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3화 (43/49)

 던젼? 쓸모없는 구덩이 "......어이 어이 이 세계가 철기문명이라는 것은 이곳에 올 때부터 알고있었는데?"

이어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드는 진에게 조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묵묵히 자신의 말만을 꺼냈다.

-그렇지. 하지만 이 철은 단순히 강철이 아니라네. 적층장갑의 일종이지-

조커의 말에 무관심한 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만일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세계의 철기문화를 대대적으로 손보아만한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벌레와 기타 전투에서 보여준 야금술로는 있을 수 없었다. 세상에 적층장갑이라니....

그럼 적층장갑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알기 위해서 먼저 압연강판에 대하여 알아야 한다. 압연강판이라는 것은 두꺼운 강판을 만들고 이걸 다시 롤러로 밀어서 조직을 더욱 조밀하게 만들어 부피를 줄이고 강도를 늘리는 것으로 이 압연강판을 다시 여러 겹 쌓아 장갑을 만드는 것을 적층장갑이라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방어력 강화와 두꺼운 통 강판으로 만들었을 때의 문제점인 변형과 크랙(철이 깨져 나가는 것)등등의 문제점을 보완해 주는 고급 기술이었다. 그런 기술이 고작 주조와 당금질이 전부로 파악한 이 세계에서 발견된다니.... 진이 경악하는 것도 당연했다. 고작 머스킷으로 전쟁을 벌이는 시대에 갑자기 제트기가 나타난 꼴이 아닌가?

"놀라운 일이군! 이 정도로 높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니! 계획을 다시 짜야하는 것인가?"

눈앞에 보이는 금속조각을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진에게 조커는 그 뒷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이 금속이 지하 깊숙한 곳에서 발견했다는 것이 문제인데... 지금 내가 있는 곳을 만들기 위하여 지하를 넓히는 작업하는 도중 발견되었지-

"...오....파츠(Out of Place Artifacts, 시대와 일치하지 않는 인공물)라는 것인가?"

순간 진의 머리에 금서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낮의 네리아가 말한 잊혀진 지식이라는 말과 눈앞의 존재의 여부는 같은 것인가? 두 가지가 같다는 상황에서 분명 적층장갑이라면 당금질과 주조가 대부분인 이 세계에선 충분히 놀라운 기술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만으로는 세이시나가 속한 교단의 반응을 설명하지는 못했다. 기술과 종교가 그렇게까지 원수질 일은 아니니까.... 뭔가 있다는 것인가?

-아직 정확한 연대는 파악하지 못하였지만 아마 천만년 이상은 된 것이더군-

"자..잠깐! 말도 안 되는 소리! 그 정도 시간은 거대한 산맥이 만들어지기에도 충분한 시간일지인데 그런 광대한 시간 속에서 아직도 형태를 유지한다고?"

눈앞의 믿어지지 않은 진실에 진의 눈에는 강한 불신감이 감돌았다. 그에 조커는 이해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처음에 같은 모습을 보였으며 약간의 지식을 가진 이라면 그것이 당연한 반응이었으니까.

-믿어지지 않겠지. 하지만 사실이라네. 뭐 지금 가지고 있는 장비로는 완벽한 연대를 알 수 없겠지만 대충 모든 검사기들이 비슷한 시간대를 가리키고 있지. 이것을 조사한 연구원들은 이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을 우리가 보아온 이 행성만의 신기한 힘, 마법이라는 존재에 답을 두고있다네-

"........어이 이봐! 차라리 운이 좋아 금속이 천만년동안 견디었다고 믿고 싶군, 그럼 지금의 문명이 천만년동안 이어졌다는 것인가? 우리 인류의 탄생도 그 시간에는 비교도 될 수 없어!"

-이 금속을 만든 이들이 지금 이행성에 번성하고 있는 종족이라는 증거는 없어. 이 우주에선 한 행성에서 멸망과 진화를 거듭하며 2∼3번의 지적인 생명체가 탄생한 사실은 흔한 것이지 않나?-

조커의 말을 듣는 순간 진은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연한 것을 왜 생각하지 않았지?

조커의 말대로 눈앞이 금속을 만들어 낸 지적인 생명체와 지금의 생명체 사이의 시간을 생각한다면 진화할 시간은 충분했다, 논리적으로 타당했는데 왜 자신은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한동안 고만에 휩싸인 후 진은 자신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깨달았다. 조커가 들고 있는 금속조각과 네리아가 가지고 있는 금서를 동일 시 한 것이다. 즉 같은 문명권의 물건으로 판단. 신이라는 존재들이 그 금서를 금지하는 것을 근거로 그 금서가 만들어진 시기에 신이라는 존재도 같이 존재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금서의 존재여부에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다면 신이란 존재는 천만년 동안 존재했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물론 그 이후의 문명을 이룬 이들이 금서를 만들었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진은 왠지 조커가 들고 있는 금속의 만들어진 시대가 바로 금서를 만들었을 그 시대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인공적인 물체가 천만년동안 견딘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지만....

조사해 볼 가치는 있었다.

".....조커"

-..말하게!-

"아마 복합진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2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겠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단순한 진 2개를 겹치는 것도 상상을 초월하는 문제라고 알고 있는데.. 자네가 계획하고 있는 복합진이라면 못해도 그 정도 시간은 걸리겠지-

"그렇다면 예상 밖으로 2달이라는 시간을 번 샘인데......"

한동안 자신의 생각에 몰두하다 갑작스럽게 던진 진의 중얼거림에 조커는 그의 생각을 알아차렸다.

-금서라는 물건을 발굴해 볼 생각인가?"

진의 곁에 촘촘히 퍼져있는 벌레를 통하여 들었던 낮의 금서에 관한 이야기를 생각한 조커에게 진은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정답! 아직 관리자의 정확한 정체와 그들이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한 지금 예상외지만 계획의 차질로 시간이 남았으니 정보를 수집해야지. 금서라는 존재에 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은 그것이 단순한 지식이 아닐 수 있으니까. 혹시 아는가? 예상외의 수확을 얻을 수도 있을지"

-그렇군....-

"아! 그이야기는 그만하고! 그보다 하나 물어보겠는데. 내가 낮에 한 일에 대하여 주위에 반응은 없었나? 가령 자칭 신의 사자라는 떨거지들이 강림한다든지 아님 관리자들을 믿는 이 행성의 토착원주민들이 이동한다든지"

-아직 아무런 반응도 감지하지 못했는데?-

"그런가? 그럼 다행이고.... 이런 너무 시간을 지체한 것 같군"

서서히 떠오르는 두 개의 달을 보며 진은 자신이 너무 시간을 끌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슬슬 일행도 자신이 빠졌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리라.... 조커에게 손을 흔들어 준 진은 서둘러 몸을 둘렸다, 그런 그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조커는 하고 싶은 말이 떠올랐는지 막 달려나가려던 진을 잡아 세웠다.

-낮의 모습은 잘 보았지만 당분간은 조심해! 두 명의 몸에 세공질... 아니 지금은 더 늘었나? 하여튼 작업을 하고 있으면서 흡(吸)과 폭(爆), 환(環)까지 쓰다니..... 더구나 지금의 몸은 정상이 아니지 않은가? 당분간은 몸조리하고 되도록 일은 흑랑에게 시키도록 해-

자신을 걱정해주는 조커에게 진은 남자라도 반할 것 같은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유념하지"

그리곤 몸을 돌려 손을 흔들어준 다음 숲의 어둠으로 서서히 녹아 들어갔다. 그런 그의 모습을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던 조커는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수백 년 동안 같이 있던 사이지만 자네와 같이 있으면 너무 불안해..... 그분이 자네에게 반하지 앉았다면 나는 당장 자네를 죽였을 지도 몰라...-

나직이 중얼거린 조커의 몸은 서서히 작은 입자가 되어 사라져 갔다.

 ◆ 진이 막 빛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을 때는 일행은 막 식사를 하기 위해서인지 모닥불 주위에 앉아 있을 때였다. 모닥불 위에는 쇠꼬챙이에 꽂혀있던 산짐승이 기름을 흘리며 익어가고 있었고 그 모습을 많이 보았던지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에레나와 그녀와는 달리 굉장히 신기한 것을 본 것 아이들처럼 두 눈을 반짝이는 키네라와 아르가 역시 조금전과 같은 포즈로 앉아있었다.

물론 진이 일행의 곁을 잠시 떠나기 전 음식이 만들어지는 것을 기다릴 필요가 없어 이미 레이션으로 끼니를 해치운 루미나와 세르피의 모습은 처음과 같이 셸터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마 지금쯤 깊은 꿈나라에서 헤매고 있으리라... 하지만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시끌벅적한 일행들과는 달리 외톨이도 있었으니 네리아는 아직 다른 이들에게 경계를 품고 있은 지 진이 잠시 자리를 비우기 전 보았던 장소에서 금서를 가슴에 꼭 안고 한쪽 구석에서 나올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본문에서 나온 적층장갑은 뭐라 말할 수 없네요^^ 어떤 자료에서는 복합장갑의 다른 이름이다! 라도 하시는 분도 계시고 어떤 분은 본문처럼 압연강판을 여러 겹으로 쌓아 만든다는 소리도 있고....

러시아 전차의 이야기하면서 나오던데... 전 일단 제 컴에 저장되어 있는 자료를 인용한 상태라... 혹시 정확하게 아는 분 계신가요?

음.... 티타늄이나 기타합금으로 바꾸어야하나?

 문제 있음 리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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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젼? 쓸모없는 구덩이 천천히 숲에서 모습을 들어내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진의 모습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이는 바로 막 통구이를 뒤집고 있던 키이. 일행 중 가장 능력이 높은 그녀는 요리를 하는 와중에도 놓지 않고 있던 칼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숲에서 모습을 들어낸 이가 바로 진이라는 것을 깨닫자 다시 요리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녀보다 감각이 둔한 다른 이들은 그런 그녀의 반응이 있고 나서야 잔가지와 나뭇잎으로 더럽혀진 진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한순간 시끌벅적한 일행에 침묵이 흘렀지만 그렇다고 그가 주위의 모습에 상관할 리가 없으니....

주위의 아랑곳하지 않은 진은 일행이 모여있는 모닥불의 한구석에 앉아 묵묵히 향긋한 향기를 뿌리며 뒤집어 지고 있는 요리를 바라볼 뿐이었다. 진이 자리에 앉자 그가 자리를 비운 사실에 그리 관심이 없었던 에레나는 그런 그의 옆자리에 냉큼 앉아 마치 연인과 같이 조심스런 손놀림으로 그의 몸에 붙은 잔가지 등을 치웠다. 하지만 진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였던지 기분이 나빠 보이는 세이시나는 퉁명스럽게 물었다.

"..어디 같다 온 거야?"

하지만 진은 무언가를 생각하는 표정으로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뭐야! 대답....."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그런 진의 모습에 순간 발끈하려던 그녀는 순간 자신을 노려보는 키네라의 눈빛에 나직이 한숨을 쉬며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키네라 자신은 모르고 있지만 일행이 늘어날수록 그녀의 신경의 끝도 날카로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많을수록 점점 위험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 그녀의 눈빛을 받았으니 진 외에 다른 일행과 잘 지내고 싶었던 세이시나는 화를 참으며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녀가 물러나자 진의 등장으로 안심하고 모닥불에 다가선 네리아가 키득거렸고 그런 그녀의 웃음소리에 진에 대한 원망 가득한 세이시나의 눈빛이 네리아에게 향했다. 뭐 에레나는 그 모습을 흥미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았지만...

"덥석"

주위와 상관없이 자신의 생각에 빠져있던 진은 순간 아직 익지 않은 산짐승의 엉덩이 살을 맨손으로 잡아 찢었다. 그와 함께 익지 않은 고기라는 것을 증명하듯 진의 손아귀에는 핏물이 손가락 틈 사이를 타로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은 진은 그 고기를 입으로 가져갔다, "우거적 우저적"

가녀린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핏물이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하게 시선을 자극했다. 당연히 거의 생살이나 마찬가지인 고깃덩어리를 먹는 장면이 그리 보기 좋을 리가 없는 법. 세이시나는 얼굴을 찡그렸고 진의 곁에 있던 에레나는 갑작스런 진의 모습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자신보다 그래도 오래 진과 같이 있었던 일행인 키네라에게 시선을 둘렸다. 하지만 키네라도 진의 모습에 어쩔 수 없었다. 어쩔 수없이 일행은 숨죽이며 진의모습을 응시하였다. 다행이 일행이 진을 보는 눈에는 혐오감까지 긷든 것은 아니다. 뭐 몇 시간 전 살아있는 사람의 팔을 뜯어먹는 이에게 덜 익은 산짐승의 고기 따위를 먹는 모습에 혐오감을 느끼기에는 그 무언가가 부족한 것이리라...

자신의 행동에 일행들의 정적을 불러왔다는 것을 모르는 진은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입안에 든 고기를 기계적으로 씹었다. 조커의 우려대로 낮의 행동으로 몸이 많이 축났기 때문에 든든하게 배를 채워야 했던 것이다. 뭐 평소 서바이벌 레이션으로 단련된 입맛이라면 지금의 고기는 그럭저럭 괜찮았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고 앞으로의 계획대로 생각했다, "에네라..."

"으..응?"

마차 태엽을 감은 인형처럼 행동하던 진이 갑자기 자신을 부르자 그의 행동에 질린 표정을 짖고 있던 에레나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금서를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지?"

진의 말에 제일 반색한 이는 당연히 세이시나와 네리아! 두 눈을 반짝이는 둘의 모습에 식은땀을 흘리는 에레나는 손가락을 자신의 볼에 대고 두드리다 혀를 내밀곤 어깨를 으슥했다, "나 같은 정숙한 숙녀가 거친 일로 가득한 현장에 대해서는 알 리가 없지. 하지만 네 물음의 대답해 줄 사람은 있어"

에레나 그녀의 역할은 후방에서 발견된 금서를 구분하고 해석하는 일. 대부분 왕국은 사르라나 교단의 뒤에서 금서를 빼돌리는 일을 하지 직접 발굴하는 것은 주위의 눈치를 보아 자제하기 때문에 진의 물음에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래도 일행 중에는 다행이 현장에서 다리를 움직이는 말단이 있지 않은가? 그녀가 가리키는 곳에는 네리아가 있었다.

"당신이라면 진이 원하는 대답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니 그럼 현장에서 두발로 움직이는 자신은 숙녀가 아니라는 것인가? 에레나의 말에 한순간 발끈한 네리아였지만 어차피 그녀에게는 빛도 있고 여러모로 밀리는 상황이니 신경질 적으로 머리를 극적이며 사방에서 자신을 주시하는 눈빛을 피해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다 입을 때었다.

"...이제까지 중요한 금서라면 대부분 던젼등에서 발견되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제가 들고 있는 금서는 예외적인 것이라 할 수 없지만 대부분 중요한 지식을 가진 금서는 거대한 문이나 기둥, 또는 거울 등 갖가지 모양을 하고 있으며 공통적으로 거대한 크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물건들은 대부분 던젼에서만 발견되며 그 외에서는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제가 가지고 있는 금서에 나와있는 지도의 위치도 대부분 던젼이라 할 수 있지요. 제가 속한 집단에서도 중요시하는 금서의 열에 아홉은 던젼에서 발견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던젼은 발견하기도 어렵지만 내부로 들어가기는 더욱 위험합니다. 예로 어떤 제국의 수도 근처에도 던젼이 발견된 적이 있었는데 약 4천명이 희생한 예도 있었지요. 물론 교단의 손을 피하기 위하여 급하게 서두르는 실책이 있었기는 하지만 돌려 말한다면 그만큼 던젼이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자..잠깐! 그 위험한 곳에 우리를 데려간다는 말입니까?"

이어지는 네리아의 말을 끊은 것은 키네라였다. 그녀는 분명 자신의 상관을 지켜야만 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지 않은가? 그런 위험한 곳에 상관이 가는 것은 말려야 했다. 만약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아무리 괴물 상관이라도 위험한 것은 위험한 것이다, 갑작스레 자신의 말을 막은 키네라의 얼굴을 보며 네리아는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다행이 그녀에게 지원사격을 해 주는 이가 있었으니....

"위험이라.,... 온몸에 온갖 무기란 무기는 다 가지고 있고 흑랑까지 동원하는 지금, 위험이라는 단어가 왠지 초라하군"

예상외의 아르의 말에 키네라는 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에게 진은 자신에게 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리곤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짖고 있는 그녀의 머리를 피가 묻지 않은 손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비록 두 손을 모두 감싼 군복 덕분에 온기를 느낄 수는 없지만 진의 손길에 키네라는 기분 좋은 그 무언가를 느꼈다. 걱정하지 말라는.....

"계속하지"

왠지 붉어진 키네라의 얼굴을 보지 못한 진의 재촉에 네리아는 머리를 극적이다 말을 이었다.

"아.예!...그러니까... 일단 던젼을 탐험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트레저 헌터와 마법사가 필요합니다. 물론 당연히 전사와 성직자도 필요하지만 지금 일행에서는 충분하니 넘어가고 일단 그 두 분야의 사람을 구해야 하지요. 다음은 어둠을 밝혀줄 물건이 필요합니다, 던젼에서는 물과 식량보다는 빛이 더 필요한 법이니까요. 위험하기 그지없는 던젼에서 빛조차 사라진다면 죽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빛은 됐어! 충분한 도구가 있으니까"

진은 네리아의 말에 손사래를 쳤다. 가져온 장비를 생각한다면 빛 따윈 문제가 아니었다.

"빛이 됐다면 남은 것은 평이한 것입니다. 식량과 물, 그리고 기타 도구들이지요"

"그럼 남은 문제는 마법사와 트레저 헌터라는 것인가?"

"하지만 트레저 헌터는 보통 레인저들이 겸하니 상관은 없지만 마법사는 어떻게 하지? 던젼 탐험에 전투 마법사를 데려갈 수는 없을 것인데?"

