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0화 (40/49)

 던젼?-쓸모없는 구덩이....

"엉엉엉...엄마!!"

지저분한 몰골의 한 아이가 집의 기둥이 쓰러지면서 덮친 잔해에 묻혀버린 자신의 어머니를 외치며 서럽게 울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그런 아이의 울음에 대꾸해주는 이 따위는 없었다, 야박하지만 울고있는 아이를 걱정해 주기에 거리는 너무나 진한 죽음의 향기로 넘쳐있었다.

도시의 대부분 건물들이 목조 건물인 탓에 어디에서 태어났을 지도 모르는 화마는 양식이 모자랐는지 주위에 있는 건물들을 연신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건물이 불타고 사람들의 신음소리, 고함소리가 온 천지를 뒤덮었지만 아이의 주위는 아무것도 없는 침묵만이 존재했다. 그렇게 울다 지친 아이의 눈에는 온 사방을 차지하는 불꽃과 하늘을 볼 수 없는 시커먼 연기뿐이었다.

"비켜!!"

한참을 울었던 아이는 자신의 뒤에서 외치는 남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지쳐있던 몸을 돌렸다. 너무나 울어서 기운이 없었던 것이다. 아이의 시선에는 몇몇의 남자들이 무언가를 잔뜩 짊어지고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주위에서 떨어지는 불타는 나뭇조각이나 반딧불을 보는 듯한 불티들로 장식된 좁은 길 사이로 멍한 눈빛의 아이가 보였지만 남자들은 처음 '비켜'라는 소리만 되풀이 할 뿐 달려오는 속도를 늦추기 않았다. 그리고...

"우두득..."

성인남자들의 발아래 아이는 무참하고 짓밟혔다.

"병신새끼! 비키라는 소리가 안 들려!!"

방금 전 무자비하게 한 아이를 밟아 죽였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들의 목소리에는 자신들의 발걸음을 늦추게 한 아이에 대한 짜증뿐이었다.

"애 새끼 하나 죽었다고 열 낼 것 없어! 그보다 다음은 저기다!!"

일행 중 가장 큰짐을 짊어진 남자가 가리키는 곳은 꽤 비싼 물건을 진열해 놓은 잡화점이었다.

"키키키 이거 제국덕분에 한목 단단히 잡겠는데?"

"하하하하 누가 아니래! 처 들어 와서 고마워 개자식들아!!"

남자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 키득거렸다. 평소 마을 상인들을 협박하며 등쳐먹던 불한당이었던 그들은 마음껏 약탈을 할 수 있는 지금이 너무나 행복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행복은 잠시동안이라는 것을 알 수 없었다, 그들의 눈을 가리는 시커먼 연기에 뒤덮인 하늘위로 거대한 무언가가 대지를 진동시키면서 움직였다.

 온몸의 뼈가 박살난 아이는 죽어 가는 눈빛으로 그의 어머니가 있던 자리로 시선을 돌렸다. 시선을 돌리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고통이 엄습했다. 하지만 그런 고통이 아니라고 해도 아이는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하지만 겁나지는 않았다.

'이제 엄마를.....만나..'

어렸을 때 죽으면 모두 천국에서 만난다는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들은 아이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아이의 시선에 무너진 잔해 틈 사이로 누군가의 손이 보였다. 상처투성이의 투박한 손..... 하지만 그 어떤 손보다 포근한 손이....

바로 아이 어머니의 손이었다. 잔해에 가려져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손이 쓰러진 다음에 보였던 것이다. 아이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자신을 밟은 이들에게 고마움까지 느꼈다. 간신히 고통에 찌들어 있는 손을 움직여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아이의 얼굴에는 평생 지을 수 없었던 미소가 지어졌다. 온 천지가 불바다였지만 항상 추운 겨울을 나았던 아이는 지금의 열기가 너무나 따뜻했다. 서서히 감겨지는 시야 사이로 아이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신들을 축복해주는 듯한 거대한 불기둥을 볼 수 있었다. 거대한 몸체를 흔들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그 불기둥은 이제까지 본 그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아...아름.답다...그치... 엄......마"

숨이 막히도록 뜨거운 열기를 뿜어대던 공간에서 환한 미소를 지은 아이의 몸은 천천히 식어갔다.

 "젠장 도망가!!"

짊어지고 있던 짐들을 아무렇게나 던져버린 덩치큰 이의 고함소리에도 일행은 끙끙대며 짐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에 육지거리가 솟아오른 그였지만 뒤에서 쫓아오는 거대한 불기둥 앞에서는 오로지 달리기에도 정신이 없었다.

엄청난 연기에 가려 비공정이 보이지 않아 안심하고 지정한 목표물 안에 들어간 일행은 숨어있던 남편으로 보이는 이의 목을 자르고 그의 아내를 강간했다. 그렇게 한참을 즐기고 있던 그들은 갑자기 검은 액체가 하늘에서 비 오듯이 쏟아지는 것을 우연히 알아차렸다. 처음에는 비가 오는 줄 알고 짜증을 냈다. 비가 온다면 지금 사방을 태우는 화마가 사라질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사람들은 냉정을 되찾아 지금과 같은 행복은 끝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하늘에서 내리는 것은 비가 아니었다. 아니 지금의 화마에게는 축복이었다.

"응..뭐야...킁킁....기..기름이다!!"

한참 숨을 헐떡이는 이들의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일행 중 가장 밖에 있던 이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액체의 냄새를 맡으며 외쳤다. 그리곤 곧 떨어지는 기름 줄기를 타고 하늘로 솟구치는 거대한 불꽃의 기둥을 볼 수 있었다.

"뭐!!. 이런 젠장!!"

처음 기름이라는 것을 외친 남자의 목소리에 한참 열을 올리고 있던 덩치큰 이는 황급히 바지를 입었다. 그에 눈치 없이 자신의 차례인줄 알고 덤벼드는 머저리의 머리를 발로 차버린 다음 자신의 짐을 짊어지고 정신 없이 내달렸다. 그 모습에 일행들은 갑자기 달려나간 자신들의 두목과 매혹적인 몸매를 들어내며 기절해 있는 여자를 바라보며 한동안 망설였다. 그리고 그 한순간의 망설임으로 4명의 일행 중 2명이 산채로 구워졌다.

찜찜한 마음에 자신들의 두목을 찾아 밖으로 나선 두 명은 기름으로 인하여 사방이 불바다로 이어지는 거리를 보며 화들짝 놀라며 정신 없이 달렸다. 한참을 내달린 그들은 잠시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거대한 불줄기가 조금 전 자신들이 있던 잡화점을 덮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모습에 동료를 구하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두려움에 떨며 연신 먼저간 두목을 따라 달렸다.

먼저 달아나던 덩치큰 이는 자신을 부르며 달려오는 부하들을 볼 수 있었다. 아직도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였는지 그 많은 양의 짐을 짊어지고 달려오고 있었다, 덩치큰 이는 처음 밖을 보면서 짐을 버렸기 때문에 몸놀림이 빨랐지만 그의 부하들은 아직도 짐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잡화점을 태웠던 불기둥이 길을 따라 서서히 이동했다. 마치 먹이를 찾아가는 짐승처럼......그리곤 덩치 큰이를 뒤따르던 두 명을 탐욕스럽게 먹어치웠다.

"젠장!! 젠장!!!"

하늘높이 증오를 담아 외치던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직 불이 붙지 않는 도시의 외각으로 정신 없이 달렸다, 평소 기사를 꿈꾸던 그의 몸놀림은 확실히 다른 이들과 달라 불바다의 거리를 뚫었고 한참을 달려 어느 좁은 골목에 주저 않아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곳 산채로 구워진 자신들의 부하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조금 전에는 살아남는 것만을 생각하였지만 안전한 지금은 눈물만이 나왔다. 어리석은 그는 일행이 죽어가자 그제야 지금의 상황을 인지한 것이었다.

그는 숨을 고르며 죽은 부하들의 얼굴을 하나 하나 생각하였다. 그러자 맨 끝에는 조금 전 밟아 죽인 아이의 얼굴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잠깐 스쳐지나간 얼굴이었지만 그의 머리 속에는 각인이 된 것 마냥 떨어지지 않았다. 이제까지 수많은 이들을 죽은 자신이 한 아이를 생각하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유치했다. 아마 본능은 느끼고 있으리라, 자신의 목숨이 이제 끝이라는 것을...

"젠장.. 3거리 왕 똥파리 파의 두목인 내가 그까지 죽은 아이를 생각하다니.... 나도 죽을 때가 되었나 보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는 조금 전 아이에게 가볼 심산이었다. 어쩌면 살아 있으리라...

"혹 살아 있으면 앵벌이라도 시켜주자"

스스로 자신을 합리화시킨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순간 자신의 머리로 무언가 끈끈한 것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곤 탁한 연기사이로 보이는 그 무언가도...

"이 씨발!! 이제 그만 좀 해 이 개자식들아!!!!"

자신의 온몸을 적시며 떨어지는 기름비에 그는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두 주먹을 쥐며 허공을 향해 외쳤다. 그런 그의 고함소리를 들었는지 비공정에서 반응을 보였다. 그것은 아주 작은 불구슬 이었다, "허허.. 젠장! 그 아이 한번 봤으면 했는데...하긴 지은 죄가 많으니 하늘에서 나의 소원을 들어줄 리가 없지... 젠장! 군인 새끼들은 다 뭐 하는 거야! 그동안 뜯어먹었으면 제값은 해야 할 것 아니야 젠장!!!!"

젠장을 연발하는 그의 머리위로 작은 불씨는 사뿐히 내려앉았다. 곧 엄청난 불기둥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하지만 인세의 지옥과 같은 현실 중에 그것은 아주 사소한 일 중의 하나였을 뿐이었다.

 ◆ -4번 탱크가 다 비었습니다!!-

"5, 6번 탱크에 연결해! 모든 탱크가 다 빌 때까지 방출하란 말이다!!"

레모드 자작은 지상에 발사하는 기름줄기를 보며 어두운 안색을 하고 있었다. 처음 비공정이 구속을 풀며 움직일 수 있게 되자 그는 피드 공작에게 어떠한 반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차츰 초조감을 숨길 수 없었다.

비록 모든 통신마법사들이 통신불능을 외치고 있었지만 시야거리에 있는 성에서 연락을 취하고자 하다면 얼마든지 취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것에 자작의 마음은 무거웠다. 거기에 이제까지 퍼부은 마력탄들에 의하여 시내가 온통 불바다가 되자 그에 따른 연기들로 인하여 보통 마장기의 2배나 되는 거인들이 보이지 않게 된 것도 문제였다. 적들은 거대한 비공정의 몸체에 예측사격만으로도 충분히 타격 할 수 있었지만 자신들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었다. 할 수 없이 이왕 질러진 불, 자작은 아예 이 도시 이곳저곳에 불을 질러 적의 공격의 차단과 동시에 피드공작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어차피 저들도 우리들과 같은 귀족들입니다, 평민들 몇 만명 죽는다고 상관할 이들이 아니지요. 차라리 적의 성의 직접적인 공격을 하시는 것이..."

초조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자작을 보다못한 선장의 조언에 그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화를 내었다.

"무슨 소리인가? 만약 후작님이 우리들의 공격으로 다치시기라도 한다면 어쩌려고 그런 소리를 하는가!!"

"어차피 후작님은 성의 중앙에 계실 것입니다, 성의 중앙을 공격하는 것이 아닌 외각에 존재하는 별궁을 공격하자는 것입니다. 경고의 의미지요. 만약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는..."

선장의 말에 타당성을 느낀 자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괜찮은 생각이군! 한번 해보지! 포병단! 적의 성의 외각에 존재하는 건물에 타격을 줄 수 있는가?"

포병단과 연결된 파이프를 잡고 외치는 자작의 목소리에 잠시 뜸을 들인 후 대답이 들려왔다.

-충분할 것 갔습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지금 대지공격은 중지해야합니다만...-

포병단을 담당하는 자루나 남작의 말에 자작은 얼굴을 찡그렸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승낙을 하였다. 수많은 마력탄을 발사하면 그 충격으로 비공정이 흔들릴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발사하는 마력탄이 오차가 생길 수 있으니 이번처럼 정확한 목표물이 있을 때는 목표를 겨냥하는 마력탄 이외의 마력탄들은 작동하지 않아야 했다.

"좋도록 하게! 단! 마력탄이 성에 명중하는 사태는 없어야 한다네!"

-알겠습니다. 응? 아니 너..너희들은 누구냐!! 여기는 어떻게...으악!!-

"무슨 일인가! 포병단!! 대답하라..대답하란 말이다. 남작!!

통신에서 갑작스럽게 들리는 고함소리와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에 자작이 소리쳤지만 대답은 없었다. 대신 신음과 고함소리 사이로 희미한 '적이다'라는 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그 소리를 듣자 자작은 어이없다는 듯이 파이프를 잡고 외쳤다.

"적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가! 적이 어떻게 들어왔다는 말인가!! 대답해라!!!"

있을 수 없는 상황에 자작은 약간의 패닉을 일으키며 목이 터져라 외쳤다. 그런 자작을 보는 주위의 사람들 또한 갑자기 들리는 파이프 뒤의 상황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짖고 있었다. 그때 튼튼한 나무로 만들어진 문이 박살나는 것과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내부로 들여 닥쳤다.

"너희들은 누..으악!!"

