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그의 소년 시절 "아버지라...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기억하나? 내가 있었던 곳을 말이야. 네가 쳐 밖아 놓았던 그것을 말이야.. 개도 안 먹을 죽 하루 한끼... 끊임없이 식량을 빼앗기지 않기 위하여 싸워야 했던 쥐들...그리고 매일 매를 드는 아버지라는 존재. 조그맣게 나 있는 구멍으로 바라본 하늘은 정말 푸르렀지.
아마 겨울이었을 거야. 자고 있는데 무언가 갉아대는 소리가 나더군. 처음에는 몰랐어.. 고통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얼어죽기 직전 간신히 시선을 돌린 그곳에는 얼어붙은 내 다리를 쥐들이 갈아먹고 있더군... 아! 그 쥐들을 원망하는 것은 아니야. 그들 덕분에, 그 고통 덕분에 얼어죽지 않았으니까. 더욱이 그때 처음 먹어본 고기는 정말 맛있었어..."
마치 정해진 의례처럼 말을 꺼낸 그는 눈앞의 존재가 듣던지 말던지 상관없이 무감각한 소리로 읽어 내렸다, 스스로 아버지라는 인간이 자신의 말을 듣고 반성하라는 의미는 아니었던 것이다. 단지 알아두라는 투였다. 남자도 잘려진 상처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화영의 말을 들을 정신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그가 듣던지 말던지 상관하지 않고 마치 정해진 대사를 내뱉은 배우처럼 행동하던 그는 다음 차례가 생각났는지 이번에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남자의 여자. 즉 명목상 자신의 어머니가 되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에 여자는 공포에 질린 얼굴사이로 표독스런 눈빛을 보냈다.
"흥! 감히 오랑캐 계집의 배를 타고 난 더러운 자식 주제에 지금 이것이 무슨 짓이냐! 이제까지 키워주고 길러준 것에 고마움을 느껴야지! 역시 더러운 계집년...깍!!"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웠다는 것을 잊었는지 표독하게 외치는 그녀의 얼굴에서 피어나는 것은 어이없게도 질투였다. 그녀는 화영의 얼굴에서 그녀의 얼굴을 본 것이다, 너무나 아름답고 고결한 그녀의 얼굴을... 절대로.. 마음 깊숙이 패배를 부르짖게 한 그녀가.....
"네년한데 말을 하라고 한 기억은 없는 것 같은데?"
차가운 음성과는 달리 여진이 요염함 미소를 짖고 있던 화영은 자신의 손아귀에 쥐어진 것이 사람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잊었는지 머리카락을 움켜쥔 손을 마구 마구 흔들었다. 그리곤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뚫려 있는 입으로 비명을 지르는 그녀의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소곤거렸다.
"네 눈에는 아직 희망이 보이는 구나. 혹시 밖에 있을 수십 명의 하인이 네 녀석들의 비명을 듣고 올 줄 알았는가 보지?"
화영은 그녀가 자신의 말에 심하게 동요하는 눈빛을 느끼곤 기계적인 미소가 아닌 진정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헛된 생각은 버려. 네 녀석들이 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그들은 내가 피운 수면향에 의하여 꿈나라에 빠져 있을 것이니까"
자신의 말에 양어머니의 얼굴에 떠오른 암담함을 바라보던 그는 돌연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 바닥에 내리쳤다.
"쿵!!"
"까아아악"
"쿵!"
"컥.."
"쿵!"
"..크으으"
대지에 한번 부딪칠 때마다 그녀의 아름답던 얼굴이 부셔지기 시작했다, 먼저 오뚝하게 솟아난 코가 뭉개졌고 그 다음으로 광대뼈. 그리곤 턱.... 생명에 지장이 없는 부위에 골고루 충격을 주는 것이다. 그에 따라 처절하던 그녀의 비명도 바닥에 부딪칠 횟수가 증가할 때마다 점점 잦아 들어갔다. 물론 고통이 반감된 것이 아닌 화영의 다른 한 손이 시끄럽게 소리칠 그녀의 목 줄기를 잡았기 때문이었다.
"커...왜 이런..."
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은 이제 그 누가 보아도 눈을 돌릴 괴물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자신의 상태를 보지 못한 그녀는 다시 한번 다가올 고통에 움츠려 들었다, 조금전의 당당하고 표독스러운 목소리 따위는 그 어디에도 없는 비굴한 목소리... 그에 화영은 그녀가 다시 말 할 수 있게 쥐고있던 묵 줄기를 풀며 조금 전 자신의 뒤적거렸던 곳에서 하나의 물건을 들고 다시 그녀의 곁에 앉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지."
마치 남들도 하니까 귀찮아도 나도 한다라는 식의 발언에 어처구니가 없던 그녀는 순간 자신의 얼굴에 들이미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어이가 없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의 손에 들려진 것은 예쁘장하게 세공 된 동경이었던 것이다, "두 눈 크게 뜨고 봐.. 아마 마지막으로 보는 거울일 것이니까."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그를 바라보던 그녀는 순순히 뜻에 따랐다. 조금 전 그 끔직한 공포는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이것이 나의 얼굴..?"
평소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볼 것이다. 만약 자신의 자랑스런 아름다움이 한순간 추악하게 변한다면? 자신의 얼굴에 강한 자부심을 가진 이라면 그 그것은 더더욱 강한 충격일 것이다, 여인도 자신의 얼굴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존재였다. 아니 그녀의 얼굴은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매우 아름다웠다. 육체는 여전히 물오른 처녀 마냥 싱싱했고 30대 중반의 얼굴에는 주름살 하나 없이 과거의 미모를 유지했다, 뭐 그것이 다 돈의 힘이었지만.... 하여튼 그런 그녀의 시야에 닫는 것은 인간의 그것이 아니었다.
얼굴뼈라는 뼈는 모두 일그러지고 으깨진 코는 흉물스럽게 피부의 질김에 의존하여 대롱대올 매달려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바닥의 마찰과 함께 피부가 모두 찢어져 피투성이 사이로 붉은 색의 근육들이 공기 중에 노출되어 인간의 모습이라 생각하기 힘들었다.
"아..하하하. 이건 꿈이야.. 꿈......마...말도 안 돼...이건 꿈이야!!"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여자의 비명 섞인 절규가 어둠을 배경 삼아 온 천지에 울려 퍼졌지만... 돌아온 것은 현실을 인정하게 하는 아픔뿐이리라...
"에...헤에이....."
피의 절규를 끝으로 그녀는 더 이상 이성을 유지할 수 없었는지 조금 전의 고통에 절은 눈빛이 사라지고 대신 초점이 맺지 않은 괴상한 눈빛과 함께 입안의 타액을 아무런 저항 없이 흘렸다. 괴상한 미소와 함께.... 한 명의 사람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어이없게도 미쳐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 모습을 마치 해바라기 관찰 일기라도 쓰는 아이처럼 무심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화영은 그녀가 흘리는 타액이 자신의 손에 묻자 얼굴을 찡그리며 이제는 볼일이 없다는 듯이 시선을 돌려 그녀를 한쪽 구석으로 내던졌다. 그리곤 한순간에 망가져 버린 아내의 모습에 두려움에 빠져있는 자신의 양아버지에게 시선을 돌렸다.
"무..무슨 짓을..."
눈앞의 장면에서 느끼는 공포에 한순간 고통의 그것을 능가했는지 남자의 떨리는 듯한 목소리에 소년 화영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여자들은 자신의 외모에 자신이 있는 사람일수록 자부심도 강하지. 그런 자부심을 산산조각 내었을 때 견딜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라고 들었는데 진짜인줄은 몰랐군"
"그...그럼"
"아....나도 들은 이야기라 한번 시험해 봤던 것 뿐이야."
"그럼 단지 그것 때문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자신의 양아버지에게 비릿하게 웃어준 화영은 그의 곁에 다가와 요염한 미소와 함께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어디 있지? 그 장식 말이야?"
달콤한 목소리였지만 더 이상 시간을 뜬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절실히 느껴지는 대사였다. 하지만 아무리 남이라고 해도 명목상 양어머니라는 자리에 앉아있는 이를 단번에 망가트린 존재에게 '예 다 말씀드리지요' 라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었다.
"그것의 위치를 알려주면 내 목숨을 살려주겠느냐?"
"응? 난 네 목숨 따위를 없앤다는 말은 하지 않았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면 '그럴 리가 있나' 라는 표정을 짖는 자신의 양아들을 보며 그는 고통과 죽음의 공포 사이에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럼 지금까지 그가 한 일은 뭐란 말인가? 지난 과거의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꺼내곤 양아버지의 팔을 자르고 양어미니를 미치게 한 자가 지을 표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목숨이 목적. 비록 자신의 아들이었던 자라 해도 그는 무릎을 꿇을 수 있었다, 비록 황제의 관심을 가진 애인이라 해도 자신은 진실과는 상관없지만 명목상 그의 아버지가 아니었던가? 날만 밝으면 사람들을 모아 충분히 복수 할 수 있었다. 감히 길러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눈앞의 개자식에게....
그는 이제까지 자신이 한 일은 몽땅 잊어버리고 복수심에 불타며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에 온 정신을 쏟았다. 다시 말하지만 이 둔한 존재는 자신이 지금까지 본 눈앞의 장면을 생각하지 않고 과거의 그를 자꾸 상기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 매를 들 때마다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울부짖었던 그때 그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했다.
"어..어떤가. 엄마의 유품은 소중한 것이지! 자식된 도리로써 그것을 소유해야 해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
눈앞에서 아내가 미쳐버린 장면을 기준으로 완벽하게 비굴한 모습을 보여주는 자신의 양아버지를 보며 화영. 그는 재미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그리 꼭 가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 그저 마지막 이어진 물건의 행방이 궁금할 뿐이었지만....이제 이 짓도 재미없으니 슬슬 일어나 볼까?"
혼자 중얼거리는 수준의 음성을 내뱉은 그의 품안에서 나오는 곳은 시큼한 화약 한줌.. 조그마한 손아귀에 한가득 감아 쥔 그 화약은 손가락 사이를 천천히 빠져나와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하듯 그의 발 밑에 조용히 싸였다. 말없이 그렇게 몇 번의 반복으로 꽤 많은 양의 화약이 쌓이자 그는 이번에는 방안에 환한 빛을 뿌리고 있는 초를 가져와 적당한 크기로 밑을 잘라내곤 그 화약더미 위에 올려놓았다. 그 모습에 눈앞의 존재가 무슨 짖을 하려는지 눈치 첸 남자는 움직이지 못하는 몸을 원망하여 필사적으로 외쳤다.
"뭐..뭐 하는 것이냐! 그..그것은 화약! 네놈이 어떻게 그렇게 귀한 물건을!! 내 알려주마! 네가 원하는 것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마!"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인 목을 사방으로 흔들며 외쳤지만 화영은 그런 그에게 신경도 쓰지 않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고급스럽게 보이는 비단 천과 읽었던 흔적이 아예 없어 단지 장식으로만 존재하는 몇 권의 책을 찢어 화약 위에 타아로는 촛불의 근처에 놓을 뿐이었다.
"귀한 물건이라,.. 뭐 내가있었던 그곳에서는 구할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물건이지.."
"그것을 물어본 것이 아니다! 네 말하지 않았느냐! 나를 없앤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고!!"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일까. 필사적으로 외치는 그에 화영은 손아귀에 들려있는 고서를 잘게 찢으며 조용히 내뱉은 중얼거림이 공포에 질려있는 그의 귓가를 스쳤다, "말했잖아? 내 손에는 죽지 않는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조금 시끄럽군"
자신의 일을 방해해서일까? 조금 신경질 적은 반응을 보인 화영은 그의 곁에 다가가 손아귀에 들려있는 고서의 조각을 그의 입에 쑤셔 넣었다. 그에 자신의 마지막 협상 수단이 사라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못하는 지금 그의 몸부림은 그저 잠시의 시간 벌기뿐이었다.
"으...음음"
자신의 작품을 만족한 표정을 바라보단 화영은 이번에는 양어머니의 입을 막기 위하여 다가서려다 머리를 극적이며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다. 얼굴이 흉물스럽게 변해버린 그녀는 완벽하게 정신이 파괴된 상태라 저항할 의지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감각한 눈빛으로 그녀를 잠시 바라보던 화영은 자신이 들어온 방문을 잡았다.
"으으으음음"
입안 가득 종이를 물고있어 괴상한 심음 소리만을 낼 수 있는 그의 필사적인 절규를 들었을까? 막 방문을 나서려던 화영는 시선을 돌려 양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애원 가득한 그의 눈빛이 눈에 들어왔지만 소년이 내뱉은 말은 그의 지금의 차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아! 전 이제 화영이 아닙니다. 현영(炫英)이라 불러주십시오"
이제까지의 반말이 아닌 정중한 존댓말은 오히려 이제 우리들은 완전한 남이라고 선포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리곤 처절히 눈물을 흘리는 그를 뒤로하고 화영... 아니 현영은 차가운 밤 공기 가득한 밖으로 나와 심호흡을 했다.
아! 올리던 도중 잠시 끊어지는 시간대가 있을 것입니다, 그때는 양송이가 잔다고 생각해 주세요~~ 2편 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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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그의 소년 시절 그의 모습은 복수를 끝마친 만족감도, 그렇다고 허탈함도 없었다. 단지 축제의 행사처럼 주어진 일을 하는 배우의 모습일 뿐......
화영이 나가며 남겨진 남자는 자신의 마지막 목숨인 냥 타오르고 있는 촛불을 보며 필사적으로 몸부림 쳤다. 하지만 그런다고 굳어진 몸이 원래대로 돌아갈리 없었다. 조금 있으면 촛불의 그것이 화약에 붙을 것이고....화약은 터지기 보다 타오를 것이다. 그에 따라 자신은 산채로 태워질 것이겠지?