세이시나의 말에 네리아는 할말이 없었다. 솔직히 자신들 사르라에서도 마법사는 굉장히 희귀한 존재였으니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전투마법사가 아닌 서클 마법사는 매우 귀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보통 마법사는 크게 3부분으로 나누는데 먼저 전투마법사라 하여 오로지 한계열의 공격마법만을 습득하는 이들을 말한다. 이들은 대부분 국가에서 키워내며 전투에 특화된 마법사들이다. 서클 마법사보다 월등한 속도로 성장하지만 결국 6서클이 한계로 그 이상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빠른 시일 내에 전력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와는 반대로 서클마법사는 차근차근 자신의 서클을 완벽하게 마스터 한 이들로써 서클을 올리는 것이 매우 힘든 반면 이론상이기는 하지만 최고 9서클까지 이를 수 있었다. 하지만 전투마법사와는 달리 너무나 느린 성장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피하는 지라 실제로 그 수는 매우 적은 편이다, 하지만 각 국의 궁중마법사는 대부분 서클마법사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지회는 매운 높았다.

뭐 제국 같은 돈 많은 나라나 7서클 이상의 서클마법사를 고용하지. 에리나의 나라의 경우와 같이 작은 소국들은 6서클의 전투마법사를 궁중마법사로 고용하기도 했으니 서클마법사보다는 지휘가 낮지만 전투마법사도 높은 자리에 앉을 기회는 있었다.

마지막으로 마법사를 구분할 때 서클마법사와 전투마법사들은 절대 인정하지 않지만 그래도 마법사의 3축의 하나를 이루는 통신마법사들이 차지했다. 이들은 서클로 따진다면 1∼2서클이 대부분인 저급마법사들로 통신 이외에는 아무런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지만 통신이라는 것 자체가 매우 매력적이기 때문에 전체 마법사들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세력은 3집단 중 가장 하등으로 높은 자리에 앉을 가망성이 아예 없는 이들이라 사회적인 지위가 매우 낮은 편이다, 각설하고 즉 던젼 탐험에는 여러 가지 마법들을 사용하는 서클마법사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그 수가 제일 적은 만큼 고용하기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진은 그런 네라아나 세이시나, 그리고 에레나의 걱정을 완벽하게 씻어주었다.

"돈으로 안 되는 것은 없지?"

자신의 배낭에서 그 특유의 빛을 발하는 거대한 보석을 한 주먹 꺼낸 것이다, 모닥불의 불빛에 반사된 빛에 의하여 찬란한 빛을 뿌리는 보석들의 숫자는 대략 10개..... 보석의 생명인 가공이 완벽한 모습이라 그 가치는 상상할 수 도 없을 정도였다.

"...너 부자구나?"

가난하다지만 왕국에서 자란 에레나조차도 그 보석의 질과 양에 입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네리아는 무심결에 보석하나를 쥐어 허공에 올려다보았다, 하늘의 별빛까지 비쳐질 정도의 투명한 다이아..... 얼마나 될까? 너무나 값어치 높은 존재를 보니 욕심도 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마법사를 고용하기에 충분할 것 같은데?"

키네라와 아르를 뺀 나머지 여자들이 자신의 손위에 놓쳐진 보석에 넋을 잃고 있자 할 수 없이 보석을 회수하는 진의 말에 진한 아쉬움을 드러내던 그녀들은 이구동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도 보석이라면 7서클의 고위 서클 마법사도 구할 수 있을 것이리라.....

"그렇단 말이지... 뭐 그럼 그렇게 알고 난 이만 자로 갈 테니 다른 이들은 알아서 하라고"

엄청난 값어치를 가진 보석을 꺼낸 가방의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은 진은 자신의 입가에와 손에 묻은 기름과 피를 소매로 대충 닦아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작스럽게 일을 결정한 진의 모습에 아직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 그녀들은 한동안 멀뚱멀뚱 서로의 얼굴만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방을 길게 울리는 키이의 고함소리에 그녀들의 이성은 현실로 돌아왔다.

"까아아아!! 통구이가!"

그녀의 외침에 일행의 시선이 모여들었을 때는 진이 때어낸 자리가 앙상히 남아 있는 숯이 놓여져 있었다. 그런 그 모습에 암담함을 느끼던 에레나는 원망스럽다는 듯이 진이 들어가 버린 셸터를 바라보았다.

".....그..그래도 안쪽은 괜찮지 안을까?"

희망 섞인 말을 꺼냈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 그런 일행들 사이에서 세이시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레이션을 가지고 있을 흑랑은 보이지 않았다.

"안됐다..."

남의 속을 긁는 소리를 하는 키네라는 일행들과 같이 식사를 위하여 준비한 레이션, 푸지옴을 개봉했다. 그러자 그 맛과 비슷한 진한 단 향기가 삽시간에 주위 공간을 지배하였다.

"꿀꺽"

낮에 한번 맛을 보고는 그 단맛에 치를 떨었던 일행이었지만 식욕을 자극하는 단 향기에 자신들도 모르게 침이 넘어갔다.

 ◆ "잠깐!"

"응?"

막 셸터 안에 들어서 짐을 벗어두려던 진의 손을 잡은 것은 아르였다. 그러자 진은 잠시 자신의 손목을 잡은 아르의 길고 아름다운 손을 바라보다 신경질 적으로 뿌리쳤다.

"뭐지?"

진의 차가운 반응에 잠시 아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진을 기다리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지? 수송선을 찾는 것과는 상관없는 일을 하겠다니. 더군다나 고작 쓸모 없는 지식을 위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왜 내가 너에게 그것을 알려주어야 하지?"

차가운 진의 말에 그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충격을 받은 것인가?

"하..하지만 지금 우리는 같은 일행이잖아? 조금 전 키네라를 설득해 주기도 했고......"

"그 전에 우리는 적이라는 것을 잊었는가 보군"

더 이상 말할 것이 없다는 듯이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은 진은 망부석처럼 굳어진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셸터 안 깊숙한 곳에 짐을 내려놓고 몸을 씻기 위하여 밖으로 나섰다. 하지만 그때까지 그녀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셸터 밖으로 진이 확실히 나간 것을 깨닫곤 슬픈 감정이 가득한 음성으로 흐느꼈다.

"적.....어쩔 수 없었지만 난 너와 적이고 싶지 않았어...."

조용히 흐느끼는 그녀의 모습을 자는 척 하면서 듣고 있던 세르피는 복잡한 눈빛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어둠을 응시하다 잠시 후 아르가 나가는 것을 확인한 후 누워있던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런 그녀의 시야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허무의 어둠... 잠시 그 어둠을 응시하던 세르피는 옆에서 자고 있던 자신의 감시인 루미나를 살펴보다 신경질적으로 다시 몸을 뉘였다.

"...비극적인 짝사랑인가?"

아직 자신의 짝이 없고 사랑도 해보지 않았던 세르피는 아르의 눈물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한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모르겠다"

세르피는 골치 아픈 생각을 뒤로하고 잠에 빠지려고 노력했다, 내일도 하루종일 걸어야 하니까.....

 ◆ 다음날 아침... 짖은 안개 덕분에 바로 코앞도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두 눈이 붉게 충혈 된 기사차림의 여자가 다 꺼져 가는 모닥불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밤새 불침번을 선 에레나의 호위기사 키이였다. 키네라와 세이시나가 불침번 따위는 필요 없다 그렇게 말하였지만 그녀는 옹고집으로 자신을 포함한 나머지 기사들과 교대로 불침번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흑랑의 존재를 알고 있는 키네라와 세이시나는 그런 그녀를 난감하게 쳐다보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잠이 들었다. 뭐 자신들이 불침번을 서는 것도 아닌데 결사적으로 막을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늦게 잠들고 마지막 불침번은 선 키이는 자꾸 감겨는 눈을 비비다 야영을 하기 전 보아두었던 시냇가에 세수를 하기 위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록 안개가 짖었지만 밝아오는 주위를 보았을 때 야행성의 맹수나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몬스터들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혹사당한 엉덩이를 털며 일행이 야영을 하고 있던 곳과 조금 떨어진 장소에 그녀는 큰 충격을 받았다. 길 한가운데를 막고 있는 커다란 상자를 보았기 때문이다. 분명 어젯밤에 없었던 상자.... 혹시나 자신들이 합류한 일행이 가져왔나 하고 생각도 하졌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상자가 너무 컸다. 가로 세로 높이가 3x3x2에 다다르는 거대란 크기는 한 두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기는 너무 컸으니까.

"그럼...우리가 불침번을 선 중간에 누군가 이것을?"

자신들의 이목을 숨기고 접근한 그 무언가에 소름이 돋는 것과 동시에 자신들이 밤을 세웠던 행위가 삽질이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허탈한 마음을 가눌 수 없었던 키이였다. 하지만 언제까지 현실을 도피할 수 없는 일! 그녀는 칼을 뽑아들고 조심스런 몸놀림으로 상자에 다가섰다.

풀잎을 밟은 소리가 요란하게 고요한 숲의 정적을 해치웠다. 하지만 그것을 느끼지 못하였는지 상자에 다가서는 키이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한 가득 흘렀다. 안개를 해치며 그녀가 상자에 다가가자 실루엣만 보였던 상자의 진면목이 들어 났다. 그것은 매끄러운 금속질의 표면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상자를 보는 키이의 긴장 가득한 얼굴에는 한순간 어이없음이 들어 났다. 황당하게도 상자의 표면에는 고급스럽게 보이는 천으로 리본이 만들어 져 있었던 것이다. 그 황당한 모습에 한동안 말을 잊고 이어 없어 했던 그녀는 이윽고 상자의 겉에 난생 처음 보는 고급의 종이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 표면에 적혀있는 글은 난생 처음 보는 문자... 한동안 머리를 극적이던 그녀는 자신의 상전인 에레나라면 알까? 라는 생각을 하며 털레털레, 처진 어깨로 아직 잠에 빠져있을 일행들에게 돌아갔다. 한순간 긴장감이 풀린 그녀는 자신이 위험하다는 생각보다는 지금의 어이없는 상황을 정리하게도 바빴던 것이다, 그렇게 그녀가 사라진 고요의 공간. 은백색의 금속질을 가진 상자의 표면에는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은 언어. 대부분이 자국어를 사용하지만 기록하거나 타 종족에 문서를 남길 때 쓰이는 공통어! 바로 한글이 적혀져 있었다.

-취급주위. 깨지기 쉬운 물건, 내용물이 상하기 전에 빨리 개봉해 주세요-

 일단 여기까지.... 뭐 그동안 써야할 것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지만.......

이제 전 기숙사로.....급하게 써서 오류가 있을지 모르나 이해를^^ 그럼 문제 있음 리플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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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젼? 쓸모없는 구덩이 비록 일어날 시간이 가까워 졌다 하더라도 스스로 일어나기 전 누군가에 의하여 억지로 눈을 떠야 한다면 누구라도 기분이 나쁜 법..... 물론 급한 일이라는 키이의 고함 소리에 일행은 떠지지 않은 눈을 초인적인 인내로 이겨내며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밖으로 나와 서 본, 정작 급한 일이라 소리치는 사람의 얼굴에는 허탈하고 어이없다는 표정만이 걸려있으니 긴박함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키이의 소리침에 아침을 불쾌하게 시작한 일행은 잠시 후 눈앞에 등장한 괴상한 물건에 머리를 극적이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의미일까요?"

"섣부르게 다가가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닐 것 같군"

"....뭐 하자는 거야?"

눈앞의 황당함에 단번에 잠들이 깬 일행의 소란스러움 속에서 상자에 딸려있던 쪽지는 발견자인 키이에 의하여 맨 처음 에레나의 손에 쥐어졌다. 하지만 그 쪽지에 적혀있는 글을 그녀가 읽을 수 없는 것이 당연. 다행이 다른 일행이 급하게 잠을 깨 부스스한 모습과는 달리 깨끗한 모습에 옷차림까지 단정하게 갖춘 진이 '주군의 능력을 믿습니다!'라는 눈빛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는 키이의 눈빛을 부담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에레나의 손에서 그 쪽지를 잡아챘다. 진의 입장에서는 물어볼 것도 없이 상자의 중앙을 가로지르며 자랑스럽게 적혀있는 한글을 보면 이 상자가 누구한테 왔는지는 뻔했던 것이다.

물론 그런 예의 없는 진의 행동에 순간 키이와 정리가 되진 않았지만 그럭저럭 옷차림을 갖춘 일행들과는 달리 키이의 급하다는 소리에 제일 먼저 뛰쳐나왔기 때문에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여 다소 야한 잠옷차림에다 어울리지 않게 검까지 들고 있던 기사들의 손이 순간 검에 다가갔다. 하지만 그런 그녀들의 행동은 에레나의 손짓에 멈출 부 밖에 없었다. 그녀가 보기에 자신들을 뺀 다른 일행(루미나와 키네라 세이시나와 아르)의 모습에서 그가 그 종이를 읽는 것이 당연하다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절대! 자신이 그 쪽지를 읽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주위의 그런 반응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으며 진이 묵묵히 쪽지를 읽어 내려갔고 그에 따라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진에게 모여들었다. 아마 저 쪽지에는 이 황당한 상자가 왜 이곳에 있는지 적혀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쪽지의 겉면을 훑어보던 진은 궁금증 가득한 일행에게 설명을 하는 대신 살짝 일그러진 얼굴을 하곤 신경질적으로 쪽지를 구겨 뒤로 던져버렸다. 그리곤 성큼성큼 상자에 다가섰다. 그에 진의 뒤에서 쪽지의 내용이 궁금하여 기웃거리던 루미나는 뒤로 떨어지는 구겨진 쪽지를 잽싸게 잡아 흥분된 얼굴로 재빠르게 폈다. 그리곤.

"풋"

자신의 손에 들린 쪽지의 내용을 읽은 그녀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당사자가 바로 옆에 있으니 차마 웃음을 내뱉지는 못하고 손으로 입을 가린 다음 키득거렸다. 함부로 상관이 버린 물건을 만지던 루미나를 불안한 얼굴로 쳐다보던 키네라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곤 허리를 굽히며 소리 죽여 웃고있는 루미나의 손에서 쪽지를 낚아챘다 『선물입니다. 당신을 항상 지켜보고 있는 괴도 Z로부터...』 ............극적. 극적....

안구에 든 나노머신이 해석한 문장에 키네라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괴도Z라....

이 행성에서 누가 한글을 쓴다는 말인가! 생각할 필요도 없이 자신들 외에는 기지의 사람들뿐, 더욱이 그 사람들 사이에도 이곳까지 물자를 건네 줄 사람은 고위층의 몇 사람밖에 없었다. 조금만 생각해도 이 쪽지의 출처는 임시사령관의 위치에 있는 한영석일 것이 뻔한 일이었으니....

'글을 쓰면서 창피하지도 않았나?'

키네라는 잠시 냉정한 얼굴로 앉아 전혀 어울리지 않은 쪽지의 내용을 작성하는 그의 모습을 생각하자 왜 루미나가 웃었는지 알 수 있었다.

"풋"

기어이 참으려 하였지만 키네라 또한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자기 나름대로 재미있게 보내려고 하는 것 같은데 자신이 보기에는 너무나 어설펐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것을 노린 것인지는 모르지만... 둘의 모습에 고개를 기웃거리던 세르피와 아르조차도 쪽지에 적혀 있던 글을 읽고 웃음을 참지 못했으니 그의 의도는 성공한 것인지 모른 다는 생각을 하는 키네라였다. 그렇게 지구공용어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이들은 종이에 적힌 글을 읽고 웃음을 지었고 글을 읽지 못한 이들은 그런 그녀들을 멀뚱멀뚱 쳐다보는 시간이 지속되었다, 눈살을 찌푸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금 소란스러운 주위에 웃음소리에도 진은 상관하지 않고 조금 전 신경질 적은 행동과는 달리 무표정으로 돌아와 자신의 키를 넘기는 거대한 상자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잠시 무생물과 신경전을 벌이던 진은 다시 한번 쪽지의 내용을 상기했다. 일행들이 웃을 정도로 유치한 문구였지만 그 문장 안에는 한영석. 그가 하고 싶은 말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상자의 리본 등으로 자신이 쓴 문장이 그저 웃기려고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었지만 그것은 그 쪽지의 내용이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숨기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쪽지에 적혀 있는 문장의 첫 글자. '선물'이라는 단에는 예상치 못한 물건. 처음 예정했던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뜻하였으며 항상 지켜본다는 말은 진 자신이 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뜻이었다. 그 뒤를 이어 괴도라는 것은 남의 물건을 훔치는 사람, 따라서 이 물건은 기지에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Z는 알파벳의 끝.... 이것을 끝으로 더 이상 자신의 일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니 자신들의 무단 행동을 너그러이 용서해 다라는 부탁인 것이다.

'보고 받은 것과는 달리 무단으로 감시하는 눈이 있었나?'

진은 한영석이 전해준 쪽지의 속뜻을 되새기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는지 고개를 흔들며 상자의 반질반질한 표면을 바라보았다, 그런 진의 눈에 가장 거슬리는 것은 상자 밖의 문구. 상한다는 단어.... 상한다는 단어라는 것은 유기물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상할 물건은 레이션이 뿐이었고 그것도 보통 유통기안이 년 단위로 따지는 것이 보편적이니 그것은 아닐 것이고....

한동안 상자의 내용물을 생각해본 진은 결국 결론을 짖지 못하고 상자를 열기로 마음먹었다, "슈....."

상자에 달린 손 모양의 자국에 진이 자신의 손을 밀착시키자 상자의 내부기압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꽤 많은 수증기들이 상자의 각의 틈 사이에서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갑작스런 소리에 쪽지의 내용을 다른 이에게 설명해 주고 있던 일행들의 시선이 진의 모습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곤 상자에 적혀있는 한글을 보았을 때 아군이 보내준 물건이라는 것은 확실하였으니 위험물은 아닐 것이라 판단하였는지 루미나와 세르피를 선두로 그녀들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모여들었다.