자작의 뒤에 서있던 호위가 칼을 뽑기도 전에 목에 틀어박힌 단도의 자루를 움켜쥐며 쓰러졌다. 그런 어이없는 상황에 사람들이 아직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에 반하여 들이닥친 검은 복장의 사람들은 신속하게 내부를 장악하기 시작하였다. 그때서야 사람들은 지금의 상황을 깨달으며 칼을 뽑으려 하였지만 이미 많은 숫자의 적들이 들어온 후였고 이곳에 있는 이들 중 정규군 훈련을 받은 이들은 조금 전 칼을 맞은 호위하나뿐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이 무력하게 무장해제를 당했다.

내부가 신속하게 정리되자 상황파악을 끝내고 증오 서린 눈빛으로 사방을 둘러보던 자작의 눈앞에 다른 이들과는 다른 복장의 남자가 걸어왔다, 남자는 이곳에 침투한 이들의 두목인지 그가 등장하자 주위에 있는 이들이 예를 갖추었다.

"네..네놈들은 누구냐! 어떻게 이 비공...큭!!"

남자는 자작의 질문을 들어줄 용의가 없는지 자작의 머리를 걷어 쳤다.

"이 비공정은 이제부터 우리 아스프라스 군에 속하게 됐다! 반항하는 자는 죽음뿐이다!"

남자는 당당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외쳤다. 그에 자작은 피범벅이 된 얼굴로 키득거렸다. 역시 야만인답게 치졸한 짓이나 하는 이들이 자신들의 제국에 덤빈다는 것은 그 자체가 죄악이었다. 자작은 그렇게 생각했다.

"크크크.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물어보지는 않겠다. 이유를 들어도 이미 들어온 것은 들어온 것이었으니.. 허참, 고작 이런 더러운 수나 부리는 놈들이 감히 이 비공정을 접수한다고? 네놈들이 이 비공정을 움직일 수 나 있다고 생각하느냐? 더군다나 이 비공정에는 정예병력 수백 명이 존재하고 있다! 고작 이 정도 숫자로 덤비다니 한심하구나"

자작의 피 섞인 비아냥거림에 남자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수백 명의 정예병력이라고? 멍청하기는! 한구석에 몰려있는 쥐새끼들은 마법스크롤 한방이면 끝이야! 그리고 네놈 말대로 우리들은 비공정을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꼭 우리가 몰아야 할 필요는 없지! 여기 이런 전문가들이 있는데 왜 우리가 몰아야하지?"

그 남자가 가리키는 곳에는 겁에 질려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문안으로 막 들어서고 있었다. 마력로나 기타 비공정의 잡무를 보는 이들이었다. 자작은 눈앞의 남자의 속셈을 파악하고 한참을 비웃었다.

"크...멍청하기는...이들이 목숨이 아깝다고 제국을 배반하고 너의 촌놈들 가랑이로 들어갈 것 같더냐! 착각을 해도 유분수지..."

"하하하하 멍청하기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은 너다! 귀족도 아닌 이들이 제국에 충성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했다는 말이냐? 이래서 귀족들의 생각은 웃긴다니까!"

남자의 비웃음에 자작은 그의 생각을 비웃음을 흘려주며 모여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제국인들 중 죽음이 무서워 제국을 배반하는 이들 따위는 없다라는 생각을 하며 바라본 자작은 그곳의 모든 이들이 그의 시선을 피하는 것을 보자 어이가 없었다, "이! 이럴 수가!! 더러운 자식들! 네놈들은 황제폐하의 은혜를 잊었다는 말이야!"

피 섞인 자작의 폭언에 남자는 피식 웃으며 품안에서 작은칼을 꺼냈다.

"어리석은 녀석! 황제 놈이 평민들에게 해준 것이 뭐 있다고 황제를 들먹이는 것인지..이레서 귀족 놈들의 사고방식은 이해가 되지 않아"

작은 단도로 자작이 반응하기 전에 단번에 목을 자르는 놀라운 솜씨를 보여준 그는 주위에 자신을 바라보는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평민들은 살려두고 귀족이라는 귀족은 모두 죽여라!"

그가 소리치자 그의 부하들이 모여있는 이들 중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이들을 도륙 하기 시작하였다. 다행이 그 숫자는 적었지만 그들은 최대한 잔인하게 귀족들을 죽여나갔다.

"저기 대장... 명령에는 가능한 인명을 살상하지 말하고 적혀있던데.."

"됐어! 어차피 이 비공정을 움직이는 실세는 저 평민들이야! 나머지 귀족들은 명령만을 내릴 뿐이지. 그 정도는 아무런 경험이 없어도 금방 익힐 수 있는 것들이고 말이야. 쓸모가 없어 쓸모가...인질은 후작하나면 충분해! 나머지들은 밥 버러지들이지! 최대한 잔인하게 죽여 다른 이들이 딴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나아. 그보다 신호를 보내게! 이제 이 비공정은 우리 것인데 더 이상 피해가 있어선 안되지"

 ◆ "슈우우우우,,,,, 펑!!!"

"오... 성공이군!!"

"축하드립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비공정에서 녹색의 불꽃이 솟아오르자 공작은 주먹을 움켜쥐며 외쳤다. 후작을 속이기 위하여 모아놓은 기사들의 사기를 위해 작전 시작 전에 축하의 잔을 들었지만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공작은 녹색의 불꽃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에 그의 주위에 있던 헬렌과 안젤레나. 그리고 카르비안 백작이 공작에게 축하의 인사를 올렸다.

"하하 내가 뭘 했다고 그러나? 다 자네들 덕분이지! 이제 시작일세! 아! 마법진의 성능은 확실하겠지요!"

작전이 성공했다고 해도 후작의 비공정이 제국에게 연락을 취한다면 자신들에게 여러모로 불리하였기에 공작이 신경 쓴 것 중의 하나가 통신방해였다. 그에 안젤리나는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공작님 이 도시 전체를 둘러쌓은 마법진은 비록 1서클의 저 마법만을 억제할 수 있는 저 성능의 마법진이지만 대신 적의 통신은 확실하게 처단할 수 있습니다,"

안젤리나의 대답에 공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제국이나 왕국의 주요 도시들은 3에서 4서클의 공격마법을 막을 수 있는 마법진이 설치되었지만 공작은 과감하게 같은 가격에, 고작 1서클의 마법을 막을 수 있지만 대신 적의 통신마법을 방해는 마법진의 설치로 방향을 잡았다. 그녀의 말에 공작은 더 이상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설사 비공정이 제국과 통신을 하였다고 하여도 이미 벌어진 일에 괜한 분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었다.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안젤리나의 어깨를 두드려준 후 쳐다본 창 밖은 불타는 거리로 인하여 죽음의 향기가 가득하였지만 이곳에 있은 그 누구도 그에 대하여 신경 쓰는 이들은 없었다. 그들의 눈에는 작전 성공의 녹색 불꽃과 잠시 뒤 그 뒤를 따라 터지는, 공격중지명령을 상징하는 노란색 불꽃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오늘로써 실질적으로 제국과 아스프라스 사이에 선전포고도 없는 잔인한 개싸움이 시작되었다.

 ◆ "기이이잉!!"

"쿵탁 쿵탁!!"

진의 기지의 지하에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공간확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여기저기 차출한 병사들이 탁한 공기 탓에 장갑보병을 타고 장비들을 조작하고 있었다, 길이만도 500m가 넘는 거대한 지하광장의 외각에 병사들이 집중 배치되었다면 중앙에는 연구원들과 기술자들로 보이는 이들이 한참 작업을 하고 있었다.

-준비는 잘되어가나?-

광장 한쪽 구석에 위치한 천막을 펄럭이며 조커가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조커를 따라 들어온 먼지들로 안에 있던 이들은 한참동안 기침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 천막 안에는 강력한 대기순환장치덕분에 깨끗한 공기가 공급되었지만 조커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들은 그리 밝지 않았다. 그 모습에 놀랍게도 조커는 난처한 듯 허리를 굽혀 사죄를 하였다.

"수십일 동안 이런 지하에 있으니 다들 신경이 곤두섰을 뿐입니다! 자 이리로"

공격에 빠진 조커를 구해준 이는 인자한 모습의 노인이었다.

-아닐세. 아무리 명령이라지만 빛 하나 들어오지 않고 먼지만 가득한 곳에 오랫동안 불평 없이 있어준 것만도 고맙지...-

"별말씀을..."

조커는 노인의 말이 고마웠다. 이들은 진이 내린 명령으로 인하여 어떤 것을 준비라고 있었다. 하지만 이 행성의 관리인들의 눈을 피하기 위하여 이들은 지하 수백 미터까지 들어가 지하수를 퍼내며 작업장을 만들어야만 했다. 물론 기지 안에서도 작업은 충분하였지만 아직 관리인들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었던 이들로써는 가장 확실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선택인 만큼 문제도 하나둘이 아니었다, 초창기는 지하수로 고생하였고 지금은 지하광장을 넓히는 작업으로 인하여 만들어진 먼지들로 인하여 고생 중이었다. 다행이 지하수를 퍼내고 남은 공간으로 퍼낸 흙을 처리할 수 있었지만 기밀을 위하여 광장 전체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작업환경은 열악하기만 하였다. 더욱이 항상 최상의 조건에만 일하던 이들이라 이들이 겪는 고통은 상당했을 것이다. 폐쇄공포증으로 미쳐 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그런데 작업진행 상황은?-

"일단 광장의 확장 공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입니다, 회장님께서 지시하신 물건은 광장의 최소한의 면적이 확보되었을 때부터 작업을 해 왔기 때문에 외장은 완벽하게 되었으며 지금 내부 작업과 소프트웨어작업이 한창입니다. 회장님께서 말하신 날짜까지는 그럭저럭 될 것 같습니다"

노인의 설명에 조커는 만족스럽다는 듯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열악한 환경에서 이 정도 성과를 이루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응? 무슨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회장님이 하시는 일에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 옳지 못하는 것을 알지만 한가지 여쭈어보기 싶은 것이 있습니다"

진지한 노인의 음성에 조커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이번 작전이 전개되어야만 밖으로 나갈 수 있었으니 기밀에 대한걱정이 없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지만....

"솔직히 저것 안에 들어가는 부품의 능력을 생각했을 때 정말 낭비입니다, 아무리 프로토 타입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저것이 대량생산으로 채택될 리는 절대로 없는데 저런 것을 가져온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아니 저런 것이 있다는 자체가 낭비입니다, 저것을 만든 중앙의 머저리들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지만 저는 정말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생각은 저 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이들 중 꽤 많은 숫자가 품고 있는 의문입니다, 비록 남자연구원들은 좋아하고 있지만 여자 연구원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지금의 작업에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저것을 만든 이유가 뭡니까?"

노인의 얼굴은 이야기하는 도중 붉게 물들었다. 평소의 노인을 잘 알고 있는 조커로써는 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아는 노인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낭비였으니 노인의 눈에는 광장에서 한참 작업중인 밖의 물건이 쓰레기로 보였으리라... 아마 진의 명령이 아니었다면 해체에 앞장섰을 것이었다. 그래도 작전에 대한 질문이 아니었기 때문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쉰 조카는 지금 자신들의 이야기에 뒤에 있던 연구원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며 약간 큰 목소리로 열었다.

-사실 나 자신도 저것이 낭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는 꼭 필요한 것이라네! 그것은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도구는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값어치가 달라진다는 것을... 비록 저것이 낭비지만 진의 의도대로 움직인다면 확실히 본전은 뽑을 것일세!-

조커의 어정쩡한 대답에 노인은 정확한 답을 얻지 못하여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조커가 명령을 내린 것도 아니었고 취소 명령을 내릴 수도 없는 입장이라는 잘 아는 그로써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 모습에 여자 연구원들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하였고 남자 연구원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지금 있는 장소의 대다수 여자연구원들은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을 관두고 좀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어했고 남자 연구원들은 지금의 일에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한참 다른 대륙에서 전쟁의 불씨가 키워질 때 진은 느긋하게 길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느긋한 걸음 거리에 비하여 뭐가 그리 불만인지 얼굴 한가득 짜증이 묻어있었다. 지금 그는 하이아라스 대륙의 서쪽 해변을 걷고 있었다. 하이아라스 대륙의 북부 대부분을 차지하는 마의 숲의 경계선을 따라 해안에 다다른 진의 일행이(진 혼자였지만) 무세아 교단의 질서의 수호자들과 성기사들을 박살낸 그 날로부터 5일 이 지난 후였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담배를 물고있는 진의 뒤에는 예상 밖으로 대 인원이었다. 처음 일행은 진과 아르, 세르피, 키네라와 루미나, 그리고 세이시나 이렇게 6명의 단촐 한 인원이었다. 하지만 지금 일행은 언 듯 보기에도 15명 이상이었다. 특이한 것은 처음 진의 일행을 뺀 나머지 9명의 인원들이 늙은 노인 한 명을 빼고 모두 여자라는 것이었다. 즉 15명이나 되는 인원 중 겉모습으로 따졌을 때 단 한 명의 노인을 뺀 나머지 일행들이 모두 여자인 것이었다(진의 외모는...) 더 재미있는 것은 제각각의 옷차림인 모든 여자들의 미모가 평균 이상이라는 점이다(즉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있을 수 없는 누군....가의 농간이었다)

진의 뒤에는 아르와 세르피, 그리고 마법사의 로브를 입은 노인이 묵묵히 뒤를 따랐고 그들과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 7명이나 되는 여인들이 마치 온 세상에 자신들만 있다는 듯 주위에 상관하지 않고 재잘대었다 이런 묘한 일행의 뒤를 마지막으로 장식하는 이들은 4명의 여자들로써 그들은 모두 갑옷을 입은 중무장의 차림이었다. 특히 마지막에 존재하는 이 집단은 경계의 눈빛으로 사방을 경계하였다. 특히 그들의 경계의 눈초리의 중심에는 진이 있었다.

