지 보는 것만으로 나설 수는 없었다.
따라서 진은 그들을 바라보던 시선을 허공으로 돌렸다. 진의 의지에 따라 안구에 들어있던 나노머신에 의하여 가시광선 위주로 보이던 시야가 서서히 붉은 색으로 물들기 시작하였다. 적외선을 감지하는 것이었다. 허공에는 나무로 만들어져 검은색에 가까운 시야에 미약하게 주위와 다른, 약간의 붉은 색을 띤 거인이 누워있는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진 일행이 여관으로 들어오기 전 다른 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들어온 흑랑이었다. 음성으로 할 수 있었지만 다른 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진은 자신의 팔에 부탁된 기기를 조작하여 흑랑이 가진 무기들의 안전장치들을 모두 풀게 만들었다.
진은 처음 세이시나를 만나기 전 느꼈던 감각둔화를 그 뒤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주위를 돌아다니며 명령을 수행하던 흑랑 중 한기는 반드시 자신의 주위에 배치한 진이었다. 자신의 힘이 감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게 쓸데없는 객기는 필요 없었다.
커다란 쟁반에 음식을 한가득 담고 아슬아슬하게 걸어오는 미나라는 소녀를 바라보며 진은 왠지 오늘 하루가 피곤해질 것같은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잡소리-① 크!! 몇분 차이로 3일만에 올리는 것으로.. ㅜ.ㅜ 딱 2분만 빨랐어도....2틀에 한번...
음..오늘은 그냥 평범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진 이놈의 성격상 조용한 나날은 폭풍전의 고요와 같은 것!!
깜장양송이 : 세이시나 말처럼 좀 얌전히 지내라 응?
진 왈: 다 쓸어버릴 지어다.......
깜장양송이 : ....................
잡소리-② 제가 마지막에 쓰는 '문제 있음 리플'이라는 말은 글을 읽으시면서 문제 있다라는 부분이 발생한다면 언제든지 리플에 적어주시라는 말씀이라는.........^^ 문제 있음 리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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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보는 사람이 감탄할 정도로 비틀거리며 균형을 유지하던 미나는 그동안의 노화우 덕분인지 질릴 만큼 많은 양의 음식을 단번에 내 왔다. 식탁에 올려놓는 접시들을 보니 과연 조금 전 술주정뱅이의 가장 비싸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푸짐한 양이었다.
"맛있게 드세요"
일행의 앞에 접시를 놓은 미나는 후드를 뒤집어 쓴 진과 아르의 얼굴을 힐끔거렸다. 그런 미나의 모습에 세이시나는 괜한 꼬투리를 잡아 진이 날뛸 것이 걱정되었는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지요?"
"아! 아뇨.. 그럼 맛있게 드세요"
세이시나의 말에 당황했는지 미나는 과장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서둘러 주방으로 사라졌다. 세이시나는 그런 미나를 보며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이 미녀집단의 나머지 인물들을 보고 싶은 것이겠지.
세이시나가 그녀의 마음을 예상하며 키득거릴 때 나머지 일행들은 포크처럼 생긴 도구를 들며 긴장된 표정으로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주방에서 일행으로 시선을 돌린 세이시나는 그 모습에 다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진을 뺀 나머지 일행은 겉으로 냉정한 척 하지만 많은 이들을 보고 왔던 그녀의 눈에는 순진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겉으로 보아도 절대로 평범한 이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세르피조차 양손에 포크를 든 체 눈앞의 음식을 어떻게 먹여야 하는지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모습은 정말 귀엽기 짝이 없었다. 아직 자신에게 모든 것을 감추려고 하는 일행들이었지만 세이시나는 자신의 높은 신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일행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뭣 같은 진은 빼고....
이번에는 진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저 인간 같지도 않는 인간이 다른 일행처럼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인 역시나 진이었다. 그는 두 개의 포크를 이용하여 정말 능숙하게 뼈를 발라내고 있었다. 그의 손놀림은 평생 물고기만 먹은 사람처럼 예술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머지 일행은 그런 신기에 가까운 손놀림을 유심히 바라보며 자신들도 어설픈 모습으로 흉내를 내기 시작하였다.
"오! 멋있는데?"
세이시나는 '맵스'라는 물고기 찜의 맛을 보며 감탄했다. 싱싱한 재료와 요리사의 솜씨가 정말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행복한 표정으로 물고기를 해부하던 그녀는 일행 중에 식사에 열중라고 있는 사람은 자신과 진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둘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들은 물고기를 아주 조금 맛을 본 뒤 포크를 내려놓고 물고기와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맛있는데 안 먹을 거예요?"
세이시나의 말에 옆에 앉아 있던 키네라가 구겨지는 미소를 지었다.
"맛이 맞을 리가 없지. 아마 쓴맛 때문에 먹지 못할 것이다"
물고기조각을 입 속에 밀어 넣던 진의 말에 세이시나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쓴맛?'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물고기를 쓴맛 때문에 먹지 못한다니....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는 세이시나와 묵묵히 위장을 채우고 있는 진을 뺀 나머지 일행은 품속에서 꺼낸 작은 정수알약을 같이 나온 물컵에 집어놓고 입안에 남아있는 쓴맛을 씻어냈다. 그녀들은 침울한 표정이었다. 이 미 개척지 행성의 요리를 먹지 못한다면 일행은 다시 기지로 돌아가기 전까지 레이션만이 유일한 식량이었기 때문이었다. 단맛에 길들여진 그들로써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술을 마시며 이야기하고 노래부르는 사람들로 인하여 소란스러운 공간에 오직 일행의 식탁에는 정적이 흘렀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일행에게 양해를 구한 후 한참 맛있게 먹던 세이시나는 나머지 일행이 그저 음식을 안타까운 모습으로 보고만 있자 눈치가 보였는지 점점 먹는 속도가 떨어지다. 그녀가 먹는 것을 중지할 때, 일행 중 유일하게 진만이 주위와 상관없이 묵묵히 물고기를 조각 내어 먹는 반복 운동을 하고 있었다.
뭐 진 또한 그리 맛있지는 않았다. 같은 모습의 물고기라지만 지구에 서식하는 물고기와 같은 맛일 수는 없는 일.... 그저 먹는 것을 남기면 죄받는다는 초거대 기업의 소유주이자 슈렘의 100위 안에 드는 강자치고는 소박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키네라는 자신의 앞에 놓여진 먹음직스럽게 생긴 요리를 보며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슬슬 레이션에 질리고 있으니 다른 음식을 먹고 싶었는데... '
하지만 이 음식을 보니 다른 음식의 맛도 어느 정도 예상이 갔다. 그녀가 다시 한번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옆에 앉아있던 루미나가 실망스럽다는 듯이 입체영상으로 가려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머리에 나있는 뿔이 있는 자리를 더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에 그녀는 기겁을 하며 루미나의 팔을 꼬집었다.
"쿠당탕탕탕!!"
"아야! 아프잖....응?"
무방비에 꼬집히자 놀란 루미나가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여파로 그녀가 앉고 있던 의자가 뒤로 넘어졌어버렸다. 하지만 그 소리가 생각보다 엄청 크자 식당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모두 루미나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자신이 낸 소리가 아니라고 말하려 하였다. 하지만 그녀보다 먼저 소리치는 이 때문에 그녀의 의도는 이루어 질 수 없었다.
"모두 동작 그만!!!"
목소리는 식당의 출입구에서 들렸다. 방금 전의 소리도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보다는 문을 박차는 소리였으리라. 남자의 우렁찬 목소리에 루미나에게 쏠려있던 시선이 출입문으로 향했다. 일행도 궁금증에 바라본 그곳에서는 붉은 색의 플레이트 메일(Plate Mail)을 걸친 6명 정도의 기사들이었다. 그중 40대의 중년으로 보이는 근엄한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아마 방금 목소리의 주인공이리라...
"응? 저들은?"
세이시나는 키네라가 넣어준 알약을 넣은 물컵을 미심쩍은 표정으로 마시던 도중 거만한 표정으로 내부를 포위하듯 들여 닥치는 이들을 바라보며 아는 것처럼 말하자 일행의 시선이 그녀에게 모였다.
"아는 사람들인가?"
"아는 사람들이라기 보다 저들이 속한 곳을 알았다는 것이 정답이겠지...저들은 투지와 결투 그리고 계약의 신을 모시는 무세아 교단의 성기사들이다"(신의 이름 정(신계 이름),인간들이 부르는 이름은 데무라자)
자신에게 물어온 이가 진이라는 사실에 불만이었는지 세이시나의 말투는 그리 곱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 상관하지 않는 진은 다음 질문을 하였다.
"우리들 때문에 온 것인가?"
진의 말에 세이시나는 들고 있던 컵을 내려놓고 고개를 흔들었다.
"각 교단는 서로 상관하지 않는 것이 율법같이 내려오고 있지, 이번 일은 아직 내가 속한 라도우 교단이 책임지고 있어. 그러니 아직 우리들이 손을 때지 않았는데 다른 교단이 개입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세이시나의 설명 중에도 성기사들의 숫자는 10명을 넘어 식당에 있는 이들을 거의 완벽하게 포위해 버렸다. 하지만 식당 안에 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을 포위한 사람들이 성기사라는 것을 알아차리곤 자리에 얌전이 앉아 서로 눈치를 살폈다. 자신의 말에 사람들이 충실히 따르자 멘 처음 소리친 이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내부를 둘러보다 아름다운 모습의 진 일행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자신의 모습을 수습하고 헛기침을 몇 번 한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들은 무세아 교단에서 나온 단죄의 성기사들이다! 이곳에 금서를 가지고 있는 자가 잇다는 연락을 받았다. 모두 손을 머리위로 올리고 벽에 붙어라!!"
명령조의 오만한 말이었지만 사람들은 잠시 서로의 일그러진 얼굴을 바라보다 순순히 자리에 일어나 머리에 손을 올리며 벽으로 향했다. 국가에 속한 기사보다 성기사에 걸리는 것이 더 위험했다. 둘 다 평민을 물건으로 생각하는 이들이지만 그래도 국가의 기사는 어느 정도 법을 지키려는 모습은 보여주었다. 하지만 성기사들은 자신들에게 조그마한 반항을 하여도 암흑교도로 몰아 가족까지 화형에 처해 버리는 잔인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나와 그의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까지 모두 벽으로 이동하자 많은 이들이 모여있던 공간에는 진의 일행과 모험가로 보이는 이들, 그리고 진의 일행을 느끼한 눈으로 본 집단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처음 소리친 남자는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는 많이 이들이 눈에 띄자 분노로 흥분했는지 붉게 물든 얼굴로 소리쳤다.
"너희들은 무엇이라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냐! 감히 데리무자를 모시는 우리 단죄의 성기사들의 말이 우습게 들린단 말인가?!! 흥! 암흑신자라고 생각해도 되겠군!!"
남자의 손짓에 막 사람들의 짐을 수색하려던 성기사들이 차고 있던 하얀색의 롱소드를 꺼내들며 자리를 지키는 이들에게로 서서히 접근하였다.
그런 성기사들을 바라보며 세이시나는 잠시 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고개를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저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상책이었지만 이제까지 그녀가 지켜본 진이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요구였다. 그녀는 신탁을 들었을 때 자신이 수행해야 할 일을 다른 교단이 알지 못하게 하라는 명령을 들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품안에서 라도우 교단에서 고위 성직자를 증명할 수 있는 패를 꺼내들었다.
"저희는 수상한 자가 아닙니다. 수행중인 단순한 여행자일 뿐이지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세이시나는 그녀의 앞에 칼을 들며 다가오는 성기사에게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도록 살짝 꺼낸 패를 보여주었다. 그녀가 들고 있는 패에서는 미약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까이에서 본 기사는 그것이 마법이 아닌 신성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과 다른 교단의 그것도 고위 성직자라는 것을 알아낸 그 기사는 뒤에서 붉게 물든 얼굴을 하고 있는 자신의 상관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행동은 자신은 지금 명령을 수행중이니 건들지 말라는 뜻이었지만 그 성가사가 들었던 명령은 모든 이들을 조사하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상관의 뜻에 따르겠다는 뜻이었다.