일행이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상자는 내부에 차 있던 수증기를 뿜어낸 다음 수십 조각으로 분리되어 차곡차곡 쌓아져 갔고 수 m에 이르는 상자는 일행들이 잠시 후 모두 모여들었을 때는 이미 작은 손가방 만한 크기로 뭉쳐져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상자가 아닌 그 내용물. 비록 그런 상자의 신기한 모습에 잠시 에레나와 네리아의 시선을 잡아 두기도 하였지만 그것도 잠시. 대부분의 일행은 엉터리 편지에 어울리지 않은 리본을 단 상자의 내용물을 주시했다.

그리고 "사시...시체?"

일행은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조립이 된 상자에서 나타난 것은 거대한 상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십 개의 조그마한 상자. 그리고 3명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아침이라 하지만 불길한 안개 가득한 곳에서 멀쩡한 시체를 본다는 것이 그리 좋은 일은 아니니라...

"저기 안 죽었는데요?"

겁을 집어먹고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는 일행을 바라보며 키네라는 머리를 긁적였다. 만약을 대비하고 있던 그녀는 자신의 몸 속에 있는 나노머신을 사용하여 상자에서 나타난 이들의 체온을 감지한 것이다. 키네라의 말에 선두에서 질린 얼굴을 하고 있던 세르피가 무안했던지 주먹을 쥔 손을 입가에 되고 헛기침을 했다. 물론 그녀들에게 자신들의 종족의 시체가 아니라면 나머지는 그저 동물의 시체와 별반 다를 바가 없지만 아직 태양이 떠오르지 않은 이른 아침에 본 시체라고 생각되는 존재에 흠칫 놀란 것이 부끄러운 것이리라... 뭐 시체라고 생각하던 존재 중 하나는 하체 대부분을 피에 절여 있으니 창백한 피부와 연관지어 생각한다면 그녀의 생각이 당연한 것이다. 그런 반응은 세르피와 다른 이들이라고 별반 다를 것이 없었으니 그녀들의 무안해하는 모습에 혹시 자신이 괜한 말을 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들어 괜히 미안해지는 키네라였다.

그렇게 시체가 아니라는 사실에 다시 소란스러워 지는 주위와는 상관없이 진은 묵묵히 창백하다 못해 푸르스름한 빛까지 도는 그들의 곁에 다가섰다. 3구의 존재는 나이든 노인과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여인. 그리고 에레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소녀였다. 잠시 그들을 보다 진은 그들이 눈에 익다는 생각이 들었고 잠시 고민하다 이들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물론 그것을 눈치챈 이는 진뿐만이 아니었는지 진의 뒤에서 그들을 유심히 바라보다 갑자기 3구의 존재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루미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 식당에서 본 그 일행!!"

그녀의 외침에 사정을 모르는 네리아와 에레나, 그녀의 호위기사들은 멀뚱멀뚱 손바닥을 치는 다른 일행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데 왜 저들이 선물로 포장되어 우리에게 보내진 것이지?"

"............."

잠시 후 루미나에게 저들이 누구인지 설명을 들으며 자신의 볼을 극적 이는 에레나의 말에 주위의 이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시체이던 시체가 아니던 그들이 자신들의 눈앞에 있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쿨럭...쿨럭"

서로의 얼굴을 보며 빨리 답을 내 놓으라는 눈빛을 교환하던 그녀들은 순간 들리는 기침소리에 쓸 때 없는 소모성 대화를 끝내고 기침소리가 들렸던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 진은 조용히 잠들어있는 그들 머리맡에 놓여진 앰플을 따 그들이 몸 속에 주입하고 있었다. 이윽고 3구의 존재들에게 모두 약을 주입하고 몸을 일으키자 가장 먼저 약을 맞은 신관복을 입고 있는 소녀가 격한 기침과 함께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눈을 끈 그녀는 막 정신을 차려서인지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멍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일행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받고 있던 소녀는 그랗게 한동안 망한 표정을 짖고 있다 옆에서 들리는 기침소리에 정신을 차린 듯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원하는 것을 찾았는지 소녀는 이윽고 옆에 누워있는 이들 중 나이 지긋한 노인에게 달라붙어 그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마음이 급한 모양인지 주위 상황도 파악하지 않은 그녀의 손놀림은 조바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손길에 드러난 노인의 상처는 조바심을 들어내는 소녀의 행동이 이해가 될 정도로 매우 심각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안절부절못하던 소녀는 이윽고 참지 못하고 훌쩍 훌쩍 눈물을 흘렸다.

"훌쩍...훌쩍....어떻게...."

 아! 벌써 2주째 글을 올리지 않았군요, 할말 없습니다, 목숨 만 살려 주십시오. _(_ _)_ 글이 나가지 않아 한동안 머리 싸매고 뒹굴었습니다, 심지어 이 글 잠시 연중하고 요즘 세로 쓰고있는 글을 올릴까? 라는 어이없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으니...(진짜입니다. 3화까지 한글로 옮기기까지.....)

일단 연참 들어갑니다. 아! 그리고 대부분 지웠지만 새로운 소설이라는 것의 - 프롤로그 -도 한번 올리겠습니다, 연재하겠다는 뜻은 아니고 이왕 적었는데 지우기는 좀 그래서^^ 컴 못할 때 연습장에 끄적 거렸는데 한 A4로 70장정도 되나? 한번 보시고 평가 해 주세요. 마지막 연참 하는 글 뒤에 올려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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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젼? 쓸모없는 구덩이 "응......여기는 어디?"

한참동안 격한 기침을 하며 두 번째로 정신을 차린 육감적인 육체를 가진 장신의 여자는 먼저 일어난 소녀와 마찬가지로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곁에서 들려오는 소녀의 울음소리에 시선을 돌린 그녀는 이윽고 지금의 사태를 파악했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아직 정신을 차리지 않는 노인의 옷자락을 잡고 외쳤다.

"기..... 기스빈 빌려간 돈이나 갚고 죽을 것이지"

"아직 살아 계세요!!"

사람이 죽어 가는데 실없는 이야기나 하는 장신의 여자가 못마땅했는지 훌쩍이던 소녀는 버력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의 뒷말을 듣지 않았는지 손사래를 치던 장신의 여자는 노인의 품안을 뒤져 더럽지만 조그마한 주머니를 꺼내 들었다.

"그럼 기스빈이 가지고 있는 물품은 7:3 어때?"

"아르지아 언니!!"

"농담이야! 농담!"

농담이라는 소리와는 달리 싱글거리는 그녀는 은근슬쩍 노인의 주머니를 자신의 품안에 집어넣었다. 돈에 대한 무서운 집념....

그리곤 미소를 지우지 않은 아르지아라 불린 여자는 두 주먹 불끈 쥐고 외치는 소녀가 귀엽다는 듯이 쓰다듬다 주위에 자신들을 바라보는 많은 시선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그 시선은 하나같이 괴상한 것을 본다는 표정. 이곳이 어디인지, 왜 자신이 이곳에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런 주위의 모습에 쑥스러운지 헝클어진 단발머리를 극적이던 그녀는 순간 주위의 모습과 이질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비록 겉모습은 아름다운 소녀(?)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밑을 수 없게도 남자이며 인간이라 할 수 없는 정도로 잔인한 존재! 자신들의 일행을 이 지경으로 만든 존재! 단 한번밖에 보지 못했지만 그의 존재감이 너무나 강렬하여 머리 속 깊숙이 각인되어 있는 상대.

으드득 '용서할 수 없어!'

그녀가 진의 모습을 확인하고 품안에 놓여진 작은 단검을 꺼내들어 쏘아낼 때까지 걸린 시간은 숨 한번 들여 쉴 시간. 그런 섬광 같은 몸놀림을 본 자는 일행 중 키이와 네리아뿐이었다. 한순간 섬광과 같은 빛살. 그리고 북이 터지는 소리가 동시에 아직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 일행들에 귀에 꽂혔다. 그와 함께 달려온 속도보다 더한 속도로 퉁겨나가는 그림자.

"아..르지아 언니!!"

일행은 눈앞에서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것은 그녀들이 자각하기도 전에 이미 끝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입가에 피를 흘리며 증오의 시선으로 진을 바라보는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레이저 차림의 여자. 그리고 정지된 영상처럼 뒷짐을 진 상태에서 들어올린 한쪽 발을 서서히 회수하는 진의 모습. 그리고 레인저 차림의 쓰러진 여자에 달려드는 소녀...

"뭐가 어떻게 된 거야...응?"

에레나는 순간 놓친 광경에 설명을 해 주라는 의미인양 팔꿈치로 키이를 건드리다 그녀가 식은땀에 흠뻑 젖어 있다는 것을 깨닫곤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 질문을 하기에는 그녀가 너무 굳은 표정을 짖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키이는 긴장한 음색으로 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놓쳤습니다. 한순간이었는데..... 놓쳐버린 것입니다. 엄청난 몸놀림. 어제 자작의 기사들과의 싸움을 생각했을 때 대단하다는 것은 알지만....."

충격을 받은 이는 키이만이 아니었다. 아니 일행 중 누구보다 더 충격을 받은 이는 직접 진에게 타격을 받은 아르지아였다. 비록 증오 가득한 시선을 보내주고 있지만 절대 피할 수 없는 거리. 그 한줌의 거리에서 자신을 수 m까지 날려버린 진의 파괴력에 마음속 갚은 곳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을 외부로 나타낼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지만... 또 하나 그녀를 더욱 위축하게 하는 것은 눈앞의 덩치.. 진의 육체는 자신보다 작지 않은가? 보편적으로 작은 육체일수록 빠르기로 승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니 자신보다 힘뿐만 아니라 빠르기도 능가할 것은 당연했다. 전투에서 빠르기와 힘을 빼면 뭐가 남느냐는 것인가! 젠장! 승산이 없었다.

"훌쩍.. 흘쩍.. 왜"

쓰러진 자신의 몸에 신성력을 발휘하며 훌쩍이는 소녀의 머리를 흔들어준 그녀는 순간 자신의 눈앞에 무언가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한순간 찾아오는 격한 고통.... 가까이 소녀의 비명소리가 아스라이 그녀의 귓가를 울렸다.

가슴을 강타하는 거대한 충격을 지면이 모든 것을 흡수하지 않았는지 아르지아의 육체는 순간 몸이 떠올랐다. 숨을 쉴 수 없는 고통에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사이, 어떤 힘이 그녀의 멱살을 잡아끌어 올려졌다. 하지만 조금전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 숨을 쉴 수 없는 고통에 타들어 가는 가슴을 움켜쥘 힘도 없는 그녀는 그저 눈앞의 자신의 멱살을 잡은 이를 바라불 수밖에 없었다.

"어..언니를 건들지마"

한 손으로 자신보다 거대한 존재를 들어올리는 진의 모습에 한순간 공포를 느낀 소녀였지만 자신의 소중한 동료가 그의 손에서 괴로워하자 용기를 내며 소리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비웃음뿐이었다. 특히 싸늘하기까지 한 눈빛을 정면으로 받자 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당연히 소녀를 죽일 생각 따위가 없었던 진은 다시 시선을 자신이 손아귀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여자를 향했다. 죽이는 것이야 간단한 일이지만 이들을 자신 앞에 들이민 부하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럴 수는 없으리라.... 더욱이 이들의 복장을 자신의 몸 속에 있는 엘프의 지식으로 검색한 결과 신관, 마법사, 그리고 레인저이지 않은가? 신관은 그렇다고 해도 마법사와 레인저는 전날 네리아가 말한 던젼 탐험에 필수 인물들이었다.

진의 예상처럼 한영석은 아마 지금도 이 주위에 퍼져 있어 진의 모습이나 대화를 주시하고 있을 벌레들을 통하여 진 그가 놓친 이들을 잡아들였다. 물론 지금의 상황처럼 그들이 필요로 하는 상황을 예상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일단 자신이 놓친 이들을 잡아 흑랑에게 인계하려 했다. 아무리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이지만 허가 없는 행동은 감시라고 생각할 수 도 있을 것이니까. 하지만 자신들이 잡은 이들이 자신의 상관에 필요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된 한영석은 징계를 받을 각오로 자신들의 존재를 들어내었다.

어찌 보면 불손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었지만 진은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 이들을 잡아들인다는 것은 한영석이 보낸 존재들이 자신의 주위에 있었으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지만 이들과 함께 보낸 물자들을 생각한다면 간단한 일이 아닐 것이라는 것을 쉬이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이 모든 것을 준비해야 했을 것이지만 이곳에서 기지까지의 거리를 생각한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으리라... 뭐 기분은 나쁘지만 자신에게 보고 안 한 존재들이 주위에 있다는 것 정도는 눈감아 줘야겠지?

"크..."

"응? 아! 미안"

진은 딴 생각을 하고 있다 자신의 손아귀에서 파랗게 질려있는 여자, 아르지아의 얼굴에 서둘러 힘을 빼내었다. 그리고 친절하게 사죄까지.... 물론 그 음성에 진정 미안하다는 마음은 하나도 담겨있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이지만.

"저기..... 누가 지금의 상황 좀 설명 해주지?"

갑작스런 폭력사태로 어리둥절한 일행을 대표해서 에레나가 나섰다. 그런 그녀의 음성에 이제까지 진만을 바라보고 있던 소녀와 아르지아 둘은 주위에서 자신들을 주시하는 일행들을 바라보곤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주위에 몰려있는 이들 전부가 모두 여자인 것이다, 그것도 몇몇은 무서울 정도로 미녀이며 나머지 이들도 평균 이상의 미모를 가지고 있는 집단. 물론 여자들만 이루어진 집단도 있기는 있었다, 대단한 권력을 가진 귀족의 애첩들... 하지만 그녀들 너머로 보이는 숲을 보았을 때 지금 이곳은 사람의 인적이 없는 지역, 더욱이 그녀들의 옷차림은 제각각이며 몇몇을 뺀 나머지 이들의 옷차림에서는 귀족 특유의 그 무엇도 느낄 수 없었다, 아니 그중 몇 명은 견식이 낮다 할 수 없는 아르지아도 처음 보는 옷차림이었다,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집단이었지만 기묘하게 부조화를 이루고 있는 집단....

"음...."

순간 들리는 신음소리에 자신을 주시하는 주위의 시선으로 얼굴을 붉히고 있던 소녀는 황급히 일어나 신음소리가 들리는 장소, 바로 상자에 남아있던 마지막 인물인 마법사에 달려갔다. 그런 소녀와는 달리 아르지아는 충격으로 움직이지 못한 몸으로 인하려 걱정스러운 눈빛만을 보냈다.

그런 그녀들의 모습을 보며 진은 '피식' 하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마법사의 옷차림을 하고 있는 저 노인의 상처쯤은 얼마든지 고칠 수 있었지만 한영석은 일부로 고치지 않은 것이다. 이제까지는 약을 써서 신체를 가사상태로 만들었기 때문에 약간의 피를 흘릴지언정 상처가 약화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그 약의 중화제를 놓은 상황. 그의 신체는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으로 보아 그의 목숨은 길어봤자 오늘을 넘기지 못하리라...

귀여운 얼굴 가득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녀는 노인의 상처부위에 손을 대고 무어라 주문을 외었다, 그러자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빛이 그녀의 손안에 모여들었다.

"놀랍게도 순간적이긴 하지만 저 남자의 육체의 일부분에서 세포분열 등의 자가회복능력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아마 저 소녀의 손에서 나오는 빛의 의한 것이겠지요? 꽤나 신기한 능력이네요. 마법이라는 것인가? 하지만 대상은 이미 자체적인 신체의 능력으로는 회복이 불가능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왔는데 어떻게 할까요?"

진의 곁에서 소녀의 손에서 빛이 나오는 광경을 바라보던 키네라의 말에 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나노머신을 투입한다면 얼마든지 살아날 수 있을 것이지만 그로 인하여 유리한 협상의 위치를 포기할 진이 아니었다. 그것을 바라고 한영석도 저 노인을 치료해주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잠시만.."

진이 잠시 소녀를 주시하는 사이 같은 신관으로써 보기가 안쓰러웠던지 세이시나가 미약한 빛에 의지하며 울고 있는 소녀에게 다가섰다. 낟선 이가 다가오는 것에 처음에는 마치 새끼고양이와 같은 눈빛으로 경계하던 소녀는 세이시나의 두꺼운 망토 안의 신관 복과 그녀의 손에 미약한 빛이 감도는 것을 보곤 자리를 피해 주었다. 그 빛 하나만으로도 신관이란 증명은 충분했고 자신보다 강한 신성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안합니다"

노인의 상처에 자신의 손을 가져간 세이시나에게서 조금 전 소녀와는 비교도 될 수 없는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지만 노인의 상처는 회복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워낙 상처가 심한 것도 있었지만 문제는 장시간 방치한 상처에 의하여 쇠약해진 육체와 나이가 많다는 것이 문제였다. 비록 손가락과 같은 작은 조각정도였지만 신체도 복구할 수 있는 세이시나의 신성력도 그 밑바탕이 있어야만 하는 법. 간절한 눈빛으로 울먹이는 소녀를 보며 세이시나는 머리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소녀는 다시 밀랍을 입힌 인형처럼 차가워지는 노인에게 시선을 행했다. 소녀는 이미 지난 일이지만 일행에 신관이 있다는 사실에 포션도 준비하지 않은 것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포션이라도 있다면 어느 정도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인데.....

이 모든 일의 원흉은 따로 있었지만 마음 약한 소녀는 지금 눈앞의 이가 죽어 가는 것이 자신의 잘못인 것 마냥 눈물을 한없이 흘렸다.

"그 노인은 그대에게 중요한 이인가?"

마치 악마의 달콤한 유혹처럼 들리는 목소리에 소녀는 얼굴 가득 흐르는 눈물을 소매를 흠치곤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 있는 것은 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존재. 순간 지금의 사태도 잊고 얼굴을 붉힐 정도로 아름다운 존재가 팔짱을 끼며 서 있었다.