이렇게 진의 일행이 대 인원으로 늘어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4일전, 그러니까 짝통 독 살포사건(?)의 다음날이었다.

 늦었습니다. 사죄의 의미로 양을 조금 더 늘립니다^^(어리버리 넘어가면 욕들을 것 같아서 ..극적극적)

-처음 계획은 아스프라스 전쟁을 완벽하게 끝을 내고 진의 이야기를 진행하여 하였지만 어차피 지금 이 소설의 중심은 진이었고 진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거의15회 이상에 진이 빠진다면 지루할 것 같아 아스프라스 내용 중 중간부분에서 잘라 냈습니다. ㅜ.ㅜ 하지만 아스프라스는 내용전개상 꼭 필요한 부분이라 부분부분 잘라 내용에 집어 놓여야지요...

그럼 문제 있음 리플주세요...

=+=+=+=+=+=+=+=+=+=+=+=+=+=+=+=+=+=+=+=+=+=+NovelExtra([email protected])=+=

 던젼?-쓸모없는 구덩이....

짙은 안개 사이로 서서히 떠오르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일행은 아침도 먹지 않고 일찍 여관을 나와 길을 나섰다. 하지만 언제나 같은 얼굴의 진을 뺀 나머지 일행은 연신 하품을 하는 등 피곤함에 지쳐있는 모습이었다. 어쩔 수 없는 것이, 그토록 기대하던 이 행성의 음식을 먹으며 주택에서 하루를 지냈건만 음식은 쓴 맛 때문에 먹지 못하고 여관의 잠자리는 최악이었던 것이다.

하긴 고작 말린 나뭇잎을 집어놓은 침대가 고급스런 일행에게 맞을 리가 없었다. 그런 피곤한 모습의 일행 중 다른 이들과 달리 무언가를 생각하는 세이시나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렇게 한동안 진과 땅을 번갈아 보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그녀는 무언가를 결심하였는지 굳은 표정으로 진에게 다가갔다.

"이....이봐?"

진의 옷자락을 잡으며 조심스레 물어보는 귀여운 모습의 세이시나였지만 진은 자신의 옷자락을 잡았다는 것에 기분이 좋지 않았는지 미간에 살짝 주름이 지어졌다.

"뭐야!"

거만하게 물어오는 진에게 세이시나는 순간 울컥한 무언가를 느꼈지만 아쉬운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아는 이상 쉽게 화를 낼 수는 없었다, "마을의 학살사건 말아야..... "

귀찮을 것을 피하기 위하여 아침 일찍 마을을 떠나게 하였던 원인인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세이시나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호기심이 동한 일행의 귀가 쫑긋하고 세웠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냔 말이냐?"

진은 그리 기분이 좋지 않는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체! 짜증은... 그 마을의 사건...혹시 너 아냐?"

"흥! 무슨 소리인가 모르겠군. 난 너보다 먼저 그곳을 나왔다는 것을 알텐데?"

"그야 그렇지만....."

어떠한 표정의 변화도 없는 진의 반응에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분명 진은 그녀보다 먼저 그곳을 나섰고, 사건을 신고 받아 텔레포트 스크롤을 이용하여 달려온 무세아 교단 검시관들의 판결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지만 일단은 단순한 칼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그녀의 직위를 이용하여 알아낸 뒤였다.

따라서 이성적으로 판단하기에 확실하게 진의 소행은 아니었다. 그녀가 목격한 것이 그 증거였고, 자신들이 그 식당에 있었다는 사실도 마침 일행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 그곳을 나서는 것을 본 증인들이 있어 검사관들이 판단도 그녀의 생각처럼 일행에게 혐의를 뒤지 않았다. 뭐 그 덕분에 수월하게 마을을 벗어 날수 있었고 진이 팔을 잘라버린 무세아 교단의 질서의 수호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이들이 죽어나갔기 때문에 그 일은 아예 묻어져 버렸다. 진의 일행으로 같이 움직여야하는 그녀로써는 아주 좋은 현상이었다.

하지만 세이시나가 보기에 사건은 묘하게 톱니바퀴처럼 딱딱 맞아 들어갔다. 그동안의 진의 모습과는 다르게 행동했던 식당에서의 모습도 이상하였고 일행이 나간 그 날에 그런 대규모사건이 일어난 것도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증거가 없으니....

뭔가 미심 적인 눈빛으로 진을 힐금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진실을 알고 있는 아르는 재미있다는 듯이 키득거렸다. 진은 물어오는 세이시나에게 직접적인 대답을 해주지 않았고, 그저 세이시나보다 자신이 먼저 나왔다는 점만을 강조했을 뿐이었지만 그녀는 지레짐작으로 판단해 보린 것이었다. 하지만 아르는 세이시나에게 그 사실을 알려줄 마음은 없었다. 세이시나에게는 미안하지만 귀찮은 일을 벌릴 만큼 그녀는 마음이 넓지 않았다.

그렇게 진의 곁에서 미심쩍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세이시나 덕분에 일행의 걸음걸이가 늦어지자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세르피가 신경질 적으로 나섰다.

"그까지 몇 명 죽었다고 사람 귀찮게 하지마! 그리고 아침은 안 먹을 꺼야? 그런 조그마한 사건으로 이렇게 일찍 나설 필요는 없잖아!"

소식으로 여러 번을 먹는 식습관을 가진 세르피는 아침 일찍 나서는 진이 불만이었다. 그것은 지구인인 진과 세이시나를 뺀 나머지 일행도 같은 입장이라 그녀의 반응에 아르와 키네라와 루미나까지 고개를 끄덕였다. 잠자리가 불편했던 일행은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웠고 식량을 가진 흑랑은 진이 여관 주위의 정찰을 명하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다른 일행들과는 다르게 세이시나는 세르피가 한 말에 참을 수가 없었다.

"그까지라니요? 사람이 죽었단 말입니다! 그것이 큰 사건이 아니라면 무엇이 큰일이란 말입니까?"

세르피의 짜증스럽다는 반응에 경악한 세이시나가 큰소리로 외쳤지만 그녀를 싫어하는 세르피로써는 파리가 윙윙거리는 소리와 다를 바 없었다.

"이제 마을도 보이지 않으니 그만 이곳에서 좀 먹어야겠어! 내 신분에 배가 고프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야?"

"제 말을 들어주세요! 조금 전에 하신 말의 진위를 듣고 싶습니다만!!"

자신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는 세르피에게 세이시나가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외쳤다. 그녀의 손에 잡힌 세르피는 어깨가 아픈 듯 미간에 주름이 지어졌지만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뭘 말인가?"

"조금 전 말씀하신 하찮다는 말에 진정한 의미를 알고 싶은데요?"

"아..... 그거? 너희들은 고기를 먹지?"

엉뚱한 질문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짖고 있는 세이시나의 대답을 듣지 않고 정색을 하며 세르피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 고기는 어디에서 왔을까? 아마 조금 전의 마을의 크기라면 전문적으로 도살하는 곳이 있을 거야. 아니 이제까지 보았던 마을에서는 하루에도 몇 마리나 죽어간다는 것이지! 그런데 왜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거지?"

"짝!!"

그제야 세르피가 하고싶은 말을 이해한 세이시나가 참지 못하고 그녀의 뺨을 때렸다. 세르피의 강화슈트는 목 아랫부분까지였기 때문에 뺨을 맞은 그녀의 망토가 흘러내리며 특유의 백발이 흘러내렸다. 세이시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깜짝 놀란 루미나와 키네라는 곧 정신을 차리는 것과 동시에 품안에서 무기를 꺼내 세이시나를 겨누었다. 그녀들에게는 이 행성의 감시자나 다를 바 없는 세이시나보다는 비록 적이었지만 슈렘의 서열로 따져서 아돈족의 족장과는 비교도 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세르피가 더 중요하였다. 하지만 세이시나는 주위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분노에 찬 얼굴에 세르피를 바라볼 뿐이었다.

"인간은 신의 축복을 받은 유일한 종족이다! 그까지 동물들과 사람을 비교하지마!"

잔인한 살기를 품는 모습의 세이시나였지만 그 살기를 받아들이는 당사자인 세르피는 입가의 상처에서 나오는 핏줄기를 닦지도 않으며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너의 입장이지 않나? 이제 너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겠지? 우리들은 너희와 전혀 다른 종족이다. 네가 말하는 동물과 사람의 차이보다 더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지, 그런 우리들이 보기에 동물들과 너희 사람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우리들에게는 너희나 식탁에 오르는 동물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어느 정도 의심을 하고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듣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세이시나는 자신이 멱살을 잡고 있는 이 아름답고 가냘픈 여자를 바라보았다. 겉보기에 인간과 차이점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들에게 인간의 숭고함과 고결함을 이해시켜 주어야만 하는 숭고한 목적이 그녀에게는 있었다, "인간은 신이 선택한 종족이야! 만물의 영장!! 그래서 다른 생물들을 제치고 이 대지의 지배자가 된 것이지! 언어를 가지고 문화를 소유한 사람과 그까지 미물들과 비교하지마!!"

"흥! 신이 선택하였다고? 그렇다면 그 신이 다른 짐승들을 선택한다면 너희 인간은 짐승이 되겠구나? 그리고 지금 이곳에는 다른 문명을 이루는 이들도 있는데 그들은 인간과 차이점이 뭐지? 다른 종족중 인간보다 더 월등한 문명을 이룩한 이들도 있는데 그렇다면 그들은 인간을 하찮게 여기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된다는 것이냐?"

세르피는 세이시나의 대답을 듣지 않고 자신의 멱살을 붙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쳐버린 다음 손등으로 피를 닦아 내었다. 다행이 입안의 상처는 몸 속에 들어있던 나노머신 덕분에 치유되고 있어 따로 치료를 할 필요는 없었다.

",,,진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세이시나는 세르피를 노려보며 진에게 물었다. 자신도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문득 세르피의 생각과 진의 생각이 같은지 알고 싶었다. 그녀의 질문에 전혀 관심 없다는 듯이 막 담배를 빨아들이던 진은 세이시나를 바라보았다.

"너도 인간의 목숨이 하찮다고 생각하는 거야? 대답해!"

스스로 너무나 흥분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그녀였지만 그보다는 진의 대답이 더 기다렸다. 그녀의 갑작스런 질문에 주위에 있던 이들과 심지어 세이시나의 손아귀에 잡혀있던 세르피까지 진을 바라보았다.

"밥이나 먹자!"

어이없는 진의 답변에 물어본 세이시나와 주위의 일행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

참지 못하고 세이시나가 소리쳤지만 진은 그녀들의 논쟁에 관심이 없는지 주위에 있을 흑랑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리곤 물곤 있던 담배를 폐 깊숙하게 들여 마셨다.

"이미 내 생각은 알고 있지 않나? 그리고 내 생각을 알아서 뭐하게! 진리가 다수결로 정해지는 것이었나? 아니면 나의 의견이 너의 진리에 참고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단 하나의 문제도 생명체들은 각자의 생각이 있는 법이다. 하지만 그 중에 누가 진리인지 알게 뭐야"

짜증스럽다는 듯 내뱉은 진은 신경질 적으로 담배를 발로 비볐다, 무엇이 그리 짜증이 나는지 진의 신경질 적인 반응에 조금 전까지 살벌한 기세들이 한풀 꺾였다. 일행이야 아무리 살기등등 한다고 하여도 서로 목숨을 일을 염려는 없었다, 하지만 진에게는 그런 기본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진의 모습으로 일행의 분위기는 일촉즉발에서 힘없이 사그라지었다. 지금 이 일행의 진정한 지배자가 누구인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주위에 신경을 끈 진은 서서히 모습을 들어내는 흑랑을 바라보았다. 식량을 가지고 있는 흑랑이 나타나자 아직 화가 덜 풀린 세이시나와 뺨을 맞아 얼굴이 붉게 물든 세르피를 제외한 다른 이들의 시선도 흑랑에게 모여졌다.

"왜 이자가 여기 있는 거야!!"

가까스로 화를 누르고 있던 세이시나는 이번에는 흑랑의 위에 기절해 있는 허름한 망토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녀가 생각해보니 저자가 어젯밤의 모든 문제의 근원이었다, 저자만 없으면 그런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냉랭함도 없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진은 시끄럽게 떠드는 그녀를 상관하지 않고 가벼운 몸놀림으로 흑랑의 위로 올라섰다. 그리곤 식량의 상자 위에 기절해 있는 허름한 망토의 그녀를 귀찮다는 듯이 발끝으로 밀어버렸다.

"철퍼덕.."

"아.으으.....아파..."

정신을 잃은 체 거의 2m의 높이에 무방비로 떨어진 여자는 그 충격에 정신을 차렸는지 신음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원흉인 진은 관심 없는 듯 식량박스만을 뒤적거리다 일행이 먹을 만한 레이션을 꺼내들고 흑랑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곤 무표정에 은은하게 짜증이 섞인 얼굴로 레이션을 일행들에게 나누어주었다. 평소와 다른 진의 모습에 조금 전 금서를 가진 여자가 왜 여기 있느냐고 물어보려던 세이시나조차 얌전히 레이션을 받아 들었다. 지금 진의 모습을 보았을 때 섣부르게 움직이면 당장 이마에 총을 겨눌 분위기였다. 물론 진은 일단 겨눈 총을 그냥 거두어들일 인물이 아니어서 더욱 무서운 것이었지만.,.,,, 은근히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며 진은 일행에게 레이션을 나누어 준 다음 자신의 몫인 서바이벌 레이션을 신경질 적으로 물어뜯으며 아직도 아픔을 호소하는 망토의 여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망토로 가려진 그녀의 얼굴이 있는 부위를 밟았다.