"여행자라고?"
"예, 저희는 단순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패를 보니 자신보다 계급이 높은 성직자였지만 어차피 눈앞의 인물이 정체를 밝히고 싶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남자는 반말로 나갔다.
"저들도 함께인가?"
그가 가리키는 것은 들이닥친 성기사에게 흥미를 잃고 포크로 장난삼아 물고기를 찌르는 루미나와 그런 그녀를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는 키네라. 조용히 물 잔에 이상한 풀들을 넣고 있는 세르피와 후드로 인하여 얼굴자체가 보이지 않는 아르, 마지막으로 시선도 돌리지 않고 꾸역꾸역 음식을 집어넣고 있는 진이었다. 아마 성기사의 눈에 일행의 모습이 매우 거슬리게 보이는 장면이리라...
"그렇습니다. 아주 중·요·한 일행이지요"
잠시 일행을 바라보다 눈앞의 성기사에게 시선을 돌려 중요한 이란 단어를 힘주어 말하는 세이시나를 바라보며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중요한 이란 단어를 말할 때 왠지 이를 가는 것처럼 느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일행이 아니라고 부정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남자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대들은 이번 일과 상관없다는 것을 믿어주지! 대신 속히 이 여관을 나가주게"
그의 말에 세이시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타 교단의 인물이 이 정도 했으면 많이 양보한 것이었다. 그의 입으로 '금서'라고 말했으니 원래라면 그녀도 성기사의 무리에 합류해야 했지만 이미 몸도 마음도 지쳐버린 세이시나는 피하고 싶었다. 이제 진을 설득하여 이곳을 나가면 만사형통이었다. 하지만 세이시나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때 나머지 일행은 불만의 표정을 지었다. 일행은 당장 몸을 씻고 방에 들어가 레이션을 먹고 잠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관을 나가라니.... 일행의 시선은 묵묵히 음식을 먹고있는 진에게 머물렀다.
"야! 나가자!"
진에게 다가온 세이시나가 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밖으로 나가자는 손짓을 하였다. 하지만 대답은 진에게 나오지 않았다.
"왜 우리들이 나가야 하지? 감히 우리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마!"
세르피가 불쾌하다는 듯이 세이시나를 바라보며 외쳤다. 세르피의 말에 뒤에서 일행을 지켜보고 있던 성기사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진이 아닌 세르피의 반대에 세이시나는 곤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 일행의 명령권자는 진이었기 때문에 세이시나는 세르피의 발언에도 다시 진을 재촉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대답이 없는 진 때문에 성기사들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고 그에 반하여 세이시나와 조사를 받기 위하여 벽에 기대고 있던 이들의 얼굴이 하얗게 물들어 갔다, 다시 한번 진에게 부탁하기 위하여 진의 어깨에 손을 언 졌을 때 진이 옆에 있던 물잔을 들어올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어"
"뭐??:"
"음식을 남기면 죄받는다고"
그 말을 내뱉은 진은 다시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음식을 위 속으로 집어놓는 동작을 반복했다. 진의 말이 결정타가 되었는지 드디어 참지 못한 세이시나와 이야기를 했던 성기사가 자신의 칼을 뽑아들며 이를 갈았다, "오! 그까지 음식이 목숨보다 소중하다는 말인가?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감히 단죄 성기사들을 놀라다니!!"
진의 발언이 자신들을 놀린다는 소리로 들었는지 성기사들의 얼굴에는 분노로 가득하였다, 하지만 뽑은 칼이 피를 먹은 것은 성기사들의 칼이 아니었다.
식당의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진에게 집중되었을 때 조사를 받기 위하여 벽에 기대고 있던 이들 중 가장 구석에 있던 후드를 뒤집어 쓴 이가 자신에게 등을 보이고 있던 성기사의 등을 쇼트 소드(Short sword)로 찔러놓은 다음 아직도 음식이 가득한 식탁을 발로 차버렸다. 그리곤 마치 미꾸라지처럼 잽싸게 출입구도 달려나갔다. 그의 몸놀림은 인간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빠른 움직임이었다.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얼굴 가득 음식찌꺼기를 뒤집어 쓴 기사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그의 행동을 멍청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이 간신히 정신을 차린 우두머리는 과연 두목(?) 자격이 있는지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리며 그의 뒤를 쫓기 위해 움직이려 하였다.
그때!!
깜장양송이 : 크리스마스 특집 대학살!!!
진 : ......이봐?
깜장양송이 : 푸하하 피와 살로 이루어진 강물을 따라 취해보자꾸나 진 : ......어이!
깜장양송이 : 우리 모두 다 죽자!!!!!
진 : '....이 자식이' 철컥(장전하는 소리)
깜장양송이 : 자 솔로의 동지들이여 일어나자!! 악의 크리스마스를 이 세상에 사라지게 하는 그 날까지!!
진 : .................
깜장양송이 : 오로지 투쟁이다!! 오오오오오!!
진 : 탕!!!
깜장양송이 : 철푸덕(쓰러지는 소리)윽!! 왜 네가..... 곁에 여자가 많다고 내 말이 우습게 들 리더냐∼ 나를 죽여도 제2 제3의 투사가 나올.... 것이다... 으으으... 솔로여 영원 하라.. !! 저주받은 크리스마스여!! 너희 그림자엔 수많은 솔로의 피눈물 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거라!!!!
진 : .........더럽게 안 죽네.. 빨리 죽어! 탕·탕·탕·탕 ................나 지금 뭐 한다냐?...-.-
문제 있음 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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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그것은 작다 못해 귀여워 보이기까지 한 화살이었다. 아니 암기라는 편이 어울렸다. 하지만 작은 외모와는 다르게 화살은 주위 사람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섬광처럼 날아가 출입문에 거의 도착하여 이제는 도망갈 수 있다는 희망에 가득 찼던 망토 입은 이의 어깨속으로 사라졌다.
"윽!!"
"우당탕탕탕!!"
어깨에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에 전력질주를 하던 망토 입은 이의 자세가 흐트러졌고 끝내 달리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출입문 근처의 식탁을 쓰러트리며 넘어졌다.
한순간에 일어난 눈앞의 일에 도주하던 이를 쫓으려고 했던 성기사의 우두머리와 아직도 상황파악이 되지 않는지 뽑은 칼을 진에게 겨누면서 멍청한 표정을 짖고 있는 성기사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일순간 식당은 정적이 흘렀다. 그저 진이 주위와 상관없는 표정으로 음식을 먹는 소리만이 울려 펴질 뿐이었다.
"...아! 저 저..저자를 포박해라!"
정적은 그래도 다른 이들보다 먼저 정신을 차린 성기사의 우두머리의 고함소리에 의해 깨어졌다, 그의 명령에 출입문에 가까이 있던 성기사들 몇 명이 달려들어 충격에 아직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 망토의 이를 무자비하게 짓밟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동료가 죽어서 인지 아니면 자신들에게 창피를 주었다고 생각해서인지 그들의 손속에는 사정이 없었다. 명령을 내린 우두머리는 그런 부하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화살이 날아왔던 장소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에는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3집단 중 7명으로 구성된 남자들에게 향했다. 그들 중 한 명의 손에 작은 석궁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감히 단죄의 성기사들 일에 참견하다니!! 네놈들은 누구냐?"
누가 보았든 화살을 쏘았던 그 행동은 분명 성기사들을 도와준 것이 분명하지만 성기사들의 우두머리의 얼굴에는 모욕을 당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풍겼다. 그런 그의 모습에 조사를 받기 위하여 벽에 몸을 기대고 있던 사람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다른 성기사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에게 동조하는 모습이었다.
"풋"
"웃어? 네놈들이 죽고싶은 모양이구나!!
비웃는 듯한 웃음소리에 성기사의 우두머리는 일그러진 얼굴로 들고있던 백색의 롱소드를 위협적으로 휘둘렀다. 그런 그를 보며 7명의 남자 중 진의 일행을 느끼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던, 식탁의 중앙에 앉아있는 검은 망토를 입은 남자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쭉 찢어진 눈을 가지고 있었지만 얼굴 한가득 미소를 짖고 있어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평범하고 인상 좋게 생긴 청년으로 보였지만 그가 의자에서 일어나자 범상치 않는 위압감을 뿌렸다. 그가 몸을 일으키자 그의 양쪽에 있던 이들도 따라서 몸을 일으켰다. 숫자상으로 성기사들이 유리했지만 눈앞의 이들의 당당한 모습에 우두머리의 머릿속에는 불길한 감각이 돌기 시작하였다.
"일어나면 어쩌겠다느..."
"이곳 지부의 단죄의 성기사들은 정말 형편없군요! 신고를 했는데 한끼 식사를 다하도록 오지 않더니, 들어와 하는 짓거리도 정말 형편없군요. 당신은 신의 기사라는 위엄 따위를 보이기 보다 돌입과 동시에 신속하게 '금서'를 가진 이부터 찾아야 했어요. 그와 함께 반항하는 이는 이유불문하고 단죄를 했어야지요. 그런데 느긋하게 돌입하여 하는 짓거리라고는 고작 여행자나 잡고 실랑이라니..."
어리석은 행동에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자신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인물을 바라보며 몇 명의 성기사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은 신참들에 한해서였다. 신참들이야 자신들을 모욕하는 눈앞의 인물이 가소롭고 주제도 모르게 날뛰는 모습으로 보여 저 건방진 놈을 단칼에 날려버리기 위하여 칼을 다잡을 때, 고참 성기사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자신들, 즉 성기사에게 저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거의는 완전히 없다는 뜻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담당하는 구역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그들의 힘도 무시할 수 있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검은 망토에 투지와 결투, 계약의 신인 데라무자를 뜻하는 붉은 색의 불타오르는 검을 그려 넣은 하프 플레이트(Half plate)를 걸친, 외부에 활동하는 성기사나 성직사들을 감시하는 절대권력을 가진 질서의 수호자들....
"설마..."
우두머리는 눈앞의 7명의 남자들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외쳤다. 하지만 항상 불행의 예감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한 법! 눈앞의 싱글싱글 웃는 남자가 자신의 망토를 뒤로 젖히자 그곳에는 붉게 칠해진 불타오르는 검이 존재하고 있었다. 항상 7명이 움직이는 질서의 수호자들이라면 그들밖에 없었다. 항상 웃는 얼굴의 대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그들은 인간의 피를 가지고 있지 않는 존재들로 여겨지며 이단이나 교단의 명령을 어긴 이들을 징계하는 탄압자들.... 가장 강하고 가장 잔인한 데라무자의 질서의 2번째 검...
"질서의 수호자 '다르치아'님을 뵈옵니다"
성기사들의 우두머리는 엄청난 속도로 그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예를 취하며 자신의 예상이 맞아 들어가는 현실을 보며 암담함을 느꼈다. 신고를 한 사람이 질서의 수호자들이라니.... 그가 늦게 출동한 이유는 교단의 지부 지하에 잡혀있는 이교도의 아름다운 아가씨를 범하느라 늦었던 것이었다. 물론 이교도를 범했다고 죄를 짖는 것은 아니었다. 암묵적으로 이교도들에게 세례를 해준다며 행해지는 평범한 일상의 하나였다. 하지만 특급으로 구분되는 금서과 관련된 일에서 늦장을 부린 것이 문제였다. 대륙 전체를 통틀어도 몇 년에 한번 발견되는 금서이니 신고가 들어와도 설마 했던 것인데...
엄청난 속도로 기사의 예를 취하는 성기사들을 바라보며 질서의 수호자들의 우두머리인 다르치아는 다리를 들어 자신의 앞에서 예를 취하는 성기사들의 우두머리의 머리를 지듯이 눌렀다.
"호! 그래도 눈은 있군요. 일단 이일은 교단에 돌아가 상의하기로 하지요!"