"다...당연하지요."

"음... 그래? 그럼 나와 계약을 하지 않겠나?"

"계약?"

"그래! 나와 계약을 한다면 그 노인을 살려줄 수 있는데 말이야..."

진의 달콤한 제의에 소녀는 마음이 흔들리는지 진과 미약한 신음 소리를 내는 노인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뭐 계약이라는 말이 걸리기는 하였지만 그의 일행에 신관이 있는 것으로 보아 마족이나 그런 부류로 보이지 않았으니 계약이라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부탁의 일종이라는 것이라 생각한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려 하였다. 하지만 당사자는 소녀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웃기지마! 무슨 놈의 계약! 이 모든 것이 네놈이 저지른 일이잖아!"

진에게 얻어맞은 속을 간신히 진정시킨 레인저 복장의 여자, 아르지아의 소리침에 막 대답하려던 소녀는 눈물이 가득한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소녀의 얼굴을 보지 못한 아르지아는 비틀거리는 몸으로 오로지 진만을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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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젼? 쓸모없는 구덩이 "내가 저지른 일이라니?"

전혀 알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 이는 진의 모습에 순간적이긴 하지만 아르지아는 이성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가증스러운 놈 조금전 진에게 호되게 당하지 않았다면 벌써 달려들어 두들겨 패 주었으리라... 이성을 잃은 순간 지는 것은 자신이라는 마음에 그녀는 분노로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정시킨 후 진을 노려보았다.

"무슨 말인지 몰라? 네놈이 그 식당에서 독을 뿌린 덕분에 기스빈은 저렇게 사경을 헤매고 트레스와 아토르는 지금 살아있는지 죽어 있는지 모르는 상태가 된 것이 아니야!!"

"아! 혹시 트레스라는 사람과 아토르라는 사람. 전사복장에 바스타드 소드를 들고 있는 덩치 큰 사람들 아닌가요"

"?"

분노 가득한 음성으로 소리친 그녀의 말을 끊고 나선 이는 에레나... 그녀는 루미나에게 들은 식당에 있었던 사람들이라는 말과 아르지아의 말을 종합하여 그녀가 2틀 전 항구마을에서 일어난 집단 살해사건의 생존자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물론여기까지는 심증뿐이었지만 자신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모습에 에레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르지아의 모습에 그 뒤의 이야기를 추리를 하면 그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정체불명의 존재가 바로 자신의 옆에 있는 진이라는 것이 나왔지만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었으니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을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르지아에게는 지금 자신이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해 주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다행이 그녀는 눈앞의 존재의 마지막 희망을 끊어버리는 잔인할 말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눈치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그녀의 호위기사인 키이가 자신의 손을 때리며 외쳤기 때문이다.

"아! 다른 이들과 달리 갈기갈기 찢어진 용병차림의 두 명!!"

그곳에 있는 이들의 옷차림은 크게 3부분. 시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평민들과 신관과 성기사들, 마지막으로 2명의 용병의 시체였으니 그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라면 아르지아가 원하는 이들이 누구인지는 누구나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지만 단호히 선언하는 절망적인 키이의 말에 아르지아는 자리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반응은 그녀만이 아닌지 노인이 옷자락을 잡고 있던 소녀도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둘의 반응을 보았을 때 죽은 이들과 이들은 평범한 사이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으리라...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그런 둘의 모습에 루미나와 키네라는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다. 그들이 비록 자신들과 다른 남의 종족이라 하지만 슬퍼하는 것은 슬퍼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숙연한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전혀 주위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은 이가 있었으니...

"빨라 말해. 계약을 맺어 노인을 살리던지 아님 내 목을 치기 위하며 칼을 들던지.. 뭐 그냥 떠나는 방법도 있군"

"..........이...이!!"

뭐. 진에게는 이들을 대리고 당장 던젼을 탐험해도 되고 아니면 조금 시간을 들여 큰 도시로가 마법사와 트레저 헌터를 고용해도 되는 것이라 느긋한 입장이었다. 더욱이 계획을 변경하여 두 달이라는 시간적 여유도 얻지 않았던가? 비록 마음써준 부하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진심으로 자신에게 덤빈다면 자신도 진지하게 상대해 줄 마음이 진에게는 있었다.

하지만 비록 진의 말이 이성적으로는 타당하다 하지만 그런 소리를 듣고 '예 그럽시다' 라고 손을 내밀 이들이 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 아마 그리 많지만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불행히도 아르지아는 그 범주에 들어가지 못했다. 진의 말이 기폭제가 되었던지 그녀는 드디어 참지 못하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몸은 진에 의한 충격에서라기보다 분노의 측면이 더 강했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분노 가득한 음성의 그녀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너....."

분명 자신을 바라보는 눈앞의 인물의 눈빛에는 그 무엇하나 들어있지 않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오만한 그 무엇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물론 죽은 자는 죽은 일. 죽어 가는 사람이라도 살려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었지만 분노로 이성을 날려버린 그녀의 머릿속에는 그따위 것이 들려있지 않았다.

"죽어!!!"

분노가 신체의 능력을 증폭시켰던지 진에게 타격을 당하기 전보다 월등한 속도가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는 키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향상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 빠르기로는 조금 전 진이 보여준 빠르기에는 비교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조금전과 달리 자세까지 잡고 있는 진의 모습을 보았을 때 방금 전과 같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아 키이는 자신의 주인, 에레나의 얼굴을 잡아 눈을 가렸다. 사람을 조각 내는 존재의 손속을 생각한다면 잠시 뒤 참혹한 광경이 그녀들의 시야를 가리리라 예상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일행이 예감한 아르지아의 참혹한 운명과는 달리 그녀는 진의 사정거리에서 아슬아슬하게 물러설 수 있었다. 그녀의 가는 허리를 조그마한 소녀가 입가에 피를 흘리며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던 것이다.

"아세스!!"

자신의 돌진을 왜 막았냐는 비난보다는 소녀의 입가에 흘러내리는 피에 대한 경악이 더 가득한 음성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외침에도 아세스라 불린 소녀 신관은 배시시 웃을 뿐이다.

"잠시 신성력으로 몸을 활성화시킨 것인데. 제 몸으로는 무리인 것 같네요"

그 말을 끝으로 아세스의 몸은 기력을 잃었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아르지아의 허리를 잡은 손은 절대로 놓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에 화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차분히 마음을 안정시킨 아르지아는 자신의 눈앞에서 담배를 물고 있는 존재, 진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과 조금도 차이가 나지 않는 눈빛.

분노에 달아오른 이성을 차분히 안정시키자 아르지아는 주위를 볼 수 있었다. 아직은 적대적인 시선을 보이진 않지만 눈앞의 존재와 같은 일행으로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눈앞의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그녀는 기억해냈다. 잠시의 순간이지만 그가 일으킨 일만을 보아도 충분했다. 무시무시한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각 교단 중에 상위의 실력을 가진 무세아 교단의 질서의 수호자중의 하나인 다리치아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을 서로 칼을 들게 하여 상잔시키지 않았던가? 그런 그가 자신을 죽이는 것 따위는 가벼운 일이리라...

'미안 트레스.... 아토르,... 나 지금 죽을 수 없어! 나만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을.....'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진은 아르지아의 눈빛에 백 번은 죽었을 것이다. 뭐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녀의 앞에 진이 나타날 수 도 없이 과거에 죽었을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서서히 이성을 찾으면서 조금전과 같이 죽음을 불사하는 투지는 서서히 사라져 갔다. 대신 그 빈자를 차지하는 것은 생존에 대한 욕구. 그리고 살아야 하는 이유 비록 이를 갈망정 어느 정도 진정된 모습을 보여주는 아르지아를 쳐다보지도 않고 묵묵히 담배를 피우고 있던 진은 한참 후 그녀가 조금씩 안정되어 가는 모습을 확인하곤 바위에 대충 담배를 문질러 끄며 다시 한번 조금 전 자신이 꺼낸 조건을 내밀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조금 전까지 살기 등등했던 아르지아의 모습 따위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무시한다는 쪽이 정확할까?

"어떻게 할거지? 계약을 맺어 저 노인을 살릴 것인가. 아님 다시 하번 덤빌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떠나도 상관은 없어"

여전히 굴욕적인 질문... 하지만 조금전과 달리 아르지아의 머리는 차갑게 식은 후였다.

"계약에 응하지! 단 난 용병이야! 무슨 일을 하기 위하여 계약을 맺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대가가 없다면 그냥 떠나겠어!"

"예? 하지만..."

계약에 응한다는 소리에 노인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환한 미소를 지었던 아세스는 그녀의 뒷이야기를 듣자 얼굴을 창백하게 물들였다. 대가라니! 대가를 지불하면서 치료까지 한다면 누가 계약을 하겠는가? 설마 이대로 물러설 생각으로?

아르지아의 나뭇가지등 장해물이 많은 곳을 넘나드는 레인저 복장 특유의, 가죽으로 단단히 고정한 긴소매를 붙잡은 아세스의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가득했다. 이미 일행 중 두 명이 죽었는데 또 한 명의 일행을 잃어버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는 아르지아는 단호한 기색이었다. 이미 일행 중 한 명에게 일어난 불상사로 인하여 지난 한달 동안 한푼도 벌지 못한 지금 그녀는 돈이 필요했다. 동료의 원수나 다름없는 이에게 손을 내밀 정도로.... 그것도 많은 돈이....

"돈이라... 이 정도면 정당한가?"

잠시 턱을 쓰다듬은 진은 자신의 가방에서 어제 일행들에게 보여주었던 보석 한 주먹을 꺼내 아르지아의 앞에 던졌다. 아직 안개에 가려 태양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이른 아침이었지만 순간적으로 빛나는 보석의 무더기에 진을 따라온 외계인(?)들을 뺀 나머지 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가라는 단어를 꺼낸 당사자도 그 보석의 양에 질리 얼굴을 할 정도였으니... 아무렇게나 진이 꺼낸 보석은 일행이 보았던 어제의 보석보다 월등히 많은 양인 것이다. 일행은 말없이 바닥의 보석을 바라보다 일제히 진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보석을 가지고 있느냐 라는 눈초리...

 머리가 어질어질... 핑그르르르.....

이제 3편인가? 앞으로 한5편정도 남은 것 같군요.

에..계속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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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젼? 쓸모없는 구덩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뒹구는 드워프가 세공 한 것 같은 아름다운 보석들. 제일 작은 보석도 엄지손가락만 크기였으니 진이 꺼낸 보석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그런 보석을 보며 아르지아는 섣부르게 손을 움직일 수 없었다. 대가를 바란 것은 틀림없지만 이 정도를 바란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평생 돈을 모아도 저것의 10분의 1이나 모을 수 있을까?

이 세상의 법칙으로 많은 대가가 주어진다면 그만큼 위험도 증가하는 것이 당연한 것! 눈앞의 돈도 중요했지만 자신은 아직 죽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정도 보석이 있다면....

갈등하는 듯한 모습의 그녀를 바라보는 진은 새로운 담배를 물었다.

"아! 그리고 저 노인은 마법사라는 것은 알겠는데.. 무슨 마법사지?"

"....서클마법사"

"음...그렇군.. 그리고 보통 레인저들은 트레저 헌터를 겸한다고 하던데 자넨 또한 그러한가?"

대답 여부에 따라 자신의 목숨이 이승에 남느냐 떠나느냐를 결정하는 질문이었지만 그것을 눈치 체지 못한 아르지아는 그저 진을 바라보며 이를 가는 목소리로 내뱉었다. 일단 일의 여부를 들어야 하지만 아직 눈앞의 존재의 앙금이 사라진 것은 아니니까.

"...레인저들은 한가지 이상의 직업을 겸하고 있지. 보통 시프나 트레저 헌터..."

"이! 길게 말할 것 없어! 자네가 트레저 헌터인지 그것만 말해주면 좋겠군"

진은 아르지아의 말을 중간에서 끊으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에게는 체계적인 지식이 아닌 그녀가 트레저 헌터인가 아닌가 만이 중요할 뿐이었다. 아니라면? 살려둘 필요는 없으니까.... 다행이 신은 아르지아의, 아니 그녀를 포함한 3명의 목숨을 아직 거두어 드리고 싶진 않았는가 보다.

"....트레저 헌터다"

"음 좋았어! 모자란다면 더 주지, 뭐 보석 따위는 쓸 때 없이 많으니까. 네가 할 일은 지금부터 가는 던젼의 안내자가 되는 것이다. 던젼의 위험은 아직 판단이 되지 않은 상태. 계약은 너뿐만 아니라 너와 함께 이곳으로 온 나머지 2명에게도 적용된다. 물론 그 던젼을 발굴된 물건 일체의 소유권은 우리가 가지는 것이지. 일단 지금 주어진 보석은 착수금이라 생각해도 좋다."

착수금?

아르지아는 행동 하나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은 눈앞의 인물의 조건을 들으면서 어이가 없었다. 던젼이 무슨 금광도 아니고 국가 정도나 되는 거대한 집단만이 발굴할 수 있는 대형 던젼이 아니라면 돈이 되는 것은 것의 없다고 봐야만 했다. 오죽하면 마법검 하나 발굴하면 충분하다는 소리가 있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 주어진 보석이라면? 아니 이것이 착수금이라면 일이 끝났을 때 더 준다는 이야기였으니 최종적으로 받는 금액은 지금 눈앞에 있는 보석의 두 배. 이 정도면 마법검 2∼3개는 살수 있는 양이었으니 그녀는 만약 자신이 직접 본 괴물 같은 성격과 능력이 아니라면 눈앞의 존재가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로 생각하며 의뢰 따위는 거절했을 것이다, 물론 일이 끝난 다음 주어진 것이 보석이 아니고 입막음용 검일 확률이 높았지만.....

"...좋아! 일을 수락하지"

그녀는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자신의 품속에 있는 마법스크롤의 존재를 확인했다. 비록 새겨져 있는 마법은 1서클의 라이트 마법과 그리스(일정지역의 마찰을 0으로 함) 마법이었지만 복합마법진을 이용하여 1장의 스크롤을 찢을 때 2가지 마법이 나가는 다중복합마법이 적혀있는 마법 스크롤. 보통 스크롤보다 가격이 5배 이상 비싸지만 이것만으로도 탈출은 충분하다고 그녀는 자신했기 때문에 진의 계약에 응한 것이다. 물론 이 스크롤은 그녀의 목숨과 같은 것이므로 최후, 최후에나 써야 하지만 눈앞의 보석의 가격이라면 충분히 쓸 수 있었다. 보석만 팔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크롤 따위는 수십 개는 살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전에 그녀는 눈앞의 존재에게 물어야 할 것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를 이곳에 납치해온 것이 네 짓인가?"

"...무슨 말이지?"

"우리는 그 지옥 같은 날 밤 마을을 탈출했지. 하지만 그 뒤로 무언가에 쫓겨 사람들이 사는 곳에도 갈 수 없었어. 더욱이 눈에 확 띄는 해변으로 갈 수 도 없었고..... 다행이 지금 이곳과 마찬가지로 울창한 숲이 있어 그 사이로 숨어 들어갔지만 뒤를 추격하는 존재의 발걸음은 결코 따돌릴 수 없었다. 뭐 그 때문에 저 노인네의 상처 치료를 할 수 없어 네놈의 요구를 들어주게 된 것이지만.... 그리고 그 다음 날 밤, 우리는 그 무언가에 의하여 습격 당했다. 이 모든 것이 네놈의 짓 아닌가?"

예상이라 보기에는 너무나 확신에 찬 그녀의 모습에 진은 피식하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대는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너무나 높이 하는군. 그대가. 그대일행이 어떤 값어치가 있다 하여 내가 그런 수고까지 한다는 것이지?"

"그건..."

진의 말에 그녀는 할 말이 없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나 거창했던 것이다. 마을에서의 충돌도 금서라는 예외적인 상황에서 시작하지 않았던가? 더욱이 이들은 무세아 교단의 사람들과 충돌했다. 고작 자신들을 이용해 먹으려 행한 일 치고는 너무나 거창했으니.....

그래도 아직 안심하지 못하여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그녀를 무시한 진은 쓰러져 있는 노인 곁에 다가갔다. 그런 그의 곁에는 눈치 빠른 키네라가 나노머신을 주입할 준비를 끝내고 대기하였다.

"시작하도록"

자신에게 다가오는 진의 끄덕임에 키네라는 아깝다는 표정 가득한 얼굴로 잠시 자신의 손아귀에 있는 주입기를 바라보다 한숨을 쉬며 노인의 목덜미에 주입기를 부착시켰다. 물론 그 모습에 노인의 곁에서 키네라의 모습을 주시하고 있던 아세스는 질겁을 하였지만 키네라는 그런 그녀를 무시. 주입한 나노머신이 그의 몸에 올바르게 정착하게 하느라 정신 없이 움직였다. 그녀의 노력덕분인지 잠시 후 주입된 나노머신들은 자신들이 들어온 육체의 유전정보를 읽어 내려가며 지금의 상황을 파악, 자체적 화합물과 호르몬 등을 조절하여 노인의 몸을 안정시켜 나갔다. 그 모습을 주입기에 나타난 정보로 확인한 키네라는 진에게 일이 끝냈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족이지만 이제 노인은 외부의 위험이 없다면 아마 천수를 능가하는 삶을 살 것이다. 비록 유전자 개조까지는 아니었지만 주입된 나노머신으로 인하여 유전적인 질병이나 외부의 어지간한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한 걱정은 없어졌으며 상처를 입다 하더라도 즉사가 아니라면 충분히 육체의 자체적인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행성의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값어치를 지닌 물건이지만 묵묵히 노인의 주위에서 나노머신을 주입하는 키네라의 모습을 보고 있는 네리아는 자신의 몸 속에도 그와 같은 존재가 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자는 이제 웬만해서는 죽지 않을 것이니 그만하고 슬슬 식사를 하고 움직이도록 하지.?"