"깨어난 것 다 알고 있으니까 그만 일어나지?"

모욕적인 진의 모습에 이제까지 기절한 것으로 보였던 여자가 신경질적으로 진의 다리를 쳐내며 몸을 일으켰다.

"여자에게 좀더 다정하게 행동하라는 부모 말도 안 들었어!"

헝클어진 멀리를 다듬는 그녀는 자신의 대사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는 주위의 사람들에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진에게 손을 내보였다.

"배고파 밥 줘!"

당당한 그녀의 행동에 진도 어이가 없던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왜 네가 너에게 밥을 줘야하지?"

"당연하지! 나를 구해준 것은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을 거 아니야! 너는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고 나는 지금 배가 고파... 그러면 된 것 아니야?"

한동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짖고 있던 진은 슬그머니 품안으로 손이 들어갔다. 평소 같으면 웃으면서 넘어갔을 일이지만 가뜩이나 짜증스러운 일이 있었던 지라 그녀는 시간을 잘못 선택한 죄를 짖고 말았다. 솔직히 진이 그녀에게 원하는 것은 괴상한 존재인 금서를 푸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지적인 호기심이었을 뿐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한마디로 눈앞의 건방진 표정으로 손으로 자신의 배를 문지르며 진에게 한 손을 내밀고 있는 여자 따위는 없어도 그리 큰일이 아니라는 불행한 사실을 그녀는 알지 못한 것이다. 더욱이 죽어가던 그녀를 살려준 이는 바로 진이었고, 일행 중에도 생명중시를 부르짖는 세이시나조차 그녀의 죽음에 찬성하는 입장이니 그녀는 지금 이 자리에서 죽어도 하소연 할 때도 없었다.

"응?"

하지만 전생에 착한 일을 많이 하였는지 행운의 여신은 그녀의 손을 들어주었다, 진이 바라보는 여자의 너머로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품안으로 들어가던 손을 놓은 진은 안구에 들어있는 나노머신을 조정하였다, 그러자 숲 사이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상체만을 갑옷으로 감싼 이들의 모습이 들어 나기 시작하였다, 아..글 무지 안 써진다....

늦었습니다.. (어찌 항상 인사가..^^)

제가 출판사와 계약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차마 그냥 원고를 넘길 수가 없더군요..

수많은 오타, 오류, 그리고 엉성함까지....

솔직히 말해 아직은 사람들이 돈을 내고 볼만한 글이 아니어서 최소한 돈 800원(저희 집 근처는 이렇게 받더군요...비싸!!)이 아깝지 않을 정도는 되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수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늦었습니다.. 죄송..

원고는 설 끝나고 넘길 예정이며 그때부터는 사정상(?) 하루에 한편 이상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그때까지만 기다려 주세요...

 ▼뱀 다리 하나..

하렘이라... 글을 쓰는 저 또한 하렘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진짜로?....음음..)

또한 솔직히 진 성격에 하렘은 불가능 하는 생각이....

앞으로 어떻게 진의 성격이 변할지는 모르지만 지금과 같은 성격이라면 자신을 좋아하는(진이 남을 좋아한다는 것은 글을 쓰는 저 또한 믿어지지 않습니다^^) 여자를 잘 이용해 먹고 마지막에는 미개척지 원주민 표본이라는 딱지가 붙은 포르말린 통속에 집어놓는 장면이나 생체해부를 하는 모습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으니......

당장은 하렘은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당분간은 뭔지..)

 ▼뱀 다리 둘..

앞으로 글이 전개가 될수록 진의 본모습이 눈에 거슬리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글의 처음 목표가 인습이나 도덕, 정이 따위는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길만을 가는 진정한 악을 그려보자! 라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였습니다.

(몇 사람 골탕이나 주고 카카카 웃는 그런 양아치는 절대로 반대입니다^^)

따라서 출발점의 사상이 매우 불순한(?)관계로 진은 전혀 정의롭지 않으며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는 수천 억의 생명도 즐거운 마음으로 잔인하게 죽일 수 있는, 한마디로 XXX입니다, 이러니 진의 행동이 너무 잔인하다거나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 주세요...

그럼 문제 있음 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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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지]연중은 아니고 ....

이거 공지가 너무 많이 나가는 군요....

죄송합니니다. 일이 생겨서 26일까지는 글을 쓸수 없는 입장입니다.

혹시나 기다리시는 분이 있을까 공지를 때립니다(이런글 기다리는 분이 계실지는 모르지만...)

대신 26일 부터는 하루에 한편씩올리갈 예정이니 한번만 봐주세요ㅜ.ㅜ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여러분!!! 즐거운 설 보내세요!!

 관의 잠자리는 최악이었던 것이다.

 [공지]연중은 아니고 ....

이거 공지가 너무 많이 나가는 군요....

죄송합니니다. 일이 생겨서 26일까지는 글을 쓸수 없는 입장입니다.

혹시나 기다리시는 분이 있을까 공지를 때립니다(이런글 기다리는 분이 계실지는 모르지만...)

대신 26일 부터는 하루에 한편씩올리갈 예정이니 한번만 봐주세요ㅜ.ㅜ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여러분!!! 즐거운 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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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전?-쓸모없는 구덩이 " 이자들이 맞는가?"

일행에게 다가온 용병차림의 남자들은 말 위에서 내려오지도 않고 오만한 눈빛으로 일행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에 같이 말을 타고 왔지만 주위의 용병들과는 다른 차림의 온 마른 몸매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마을의 경계에서 본 그들입니다,"

마른 남자의 말에 용병 차림의 남자들 중 두목으로 보이는 이가 마치 상품을 관찰하는 것처럼 일행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들이 오는 것을 본 일행들이 이미 후드로 몸을 가린 뒤라 그가 볼 수 있는 것은 단지 외부로 들어 난 키뿐이었다.

"당신들은 누구지요? 보아하니 용병 같은데"

무례한 그들의 모습에 세이시나가 앞으로 나섰다. 조금 전까지 짜증 가득한 진의 모습에 잘못하면 끔직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아 한발 먼저 나선 것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마른 몸을 가진 이가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의 귓가에 소곤거렸다. 그에 우두머리의 눈동자가 잠시 커졌지만 주위에 눈앞에 있는 이들은 일행과 자신들 밖에 없단 것을 깨달은 후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진은 자신의 청각에 나노머신을 집중하여 마른 몸을 가진 이가 우두머리의 귓가에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저기 저년은 얌전하게 다루어 주십시오! 미모가 출중하지만 어느 교단에 속한 이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마을에서 성기사들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서 최소한 성기사 이상의 지휘에 있는 것 같습니다. 뭐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상관없지만 말입니다.. '

"잠시 자네들을 만나고 싶어하시는 고귀한 분이 계시다! 따라오너라!!"

우두머리와 같이 온 용병들은 어느새 일행을 포위하였다. 그들의 눈에는 탐욕이 가득했다. 그런 그들을 불쾌하게 쳐다본 세르피는 누군가 자신이 엉덩일 만지는 것을 느끼곤 기겁을 하며 몸을 틀었다. 그녀의 뒤에는 포위망을 형성한 용병 중의 한 명이 자신의 손을 내밀려 키득거렸다.

"그거 탱글탱글하니 죽이는데? 어이 대장!! 정말 자작님이 말씀하신 년만 데리고 가면 나머지는 저희들이 맘대로 놀아도 되지요?"

"검은머리의 소녀만 있으면 된다! 자작님이 명하신 년이 그년밖에 없으니 이곳에 더 예쁜 여자가 있어도 같다 바쳐줄 의리는 필요 없지!!"

"그거 좋은데요? 방금 만져본 감각이라면 얼굴이 못생겨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

키득거리는 눈앞의 용병을 바라보며 세르피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고귀한 그녀가 언제 이런 일을 당해보았겠는가? 자신의 몸을 가지고 키득거리는 남자를 응징하게 위하여 손을 뻗었다.

"꺄악!!"

"하하! 역시 여자라 그런지 몸이 가냘프군! 그럼 어디얼굴을 볼까?"

그녀가 내뻗은 팔목을 가볍게 쥔 용병은 몸부림치는 세르피의 후드를 거칠게 잡아끌었다. 그러자 들어 나는 순백색의 머리카락....

"오!!"

"죽이는데!!"

일행을 포위하고 있던 남자들은 드러난 세르피의 얼굴에 잠시 넋을 잃었다. 하긴 용병들이 언제 이런 미녀를 보았을 까? 보통 평민들은 미녀라는 이름이 붙는 경우 채 크기도 전에 귀족들이 가져가 버렸다, 물론 양심 있는 귀족들은 어느 정도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귀족들은 그저 손가락만 까딱이었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렇게 데리고 온 여자들은 하녀로 삼아 과시용으로. 또는 밤의 노리개로, 부하들에게 선물로 요긴하게 써먹었다. 귀족의 영양인 경우는 다른 이의 시선을 받으면 녹이라도 쓰는지 항상 얼굴을 가리는 것이 당연시되었다.(참고로 이런 예절은 하이아라스 북부 일부분에서만 지켜짐) 그러니 고작 그들이 본 미녀라고 해보았자 사창가의 피곤에 찌들은 여자들뿐이었으니 이런 환상적인 미모를 가진 여자에 흥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거 놔!!!"

팔목을 잡힌 세르피는 거칠게 저항했지만 훈련을 쌓은 용병의 두꺼운 팔을 벗어날 수 없었다. 아니 그녀가 거칠게 할수록 눈앞의 용병은 더욱 흥분한 시선을 보냈다. 그런 그녀를 도와주기 위하여 다른 일행이 접근하였지만 나머지 용병들이 그녀들이 앞을 막았다. 아니 그녀들은 세르피를 도와주기보다 눈앞의 음탕한 사내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더 급했다. 서서히 접근하는 용병의 모습에 거의 울 지경이 된 그녀는 자존심이고 뭐고 진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아! 이 바보야!! 좀 구해 줘!!"

주위의 상황과 전혀 동떨어진 모습으로 담배를 물고 있는 진을 바라보며 소리치자 대상자인 진보다 주위에 있던 이들이 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 건방진 여황님이 우는 소리를 하다니... 하지만 진은 그저 무표정으로 담뱃재를 털뿐이었다, 다행이라고 할까? 세르피의 반응에 남자들의 시선은 진에게 향했다.

"이봐! 아름다운 미녀가 부탁을 하는데 겁이나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나?"

먹이를 놓치기 싫다는 듯 세르피의 팔목을 잡고 있는 용병의 말에 주위에서 다른 일행을 견제하고 있던 용병들은 경멸에 쌓인 눈빛으로 진을 바라보았다. 비록 자신들이 악역을 자처하고 있지만 아름다운 여자의 외침에 외면하는 겁쟁이(?)를 보자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야 이 겁쟁아! 겁먹었냐?"

"꼴에 남자라고!!"

남자들의 경멸 가득한 조롱을 들으며 진은 자신의 후드를 젖혔다. 그에 일행을 둘러싸고 있던 이들은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아름답지만 평생 빛을 받지 못한 것처럼 창백한 얼굴에 흘러내리는 칠흑 같은 머리카락은 섬뜩하기까지 하였다.

"....여...여자?"

"저것입니다!! 자작님이 가져오라는 것이 바로 저것입니다!"

마치 물건을 취급하는 듯한 마른 남자의 목소리에 우두머리는 진의 외모에 넋이 나간 정신을 추스르면 안타까운 신음성을 내뱉었다. 처음 모습을 들어낸 백발의 미녀(세르피)도 정말 환상적인 미녀였지만 눈앞의 검은머리의 소녀(?)는 보호본능을 자극하는(....젠장)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비록 백발의 미녀를 얻었고 아직 개봉을 하지 않은 제품들이 주위에서 자신들의 손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눈앞의 소녀는 정말 아까웠다. 하지만 의뢰는 절대적인 것! 이 세계에서 발 벌어먹기 위해서는 아까워도 할 수 없었다.

'어쩐지 자작놈이 눈에 불을 키더라...'

"야! 뭐하냐!! 그년 잡아!!"

우두머리의 손짓에 흥분한 표정의 용병이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진은 지금 최악이었다, 원인은 두 가지... 첫째는 기지에서 날아온 보고서였다, 조커나 기타 작전들은 잘 진행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작전이라 할 수 있는 군천이 막혀버린 것이었다. 대부분의 작전이 눈을 돌리는 작전이라면 군천이 실행하고 있는 작전이야말로 핵심에 근접한 중요한 작전이었는데.... 막혀버린 것이었다, 뭐 온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었다. 이 행성의 공전 궤도에 떠있는 만마전에서도 관리자란 놈들의 위치파악도 지연되고 있었으니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두 번째 문제는 어제 식당에서 생존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자그마치 4명이나... 그것은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흑랑을 파견하여 알아낼 수 있었다. 내부에 있는 시체들의 모양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인원과 비교해보았을 때 4명이나 빈 것이 확인된 것이었다. 그에 진은 당장 흑랑 2기에 명령을 내려 추격을 명하게 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그들이 살아남으로써 골치 아픈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달아난 4명중 한명은 무세아 교단의 인물이었다. 물론 교단 따위는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바로 그들이 뒤에 있는 관리자란 놈들이었다, 지금으로써는 그들의 위치와 수송선을 찾기 전에는 전면전은 철저하게 피해아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 일부로 세이시나의 눈을 돌린 것이 아닌가? 그렇게 자신의 아니한 행동으로 일이 일그러지자 홧병이 나기 일보직전의 진에게 하늘에서 화풀이용을 내려주시다니... 진은 평소 증오하는 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니.....