그의 말에 성기사들의 몸은 심하게 떨렸다. 아직까지 고개도 들지 못하는 그들을 지나 다르치아는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망토의 인물에 다가갔다. 어깨에 나있는 상처로 인한 출혈과 무자비한 구타로 인하고 정신을 잃고 있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 다르치아는 망설이지 않고 걷어찼다.
"헉.."
머리를 걷어차이자 피와 살점이 떨어져나갔다, 그 잔인한 모습에 주위에 힐끔거리던 사람들의 얼굴에는 공포가 떠올랐다. 발길질의 충격으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는 망토의 이를 다르치아는 망설임 없이 후드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어 들어 올렸다.
"꺄아아아아"
예상외로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아픔에 외치는 비명소리는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녀의 목소리에 구경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부복하고 있는 성기사들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지만 다르치아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손에 잡혀있는 이의 후드를 잡아 찢었다. 그러자 고통에 질려있는 금발의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이 나타났다.
"이거 이거 아름다운 레이디였군요. 그런데 그런 날카로운 칼은 그대의 아름다운 외모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군요"
여러 번의 고통과 충격 속에서도 그 여자의 손에는 조금전 성기사를 죽인 칼을 쥐고 있었다. 이름 있는 칼이었는지 검병에는 고풍스런 문양이 음각 되어 있었다. 다르치아의 음성은 충분히 예를 취하고 있었지만 그의 행동은 예의바른 음성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우두둑"
"끼야야야야야"
아무런 예고 없이 쥐고있는 주먹이 으스러지자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다르치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물건을 다루듯이 그녀의 머리칼을 잡고 식당의 중앙, 진이 잇는 자리로 던져버렸다. 바닥에 떨어지는 충격으로 상처가 터졌는지 온 사방으로 피가 낭자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는 다른 이들은 머리끝까지 올라오는 공포에 고요하기만 했다.
"야! 네 동족인가 보다?"
자리에서 서있던 세르피는 진에게 농담처럼 물었다. 하지만 진은 그를 한번 쳐다보는 것으로 끝냈고 자신의 다리 밑에서 피를 흘리는 여자가 있다는 것에 상관하지 않고 식사에 열중하였다.
망토의 여자가 도망갈 길을 완벽하게 차단한 다르치아의 발걸음은 힐긋 진이 일행을 바라본 후 자리를 지키고 있는 3집단 중 마지막 집단인 모험가들에게 다가갔다. 그가 다가갈수록 모험가들의 분위기는 긴장되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굳어졌다.
조용한 발걸음으로 일행에게 다가간 다르치아는 유심히 그들을 관찰하였다. 3명의 남자들과 2명의 여자들의 모습은 외모로 보았을 때 완벽한 파티를 이루고 있었다. 전사 2명에 신관 1명 마법사1명에 레인저 겸 도둑으로 보이는 이 한 명.. 하지만 그의 눈으로 판단한 그들의 실력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다르치아의 시선은 일행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20대의 전사로 향했다. 그러자 그 전사는 다르치아의 눈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의 눈에는 적대감이 가득했다.
어디서 자신이 속한 교단이나 다른 교단에 억울한 일을 당했으리라 짐작한 다르치아였지만 그가 상관할 봐는 아니었다, 그는 사전예고 없이 엄청난 손놀림으로 적대감 가득한 눈을 한 전사의 머리카락을 움켜줬다. 그의 손이 얼마나 빠른지 대상자는 물론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반응할 수 없었다, 그리곤 전사는 자신의 머리를 누군가가 잡고 있다고 자각하기도 자신의 머리가 식탁으로 추락하는 것을 느꼈다.
"쾅!! 쾅!! 쾅!!"
다르치아는 잡고있는 머리를 엄청난 속도로 식탁을 향하여 연달아 내려치자 전사의 머리에는 피와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특히 마지막 내려친 충격으로 부러진 치아들이 핏덩어리와 함께 그의 입에서 쏟아 나왔다. 자신의 동료가 당하는 모습에 주위의 나머지 일행들이 나서려 했지만 어느 순간 그들의 목을 겨누는 차가운 칼날의 느낌에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다르치아의 좌우에 있던 질서의 수호자들이 자신의 일을 방해하려는 일행의 행동을 저지하는 것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본 그는 모험가들의 일행 중 두려움에 떨고있는 여자 신관을 바라보았다, "아직 어리신 것 같은데.. 어느 교단에 속해있는지요?"
얼굴에 미소를 지우지 않는 정중한 물음이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튄 핏방울이 묻어 있어 오히려 더 두려움을 자아냈다. 그의 질문에 겉보기에 아직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신관은 두려움에 떨면서 말했다.
"바..바라스 교단(신 이름-파르지아, 지혜와 관용의 신)에 속한 아..아세스 비 루마이에 라고 합니다."
"호! 귀족이셨군요, 뭐 저희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천한 것들과 같이 계신다면 집안에 누가 됩니다"
자신들을 천하다고 하자 모험가 일행들의 얼굴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목 가까이에서 살기를 피우는 칼날 앞에서는 잠자코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에 소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는 씽긋 웃으며 소녀의 머리를 피묻은 손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아직도 칼날에 목을 맡기고 있는 일행을 바라보았다.
"정식대로라면 단죄의 성기사들의 말을 무시한 당신들을 모두 이단자로 차단해야 하지만 여기 어여쁜 아세스양을 보아 넘어가도록 하지요. 그리고 자네는 좀더 처신을 잘해야겠군요. 힘도 없는 주제에 그런 눈빛은 어울리지 않으니까요"
다르치아는 얼굴이 피범벅이 된 전사의 얼굴을 여전히 싱글거리는 표정으로 손가락을 이용하여 톡톡 건들면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과는 다르게 그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살기를 받는 일행은 소름이 나는 것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들의 눈에는 다르치아가 신의 사자가 아닌 어둠의 사자로 보였다. 다르치아는 모험가들의 일행의 목을 겨누는 질서의 수호자들에게 손짓으로 물러나게 한 다음 마지막 정리해야 할 존재들인 진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그가 멀어지자 피투성이가 된 전사를 치료하기 위하여 그의 일행들이 부산을 떨었다.
"이거 이거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라도우 교단의 성녀 세이시나시여"
그는 일행 중 세이시나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예를 취하였다. 설마 이런 시골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이가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한 세이시나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느껴졌다. 비록 그녀가 얼굴 마담 격인 성녀의 자리에 있었지만 그녀의 활동 무대는 어차피 빛의 신을 받드는 종교 중 4개의 총 본산이 모여있는, 대륙 중앙에 위치한 '치프라스'일 뿐이었다. 더욱이 그녀가 대중을 만나는 것도 높은 탑에서 모인 군중을 대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니 사람들은 그녀의 얼굴이 미인이라는 것을 들어도 구체적인 얼굴을 알 리가 없었다. 그런데 이런 대륙 구석진 곳에서 그녀의 얼굴을 알고 있는 자가 있다는 사실에 그녀는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당황한 세이시나의 얼굴을 보며 다르치아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세이시나가 다르치아의 말에 당황하고 있을 때 진은 상관하지 않고 드디어 음식을 다 먹을 수 있었다. 그의 주위에는 피비린내가 물씬 풍겼지만 진은 상관하지 않고 숙소로 올라가기 위하여 작게 하품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진이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보자 못마땅한 눈빛으로 세이시나를 바라보고 있던 세르피가 제일 먼저 몸을 일으켰고 그녀의 뒤를 따라 루미나와 키네라, 그리고 아르가 몸을 일으켰다. 자신을 뺀 나머지 일행들이 몸을 일으키자 당황한 표정의 세이시나는 눈앞에서 웃음을 짖고 있는 다르치아에게 짜증이 일어나가 시작하였다.
공포와 피비린내로 진동한 공간을 진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걸음을 옮기려 하였지만 다리 바로 아래에 있는, 다르치아 던진 여자 때문에 진의 발걸음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일행의 우두머리인 진이 발걸음을 멈추자 같이 움직이려던 일행의 움직임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피투성이의 여자를 유심히 바라보던 진은 곧 몸을 숙여 그 여자의 옷자락을 잡았다. 평소의 진이라면 상관없는 이를 절대로 치료해 줄 리가 없다는 것을 짧은 기간동안 알아차린 일행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진을 바라보았다. 다르치아도 그런 진의 모습을 재미있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질서의 수호자가 있는 와중에서 저런 행동을 보이는, 후드로 얼굴을 가린 이가 흥미로웠기 때문이었다.
주위의 시선에 관심 없는 진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잡고있는 옷자락을 벌려 그 여자의 가슴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 모습에 진을 바라보고 있는 대부분의 이들의 얼굴에는 경멸이 일어났다. 진의 행동은 쓰러진 여자를 희롱하는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에서 꺼내는 손에 달려나온 물건을 보는 순간 사람들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다. 그리곤 섬광 같은 속도로 시선을 벽을 향했다.
진의 손에 딸려 나온 것은 두껍지 않는 자그마한 책이었다. 바로 금서였다, 그것을 보자 세이시나는 진에게 소리쳤다.
"바보야! 그 책 버려!"
금서를 보는 행위는 모든 교단이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행위였다. 책을 소지하는 자는 고문과 함께 사형에 처해졌고 책의 내용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뽑히고 혀를 자르는 형별에 처해졌다. 사람들이 금서의 표지만 보아도 놀라는 이유가 거기에 이었다. 재수 없게 책이 펼쳐지기라도 한다면 눈을 뽑고 혀를 자르는 형벌을 받게 되니까.....
하지만 다급한 표정의 세이시나의 금서에 대한 설명에 진은 '피식'하고 웃어 주었다.
"오! 재미있군. 누가 나의 눈을 뽑고 혀를 자를지 궁금한데 그래? 어디 마음대로 한번 해보라고 해"
세이시나의 말에 진은 다시 자리에 앉아 주위 사람들에게 보아란 듯이 책을 펼쳐보았다.
메리 구리스마수....
젠장 솔로의 탄압 일이 드디어 왔군요...
누구는 연인들과 즐거운 성탄절을 지내고 있는데 누구는 방구석에 앉아 키보드나 두들기고 있다니...ㅜ.ㅜ 아! 비 안오나??
오오오오오!!! 천지신명이여!! 비를 내려주소서!!!
-방 한구석에 촛불 켜놓고 기도 드리는 중....(진짜?)
숭구리 당당 숭당당!!
오!! 부처님이시여!! 알라여!!
온 세상의 솔로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게 커플들에게 차가운 겨울비를!!!!!!!!!
오오오오오오!!!
드디어 나도 맛이 갔구나...^^ 문제 있음 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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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지금 기절 중......
원래 어제 글을 올렸어야 하지만 몸이 좋지않아 지금 기절중입니다. ㅜ.ㅜ 내일이나 글을 올릴것 같습니다.(나도 늙었구나...)
죄송......
내일은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고 연참을......... 쿨럭.....
여러분도 몸조심 하세요[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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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감히!! 저 교만한 자가!!"
주위와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행동하는 진의 그런 오만한 모습에 부복에 있던 성기사들과 질서의 수호자들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살기를 피우며 칼을 뽑아 진의 일행으로 다가섰다. 책을 편 자는 진이었지만 그들은 어느새 진의 일행 모두에게 살기를 품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그와 연관된 이들 모두 죄인으로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진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던 다르치아가 손을 들어 제지하자 의아한 얼굴을 하였지만 명령은 절대적인지라 순순히 그의 말을 따라 칼을 칼집에 넣었다. 물론 몇 명의 성기사들이 그의 명령에 반항하려 하였지만 그의 눈에서 나오는 살기에 겁을 집어먹고 그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을 둘러쌓은 이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루미나와 키네라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품안의 레일건을 꺼내들었다. 물론 강력한 무력을 지닌 진이 있으며 그의 호위를 하고 있는 흑랑이 존재하였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려는 것이었다. 가진 것이라곤 소형 초진동 나이프밖에 없어 사실상 무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세르피와 아르는 그저 자리에 앉아 주위를 주시하였다. 하지만 점점 험악해지는 주위와는 상관없이 그녀들의 얼굴에는 그 어떤 동요도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녀들은 저들이 자신들을 해칠 수 있으리란 생각 따위는 절대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편에 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군이라면 가장 든든한 이였고 적이면 가장 최악의 괴물...