진의 말에 아르지아나 아세스는 미심 적인 표정을 지울 수 없었다. 이상한 금속을 그의 목에 댄 것만으로 그가 살아나다니... 하지만 만약 그가 죽는다면 계약을 어긴 이는 눈앞의 존재가 될 것이니 지금은 믿을 수밖에.....

"그가 죽으면 계약은 무산이야! 물론 주어진 계약금도 돌려주지 않을 것이고! 그러고 보니 당신의 이름은 어떻게 되지? 기분 더럽지만 고용주의 이름도 몰라서야 계약의 성사를 논하고 싶지 않은데"

그러고 보니 아직 이름을 밝힌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진은 순간 일행들의 숫자를 생각해 냈다. 모두 12명. 일일이 소개하는 것도 시간이 걸리리라. 순간 귀찮다는 생각을 한 진은 키네라를 불렀다.

"키네라!"

"예?"

진의 부름에 노인의 몸 속에 들어가 있는 나노머신을 점검하고 있던 키네라가 달라왔다. 비록 이곳이 원주민에 나노머신을 주입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어찌하였든 그 근본은 지구인을 중심으로 만들어 졌으니 기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꼼꼼히 확인을 했어야 했기 때문에 키네라는 자신을 부르는 진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들에게 일행의 소개 좀 해 줘라"

"소개요?"

자신을 불러놓고 한다는 소리가 고작 소개라는 소리에 한숨을 쉬는 그녀였지만 명령은 명령. 그런 그녀의 모습에 진을 대하는 모습과는 달리 어느 정도 누그러진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르지아는 일단 자세를 바로 하고 키네라에게 인사를 건넸다. 고용주가 마음에 들지 않은 다고 해도 한동안 같이 다닐 이들과 마찰을 겪으면 좋지 않은 것은 던젼의 인솔자인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었다.

"휴..일단 자기 소개부터 하지요. 전 아르지아라고 하지요, 뭐 성은 고아라 없고 직업은 레인저, 뭐 부업으로 트레저 헌터도 겸하고 있답니다"

"저..전 아세스 비 루마이에. 바라스 교단의 신관입니다,"

당찬 모습의 아르지아와는 달리 부끄럼 가득한 모습의 아세스의 모습에 키네라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전 키네라라고 하지요. 성은 밝힐 수 없고 저기 저 저와 같은 망토를 입고 있는 이가 저의 사촌이 되는 루미나....."

사람이 많아서 인지 길어지는 소개였지만 그런 그녀들의 모습을 신경 쓰지 않은 진은 걸음을 옮겨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노인의 바로 옆, 그들과 함께 온 상자의 나머지 부분을 바라보았다. 대부분이 자신이 아닌 이행성의 원주민들이 먹을 수 있는 레이션들이 가득하였고 일부는 던젼과 같은 함정이 가득한 지역을 탐사할 수 있는 장비들과 로프와 같은 간단한 도구, 그리고 루미나와 세르피와 같이 하루 3끼가 아닌 그 이상을 하는 이들이 간단히 먹을 간식 등. 정말 꼼꼼히도 준비되어 있었다. 그에 한영석이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어 진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진의 모습과는 상관없이 일행들은 분주하게 아침준비로 바쁘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진에게 도와주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는 말이 정답이지만... 키이와 나머지 기사들. 그리고 그런 일행들을 바라보다 자신들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적극적으로 기사들을 도와 어제 먹고 남은 산짐승을 냄비에 넣고 스튜를 끓이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고 다른 이들도 자신의 잠자리를 정리하거나 주변을 정리하였다.

그때 자신을 노려보는 시선을 느낀 진이 고개를 돌렸을 때 다가온 이는 세이시나. 그녀의 얼굴은 차갑게 냉각되어 있었다.

"결국 그 일도 네가 저지른 것이군"

비록 적대적인 관계를 가진 무세아 교단이지만 같은 신관으로써 그들의 죽음이 반갑지만은 않은 세이시나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지만 역시 눈앞의 인물이 그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아는 순간 이제는 화낼 기력도 없었다. 이 바보는 교단을 건드리고도 무사할 줄 알았나?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무슨 소리야! 저 여자가 말을 했잖아! 독이라고!"

단단히 따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진지한 표정을 짖는 그녀를 바라보다 진은 자신들의 호위기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장면을 구경하고 있는 에레나를 불렀다,.

"뭐야? 다른 이들을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바쁜 사람 오라 가라 하기나 하고!"

지금까지 구경만 했으면서 당당하게 바쁘다는 소리를 하는 에레나에게 황당한 표정을 짖는 세이시나와는 달리 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묻고 싶은 것만 물었다.

"그 항구마을에서 일어난 장소에 있었다고 했지?"

"응"

"그 죽어간 이들의 사인도 알고 있나?"

"사인... 알고 있지. 자상(刺傷)이야. 죽은 사람 전부 그렇게 죽었는데?"

"그렇다면 독은?"

"...무슨 소리야? 그곳에는 무세아 교단의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독이라는 소리는 전혀 없었어!"

"하..하지만 조금 전 그녀는 독이라고..."

이야기 방향이 엉뚱하게 흐르자 세이시나가 에레나의 말을 끊었다. 하지만 에레나는 나직히 고개를 흔들었다.

"독 따위는 발견되지 않았어. 그곳에는 고위 신관들도 있었는데 그런 그들이 독살을 구별하지 못하겠어?"

철석같이 아르지아의 말을 믿고 있던 세이시나는 혼란을 느꼈다. 당연히 고위 신관쯤 되는 사람이라면 독살 따위는 단번에 알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진이 행한 일이 아니란 말인가? 그럼 누구의 말이 진실이지?

진은 자신이 그들을 죽이지 않았다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드러난 상황으로 멋대로 판단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세이시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진은 자신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윙크를 하는 에레나의 모습에 시선을 돌렸다, 에레나는 아르지아의 말에서 충분히 진이 저지른 일을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독이 아니면서 독같이 느끼게 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하지만 호감 가는 상대방이 곤란한 모습은 보고싶은 마음은 없었던 그녀는 그냥 사실만을 세이시나에게 말한 것뿐이다. 양심의 가책은 없었다. 죽은 자는 이미 죽었고 그중 자신이 알고 있는 이는 한 명도 없었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았지만 분명 꺼낸 말 중 거짓은 하나도 없으니까.

진은 자신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는 에레나의 시선에 신경을 끄고 보급품 중의 하나를 꺼내 아직도 고만하고 있는 세이시나에게 내밀었다.

"이건?"

전에 먹어본 그 레이 어찌고 하는 물건을 자신에게 넘기는 그를 세이시나는 어리둥절하게 쳐다보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진은 거의 요리를 끝내 가는 이들이 들었다면 기절을 할 말을 서슴지 않게 했다.

"당분간은 이것으로 식사를 한다"

"응?"

에레나의 호기심 깊은 표정을 받으며 세이시나는 자신이 들도 있는 물건을 바라보다 어이가 없다는 듯이 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외치고 싶었다. 당신은 지금 요리가 다 끝나고는 것이 보이지 않아? 진작 좀 말하지! 라고... 하지만.

"그러지"

맛좋은 것을 먹는다는 것에 싫은 사람은 없었다. 그녀의 반응에 고개를 끄덕인 진은 곳 궁금증 가득한 표정을 짖고 있는 에레나에게도 하나를 넘긴 다음 일행이 먹을 레이션들을 꺼내 거의 요리가 끝나 향긋한 향기를 사방으로 풍기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세이시나는 문득 분리된 상자 안에 드러난 수많은 물품들을 바라보다 멀어지는 진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 물자는 어디서 나타난 거야?"

기지의 존재를 알지 못한 세이시나는 신경질 적으로 머리를 극적이다 자신이 들고 있는 레이션에 시선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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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젼? 쓸모없는 구덩이 대륙 하이아라스의 의 중앙의 위치에는 이 대륙 종교의 총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치프라스라는 도시가 있었다, 그 어느 왕국에도 속하지 않은 이 지역은 적도에 위치하였지만 고산지대에 위치한 덕분에 외지인들은 숨쉬기가 조금 불편할 단점이 있을 뿐 사람이 살기에는 주위의 다른 지역에 비한다면 쾌적하기 이를 때 없었다.

더욱이 특별한 특산물이나 관광지는 아니지만 치프라스에는 많은 신관들과 성기사들이 상주하며 이곳을 방문하는 신도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헌금이라는 상납금으로 풍족한 생활을 영위라고 있는 곳이라 이곳에 있는 이들에게는 정말 천국과도 같은 땅이었다.

따라서 입장료(?)를 내는 물주들의 비유를 맞추기 위하여 도시의 대부분이 개방되어 있는 치프라스였지만 중앙의 거대한 탑에 들어올 수 있는 자는 극히 한정되어 있었다, 각 국의 백작 이상의 고위귀족, 또는 돈이 많은 상인, 모든 이들은 신 앞에 평등하다 주장하는 신관들이지만 결국은 돈과 권력으로 신자들을 나누는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는 신분에 따라 피가 다르다는 것을 명심하고 있었으니 그리 큰 흠은 아니었다. 또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평등하면 많은 헌금을 하는, 가진 자들이 기분 나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신전의 수입은 격감할 것이 분명하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 한마디로 신관들은 더 많은 헌금을 내는 이들에게 그 만큼 너희들이 특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환인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제아무리 돈을 바리바리 싸들고 온다고 해도 그 탑에 들어갈 수 없었다. 아니 탑만이 아닌 그 주위의 모든 통로에는 수많은 성기사들이 사방을 바라보며 눈을 번뜩였다.

탑에는 이 세상의 인간들의 정신적인 지주...라고 주장하는 기업주....아니 아니.. 각 교단의 교황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치프라스의 상공에는 유리치안에서 수입한 수십 척의 엄청난 위압감을 뿌리는 비공정까지 자리잡고 있었다. 그 중에는 그 엄청난 크기의 비공정의 겉 표면을 금으로 도금한 비공정까지 있었다. 그 비공정은 이곳에 모여든 교황 중 가장 돈이 많기로 유명한 대지의 신 바기라스를 모시는 페세스 교단의 교황의 전용 비공정. 약250m에 다다르는 광대한 면적에 금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페세스 교단은 돈이 넘쳐흘렀다. 물론 그것은 페세스 교단만이 아닌 다른 교단의 사정도 비슷하지만....,.

자신들의 우두머리가 모여들어서인지 오늘따라 치프라스는 조용하고 고용했다. 괜히 우두머리에게 찍힌다면 괴로운 것은 자기들이니까.

그 고요함의 중심 탑의 최상층. 거대한 원탁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총 10개의 의자가 그 주위에 배치되어 있었다, 그 각 의자에는 곧 관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것인 노인들이 화려하다 못해 천박하기까지 한 옷차림으로 자신의 존재를 들어내며 사방을 주시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 노인의 뒤에서는 흔하지 않을 아주 아름다운 소녀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었다. 시종으로 보기에는 고귀함이 넘쳐흘렀으며 호위라고 생각하기에는 너풀거리는 옷차림에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원조교재라 주장할 수도 있는 그녀들은 바로 각 교단의 얼굴마담을 하고 있는 성녀들이었다, 하지만 자리에도 앉지 못한 모습이 그녀들이 교단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그런 그녀들은 지금 부러움 가득한 시선으로 유일하게 성녀를 대동하지 않은 물의 신 라프미라는 받드는 라도우 교단의 교황의 뒷좌석을 바라보았다. 특이하게 그 빈자리는 유일하게 성녀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빈자리의 주인공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교황들도 평생 한두 번 받을지 말지 한 신탁을 받은 존재. 신탁을 받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그의 앞날이 탄탄 대로라는 것을 보장해주는 보증수표였으니 평생 가봐야 그저 얼굴 마담이나 하고 있을 성녀들이 그녀를 부러워 할 만도 했다.

그래서일까 최근 10년 동안 신탁을 받은 이가 비슷한 시기에 받은 지혜와 관용의 신 파르지아를 받드는 바라스 교단의 교황 라자르 13세를 빼고는 그녀가 유일했으니 라도우 교단의 교황의 얼굴은 많은 주름살과 달리 상큼한(?) 미소를 짖고 있었다. 신탁을 받는다는 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그 교단에게도 최고의 선물이나 마찬가지이니 한동안 라도우 교단의 득세가 당연시되었기 때문이었다. 세력이 넓어지면 그만큼 들어오는 돈도 많은 법! 더욱이 그 신탁을 받은 이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은가? 웃음이 나오지 않은 것이 더 이상한 법이다.

그에 반하여 같이 신탁을 받은 바라스 교단의 성녀는 교황의 빈 의자만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강한 권력을 행할 기회가 주어져도 그것을 행사할 머리가 없으면 쓸모 없는 일. 교황이 갑자기 사라진지 벌써 한 달이 가까워지지만 아무 연락이 없었던 것이다.(참고로 그는 진이 산산조각을 내 버렸다) 그래서인지 빈자리만을 지키고 있는 바라스 교단의 성녀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그럼 이 하이아라스 대륙의 남단에 일어난 괴전염병은 일단 지켜보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지,"

원탁의 중앙 나이 지긋한 노인의 음성에 나머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남부지방의 왕들은 우리 교단들의 말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많은 상황이니 이번에야 말로 따끔하게 손을 봐주는 것도 좋겠지!"

"그렇고 말고! 뭐 이제는 슬슬 겨울이 가까워 질 것이니 우리쪽으로 전염병이 올리는 없을 것이고 말이야!"

"이봐! 남부는 이제 여름이라내!"

"뭐 이런 내가 착각을 했구만! 하하하하"

의자에 앉아 있는 교황들은 화기애애하였다. 분위기만을 따졌을 때 마치 어느 친분이 있는 노인들의 간단한 모임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 분위기... 하지만 웃고 있는 그들의 입에서 나온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하이아라스 대륙과 그 맞은 편에 있는 유리치안 대륙의 남부지방에서 동시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창궐한 것이다, 그것도 광범위하게..

처음 시작은 10일도 안 되는 시간. 병이 전염되는 시간은 짧았지만 그 전염병이 사방으로 뻗어 가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투철한. 정말 극소수의 제대로 된 어느 신관이 위험을 무릅쓰고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무엇으로 인하여 전염되는 지 알 수 없는 이 질병은 발병과 동시에 고열과 반점. 그리고 심한 설사를 하다 발병 3일만에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었다. 이제까지 기록에도 없는 질명. 더욱 큰 문제는 그 전염병은 단지 하이아라스 대륙에만 창궐한 징병이라는 것이다. 옆의 유리차안의 대륙의 병은 같은 시기에 발병한 대륙 하이아라스와 비슷한 점이라곤 고작 원인불명으로 전염이 된다는 뿐 그 무엇도 같은 것이 없었다. 유리치안의 질병은 감염 후 심한 복통과 피부의 모공에서 피가 품어져 나오다 발병 후 다음날 사망하게 되는 질병. 그리고 아직 질병에 걸린 후 생존자 전무.....

대체적으로 질병이라 하면 신관의 신성력이나 민간요법이 대부분이었으니 병에 걸린 이들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그저 죽는 날만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신관을 파견하지 않는다면 남부지방의 사람들은 다 죽으라는 소리인 것이다. 하긴 병이 창궐하는 남부지방의 여러 왕국조차도 자신들의 백성들이 전염병에 걸리는 것을 그저 구경만 하고 있으니....

"일단 우리들에게 협조적인 중부지방의 여러 왕국과 제국에게 연락을 하여 남부지방의 유민들을 차단하는 것으로 끝을 맺지?"

"좋군. 남부지방의 귀족들이 병을 피해 재산을 들고 중부로 넘어온다면 우리의 수익도 증가하니 좋은 일이지!"

처음 의견을 꺼낸 노인이 좌중을 바라보곤 그들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며 다음 문제를 꺼냈다.

"그럼 이번에 상의할 것은 각 교단이 가지고 있는 농경지의 세금에 관한 문제인데......"

 ◆ 노인들이라 하지만 그들은 각 교단의 우두머리... 그런 그들이 이곳에 올 때 혼자 올 리가 없었다. 당연히 수많은 수행원들을 이끌고 왔으며 그들은 지금 회의가 한창 진행되는 거대한 문을 바라보며 대기하고 있었다. 교황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은 장시간 그와 접촉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였으니 지금 이곳에 있는 수행원들은 각 교단의 핵심 인물이라는 것은 당연. 따라서 근엄한 표정을 짖고 있는 중년인 들의 얼굴에는 자비스러운 미소가 지어져 있지만 그 가짜 미소 안에는 오만함을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백조들 중 오리는 어느 무리에도 있는 법! 주위의 사람들과 다름으로 인하여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유일한 신관 세레이지는 주위의 경멸 어린 시선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원단으로 신관복을 해 입은 이들과는 달리 허름하고 밑자락에는 집은 흔적까지 있는 신관복을 입고 있는 그였으니 교황의 수행원이다 라기 보다 그 수행원들을 모시는 하급 신관 같았다.

"이어 이봐! 제발 옷 좀 해 입으라고 몇 번이나 말했나? 자네 때문에 우리 신관들의 권위가 떨어진다는 소릴 듣고 있다는 말일세! 원... 고위사제나 되는 이가 옷 꼬락서니하고는.... 내 돈 좀 보태줄 태니 그 거지같은 옷 좀 버리게!"