천천히 흘러내린 촛농에 고운 화약들이 천천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단지 눈으로만 지켜보아야 하는 그의 정신도 서서히 무너져 내려갔다.
◆ "불이야!!!"
이 집의 하인들의 우두머리이자 터주대감으로 불린, 나이 60의 강 노인은 갑작스레 들린 고함소리에 두 눈이 반사적으로 뜨였다. 불이라니... 몽롱한 정신에 처음에는 꿈인 줄 알았지만 방문 밖으로 아련하게 비치는 붉은 섬광은 그의 자그마한 희망을 무참하게 부셔버렸다.
"이런..."
황급히 밖으로 나온 그가 본 것은 도저히 한두 사람의 손으로는 꺼질 것 같지 않은 기세로 타오르고 있는 거대한 불꽃이었다. 이렇게 타오를 동안 잠만 잤다니.... 노인은 자신이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책임 회피는 나중의 일... 그는 주위를 둘러보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지금 뭐 하는가! 빨리 불을 꺼!! 자네, 자네, 자네는 아이들과 여자들을 대피시키고 나머지는 우물로 간다!"
힘이 없을 것 같은 남자 3명에게 아이들과 여자들의 대피를 명한 그는 우왕좌왕 하고 있는 사람들을 닦달하곤 그 자신도 서둘러 우물로 달려나갔다. 그의 소리침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눈앞의 광경만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스위치를 넣은 장난감처럼 황급히 달려나가는 노인의 뒤를 따랐다. 지금 있는 이 장원의 근처에는 수원이라고는 지금 그들이 향하는 우물이 전부였기 때문에 강 노인의 판단은 적절했다.
"받아!!"
노인과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었던 모양인지 황급히 달려온 그들의 시야에는 이미 몇 명의 사람들이 열심히 우물물을 퍼 나르고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은 그들의 모습이 조직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다급한 표정으로 그저 자신과 가까운 건물에 무작정 물을 뿌릴 뿐이었다.
"물을 모두 한집에 집중해!! 심하게 타오르는 집 따위는 필요 없어! 아직 불길이 번지지 않은 쪽부터 진화해! 더 이상 불길이 번지지 않게 하란 말이다!"
자신도 직접 물통을 나르면서 외치는 노인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사람들의 몸놀림은 점점 정교해져 갔다. 그렇게 사방으로 번져 가는 불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은 노인이 가리키는 곳으로 열심히 물통을 날랐다. 그와 함께 몇 사람은 아직 불타오르지 않은 지역에 더 이상 불이 번지지 않게 정리를 하였고 몇 사람들은 물이 뭍은 천을 뒤집어쓰곤 아직 불길이 약한 곳으로 달려가 혹시나 남아있는 이들이 없는지 수색했다.
그렇게 수십 명의 사람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불길을 잡기 위하여 노력하자 그의 대가로 사방팔방으로 번져가던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비록 장원에서 가장 큰 건물들이 대부분 불타오르고 있었지만 더 이상 다른 곳으로 불길이 번지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나도 이제는 늙었어..."
거의 완벽하게 불이 붙어 진화를 포기한 건물을 바라보던 강 노인은 무리한 자신의 육체를 주물럭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노인의 몸은 나르는 물통에서 튄 물세례에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 늦겨울의 매서운 바람이라면 당연히 추위를 느껴야 하지만 다행이 살이 익을 것 같은 열기가 그의 몸을 녹여 주었다.
"그러나 저러나 이상하군.."
노인은 간지러움을 느낀 손등을 극적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불길이 어느 정도 잡힌 뒤라 내일 관으로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인 그의 손길까지 필요치 않은 상황이었고 따라서 그는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 앉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어떤 부자연스러움을 느꼈다. 지금 그가 있는 장원은 건물만도 10체가 넘는, 이 근처에서도 꽤 큰 축에 속한 곳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이도 많다는 소리였고 그 많은 사람들 중 불길이 이렇게 번질 때까지 알고 있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더구나 주인 내외의 안전을 살피려고 보낸 이 조차 연락이 없자 불안감은 더욱 심화되었다.
"음..."
쉬이 가라않지 않는 가려움에 좀더 세게 문지르던 노인은 문뜩 자신의 간지러움의 중심이 검은 반점에서라는 것을 깨닫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에는 그저 검댕이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피부가 붉어질 때까지 긁어도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아니 없어지기는커녕 반점의 크기가 점점 커진다는 느낌까지 받은 노인은 무언가 떠오르는 것이 있어 주위를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유심하게 쳐다보았다. 그리곤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들 전부에게 자신과 같은 검은 색 반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곤 힘이 빠져 주저앉아 있던 자리에서 자신도 모르게 일어섰다. 하지만 한순간 느껴지는 현기증에 자신도 모르게 주저앉아 버렸다. 희미해진 청각으로 주위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몰려오는 것을 느꼈지만 그는 아무런 행동을 할 수 없었다. 어지러움을 느끼는 순간 몸까지 마비가 온 것이다. 그에 자신이 우연히 알아낸 사실을 외치고 싶었지만 그이 입은 멀어지는 청각과 함께 서서히 굳어져 갔다. 하지만 마지막 힘을 대해 저항하는 그는 필사적이었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긴 60년의 세월동안 수많은 경험을 한 강 노인은 자신의 증상이 무엇인지 깨달았던 것이다.
독 그것도 증상이 발견되자마자 급격하게 죽음으로 몰아가는 강력한...... 하지만..
'말도 안 돼! 독은 불과 상극의 관계. 이러 대규모의 불이 난 상태에서 독을 살포하면 그 효과가 줄어드는 법....혹시 식사?'
지금으로써는 식사에 독을 집에 넣은 것이 가장 정확한 답변이었지만 장원에서는 식사를 식당에서 하지 않았다. 물론 노비 같은 경우 관리에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따로 주방에서 대규모로 음식을 만들지만 가정이 있는 집에서 굳이 그런 식당을 이용할 리가 없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한순간 대규모 중독사태를 일으키려면 장원에 있는 모든 주방에 독을 살포해야 하지만 그것이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식수?'
식사를 뺀 나머지는 식수... 하지만 장원에 있는 각 가정마다 식수를 위한 항아리가 있었으니 식사 때와 마찬가지로 번거롭기 그지없었다.
'식수?...물!!'
이제는 잔가지만이 남아있는 정신의 한구석에서 외치는 단어에 그는 어이가 없었다. 지금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옷차림은 흡사 비를 맞이한 것처럼 흠뻑 젖어 있었던 것이다. 불을 끄기 위하여 나르는 물통에서 흘린 것이리라.... 우물물이 오염됐다면 답은 정확했다.
'누구냐.... 누가 이런 천륜을 어긴.....'
고함을 치고 싶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을 만큼 위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서서히 정신을 일어갔다. 그리고 뜨거운 주위의 공기와는 달리 그 노인의 몸은 서서히 식었다. 죽어서도 원통했을까? 죽어서도 두 눈을 감지 못한 그의 텅 빈 망막 사이로 하나 둘.. 사람들이 쓰러져 갔다.
◆ "슬슬 저쪽도 시작되었군. 사람들이 오기전이 이쪽도 끝을 내 볼까?"
화려하게 타오르는 건물들이 잘 보이는 곳에서 아름다운 소년이 바람에 휘날리는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며 하는 소리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는 아득한 절망감이 감돌았다. 그 소년의 주위에는 어른의 그것으로 보이는 시체들이 널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체의 숫자는 3구.. 모두 겉 피부가 검은 빛으로 변하여 그들의 평범한 죽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흥"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들 중 천천히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아름답지만 잔인한 존재에게 한 용감한 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표독하게 노려보았다. 비록 잔인한 손놀림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의 기억에 눈앞에 존재는 비굴하고 고작 오랑캐의 후손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덩치도 같은 나이의 소녀보다 더 가냘픈 이가 아니던가?
"카악....퉤!! 천한 년의 자식이 감히 한족의 목숨을 노리다니! 네놈이 이제까지 살아있다는 것은 마을의 결정에서였다. 생명의 은혜를 원수로 갚는 천륜을 어긴 더러운 놈!!"
눈앞의 죽어간 이가 독으로 목숨을 잃었고 과거 약장수들에게 들은 풍물에 독은 호흡만 참으면 된다는 이야기를 생각해낸 그녀는 가래침을 뱉으며 당당히 가슴을 내밀고 외쳤다. 그리곤 그 푸짐한 육체에 어울리지 않게 저돌적으로 돌진해 나갔다. 하지만..
"아마 내 기억이 맞다 면 이놈이 내 자식이지?"
그녀의 엉성한 몸놀림을 걸음을 조금 옮긴 것으로 간단히 피한 화영....아니 현영은 자신의 돌진하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엉거주춤하는 그녀를 무심히 바라보다 시선을 돌려 다가간 곳은 불길을 피해 피난해온 아이들과 여자들이 겁에 질린 얼굴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 한순간 시야에서 놓친 현영의 모습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짖고 있던 그 푸짐한 여자는 현영의 손아귀에 목 줄기가 잡힌 그럭저럭 예쁘장한 소녀의 모습에 경악했다.
"어..엄마 큭"
"다..당장 그 손놓지 못해!"
손아귀의 힘에 의하여 파랗게 질린 자신의 딸을 보며 그녀는 현영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그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고함을 쳤다. 조금 다가서는 것만으로도 손아귀에 힘을 주는 그의 모습에 차마 다가가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왜..크...나이게.. 이런"
예쁘장한 외모에 의하여 항상 마을에서 우상 시 되었던 소녀는 지금 자신의 처지가 이해되지 않았다. 따라서 항상 받들어진 자리에 있던 이로써는 처음으로 겪는 굴욕과 고통에 그녀는 어떠한 반응도 행하지 않다 차츰 본능에 의하여 처절하게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무심히 바라보던 현영은 그녀의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
"날 잊은 거야? 매일 좁은 창문으로 아이들을 선동해 똥이나 던지고 침을 뱉은 자 따위는 기억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군"
그 소리에 그 소녀는 자신의 목 줄기를 잡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마을에서 자신보다 아름다웠던 소년.... 그것에 불만을 품고 괴롭혔지만 어느 순간 사라진 소년.... 너무나 좋아하는 바람에 그것이 괴롭힘으로 변질되었지만 아직도 그 모습이 선명한 소년... 오랑캐라는 어머니의 말에 매일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눌렀던 소년... 그 소년이 지금 자신에게 온 것이다, 소녀의 얼굴에는 자신도 모르는 눈물이 흘렀다.
"왔구나.. 보고 싶..."
"퍽!"
그리움 가득한 그녀의 속삭임은 안타깝게도 현영의 마음까지 들리지 않았다. 아니 그녀의 마음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알 수 있었던 그였지만 현영, 그 소년의 손은 망설임 없이 소녀의 목 줄기를 잡은 손을 밑으로 내리쳤다. 단단한 바위, 그 위에 엄청난 속도로 내려쳐진 사람의 머리가 온전할 리가 없었다.
"................."
"................"
마치 잘 읽은 수박과 같은 소리가 사방에 올렸지만 아이들도 아이들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자들도 눈앞의 장난 같은 광경에 말을 잊었다. 한순간의 침묵...... 그런 그들의 모습에 상관하지 않은 현영은 자신의 손에 묻은 으깨어진 뇌수의 조각을 살짝 입으로 가져갔다.
"꺄아아아아아아아"
외전 1편(137화)에서 키를 3척 조금 넘는 키라고 한 것을 5척 조금 안 되는 것으로 수정합니다, 척의 계산을 잘못했다는.....^^ 문제 있음 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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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그의 소년 시절 현영의 모습에 정신을 차린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온 천지를 뒤덮었지만 죽은 소녀와 가장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푸짐한 몸집의 여인... 바로 소녀의 어머니는 말을 잊지 못했다. 그녀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딸이 눈앞의 오랑캐를 좋아했다는 것을... 그것 때문에 그녀가 현영을 못살게 군것이다. 자신의 딸을 위하여... 그런데 그녀가 죽은 것이다. 눈앞의 오랑캐에게...
"이 더러운 오랑캐!!"
이성을 잃은 그녀는 무작정 현영에게 달려들었다. 조금전과 달리 엉성한 모습이었지만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것은 처절한 광기! 딸의 죽음을 두 눈을 본 그녀는 완벽하게 이성을 잃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떠한 단련도 되지 않은 상태. 그에 반하여 상대는 비록 실전경험이 부족하다고 해도 강호의 절기를 물려받은 소년...
결과는 당연했다.
"커억!!"
살짝 어깨를 움직이는 것을 본 그녀는 한순간 자신이 벽에 부딪친 것 같은 반탄력을 느껴 며 뒤로 퉁겨 나갔다. 아니 나가려 했다. 그녀의 가슴을 가볍게 내려친 현영의 다른 손이 그녀의 목 줄기를 잡을 때까지...
"크...내 딸년이 네..네놈을 좋아했건만!"
목이 부러질 정도의 강한 충격이 그녀를 엄습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자식이 죽었다는 것에 대한 원한으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노력이 가상했을까? 현영은 서서히 정신이 멀어져 가는 그녀의 귓가로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그래서? 그래서 어쩌라하고? 그녀의 마음가짐 따윈 관심 없어! 그때 내게 중요한 것은 과거 죽어 가는 내 마음의 한쪽 구석을 부셔버린 존재 중 하나가 바로 네년의 딸이라는 것 뿐이야. 뭐 그것 때문에 이런 일을 한 것은 아니지. 그때 힘있는 자들은 너희고 나는 힘있는 자. 지금은 그저 그것이 반대로 나타난 것 일뿐....