그런 일행과는 다르게 세이시나는 혼란스런 표정으로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금서를 핀 진을 도와주는 것은 자신의 교단을 배반하는 중대한 행위였다. 더욱이 제 멋대로 행동하는 진을 도와준다는 것는 그녀의 마음속에서 철저히 부정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교단 중 유난히 관계가 좋지 않는 무세아 교단의 성기사들을 도와주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 지켜보기로 하였다. 자신이 진을 도와주어야 할 이유도 없었고 지금의 사태가 무세아 교단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고 해도 성기사들이 그녀를 속박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르치아가 멈추게 하였지만 여전히 험악한 질서의 수호자들과 성기사들 때문에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나지막하게 터진 진의 한탄에 주위에 있던 시선이 진에게 모였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은 들고있던 금서를 신경질 적으로 식탁에 던져 버렸다.
"허허 이따위가 금서라고?"
진은 자신이 들고 있는 책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보통 책이라 하면 기본적으로 잉크를 이용하여 종이에 적어놓은 종이들의 뭉치였다. 하지만 진은 오늘로써 그런 고정관념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금서라고 하자 진은 자신이 얻은 이 행성의 사상을 뒤엎는 획기적인 사상이나 도덕과 법에 어긋나는 글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열어본 책에는 종이가 아닌 금속판이 들어있었다. 종이가 아닌 아주 얇은 금속판을 끝 부분에 난 구멍으로 링으로 연결한 것뿐이었다.
얇게 가공한 야금술은 칭찬해 주고 싶었지만 단지 금속판일 뿐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투시나 표면의 흠집 등을 유심히 조사해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이상한 부분은 존재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진의 몸 속에 있는 나노머신을 이용한 간이 탐색이었지만 간단한 금속판이다 보니 간이 탐색으로도 충분하였다.
"젠장! 눈을 뽑고 혀를 자른다고 해서 얼마나 대단한 물건이지 궁금했는데 고작 고철덩이라니"
진은 품에서 담배를 꺼내 신경질적으로 빨았다. 그런 진의 모습에 다르치아는 오랜만에 황당함을 가졌다. 눈앞의 인물이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었기 때문에 얼굴을 감추고 있어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었지만 자신만만하고 당당하게 금서를 꺼내는, 자신들의 교단을 무시하는 행동을 하자 흥미가 일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자라면 알고 있는 금서를 보는 법조차 알지 못한다니... 어찌 속은 느낌마저 드는 다르치아였다. 하지만 다르치아로써는 진이 이대로 물러서면 안됐다. 어떻게 하든 진이 금서를 보게 해야 했다.
"호! 금서를 읽을 줄 모르시는군요. 간단합니다. 금서에 마나를 불어주면 되는 간단한 방법입니다"
"다르치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다르치아를 보며 세이시나가 소리쳤다. 그가 무슨 생각으로 말해주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진이 금서를 발동하는 순간 진은 무세아 교단, 아니 전 교단과 적이 되는 것이었다. 이미 주위에 수많은 증인들까지 있지 않은가?
그런 그녀의 고함소리에도 다르치아는 싱글거리는 얼굴을 감추지 않고 있었다. 그가 보기에 믿기 힘든 일이지만 지켜본 바로는 눈앞의 인물은 세이시나의 명령을 듣지 않고 있었다. 교단이 무서워 물러설 자라면 처음부터 금서를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는 후드로 몸을 가린 이를 말리는 세이시나를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세이시나, 그녀는 무세아 교단에서 절대권력을 가진 그로써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함부로 밖으로 나서지 않는 그녀가 교단의 명령을 수행하는 중이라면 그런 그녀의 일행을 건드리는 것은 금서가 걸려있지만 다르치아가 함부로 나설 수는 없었다. 법이라는 것은 대상의 지휘나 권력으로 인하여 바뀌는 법이니까.... 그런 그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진이 금서를 열어보게 하는 것 있다. 진이 일단 금서를 발동시키면 그는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눈앞의 버릇없는 이를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되면 라도우 교단은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다르치아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하고 행복한 미소를 짖고 있을 때 진은 난감하다는 듯 머리를 갸웃거렸다.
'젠장! 그놈의 마나! 무형의 에너지라는 것은 마법이라는 증거가 있으니 어쩔 수 없지만 모든 계측기에서 벗어난 것을 어찌 안단 말인가....'
문제는 진은 마나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있다는 것은 자료의 양이 많아지고 누적되면서 마나라는 것이 있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지만 그 마나라는 것은 어떠한 탐지기에도 감지가 되지 않고 있어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다.
'음...마나라...저자의 말이 사실일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 응? 그러고 보니 본 주인은 알고 있겠군'
잠시 생각을 하며 고개를 갸웃거릴 때 발 밑에 쓰러진 여자에게까지 생각이 미쳤다. 생각해보니 이 책은 그녀가 처음 가지고 있었던 책! 그녀보다 잘 알고 있는 이는 없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진은 자신을 쳐다보는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발 밑에 기절해 있는 여자의 망토를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 탁자에 던지듯이 떨어뜨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다르치아의 눈빛이 한순간 빛이 흘렀다. 여자라지만 자신보다 큰 몸집을 한 손으로 가볍게 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눈앞이 일행을 보아도 실력 있는 이가 보이지 않아 내심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방금 진의 행동을 바라보자 그 의문점이 해결되었다.
'저 자식이군....'
다르치아가 진을 유심히 관찰하자 그 모습을 분노로 착각한 성기사 한 명이 그에게 잘 보이려는 의도로 앞으로 나섰다.
"감히 이교도를 감싸다니! 금서를 내와!!."
진은 자신에게 칼을 뽑아들 자세를 취하는 애송이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뭐야 이 쓰레기는... 네놈 것이냐?"
"뭐?"
"이 책이 네놈 것이냐고 물었다. 염연히 주인이 있는 데 네가 먼데 내놔라 말아라 하는 것이냐?"
"...이 이 자식이!!!"
진이 식탁 위에 쓰러져 있는 여자를 턱으로 가리키며 말하자 놀림을 당했다고 생각했는지 그 성기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다르치아의 명령을 어기며 칼을 뽑아 진에게 달려들었다. 보통의 성직자가 아닌 전투를 담당하는 존재라 그의 앞에서는 모두 두려움과 존경심을 보내왔다, 그런데 그에 반하는 존재가 나타나자 알량한 자존심에 참지 못한 것이었다.
성기사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그의 백색의 롱소드에는 희미한 빛을 뿜어져 나왔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자신을 명령을 어기고 멋대로 나선 성기사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려던 다르치아는 그의 돌진에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자신의 명령을 어긴 저 하급 성기사는 죽어 마땅하지만 이 기회에 눈앞의 인물의 능력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다르치아의 마음과는 다르게 무방비로 자신에게 달려오는 성기사를 힐긋 바라본 진은 그저 귀찮다는 듯이 손가락을 들었다. 그리곤 가볍게 내렸다. 마치 도발하는 모습에 머리 끝가지 화가 난 성기사는 그대로 도약하여 진을 두동강을 내버리겠다는 듯 엄청난 힘으로 내리쳤다. 아니 치려하였다. 진이 손가락이 완전히 바닥을 향하기 전까지...
"푹!!"
마치 과일을 찌르는 듯한 음성과 함께 천장에서 돌연 무언가가 성기사의 머리를 꿰뚫고 척추를 지나 나무로 만들어진 바닥을 관통해 버렸다. 매서운 모습으로 진에게 달려든 성기사의 칼이 당연히 진의 몸을 잔인하게 도 토막내버릴 것이란 예상을 한 사람들의 얼굴에는 아직도 상황파악이 되지 않는지 진의 손가락이 올라감에 따라 서서히 올라가는 그 무언가를 보기만 하고 있었다, "털석..."
몸을 관통함과 동시에 지지대 역할을 해주던 그 무언가가 빠져나가자 성기사는 힘없이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쓰러진 그의 주위에는 두 개의 구멍으로(?) 엄청난 양의 피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성기사의 시체보다 사람들은 피가 묻음에 따라 그 형상이 드러난 허공의 그 무언가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것은 뭉툭한 칼, 바스타드 소드(Bastard Sword)를 능가하는 거대한 칼이었다.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침묵 속에서 그 검에서 흘러내린 핏방울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만이 주위를 장식하였다. 하지만 그 잔인한 침묵은 처음 시체를 보는 미나라는 여자아이의 비명소리로 끝을 맺었다.
"까아아아아!!"
"이교도다!!!"
"마족과 계약을 맺은 이교도다!!"
바다가 삶의 터전인 이들은 미신을 많이 믿는 터라 갑작스런 괴이하게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자 주위의 마을사람들은 진을 바라보며 공포에 질렸다. 그 모습에 다르치아는 작은 만족의 미소를 지으며 주민들은 선동하기 시작하였다.
"여러분! 지금 눈앞에 마족과 계약을 맺은 이교도가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여러분의 신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말도..음음음"
그냥 지켜 켜보기로 한 세이시나였지만 말도 안 되는 억지로 사람들을 선동하자 앞으로 나서려 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누군가 자신의 입을 거칠게 막자 당황한 표정으로 뒤를 바라보기 위하여 애를 썼다. 그런 그녀의 귓가에 누군가 소곤거렸다.
"이런 이런 안되지! 지금 당신이 나선다면 일이 망가집니다."
바로 질서의 수호자들이었다. 자신의 부하가 무사히 세이시나를 제압하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한번 끄덕인 그는 다시 시선을 진에게 돌렸다. 방금 일어난 일이 마족의 힘이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마족 특유의 마가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마법아이템을 이용한 것이겠지.'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증인이 될 예정인 마을 사람들에게 눈앞의 인물이 마족이라는 각인과 성기사 살해라는 것만 강조시키면 되는 일이었다. 다르치아가 마을 사람들을 선동한 이유는 바로 눈앞의 건방진 이를 자신들 무세아 교단의 힘으로 죽임으로써 서로 대립하는 라도우 교단의 일행이 마족이었다는 치명적인 손상을 먹이고 싶었던 것이다. 성녀까지 동원되니 가벼운 일은 아닐 것이니 자신이 합법적으로 그녀의 일을 망치고 싶었는데 금서를 건들었을 뿐만 아니라 멍청하기는 했지만 어찌하던 성기사라는 직위에 있는 자를 죽여주다니!
그는 진에게 감사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비몽사몽... 요즘 감기약은 엄청 독하네요... 약 먹고 한순간에 기절... 속이...ㅜ.ㅜ 크리스마스를 저주해서 죄를 받았나......?
오늘 안으로 약속대로 다음 편 올립니다.
맛이 간 상태라 저도 쓴 내용을 모르겠다는...
문제 있음 리플....
=+=+=+=+=+=+=+=+=+=+=+=+=+=+=+=+=+=+=+=+=+=+NovelExtra([email protected])=+=
만남 보통 이런 경우 일단 도망가거나 아니면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하지만...
"세이시나? 호! 이런 붙잡혀 버렸군... 지금 내 목숨이 위험한 것 같은데 사람들을 말려주지 않고 뭐하시나?"
주위의 모습과는 상관없이 진은 붙잡혀있어 움직이지 못하는 세이시나에게 비웃듯이 물어보았다. 그의 눈에는 자신에게 살기를 피우면서 다가오는 사람들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하지만 그에 비하여 루미나와 키네라등은 잔뜩 긴장하여 쥐고 있는 무기에 땀이 차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전장에 참가하여 수백만의 사람들이 한 순간에 허공의 티끌이 되는 장면을 여러 번 보았던 그녀들이었지만 지금 눈앞의 직접적인 위험은 그녀들의 신분으로는 처음 겪어본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믿음직한(비록 밉다 하더라도) 진이 있었지만 긴장 될 수밖에 없었다.