"죽어..."

진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에게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그에 우두머리의 명령을 받고 다가오던 용병은 진의 미소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곧 그는 그 붉어진 머리에 진짜 붉은 색의 옷을 입을 수 있었다. 나직이 내뱉은 말과 함께 진의 어깨에서 시작된 움직임은 곧 팔을 거쳐 손목, 그리고 손가락까지 이어졌다.

"푹!!"

사람들은 눈앞에서 일어난 장면에 말을 잊지 못했다. 그것은 이제까지 같이 있었던 일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전까지 금서를 미끼로 당차게 나가던 허름한 망토의 여자는 아예 자리에 주저앉았다. 망토 사이로 들어 난 진의 연약한 팔이 눈앞의 용병의 눈이 있이 있는 것을 찌른 것이었다, 하지만 진의 손끝은 허공에 노출되어 있었다. 즉 진의 손은 남자의 두개골을 뚫어버렸다. 시체가 되어 진의 손에서 추처럼 흔들리는 그것의 주위로 흘러내린 피로 서서히 대지는 붉게 물들어갔다.

"이....이자식!!!!"

죽은 자와 친했던지 한 남자가 일직선으로 뻗은 칼, 흔히 롱소드라 부르는 물건을 꺼내곤 온몸으로 분노를 표해내며 달려들었다. 한순간 일어나는 분노가 아닌 비장감까지 느껴지는 그의 모습은 성스럽기까지 하였다, 물론.... 그가 바라는 목표의 설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푹!!"

"어....혀...형!!"

달려든 이는 진의 손에 꿰뚫어진 이의 동생이었던 것이다, 형의 원수에 분노를 표하며 달려든 것만 보아도 형제간의 우애가 깊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자신의 손으로 형의 시체를 훼손하는 짖을 했으니 한순간 정신이 나가버리는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한눈을 판 대가는 당연히 치러야 하는 것이 이 세상의 진리... 진은 자신의 손에 매달린 용병의 허리에 있는 칼을 뽑았다. 그리곤 자신의 형에 꽂아놓은 칼을 뽑지도 못하고 있는 눈앞의 용병의 두 다리를 잘랐다. 그래도 그의 반쯤 나간 정신상태를 생각했는지 단번에, 그리고 고통이 적게 느껴지도록 잘랐다. 물론 다리가 잘려나갔다는 것은 바꿀 수 없는 진실이었지만 말이다.

"으...으..으아아아아아"

진의 행동에 한순간 자신의 키가 줄어든 것을 이해하지 못한 용병은 잠시 후 자신의 몸의 상태를 깨닫곤 근처에 있는 모든 이들이 귀를 막을 정도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불쌍한 이 용병은 비명 지를 권리도 없었던지 뒤따라 날아온 진의 발길질에 턱이 부셔졌다. 그에 신음도 비명도 아닌 단지 고통을 줄어들게 하려는 처절한 울부짖음만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의 비명소리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상황파악을 한 용병들은 허리에 찬칼을 뽑아 들고 진을 들러 쌓다.

"이..이년이! 감히 우리의 동료를!!"

우두머리는 진의 행동에 참을 수 없는지 분노로 흔들리는 손으로 칼을 뽑았다. 비록 육체가 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실력이 녹녹치 않다는 것은 칼을 잡는 자세로도 알 수 있었다. 뭐... 그의 상대가 보통 인간이라는 상황에서만 이었지만. 그는 이미 의뢰나 눈앞의 이가 아름다운 소녀라는 것은 머릿속에 사라져 버렸다, 단지 복수만이 가득해 보일 뿐이었다. 진의 퇴로를 막은 다른 이들을 확인한 우두머리는 우렁찬 외침과 동시에 머리위로 올린 칼을 내리쳤다.

"죽어라!!"

"서걱"

그의 칼은 단번에 육체를 두동강 낼 수 있었다. 물론 진의 육체가 아닌 진이 들고 있는 시체를.... 칼을 내려치는 순간 무언가가 달려온다는 것을 느낀 우두머리는 그것을 진으로 착각하고 온 힘을 다해 내려친 것이었다, 그래 그의 의도대로 멋지게 썰어 낼 수는 있었지만 목표가 아닌 이상 도살장의 개, 돼지를 죽이는 칼보다 하찮았다. 온 힘을 다한 다음이었으니 빈틈은 그만큼 커질 것이고 당연히 그 틈으로 칼날이 날아왔다.

"으아!! 눈이!!"

순간 번쩍이는 빛과 함께 끔찍한 뜨거움이 그의 시야를 가득 매웠다. 진은 시체로 적의 칼날을 유도하곤 피가 잔뜩 묻어있는 칼날을 수평으로 하여 그의 눈이 있는 장소를 그었던 것이다. 당연한 것이지만 그는 이제 죽는 날까지 빛을 볼 수 없게 되어버렸다. 물론 그 죽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데에 그가 기뻐할지 슬퍼할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한순간 단 한번의 칼질로 자신들의 우두머리가 전투불능이 되자 진을 포위하고 있던 용병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런 용병들의 시선에서 완전히 물러난 일행도 진의 모습에 두려운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루미나와 키네라는 그렇다고 하지만 세이시나까지 진을 말리지 못했다. 그들이 죽을죄를 지었지만 중요한 것은 진의 눈에서 줄기줄기 나오는 광기 때문 이였다. 마치 죽이는 것에 기쁨을 누리는 것 같은 짐승과 그 광기에 그녀는 다가갈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 생명을 논하던 그녀가 겁에 질려 나서지 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만의 잘못이 아닌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저 묵묵히 서있는 진을 포위하던 용병들의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이미 그들의 머릿속에는 공포뿐 다른 것은 사라져 버렸다.

그런 그들을 천천히 감상하던 진은 돌연 몸을 지면에 최대한 낮추곤 엄청난 속도로 몸을 회전시켰다. 그의 행동은 사람의 눈으로 따라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선이 따르지 못하자 용병들의 눈에는 진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모두의 시선에서 완벽하게 빠져나간 진은 몸을 회전시키면서 들고 있던 칼을 앞으로 내질렀다. 그에 날카로운 칼날에 속도를 더하여 사정거리에 있는 이들의 발목을 단번에 잘라냈다.

칼의 풍압에 원을 그리며 뿜어져 나오는 피를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던 이들은 곳 그 피가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곤 비명을 지르려 하였다. 하지만 맨 처음 비명을 질렀던 남자가 진에게 머리가 완벽하게 으깨지자 그 충실한 인내심으로 극복해 내 다행이 더 이상의 사망자는 없었다, 포위하고 있는 남자들의 움직임을 억제한 진은 뒤에 세르피를 잡고 있었던 남자의 모습을 보였다, 그 역시 다른 이들과 같이 겁에 질려 있었다, 용병의 직업이란 기꺼이 굳은 일도 도맡아 하는 직업으로 그중 전쟁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하고 있었다. 따라서 살기와 같은 감각에 예민하였고 그에 진이 내뿜는 살기에 꼼짝도 하지 못했다.

"세르피 황녀"

약간 눈물이 나왔는지 붉게 물든 눈 위를 손등으로 비비고 있던 세르피는 갑작스럽게 자신을 부르는 진을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에 잔인한 미소를 지은 진은 품안에서 자신에 애총을 꺼냈다, "탕!탕!탕!탕!"

"크아!!"

단번에 4발을 발사하여 세르피를 잡고 있었던 남자의 손목과 발목에 한발씩 명중시켰다. 물론 무식하리 만큼 강력한 총의 위력에 탄환과 만난 부분이 온전할 리 없었다. 자신의 일부분이 박살나는 장면에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는 용병의 멱살을 들어 세르피의 발 앞에 던져주었다. 그의 행동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짖고 있던 그녀에게 진은 자신이 들고있는 총을 그녀에게 던졌다. 3kg에 다다르는 무게에 그녀의 어깨가 휘청거릴 때 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선물이다! 마음대로 하도록!"

그 말의 뜻을 깨달은 세르피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지어졌다. 처음으로 진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엇다. 감히 하찮은 미개한 주제에 자신을 농락한 눈앞의 존재에게 그녀는 진이 준 총을 거꾸로 잡아 하늘높이 들어 올랐다. 눈으로 본 그의 상태는 4군데에서 발생한 구멍에 의하여 쉴새없이 피가 쏟아지고 있었다, 복수를 원한다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고통에 절어 있는 그 남자의 머리로 3kg에 달하는 쇠뭉치가 떨어져 내렸다. 얼굴에 피가 튀기고 살점이 묻었지만 세르피의 손놀림은 멈추지 않았다. 하찮은 존재에게 자존심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그녀에게는 이 정도의 체벌(?)로는 양이 차지 않았다.

세르피에 모습을 서늘한 표정으로 바라본 후 우두머리의 멋들어진 칼질에 두동강이 난 시체의 팔을 잡아뜯었다. 먼저 뼈가 빠지고 피부가 찢어진 다음 근육이 마지막 저항을 하였다. 하지만 그 세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의 손놀림에 어이없이 허물어졌다. 피범벅이 된 팔을 잠시 내려보던 진은 그것을 들고 눈앞의 크로데스크한 광경에 엄청난 공포를 느끼고 있던 허름한 망토의 여자의 앞에 던졌다.

"이익!!"

진의 행동에 떨어진 팔을 보면서 그녀는 마치 떨어진 오물을 보는 것 마냥 기겁을 하며 뒷걸음질 쳤다. 처음 진의 모습에 당차게 나갔던 모습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단지 눈앞에 보이는 어이없는 코미디에 질려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녀에 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먹어!"

"...뭐?"

"먹으라고! 배고프다 했지 않았나?"

허름한 망토의 여자는 자신이 어떤 반응을 보여주어야 하는지 고민했다, 현실적으로 가장 높은 확률은 이 미친 녀석이 농담을 하고 있단 것이지만 그의 진지한 눈빛은 어디에도 농담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럼 진짜 먹으라고?

"야! 이 미친놈아!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먹어! 너나 많이 먹어!!"

어이없다는 듯이 소리치는 그녀에게 진은 뜻 모를 미소를 지은 다음 피에 의하여 흙투성이가 된 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아드득!!"

뼈가 부셔지는 소리와 함께 적지 않는 살점이 진의 앵두 같은 입술을 넘어 위장으로 넘어갔다. 그 모습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오줌을 지렸다. 사람이 사람을 먹는 장면은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진의 무언의 협박에 아픈 다리를 이를 악물며 감싸고 있던 남자들도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곤 참을 수 없는 공포가 그들의 머리를 태웠다. 죽은 것보다 잡아먹힐 수 있다는 생각을 하자 한두명은 기절까지 하였다.

일행의 얼굴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비록 완벽한 타 종족이지만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존재를 먹는 다는 것은 이 행성의 원주민들이 느끼는 충격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자신의 몸을 만진 남자를 내려치고 있던 세르피도 시체를 뜯어먹는 진의 모습에 화난 기분도 사그라졌는지 있는 힘껏 반쯤 시체가 된 남자를 걷어찬 다음 뒤로 물러섰다.

일행 중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이는 세이시나였다. 조금 전 말다툼에서 세르피가 한, 같은 종족이 아니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주위에 있는 많은 시선을 받으며 진은 아예 그것으로 배를 채울 요령인지 흙 묻은 부위를 털어 내며 다시 살점을 뜯기 시작하였다. 입가 주위에 피를 잔뜩 뭍인 진의 발걸음은 발목에 칼을 맡고 쓰러진 이들에게 향했다.. 여전히 한쪽 팔을 우물거리던 진이 점점 다가오자 그들의 얼굴은 공포로 잔뜩 일그러졌다. 하지마 그에 아랑곳하지 않은 진은 그들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피와 뇌수가 묻어있는 팔로 한 남자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그래... 아까 말을 들어보니 자작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좀 자세하게 말해줄 수 없나?"

진은 이빨자국이 잔뜩 난 시체의 팔로 남자의 얼굴을 톡톡 치며 물었다. 하지만 이미 공포에 질려있는 용병의 목소리는 완벽하게 굳어져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굳어지는 진의 얼굴을 코앞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그 용병의 머릿속에는 용병규칙을 어겼다는 수치심과 죄책감 따위는 들어있지 않았다. 스스로 혼신을 다하여 대답해 주고 싶었다, 대답해주고 빨리 이 공포의 시간에서 벗어나고만 싶었다. 하지만 공포에 질린 나머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음...자내는 참 신위가 있는 사람이군! 역시 사람은 이래야 해!... 하지만 인생을 살다보면 약간의 처세술도 있어야 한다내"

진은 미소와 함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있는 손으로 그의 머리를 대지에 밀착시켰다. 그리곤.....

"크아아아아아아"

자잘한 돌멩이들과 거친 흙더미 사이로 붉은 색의 피와 살점들이 대지를 덮었다. 진의 강력한 기계의수가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찢어지는 비명은 다시 한번 진이 힘을 주자 피와 살점이 아닌 다른 물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면과의 마찰에 진이 힘을 주자 두개골이 박살이 나며 뇌수가 흩어진 것이었다. 그에 입맛을 다진 진은 얼굴의 반이 사라진 시체를 쓰레기 버리듯 던져버린 후 다음 후보에게 눈을 돌렸다. 한순간에 사람을 끔찍하게 죽이는 모습을 본 남자들은 복수보다 공포가 먼저였다.

"사..살려주세요!!"