이런 이야기하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난 내가 원하는 목표를 위해서 죄를 지어야 했는데 막상 떠오르는 곳이 이곳밖에 없어서 말이야. 내가 견문이 좀 넓었으면 다른 곳이라도 골랐을 태지만 이곳처럼 속속 들여 잘 아는 곳은 없었어. 더군다나 이곳은 내 고향... 내 손속이 잔인해질수록 나의 죄질은 더욱 나쁠 테니 더욱 유리한 곳...이만하면 저승 가는 선물로 충분할 테지?"
서서히 죄어 가는 현영이 손아귀의 힘에 저승으로 떠나는 배를 타고 있던 그녀는 그가 한 말에 어이가 없었다. 단지 그 이유로? 단지 그 이유로 수많은 사람을 죽이다니! 노를 젖는 저승사자의 치렁치렁한 옷자락을 잡으며 외치고 싶었다. 저놈도 같이 가자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현영의 목숨은 아직 길게 남았던지 아니면 황천으로 가는 노자돈이 모자랐는지 그녀의 절규를 무시한 사공은 묵묵히 노를 저을 뿐이었다.
자신의 말을 다 듣지도 못하고 혀를 길게 내빼며 죽어간 여자는 분명 그보다 두 배는 더 무거웠을 태지만 현영은 마치 귀찮은 짐짝을 버리는 것처럼 가볍게 들어 한쪽 구석으로 던져버린 다음 품안에서 평범한... 하지만 그의 키에 비하면 거대할 검을 꺼내 들었다. 비록 그 검이 보통 대장간에서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검이라 해도 날카롭게 날이 선 모습은 죽음을 앞둔 이에게는 전설의 명검보다 더 무서운 법....
무표정으로 서서히 자신에게 다가서는 그를 보며 10남짓한 아이들과 그들을 보호할 몇 명의 여자들의 얼굴에는 처절한 죽음의 공포가 뒤덮여 갔다.
◆ "지금 이 글을 나보고 믿으라는 것인가!"
허리가 굽고 길게 수염이 난 노인이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보통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노여움이 가득 하여 신경질 적으로 내던진 문서에도 부복해 있던 사람들은 그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있는 곳은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된 건물의 한 공간. 단상 위의 노인 앞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부복해 있었다. 하지만 불같이 화를 내는 노인과는 달리 부복해 있는 이들은 겉으론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단 한명 만을 빼곤 모두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노인에게는 심히 괴로운 내용일 것이지만 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낭보였건 것이다.
부복해 있는 이들 중 다른 이들과 달리 그 씁쓸한 표정을 짖고 있는 그의 겉모습은 노인으로써 그의 위치와 화려한 의관을 보았을 때 범상치 않은 신분이라는 것을 짐작케 했다. 그는 잠시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호통치는 존재의 노성이 가라않기를 기다리다 조심스런 음성으로 고했다.
"폐하! 진정하시옵소서. 넓으신 은혜를 배 푼 폐하의 마음을 배반한 그의 행적은 그 글에 자세하게 나와 있사옵니다. 믿기 어려우실 것이지만... 그것은 진실이옵니다"
"허허허.. 내 그대들이 그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은 잘 알고 있소! 하지만 그는 이제 고작 15살이요. 더욱이 그 가냘픈 손으로 수십명의 사람을 죽이다니..."
빠져나갈 수 없는 증거가 고스란히 적혀있는 문서였지만 폐하. 즉 황제는 아직도 그 문서를 믿지 않고 있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가 죄를.. 그것도 부모를 살해하는 중죄를 지었으니.....
평소 다른 이들이, 자신의 자식들이 그에게 하는 행동을 익히 아는 그로써는 엄청난 죄를 지었다지만 용서해 주고 싶었다. 너무나 사랑하는 존재이기에.... 하지만 아무리 황제라고 하도 천륜을 어긴 존재를 아무렇지도 않게 용서해 줄 수는 없는 일! 일단 호시탐탐 지금과 같은 기회를 노린 눈앞의 대신들이 반대 할 것이며, 자신의 가족들이 반대 할 것이었다.
"죽은 시체에서 나온 독이 그의 몸에서도 나왔습니다. 그것은 강호에서 전문적으로 독을 쓰는 이의 진술을 받았기 때문에 틀림없이 사실이옵니다. 더욱이 그는 불이 난 장원에 접근한 근처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어린 소년, 소녀들을 무참하게 학살했으며 스스로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있사옵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옵니다. 그는 장원의 사람들에게 독을 살포하여 살아있는 상태에서 불에 타죽게 했사옵니다, 실로 인간이라 할 수 없는 잔혹한 죄인 것이옵니다, 십 수년동안 오랑캐의 자식임에도 불구하고 훌륭히 보살 펴 준 가족들을 죽인 그를 이대로 두어서는 아니 되옵니다,"
이제 그만 포기해라! 라고 돌려 말하는 노 대신의 말을 들으며 황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평소와 같으면 '천륜을 어긴 죄인의 목을 잘라 성밖에 효시 해라' 라면 끝이었을 테지만 지금 그 대상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라면 이야기가 틀려지는 것이다, 황제의 솔직한 심정으로는 부모를 죽였던 말던 이대로 무마했으면 좋으련만 눈앞의 대신들의 모습은 단단히 각오한 모습들.... 한숨밖에 나올 것이 없었다. 그때 부복해 있던 이들이 조용히 황제의 판결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과는 달리 유일하게 웃지 않은 노 대신이 다시 한번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폐하께서 그를 얼마나 생각하시는지 저희도 알고 있사옵니다. 하지만 그가 지은 죄는 가볍게 넘길 사항이 아니옵고 또한 그가 독을 사용한다는 것이 밝혀진 지금 폐하의 곁에 두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옵니다. 그렇다고 죄의 무게에 따라 처벌하는 것도 그리 좋지 않다고 신은 생각하옵니다. 어버이를 포함한 수많은 이들을 죽인 그는 능지처참해도 모자를 지경이옵니다만 수년간 폐하의 시름을 달래 준 존재...."
노 대신의 말이 이어지자 황제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혹시 그를 용서해 주자는 말이 아닐까? 반색하는 황제에 비하여 주위에 부복에 있던 이들은 노 대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황제의 남색을 극렬히 반대하는 인물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그런 그가 그를 옹호하는 의견을 내 놓다니.. 당황할 만도 했다.
"그에 따라 신은 그를 변경의 지역으로 유배를 보내는 것이 적당하다 생각하옵니다"
다행이 다음에 이어지는 그의 말에 살짝 일그러진 얼굴을 지었지만 그것이 지금으로써는 최선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인 황제와 일단 자신들이 원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잡혀가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짖는 대신들이었다. 황제야 그가 자신의 곁에서 떠난 것에 섭섭함을 느끼기야 하겠지만 그의 죄를 생각한다면 사형도 감지덕지 할 판... 노 대신이 많이 양보한 것을 아는 그로써는 지금의 의견에 만족해야 했다. 그가 살아날 수 있다면....
다른 대신들도 노 대신의 의견에 큰 반대가 없었다. 그들은 그의 목숨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닌 황제의 곁에서 그가 떠난 것으로 만족해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만약을 대비하여 제거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 있지만 그렇게까지 하여 황제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유의해야 했다. 눈앞의 이익을 위하다 황제가 자신들에게 악감정을 가지게 되면 그만큼 어리석은 행동도 없을 것이니까.... 아직 황제가 정정하고 공과 사를 알며 사리분별이 뚜렷하지만 황제는 황제였다.
".....경의 의견은 잘 들었네.. 그래 어디로 보내면 되겠는가?"
"마침 좋은 곳을 찾았사옵니다. 강호인들이 실력이나 신분에 의하여 처리하지 못할 이들을 가두는 곳.... 한번 들어가면 밖에서는 백만 대군을 동원해도 어쩔 수 없는... 바로 마곡(魔谷)이라는 곳이옵니다"
◆ "......일은 잘 되었는가 보군?"
사방이 석벽으로 둘러 싸여 있는 조그마한 공간... 그 공간을 가로지르는 강철의 쇠기둥 사이로 두 명의 인물이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한 명은 깨끗한 옷차림에 나이가 지긋한 노인... 바로 황제와의 알현을 끝낸, 모든 사람들이 회심의 미소를 지을 때 오로지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있던 노 대신이었다. 그와 마주보는, 쇠기둥 너머에 있는 존재는 소년으로 허름한 옷차림에 여기저기 고문을 받은 상처가 이곳저곳에 드러나 있는 모습.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의 미모를 없애지 못하였는지 초췌한 얼굴에 요염함이 사라진 대신 청순함이 그 자리를 대신 하였다. 남자인 줄 알지만 여자를 능가하는, 아름답다 기 보다 요사스럽다 는 표현이 어울리는 외모, 수년동안 황제의 사랑을 받아온 존재.
"....난 네놈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지금 그대로 있었으면 폐하의 은총을 얻어 권력의 핵심이 될 수 도 있을 텐데...."
"그거야말로 네놈들이 반대하는 것일 텐데..."
"누가 찬성한다는 것이야! 그럴 수도 있다는 가정에서의 이야기일 뿐이다!"
둘은 누가 보아도 나이 차가 많이 났지만 반말을 하는 소년이나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노인이나 그것에 대해서는 일체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찌 보면 사이좋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노인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억양의 끝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으니 빈말이레도 사 이 좋다는 말은 사용할 수 없었다.
"....나도 바보가 아니야!"
"............"
"언젠가 그 노인네가 나를 버릴 때 내가 죽는 날이 될 테지."
"으드드득"
소년의 입에서 노인네라는 단어가 나오자 노 대신은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그가 노인네라 칭한 존재는 바로 그 자신이 모시는 황제폐하... 만인의 주인이신 황제를 노인네로 표연 하는 눈앞의 존재에게 당장 경을 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쓸 때없이 건들어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는 존재였기 때문에 이를 갈며 참아야했다. 더욱이 조금 있으면 이승의 지옥이라는 곳으로 끌려가지 않던가! 마지막 죽어 가는 사람 용서한다는 심정으로 노 대신은 자신의 화를 가라앉혔다.
그렇다.
노 대신과 대면하고 있는 이는 바로 자신의 부모와 수십 명의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인 현영 이었던 것이다.
"흥! 뭐 이제 지옥에 갈 놈에게 다른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이제 네놈이 원하는 대로 되었으니 해독약을 내 놓아라!"
한참을 노려보던 노인은 찜찜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원하는 것이라니? 그럼 마곡에 유배를 시켜야 한다는 소리는 노 대신이 아닌 현영의 의견이었단 말인가? 그에 대한 진실은 노 대신의 말에 대답하는 현영의 말에서 찾을 수 있었다.
"강직하기로 소문난 당신도 목숨 값 앞에서는 보통 사람과 다를 바가 없군. 뭐 그렇게 화를 내지 말라고, 당신도 눈에 가시 같은 나를 쫓아 낼 수 있으니 좋은 이야기이고 나도 이곳을 확실하게 벗어날 수 있으니 서로에게 좋은 이야기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왜 독을 쓴 것인가? 서로에게 좋은 이야기라면 나에게, 아니 우리가족에게 독을 쓸 필요가 있단 말인가?"
"그럼 당신은 나의 말을 밑을 수 있었다는 말인가 보군"
현영의 말에 노 대신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스스로 반문 해보았지만 그의 말이 옳았다.
"그럼 질문을 바꾸지 왜 마곡이지? 이곳을 떠난다고 해도 네가 갈곳은 많을 텐데.... 네가 황제폐하께 말했다면 이곳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호화로운 곳에 거처를 두었지 않은가?"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부르거나 찾아오겠지?"
손을 들어 자신의 말은 끊은 현영의 말에 노 대신은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의 힘이 미치지 않은 곳은 마곡뿐이야! 한번 들어간 자는 죽어서 혼백도 나올 수 없다는 그곳...."
"그럼 그곳에서 한 평생 있을 생각인가?"
"글세..."
대답대신 상큼한 미소를 짖는 그를 보며 노 대신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현영에게 협박을 당할 때 마곡에 대하여 대충 들은 정보가 있었다. 들어간 자는 그 누가 되어도 살아나 올 수 없는 곳,... 하지만..
'왠지 네놈은 그곳에서 힘을 키우다 기어 나올 것 같군...지금 이대로 죽이는 것이 낳지 않을까?'
불길한 기분이 드는 그는 이곳에서 한시라도 빨리 도망치고 싶었다, 그의 마음을 알았을까? 유리가 부딪치는 맑은 소리에 자신만의 생각에서 빠져나와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은 그의 발 바로 밑... 작은 유리병이 빙글 빙글 돌고 이었다, "..이것은?"
"네가 그토록 원하는 해독약"
현영의 말에 노 대신은 떨리는 손으로 그 병을 잡았다. 그동안 자신이, 아니 가족이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던가? 밤마다 찾아오는, 내장이 끊어질 것 같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손녀를 보며 피눈물을 흘린 그였다. 물론 비밀리에 황실에 문의해 보거나 강호에 독을 쓰는 사람들을 수소문하기도 해 보았다. 하지만 만독문의 독이 그리 쉽게 해독될 리 만무...그는 현영에게 절대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 있으면.....
"이제 우리들 사이의 관계는 이것으로 끝이지. 그럼 안녕히"
현영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지 노 대신은 대꾸도 하지 않고 허겁지겁 감옥을 나서는 유일한 통로인 계단을 내리달렸다, 자신의 손에 쥐어진 해독약을 소중히 안고......
그 모습을 잠시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현영은 조그맣게 나 있는 창에 비친 달빛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그의 나이 이제 15살... 손주를 위하여, 가족을 위하여 자신 같은 존재에게도 기꺼이 고개를 숙이는 노 대신을 생각하자. 조금... 아주 조금 부러운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현영은 그 달빛에 손을 뻗었다. 마치 달을 잡겠다는 생각을 하는 아이처럼.