진의 질문에 세이시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도망가!'
세이시나는 도망가라는 말을 외치고 싶었지만 그녀가 몸부림치면 칠수록 그녀를 제압하고 있는 이는 더욱 힘을 줄뿐이었다. 그녀는 안타까웠다. 물론 진 따위가 아닌 마을사람들에게....
그런 그녀의 모습이 재미있는지 진은 그녀를 바라보며 턱을 괴며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점점 접근을 하고 있지만 무사태평한 모습의 진을 바라보며 키네라는 참지 못하고 진에게 다가가 대응책을 물어보려 하였다. 하지만 그녀가 물어보기 전에 다행히 진은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주위의 일행이 조바심을 내고 있다는 것을 느낀 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에게 살기를 피운 놈들을 어떻게 해치울까? 총이나 흑랑을 이용하는 편이 빠르고 편했지만 슬슬 피 냄새가 지겨워지는 진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진에게 키네라가 다가오자 문뜩 전의 마을에서 있었던 금화가 떠올랐다.
금화?
진은 재미있는 생각이 났는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품속에 있던 금화주머니를 꺼내 주머니 안으로 몇 번 손을 휘저은 다음 자신을 포위하듯 다가오는 이들에게 금화 주머니를 꺼내 금화를 뿌려버렸다.
진이 그들에게 피해를 준 것도 없는데 이교도라는 말만으로 증오를 뿌리며 다가오는 마을 사람들은 돌연 자신들에게로 향하는 노란색 물질을 보며 어리둥절해 하였다. 하지만 곧 그것이 금화라는 것을 알아차리자 증오로 물든 얼굴에서 돌연 탐욕스런 욕심이 나타났다. 마족이고 뭐고 당장 눈앞의 금화를 줍고 싶은 사람들이었지만 뒤에서 지켜보고 있을 성기사들을 생각하자 이렇게도 저렇게도 못하고 엉거주춤하였다. 그만큼 금화의 위력은 놀라운 것이었다. 금화 하나만 가져도 몇 달은 먹고 놀 수 있는 양이었는데 그런 금화가 수십 개 가 눈앞에 나타나자 욕심이 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돌연 식당에 침묵이 형성되었다, "뭐 하는가! 저 이교도를 죽여서 너희의 신앙의 힘을 보여주란 말이다!!"
멈칫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질서의 수호자들 중 한 명이 외쳤지만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식당 안은 성기사들과 질서의 수호자들, 겁에 질린 마나라는 소녀를 꼭 끌어안고 있는 식당 주인으로 보이는 내외를 뺀 나마지 이들은 식당의 중앙에서 자신의 발 밑에 떨어져 있는 금화를 주시하며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때 다른 이들의 시선에서 조금 떨어져 있던 누군가가 조심스레 자신의 발 밑에 놓여져 있는 금화를 슬그머니 주우려고 하였다. 하지만 시선은 다른 이들에게 향해있었기 때문에 그는 금화가 두 개로 서로 겹쳐있다는 것을 보지 못했다.
"땡그랑...."
고요한 식당 안을 흐르는 경쾌한 금속음이 신호가 되었다. 사람들은 얼굴에 탐욕을 피우며 서로 하나의 금화라도 더 차지하기 위하여 몸부림 쳤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금화를 다른 이가 가져가자 서슴지 않고 주먹질도 했다. 어떤 이가 온몸으로 금화를 감추자 몇 사람들이 달려들어 그의 몸을 마구 구타했다.
귀족들의 등쌀에 엄청난 세금을 내야 했던 사람들은 눈앞의 금화가 몹시 탐이 났다.
저 금화 몇 개만...
다른 이들보다 조금만 더....
그러면 아이들에게 좀더 좋은 음식, 더 좋은 옷을...
사람들은 이제 성기사나 이교도에 관심이 없었다. 어떻게 해든 바닥에 떨어져 있는 금화를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하여 발버둥 칠 뿐이었다. 그 모습을 어이없이 쳐다보고 있던 다르치아는 소동의 중심인물이면서 소동과 동떨어져 있는 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가 보고 있는 진은 느긋한 자세로 후식으로 내온 과일을 물고 자신이 일으킨 소동을 다리를 꼬아 앉으며 구경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어이없는 그 모습에 그는 강자의 감각을 느꼈다. 눈앞의 인물이 한 행동과 같은 일을 몇몇 귀족이 재미 삼아 벌였던 것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과 진은 달랐다. 그가 지금 눈앞의 모습이 재미있어서 벌린 일이 아니라 힘이 있는 자의 여유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위험하다?
문득 다르치아의 머릿속에서 울리는 말이었다. 저자는 죽여야 한다! 저 자는 교단을 모욕하고 신을 모욕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힘이 있는 자는 자신 위에 누가 있는 것을 절대로 용서하는 자가 아니니까....
다르치아는 진을 바라보며 살기를 피웠다. 저자는 죽여야 한다! 그의 머릿속에는 라도우 교단을 물먹일 생각 따위는 사라지고 없었다. 자신도 억제할 수 없는 엄청난 증오가 그의 머릿속을 태우기 시작했다. 걷잡을 수 없는 증오!! 그의 눈은 붉게 물들기 시작하였다, "아삭"
느긋한 자세로 마치 사과와 같은 질감의 과일을 입안 가득 물었던 진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기 어린 장면에서 재미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아직 기절해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언제쯤 깨어날 것 같은가?"
"이대로 둔다면 깨어나는 것이 문제가 아닌 과 출혈로 죽을 것 같습니다만..."
진의 명령에 그녀의 상태를 지켜보고 있던 키네라의 대답에 진은 잠시 고민을 하다 다시 물었다.
"지금 의료나노머신은 얼마나 갖고 있지?"
"주입하시게요?"
아깝다는 표정으로 대답하는 키네라에게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의료나노머신은 일단 주입하면 그 사람의 유전자를 읽어 용합하게 된다. 즉 다시 회수를 해도 재조정하기 전에는 다른 이에게 주입하는 불가능에 가깝게 되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지금 키네라가 가지고 있는 나노머신은 진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모델이었다. 한마디로 보통 것들과는 비교도 될 수 없는 성능을 가지고 있었고 다시 말해 보통 것들과는 비교도 될 수 없는 가격이라는 것이었다. 언젠가 그 의료용 나노머신 1인분이 자신의 월급과 같은 금액이라는 소리에 경악하며 소중히 다루고 있었는데 이런 미개척지의 원주민에게 주입하다니....
키네라는 아깝다는 표정이 역력한 얼굴로 품안에서 의료 나노머신을 꺼냈다. 모든 물건은 흑랑에게 맡겼지만 지금 지닌 나노머신만은 항상 지니고 있던 그녀였다. 혹시나 하여 다시 한번 진을 바라보았지만 진이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자 할 수 없이 길이 10cm 정도의 백색통에 주입기를 충전하여 식탁 위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여자의 목에 나노머신을 주입하였다. 비싼 만큼 기능도 좋아 1분 정도면 신속하게 출혈이 멈출 것이었다. 피가 멈추고 살아있기만 하면 생명에 이상은 없었다, 감염만 빼면....
키네라가 그녀에게 주입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진은 자신에게 진한 살기를 피우며 누군가 달려오는 것을 느꼈다. 지금과 같은 난장판에서도 잔뜩 살기를 피우는 주제에 웃는 얼굴을 지우지 않고 있는 인간.. 아마 다르치아라는 인간이었던가?
거의 두 번의 발걸음으로 칼의 사정거리까지 도약한 다르치아의 얼굴에는 눈앞의 존재를 단번에 죽이겠다는 광기 어린 살기를 피우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그가 내려치는 칼날에 목표물들이 항상 가지는 공포에 질린 얼굴이 아닌 눈앞의 목표는 공포는 어디다 팔아먹고 대신 지루하다는 표정만이 가득했다.
진은 자신에게 달려오는 다르치아를 바라보며 귀찮다는 듯이 손가락을 들어 내렸다, 흑랑에게 초진동 나이프를 이용하여 단번에 처리할 속셈인 것이었다. 그런 진의 모습에 조금 전 성기사가 그의 손가락과 동시에 온몸이 관통해 죽었다는 것을 증오로 미쳐 가는 상황에서도 생각해 낸 다르치아는 본능적으로, 칼로 지면을 내리쳐 그 반동으로 왼쪽으로 몸을 틀었다. 그 순간 원래 그가 있어야 할 자리에 무언가가 내리쳐 쳤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안도의 순간도 잠시,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향했을 때 다르치아는 자신의 바로 눈앞에서 목표물의 차가운 눈동자가 보였다고 생각했다. 그리곤 "크아아아!!.."
다르치아는 본능적으로 칼을 들어 얼굴을 방어하고 왼손으로 하체를 방어했지만 화끈한 아픔과 함께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한순간이지만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지독한 아픔만이 쏟아질 뿐이었다.
"대장!!"
소동의 밖에서 지켜보고 있어 대장이 어떻게 당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던 질서의 수호자들은 쓰러지는 다르치아에게 달려가며 눈앞의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실력을 떠나서 눈앞의 다르치아를 밴 후드로 몸을 가린 이는 칼을 소유하는 이들이 금기시 하는 머리 가르기를 시도했던 것이다. 다행이 처음 다르치아의 칼이 놈의 궤도를 바꾸어 왼손만을 잘렸지만 그가 내려치는 칼의 궤도는 분명 목이 아닌 머리를 가리키고 있었다. 인체에게 가장 단단하기가 이루 말 할 수 없는 머리를 노리다니... 칼이 상할 것을 항상 염두 해야하는 기사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짖는 사람들을 보며 진은 아직 자신에게 칼을 들이 댄 놈이 살아 있지만 어차피 죽을 놈이라는 생각에 망토 안으로 칼을 집어넣었다. 그리곤 주위를 바라보았다. 안타깝게도(?) 서로 금화를 가지려 싸우던 사람들의 싸움은 진이 다르치아의 왼손을 자르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 외팔의 주인이 누구란 말인가? 바로 질서의 수호자들이 대장인 다리치아의 팔이었다. 그들은 눈앞에서 잘려지는 왼손을 바라보며 겁에 질렸다. 처음 진에게 덤볐던 것은 자신들의 숫자를 생각하고 있었고 더욱이 뒤에 있는 교단을 믿었던 것이었는데 눈앞의 인물은 그런 교단을 개무시 하고 칼을 날린 것이었다. 금화를 차지하기 위하여 바닥을 뒹굴던 그들은 진의 눈치를 보며 서서히 일어났다. 그들이 일어난 자리에는 어디에도 금화는 없었다. 이미 금화는 모두 그들의 주머니 안으로 들어간 후였다. 지금까지의 사투는 남이 가진 금화를 더 많이 차지하려는 몸싸움일 뿐이었다.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성기사들은 교단에서 두려움의 대상인 다르치아가 손을 잘린 것을 보면서 비록 칼을 뽑고 대기하고 있지만 겁에 질려있는지 앞으로 나서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진에게 살기를 피운 이들은 다르치아를 부축하고 있던 질서의 수호자들뿐이었다. 그런 그들을 무시하며 진은 자신이 있던 반대편, 두려움에 떨고 있는 주인내외로 다가갔다. 식당의 중앙에 있던 사람들은 진이 움직이자 썰물같이 진을 피해 느긋하게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었다. 그런 길을 진은 당연하다는 듯이 걸었다.
진이 향한 방향이 자신들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안쓰럽게 떨고 있는 미나를 꼭 안아주며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겁에 질린 얼굴로 진을 바라보았다. 그런 부부에게 다가간 진은 한동안 그들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한가지 물어보지! 혹시 이 근처에서 해일이나 기상이변이 일어난적 있는가?"
부부는 눈앞의 인물의 갑작스런 질문에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기상이변? 한동안 생각한 그 부부는 진에게 허리를 굽실거리며 말했다.