"뭐든지! 뭐든지 말해겠습니다!!!"

그들은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진의 다리를 붙잡고 울부짖었다. 끄덕이는 진의 행동에 용병들은 서로 앞다투어 진이 알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토해냈다. 그들의 횡설수설한 이야기를 조합해 보면 사정은 이랬다.

이들은 지금 진이 있는 영지를 담당하고 있는 자작에게 한시적으로 고용된 용병이었다. 마침 무세아 교단을 들렸던 그 자작은 조금 떨어진 마을에서 대량의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을 교단측에서 들을 수 있었다. 마침 무료했던 그는 자청에서 조사단으로 파견되는 성기사들을 따라 아침 일찍 마을에 도착하였다. 물론 살인사건이라면 그 일을 행한 자가 있을 것이고 만약을 대비하여 용병을 고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따분한 일상을 잊게 해줄 것 같았던 살인사건은 그저 지저분한 시체들만이 있었으니 호기심은 다시 처음의 따분함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에 마을을 빈둥거리던 그는 그때! 막 마을을 나서려는 이들을 우연히 보았다. 거기에서 그는 난생 처음 보는 아름다운 소녀를 보아버린 것이었다. 후드로 감추어 졌었지만 바람에 살짝 들어 나는 창백한 얼굴에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긴 흑발.... 그 모습은 단번에 그의 마음을 잡았다. 움직이는 자세에서 귀족 특유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자 회심의 미소를 지은 자작은 방금 자신과 같은 장면을 본 시종을 용병들에게 딸려보낸 것이었다.

용병들의 이야기를 들은 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한순간 흐르는 침묵은 그의 처분을 기다리는 용병들에는 이제까지 살아왔던 인생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이윽고 자신만의 생각에서 깨어난 진은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는지 살기를 지운 후 품에서 주먹의 반절 크기 만한 은빛 원통형의 금속덩어리를 꺼냈다.

"먹어라! 이것을 먹는 자에게만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진이 꺼낸 몇 개의 쇠뭉치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본 그들은 살기 위해서 그 커다란 쇠뭉치를 삼켰다. 물론 그 끔직한 크기가 얌전하게 넘어갈리 없었다. 용병들은 정말 살기 위하여 온몸으로 먹었다. 찢어지는 고통과 중간에 식도가 막혀 죽을 고비를 당했지만 다행이 하늘의 뜻이었는지 용병들은 주어진 그 쇠뭉치를 다 삼킬 수 있었다.

"오! 삼켜지기는 하는군... 아! 가봐!!"

손으로 턱을 쓰다듬는 진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용병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에 마치 천상의 구원을 받은 것처럼 감사의 빛을 띠던 그들은 반쯤 잘려진 다리를 끌며 아직도 한쪽 구석에서 눈을 감싸고 뒹굴던 우두머리를 말에 싫고 세르피의 눈치를 보며 반죽음이 된 남자까지 말에 실은 그들은 알뜰하게(?) 시체까지 회수한 다음 (그 시체의 한쪽 팔은 아직도 진이 들고 있어 차마 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말 그대로 정신 없이 내달렸다. 그들 일행의 맨 마지막에는 시종으로 보인 이가 용병들에게 구박을 당하고 있었다. 그렇게 바람같이 사라진 그들이 남긴 흔적은 꽤 많은 양의 피와 살점 그리고 진의 손에 들려있는 팔 하나 뿐이었다, "저...사령관님...조금 전 그것은..."

진의 얼굴에 묻어있는 핏자국에 겁에 질린 루미나였지만 그 호기심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방금 그들이 삼킨 그것은 그녀도 잘 알고 있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뭘 물어보려는 지 알고 있는 진은 아름다운 미소와 함께 피묻은 손가락을 자신의 입에 대었다. 침묵하라는 진의 행동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에 진은 상쾌한 미소를 지으면 멀어져 가는 흙더미에시선을 향했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최소한 탈출한 4명중 무세아 교단과 관련이 있는 이는 처치할 수 있었다.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 되어도 상관은 없었다, 시간은 충분히 벌 테니까......

 -이번 글은 어제와 오늘 치 입니다^^-

 설은 잘 보내셨어요? 이번 설은 정말 환상적이라..(추위가... 저희는 밖에 내다놓은 콜라가 얼었더군요...)

일단 사죄부터 드리겠습니다, 매일 연재는 다음주 월요일부터 할 것 같습니다...원고를 넘기려고 수정작업을 하였는데 끝이 없더군요.. 먼 놈의 오류가 그리 많은지...(아직도 다 끝내지 못 했습니다.ㅜ.ㅜ)

따라서 일단 매일 연재계획은 다음 주부터...(죄송)

뱀 다리 (1 이번 내용 중에 세르피가 좀 연약(?)하게 나왔는데.. 사실은 원고를 넘기기 위하여 내용을 다듬을 때 그녀의 성격에 약간의 변화를 주었습니다, 고치고 나서 보니....좀 귀엽게 됐더군요..음음... 그에 영향을 받아 본래의 모습과는 좀 다른 것인데....음...

뱀 다리 (2 누구 진의 총의 아이디어 좀 주세요!! 다른 분들이 지적해 주신 것처럼 지금 진의 총은 할리우드용이지요... 총 한방에 사람하나가 박살이 나는 장면을 이루어 주는 꿈(?)의 총은....없더군요... 있다하더라도 아예 주변을 파편의 쑥대밭으로 만들거나 아님 관통으로 뒤에 있는 이들까지 말려 들어가는 것뿐인데...

지금 제가 생각하는 것이 지금과 같이 화약을 이용한 총이 아닌 전자사출로 발사되는 초 극소범위(약50cm정도) 유탄을 생각하고 있는데....물론 발사위력을 조절하여 대상자의 몸을 관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 어쩔지...

진의 화려한 모습에는 역시 조그마한 구멍보다 대상자가 산산이 폭발하면서 피가 온 대지를 적시는(나도 정신에 문제가...) 모습이 더 자연스러운 것 같아서...

뱀 다리 (3 이번 설에 글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애니를 한편 보았는데 제목이 공각 기동대였습니다.(물론 tv판) 그런데 어찌 지금으로부터 고작 30년 후의 세계가 지금 제 소설의 연대인 2210년 보다 더 발전했는지.... 특히 뇌에 단말기(전뇌)를 달아 직접 네트워크에 접속한다는 것이나 의체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감탄을 자아내더군요^^ 거기에 그 복잡한 세상이라니...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없단 말인가!!) 더욱 참담한 것은 그 애니가 무진장 만땅 사실성이 있다는 것입니다....흑흑..

제 소설은 전함이 나오는 것을 뺀다면 공각 기동대의 연대로 고작 2020년쯤되나?,,... 극적극적... 이런 식으로 발전했다면 제 소설에서 우주인들이 쳐들어오는 2077년쯤 되면 오히려 나기인들이 당할지도....(멋지다!! 웃는 남자<- 이건 보신 분들만 아 실 것이라는....원추!!)

 그럼 문제 있음 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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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전?-쓸모없는 구덩이 "...재미있으십니까? 이제 그만하시고 성으로 돌아가심이..."

화려한 마차의 좁은 창문 틈으로 밖을 내다보는, 머리를 트윈테일로 묶은 15세 정도의 미소녀에게 레더아머를 입은 여기사가 조심스레 물었다. 여기사의 레더아머는 비록 가죽 갑옷이지만 대체적으로 사용하는 소재인 가축이나 오크의 가죽이 아닌 흠집하나 없는 와이번 가죽으로 만들어져 여기사의 신분이 그리 낮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녀는 눈앞의 오만한 표정의 소녀에게 깍듯이 예를 취했다.

"이제.."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에도 소녀의 반응이 없자 초조한 나머지 재차 물었다. 평소의 그녀라면 소녀의 더러운 성격을 잘 알고 있었으니 무엇을 하던 그리 상관하지 않았을 테지만, 기사라는 직종의 특성상 수없이 많은 잔인한 장면을 보았던 그녀의 눈으로도 마차 밖의 광경은 소녀의 나이, 아니 나이를 떠나서 인간으로써 정서 상 그리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걱정해서 해준 말이었음에도 트윈테일의 소녀는 눈앞의 광경에서 시선을 때지 않은 체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 당연히 재미있지! 개기름 질질 흘리는 돼지 같은 놈들과 대화하는 것보다, 머릿속에 버터만 들어있는 머저리 계집애들과 액세서리 가격에 대하여 토론하는 것보다, 됫돈으로 들어올 현금이나 생각하며 신의 말씀이라고 주저리주저리 내뱉는 거지같은 사제들의 연설보다 지금의 광경이 훠어어얼씬 재미있어!!"

귀여운 외모와 더불어 자신이 하는 말을 강조하듯이 두 손을 허공에 휘저으며 어이없을 정도고 강하게 긍정하는 미소녀의 말에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여기사는 재빠르게 마차의 내부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둘러보았다. 그녀의 시야가 닫는, 성인 남자 8명 이상 탈 수 있을 만한 커다란 마치에는 소녀와 그녀, 그리고 그녀가 믿을 수 있는 3명의 여기사만이 있을 뿐이다. 다행이 그녀의 기척에는 지금 눈앞의 이들 외에는 아무것도 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그에 안도의 한숨을 쉬곤 간 큰 소리도 당당하게 소리치는 자신의 주인을 말없이 바라보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말 좀 조심하십시오. 이곳은 파이스가 아닙니다. 지금 공.. 아가씨는 가드라스에 계신 것을 명심하세요! 지금과 같은 말은 아가씨의 꼬투리를 잡으려는 이들의 기회밖에 되지 않습니다!"

여기사의 조심스런 말에 짜증 가득한 눈빛으로 시선을 돌린 소녀는 마차의 의자에 등을 기대곤 혀를 차며 동물의 깃털 가득한 쿠션의 감각을 몸으로 느끼며 비벼댔다.

"나는 좀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을 뿐이야! 돼지 놈들과 이야기해서 내가 얻을 것이 뭔데? 내가 이렇게 잘랐으니 내 남편 감은 좋은 놈으로 골려주세요! 라고 애교나 떨까? 아니면 영지의 수입 반 이상을 동원하여 보석을 산다는 머저리들에게 귀부인이 가져야 할 조건이라도 들을까? 아! 요즘 들어 정치와 종교는 하나다! 라도 노골적으로 외치는 사제들에게 맞장구 라도 쳐줘? 그런 어리석은 시간을 보내야 할 바에 지금까지 두 눈으로 본적이 없는 살아있었던 시체들의 내부모습을 보는 것이 훠어어어얼씬 유용하지!"

'하지만 고작 15살짜리가 시간이 아깝다고 시체들의 산을 관찰할 필요는 없잖아요!!' 라고 외치고 싶었던 여기사지만 눈앞의 조그마한 소 악마에게는 그따위 말들이 통할 리가 없다는 것을 경함으로 알고 있었으니 측면을 노렸다. 아무리 소 악마라지만 그녀 자신은 이 소 악마를 5년이나 모시고 왔던 숙달된 조련사이지 않은가?

"지금은 저런 것 따위를 보실 상황이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 저의 왕국은 내전 일보직전에 있습니다. 아직은 아슬아슬한 평온히 이어지고 있지만 왕실은 대규모 병력을 잃어버린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아가씨의 오라버니 되시는 분도 같이 사라진 상태.... 귀족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고요! 비록 안전을 위하여 이런 곳으로 피난 오셨지만 그래도 아가씨는 왕실에 도움이 되여야지요. 지금 하신 말은 귀족이나 신전의 귀에 들어갈 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아무생각 없이 내뱉은 말을 왕국의 문제로까지 발전시키는 자신의 기사를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던 소녀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레이스 가득한 드레스를 아무렇게나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난 표정으로 마차의 문을 걷어 쳤다.

"쾅!"

상당히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입은 소녀였지만 문을 발로 차버리는 모습은 경쾌하기 그지없었다. 더욱이 한순간 너풀거리는 드레스의 치맛자락 사이로 하얀색의 속옷이 보였지만 같은 여성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성격에서인지 소녀는 주위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짜증이네! 아무리 소심하고 무능하신 아버지가 다스린다 하더라도 왕국에는 나의 스승이자 재상이며 네가 사모하는 헌트 후작이 계셔!! 더군다나 바보에 멍청하고 게으르기까지 한 오라버니께서 없어진 지금의 상황에서, 그런 우리가 고작 머저리 귀족 몇 명을 이기지 못할 것 같아?"

자신의 말 중 '사모하는' 이라는 부분에서 붉어진 얼굴을 어쩌지 못하는 여기사를 만족스럽게 쳐다본 소녀는 차버린 마차의 열리진 틈으로 재빠르게 뛰어내렸다. 그녀의 신발은 굽이 높은 편이라 착지하는 순간 넘어질 뻔하였지만 용케 자세를 유지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끈적끈적한 대지의 감촉에 시선을 돌린 그녀는 마차에서 뛰어 내릴 때 지금 느껴지는 감촉의 존재들이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구두에 붉은 색 얼룩으로 묻어있는 것을 깨달았다.

"젠장!!"

얼룩을 바라보며 귀족이라면 절대 남 앞에서 쓰지 않을 단어를 내뱉은 소녀는 신경질적으로 마차의 바퀴에 구두를 문질러 얼룩에 흙을 묻혔다. 원래 귀족의 영양이라면 손수건을 들어 우아한 자세로 뒤처리를 했을 테지만 남의 시선 따위는 개 무시하는 소녀에게는 이런 식의 뒤처리가 더 편해 많이 애용하고 있었다.