"나의 길이 이모양인 것을 어쩐단 말인가. 나는 내 길을 가야지.. 비록 삐뚤어지고 구겨진 길이지만... 일단 한 걸음을 내딛었으니 끝까지 가야한다. 쓰러진다 해도 가는데 까지 가고 쓰러져야한다. 날 사람으로 대접해준 그에게... 날 인간으로 만들어준 그에게... 다시 만날 그에게 패배자의 모습으로 보여지기는 싫으니까."
그의 소년 시절.. 끝...
아시는 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마지막 구절은 그의 어린 시절의 마지막 구절과 같은 내용입니다.
외전 쓰기도 힘드네요^^ 일단 진의 과거 이야기는 모두 본문보다는 외전으로 조각조각 잘라 올릴 예정입니다, 하지만 올려야 할 외전을 계산해보면 책 한 권도 넘을 것 같아요^^ 제일 분량이 많은 나기 이전의 진의 이야기는 그의 어린 시절과 지금 그의 소년 시절 두편이 올라갔지만 정작 대부분을 차지하는 강호행은 손도 못 대고 있으니...정 안되면 본 내용 다 끝내고 외전으로 연재를 생각 중....(본문이나 끝내라...)
외전을 읽지 않으신 분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제 소설은 외전이 중요합니다. 진의 과거나 그 밖의 인물들의 관계를 완벽하게 알 수 있는 길은 외전 뿐입니다, 물론 본문에도 나올 것이지만 외전처럼 세세한 내용이 나올 리가 없거군요^^ 그럼....
문제 있음 리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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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젼? 쓸모없는 구덩이 "말도 안 돼!!"
진을 바라보며 싱글거리는 에레나의 얼굴을 단번에 구겨지게 만든 네리아의 고함소리에 일행의 시선은 모두 그녀에게 모여들었다. 그 목소리는 단순한 경악의 차원을 넘어 강한 불신감을 들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 지 모르는지 소동의 원인인 네리아는 여전히 불신의 눈빛으로 에레나의 얼굴을 바라 볼 뿐이다.
"뭐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지?"
"너같이 어린 아이가 금서를 알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거기다 해석을 할 수 있다고!"
"당연하지!"
도저히 있을 수 없다는 소리였지만 질문을 받는 에레나의 태도는 자신만만했다.
"무슨 일이지요?"
에레나가 진에게 다가갈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급하게 달려온 세이시나는 예상(?)과는 달리 무신경한 모습으로 담배를 피고 있는 진과 예상 밖으로 분노에 떠는 엉뚱한 네리아의 모습에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끼며 물었다. 물론 그것은 형식상의 질문이었고 그녀자신도 자신의 질문에 대답이 돌아올 것을 예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외는 항상 있는 법.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대답은 돌아왔다, 그것도 가장 예상 밖의 인물에게서...
"프라이드에 상처를 입은 것이지"
"...무슨?"
무심한 표정으로 담배 끝에 매달려 있는 재를 터는 진의 모습을 바라보는 세이시나는 얼굴 가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예상 밖인 진의 대답도 대답이지만 그 뜻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이 그녀의 의문에 대한 대답은 분노 가득한 네리아의 폭언에서 들을 수 있었다.
"고작 13살로 밖에 보이지 않은 네가 금서를 해석할 수 있다고? 웃기는 소리하지마! 이것을 해석하기 위하여 우리가 얼마나 많은 금전과 시간을 들였는지 알아? 스스로 천재라고 불린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평생에 걸쳐 이룩한 것! 그런 위대한 업적을 고작 자신을 포장하고 싶어하는 어리석은 존재의 입에 담을 수 있을 것이 아니야!"
소리치는 네리아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분했다.
그녀는 당당하게 말하는 눈앞의 소녀가 미치도록 미웠던 것이다. 그녀가 금서를 해독하는 능력을 얻기 위하여 얼마나 노력을 했던가..... 스스로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고아출신인 그녀는 자신이라는 존재를 자각하기 전부터 사르라에 존재하였다. 즉 그녀의 삶은 사르라에서 시작하였으며 지금도 그곳에 몸을 담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녀는 그곳에서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사르라는 철저한 계급의 조직, 가장 말단 출신인 그녀가 상위로 가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능력이 있어야 했고 그중 하나가 그녀가 그토록 바라는 능력, 바로 금서의 해독이었다. 말단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평생을 사르라에 몸담고 있었던 그녀조차 자신이 속한 집단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모르고 있는 상황. 그렇지만 그 광대한 집단에서도 금서를 해독할 수 있는 이는 극소수. 그녀가 알고 있기로 고작 50명을 넘지 않았다.
그녀가 상위로 가고 싶어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비록 그녀가 사르라 라고 하는 조직에 평생을 몸담고 있어 조직에선 어느 정도 신임을 받고 있지만 그녀의 계급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지금처럼 해독할 수 있는 이가 있는 곳으로 금서를 가져가 주는 것뿐.... 다른 이들은 자신들의 일에 그럭저럭 적응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달랐다. 평생을 사르라에 몸담고 있어서일까? 그녀는 누구보다 더 앎에 목말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 조각의 자식이라도 더 알고 싶어했다.
그러기 이해서 노력도 했다, 금서의 해독능력을 얻기 이하여 죽을 각오로 공부도 해 보았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포기 할 수밖에 없었다.
금서의 해독이라는 것은 독학으로 깨우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반드시 해독을 할 수 있는 이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 하지만 상위의 존재들은 자신들이 가진 지식을 움켜쥐고 다른 이에게 베풀 마음이 없었으며 자신보다 하위의 존재들이 지식을 얻는 것도 그리 바라지 않았다. 초창기 오로지 지식만을 추구한 순진하기까지 한 그때의 마음은 이미 흔적조차 없어진지 오래... 남아있는 것이라곤 힘과 권력만을 추구하는 욕망덩이라 뿐이리라....
좌절....
더렵혀진 이상의 끝에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 상위 존재들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그들이 남기고 간 지식의 잔해를 긁어모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곳으로 도망도 치고 싶었지만 사르라를 벗어나면 그 찌꺼기 같은 지식도 전혀 없는 불모의 지대.... 암담한 현실에 고개를 숙이는 것 밖에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을 없었던 것이다. 그녀가 진의 곁에서 잠시 머물고 싶었던 것도 조그마한 파편의 지식을 얻을 수 있으리란 흥분에서였다.
그런 그녀에게 눈앞의 소녀는 자신 있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능력을.... 그러니 그녀는 믿을 수 없었다. 아니 그녀의 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짓이리라....
하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흥! 내가 누군 줄 알고 그런 소리를 해?"
자존심이 상한 듯 붉어진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네리아에게 양 허리에 손을 얹은 에레나는 코웃음을 쳤다. 그런 그녀는 비록 뒤집어 진 마차의 영향으로 지저분하였지만 예쁘장한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하지만 밉게 보이면 뭐든지 미워 보이는 법! 네리아는 들고 있던 금서를 그녀에게 던졌다.
"그래? 그럼 얼마나 잘랐는지 한 번 보여주시지!"
비아냥거리는 네리아의 얼굴을 짜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다 에레나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자신의 주인의 안전을 위하여 다가온 기사들 중 가장 앞장 선 키이를 손짓으로 불렀다.
"이 책에다 마나를 부어 줘!"
"예?"
갑작스런 에레나의 부탁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던 키이는 서슬 퍼런 그녀의 눈빛에 식은땀을 흘리며 금서를 폈다. 그러자 진이 보았던, 책이라고 할 수 없는 수많은 금속판들의 집합체가 모습을 들어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에 모여있다는 것을 느낀 그녀는 붉어진 얼굴로 잠시 아무것도 쓰여지지 않은 금속판을 바라보다 에레나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하여 가슴 가득 숨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자..잠깐!!"
네리아의 고함소리에 모여든 일행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짖고 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소리친 이가 있었으니...그녀는 바로 세이시나였다.
"뭔가? 설마 금서를 열어보는 행동을 멈추라는 것인가?"
평소 그녀의 행동을 생각했을 때 가장 적절한 질문인 진의 말에 예상 밖으로 세이시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됐어! 어차피 저자는 금서의 소유에 무세아 교단의 성기사를 공격한 이. 금서를 개봉한 것 가지고 뭐라 할 이유는 없지"
잠시 자신의 잠재적인 적. 네리아를 째려본 세이시나는 그녀에게 두었던 시선을 에레나에게 향했다.
"뭐..뭐야?"
갑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세이시나의 눈빛에 에레나의 얼굴에는 곤욕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살짝 들려진 옷차림에서 세이시나, 그녀의 신분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금서를 개봉하는 것이 중대한 죄이었지만 에레나, 그녀의 뒤는 든든하기 때문에 교단으로 끌려가 고문을 받다 강제로 자진(?)하는 형별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더욱이 눈앞의 여자가 어떤 교단에 속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자신의 왕국에서 매달 헌금이라는 명쾌한 수단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각 교단이 자신들의 목줄을 죄는 어리석은 짖을 할 리 없을 테니까....
라는 것은 그녀 자신의 신분이 드러난 상태의 이야기. 지금은 자신의 신분을 속인 상태. 당당하게 금서를 소유하고 있는 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자신이 금서를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큰 문제가 아니라 예상했는데....설마 교단의 고위 사제가 있을 줄이야....
"당신은 누군지?"
비록 손가락으로 가리키지는 않았지만 당신이라는 것은 바로 에레나를 칭한 것이리라.... 갑작스런 세이시나의 추궁에 약간의 식은땀을 흘린 에레나는 그녀 외에도 자신을 의심 적은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늘어나자 손사래를 쳤다.
"무...무슨 말이야? 나..난 아까 소개 했는.."
"평범한 상인의 딸이 금서를 해독할 수 있다고?"
당황한 나머지 두 손을 흔들며 과장된 행동을 하던 에레나는 세이시나의 날카로운 질문에 한순간 자신의 명석한 머리가 원망스러웠다. 교단의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자라면 의심할 수 있는 내용... 처음 자작이 납치해오라는 이들이 평민이라는 소리에 그녀 자신도 착각을 한 것이었다. 무지한 평민이라고... 그녀의 말처럼 금서를 평범한 상인의 딸이 알고 있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마차에 부딪치면서 한순간 바보가 되었나봐..'
한순간 진에게 반한 그녀의 어이없는 실수였다. 그녀는 이미 자작이 꿍꿍이를 들어낸 상황에서, 왕국이 내전에 빠져드는 상황에서 그녀가 있을 곳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왕 이렇게 된 바에야 마음에 드는 눈앞의 일행에게 빌붙을 생각인 것이었다, 그에 따라 자신의 능력을 부여주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생각이었는데....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세이시나의 추궁에 에레나가 대답을 하지 못하자 이상한 분위기를 느낀 루미나와 키네라는 만약을 대비하여 품속에서 무기를 꺼내 들며 서서히 진이 앉아 있는 곳으로 다가섰다. 무표정한 키네라는 그렇다고 해도 평소 무사태평한 모습의 루미나도 지금은 딱딱하게 굳은 모습, 어수룩한 모습이라 해도 그녀들은 군인인 것이다. 자신들의 임무는 진, 바로 사령관을 보호하는 것으로 굳게 믿고 있는 둘은 가상의 적이라 예상되는 에레나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무심한 표정으로 주위를 바라보도 있던 세르피와 아르 또한 혹시나 있을 싸움에 말려드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조금씩 뒤로 물러섰다.
그럭저럭 느긋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던 모임이 한순간 차갑게 냉각된 것이다. 그에 따라 키이와 다른 호의기사들도 그 분위기를 느끼며 에레나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잠시의 침묵....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침묵을 깨고 처음 입을 연 이는 주위의 반응에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던 진이었다.
"그녀가 상인의 딸이 아니라는 증거는?"
".........물론 상인의 딸이 금서를 알고 있을 가능성은 있지. 여려가지 물건을 취급하고 상당히 많은 정보를 취급하니까. 혹시 직접 금서를 발견할 수 도 있어. 골동품으로 취급하는 금서들도 심심지 않게 발견되고 있으니. 하지만 금서의 해독이라면 이야기가 틀려. 금서의 내용을 알 수 있는 집단은 이 세상에 단 3곳!. 하나가 바로 가장 많은 금서를 가지고 지식을 축척하고 있는 사르라... 그리고 그런 그들을 막아 세상을 구하고 있는 각 교단"
"무슨 헛소리를!!"
세이시나의 설명에 자신들을 부정하는 소리가 나오자 네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발끈했다. 하지만 그 뒤를 따르는 진의 차가운 눈빛에 더 이상의 반응은 일으킬 수 없었다. 아직 그녀의 기억 속에는 식인의 행위를 한 진의 공포가 강하게 박혀있었으니.... 네리아가 진의 말에 순순히 물러나자 세이시나는 끊어진 이야기를 이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 이야기가 이어진 것은 고맙지만 그 존재가 진 이어서일까? 세이시나의 반응도 그리 좋지 않았다.
"진실은 하나! 바로 신의 말씀이지! 신이야말로 정의요 진실이다, 따라서 신이 금하신 금서를 만지작거리는 네놈.."
"그만.. 논쟁은 나중에 하도록..다시 그 이야기나 계속 해 보지"
손을 들어 이어지는 세이시나의 말을 막은 진은 세이시나에게 다음 이야기를 재촉했다. 자신의 말을 신중한 표정으로 들어주는 진의 모습에 조금 마음이 풀렸을까? 세이시나는 잠시 네리아를 바라보며 코웃음을 치곤 일행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크... 눈이옵니다, 젠장...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눈오는 것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는.... 차라리 비나 오지....
오늘 5편을 올려야....따라잡나요? 쿨럭....게으름의 인과응보 이 도다...
그럼 어제에 이어 3시간 단위 연참! 계속합니다.