"이 근처에 금년동안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지금 시기에 이곳은 근처에 있는 모든 어부들이 모이는 곳이지만 일상적인 태풍을 뺀 기상이변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요"
그의 말에 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곤 다시 부부를 바라보았다. 진의 모습에 혹시 자신들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고 생각했는지 그들은 더욱 겁에 질렸다.
"그러고 보니 자네들은 나에게 덤비지 않았더군"
진의 말처럼 그들은 진에게 덤비지 않았었다. 금화가 비록 탐이 났지만 그들에게는 미나가 더 중요해서였다. 자신의 딸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 진은 그들의 생각을 짐작하고 허릴 굽혀 바닥에 주저앉아 아버지로 보이는 이의 다리를 붙잡고 떨고있는 미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얼굴을 가까이 하여 그녀만이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네 가족이 살아난 것은 네 덕분이다. 자랑스럽게 생각해라"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눈앞의 이를 눈물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 진은 그녀의 손에 작은 단환 3개를 주었다. 그리곤 이번에는 쓰러진 동료를 치료하며 주위의 돌아가는 상황을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모험가 일행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방금 주인부부와는 다르게 다르치아의 능력을 알고 있었고 그런 다르치아를 간단하게 무력화시킨 진이 엄청난 능력자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자신들에게 다가오자 눈에 띄게 경개의 시선으로 진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도 상관없다는 듯이 다가온 진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남자를 바라보며 비웃듯이 말했다.
"이거 완치되어도 인간의 형상이 아니겠는데?"
진의 말에 의자에 앉아 있던 전사로 보이는 남자가 화가 나는지 식탁에 기대어 놓은 바스타ㄷ 소드를 잡으려 하였지만 옆에 앉아 있던 마법사가 제지시켰다. 불만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나이 지긋한 마법사가 고개를 흔들자 칼자루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 모습을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진에게 마법사가 말을 열었다.
"우리는 그대와는 상관없는데 무슨 일인가?"
"상관이 없었으니 내가 온 것이지!"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인 노인이었지만 진은 거침없이 반말을 하였다. 그런 진을 바라보며 전사뿐만 아니라 몸매가 그대로 들어 나는 옷을 입고 있는 레인저 복장의 여자까지 화가 나는 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으면서 진은 조금 전 미나라는 소녀에게 준 것과 같은 단환 5개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이게 뭐지?"
신경질 적인 레인저 복장의 여자의 물음에 진은 그녀의 귓가에 무안가를 말하며 걸음을 옮겼다, 진이 점점 멀어지자 호기심이 동한 전사가 여자에게 물었다.
"뭐라고 하는 거야?"
"...움직이지 않은 상이다."
"뭔 말이야?"
전사는 여자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마법사는 신중한 표정으로 식탁 위에 놓인 단환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소녀에게 이와 같은 것을 주는 우연히 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환을 모함가로 보이는 이들에게 넘겨준 진은 다시 사람들이 만들어 준 길을 따라 일행이 있는 곳을 돌아왔다. 일행이 있는 장소에는 이미 풀려난 세이시나가 심각한 표정으로 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동안의 그의 모습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그냥 끝을 내지 않는 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볼일은 이제 없다! 밤이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니... 그만 떠나자!"
"뭐?"
예상밖으로 진의 입에서 그녀가 간절히 원하는 대답이 나왔지만 그것이 더 이해할 수 없는 세이시나였다.
참고 성기사란?- 신성력을 발휘하는 교단의 직접적인 적과 싸우는 사람들.. 보통 신전의 고아나 평민, 그리고 귀족들의 자녀들로 이루어지며 당연히 상급으로 올라 설 수록 귀족들의 잔치가 되고 있다.
질서의 수호자란?-성기사가 가 교단에 모두 존재하는 것에 비하여 수호자들은 각각 교단의 어둠에 숨어 있으며 타락(신의 말씀-뭐 교단의 말씀이지만...)을 어긴 이들의 징벌을 가하고 있다. 교황의 직속 부대로 질서의 수호자들은 무 세아 교단의 수호자들을 말하며 다른 교단은 정의. 자비의 수호자 들으로 명 칭이 다르다. 보통 어세신을 버금가는 솜씨에 기사급을 능가하는 실력, 그리 고 신관과 비슷 또는 더욱 강한 신성력의 능력으로 무서운 능력을 가진 집 단. 같은 교단의 신관에는 절대적인 힘을 행할 수 있으며 신의 말씀(교단의)
이라면 어떠한 잔인한 짓도 서슴지 않는다.
뒷부분 좀 수정하느라 좀 늦었습니다.
으.... 속이......
이제 한편만 더 올리면 진의 이야기는 끝.....
감기로인하여 지금 철저하게 맛이 간 상태라 제가 쓰는 내용도 이해를 못하고 있습니다, 읽으시는 도중에 이상한 부분이 나와도 이해를......
문제 있음 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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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_)
원래 어제 글을 올렀어여 하지만 새해 첫 햇님을 보기 위하여 온 가족이 이동하는데 혼자 떨어지기 좀 그래서.....
같이 움직이느라 글이 늦었습니다.(몸도 아픈 주제에^^)
글을 내일 저녁이나 모래 새벽에 올라갈것 갔습니다, 지금도 집이 아니기 때문에^^ 대신 사죄의 의미로 연참을.....
그럼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_(_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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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웃기지마!!"
진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일단 그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는 세이시나의 귀에 누군가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단 한 수에 유명한 질서의 수호자인 다르치아의 팔을 자르는 진의 신위에 모두 겁을 집어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나서는 자가 있다니... 세이시나, 아니 모두의 시선은 목소리로 집중되었다.
"감히 무세아 교단의 질서의 수호자를 공격한 주제에 어딜 가갔다는 것이냐?"
다리치아를 부축하고 있는 한 명을 뺀 5명의 질서의 수호자들이 진을 둘러싸며 백색의 롱소드를 뽑았다. 그들의 검에서 마치 입체영상을 덮어놓은 듯한 빛의 오라가 뿜어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검뿐이 아닌 그들의 몸에서도 희미한 빛이 나기 시작하였다. 자신들 몸에 신성력을 걸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온몸에서 빛이 나는,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한 그들의 모습이었지만 보는 진은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너희들은 다른 이들보다 너무 강하군...... 그래 약간의 제약을 줄까? 게임은 공평해야 하니"
다른 이들이 알 수 없는 소리를 한 진은 품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런 진의 모습에 세이시나의 아름다운 얼굴이 일그러졌다. 진은 분명 떠난다고 하였고 그를 말린 것은 질서의 수호자들이었다. 따라서 진이 그 무지막지한 금속덩어리를 꺼내 저들은 사살해도 그녀 자신은 할말이 없었다. 사이가 좋지 않는 사이라고 해도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이 눈앞에서 무참하게 살해당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세이시나는 시선을 돌리며 이를 악물었다.
"으윽...."
"뭐야!!"
"이런 젠장!!"
당연히 들려야 할 경쾌한 금속음이 들리지 않고 대신 고통을 수반한 신음소리에 세이시나는 조심스레 시선을 질서의 수호자들에게 돌렸다. 눈앞의 장면은 처음 그녀가 생각한 시체들 조각으로 범벅이 된 공간이 아니었다. 대신 그녀의 눈에 뜨인 것은 자신들의 발등을 움켜쥐고 괴로워하는 질서의 수호자들이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간 것인지 알 수 없었던 세이시나는 아직도 무기를 들며 주위를 감시하고 있던 루미나에게 다가갔다. 아무리 자신을 경계하는 이들이었지만 그래도 그녀가 말을 붙이기에 제일 무난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죠?"
"사령..아니 진께서 품안의 금화를 저들의 발등으로 던졌을 뿐이에요"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의 루미나의 답변에 세이시나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질서의 수호자들이 신고있는 신은 겉으로 보이게 단순한 철로 만들어 졌지만 그 안에는 몇 겹으로 된 가죽이 대어져 있었다. 그것을 단순한 칼과 같은 날카로운 물건이 아니고 뭉툭한 금화로 관통했다는 말이었다. 세이시나가 보기에 저들의 상처는 간단한 상처가 아니었다. 대부분 발등의 상처가 밖으로 노출되고 있었다. 심한 경우는 뼈가 살을 찢고 나온 이도 보였다. 저들이 아무리 신성력을 뿜어댄다고 해도 최소한 하루이상은 정양해야할 상처였다.
"그것도 피하지 못하는 병신들이 입만 살아서..."
진의 모욕적인 언사에 발등의 상처로 괴로워하고 있던 이들이 고통에 일그러지는 얼굴로 진을 바라보았다.
"크... 감히...으으.. 감히!!"
발등이 으스러지는 고통에 말을 잊지 못하고 있는 질서의 수호자들을 바라보며 세이시나는 고통을 덜어줄 목적으로 손에 신성력을 모았다. 전투목적으로 길러진 그들보다는 그래도 그녀의 신성력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애써 모았던 신성력을 흩트릴 수밖에 없었다.
"언제까지 있을 셈이지?"
세이시나를 뺀 나머지 일행은 비록 당장 쉴 수 없다는 생각에서인지 불만으로 퉁퉁 부어 있었지만 진의 명령인지 순순히 짐(이랄 것도 없지만)을 들고 막 문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에 군소리 없이 뒤를 따랐다. 세이시나도 자신들을 증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을 안타까운 빛으로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그녀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학살이 일어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한 세이시나였다. 비록 다친 이들은 있을지언정 죽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이 정도 사건은 그녀의 힘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인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어선의 선원들과 식당내외는 진의 일행이 떠나는 것을 학수고대하고 있었고, 성기사들은 진의 신위에 겁을 집어먹은 상태...유일하게 진의 일행을 막을 마음을 갖고 있던 질서의 수호자들은 발등의 상처로 행동의 제약을 받고 있었다. 따라서 문을 나서는 세이시나를 제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문을 나서는 그녀도 또는 분노의 마음으로 그들이 나가는 문을 바라보는 나머지 인물들도 진이 있었던 자리에 쓰러져 있던 금서를 가지고 있던 여자가 사라지는 것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도...
◆ ".......무슨 짓이지?"
"뭘 말인가?"
"언제까지 이런 광대 짓거리를 하는 것이지?"
"광대 짓이라니?"
이미 깜깜하여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각이었지만 두 개의 달과 동시에 수도 없이 떠있는 별들을 바라보는 진에게 세르피가 비꼬듯이 말했다. 그녀의 질문에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짖고 있는 진에게 세르피는 신경질적으로 주위에 널려있는 돌멩이를 차버렸다.
"수송선을 찾는다고 했지만 찾을 마음은 있어? 아무리 수송선의 크기가 크다 하지만 인공위성이나 정찰선, 하다 못해 장갑보병이라도 동원해야지 지금 이 일행으로 찾겠다는 것이 말이 돼?"
세르피의 말에 진은 어깨를 으슥해 보였다.
"사정이 있다는 것은 자네도 잘 알지 않은가? 정체불명의 이 행성의 관리자를 자칭하는 이들이 있고 마법이나 우리들이 알지 못하는 과학의 범위를 벗어난 일들이 수 도 없이 일어나는 상황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 그런 소리를 하는군"
"웃기지마! 전 우주에서 움직이는 미치광이로 불리는 미친 사냥꾼께서 그런 소리를 하면 코미디언의 대사로 밖에 들리지 않으니까? 평소의 너처럼 다 쓸어버리지 그래? 자랑거리인 그 유명한 대 기상(氣象)병기는 뭐 할거지? 우주에서 지상전의 왕자라고 불리는 장갑사단은 포커라도 치고 있나? 생명체의 뇌만 태워 죽일 수 있는 광범위 지대지파 는 우주전에 쓰기 위하여 저장시켜 놓았나?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그녀의 속사포 같은 질문에 진은 꺼져버린 담배를 자신의 손바닥에 눌러 꺼버린 후 하늘을 보며 키득거렸다.