자신의 행동으로 그럭저럭 붉은 색의 얼룩이 보이지 않은 대신, 흙이 묻어 지저분해진 구두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소녀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경쾌하게 걸어갔다. 주위에서 느껴지는 비통한 분위기와는 절대로 어울리지 않은 발걸음이었다.

갑작스럽게 자신 멋대로 마차를 벗어나는 소녀의 행동에 자신의 속마음을 다른 이에게 들켰다는 생각으로 얼굴을 잔득 붉히던 여기사는 허둥지둥 마차 밖으로 뛰쳐나와 그녀를 쫓았다. 신속한 속도로 마차 밖으로 뛰쳐나가는 그녀의 뒤로 마차에 남아있던 같은 디자인의 여기사 3명도 서둘러 뒤따랐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상관이라 할 수 있는 여기사의 붉어진 얼굴을 생각하곤 서로의 얼굴을 보며 키득거렸다. 하지만 마차 밖으로 뛰쳐나온 그녀들은 주위의 끔직한 모습에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진한 피비린내와 어디선가 날아오는 벌래들....

기사의 직업상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기에는 그녀들이 인간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전에는 불가능했다. 적과 아군을 떠나 사람의 죽음이란 그리 가벼운 것이 아니었으니....

자신들이 이러니 15살의 어린 소녀의 마음에는 얼마나 큰 상처가 남게 될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자 마음이 급해진 여기사들은 자신들의 주인을 이곳에서 빨리 내보내기 위하여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울음바다에서 한줄기 웃음소리를 듣자 맥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여기사들의 주인이라 추정되는 미소녀는 지금 하려한 옷차림의 남자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간간이 웃음소리까지 흘리며....

그 모습을 잠시 말없이 바라보던 4명의 여기사 중 소녀와 마차에서 대화를 했던, 여기사들의 우두머리인 그녀는 높아지는 웃음소리에 덩달아 높아지는 주위의 사늘한 시선에 몸을 움츠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다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알기로는 자신의 주인은 눈앞의 남자와 웃으며 이야기 할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비록 지금은 신세를 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해도.....

"호호호 정말이예요. 아저씨?"

"하하 당연하지요"

다가갈 수록 그녀의 귓가를 울리는, 나이든 남자와 소녀의 대화는 누가 들어도 정말 사이가 좋아 보았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간 여기사는 볼 수 있었다. 소녀의 웃는 얼굴과는 상관없이 그녀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다는 것을.... 뭐 남자는 전혀 느끼고 있지 않았지만....

"그래서 말이다! 내가....응? 잠시만.."

남자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는지 소녀에게 뚱뚱한 몸 동작으로 무언가를 설명하려다 무언가를 보며 얼굴에 화색을 띄곤 소녀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에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남자는 미안한 듯 고개를 살짝 숙이곤 뒤를 따르는 호위들과 함께 마을의 입구 쪽으로 서둘러 사라졌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신 거죠?"

뒤뚱뒤뚱, 마치 한 마리의 돼지를 보는 듯한 남자의 멀어지는 모습에 미소를 지우곤 무표정으로 돌아온 소녀에게 여기사는 조심스레 다가와 물었다. 그와 함께 손짓으로 그녀와 함께였던 나머지 3명의 기사들에게 명하여 주위를 감시하도록 명했다. 비록 이곳이 적지는 아니었지만 만약을 대비한 것이다.

그녀의 의문 섞인 질문에 시야에서 사라진 남자를 바라보던 소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그냥... 내 평소신분으로 이런 곳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적으니 이 나라나 구경해볼까? 했는데 저 바보는 자신의 과거이야기만 하고 전혀 들어주지 않네... 진짜! 여자의 마음을 몰라주는 바보 따위는 이 대지에서 사라져야 해!"

어이없는 억지를 부리는 자신의 주인에 여기사는 한동안 말없이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다 그녀가 진심이라는 것을 깨닫곤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하....당연하지요! 저분은 이곳에서 자작의 위치에 계시지만 저희 왕국의 황실과도 관계가 깊은 분입니다. 그러니 아가씨의 아버님께서도 그에게 아가씨의 신변을 부탁드린 것이고요. 그런 분이 그런 위험한 일을 허락하시겠습니까?"

여가사의 한숨 섞인 대답에 소녀는 무표정을 지우고 미소를 지었다. 단순한 미소가 아닌 비웃는 듯한 미소를...

"바보. 하여튼 키이는 너무 순진하다니까! 무슨 황실의 관계씩이나.. 그냥 스파이잖아! 그가 왜 내 신변을 책임져 주는 줄 알아? 의리? 우정? 천만에! 아직은 우리 왕국에 얻어먹을 것이 많아서야. 만약 귀족들과의 내전에서 우리측의 패배가 확실해지면 나를 그들에게 줘버리고 자신이 지금까지 누렸던 우리 파이스 왕국과 가드라스 왕국사이의 독점무역을 유지하려고 할걸?"

자신이 보기에 너무나 비관적인 소리에 여기사, 소녀에게 키이라 불린 그녀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지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마음 뿐. 자신들의 시야를 완벽하게 벗어난 곳에서 느껴지는 시선 때문에 눈앞의 소녀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럭저럭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자신들의 실력으로도 정확히 그 시선이 어디에서, 또는 누구에서 나오는 것인지 알 수 없었고, 더욱이 그 시선은 보호가 아닌 감시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말에 침울하지만 인정하는 듯한 모습이었기에 힘내라는 뜻으로 어깨를 토닥여준 소녀는 자작이 사라진 방향을 노려보았다.

"뭐 걱정하지마! 아버지라는 인간은 무능해도 바보는 아니니까! 지금은 안전해! 아직은 우리가 더 유리하니까. 지금은..... 그보다 빨리 와봐!"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인 소녀는 아직 굳은 표정을 풀지 못하고 있는 키이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그리곤 커다란 건물에서 시체를 끄집어 내에 길바닥에 늘어놓는 성기사들과 그 시체들을 끌어안고 울부짖는 사람들, 그리고 한쪽에서 죽어간 이들의 넋을 기원하는 성직자들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지나쳤다. 가끔씩 시체를 옮기다 떨어뜨린 살점들과 흘린 피에 의해 그녀가 지나간 길을 온통 지저분했지만 그저 무심히 밟고 지나갈 뿐이었다.

그런 소녀의 등을 보며 키이는 그녀에게 끌려가는 도중이라지만 소름이 돋았다. 지금의 모습은 고작 15살 밖에 안된 소녀가 할 행동이 아니었다. 무엇이 이 어린 소녀를 단단한 시앗에 웅크리게 했다는 것인가! 키이는 왠지 가슴을 조이는 아픔을 느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녀가 그녀를 이끈 곳은 소녀가 아저씨라 부른, 자작이 사라진 방향이다. 그렇게 한참동안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손에 이끌려 가던 키이는 자신이 가는 방향에 고개를 갸웃거릴 때 소녀는 원하는 장소에 도착하였는지 그녀를 잡아 평민의 허름한 집의 벽으로 밀어 붙었다, 그리곤 그 조그마한 손을 들어 무언가 소리치려던 키이의 입을 막았다. 다행한 점은 마을 사람들은 죽어간 이들의 뒤처리를 위하여 모여있는 상태라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이상해 할 이들은 없다는 것이다.

"조용히 좀 해"

잠시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피다 나직이 속삭이는 소녀에게 키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소녀는 조용히 자신의 입술에 손가락을 대어 다시 한번 강조를 한 다음 등을 허름한 집의 벽에 등을 붙인 상태에서 고개만 살짝 내밀었다.

항상 안하무인격은 소녀가 조심스런 태도를 취하자 평소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지 못했던 키이는 궁금증이 생겼는지 몸을 기울여 소녀의 어깨 너머로 시선을 집중했다. 그곳에는 조금 전에 보인 상기된 표정이 아닌 짜증 가득한 표정을 짖고 있는 자작이 있었다. 그런 그의 앞에는 만산창의가 된 용병차림의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렸다.

"실패했다고? 그것을 지금 말이라고 하나!! 병신 같은 놈들. 고작 여자들로만 6명이다! 그런 상황에서 납치는커녕 용병이라는 놈들이 대부분 죽거나 다쳤다고? 쯧쯧 선금으로 준 금화 10개 아깝다!!"

"여자?"

자작의 짜증 가득한 목소리에 키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작의 말을 종합해본다면 지금 그의 앞에 있는 용병들을 시켜 여자들로만 이루어진 어느 집단을 납치하려다 오히려 당하고 온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여자라니?

자작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자신의 기사를 보며 소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이런 천연 순둥이'

"자작은 말야 호색한으로 유명하지. 꼴을 보아하니 어디 예쁘장한 소녀를 납치하려고 용병을 보냈는데 도리어 당한 것 같네?"

키득거리는 소녀의 말에 잠시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건 키이는 증오의 눈빛을 담아 자작을 쏘아보았다. 명예스럽다고 생각하는 기사의 지위에서, 같은 여자로써 장난감 취급당하는 것이 좋을 리가 없었다.

 "병신 같은 놈들!"

"퍽!"

"으윽.."

자신을 비웃음 반 증오 반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자작은 스스로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눈앞의 상처투성이의 용병들의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걷어찼다. 그렇게 한차례 분노를 터트리다 어느 정도 화가 풀렸는지 자신의 발길질에 신음 성을 내뱉는 용병들에게 신경을 끊어버리곤 아직도 선명한 그녀(?)의 모습을 다시 떠올렸다. 다시 생각해보아도 너무나 아쉬웠다. 그렇게 아름다운 여자라니..... 많은 미녀를 섭렵한 그로써도 한순간 시야에 그 여자 외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더욱이 지금 자신의 성에는 파이스 왕국의 왕녀가 있지 않은가? 딱 자신의 취향이었지만 건들기가 두려운 배경에 있는 지라 한창 욕구불만에 차 있는 자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정말 먹음직스러운 미녀를 보았으니 뒷생각 따위는 나지도 않았다. 거금을 들여 고용한 용병의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을 때는 당장이라도 그 여자를 안을 생각에 허리가 뻐근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고작 한다는 소리가 놓쳤다고?

자신들을 죽도록 패곤 어느 정도 화가 풀린 것으로 보였던 자작의 얼굴이 다시금 붉게 달아오는 것을 본 용병들은 애가 탔다. 상당한 의뢰 금에 덜컥 계약한 자신들의 어리석음에 육지거리를 날려주고 싶었다. 물론 그들의 계약에서는 자작의 신변안전만이 쓰여졌지만 관례적으로 무리한 일이 아닌 한은 계약자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더불어 그 수행해야 하는 일은 처음 계약서의 명시된 조건에 따르도록 되었다. 지금과 같은 경우 자작이 명한 일은 누가 보더라도 용병 자신들이 수행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실패한 것이니.... 그가 뭐라고 해도 아무런 할말이 없는 용병들 자신의 실수였다.

하지만 그따위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진정한 문제는 배상이었다. 계약에 따라 의뢰를 한 의뢰자의 명령을 수행하지 않았을 때 처음 의뢰금의 10배를 물어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금화100개....용병들이 돈을 잘 버는 직업이기는 하지만 방탕한 생활을 하는 그들로써는 평생 모아도 모을 수 없는 금액이었다. 이럴 경우 빠져나갈 수 있는 방향은 단 하나!

 "멋져!"

"예?"

키이는 자신의 주인의 넋 나간 소리에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멋지다니? 하지만 소녀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해주기보단 용병들이 묘사하는 그 여자(?)라는 자의 모습을 그리기에 정신이 없었다.

"정말 멋져! 만약 용병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환상적이야....키이!"

"예?...아 옛!"

"마차 준비해!"

"예? 하지만 자작님은 승낙을..."

"하라면 해! 자작 따위에 댈 핑계 따위는 얼마든지 있어! 지금은 저들이 말한 이를 보고 싶어"

단호한 모습의 소녀를 보며 그녀의 기사, 키이는 한동안 어쩔 줄 몰라하다 자신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보고 있던 부하들이 고개를 흔드는 것을 보곤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곤 허름한 집을 조심스럽게 떠나 조금 전 자신들이 타고 왔던 마차로 출발했다. 소녀의 성격을 잘 아는 그녀로써는 차라리 자신이 같이 움직이는 것이 편했던 것이다. 괜히 반대했다가 혼자 탈출이라도 한다면 여러모로 골치 아파지니까... 뭐 키이 그녀도 근처 자신들의 감시자를 떨구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조심스런 몸놀림으로 움직이는 그녀의 귓가로 소녀의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애써 무시해 버렸다.

"호... 자작의 약점이나 잡아볼까 하고 왔는데 더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겼잖아? 자작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간다 라...."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지만 혼자였다면 냐하하하 하고 웃었을 소녀와는 달리 자작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필사적인 몸놀림으로 자신이 본 바를 표현하는 용병들을 말없이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내가 끌고 오라던 했던 계집이 사람을 마구잡이로 죽이는 잔혹함에, 형제의 시체를 방패로 사용하는 비열함, 그리고 사람의 시체를 먹은 악독함을 두루두루 겸비란..... 남자라는 것이야?"

얼굴을 찡그리는 자작의 말에 그들은 맹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자신들이 본 자를 최대한 포장하여 자신들의 능력으로는 불가항력이라는 것을 자작에게 이해시키려 하였지만 이야기를 하다보니 사실만을 이야기해도 충분히 괴물로 변해있지 않은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그들로써도 믿어지지 않는데 생판 남의 이야기만 듣고 자작이 믿어줄리 없었다.

"이런 병신들! 믿어 줄래도 미안해서 못 믿어 주겠다!"