문제 있음 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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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젼? 쓸모없는 구덩이 "마지막으로 사르라 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자료를 가지고 교단의 힘에서도 자유로운 존재... 바로 각 왕국에 속한 이들이지"
세이시나의 말을 끝으로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에레나의 얼굴을 향했다. 그에 더 이상 자신의 정체를 숨길 수 없게 된 에레나는 나직이 한숨을 쉬며 지저분해진 드레스의 양끝을 잡고 사람들에게 예를 차렸다. 물론 그 모습에 키이 등의 호위기사들은 그녀의 행동을 말렸지만 조용히 고개를 흔드는 에레나의 모습에 이미 밝혀진 진실.... 한숨을 쉬며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지위에 맞는 정식인사.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전 에네나 번 파이스. 파이스 왕국의 공주의 신분에 위치한 존재입니다,"
말괄량이 같은 좀 전의 모습이 사라지고 대신 우아한 모습으로 일행에게 인사를 하는 에레나의 심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녀가 자신의 신분을 들어내면 사람들이 어떻게 대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의 다정함은 사라지고 자신의 신분에 머리를 조아리기 바쁘거나. 혹은 공주의 신분으로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했는지 지나치게 거리를 두는 것이 일반적.... 자신이 고개를 들면 드러날 일행의 조금 전과 다른 반응을 생각하며 에레나는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이제 이 일행도 자신에게 거리를 두겠지. 은근히 마음에 들어 하는 진이 자신과 거리를 둔다는 사실에 은근히 가슴이 조여왔다. 하지만..
멀뚱 멀뚱....
그녀를 바라보는 일행들의 눈에는 처음과 다름이 없었다. 아니 고작 그것 가지고 신분을 숨겼냐는 책망까지 들어 있을 지경이었다. 그런 주위의 반응을 난생 처음 겪어본 에레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 그래! 파이스 왕국에 천재로 소문난 공주가 있었다는 소문을 들었어! 무능한 오빠와 대비되어 한동안 재미있는 소문이 돌았었지?"
주먹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치는 세이시나는 자신이 내뱉은 말의 당사자가 옆에 있다는 것을 무시하고 파이스 왕국의 치부를 꺼내들기까지 했다. 그에 키이 등의 호위기사들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지만 정작 에레나는 그저 고개를 흔드는 것으로 끈을 맺었다. 세이시나가 꺼낸 이야기는 그녀의 등뒤에서 수도 없이 떠돌았던, 이미 아물었다고 생각하지만 희미한 그림자는 남아있는 과거의 기억....
오리의 무리에서 우아한 백조가 나오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 당연한 것이 인간사. 그것이 인간 세상의 추악함을 모두 모아놓았다는 평을 듣는 왕실이라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그녀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 천재성이 드러나자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정통 왕실의 씨가 아니라고.... 하긴 소심함의 지존인 국왕과 어리석음의 끝을 달리는 왕자, 그리고 보석만이 나의 삶의 의미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허영의 왕비를 보았을 때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모를 소문은 굉장한 설득력을 얻었고 결국 신전에서 파견한 신관이 신성력으로 조사하고 선언할 때 까기 감수성 예민한 나이의 에레나를 지독히도 괴롭혀왔던 이야기....
그러나 에레나는 치부를 꺼내들은 세이시나가 원망스럽지 않았다. 아니 내용과는 상관없이 그녀의 어투에서는 자신의 공주라는 신분 따위는 들어 있지 않아 그것이 고마울 뿐이었다. 아! 이 일행은 상대방의 지위가 아닌 사람 그 자체를 보고 있구나 라고.... 물론 그녀의 착각이었지만...
사족으로 그녀의 공주라는 신분에 일행들이 놀라지 않은 이유는 그녀의 생각처럼 일행들이 세속적인 예를 차리지 않을 정도로 해탈해서가 아닌 자신들의 지휘가 그녀를 능가한다는 자부심에서였다. 예로 만 단위의 공격함 들을 거느린 진과 세르피. 아르는 당연하니 넘어가고 나머지 일행 중 루미나의 경우 아돈족 수장의 딸, 키네라 또한 아돈족의 고위 신분의 혈족이었다. 비록 그들이 지구와 합쳐져 예전의 그 힘은 사라졌지만 지금도 그들의 힘은 하위에 있는 자유종족쯤은 가뿐하게 능가하는 힘을 가졌다. 세력, 지위, 힘, 수명, 돈까지!! 모든 것에 우월한 그들이 자유종족도 아니고 혹성 국가도 아닌 고작 작은 땅덩이의 공주라는 신분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던 것이다. 뭐 세이시나야 교단의 성녀라는 막강 파워를 가지고 있으니 두말하면 잔소리.. 하지만 이 일행에도 그녀의 신분에 경악한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조금 전까지 에레나에게 반말을 내뱉은 네리아였다(은근히 불쌍하네...)
"죄...죄송합니다, 공주전하....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눈앞의 존재에게 완전한 패배... 고개 숙인 네리아는 참혹한 현실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누구는 고아로 자라나 아등바등 더 높은 자리에 올라서기 위하여 노력하다 현실의 참혹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데 누구는 좋은 부모 만나 공주라는 신분에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금서의 해독능력을 가지고 살아가는 눈앞의 소녀.... 자신의 모든 것이 무너지는 참담함을 느끼는 그녀였다.
몸만이 아닌 마음까지 무릎을 꿇은 그녀의 모습은 예를 차린 다기 보다 승부에서 진 패자의 모습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잠시 말없이 바라보던 루미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하지만 결코 녹녹치 않은 위치에 있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보인 세이시나에게도 당당한 존재가 갑자기 공주라 자신의 이름을 밝힌 이에게 고개를 숙인다? 이미 무기를 회수한 그녀가 팔짱을 끼며 고민하는 모습에 세이시나가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해 주었다.
"사르라는 교단과는 적대적이지만 각 국의 왕실과는 어느 정도 끈이 이어져 있지요. 물론 교단에서도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두 집단의 공통점은 막대한 돈을 원한다는 것이니 섣부르게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그 돈을 대줄 수 있는 곳은 바로 각 제국과 왕국이니 저자세로 나가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왠지 씁쓸한 표정을 짖는 세이시나의 말에 루미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지금은 군인의 신분이지만 그녀의 종족은 상업을 업으로 살아온 떠돌이 종족..... 돈 없는 서러움과 가치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네 신분 따위는 관심이 없으니 쓸 때 없는 이야기는 그만 하고 이제 슬슬 그 금서라는 것을 개봉했으면 좋겠는데?"
재미없는 신파극에 지루함을 느꼈는지 고개 숙여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네리아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는 에레나 사이에 진이 끼어 들었다. 더 이상 따분한 이야기로 시간을 끌기는 싫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참! 내 정신 좀 봐!"
어색해진 분위기를 띄우려는 듯 과장된 모습으로 박수를 친 에레나는 아직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 듯 멀뚱멀뚱 주위를 바라보고만 있는 둔한 자신의 호위기사인 키이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해 줘!"
"예?..아! 예!"
에레나의 모습에 고개를 숙인 키이는 조금전과 마찬가지로 숨을 들이쉬며 서서히 검에 마나를 불어넣는 방식으로 천천히 금서를 잡은 손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먼저 그녀의 손이 맑은 청색을 띄며 밝은 태양의 빛에도 지지 않은 빛을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그리 신기하지 않을 네리아와 에레나, 그리고 세이시나, 그 밖의 호위기사들과는 달리 루미나와 세르피 아르는 신기한 장난감을 바라보는 아이들과 같이 어딘가 모르게 상기된 표정을 하였다.
하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진과 키네라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그 모습을 관찰. 기록하느라 호기심을 들어낼 시간도 없었다. 이들 몸 속에 있는 나노머신들은 다목적으로, 의료와 신체능력 활성화. 진이 가끔 사용하는 적외선, 자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변환 등의 기타 특수 능력 외에도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시야가 닫는 곳의 모든 변화에 대한 기록이나 간단한 검사기능도 가졌기 때문이다. 가진 능력을 쓰지 않는다면 그것만큼 물건을 만든 사람을 무시하는 일도 없는 법! 물론 그것이 주어진 자료를 판단하는 능력은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진과 키네라는 기지로 돌아가 분석하기 위하여 자료수집에만 열을 올려야 하는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한창 시선이 닫는 것을 녹화하고 있던 진은 자신과 같이 진지한 표정으로 눈앞의 광경을 기록하고 있는 키네라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키네라는 정식명령을 받은 것도 아니었지만 자신이 해야할 일을 찾는 착한 군인이었던 것이다. 누구와는 전혀 딴판으로....
"부웅....."
한동안 마나의 주입으로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잠시 후 금서에 스며들면서 금서를 이루고 있는 금속판에는 기묘한 부르짖음이 발생하였다. 마치 곤충의 날개소리와 비슷한 소리에 지켜보고 있던 일행들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사이 키이가 들고 있던 금서의 수백 장으로 이루어진 금속판이 태풍을 만난 듯 재빠르게 펄럭였다. 흔히 볼 수 없는 미인들의 시선을 받으며 바람도 없이 스스로 의지를 가진 것처럼 한동안 펄럭이던 금속판들은 이윽고 원하는 장을 찾았는지 관성이 제어된 것처럼 한순간 정지했다.
그리곤...
"빛의 방사점은? 에너지원은? 출력조절은? 아!! 뭐야!!"
열심히 기록하고 있는 키네라는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괴롭다는 듯이 흔들었다. 갑작스런 그녀의 모습에 금서에서 일어난 반응에 쏠려있던 시선이 모여들었지만 키네라는 그 시선에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지식에 반하는 지금의 광경에 신경질을 부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평소 얼음덩이 같이 냉철하고 차분한 모습 따위는 사라지고 단지 자신의 상식에 반하는 상황에 고통스러워(?) 하는 소녀만이 있을 뿐이었다. 물론 그런 그녀의 행동을 이해하는 이도 있었다. 단 한 명 진...
나직이 한숨을 쉬는 그의 눈앞에 모습을 들어내고 있는 것은 빛의 구.... 그것이 모습을 들어낸 곳은 바로 펄럭임을 멈춘 금서였던 것이다. 더욱이 그 구체는 단순한 빛의 집합체가 아닌 수많은 기호와 수시로 바뀌는 색으로 뒤덮여진 입체영상..... 하지만 그 어디에도 입체영상을 제공하는 장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책의 한 페이지에서 빛의 구체가 둥실하고 떠오른 것이다. 그 모습을 관찰하고 있는 키네라와 진의 나노머신들은 그 어떠한 반응도 찾지 못한 상태.
아직 진을 제외한 일행은 직접적으로 마법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었으니 일행 중 가장 전문적인 지식이 풍부한 키네라에게는 지금의 광경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근본을 무너뜨리는 광경이었던 것이다. 진은 나직이 혀를 찾다.
금서의 반응에 주위의 사람들이 경악을 하던 말던 에레나는 키이의 마나로 생성된 금서의 페이지를 정신을 집중하며 재빠르게 관찰했다. 금서의 해독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지식이라는 존재가 고대 어와 빛의 구체의 표면을 흐르는 색의 변화의 조합에서였다, 즉 구체에 나타난 문자뿐만 아니라 형형색색을 모습을 들어내는 색 또한 뜻을 전달하는 일종의 문자였던 것이다. 한 부분만 빼먹어도 포기해야만 하는 고도의 작업.
때문에 네리아가 금서의 해독이라는 능력을 독학으로 공부하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색의 변화라는 것이 너무나 추상적인지라 독학으로는 그것의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그녀를 좌절하게 한 것이리라... 그런 그녀에 비하여 에레나의 경우 나이에 걸맞지 않은 능력을 가진 것은 생각만 있다면 바로 수많은 금서의 내용을 공부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 그녀가 똑똑함이라는 두 번째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한목 했지만...
다른 사림이 보기에 그저 어지러운 색 변화와 혼자 둥실둥실 떠다니는 문자 비슷한 존재뿐인 구체를 한참 바라보던 에레나의 손길이 돌연 허공의 빛의 구를 만지자 키이가 쥐고있는 금서의 금속판이 몇 장이 천천히 넘어가며 허공의 빛의 구도 그와 함께 조금전과 다른 영상을 비추었다. 즉 금속판 하나 하나에 이런 식으로 지식이 저장된 것이다, ".............이건..."
한참을 원형의 입체영상을 바라보고만 있는 그녀의 모습에 주위에 있는 이들이 슬슬 지겨움을 나타낼 때 에레나의 입에서는 나지막한 감탄서가 흘러나왔다.
"........... 굉장..."
".......놀랍군"
".....에레나 공주전하! 도대체 이 금서에는 뭐가 들어있기에 그렇게 감탄사를 하는지 좀 설명 좀 해 주시지요?"
계속된 에레나의 감탄에 일행을 대표하여 세이시나가 넋을 잃고 빛의 구만을 바라보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혔다.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 그녀의 모습은 어느 정도 금서를 알고 있는 네리아나 세이시나에게는 예상 밖의 모습에서였다.
솔직히 금서라는 무언가 있을 것 같은 근사한 이름이 붙어 있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자식이 모두 중요한 것은 아니다. 수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매달려 해독한 금서가 고대의 요리 책이었다는 황당한 일도 있었던 만큼 교단이 나설 만큼 중요한 금서는 그야말로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만큼밖에 되지 않았다. 금서란 물건이 대체로 흔한 물건이 아닐 수밖에 없으며 대부분 그 물건이 금서인지도 모르고 설사 알았다고 하더라도 해독할 사람은 극소수... 해독을 해도 그 지식이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식인 경우는 극히 드물었으니 금서를 바라보는 에레나의 감탄사는 적절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책의 형태를 가진 것 중 이제까지 금지된 물건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지식이 들어있던 경우가 거의 없어 어느 정도 금서에 대하여 알고 있는 세이시나와 네리아는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은 상태. 더욱이 아무리 천재소녀로 이름을 날린 이라 해도 단기간에 금서를 해독하는 것은 불가능.... 그저 금서의 개봉장면에 만족했던 둘이었다 그러니 금서를 읽어 내려가는 에레나의 얼굴이 차츰 굳어지는 것과 동시에 내뱉은 감탄서는 궁금증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도대체 무엇을 보았단 말인가? 세이시나의 부름에 서서히 시선을 때는 그녀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인터넷이 조금 불안하네요^^ 끊어졌다 연결됐다.