세레이지에게 다가온 몇 명의 신관 중 염소수염을 가진 이가 얼굴 가득 자비로운 웃음을 짖고 있는 것과는 달리 눈앞의 그를 경멸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소매에서 금화하나를 꺼내 마치 거지에게 적선한다는 듯이 던졌다. 대리석으로 장식된 바닥에 금화가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자 이제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앞만 바라보고 있던 세레이지, 그가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앉아 있을 때는 알 수 없던 우람한 육체가 모습을 들어냈다. 하지만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그의 모습을 여러 번 보았던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가 할 다음 행동을 주시했다. 지금까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여러번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과거와 같이 그의 행동은 동일했다. 그는 묵묵히 주어진 금화를 주어 주머니에 넣은 다음 그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하는 것이다. 그런 그의 모습에 조금 떨어져 있던 곳에 있는 몇 명의 여자신관들이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고 그들 주위의 몇 명은 구겨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그의 행동으로 내기라도 한 모양이다, "큭. 잘도 주어 먹는군! 역시 길을 잘못 찾았어! 자내는 성직자가 아닌 거지가 되었어야 해! 그렇게 두꺼운 얼굴가죽을 아깝게 썩히다니 말이야"

염소수염의 남자의 말에 주위에 이곳에 시선을 둔 이들의 웃음소리가 좁지 않은 공간을 뒤흔들었지만 흐뭇한 표정으로 주머니에 들어 있는 금화를 만지작거리는 세레이지. 그에게는 지나가는 개 울음소리 보다 못하였다.

"흥!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 말에 긍정하는 것 같네요. 역시 저분의 말대로 당신은 그쪽으로 나서는 곳이 보기 좋을 것 같아요. 신성한 이곳에 벌레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 신도 당신이 그쪽으로 나가는 것을 기원하는 것 같네요"

염소수염의 남자의 말을 받은 이는 이곳에 있는 이들 중 가장 아름다움을 가진 미인이었다. 하지만 신관복을 입고 있지만 요염함을 들어내는 그녀의 육체는 신관이라 기 보다 창녀쪽에 가까웠다. 그런 그녀가 가리키는 곳은 흐뭇한 표정을 짖고 있는 사레이지가 앉고 있는 의자 밑.. 그곳에는 큼지막한 벌레가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의도적이 비명소리가 여자 신관들의 입에서 흘러나왔고 그 비명소리에 놀랐던지 사레이지 밑에 있던 벌레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만! 이곳에서 이 무슨 수태인가!"

자신의 연역함을 들어내려는 것인지 아님 사레이지에게 창피를 주려고 하는 것이지 점점 비명소리가 높아만 가자 단호하지만 어딘가 굴복할 수 없는 위압감을 주는 목소리가 주위 사람들을 압도했다. 그러자 이제까지 세레이지를 비웃던 이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조금 전 소리친 이는 바로 가장 강대한 세력을 가진 세르지마를 모시는 메시이스 교단의 교황을 수행하고 있는 자! 고위신관으로 이름을 버렸지만 그는 거대한 제국에서 공작의 후예. 하시스라 라는 이름을 받은 차기 교화의 후보. 그는 이곳에 있는 그 누구보다 강대함을 자랑하는 자. 그런 그의 외침에 비굴하게 미소를 지은 주위의 이들은 황급히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 그들을 신경질적으로 바라보던 그는 아직도 금화를 가지고 싱글거리는 사레이지에게 다가섰다.

"오랜만이군"

"그렇군..아마 2년만인가?"

조금전과 변함 없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레이지를 잠시 주시하던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보였던 무표정하고 근엄함을 흐트러트리며 친근한 미소를 지었다.

 에... 또 문제 있으면 리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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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젼? 쓸모없는 구덩이 "역시 자네는 변함이 없어! 요즘도 항상 즐겁게 지내고 있나?"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을 남에게 베풀고 있겠지. 함께 신전에 몸을 의탁한 사이인 그와 세레이지의 관계는 상당히 돈독한 사이였다. 비록 자신은 제국의 고위 귀족의 자식이라 세력이 제일 강한 메시이스 교단으로 같고 몰락 귀족인 그는 힘없는 편에 속하는 바라스교단에 들어가게 되어 둘 사이가 갈라지게 되었지만....

물론 바라스 교단이 원래 힘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권력이라는 것이 가만히 있는 다고 굴러들어 오는 존재가 아닌 법, 자고로 추구하는 자만이 움켜쥐는 것이 아닌가? 그런 면에서 바라스 교단의 현 교황 라자르 13세는 타 교황들과는 달리 권력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신의 말씀만을 실천하고 있는 존재, 권력 따위는 관심도 없었던 것이다.

사족이지만 왜 권력욕이 없는 그가 가장 권력의 핵심이 되는 자리에 앉을 수 있을까? 재미있게도 그것은 바로 전대의 바라스 교황이 권력욕이 유날리 강하다는 것이 그를 지금의 자리에 앉게 한 것이다, 전대 바라스 교황은 유달리 자신의 자리에 집착이 심하여 유능하고 세력을 가진 이들을 결코 높은 자리에 앉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대한 세력을 가진 교단을 이끌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인재가 필요한 법. 그런 그의 눈에 뜨인 것이 바로 지금의 교황, 오로지 신의 말씀을 따라고 그 신의 대리자인 교황의 자리에 앉은 이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그는 그야말로 전 교황의 입맛에 딱 어울리는 자였던 것이다. 그에 따라 교황은 아직 하급에 머물고 있던 그를 많은 이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10년에 걸쳐 교단의 제 2인자의 자리에까지 올려놓게 되었다. 그런 식으로 많은 인재(?)를 등용하여 안정적 기반을 놓은 전 교황은 이윽고 만족함을 들어냈다. 앞으로 수십 년은 자신의 자리에 도전하는 이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에.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가? 전 교황은 자신의 기반을 단단히 고정시킨 그 해, 신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어 버렸다. 물론 세간에는 과도한 업무와 신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 심한 고행을 위한 것이라 했지만... 진실은 복상사였다.

음음....어찌하였든 어이없이 갑작스레 죽은 전 교황의 뒤를 이은 것이 바로 지금의 현 교황 라자르13세. 뭐 그를 전 교황의 꼭두각시로 보고 그의 뒤를 조정하려던 원로들의 힘 또한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권력욕 없이 오로지 신의 말씀을 추종하는 그라 해도 무능한 것은 아니었다, 만약 무능했다면 전 교황의 눈에 들어올 리도 없었으니까. 따라서 지금 바라스 교단은 신의 말씀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교황과 교단의 세력확장에 관심이 많은 원로들과의 보이지 않은 싸움이 보이진 않지만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 교단의 세력이 약해질 수밖에...

"나야 항상 즐겁게 살고 있지 않은가! 오늘은 금화까지 받았으니 정말 즐겁기 짝이 없군. 이 금화로 배부르게 지낼 수 있는 신도들을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라네"

세레이지의 싱글거리는 거리는 얼굴을 보는 세르지마를 모시는 메시이스 교단의 고위신관 하시스의 얼굴에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웃음이 걸렸다, 처음 만났을 때와 조금도 변하지 않은 모습. 비록 신을 따르는 길을 걷지만 한결같이 변함이 없는 그를 바라보는 하시스의 눈은 따듯했다. 그런 그의 눈빛에 쑥스러움을 느낀 듯 세레이지는 눈을 돌려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저러나 이곳에 벌레가 다 있다니 재미있는 일이군"

"벌레라니?"

세레이지의 말에 하시스는 그에게 시선을 돌려 주위를 살피다 세레이지가 가리키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벌레치고는 커다란 것이 황급히 시선이 닫지 않은 곳으로 빨려들어 가고 있는 장면을 연줄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벌레이군"

유리치안의 대륙에 그의 교단이 있는 관계로 이곳에 자주 오지 않은 하시스였지만 방금 본 벌레는 처음 보는 종류였다. 문제는 이곳이 위치상으로는 따뜻한 적도였지만 이곳 치프리스는 고지대라 주위에 서식하고 있는 벌레들이 접근하지 않은 지역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 두 마리만이 보이는 상황이라 해도 쉬이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대대적인 청소를 해야 하나? 도대체 성지의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 이곳까지 벌레들이 들어오다니. 문책을 좀 해야했군"

신관 몇 명의 목을 자라버릴 소리를 서슴지 않게 하는 하시스를 바라보며 세레이지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냥 두지 그러나? 솔직히 이곳은 사람밖에 없으니 삭막한 분위기이지 않은가? 뭐 벌레 한 두 마리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럴까?"

"그렇다네...."

세레이지의 단호한 말에 그는 그런가보다 하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더 깊이 생각할 수 없게 회의가 끝나간다는 종소리가 울렸기 때문이었다. 교황들을 수행하는 이들은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며 자신들의 구겨진 신관복을 정리했다. 그런 주위의 모습에 이야기를 중지한 둘도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몸가짐을 바로 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석을 덕지덕지 붙여 교단의 부를 상징하고 있는 거대한 샹들리에 사이를 누비고 다니는 수많은 벌레들은 말없이 지켜보았다.

 설정!

 일단 빛의 10신은 세르지마-빛과 하늘의 신.

산드리아스-나무와 숲의 신(엘프)

바두베스-불과 재생의 신 데라무자-투지와 결투의 신 파르지아-지혜와 관용의 신 바기라스-대지와 풍요의 신 라프미라-물과 생명의 신 알키리아-금속과 창조의 신(드워프)

세크미드-자비와 사랑의 신 시라세스-법칙과 조화의 신 ※참고로 각 신은 두 가지를 상징하고 있지만 신을 칭 할 때는 몇몇의 신(투지와 결투의 신)을 제외하곤 보통 둘 중의 하나만을 칭한다. 두 가지 모두 칭하는 신들은 보통 전투를 담당하는 신 이와는 반대로 어둠의 13신이 있음 게히아드[어둠]

바드 아카드[죽음]

라하 자하문[그림자]

하루 안두카[음모]

타라 아비드[고통]

데프루타[망각]

아바라[증오]

차드바스[분노]

테츠바라[곤충]

판치세자[안개]

파시라카[폭식]

안타베라[역병]

이루 바두라 [??]

이들은 후반전에 나올 이들...

 음.. 제가 본문의 글에 통신체를 썼던 가 보군요....

전 통신체를 자제하는 편인데.... 아마 무의식적으로 사용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올려주신 리플 중에 인물 설정에 대한 글이 올라왔는데..

일단 오늘은 진의 일행만을 다루겠습니다.

◇진 정식이름-수없이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짐. 지금은 아이샤르 진 슈렘의 100워 안에 드는 강대한 권력과 10만에 이르는 전함을 사병으로 기지고 있으며 그 사병들에게 풍족할 정도로 지원 할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음. 현재 지구정부에 어떤 직책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의 입김이 닿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 군을 떠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별(장성) 한 두개는 가뿐하게 자를 수 있음. 그 왜 언론과 경제, 정부의 사위에 많은 인맥을 가지고 있음. 하지만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음.

◇류미나, 정식이름-라마 리 루미나 순수 지구인이 아닌 지구에 귀화한 13종족중의 하나인 아돈족으로 이름에서 라마는 아돈족의 한 일파이며 '누'는 성인 '리'는 지구식으로 청소년에 해당한다. 본래 씨족 사회를 구성하는 일족으로 지구에 편입 한 후로는 자신들의 능력으로 기업을 세운 후 신흥 강국인 지구를 등에 업고 엄청난 속도로 세력을 뻗고 있음. 그중 '라마'라는 일파는 아돈족 중 직계에 해당하는 위치로 그녀는 이 라마를 다스리는 '장' 라마 누 바르소의 딸이다.

상당히 덜렁대고 게으름을 피우는 성격이며 적당주의자 임.

◇키네라, 정식이름-라마 리 키네라.

루미나와는 형제같이 자란 사이로 본래 그녀는 라마일족이 아닌 분가의 사람이다, 하지만 현 '장' 라마 누 바르소의 힘으로 라마라는 성을 받게 됨(이 부분은 외전이나 본문에서 거론할 생각입니다) 이하 루미나와 같음, 루미나와 같이 자랐지만 성격은 정 반대로 노력파. 꼼꼼하고 자신의 현재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그 위치에 맞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

◇세르피, 정식이름-프리타리 세르피 잔 데라 자유종족 중 가장 상위종족에 접근하고 있는 데라의 현 황제의 3명의 딸 중 막내, 황실의 사열 4위 .프리티리'는 가문이름, '세르피'가 이름, '잔'이라는 것은 성인식을 치른 여성을 뜻함, 당연히 데라는 황제의 뒤를 이을 사람에게만 쓰임. 자신의 기함인 마그테리아를 위시로 한 수만척의 개인 함대를 가지고 있음, 현 제 1황녀 프라타리 류미에르 잔 데라와 황제의 자리를 두고 서로 견제하고 있음 오만하고 당찬 아가씨. 겉과 속이 같으며 자신에게 솔직한 성격이다, 일행 중 가장 진과 비슷한 성격 ◇아르 정식이름-?

정체, 알 수 없음. 수만 척의 개인함대를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소형함. 세르피가 존대를 하고있으며 슈렘의 서열 상위의 존재들만이 쓰는 슈렘어를 자유자제로 구사하는 것으로 보아 평범한 신분은 아니라는 것만 짐작할 수 있음.

◇세이시나 정식이름-성녀라는 이름을 가짐으로서 과거의 이름을 버림. 기록으로 하급이지만 귀족의 지위를 가지고 있음.

물의 신 라프미라를 모시는 라도우교단의 성녀이며 타 교단의 성녀와는 달리 각 국의 지리와 왕실에 정통함. 권력에 그리 큰 관심은 없지만 현 교황의 자리에 앉기를 원하고 있음. 중급이상의 성직자가 가지고 있는 신성력을 보유하나 전투능력은 전무.

자신이 성녀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 지위에 맞는 성격은 아님. 겉으로는 당차게 나가지만 의외로 여린 성격. 철이 들 때부터 성녀가 되 있었기에 그녀의 주위는 항상 그녀를 숭배하는 이들만이 존재하였기에 자신에게 허물없이 대해주는 일행에 호감을 가지고 있음.

◇에레나 정식이름-에레나 번 파이스 북부의 소국 파이스 왕국의 공주. 15살의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자신의 외모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음. 귀족의 영양답지 않게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왕국이라는 힘을 바탕으로 금서의 해독이라는 놀라운 능력 보유. 마음속으로 소심한 아버지와 무능한 오빠를 경멸함, 그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단호한 면과 엄청난 무력을 가진 진에게 강한 호감을 가지고 있음. 과거에 깊은 마음의 상처를 귀족들에게 얻은 탓에 귀족들을 증오함, ◇네리아.

정식이름-네리아 고아출신이라 이름만을 가지고 있음. 현 사르라의 말단 행동대원으로 활동하며 지식욕이 매우 강함. 자신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사르라를 사랑하지마 그 지도부에는 강한 불신감을 품고 있음. 뒷 세계 출신답게 그쪽 방면의 지식을 상당수 가지고 있으며 금서에 대한 자식은 일행 중 에레나 다음임. 작은 단도를 쓰며 기사의 이름이 붙은 초급기사와 비슷한 상당한 전투력을 가짐. 일행중 신체적인 능력은 에레나의 호위기사인 키이와 비슷하거나 약간 처지는 수준. 자신이 고아라는 사실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으며 겉으로는 넋 살 좋게 행동하지만 내면은 약간 소심하고 다혈질적임. 나중에 나올 일이지만 사르라에서 과거 인체실험을 당한 흔적이 있음.

◇키이. 기타 기사들....

조금 있으면 사라질 이들이니 생략^^ 대충 사회적인 위치와 성격을 적었습니다, 태어난 고향이나 기타 잡다한 설정은 네타성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적지 않았습니다, 뭐 이 정도면 누가 누군지 확실히 알 수 있겠지요?

세로 등장한3 명의 소개는 나중에^^ 저번 리플 중 군복의 기능은 일단.

드러나지 않은 곳은 외부 온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 다는 것과. 전차 포탄의 직격에도 찢어지지 않는 강한 소재.(물론 전차포탄에 맞으면 내장 파열로 죽을 것이지만...) 착용자의 의지에 따라 일부분의 변형 등등.(진과 루미나등등이 입고 있는 망토는 군복을 변화시킨 것이다,) 그밖에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가 일이 좀 급한 관계로 오타나 오류가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조금 있다 나가봐야 하기 때문에.. 아직 몇편 더 올려야 하고,, 죄송합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럼 문제 있음 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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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젼? 쓸모없는 구덩이 거대한 동공. 지하인지 아님 산을 깎아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공간이었지만 크기 하나만은 정말 믿어지지 않을 크기였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동공에 인공적인 손질을 가한 흔적이 있다는 것이다, 탄성이 나올 정도로 매끄럽게 반구형으로 깎인 동공을 자연상의 기적으로 보기는 너무 완벽했으니까.

빛 하나 없는 그 동공의 중앙에는 믿을 수 없게도 거대한 나무가 자신의 존재를 들어내고 있었다, 어른 10명이 안아도 손이 닫지 않을 그 거대한 나무는 수많은 가지를 사방으로 뻗으며 빛도 없는 장소에서 싱그러운 나뭇잎들을 자랑스럽게 펼쳐 놓았다. 기묘한 부조화를 이루고 있는 나무.

"뚜벅 뚜벅"

순간 심연의 고요함 같은 정적을 깨고 날카로운 구두소리가 동공을 울리며 이곳에 누군가가 등장했다는 것을 동공 전체에 알렸다, 하지만 그 소리를 들어줄 이는 이 장소에 아무도 없었으니 침입자의 발자국 소리는 그저 정적을 깨는 소음일 뿐이다.

"이봐!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얼굴도 비치치 않겠다는 것인가?"