"음 이런 이런...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니 좀 섭섭하군"
"난 네가 처음 기지를 떠났을 때부터 무언가를 땅에 묻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여기도 어루고시스처럼 해결할 셈이냐?"
세르피의 입에서 어루고시스라는 단어가 나오자 그저 형식상으로 대답해주던 진이 차갑게 웃으며 세르피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의 목을 잡았다.
"내가 땅에 무언가를 묻고있다는 것은 관찰하면 다 알 수 있는 문제지만.....어르고시스라...오랜만에 들어본 단어 군. 그런데 네가 어떻게 알고 있지?"
진의 갑작스런 행동에 루미나와 키네라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로의 눈치만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들과는 다르게 아르는 진의 행동을 말리기 위하여 한발 앞으로 나서려 했다. 하지만 생물의 눈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차가운 진의 눈빛에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얼음이 얼 것 같은 차가운 진의 말에 세르피는 괴로운 와중에서도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멍청하기는... 다른 종족의 지배자들은 거의 알고 있는 내용이지! 어르고시스, 키무라아, 비리스커타글. 또 말해줄까?-
키네라와 루미나를 의식하였는지 그녀는 슈렘어로 말했다. 법으로 통역기로는 해석이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슈렘 서열 1만 위에서만 쓸 수 있는 슈렘어였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키네라와 루미나는 진과 세르피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종족이 알고 있다고?-
진은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손아귀의 힘을 강하게 하였다. 진의 힘에 세르피의 강화복의 한계가 다다랐는지 그녀의 얼굴은 하얗게 물들면서 괴로운 듯 발버둥 쳤다. 일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키네라와 루미나가 진을 말리려 하였다. 하지만 조금전과 같은 진의 차가운 눈에 두려운 표정으로 자신들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 버렸다.
참사(?)가 일어나지 않고 쉽게 일이 해결되자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막 식당을 나서던 세이시나는 진의 모습에 헐레벌떡 달려왔지만 역시 진의 눈빛에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제 세르피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다. 하지만 진의 마음에는 놓아주겠다는 생각 따위는 없었는지 손의 힘은 점점 강해졌다.
갑작스럽게 변한 진의 모습에 안절부절못하는 일행에서 한명이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말은 사실이야!-
갑작스럽게 들리는 슈렘어에 진은 살짝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배일의 여인 아르가 서있었다. 슈렘어를 할 수 있다는 것에 흥미가 생겼는지 진은 손아귀의 힘을 조금 풀어주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세르피의 얼굴에는 안도의 표정이 돌아왔다, -이제까지 그대의 정체에 그리 관심이 없었는데 지금은 좀 다르군... 전 우주에 단 만 명만이 알고 있는 슈렘어를 할 수 있다니..-
흥미로운 말투였지만 진의 눈은 차갑게 굳어져 있었다. 그런 진의 모습에 아르는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이 평온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물론 슈렘어라 진과 기절직전의 세르피만이 들을 수 있었지만,,,, -그녀의 말대로야,. 강대국이라 할 수 있는 종족의 지도층은 대부분 알고 있지...그대가 몇 종의 종족을 학살했는지...-
-호...그렇단 말이지, 하지만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렇다면 그들이 날 가만두지 않을텐데...-
-쉬쉬하는 것이지. 죽은 종족은 하급이나 노예종족, 그런 것들을 위하여 상위종족의 하나로 떠오른 강대한 지구의 지배자와 붙기는 싫으니까-
-지배자? 무슨 헛소리인지... 난 지배자가 아니야-
혼자만 인정하지 않고 있는 진의 말에 아르는 고개를 흔들었다.
-다른 종족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너의 슈렘의 서열이 지구연방 대통령보다 더 높은 것이 그 증거지!-
-그런가? 알고 있다라....뭐 상관없는 일이지...-
그녀의 말에 진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 손아귀의 힘을 풀었다. 그러자 간신히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던 세르피가 힘이 빠지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에 아르가 그녀를 부축하였고 진의 눈치를 살피던 세이시나가 그녀를 부축하기 위하여 그녀의 팔을 잡았다. 하지만 식당에서의 자신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처럼 행동하는 세이시나에게 화가 난 상태였던 세르피는 그녀의 손을 쳐버린 다음 진을 노려보았다.
-아직 대답을 해 주지 않았어!!-
-응? 아! 그래....그렇군. 뭐 내가 성급한 부분이 있었으니 사죄의 의미로 말해주지! 답은 '그렇다고도 할 수 있고 아닐 수 도 있다'라고 해두지.-
-나를 우롱하는 것이냐! 감히 데라의 황녀를!!!-
세르피가 손자국이 난 자신의 목을 쓰다듬다 진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 삿대질을 하며 외쳤다. 그에 진은 품안의 담배를 꺼내 물었다.
-난 거짓말을 하지 않아! 방금 말대로 아직 결정 난 것은 아니니까,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 질 테니까 말이야-
-그들?-
진의 말에 세르피는 아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르도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진이 말한 그들이 전에 만난 관리자들을 뜻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서로 노려보며 이야기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키네라와 루미나는 처음 들어보는 슈렘의 언어를 아르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있었다. 진이야 당연하였고 데라의 황녀로써 세르피는 자격이 있었다. 그런데 아르까지 슈렘어를 하다니.... 하지만 다른이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던 상관하지 않고 아르는 다른 여관을 찾기 위하여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진의 팔을 잡았다.
"확실히 말해 줘!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그녀의 말에 진은 조금전의 살기 넘치는 모습이 아닌 나른한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좀 그렇군.. 너희들이 그들의 존재를 모르고 있으니....하지만 정확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곳은 저곳처럼 될 거야!"
진이 가리키는 곳은 방금 빠져나온 식당이었다.
일행들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며 진은 이곳으로 자신들을 날려보낸 존재의 여부를 다른 이들이 모르고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고 그 이상은 알려주지 않았다.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아르가 다시 진을 찾았을 땐 이미 어둠 저편으로 사라져 가는 그의 뒷모습만을 볼 수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할 수 없이 일행들은 진의 뒤를 따랐다.
가장 뒤에서 일행을 따라가던 루미나는 조금 전 슈렘어를 하기 전 들었던 알 수 없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혹시 어르고시스 라고 알아?"
루미나의 나직막한 질문에 키네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르고시스라..... 아마 최근, 한 50년 전에 멸망한 하급종족의 이름이 어르고시라도 한 것 같은데...왜?"
"방금 그 단어를 들은 것 같아서"
"어르고시스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종족이지, 단 그들의 멸망은 지금도 수수께끼야. 원래 노예종족이었지만 주인 종족을 잘 만나서 편하게 살았던 종족이었지.. 뭐 한쪽에서는 그들이 워낙 오만하고 다른 종족에 사납고 또 자기중심적이라 주인 종족이 포기했다는 말도 있어. 그러던 어느 날 한순간에 모성을 중심으로 근처 몇 개의 별에 살고 있던 모든 어르고시스인들이 살해당했지,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것은 없어. 네가 들었던 단어도 아마 어떤 일의 예를 들기 위하여 쓴 단어겠지"
키네라의 설명에 루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예로 쓴 경우가 아니라면 세르피님의 입에서 나올 단어가 아니지"
◆ 처음 증상은 타오르는 목마름이었다. 지금의 사태의 원흉들이 밖으로 나가자 더 이상 이곳에 있을 마음이 없었던 사람들은 쓰러져 있는 질서의 수호자들이나 성기사들을 피해 슬금슬금 자리를 이동하였다. 품안에 금화가 있는데 위험한 곳에서 얼쩡거리다 피해를 받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 문을 나서는 사람들은 갑자기 엄습한 타오르는 목마름에 당황하였다. 마치 10년은 물을 마시지 않는 사람처럼 목이 말랐다.
"목이 말라....."
누군가가 자신도 모르게 뱉어낸 말에 사람들은 흠칫 놀란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목마름.... 괴이할 정도의 이 목마름은 자신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으...물,,,"
신성력을 집중하여 자신들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던 질서의 수호자들은 쓰러져있던 다리치아의 신음소리와 같은 말에 그 자신도 같은 목마름을 느끼고 가장 상처가 경미한 이가 일어나 식당주인내외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물이 어디 있나?"
그의 말에 주인은 떨리는 손으로 주방을 가리켰다. 물이 귀한 지방이어서 빗물을 모으는 시설의 저장소가 주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방에 들어가 물을 찾는 질서의 수호자는 주위에 있던 커다란 그릇을 이용하여 한가득 물을 퍼 올렸다. 하지만 발등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잠시 주춤하는 사이 파문이 일어났던 물은 천천히 원래의 고요를 찾았다.
"젠장!! 이교도 놈들 용서히지....응?"
서서히 통증이 가라않자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는 순간 등뒤에서 느껴지는 불빛에 자신의 모습이 물 저장소에 비춰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얼굴은 평범한 인상의 얼굴이었지만 지금은 과거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붉은 반점....
주위의 피부와 확연히 구별되는 붉은 색의 반점이 그의 얼굴 이곳저곳에 피어있었다. 타는 목마름과 붉은 반점... 그는 그것이 어디에서 일어나는 것인지 기억해 냈다. 열병으로 죽어간 시체... 마법이나 신성력이 통하지 않았던 열병에 죽어 가는 환자의 모습에서....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이런 젠장!!"
물이 가득 들어 있는 그릇을 내팽개친 그는 서둘러 자신들의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역시 그의 생각대로 사람들은 저마다 얼굴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 있었다.
"독입니다!!"
"응? 물은 안 가져오고 무슨...아니! 자네의 얼굴에!"
타는 목마름에 정신이 없었던 사람들은 조금 전 독이라는 소리에 주위를 둘러보았고 곧 시야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 모두 붉은 색의 반점이 있는 모습에 경악했다.
"독이라니...빨리 신성력을!!"
질서의 수호자 중 한명이 신성력을 일으킨 손을 자신의 가슴에 대면서 외쳤다. 신성력의 본래 힘은 파괴력이 아닌 상처회복과 독의 해독 등이었으니 그의 명령은 적절하였다. 그의 명령에 신성력을 쓸 수 있는 성기사나 질서의 수호자들은 서둘러 자신의 가슴에 신성력을 집중하였다. 그들의 모습에 자력으로 해독할 수 없는 사람들은 성기사들의 주위에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말도 안 돼!!"
"해독이..."
아무리 신성력을 집중하여도 붉은 색 반점이 없어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타는 듯한 목마름과 함께 붉은 색 반점의 크기는 점점 더해졌다. 처음 중독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에도 당황하지 않은 것은 바로 신성력이라는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기사들이 아닌 이들도 치료를 할 수 있는 이들이 옆에 있다는 것에 어느 정도 심리적인 안정을 얻었다. 하지만 치료수단이 없어지자 사람들은 죽음의 공포에 휩싸였다.
"어떡하지?"
레인저 차림의 여자는 자신의 얼굴에 신성력을 쏟아주고 있는 성직자 소녀에게 매달리다시피 하였지만 얼굴이 창백해질 때까지 힘을 집중하여도 차도가 없자 성직자 소녀는 당황한 빛을 띄었다, 그녀가 몸담고 있는 교단이 지혜와 관용을 담당하는 바라스 교단이었으니 지금과 같은 상황이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혜라면 많은 연구를 한다는 뜻이었고 관용이라면 많은 이들을 신성력으로 도와주었다는 것이었다. 즉 타 교단보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모았다는 말이었는데 눈앞의 증상을 알 수 없자 당황해 했다.
"혹시.."
초조한 빛을 띄고 있는 일행을 바라보던 마법사는 자신들의 탁자에 올려져 있는 검은색의 단환을 바라보았다. 사람숫자대로 5개.... 조금 전 주인내외에게 준 단환의 숫자는 3개...
'혹시...'