따라잡으려면 앞으로 3편 남았나? 계...계산이..
밖에 눈이 오고있나? ...내일 시골 내려가야 하는데.....
다시 3시간 뒤.....
문제 있음 리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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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젼? 쓸모없는 구덩이 ".....네리아라고 했던가?"
"...예"
난데없이 이름을 물어보는 에레나에게 네리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끄덕였다..
"혹시 이 금서를 개봉한 사람이 있었어?"
"그럴 리는 없지. 솔직히 금서라고 하지만 책의 형태를 지닌 것은 그리 중요취급을 하지 않으니까. 심지어 교단에서도 책으로 된 금서라고 하면 신고를 받아도 늑장대응 하거나 어물쩍 넘어가기 일수이지. 마을에서의 무세아 교단 성기사들도 네가 가지고 있는 금서가 책의 형태라는 것을 알았으니 그 정도 숫자를 보냈지 만약 진짜 금서라 불리는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면 만 단위의 성기사들과 그들의 상위 존재들이 동원되었겠지"
대신 대답해 주는 세이시나의 말에 네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사르라 라는 집단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질 물건이 금서인데 말단인 그녀가 혼자 움직이게 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답은 뻔했다. 네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에레나는 나직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불쌍하군.. 정말 중요한 금서를 이렇게 다루다니...."
그녀의 말에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짖고 있는 네리아에게 금서를 넘긴 에레나는 자신을 유심히 쳐다보는 일행을 바라보다 나직이 내뱉었다.
"이건 이제까지의 금서가 가지고 있는 특정분야의 지식 같은 것이 아니야.."
"예?"
"무슨..."
금서의 본질이 금지되건 금지되지 않았건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그것을 부정하다니...아직 자신의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이들을 바라보며 그녀는 말을 해야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에레나는 입을 열었다.
"이 금서가 가지고 있는 것은 머릿글과 함께 단순한 그림의 조합......우리들은 흔히 지도라도 부르는 물건이지!"
"............."
"............."
"이건 단순한 지도야. 다만 보통 지도와는 달리 알 수는 없지만 수없이 많은 무언가의 위치가 적혀 있다는 것 이 다를 뿐"
지도?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없어 궁금증 가득 안고 있는 다른 일행에 비하여 에레나의 설명에 그 단어가 가지는 가치를 짐작한 네리아와 세이시나는 말을 잊었다.
지도...
이제까지 수많은 금서를 발굴. 출토했지만 지도라는 것이 존재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물론 지도라는 것은 단순하기 그지없는 것이지만 그것이 금서라는 이름이 붙은 물건에서 나왔다면 이야기는 상당히 들려지는 법! 혹시.......?
지도가 대지에 숨어 있는 금서나 고대유적이 있는 곳을 표시한 것이라면?
창백하게 물든 세이시나와 상기된 표정을 짖고 있는 둘을 바라보며 에레나는 그녀들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을 현실로 만들어 주었다.
"예상으로는 바로 고대의 유적들의 위치와 던젼 등으로 숨겨놓은 금서.....들의 위치겠지?"
사정을 모르는 일행들과 달리 네리아와 세이시나는 그녀의 마지막 말에 충격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지금 네리아가 가지고 있는 금서의 가치라는 것은 전 대륙에 전쟁의 불씨를 지르고도 남을 물건인 것이다. 아마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최소 수십만의 사상자가 나는 거대한 전쟁이 일어나리라..
에레나의 마지막 발언에 물건의 가치를 알게 된 세이시나의 얼굴에 탐욕이 물들었다. 저것만 있으면 이제까지 금서를 찾아 폐기하기 위하여 교단이 매년 막대한 금액을 쏟아 부을 필요가 사라진다. 더욱이 자신의 손으로..... 만약 그렇게 되면 그녀는 교단의 얼굴 마담 격인 성녀가 아닌 실세중의 실세. 교단의 최고위치. 바로 교황의 자리에도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던 것이다. 수천만의 교도를 거느리는 지상 최고의 자리에....
그런 모습은 네리아라도 해도 별 차이가 없는 모습. 그녀 또한 자신의 안고 있는 금서를 탐욕에 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물론 그녀와 세이시나와의 다른 점은 세이시나가 명예욕에 가깝다면 네리아, 그녀는 조금 순수하게 지식욕이라는 것이다.
'이것만 있으면...'
그녀는 알고 싶은 자식을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이 책의 가치를 안다면? 어쩌면 상위집단으로 승진도 가능하지 않을까? 아니 아니.. 잠시 생각에 잠긴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조금 수정해야만 했다. 그녀 자신은 책의 가치를 발견했을 뿐 책에 대한 소유는 여전히 사르라가 가지고 있으니 그녀에게 떨어지는 콩고물은 그렇게 가치 있는 것이 아닐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책을 가지고 잠적?
그렇게 두 명의 여자의 망상은 끝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런 그녀들에게 잠시 행복한 단꿈을 단번에 박살내는 이가 있었으니....
"뭐야? 그럼 그 금서라는 책에는 금지된 지식이 들어 있지 않다는 말인가? 하도 수선을 피우기에 무언가 대단한 것인 줄 알았건만.. 괜히 시간만 빼앗겼군."
세기의 대 발견의 현장에서 신경질 적으로 물고 있는 담배를 비벼 끄며 어이없는 발언을 한 존재 바로 진.... 그런 그를 보며 세이시나와 네리아 그리고 에레나는 할말을 잊은 표정만을 지었다.
"무..무슨 말이야! 지금 우리는 엄청난 것을 본 것이라고! 저 책에는 수많은 위치가 표시되어 있어! 물론 발굴된 것도 상당수겠지! 하지만 대륙에 있는 숨겨진 금서들이 모두 발견된 것은 아니니 우리는 그 발굴되지 않은 것을 단번에 가질 수 있는 황금의 열쇠를 받은 거란 말이야!"
발견자의 입장으로써 평가절하는 있을 수 없는 일! 에레나는 금서의 효용성을 두 손을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며 요란스럽게 설명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그녀의 뒤통수를 내려치는 나른한 표정의 진의 발언...
"난 그 금서에 들어있는 지식이라는 것이 어떤 것을 말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을 뿐. 무언가를 얻고 싶은 마음 따위는 없어.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금단의 지식이라는 것의 위치만이 있을 뿐이라는데... 솔직히 궁금증이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로 찾고 싶은 마음은 없군. 그럴 시간도 없고 말이야 그럼... 슬슬 일어나 볼까?"
세상의 진정한 진실이던 사람들을 타락시킬 위험한 지식이던 중요함이라는 단어와 완벽하게 부합되는 금서가 단지 흥미 거리로 전락한 상황... 그녀와 진의 말을 들을 수 있던 세이시나와 네리아는 멍한 표정으로 진의 얼굴만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에 신경 쓰지 않은 진은 벗어놓은 망토와 가방을 짊어졌고 그 모습에 키네라와 루미나와 그리고 세르피와 아르의 손길도 분주해졌다. 그녀들에게도 금서는 남의 이야기. 자신들이 하는 일도 바뿐 이들인 것이다, 그런 일행을 보며 호들갑을 떤 자신들이 오히려 비참해지는 것을 느낀 3명이었다.
"자.. 잠깐! 금서라고! 이것만 있으면 부와 명예를... 이 세상을 얻을 수도 있어!"
진의 모습에 제일 먼저 제동을 건 이는 예상 밖으로 세이시나였다. 그녀는 신의 사자의 명으로 진을 쫓아야 했기 때문에 그의 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입장. 더욱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지금 금서를 가지고 있는 이는 네리아. 무력한 그녀로써는 마을에서 무세아 교단의 성기사와의 싸움에서 보여준 몸놀림을 생각한다면 필패였던 것이다.
따라서 진이 네리아의 금서를 빼앗아 금서의 발굴에 힘쓰고 그녀는 그동안 교단에 연락하여 발굴되는 금서를 빼앗는다! 라는 것이 그녀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물론 마음 같았으면 교단에 지금 당장 연락하여 금서를 빼앗고 싶었지만 신의 사자로부터 눈앞의 존재를 바라볼 뿐 그의 행로에 방해를 가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은 상태이니 진 스스로가 움직이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었다. 물론 그동안 보았던 진의 모습이나 그가 가진 신기한 물건이라면 교단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보다 현실적인 생각도 한목 하였다.
"...이거 찾으로 가지 않을 것입니까?"
진의 말투에서 더 이상 금서에 관심이 없다는 투의 말에 당황한 것은 세이시나뿐만 아니라 네리아도 마찬가지였다. 서로의 의도는 달랐지만 둘의 지금 마음은 하나인 것이다, 바로 진의 적극적인 개입...
네리아는 한동안의 갈등 뒤에 한가지 마음먹은 것이 있다. 안전하게 나가 확실하지만 그 양이 적을 부스러기를 먹느냐? 아님 목숨을 걸어 평생 다 먹지 못할 것을 차지하느냐... 그리고 결심했다. 목숨걸고 다 먹어 치우기로... 사르라에 돌아가지 않고 자신이 스스로 금서를 가질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사르라는 그녀가 한평생 지냈건 고향이지만 그녀의 사람에서 최우선은 앎이라는 사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힘있는 이들이 필요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금서의 가치를 생각해서, 그리고 발굴하는 것이 단순히 한사람의 그것으로 되지 않았던 현실적인 이유에서였다. 물론 다른 관심 있는 이들과 손을 잡아도 되지만 그들이 믿을 수 있다는 확증은 어디에도 없고 또한 비밀은 적은 이들이 알고 있을 때 그 정보의 가차가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섣부르게 움직일 수 없었다. 즉 이들과 해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그녀의 위험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마음 같았으면 일행 중 누구 한 명을 잡아 인질로 하여 그를 협박하고 싶었지만 눈앞의 존재에게 그렇게 했다간 그의 배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먼저일 것이리라.....식인에 대한 충격은 그녀의 정신 깊숙이 자리잡았다. 더욱이 심상치 않은 눈빛을 하고 있는 교단의 높으신 존재도 있지 않은가? 이럴 때는 그저 힘있는 자에게 빌붙는 것이 최고였다.
은근슬쩍 진의 손을 잡곤 그동안의 그녀의 모습이면 상상하지 못할 귀여운 표정을 짖는 세이시나나 잡혀온 주제에 당당하게 밥 내놓으라던 당참은 어디 가고 가녀린 표정을 짖는 네리아의 모습은 보통남자라면 단번에 넘어갈 정도로 매혹적이었지만 외모를 단지 쓸모 없는 껍질로 생각하는 존재에게는 아무런 부과효과를 누릴 수 없었다.
"나에게 필요도 없는 금서 따위를 내가 왜 찾아야 하지? 부와 명예? 돈은 썩어나갈 만큼 있어. 그리고 명예? 내가 왜 그 따위 것을 얻어서 뭐 하라고?"
그의 말대로 진에게는 전혀 쓸모 없는 이야기. 돈이야 이 금으로 바꾼다면 이 행성의 표면을 뒤덮을 만큼 있었고(참고로 금은 전혀 화폐가치가 없습니다. 그냥 금속의 일종이지요. 따라서 진의 재산을 생각한다면?) 슈렘의 서열 100위권에 드는 막강한 그에게 이런 시골한구석의 명예 따위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상황... 일고의 가치도 없었다.
세이시나의 유혹을 단번에 끊어버린 그에게 이번에는 네리아가 공격했다.
"그렇다면 미지의 지식인 어떠합니까? 조금 전에도 보셨지 않습니까? 금서가 발동하는 장면을... 그것을 알고 싶지 않습니까?"
네리아는 조금 전 진이 내뱉은 말 중 호기심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며 주장했다. 하지만...
"신기하긴 했지... 하지만 그 정도는 나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어(원리는 다르지만 입체영상으로...) 그리고 미지의 지식? 난 지금 가지고 있는 지식도 벅차하고 있는 사람이야"
품안의 담배를 꺼내며 짊어진 가방의 끈을 조절하는 진의 모습에서 그녀들은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다. 하지만 아직 진과 이야기를 끝내지 않은 사람이 있었으니...
"잠깐!"
"뭐야! 이번에도 금서의 이야기를 꺼낸다면 머리를 박살내주겠어!"
진이 내뱉은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에레나는 두 손을 뒤로하고 배시시 웃었다.
"나도 금서에는 관심이 없어! 그보다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일단 남쪽으로 갈 생각인데?"
"나도 따라가면 안될까? 이래봬도 나 굉장히 쓸모가 많아! 지금은 사정상 공주라는 신분을 감출 수밖에 없지만 그대로 신분은 확실하니 대도시 같은 곳에도 신분확인 절차 없이도 무사통과. 또한 일반인들이 알고 있지 않은 많은 것들을 알고 있지! 어때?"
미소녀 모드로 돌변한 에레나는 부끄럽다는 듯이 두 손을 뒤로한 어깨를 흔들며 너무나도 귀엽게 웃었다. 하지만 역시 외모 따위는 아예 관심이 없는 진에게는 쓸 때 없는 행동, 그래도 그녀의 말은 어느 정도 먹혀들어 갔는지 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꼬맹이와 함께 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을....
뭐 답은 간단. 적대적이고 평소에 불만투성이인 세이시나보다는 그래도 더 확실하지 않은가?
"맘대로 해!"
"와! 고마워!"
갑자기 진의 팔을 붙잡고 비비적대는 그녀의 모습에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심히 불쾌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내용이 조금 질질 끄는 감이 있네요. 빨리 끊어야지....