그 자신도 용병의 계약을 알고 있고 항상 용병들과 계약을 하는 입장이니 어느 정도 이해하려고 했던 자작은 용병들의 사실대로 한 보고를 헛소리로 판단, 그야말로 무자비하게 두들겨 팼다. 하지만 자작의 발아래 무력하게 얻어맞고 있던 용병들은 그저 자작의 넓으신 아량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자작은 귀족, 자신들은 평민 더군다나 계약 주였으니 당연했다. 더군다나 임무까지 실패했지 않은가? 물론 자작의 뒤에서 차가운 안광을 뿌려대고 있는 기사들의 살기 등등한 모습도 얌전하게 하는데 한목 하고 있었다.

"젠장! 역시 돈이 아깝다고 용병들을 고용한 것이 잘못이었어! 어차피 들개는 들개, 주인의 말을 충실히 듣는 충견과는 비교가 될 수 없지!"

자신들을 개로 비유하는 자작에게도 뒤에 시립하고 있던 기사들은 한치의 동요도 없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은 완벽하게 자작에게 복종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잠시 자신의 자랑스런 기사들을 바라보던 자작은 이번에는 자신의 처분만을 기다리며 죽은 듯이 엎드려 있는 시종에게 시선을 돌렸다. 사실 시종에게 주어진 명령은 용병들에게 그 소녀(아직까지 자작은 진을 소녀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를 알려주는 것이었으니 그가 죄를 지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기분이 상할 때로 상한 자작에게 시종의 죄의 유무는 그리 필요지 않았다.

"네놈! 임무를 완수하지도 못하면서 잘도 살아왔구나!"

"예?...하..하지만"

"예이 시끄럽다!!"

자작은 차고있던, 자신의 몸집과 전혀 어울리지 않은 얇은 레이피어를 뽑았다. 자작이 화가 난 상태에서도 조심스레 꺼낸 레이피어는 그 가녀린 몸집과는 달리 살기 등등한 광채를 사방으로 줄기줄기 뿜어대고 있어 모르는 이들이 보아도 단번에 명검이라는것을 확신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날카로운 예기를 뿜어대는, 범상치 않게 생긴 그 레이피어만으로도 중계무역을 하고 있는 자작, 그의 재산의 깊이를 볼 수 있었다. 명검이라는 것은 흔한 것이 아니었으니... 물론 식탁의 나이프와 벽을 장식하는 날 없는 검이나 만져보았을 자작의 손에 들렸다는 것이 레이피어에게는 비극이었겠지만. 그렇다고 육체적으로 무능한 자작의 손에 들렸다고 해서 날카로운 예기를 뿜어대던 레이피어가 한순간에 식칼로 전락하지는 않았다.

"그 죄 죽음으로 사죄해라!"

용병들이야 평민이란 신분이니 얼마든지 죽여도 상관없지만 항상 용병들을 교용 해야 하는 그의 입장으로써는 눈앞의 무능한 존재들에게 정의의 징계를 가할 수는 없었다. 물론 서류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저들을 죽인다고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쓸데없이 껄끄럽게 하여 앞으로 계속 거래할 길드에 악감정을 품게 하는 어리석은 짖을 그가 할 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시종은 달랐다. 평민, 더욱이 가문에 속한 자! 아무런 문제없이 자작의 화풀이 대상자가 될 수 있었다. 이미 시종은 자작의 눈빛에 모든 것을 깨닫곤 그저 그가 자신을 쉽게 베도록 목을 길게 뺄 수밖에 없었다. 반항이나 변명은 오히려 자작의 화를 지필 장작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니 성에 남아있는 가족을 생각다면 그는 여기서 자신의 주인의 손에 죽어야 한다.

하지만 하늘은 그의 삶을 조금 더 연장해 주고 싶었는지 막 자작의 손에서 날카로운 예기를 뿜어대던 레이피어가 떨어지기 직전, 일행을 향해 무섭도록 질주하는 마차에 의해 본래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허공에서 주춤했다. 그렇다고 마차의 돌진이 자작의 동작을 멈추게 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신분이라면 그가 피해야 할 것이 아닌 마차가 그를 피해야만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작에게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마차는 바로 자신의 가문의 문장이 그려져 있지 않은가? 이곳에 올 때 가져온 마차는 단 하나. 바로 아직은 쓸모 있는 옆 나라 의 공주, 소심하고 어리석은 왕과는 달리 총명함으로 헌트 후작과 같이 그 이름을 날리는 그녀, 바로..

"에레나 번 파이스 공주!!(참고로 뒤의 성은 귀족의 경우 대부분 영지. 왕족은 왕국의 이름을 따른다. 정확히는 귀족이나 왕족의 성을 영지나 왕국의 이름으로 붙인 것이지만... 또한 중간의 귀족을 칭하는 '번'은 각 나라마다 그 명칭이 다르나 보통 한 글자를 이용한다. 예로 비. 폰 등등)

마부로 보이는 여기사의 솜씨는 미숙하기 짝이 없어서 경악에 소리치는 자작의 소리 따위는 무시할 정도로 마차는 심하게 요동쳤다. 그에 점점 가까워지는 마차의 마부 자리에 있는 여기사의 다급한 표정을 보자 자신의 신분만을 믿고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는 자신들이 그 난폭한 말발굽에 깔릴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본능을 자극하여 자작과 그의 호위기사, 그리고 용병들은 폭주하는 마차의 사정거리에서 황급히 몸을 피했다.

"..이..이게 어찌된!!"

"아하하하하 전 잠시 여행을 가려고 갑니다! 아! 제 걱정은 마세요! 제게 무슨 일이 있어도 독점무역은 책임질 것입니다. 만약 저를 쫓아온다면 저의 아버지께 아저씨가 저를 강간하려 했다고 일러바칠 테니까 오지 마세요!!"

경첩이 떨어져 나가 벌어진 마차의 문 사이로 소리치는 트윈테일의 소녀를 보며 자작은 말을 잊었다. 지금 저것이 고작 15살짜리가 내뱉은 말인가! 소녀, 에레나 번 파이스 공주의 손수건을 흔드는 모습이 멀어질 때까지 레이피어를 잡아들어 올렸던 자세 그대로 굳어진 자작은 한 동안 말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빌어먹을! 네놈들은 뭐 한 거야!!"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곤 분노 가득한 자작의 외침에 텔레포트라도 한 것처럼 그의 앞에 3명의 복면인이 등장했다. 그들의 등장모습에 자작에게 맞은 상처를 문지르고 있던 용병들은 자신들의 두 눈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자작은 그런 용병들에게 아예 신경 쓰지 않고 등장한 복면인의 어깨를 걷어찼다.

"이런 병신들! 네놈들은 도대체 뭐 하는 짓거리야! 공주를 감시해야 하는 놈들이 공주가 빠져나가고 있는데 아무런 손을 쓰지 않는다니, 네놈들에게 지급한 마법 아이템들이 아깝다!"

자작의 성화에도 그의 앞에 부복한 복면인들이 그저 말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그에 실증이 났는지 아니면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던지 잠시 자신의 손톱을 물어뜯던 자작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뒤에 시립 해 있는 이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잡아와! 지금 당장! 거리가 멀어질수록 따라잡기 힘드니 당장!!"

공주가 무슨 생각인지 자작은 알 수 없지만 그녀가 비록 어린 나이일지라도 온 나라에 소문날 정도로 영특하다면 그에 걸맞은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자작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조금 전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공주의 말을 떠올렸다.

'설마 진짜 여행을 위하여?"

스스로 생각한 가능성을 자작은 고개를 흔들며 부정했다. 그가 알아낸 정보로는 지금 그녀의 왕국은 국왕파와 귀족파 사이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더욱이 지금 상황으로는 귀족파가 더 유리했다. 국왕파의 병력 대부분이 국경에서 자리를 뜰 수 없었고,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이라 해보았자 엘프들의 사냥을 동원했다 모조리 사라진 것을 귀족파에게 들었지 않은가? 물론 자작이 귀족들의 말만 전적으로 믿은 것은 아니었다. 자작 스스로 뒷골목에 흘러든 정보를 통하여 귀족들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였던 것이다. 그 덕분에 귀족파에 막대한 물자를 지원해주기로 약조한 자작이었다.(자작은 귀족파의 주력을 진이 쓸어버렸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

그의 부의 원천은 자신의 나라와 파이스 사이의 무역을 독점하여 얻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강자가 등장했으니 머리를 숙여만 했다. 더욱이 예상 밖으로 국왕파에서는 자신을 아직도 자신들의 편인 줄 알고 공주의 안전까지 부탁하지 않았던가? 공주는 양 파의 중요한 입장에 있는 인물이니 그녀를 수중에 넣고 있는 자작은 귀족파에서도 국왕파에서도 유리한 입장에 놓여졌다. 즉 국왕파가 이기면 이기는 대로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고 귀족파의 승리 시 그동안의 지원과 그녀를 내놓음으로써 그는 항상 안전한 위치에서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정말 금상첨화였다. 하지만 만약 공주가 달아나기라도 한다면? 그것을 양 파가 안다면? 중요인물을 지키지 못한 자작은 당연히 국왕파에서도, 또한 공주를 모시고 있다는 것을 자신들에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하여 배반으로 생각한 귀족파에서도 공격을 당할 수도 있었다. 아니 그 자신은 다른 나라의 귀족이니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지는 못할 것이지만 이제까지 누리고 있던 독점무역은 사실상 포기해야만 했다.

'말도 안 돼! 귀족파에 판 마장기를 위하여 거의 전 재산을 썼는데 아직 대금도 받지 않고 물러날 수는 없어.. 젠장! 호위를 보이기 위하여 후불제를 제시했는데..... 설마 공주는 내가 귀족파를 도와주는 것을 눈치채고?'

일단 부정적으로 시작된 자작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러자 더더욱 마음이 급했다. 공주는 자신의 손아귀에 있어야 했다. 그래야만 자신이 사는 길이다. 그러기 위하여 지금 당장 해야만 하는 것은 공주의 신변확보와 더불어 만약을 대비한 비밀 유지였다. 자작. 자신이 있는 곳과 파이스는 상당히 멀리 떨어진 장소였기 때문에 그동안 마음놓고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그의 마음을 안정 시킬만한 먼 거리가 아니었다.

"히이이잉"

"응?"

자기만의 생각에 몰두하다 갑자기 울린 말 울음소리에 자작은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조금 전 명을 내린 기사들이 말에 앉아 무표정한 모습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그의 후속명령을 기다린 것이리라...

"당장 그 계집애를 잡아들여! 되도록 상처 없이 끌고 와야 하지만 반항하면 거칠게 다루어도 좋다! 아! 그리고 그 호위병 계집애들은 다 죽여버려. 그년들이 있으니 공주가 기가 살았어!"

자작의 차가운 명령에 4명의 기사들은 역시 무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숙인다면 말을 박찼다. 비포장 길이라 순간 먼지가 주위를 뒤덮었지만 자작은 그것이 느껴지지 않은지 그저 멀어져 가는 자신들 부하의 등을 바라볼 뿐이었다. 잠시 뒤 시야에서 완전히 그들이 사라지자 자작은 아직도 부복해있는 복면인을 바라보았다. 그들에게 새로운 명령을 내리기 위해서였다. 거리가 거리다 보니 그럴 리는 없을 것이지만 혹시나 모르는 일, 그는 용병들을 턱으로 가리키며 나직이 외쳤다, "죽여!"

조금 전 그가 외친 공주의 이름을 용병들은 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거리가 있기 때문에 공주가 이곳에 있다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지 모르지만 공주가 사라진 사실은 큰 문제였다. 만약 자신들의 부하들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가정한다면 사실을 알고 있는 자가 적을수록 유리한 것은 당연. 이제 용병길드 따위를 생각할 시기는 지났다. 지금은 그 자신의 목숨, 그리고 재산이 제일 중요한 것이다.

다행이 근처, 모든 사람들은 마을의 참사의 뒤처리를 위하여 광장으로 소집된 상태라 더 이상의 희생은 없었다. 만약 그렇다면 자작은 마을 전체를 지상에서 지워버렸으리라...

자작의 명령에 나직이 고개를 끄덕인 복면인들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들의 손아귀에는 어느새 날카롭게 날이 선 쇼트 소드 두 자루가 쥐어졌다. 그 모습에 용병들은 정확한 내역을 알 리 없었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단 한가지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자신들은 죽는다고.. 그렇다고 그냥 죽을 수는 없는 법, 용병들은 지친 몸을 일으켜 무기들을 다잡았다.

숫자적으로 유리하다 하더라도 한쪽은 경험으로만 배운 검술에 심리적, 육체적으로 지친 상태, 하지만 그 반대편은 체계적인 검술에 충분히 체력을 비축하고 날카롭게 날이 세워진 상태. 결과는 뻔했다. 용병들은 떨리는 칼끝을 바로잡으며 자신들에게 가까이 접근하는 복면인들을 아득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생존신고입니다! 저 살아 있어요∼(제 졸작을 기다리시는 분이 있겠냐 만은 -_-)

늦었습니다. 원고 넘기고, 슬럼프에 마지막 결정타로 맛이 간 모니터까지..

뭐 모니터야 하도 오래 동안 썼으니 그만 쉴 때도 되었지만.....ㅜ.ㅜ(잘 가라 모니터야~~)

아! 그리고 약속은 잊지 않았습니다. 매일 연재한다는 것 말이죠^^ 한편 당 10KB로 계산하여 따라잡겠습니다(.....편 당 7KB로 하면 안되겠지요?....... 퍽!!)

문제 있음 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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