혹시 해독약일 수 있다는 생각에 마법사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단환 하나를 입이 넣었다. 만약 이 단환이 해독약이 아니라면 더욱더 절망에 휩싸이게 되므로 일행들에게 알릴 수는 없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불타오를 것 같은 목마름이 사라졌다. 그와 함께 서서히 그의 얼굴에서 붉은 반점이 사라져갔다. 먹는 즉시 해독되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었지만 그는 자신이 먹은 단환이 해독제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효과가 있자 그는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몸으로 일행을 가렸다. 그리곤 아직 탁자에 남아 있는 물을 이용하여 글을 써내려 갔다.
조금전의 버릇없는 존재가 주고 간 것이 해독제라니... 서서히 번져 가는 붉은 색 반점에 반쯤 체념하고 있던 일행은 황급히 입안으로 넣었다, 그런 일행을 바라보며 마법사는 주인내외에게도 알려주기 위하며 몸을 움직이려하였다. 하지만...
"으윽!!"
"감히 혼자 해독약을 먹어?"
마법사는 자신의 배를 뚫고 나온 칼날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처다 보았다. 그의 등을 찌른 이는 허름한 옷차림의 어부였다. 어부는 진이 단환을 남겨둘 때부터 자세히 보고 있었다. 물론 그것이 해독제라는 것을 알리 없었지만 서서히 목마름에 고통스러워 할 때 마법사가 단환을 삼키는 모습을 우연히 본 뒤로 그것이 해독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마법사가 일행이 단환을 먹는 것을 감추려고 등을 보였을 때 가지고 다니던 단도로 그를 찔렀다. 그리곤 아직 남아있는 2개의 단환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우연히 칼질이 성공하였다고 해서 모험가 일행을 만만히 본 것이 실수였다. 쓰러져 있던 용병에게 단환을 먹여주었던 덩치 큰 용병이 자신의 바스타드 소드로 그의 팔을 잘라버린 것이었다.
"으악!!!"
엄청난 비명소리가 공간을 뒤흔들었다. 어부는 잘려진 자신의 앞을 보면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다 다시 자신의 머리를 향하여 떨어지는 거대한 칼을 볼 수 있었다. 죽음을 직감하는 순간 그는 짧은 순간 엄청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칼날 앞에 죽는다! 하지만 해독제를 먹은 저 년놈들은 잘 살아가겠지! 내가 죽는데 혼자 죽을 수는 없다!!!'
눈앞에 다가온 칼을 보며 곧 두 조각이 날것이 확실한 그는 죽을힘을 다하여 외쳤다.
"이들이 해독제를 가지고 있다!!!"
"서걱"
다행이(?) 그의 집념은 성공하여 죽음을 당하기 전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었다.
"젠장!!"
덩치 큰 용병은 죽기 전에 쓸모 없는 소리를 외친 어부의 시체에 신경질적으로 발길질을 하였다. 하지만 이미 그의 목소리는 모든 이의 귀 안으로 들어간 상태....목마름과 번져 가는 반점으로 반쯤 포기한 사람들에게는 정말 단비와 같은 외침이었다.
해독제.....
그 단어 한마디에 사람들의 눈동자에는 광기가 물들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그놈이 저놈들과 주인에게 뭔가 주지 않았나?"
진이 소녀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을 본 누군가가 말했다. 그의 말에 주인내외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해독제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황급히 입으로 넣으려 하였다. 하지만 빛살같이 날아온 화살에 남편으로 보이는 이의 머리를 관통하자 피분수와 함께 막 입으로 넣으려던 단환이 떨어졌다. 사람들은 갑작스런 죽음에 화살의 출발점으로 모였다. 그곳에서는 질서의 수호자들 중 한 명이 예의 그 작은 석궁을 들고 있었다.
"이제부터 움직이는 자는 이 화살이 찾아갈 것이다!"
그의 외침과 함께 그의 주위에 있던 질서의 수호자들이 주인내외와 모험가들에게 접근하였다. 물론 그들의 손에는 석궁에 화살이 장전되어 있었다.
"당신들만 해독제를 먹을 생각이..윽!!"
질서의 수호자들의 생각을 알아차린 어부 한 명이 용기를 내에 외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날카로운 금속과 나무토막, 그리고 작은 깃털로 조합된 이물질뿐이었다. 주위가 고요해 지자 질서의 수호자는 방금 화살 한방으로 자신들을 거역하는 이들이 없을 것이라 믿었다.
"각자의 삶의 가치는 다르고 그중 신의 영광을 받고있는 우리들이 해독제를 먹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
자신들을 따가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이 겁나지 않은지 질서의 수호자들 중 한명의 중얼거림에 같은 수호자들은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천한 것들이 살아가는 것보다 자신들과 같은 고귀한 이들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논리였고 정의였다. 당연히 그들이 멀쩡했다면 그들의 논리는 정당했을 것이다.
"개소리하네!!"
질서의 수호자들은 자신들의 뒤에서 무언가가 내려쳐진다는 것을 느끼곤 평소와 같이 피한 다음 건방진 존재를 징계하려 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다리는 이미 진의 손에게 의하여 망가진 상태. 그들은 자신들이 머리로 날아오는 무언가를 보기도 전에 박살이 나버렸다.
"크크 평소 시건방진 소리만 하던 병신들! 죽으니 속이 다 시원하구나!!"
자신들보고 죽으라는 소리에 어부들이, 낚아낸 물고기를 죽이는 단도로 그들의 머리를 내리친 것이다. 이미 어부들의 머릿속에는 오직 해독제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성기사들을 죽여!!"
누군가의 말에 어부들은 일제히 성기사들을 향했다. 강한 자를 먼저 죽여야 자신들이 살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에게 성난 황소처럼 돌진하는 어부들을 보면서도 성기사들은 타오르는 목마름에 움직일 수 없었다. 어부들이야 물이 귀한 배에서 생활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으니 고통이 느껴지는 목마름에도 행동에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항상 잘먹고 잘살던 성기사들은 달랐다. 그리고 그 다름은 생사의 엇갈림에 중요한 지침이 되었다.
"죽어!!"
"으악!"
아비귀한.....인세의 지옥이었다. 강자인 성기사들과 질서의 수호자들의 숫자가 줄어드니 강자 약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미 그들의 머리에는 금서니 이교도 같은 것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누가 강하고 누가 약한지 알 수 없는 세상... 피와 뇌수로 범벅이 된 해독제라도 기뿐 마음에 먹었고 먹는 즉시 누군가 그의 목을 자르고 배를 갈라 내장을 휘저어 다시 해독제를 꺼낸다, 피와 죽음의 향기에 취한 이들은 나 이외에 모두 적이었다. 그중 가장 치열한 접전이 있는 곳은 바로 모험가들이었다. 부상을 당했다고 하지만 5명이 모두 살아있었고 해독제도 가장 많이 가지고 있었다. 이미 주인 내외는 살육의 폭풍에 휩싸여 여지저기 흩어져 버렸다. 그 중에는 미나라는 여자아이의 머리도 섞여 있었다.
"젠장!! 도망가!!"
"하지만..."
"바보! 여기는 우리들에게 맡기고 빨리 가란 말이야! 너희들이 있는 것이 더 힘들어!!"
바스타드 소드를 휘두르며 외치는 덩치 큰 용병의 외침에 레인저 복장의 여자와 성직자 소녀는 자신들은 있어보았자 짐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멍청아! 기스빈을 죽일 셈이야!! 빨리 회복술을 받아야 한다고!! 빨리 가! 너희들이 할 일은 기스빈을 살리는 일이야!"
다르치아에 의하여 얼굴을 다친 용병의 외침에 레인저 복장의 여자와 성직자 소녀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기스빈이라는 마법사를 양쪽으로 안고 벽으로 향했다. 배에 칼을 맞은 마법사의 의식은 놀랍게도 깨어 있었다. 하지만 고통에 반쯤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그래도 자신의 역할을 아는지 힘들게 한 손을 들어 벽을 향했다.
"화..화이어 에로우..."
"쾅!!"
1서클의 초보마법이었지만 그는 마치 6서클의 마법사가 7서클의 마법을 쓰는 것처럼 간신히 성공시켰다. 평소보다 파괴력이 약하였지만 파이어 에로우는 직경 1m의 구멍을 낼 수 있었다. 다행이 식당의 벽이 나무만으로 만들어져 폭발계통의 마법에 약하여 서클에 비하여 큰 구멍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빨리 가! 여기는 우리들이 맡을 테니까!!"
"가자! 더 멍청한 오우거가 이런 곳에서 죽을 리는 없어!"
레인저 복장의 여자는 이를 악물고 울먹이는 성직자 소녀를 다독였다. 이미 마법사는 마지막 마법을 쓴 다음 기절해 버렸다.
"해...해독제들이 도망간다! 해독제가 녹기 전에 빨리 내장을 갈라야해!!"
"으으 해독제를 내놔!!"
"지랄하네! 죽어라! "
눈앞에서 3개의 해독제가 사라지자 살아있는 이들의 눈에는 광기가 돌았다, 평소와 같으면 거대한 용병을 보고 알아서 기었겠지만 이미 살육에 취한 이들은 주저 없이 그들에게 덤볐다. 일행을 위해 남은 두 용병은 서서히 반점은 사라져갔지만 완전한 해독이 되지 않았는지 몸이 둔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과는 상관없이 식당의 중앙에서는 주인내외에서 빼앗은 해독제를 가지고 치열하고 싸우고 있었다. 먹고 죽이고 내장을 가르고....그렇게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사람들은 서로 죽고 죽이며 서서히 죽어갔다.
◆ 마을을 떠나지 않고 운 좋게 마침 방이 있는 여관을 찾아낸 일행은 짐을 풀며 피곤하다는 듯이 주인에게 씻을 물을 부탁하였다. 그에 처음에는 난색을 표하던 주인은 진이 던져준 금화에 반색을 하며 지하의 목욕탕을 내주었다. 아직 서툰 일행을 위하여 제일먼저 세이시나가 앞장섰고 그 뒤를 나머지 일행들이 따라나섰다. 탕이 하나였기 때문에 씻기를 포기한 진은 7인승의 널찍한 방에 비치된 침대에 누웠다, "응? 왜 안가고 있지"
다른 이들이 다 내려갔지만 아르는 방에 남아 누워있는 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
"뭐?"
"네가 쓴 그것은 뭐지?"
"쓴 것? 아! 호 알아차렸는가?"
"네 것보단 내 것의 나노머신의 성능이 좋다는 것을 잊으면 곤란해! 네 손이 지나갈 때마다 미세한 가루가 공기 중에 날리더군. 그런데 독은 아닌 것 갔고..."
아르의 말에 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물고 있는 담배연기를 허공에 뿜었다.
"단순한 마비와 반점 그리고 목마름을 조성하는 것 뿐이야"
"단지 그것뿐?"
"그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것이지.."
"......무슨 생각인지 알겠어. 너는 일부로 그 일행들에게 해독제를 주는 것처럼 행동했군..."
진의 생각을 읽은 아르는 탐탁지 않다는 목소리였다.
"흣 내가 준 것은 분명 해독제였어! 먹는 순간 나았을 것이야."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 그렇다면 해독제를 받은 이들의 목숨이 위험 할텐데? "
"뭐 그거야 내 알 봐 아니고... 난 분명히 그들을 살려주었어. 그 뒤의 일까지 책임 질 필요는 없지.. 그런데 오늘따라 말이 많군. 무슨 일이지?"
진의 비웃는 듯한 물음에 질린 듯한 아르는 대답할 필요가 없다는 듯 그대로 몸을 돌려 아래 다른 일행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등뒤로 키득거리는 진의 음성이 들렀다.
진이 이렇게 놀고(?)있을 때 대륙 저 너머에는 전쟁의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으으으으 너무 늦었습니다. ㅜ.ㅜ 며칠 놀다보니 징하게 안 써지더군요....내용도 뒤죽박죽이고....진짜 억지로 내용을 나갔습니다.^_^ 약속대로 연참보다 그냥 2회 분량을 한꺼번에 올립니다, 사죄로 오늘저녁이나 내일 새벽에 이 정도 분량으로 또한 올릴께요...
그럼 문제있음 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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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전장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