밤에 올렸어야 하는데 인터넷이 잠시 끊어져 다른 것으로 시간 보내다 잠들어 버렸습니다.^^ 앞으로 2편인가? 3편인가? 빨리 따라잡아야 하는데...
지금 키보드 때리면서 창 밖을 보고 있는 중...지금 밖에는 눈이 옵니다, 젠장... 어떻게 내려가라고....ㅜ.ㅜ 기상이변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하는 중....TV에서 지구기상이변 하는 소리는 달나라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뭐 눈이 많이 오면 평년이라던데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 하나....
문제있음 리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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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젼? 쓸모없는 구덩이 "아! 그리고 그리고 재도 데려가면 안될까?"
진의 얼굴에선 귀찮다는 표정이 역력하였지만 그에 상관하지 않고 자신이 붙잡고 있는 팔에 얼굴을 비비적대던 에레나가 가리키는 곳은 곤란한 얼굴로 서 있는 네리아가 있었다. 그에 일행들의 시선은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 네리아를 주시했고 그에 당연히 일행과 함께 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변명거리를 생각하지 못해 고민을 하고 있던 네리아는 갑작스런 지원사격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에레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에 들어온 에레나는 여전히 싱글거리는 표정, 나이에 걸맞은 천진난만한 웃음이 지어져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나이가 적다 하더라도 왕국에서 천재 소리를 듣는 소녀. 그런 그녀가 단순한 호기심이나 동정심에 의하여 움직이지 않은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비록 자신과 그녀가 속한 왕국이 적대적인 관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친밀한 사이도 아닌 사이. 지금 이곳에는 교단의 인물이 옆에 있으니 그런 그녀와 마찰이 있을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말단의 자신을 에레나, 그녀가 왜 도와주는지 고민했다. 이 세상에 공짜라는 것은 없으니까.
그런 그녀의 모습을 진의 팔을 잡은 상태에서 곁눈질로 바라보는 에레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고개 숙여 고민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딱히 자신의 말에 반대하는 기색은 없었기 때문이다. 진과 네리아의 대화에서 그녀가 자신이 속한 집단이 아닌 일행과 함께 독자적인 행동을 하기 원한다는 기색을 읽은 에레나는 고민 끝에 그녀를 어떻게 해서라도 일행으로 끌어들어야 한다고 결심했다. 일단 독자적인 행동으로 마음먹은 그녀가 자신이 소속한 집단에 다시 돌아가기도 뭐할 것이며. 돌아간다고 해도 금서의 중요성을 알게 된 사르라가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자신들을 쉬이 보내주지 않을 것이 명백했기 때문이었다. 아마 쉬지 않고 암살자들을 보내겠지. 그렇다면?
방법은 단 2가지 첫째는 완벽을 기하기 위하여 죽이는 방법.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해도 에레나, 그녀의 나이는 이제 막 소녀를 벗어나고 있는 상태, 당연히 피에 대한 혐오감을 가자고 있었다. 또한 아무리 자신의 이익이라지만 타인을 죽인다는 것은 그녀가 제일 싫어하는 귀족들의 방식이었으니 그것만은 피하고 싶은 심정인 에레나. 그렇다면 선택 할 수 있는 것은 두 번째 방법. 네리아 그녀를 일행에 끌어들여 감시가 용이하도록 같이 다니는 것이리라... 하지만 지금 자신도 신세를 지고 있는 상황이라 혼자만의 주장이 힘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 당연했으니 지원사격을 받기 위하여 그녀는 은근슬쩍 세이시나를 바라보며 눈을 깜박였다.
'응?'
자신을 바라보며 눈을 깜박이는 에레나의 눈빛에서 어렴풋이 그녀의 생각을 이해한 세이시나도 잠시 생각에 잠기다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금서를 가지고 있는 네리아가 떠나버리면 죽도 밥도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교단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가 버리니 그녀가 속한 교단과 적대적인 집단에 유리한, 아니 지금의 세력자체를 뒤집어 놓을 수 있는 아이템이 들어가는 것은 절대적으로 막아야만 했다. 아무리 그녀의 존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어둠의 일은 우리들보다 그녀가 잘 알고 있으니 데려가도 상관은 없겠지. 적어도 짐은 되지 않을 것이야. 신체적인 능력도 그리 빠지지 않고 .... 그렇지?"
친근한 표정으로 물어오는 세이시나를 바라보며 네리아는 고민의 차원을 넘어 곤욕스럽기 까지 했다. 에레나야 그렇다고 하지만 자신과 적대적인 인물인 세이시나의 도움에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들의 도움이라도 기꺼이 받고 싶을 정도로 일행과는 어떻게 해서든지 따라가고 싶은 것이 네리아의 솔직한 심정이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위험한 상황인 것이다. 물론 금서가 아니라고 해도 진, 그가 가지고 있는 신기한 물건을 알고 싶어하는 마음은 지금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금서가 희대의 물건이라는 것이 여기에 있는 여러 사람에게 알려진 상태. 섣부르게 움직이다간 어느 숲 속에서 객사하기 딱 좋은 입장인 것이다. 그러니 자신을 응원해주는 에레나와 세이시나에게 고마운 마음도 일순 들었지만 딴 꿍꿍이가 있을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선 듯 내미는 손을 잡을 수 도 없었다. 그렇다고 떠날 수도 없고.... 그녀의 유일한 희망은 둘과의 이해관계가 없고 또한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 진뿐이었다. 네리아는 자신을 지원해주는 둘의 모습을 보지 않고 눈앞의 존재, 진만을 바라보며 그의 생각을 재촉했다.
"난 상관없어. 하지만 남이 생각을 물어보지 않고 자신들 마음대로 상의해도 되나?"
자신의 팔을 붙잡고 있는 에레나의 팔을 신경질적으로 때어내는 진의 반응은 예상외로 시원했다. 오죽하면 지금의 상황에 그리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세이시나와 아르. 루미나와 키네라까지 놀란 표정을 감추지 않을 정도였으니... 이행성에서 새로 합류한 이들은 모를 진의 과거를 어느 정도 알고 있던 그녀들은 오히려 아무런 조건도 없이 대답하는 진의 모습에 자신들이 깨닫지 못한 어떤 음모를 떠올렸다.
그런 주위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품안을 뒤적거려 담배를 꺼내는 진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네리아는 그런 그의 모습에 마음을 정했다. 다른 두 소녀와는 달리 그는 금서에 관심이 없어 보였으니까. 일단 그의 신임을 받고 금서에 나타난 유물을 찾는 것은 나중을 기약하기로 마음먹었다.
"당분간만 신세를 지고 싶습니다"
두 손을 모으고 조심스레 말하는 그녀를 진은 무심히 바라보다 입을 때었다.
"마음대로.... 그럼 일단 마무리가 된 것 같으니 슬슬 출발하기로 하지!"
◆ 한낮의 태양은 사람들의 기분을 녹일 정도로 기분 좋은 햇살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점점 가까워지는 겨울에 그 따사로움은 한 순간 일뿐.... 서서히 저물어 가는 태양과 함께 찬 공기가 몰려들었다. 담배연기와 함께 그 차가운 공기를 폐 가득 담았던 진은 주위를 바라보며 그 연기를 무심히 내뱉었다. 비록 바닷가와 가까웠지만 울창한 숲이라 그러지 태양이 산을 타는 것과 동시에 어둠이 몰려들어 일행은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상태. 전혀 쓸 때 없는 일이지만 노숙에서 모닥불은 필수요 낭만이라 부르짖는 에레나의 고집을 꺽지 못하고 그녀의 호위기사들이 피워놓은 작은 모닥불을 중심으로 2개의 천막이 자리잡았다. 비록 낮의 큰 사건이 있었지만 각자의 예상외의 수확과 마차를 몰던 기사가 약간의 찰과상을 입은 것 빼고는 모두 무사하였기에 일행들의 얼굴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겉보기와 달리 잠이 굉장히 많은 편인 세르피와 잠이 많다 기 보다 게으른 쪽에 가까운 루미나는 일찌감치 잠들기 위하여 2개의 천막 중 진이 가져온 극지 전용 이동식 조립 셸터에 들어간 상태. 세이시나와 에레나는 그 모닥불 주위에 놓여진 통나무 위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뒤따라올(?) 자작의 군대가 걱정되었는지 에레나의 얼굴에는 약간이 불안감이 감돌았지만 그것도 잠시... 낮의 이해할 수 없는 섬광과 폭풍. 진과 전투를 벌여 말 그대로 산산 조각난 자작의 기사들의 이야기. 자작의 신분이나, 그가 왜 에레나를 공격했는지에 이야기의 초점을 맞추고 열띤 토론을 하였다. 특히 그녀들이 관심을 가지고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사들의 실력! 진의 입장에서야 비록 그들을 강자라 평했지만 실력은 그리 높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둘은 진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들이 본 그들의 실력은 제국이라 이름이 붙은 나라의 기사급도 능가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칼 한 자루로 허공에 수많은 칼을 만들어 내고 사람을 밟아 으깨어 죽이는 괴물을 만나 어이없이 죽어갔지만 만약 진이 없었다면 죽는 것은 자신들이라고 그녀들은 판단했다. 그렇다면 왜 그런 실력자가 자작의 명을 받들었단 말인가? 그것의 이유를 밝히기 위하여 둘은 지금도 고민에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뭐 진에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는 둘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지금 에레나는 낮의 사건에 더럽혀진 드레스 대신 루미나의 군복을 입고 있었다. 물론 귀족이 옷 한 벌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겉모양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 이들이었으니까.. 비록 박살이 난 상태라지만 마차에는 그녀가 쓸 수 있는 여러 가지 물품들이 적재되어 있는 상황. 가까운 거리라 그리 많은 양은 아니지만 최고급의 육포, 오랜 숙성을 거친 포도주, 그리고 만약을 대비하여 드레스 몇 벌과 지금 그녀들 뒤에 있는 그리 작지 않은 천막과 요리에 사용되는 용품까지 적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일은 영구적인 보조마법인 온도조절 능력을 가진 천막을 자랑하는 에레나의 모습에 루미나가 자랑스럽게 셸터를 꺼내 보인 일이 발단이 되었다. 자신이 들고 있는 천막도 돈 많은 자작의 물건답게 고위 귀족들이 사용하는 물건이었지만 버튼 하나로 만들어지는 셸터에 비할 바가 아니었기에 그 모습을 보는 에레나의 얼굴에는 감탄이 서렸다. 일행의 비상식적인 아름다움에 평범한 평민은 아니라고 짐작하였지만 그녀들이 꺼낸 물건은 견문이 넓은 에레나 자신도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드는 물건이었던 것이다. 뭐 괜히 셸터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아니니까.
문제는 신기한 표정으로 안에 들어선 에레나와는 상관없이 먼저 들어온 루미나가 조금 쌀쌀한 내부공기를 데우기 위하여 레일건의 배터리와 휴대용 난로를 연결한 것부터 시작되었다. 난로가 작동하는 것과 동시에 입체영상으로 모닥불을 흉내낸 가짜불꽃을 만들어 냈고 그 모습에 안을 구경하던 에레나는 기겁을 하며 셸터에서 옷을 갈아입으려고 가져온, 마차에서 꺼낸 드레스가 든 상자를 난로 위에 뒤덮은 것이다. 천으로 만들어진 곳에서 불꽃을 보았으니 그녀의 행동은 칭찬 받아 마땅한 모습이지만.... 헛수고인 것은 변함 없는 사실. 다행이 자신 위에 이물질이 달라붙은 것을 감지한 난로의 센서가 재빠르게 작동을 멈추지 않았다면 셸터의 내부는 타버린 드레스의 재로 치장되었으리라...
뭐 자신이 입고 있는 군복의 놀라운 기능을 루미나에게 들었던 에레나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은 표정을 지었고 진과 그 일행들이 입고 있는 군복에 그런 기능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던 세이시나와 네리아가 부러운 표정을 지었으니 그리 나쁜 결과는 아니었으니 다행이지만...
그렇게 서로 마음이 맞는지 진지한 토론을 하고 있는 그녀들과 달리 키네라와 아르는 지금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물론 아르는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녀들은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쪼그리고 앉아 키이와 나머지 호위기사들이 잡아온 산짐승을 다듬는 광경을 구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잡아온 동물은 사슴 만한 크기의 동물이었는데 모닥불로 잔털을 제거하고 피를 뺀 다음 지금은 내장을 손질하였다. 동영상이 아닌 실사의 동물 해부(?)장면과 능숙한 칼질. 그리고 여자가 요리하는 장면은 그녀들의 호기심을 왕성하게 자극한 것이리라...(다시 말하지만 대부분의 종족은 여성상위사회)
그런 그녀들의 모습에 처음에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던 키이와 기사들은 자신들의 칼 놀림에 키네라와 아르가 연신 감탄을 터트리자 지금은 조금 오버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아무리 동물의 심줄이 질기고 뼈가 단단하다고 해도 마나소드를 만들 필요는 없었으니까.