발걸음 소리다 멈춘 곳은 믿을 수 없이 거대한 나무 바로 앞. 잠시의 침묵 뒤 남자의 목소리가 사방에 퍼졌다. 그런데 남자의 말을 들어보면 이곳에 그 외 다른 이가 있다는 말인가? 그 남자의 말과 동시에 그가 보고 있는 나무에서 은은한 빛이 주위를 밝혔다, 그 빛에 모습을 들어낸 존재는 흔히 화염 마법사라 불리는 이들이 입고 있는 불꽃이 그려진 붉은 색의 두터운 마법의 로브. 후드를 잔뜩 뒤집어쓰고 있는 그는 자신의 외침의 대답으로 빛나는 나무를 신경질적으로 바라보다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와 함께 주위의 산소를 맹렬히 빨아들이며 나타난 거대한 불꽃. 그 불꽃의 불빛에 비친 그의 얼굴은 만족스럽다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이봐! 손님이 왔으면 얼굴을 비춰야지! 내 뜨거운 선물을 꼭 받고 싶다는 것인가? 뭐 나야 얼마든지 줄 수 있지! 나는 숙녀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은 신사니까"

『..그 불덩이 좀 치운 다음 말 좀 하지 그래요? 그리고 당신이 신사라니 이제까지 제가 들은 이야기 중 제일 재미없는 이야기입니다』 허공에 질러대는 그의 협박은 동공을 울리는 여자의 음성에 끝을 맺었다. 그 음성은 남자를 비난하는 마음이 가득 들어있었지만 남자는 그런 그녀의 반응이 관심이 없는지 그저 들고 있는 불덩이를 허공에 흩트려놓을 뿐이었다.

"도대체가 몇 년만에 만나는 것인지도 모를 친구의 등장에 모습을 들어내지 않은 네 잘못이지 않은가?"

"......올 때마다 좋지 않은 소식만 가져다 주는 사신을 좋아할 존재가 있을 것 같습니까?"

기세 좋게 외치는 남자의 말에 돌아온 대답은 동공을 울리는 기묘한 소리가 아닌 사람의 목소리. 출처는 그의 앞에 있는 거대한 나무였다. 은은한 빛을 내고 있는 나무 사이가 돌연 강한 빛을 내며 갈라진 것이다, 그와 함께 나무의 수액과 비슷한 액체들이 그 틈에서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백색의 액체이지만 시큼하게 흘러나오는 진한 피비린내. 악취의 수준까지 이르는 그 액체의 너머로 아름다운 다리가 뻗어 나왔다. 여자의 다리이지만 앙상한 골격을 들어내는 그 다리는 날씬하다는 말보다는 말랐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그것은 그 뒤를 따라 나오는 육체의 모습도 별 차이가 없었다.

"좀 일찍 나오면 이런일이 없지!"

두덜대는 남자의 말을 끝으로 나무의 사이에서 완벽하게 몸을 들어낸 존재는 액체가 묻어 은발이라 기 보다 탈색되어진 길다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머리카락 사이로 간간이 비친 얼굴은 마른 상태에서도 그 미모를 숨길 수 없어 보는 이로 하여금 안쓰러움을 감출 수 없게 만드는 그 무엇을 가지고 있었다.

휘청휘청 마치 처음 걸음걸이를 배우는 아이의 몸놀림 같은 어색한 움직임으로 그녀는 남자의 곁으로 다가섰지만 그 모습을 보는 화염마법사의 로브를 입은 남자는 빙글빙글 웃기만 할 뿐이다.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마시는 기분이 어때?"

"....무슨 일이지요? 당신은 대륙 유리치안의 아스프라스 왕국에 파견되어 있지 않았던가요?"

"쯧쯧! 언제의 일을 지금에서야 꺼내는지.... 이미 계획은 실행됐어! 벌써 제물까지 준비된 마당에 아직까지 그곳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없지"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 저 '사르라'는 그 어떤 작전에도 움직이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고. 또 이제까지 지키고 있을 뿐입니다."

말하는 것도 힘이 드는지 성인 남자의 허벅지 만한 뿌리에 걸터앉은 여자는 앙상한 손을 들어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자신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이번에는 너희도 움직일 것이라 하더군! 크..냄새하고는... 자주 그 나무관에서 나와 생명이 누릴 수 있는 권리 좀 누리고 살게! 충성심이 강한 것은 좋지만 우리와 같은 말단이 아무리 열심히 해 보아야 위의 분들은 알아주지 않는다고! 그저 주어진 명령한 수행하는 끝인 것을.... "

남자는 풍겨오는 냄새에 코를 막고 뒤로 물러섰다. 눈앞의 인물이 여자라는 것을 잊었는지 무례한 행동을 하는 그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그녀는 대충 풀어진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아무렇지도 않는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우리가 움직일 때가 되었단 말인가요?"

"뭐 이번 제물의 규모나 진행되는 것을 보면 이전과 단순하게 비교할 일은 아니지. 위쪽의 정확한 생각을 우리가 알리 없지만 꽤 대규모로 움직이더군. 관리자들에게 자신들의 정체를 들어낼 정도였으니."

"...그런가요?"

남자의 말에 그리 밝지 않은 표정을 지은 그녀는 아직도 점점이 떨어지는 자신의 머리카락의 끝을 무심하게 쳐다보았다.

"뭐 내 할 일은 이것으로 끝이니 잠에서 확실하게 깨어나라고! 언제 명령이 떨어질지 모르니까!"

"....알았습니다"

살짝 고개를 끄덕인 그녀를 남자는 말없이 바라보다 몸을 돌리려 하였다. 하지만 그는 순간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것은 떠나는 남자에게 작별인사도 하지 않은 여자도 마찬가지. 그들이 있는 동공에 순간적으로 막대한 마나의 움직임을 느낀 것이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거대한 마나의 소용돌이가 사방에 물길 쳤다. 그와 함께 나타난 빛의 마법진. 공간을 찢어 갈기는 난폭한 마법진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한 인형. 두터운 로브 사이로 보이는 선이 굵은 얼굴 선을 가진 남자였다. 그는 자신의 육체가 허공에 모습을 들어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나지막하게 시동음을 내었다.

"플라이"

그가 외친 시동음은 플라이. 플라이 마법은 5서클의 마법으로 웬만한 마법사들은 흉내도 내지 못하는 고위 마법이었다. 그런 마법이니 보통 마법사들이었다면 주문을 외우는 사이 차가운 대지와 입맞춤을 하고 있었을 것이지만 그는 수월하게 시동음 만으로 자신이 원하는 마법을 이끌어 내었다.

놀라운 마법실력.

마법의 힘으로 서서히 지상에 안착하는 그는 무릎을 꿇고 나무에 대하여 예를 취하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우리들의 수장. 지혜의 유그드라실이여"

『오! 사르라의 움직이는 자. 오르비아스여 오랜만에 만나는 구나』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는 오르비아스. 진이 이 행성에서 첫 번째 마을에서 만난 존재. 인간이 아니며 인간의 지식과 지혜를 뛰어넘는 지상 최강의 생물, 강철의 검이 통하지 않는 불멸의 육체와 모든 종족 중 가장 강대한 마력을 가진 존재. 모든 생물의 정점에 올라 선 생물 바로 드래곤이 눈앞의 거대한 모습의 나무에게 인사를 드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의 모습을 무심히 바라보던 여인은 그 작은 입술을 열었다. 하지만 정작 오르비아스에게는 생물의 목소리가 아닌 동공 전체에서 울리는 목소리로 들리고 있었다.

아니 정작 놀라운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오르비아스는 지금 자신이 주시하는 그곳에 2명의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아예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법의 종족. 마법의 창시자라 불리는 그의 눈에는 오로지 나무만이 보일 뿐이었다.

"킥킥"

조금 전 메마른 목소리로 자신과 대화했던 것과는 달리 자애심 가득한 목소리를 내는 여자를 바라보며 화염마법사의 로브를 입은 남자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그녀를 바라보며 키득거렸다, 그 모습이 신경에 거슬린 것인지 여자는 남자를 향해 손짓했다, "좀더 빨리 이곳에 와 상황을 보고하고 싶었지만 드래곤들과 제가 유희를 지내고 있는 대륙 하이아라스의 파이스 왕국의 사정상 이제 왔습니다. 용서를....."

오만하고 자신 외에는 모두 벌레로 보는 드래곤의 입에서 의외로 용서라는 단어가 흘러 나왔다. 다른 종족. 아니 드래곤들이 보았다면 오르비아스 그의 정신상태를 의심했을 것이다. 그것은 여전히 알몸의 여자의 눈총을 받고 있는 남자에게도 마찬가지였는지 그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끄며 오르비아스를 바라보았다.

"허참. 용서를 비는 드래곤이라..... 역시 아무리 오랜 시간을 지냈다 하더라도 인간은 인간이라는 것인가? 드래곤의 육체와 수많은 시간을 들여 자신이 드래곤이라 각인시켜도 결국 그 근원은 인간에서 벗어날 수 없군"

혹평을 하는 그 남자의 목소리가 동공에 울려 퍼졌지만 오르비아스는 여전히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우리에게 합류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이군요』 "그를 만나본 저의 생각으로는 그자는 우리 사르라에 유익하지 못한 존재일 것입니다, 자신의 주제로 모르고 알량한 힘만을 믿는 존재만큼 위험한 것은 없으니까요"

"놀고있네. 그가 마음만 먹으면 네놈 같은 놈 수레로 같다 놓아도 한방 감이다!"

오르비아스의 발언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남자는 중얼거렸다. 그는 진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투였다.

『그대. 사르라의 움직이는 자 중 가장 현명하고 강대한 그대의 의견은 잘 들었다. 이번 일은 그대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현명한 것 같구나』 "현명하신 선택이십니다"

『그보다 행동에 좀더 신중을 기울여야 한다. 앞으로 거대한 해일이 우리를 덮칠 것이다, 우리는 이방인들. 갈곳 없는 떠돌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아직은 힘을 기를 때! 우리를 이것에 보낸 이들에게 복수를 하는 그때까지』 "명심하겠습니다"

『내 말을 명심하고 이제 그만 물러가라. 그대는 우리가 드래곤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 항상 몸조심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허공을 울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오르비아스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자신의 어머니나 마찬가지인 거대한 나무 유그드라실이라는 이름이 붙은 나무를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다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그와 함께 그를 중심으로 나타난 거대한 마법진!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워프!"

그가 시동음을 외치는 순간 그를 감싸고 있는 거대한 마법진이 안쪽으로 빠르게 압축되어 갔다. 그와 함께 서서히 입자가 되에 사라져 가는 오르비아스.

그런 그를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던 남자는 오르비아스가 일으킨 마법의 영향으로 일어난 먼지를 휘저었다.

"쿨럭. 쿨럭,. 젠장 고작 '이동'을 하면서 먼지한번 거창하게 일으키네."

그의 말대로 동공의 지면을 가득 메우고 있던 먼지들이 오르비아스의 마법의 영향으로 사방으로 휘날렸다, 하지만 그 먼지에 가장 피해를 입은 사람은 온몸이 젖어 있는 여자. 그녀는 사방을 날아다니는 먼지들에 의하여 지저분하게 변해 있었다.

"...우리가 그에게 거짓을 알려 고생하게 하는 것에 비한다면 이 정도 먼지쯤이야."

"뭐 그가 그렇게 불쌍하다면 진실을 알려! 너희들을 이곳으로 끌고 온 원수들이 바로 우리다! 라고 말아야!"

비아냥거리는 남자의 말에도 여자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던 남자는 이윽고 자리에 일어나 엉덩이에 묻은 태초의 먼지들을 털어 냈다. 그리곤 아직도 고개 숙여 말없이 바닥만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다 내뱉듯이 말하곤 등을 돌려 나무의 빛이 미치지 않은 어둠너머로 사라져 갔다.

"밖에 오래 있다간 네 몸이 좋지 않으니 빨리 저 나무 속에 들어가! 그리고 네가 정이 많다는 것을 알지만 어차피 저들은 소모품이야! 쓰고 버릴 물건에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보다 다음 내가 올 때까지는 단단히 마음가짐을 해둬. 일 돌아가는 것을 보면 네가 그 오르 어찌고 하는 드래곤에게 한 말처럼 거대한 해일이 들여 닥칠 것이니까! 죽음과 파멸의 그것이"

 여전히 오타와 오류의 지뢰가 난무하지만 제가 시간이 없는 관계로(크.죄송) 읽으신 분들의 넓은 신 아량으로 패스...

자! 다음 글 올라갑니다.

문제 있음 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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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젼? 쓸모없는 구덩이 지독한 고통, 다르치아는 자신이 지금 꿈을 꾸고 있다고 믿었다. 자신이 처참하게 당하고 완벽하게 자존심이 무너지는 상황, 그 다음 느끼는 것은 주위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라지는 속도감이었으니 당연했다. 인간인 이상 있을 수 없는 속도로 자신의 몸이 숲을 질주하고 있으니 미묘한 쾌한 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이내 누군가가 자신을 부축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가슴에 닿는 미묘한 감촉.

'여자인가?'

고통에 질려있는 육체 덕분에 확인 따위는 엄두도 못 내고 있지만 왠지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 이가 여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꿈인가 현실인가?'

주위의 속도감이 현실과 꿈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차츰 돌아오는 감각. 그와 함께 처참하게 당한 기억이 떠오른다.

'죽는다! 감히 날 가자고 놀아!'

다르치아는 뜨거운 피 거품을 뿜어대며 이를 갈았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그런 그를 보는 여인. 그의 입가에는 미묘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진도, 그리고 한영석도 잊어버린 한 명의 존재가 지금 영혼을 불태우며 누군가에 대한 증오를 뿜어대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아름다운 달밤의 어둠 속에서 일어난 아주 사소한 일이었다.

 ◆ 현란한 옷을 입은 사람들. 웃으며 주위의 분위기를 즐기는 거리의 사람들의 얼굴에는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비록 웃고있는 이들의 뒤에선 배를 골고 다가오는 겨울에 대한 걱정으로 한숨을 쉬는 이들도 있지만 오늘만큼은 누구나 나라에서 주어진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술로 목을 축이는 날.

하이이라스 대륙의 가장 서쪽에 있으면서 서쪽의 대륙 유리치안과의 무역으로 강대한 부를 쌓고 있는 왕국의 탈을 쓴 해상제국, 마베스 그 마베스의 수도인 파부로스는 지금 가을의 수확을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겨울을 찬양하는 수확제가 한창이었다. 과연 부유하다는 말이 어울리게 나라에 지정 받은 음식점들은 충분한 동을 받고 갖은 솜씨를 부려 음식들을 만들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베풀었고 술집 주인들은 그동안 숨겨두었던 비장의 명주들을 꺼내 들었다. 술과 음식에 취한 사람들이 거리에 넘치는 오늘. 평민들뿐만 아니라 농노나 귀족들, 누구하나 할 것 없이 마음 것 즐기는 오늘.

하지만 그 흥청망청한 분위기에서 아주 동떨어진 저택이 있었다. 비록 오래된 건물이지만 담쟁이 넝쿨과 잘 정리된 정원. 그리고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는 거대한 담벼락은 이 저택이 귀족들이 사는 집이라 간접적으로 알려주었다. 그렇지만 거리의 기쁨과 즐거움으로 넘쳐나는 것과는 달리 음울하며 한편으로는 공포의 그것까지 깃들어 있는 이 거대한 저택은 수도 전체에 흘러 넘치는 활기찬 기운과 반대되는 기운이 저택 주위를 감돌아 마치 섬처럼 수도와 저택을 사람들로부터 고립시켜 놓았다.

그래서일까?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일부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저택을 바라보았다. 이 저택의 주인이 이 건물을 산 날은 고작 3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시세의 3배를 주고 그것도 모자라 전액 현금으로 단번에 사들여 사람들은 그의 엄청난 부에 깊은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건물주의 존재는 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이. 갑작스런 등장과 엄청난 부. 재미있는 소문거리의 등장으로 수도의 귀족은 이 미지의 존재의 그를 가리켜 어둠의 귀족이라 불렀다, 물론 밝은 쪽의 이야기지만.....

그 저택의 가장 구석의 방. 그리 좁지만은 않은 방의 중앙에는 고급스러운 침대가 자리잡았다.. 그 위에 있는 것은 아름다운 소녀. 하지만 그 소녀의 얼굴에는 심한 상처가 존재하였다. 아직 여인이라 부르기에는 망설여지는 귀여운 얼굴의 대각선을 가로지르는 상처는 소녀의 오른쪽 눈을 완벽하게 망가뜨려 놓은 중한 상태. 비록 상처는 내부까지 상처를 입히지 못하였지만 소녀의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상처로 남은 것이 뻔했다. 그것이 육체의 상처나 마음의 상처라고 해도....

그런 소녀의 곁에는 비슷한 생김새의 소녀가 잠들어 있는 것 같이 눈을 감고 있는 소녀의 몸을 부여잡고 울고 있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같이 눈물이 나올 것 같이 서럽게 우는 소녀의 주위에는 대략 수명의 사람들이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흑...훌쩍...훌쩍"

얼마나 울었을까? 그런 그녀를 안쓰럽게 바라보던 이들 중 한 명이 조심스런 움직임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 소녀에게 다가갔다. 다가서는 이는 여인, 그것도 아주 아름다운 미녀였다. 그린 미녀의 손에서는 지금 주위를 비추고 있는 촛불을 능가하는 빛이 뿜어져 나왔다. 성스럽기까지 한 빛! 하지만 그 빛은 나지막하지만 차가운 음성에 제지되었다.

"그대로 두어라"

"....하지만"

"네가 신기한 능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손상된 안구까지 재생시킬 수 있나?"

차가운 목소리에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 고개를 흔들었다. 작은 조각이라 하지만 인체의 일부분을 재생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그녀로써도 섬세한 조직을 가지고 있는 안구는 능력 밖의 일이었던 것이다.

"그래도...얼굴의 상처는 없애 줄 수 있잖아!"

"...됐다. 상처의 흉 정도는 그녀의 신체의 능력으로 얼마든지 고칠 수 있어!"

냉정하리 만큼 차가운 그 말에 여자는 울컥한 그 무엇을 느꼈는지 한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평상시와 다른 그의 눈빛에 평소와 같이 소리칠 수 없었다. 화를 내는 것도 아니고 살기를 피우는 것도 아니지만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 마저 흔들리는 그의 모습에 느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피해야한다는 본능적인 외침. 그녀는 경고음을 내며 울부짖는 본능에 따라 더 이상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뒤로 물러섰다.

숨막힐 것 같은 침묵. 하지만 그 침묵의 그것을 능가하는 기묘한 기분. 그들이 있는 이곳은 비록 창이 없어 어둠침침하였지만 지하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동굴에서나 느낄 수 있는 음습한 기운.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들려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기묘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키네라. 걱정하지 말거라. 목숨이 위험하지는 않으니까."