이들이 레이션이 있는데 귀찮게 요리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레이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가져온 레이션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루미나들이나 세르피가 먹을 우주인(?) 입맛에 맞는 단맛 강한 레이션들이었고 그 다음이 진이 먹는 서바이벌 레이션이었던 것이다. 물론 골고루 맛을 보라는 의미에서 기타 여러 가지 음식이 주어졌지만 어차피 이것은 주류가 아닌 비주류, 예상 밖의 인물이었지만 세이시나 혼자 있을 때는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사람이 6명이 늘어났고 또 그녀들이 우주식이나 진의 서바이벌 레이션을 먹을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에 편파적으로 누구는 주고 누고는 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필히 레이션만을 먹어야 하는 이들일 뺀 나머지 이들은 이 행성의 음식을 먹기로 결정을 내렸다. 물론 그 결정에 가장 실망한 이는 그동안 입을 호강시킨 세이시나였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진의 시선에 마지막으로 일행에 동화되지 못하고 한쪽에서 미약한 모닥불의 빛에 의지하여 자신이 들고있는 금서의 표면을 정성스럽게 청소하는 네리아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녀는 처음의 낙천적인 그 모습은 어디로 가고 신중한 표정으로 청소를 하는 와중에도 주위에 시선을 감시했다. 자신이 들고 있는 금서의 가치와 적이라 생각되는 세이시나, 그리고 아직 그 속을 모르는 에레나와 같이 있다는 사실이 그녀의 신경을 날카롭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시끌벅적한 주위의 모습을 신중하게 바라보던 진은 이윽고 일행의 시선이 자신에게 닫지 않는다고 판단하곤 서둘러 숲 사이로 사라져 들어갔다. 놀라운 것은 숲으로 들어가는 진이 발놀림에는 어떠한 소리도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치 숲 사이로 비치는 어둠의 녹아 들어간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그 덕분일까? 아직 일행들 중 그가 사라진 것을 깨닫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늦어져 죄송합니다, 시기가 시기다 보니 개강모임이다 뭐다 해서 좀처럼 시간이 나지 안더군요.
이런 식으로 나가다간 이름을 깜장 양송이에서 새빨간 거짓말쟁이 양송이로 고쳐야 하는지...^^
어제는 뭐 다 아시는 사건 때문에 글을 올릴 마음이 나지 않았고요...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 지.....
뱀 다리.
진이 가지고 있는 물건의 천막이라는 단어 대신 셸터라는 이름을 사용하겠습니다, 정식 명칭은 극지전용 이동식 조립 셸터.
일단 연참 들어갑니다.
문제 있음 리플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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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젼? 쓸모없는 구덩이 -덕분에 좋은 구경했어-
"....배터리가 남아도는 가보지? 이제까지 음성을 전달하는 것이 고작이더니"
일행이 있는 곳에서 한참 떨어진 장소, 태양이 산을 넘는 것을 기점으로 한순간 사라진 덕분에 진이 있는 곳은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오직 미약한 불빛을 뿌리고 있는 담배연기만을 빼고.... 그런 진 앞에 서 있는 검정 색의 망토에 기이한 문장이 그려진 천으로 온몸을 가린 존재. 자연스런 음성이 아닌 듣는 이로 하여금 얼굴을 찡그리게 하는 기계 음의 소유자. 바로 조커가 팔짱을 끼며 서 있었다. 그가 본래 있어야 할 기지와 이곳과의 거리는 수백km에 다다르는 먼 거리. 그가 이곳에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진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그의 출연에 뚱한 반응만을 보였다.
-낮의 그것이 흡(吸)과 폭(爆)계열의 응용인가? 상당한 파괴력이던데-
흥미롭다는 듯이 턱을 문지르는 조커의 모습에 진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흡과 폭이라니? 내가 쓴 것은 환(環)이었어. 환 계열의 진살위검참(眞煞僞劍斬)"
-나에게까지 숨길 필요는 없어. 환이라고? 환으로 사람의 몸을 단번에 박살을 낼 수 있다? 지금 나에게 그 소리를 믿으라고 한 것인가. 환은 본래 환상. 환상으로 그런 파괴력을 만들어 낼 수 없어! 아니면 남은 것은 육체의 힘뿐이지만 유전자 조작을 받지 않은 네가 육체의 힘만으로 그런 힘을 낼 수 있다고 난 믿고 있지 않아! 아니 유전자 조작 따위로도 그런 파괴력이 나올 리 없지. 그렇다면 남은 것은 단 하나 흡(吸)을 이용하여 온몸의 힘을 응축! 그리고 폭(爆)을 응용하여 한번에 방충!....그렇지 않나?-
조커의 말이 정답인지 듣고 있는 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리곤 신경질 적으로 물고 있는 담뱃재를 털었다.
"......이 먼 곳까지 와서 하는 짓이 고작 남의 밑천을 들추는 것인가? 자네는 땅속에 너무 오랫동안 있었는지 옹졸해졌군"
자신의 패배를 선언하는 진의 모습에 무엇이 그리 좋은지 조커는 어울리지 않은 기계음으로 한참을 웃다 점점 일그러지는 진의 얼굴에 웃음을 그쳤다.
-나야 지금도 빛 하나 없는 토굴에서 지내고 있으니 옹졸해지는 것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자네야말로 한동안 안본 사이 취향이 변한 것 같군, 하렘이라도 만들 셈인가?-
"바직!!"
아직 본론을 꺼내지 않고 자꾸 말을 돌리는 조커의 모습에 화가 났을까? 진은 신경질 적으로 조커의 발 아래를 밟았다, 그러자 자연적으로는 들릴 수 없는 금속파열음과 함께 진의 발 밑에서는 조그마한 스파크들이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이제까지 진의 속을 뒤집어 놓고 있던 조커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런 이런. 알았네! 그만하지.-
모습이 사라진 조커의 음성이 진의 뒤에서 들렸다. 그것은 한순간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순간이동도 아니었다. 다행이 그의 음성에 서서히 발을 때는 진의 발 밑에 나타나는 것으로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다시 모습을 들어낸 조커의 비밀을 설명해 주었다. 바로 곤충형 정찰기. 속칭 벌레가 천천히 치워진 진의 발 밑에서 산산조각 난 모습을 들어낸 것이다. 즉 조커는 진의 주위에 있는 벌레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용 시켜 진 앞에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냈다. 당연히 지금도 조커는 그 거대한 동공에서 머물고 있었다.
"어제 연락을 했을 때는 벌레들이 에너지 부족이라고 죽는소리를 하던데 하루만에 영상을 보낼 정도가 되다니... 어떻게 된 것이지?"
-뭐 별거 아니야. 계획대로 기지가 있는 이 대륙의 북부에 대부분 퍼져있는 벌레들이 연결한 통신용 네트워크를 응용한 것이지. 한 연구원이 생각했더군-
"호! 보너스 줘야겠군"
조커의 말대로 진은 돌아가면 그 연구원에 엄청만 보너스를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준비한 작전 제 1단계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이 바로 벌레의 에너지 부족이었는데 그것을 해결했으니 그만큼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만큼의 성과가 있다면 파격적이다 할 만큼 돌려주는 것이 진의 기본 방침. 인재들이 모여드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원리로 배터리를 충전한 것이지?"
이곳에 내려오고 난 후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지만 지금까지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었지 않은가? 그 방법이 매우 궁금해진 진이었다. 그런 그의 궁금증 어린 표정을 잠시 바라보던 조커는 간단하다는 뜻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각 벌레들의 네트워크를 단번에 개방시킨 다음 중심이 되는 기지에서 막대한 자기장을 발생시킨 것이지. 그렇게 발생된 자기장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통신 네트워크를 타고 사방에 흩어져 있는 벌레들에게 전송되고 그 자기장은 내장된 배터리팩에 저장되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지-
간단하다는 말이었지만 조커의 말을 들으면서 담배를 피던 진은 한 순간 물고 있는 담배를 떨어뜨릴 뻔했다. 자기장을 통신 네트워크에 접목시킨 점은 칭찬해줄 만 하지만 벌레들의 숫자는 자그마치 수백만이 넘었다. 그런 막대한 숫자에 거리까지 떨어져 있으니 각 말단까지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무식할 정도로 에너지를 퍼 부어주어야 했을 것이다, 즉 효율이 엄청 떨어지며 그런 막대한 자기장을 발생시킨다면 정밀기기야 어떻게 보호한다지만 생명체에게는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 뻔했기 때문에 진은 한순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마 며칠 후면 기지 근처의 대부분 생명체는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죽을 것이리라...
".....기지의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방패를 형성하는 것보다 확실하겠군"
-병사들이야 걱정할 것이 있나? 유전자 조작이나 몸 속에 들어 있는 나노머신 등으로 암 같은 질병에 걸리지는 않을 것이니까. 그래도 병사들 사이에는 정력이 떨어진다고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더군. 뭐 나야 지하 깊숙이 있으니 상관없는 이야기지-
"..........."
어이없는 시선을 자신을 바라보는 진의 눈빛에 조커는 시선을 돌려 초롱초롱 빛나는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모습에 진은 연구원에게 줄 보너스를 머릿속에서 생각한 액수의 절반을 깎았다. 아니. 지금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지!
"그래..그런 그렇다고 하고 싶은 말이라니?"
그의 말에 조커는 팔짱을 끼고 있던 두 손을 풀고 굳은 시선을 진에게 보냈다, 그 모습에 진 또한 자세를 바로 했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네가 명한 일이 막혀버리자 군천이 다음 지시를 기다린다더군. 그 녀석은 지금으로는 그 막힌 문제를 시간 내에 해결 할 수 없다고 보고 있어-
그의 말에 진은 잠시 고민에 휩싸였다. 최종 작전이나 마찬가지인 군천의 일은 취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으로써 새로운 작전을 짜기도 그렇고...진은 신경질 적으로 마리를 극적이었다. 낮에 있었던 그의 신경질인 모습도 바로 그 문제 때문이지 않은가! 진의 신경질적인 반응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간 조커는 잠자코 진의 모습을 주시했다.
"....... 그런데 군천의 부탁을 왜 자네가 하지?"
-네 얼굴을 볼 면목이 없다하더군. 어지간히 죄송스러워 해서 말이야. 나중에라도 잘 다독거려 줘! 뭐 나야 부탁을 들어주는 대신 그녀석이 아득바득 반대라는 한영석을 설득해 주어 벌레가 형성한 네트워크 중 전용 회선하나를 얻을 수 있으니 좋은 일이지만. 오랜만에 별빛도 보고 말이야-
"...쯧쯧 한영석, 그 녀석 지금쯤 일에 치여있을 것인데 군천의 협박까지 당하다니..... 이미 벌어진 일이니 할 수 없고. 지금까지 지구 외에서는 처음 만들어본 것이니....알 수 없지! 일단 복합진으로 나가라고 해!"
-복합진?-
"그래! 본래 조금씩 갉아먹는 안전한 방법이 안 된다면 화끈하게 터트리는 것도 나쁘지 않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진은 지금의 계획을 만들 때 폐기된 계획 중 몇까지의 문제에 때문에 지울 수밖에 없던 계획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그 폐기된 계획의 문제점을 알고 있는 조커는 진의 말에 한 동한 말이 없었다. 순순히 동의하기에는 진이 꺼내놓은 패가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진은 목표만에 전력을 투입하고 자신 즉 조커는 그 주위를 날려버리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사실은 조금 달랐다. 적어도 자신은 다 죽을 수는 쓰지 않으니까...
-하지만 단일진도 위험한 상태에서 복합진이라니... 이곳은 지구가 아니야! 지맥의 위치도 찾지 못한 지금 복합진이라! 그 반발력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격양된 조커의 반응을 예상하기라도 하듯 진은 화를 내는 그를 바라보지도 않고 물고 있는 담배연기를 깊숙이 빨아드렸다. 그런 그의 모습을 조커는 신중한 눈빛으로 주시했다. 만약 진의 말대로 했다가 실패한다면? 그것으로 끝.... 모든 것이 날아가는 것이다, 이행성의 모든 사람들을 길동무로 삼아 사리진 수송선을 포함한 자신들까지.... 하지만 조커의 우려를 종식시킬 대책을 진은 생각하고 있었다.
"시끄럽군! 많은 눈을 피해 이곳까지 온 나의 수고를 헛되이 만들지 안았으면 좋겠군. 이 내가 설마 그런 것도 생각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하는가?"
얼굴을 살짝 일그러뜨리며 매혹스러운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간 진은 자신의 말에 이성을 찾아가는 조커에 잠시 시간을 주곤 입술에 된 손가락을 들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숲을 가리켰다. 그에 조커는 진의 가리키는 방향을 잠시 주시했다. 그곳은 진이 온 방향. 그 끝에는 수명의 여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으리라.... 하지만 왜?
-좀더 자세히 말 좀 해주지 그래?-
진과 군천이 하고 있는 일에 대충 알고 있지만 전문가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조커는 진에게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자내는 왜 내가 귀찮은 데라의 황녀와 정체불명의 인물과 함께 있는지 알고 있지?"
-그거야..-
"지금 저곳에는 자네도 알고 있지만 예상외로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네"
설명과는 동떨어진 진이 말이었지만 조커는 그 말의 뜻을 이해한 것인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잠시 뒤 어색한 기계 음에서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이 그의 목소리에서 흘러나왔다.
-반발력을 해소할 이들은 많다 이건가?-
조커의 말에 진은 진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미소가 더 무서운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조커는 그 진한 미소의 자그마한 틈 사이로 무엇이라 할 수 없는 광기를 느꼈다.
-안도감과 불안감... 나는 가끔 생각하네. 자네가 적이 아니라는 것에 항상 무안한 안도감을 느끼고 있지만 반대로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이까지 단호하게 처리하는 자네에게 불안감도 느끼고 있지. 혹시 나도, 우리 일족도 그렇게 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칭찬해주어 고맙군"
-....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그분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자네의 곁을 떠나고 싶은 것이 지금의 내 심정일세!-
"키득키득.. 걱정하지 말도록. 자네와 나의 목표는 같은 방향. 마지막까지 같이 가야하는 사이 아닌가?"
잠시 키득거린 진의 모습에 한기를 느낀 조커는 나직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의 말대로 된다 면야 자신이 참견할 문제가 아니니까. 마음을 다잡은 그는 자신이 이곳까지 오게 한 이유를 꺼냈다.
-군천의 부탁은 이것으로 끝이고. 내가 이곳까지 온 이유를 알려주지! 이번에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조커의 말과 함께 그의 앞에서 작은 금속조각이 나타났다.
"...뭐지? 강철조각으로 보이는데 만....."
-네 말이 맞네! 철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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