끄덕. 끄덕.

나지막하지만 믿음을 주는 목소리에 침대의 소녀의 손목을 잡고 있는 소녀 키네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바로 진과 그의 일행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있는 바로 루미나.

일행이 이 저택에 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일 3일 전의 일이었다. 아르지아와 아세스. 그리고 정신을 차린 기스빈과 정식 용병 계약을 맺은 진은 에레나의 조언에 따라 가장 가까운 대도시로 향했다. 금서의 지도가 있었지만 그것에 나와있는 것은 아득히 먼 과거의 지형.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 않은가? 아무리 아는 것이 많아도 과거의 지형까지 꿰뚫어 보지 못한 에레나는 지형을 가장 정확히 표기한 지도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지명이 다르다 하지만 지형자체가 크게 변하지는 않는 다는 생각으로 지금의 지도와 금서의 지도를 겹쳐 정확한 위치를 추측하려는 것이다.

계약을 맺은 날로부터 4일.

떠오르고 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그동안 일행들의 사이는 많이 가까워졌다. 하지만 목표가 있다 하더라도 매일 걷는 것만을 반복하면 쉬이 지루해지는 법! 일행들은 지루함을 벗어나기 위하여 여러 이야기들이 나누었다. 그 중에는 아르지아 일행의 이이야기도 있었다. 그들은 요즘 심상치 않은 파이스 왕국의 내전에 참가하려 북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이야기를 들은 에레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왕국의 내전의 소문이 대륙 전체에 퍼진 것이나 마찬가지 인 상황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다. 재미 있은 것은 진의 이야기도 간간이 나왔지만 대부분 세이시나의 주장. 따라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에레나의 호위기사들의 진을 바라보는 눈초리는 점점 심각해져 갔다. 뭐 다행이 사실(?)을 말하는 세이시나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많았기에 그녀의 말을 듣고 있는 이들은 차츰 그녀의 말을 농담으로 치부해 버렸지만....

뭐 어쨌든 그런 식으로 일행은 4일간의 동행으로 마음의 벽을 어느 정도 허문 상태. 그렇게 태양이 사라지는 해변을 배경으로 4일단의 여행 끝에 다다른 곳이 이곳 마베스왕국의 수도 타부로스인 것이다. 몰론 예정은 5일로 잡았었지만 일행의 길잡이를 자처하는 에레나의 서두름에 4일만에 도착했다. 에레나는 아직 자작이 추격대를 보내지 않을까? 라는 걱정을 심하게 했던 것이다, 진을 믿지만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숫자의 힘 앞에는 그 누구도 자유스럽지 못하니까. 하지만 그런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자작의 추격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일행은 불법으로 조용히 국경을 넘어 타부로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 거대한(?)수도의 모습에 어리둥절한 모습의 일행을 이끌고 에레나가 이끈 곳은 바로 상인 길드. 직업상 지리를 잘 아는 것이 돈이 되는 일이라 그들만의 지도를 가지고 있는 곳은 상인길드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군사용으로 지도를 만들기도 하지만 그것을 일반인한테 판매할 리가 없었기 때문에 군사용보다는 허술하지만 그래도 가장 신뢰성 높은 곳이었기 때문에 일행은 입이 벌어질 정도의 금화를 지출하고(물론 이 금화는 진이 가지고 있는 보석을 환전한 것이다) 지도 한 장을 입수했다. 그리곤 즉시 고급의 여관을 잡곤 금서와 자신들이 사온 지도를 비교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필요 없는 이들에게 진실을 알려줄 필요는 없는 법! 진은 자신과 금서를 열 키이. 에레나 그리고 어느 정도 금서에 관하여 지식을 가지고 있는 네리아를 뺀 모든 인원에게 쇼핑이나 하라며 금화를 듬뿍 안겨주곤 밖으로 내 쫓아냈다.

우연일까? 키이가 금서를 열고 에레나가 설명해주는 지형을 상인 길드에서 사온 지도와 대입하던 네리아는 그들이 있는 가장 가까운 곳에 던젼이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지도와 대입한 결과 그 장소는 바로 자신들이 있는 마베스의 수도 타부로스. 시내 중심 가에 던젼이 있으리라 누가 예상했을까? 금서의 정보로 타 지역을 가리키는 곳보다 더 큰 점이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고 난이도의 던젼인 것이 확실하였지만 마음을 정한 진은 일을 강행시켰다. 다행이 던젼의 입구는 어느 저택의 건물지하를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왕궁이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가 던젼의 입구라면 일행은 포기했어야 하지만 저택은 달랐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저택이야말로 이상적인 장소였던 것이다, 일행. 특히 에레나는 저택 지하에 있는 던젼을 발굴하기 위하여 즉시 움직였다. 일단 자작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왔다는 사실을 자신의 아버지 국왕에게 전하기 위하여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자신의 호위기사 중 키이를 제외한 나머지 기사들을 본국으로 보내 버린 다음 상인 길드에 막대한 정보료를 물고 지금의 소유주를 알아낸 다음 금화를 자루로 가지고 저택의 주인인 귀족과 협상을 버린 것이다. 다행이랄까? 저택의 주인은 자작의 작위를 가진 하급 귀족이었다. 그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저택과 손바닥만한 영지. 그리고 귀족을 뜻하는 성만을 가진 전형적인 무능한 귀족. 그런 그에게 금화를 자루로 같아 바치자 계약을 하지 안을 리가 없었다. 물론 한번 퉁기다 그대로 일어난 에레나의 치마 자락을 붙잡아야 했지만......

모든 것이 수월할 것 같이 진행되었지만 작은 문제도 있었다. 저택의 소유자는 귀족이어만 했던 것이다. 그에 선정된 이는 바로 아세스. 에레나야 한 왕국의 공주였으니 그런 그녀가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 것 또한 보기 좋은 것은 아니었고 세이시나는 되도록 조용히 움직이고 싶었기에 퇴짜. 남은 귀족은 아직 하급의 신관이라 이름을 그대로 소유한 아세스와 에레나의 호위 기사인 키이만이 남아있었지만 남부지방의 귀족인 아세스가 더 눈에 띄지 않은 다는 에레나의 의견에 건물주는 그녀로 정해져 버렸다. 이름만 귀족이지 영지하나 없는 몰락 귀족인 그녀는 졸지에 먼 이국 땅에서 자신의 가문의 이름을 받은 저택을 소유하게 되는 행운을 얻은 곳이다. 물론 진은 건물을 그녀에게 줘버렸다. 실 소유주는 그였지만 그에게 이 행성의 건물 따위는 한줌의 가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진의 행동에 세이시나나 네리아는 자신의 이름을 빌려줄 수 없는 현실을 한탄했다는 후문이다.

그렇게 던젼을 탐험하기 위한 준비는 착실히 진행되었다. 물론 그것은 진이 가지고 있는 보석의 영향이 크지만.... 하지만 준비의 막바지에 문제가 발생했다. 그것도 내부의 문제가 아닌 엉뚱한 외부의 문제가.....

진이게 저택을 팔아 돈을 받은 귀족이 제멋대로 상상을 하곤 소문을 퍼트린 것이다. 그 저택에는 엄청난 보물이 있어 그것을 안 타지 귀족이 엄청난 금화를 주고 그 저택을 산 것이라고,... 물론 그 귀족의 의견은 매우 진실과 가까운 것이었지만 그것을 모르는 그의 속셈은 시가의 몇 배를 받은 자신의 저택을 다시 소문을 퍼트려 가격을 낮춘 다음 헐값의 가격에 다시 사들이려는 얄팍한 잔머리였다. 하지만 그가 퍼트린 소문은 소문을 퍼트린 그가 기겁 할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수도를 흔들었고 저택의 과거 주인에게 막대한 현금을 주고 저택을 산 이가 있다는 것을 상인 길드에서 건물을 매매할 때 공증인으로 선 이에게 확인 한 다음에는 소문은 진실로 둔갑이 되어 수많은 이들이 은근히 움직여 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허름한 저택을 수많은 돈을 주고 살 이유가 없으니 믿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뒷골목 암흑가들 중에는 건달을 동원하여 건물을 비우라고 협박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한밤중 기사를 보내는 귀족. 아예 주인을 없애고 꿀꺽할 심산인지 어새신을 보낸 이까지 있었으니 그동안 귀족의 저택에 머문다고 좋아했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서서히 기미가 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시간이 지남에도 완강히(?) 버티는 일행들의 모습에 소문이 진실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수많은 병력을 야밤을 틈타 저택에 돌진시킨 시켜 버리는 우를 범했다. 더욱이 그 다음 날은 이 나라 최고의 축제. 시민들뿐만 아니라 수도의 치안을 책임지는 경비대원들의 기강도 많이 해이해진 상태였으니 그들에게는 너무나 적기였으리라...

그때 대부분의 일행은 저택의 지하에서 발굴 준비를 하고 있는 와중. 일행도 귀찮았던지 재빠르게 일을 끝내고 이곳을 뜨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유연히 루미나는 저택의 주위에 있는 정원에서 2개의 달을 감상하고 있었다. 자신의 주위에 있는 흑랑을 너무 믿은 것이다, 진이 흑랑에게 내린 명령은 저택의 담을 넘어오는 이를 소리 소문 없이 없애버리는 것. 진답지 않게 소심한 명령이었지만 한동안 이곳에 있을 예정이라 큰 문제는 일으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한번에 백 명 이상의 사람들이 담을 넘자 흑랑의 AI는 한순간 혼란을 일으켰다. 자신에게 최우선의 명령은 진의 의견, 따라서 자신은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 시간이 걸리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조용히 사람들을 처리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제2위 명령권자인 루미나가 위험한 상황, 최우선 명령권자의 명령과 제2 명령권자의 생명사이에 잠시 혼란을 느낀 AI의 행동을 지체했고, 그사이 눈앞으로 달려온 이들을 미쳐 대처하지 못한 루미나는 길다란 검상을 당하게 된 것이다.

다행이 그 모습에 흑랑의 AI는 우선 선택을 정하곤 즉시 움직였다. 공격을 당할 것이다 와 공격을 당했다는 큰 차이가 있었으며 공격을 당한 루미나의 모습에 즉시 제 2명령권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움직인 것이다. 그에 따라 아르지아의 추격을 명했던 흑랑이 모두 돌아왔기 때문에 총 3기의 흑랑은 자신들의 모습을 들어내며 담을 넘어오는 이들에게 돌진했다. 하지만 아직 진의 명령이 우선적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칼을 맞고 쓰러진 루미나를 삼면으로 보호하며 주위의 이들을 초진동 나이프로 조각을 내었다. 그와 함께 진에게 긴급 명령을 내렸고 그에 바람처럼 달려온 진과 그와 한참의 시간차를 두고 달려온 일행이 본 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파편과 그와는 비교가 될 수 없는 많은 이들이 도망가는 장면.

그리고 쓰러진 루미나.......

일행은 그 모습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축제의 전날. 담벼락 하나를 두고 수많은 사람들이 흥겹게 축제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그들과 달리 저택의 안쪽에는 기묘한 정적이 흘렀다.

"꺄아아아아아아!!! 루....루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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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요즘 세로 쓰고 있는 소설의 - 프롤로그 -입니다.

한 100지 정도 썼나?

일단 주 내용은 선대의 계약에 의하여 반경 5m 내외의 지역을 자신의 세계로 만드는 이의 이야기입니다, 작가가 문제인지 진과 같은 초토화 악당인 아니지만.... 이 녀석도 상당히 정신병이 있지요(웃음)

그냥 글이 써지지 않아 한편 올립니다, 물론 지금 당장 연재 할 생각은 없구요. 흐르는이 완결 된 다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목 미정 - 프롤로그 -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단 말인가?

"깡! 깡! 깡!"

귀가를 울리는 금속음.... 지난 수십 년 동안 들어서 인지 내 심장이 뛰는 소리 같다. 아니 지금 이 소리는 내 심장의 소리다. 이 소리가 멈출 때 나는 이 지옥 같은 굴에서 벗어날 테니까...

나이에 맞지 않은 근육질의 피부를 탄가루에 의하여 시커멓게 변한 땀이 흘러내린다.

"깡! 깡! 깡!"

강한 금속음과 함께 번쩍이는 불꽃들. 아무도 없는 공간에 오로지 단 하나의 인형만이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그래...움직인다, "깡! 땡!..."

"큭!"

딴 생각을 하고 있어서인지 곡괭이로 내리치는 순간 튀어 오른 파편을 피하지 못해 허벅지에 깊은 상처가 만들어 졌다. 하지만 상처를 치료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조금 있으면 저절로 나을 테니까.... 어렸을 땐 이런 신체가 주위의 놀림감이 되어 싫어했고 청년 때는 이 신체의 놀라운 능력에 한바탕 꿈을 꾸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온 곳은 이 토굴... 들어오면 빛조차 보이지 않은 창살 없는 감옥. 굴을 향해 가시는 아버지의 등이 그렇게 싫어하던 나이지만 우습게도 나 또한 곡괭이를 들었다. 그때 그 아버지처럼..... 뭐 나의 등을 볼 아이가 없다는 것이 그때와 다른 점이랄까?

잠시 숨을 몰아쉬는 사이 점점이 떨어지는 지하수의 물방울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하는구나... 이제 이곳도 마지막일까? 서서히 주위를 바라본다.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가 파던 땅... 이 지하에 뭐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때 수대를 거쳐 계속 파는 우리가문을 보며 사람들은 이곳에 금광이 있다. 과거의 유물이 있다. 등등으로 소란스러운 적도 있었다. 소문을 듣고 귀족들이 땅을 차지한 적도 있었고 뒷골목의 부랑아들이 협박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를 쫓아내는 그들은 곧 이곳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곤 떠나버렸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던 우리 가문은 다시 이곳에 모여들어 괭이를 들었다. 남이 비웃던 손가락질하던 묵묵히 곡괭이를 드는 우리의 조상들... 그리고 그것이 이어져 지금은 나까지 온 것이다.

나이가 들은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조상들은 자신들을 쫓아낸 그들이 무언가 찾기를 간절히 원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그들의 손에 무언가가 나온다면 이곳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운명에 이끌리듯 곡괭이를 드는 자신들은 해방될 테니....

"깡! 깡! 깡!"

그래 이젠 나도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느낀다. 한때 젊은 나이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굴을 파시는 아버지를 원망하곤 집을 나선 적이 있었지만.....지금의 나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굴을 파고 있다. 그 누구도 심지어 아버지조차도 자신의 아들이 뒤를 잇는 것에 반대했지만... 집안의 남자라면 그 누구도 이 운명에 벗어나지 못했다. 손이 귀한 집안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우리집안의 남자라면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지금 이곳에서 굴을 파니까...

그것은 집을 나선 후 한참이 지나 깨달은 것이다, 집을 나선 나에게 하늘은 공평했는지 튼튼한 몸을 주셔 험한 일을 해도 그 흔한 감기한번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돈도 조금 벌고 아내도 얻었고 귀여운 딸아이도 가졌다. 하지만 운명은 나를 이곳에 다시 돌아오도록 명했다.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건장한 몸을 지는 나는 당연히 끌려갔고 1년 뒤 승리의 보상으로 한쪽 눈을 잃은 나에게 기다리는 것은 이미 불타버린 잿더미..... 원망의 눈물을 흘리며 술과 도박으로 대륙을 떠돌던 나의 발길에 멈춘 곳은 바로 지금 이곳. 땅을 파시는 아버지의 구릿빛 등을 보아오며 자란 고향......

운명이라는 놈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냐? 내가! 우리 집안이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래!

누가 이기나 해보자!

누가 이기나 해 보자구!!

아버지의 손때가 뭍은 괭이를 들며 저물어 가는 노을에 외치던 그때. 그로부터 30년.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나는 선조들이 파 내려갔던 굴을 이어받아 지금도 곡괭이 질을 하고 있다.

언제 끝날까?

내가 이곳에 온 것은 이 굴을 파라는 운명의 뜻인가?

그렇다면 내 아내, 내 딸을 죽인 것도 운명인가?

나는 멈추지 않는다! 오늘 이 심장이 멈춘다고 해도 지금 내려치는 곡괭이 질이 마지막이라 해도!

나는 지지 않는다!

내 대에서 끝을 낸다!

이 더러운 운명!

이 더러운 굴!

얼마나 우리 집안의 피눈물을 마셔야 한단 말인가!

"깡! 깡! 깡!"

네놈과의 싸움은 내 대로 끝낸다! 더 이상 네놈을 위하여 굴을 파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쿨럭..쿨럭..."

순간적으로 터지는 기침에 곡괭이를 잡고 있던 손으로 입을 막았다. 하지만 손가락 사이로 피어오르는 혈 향... 반평생 땅속에서 살았던 이의 당연한 결과... 항상 들여 마신 탄가루에 폐가 상한 것이겠지.... 이제 얼마 남지 않는 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그 날까지 나는 판다! 이 더러운 운명에 저항하는 길은 그것 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깡! 깡! 깡!"

다시 내려치는 곡괭이 소리가 아무도 없는 굴을 울리고 있다. 지열에 의하여 옷을 벗은 상체에 땀이 흘렀고 그 땀에 탄가루들이 묻어 번들거렸지만...

뭐 어떠리....

이제 끝이다! 이제 이 굴을 팔 이는 나로 끝이다! 누가 이겼냐 고는 말할 수 없다. 이 굴은 끝까지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고 우리 집안은 나를 끝으로 이 세상에 사라지니... 누가 이기고 누가 졌다 말할 수는 없겠지...

"깡! 깡! 깡"

점점 곡괭이질의 소리가 줄어 들어간다. 이 소리가 멈출 때 나도 이 세상을 떠나겠지? 스스로 왜 굴을 파는지 모르는 삶이었지만 뒤를 돌아보니 그것도 아쉬움이 나는 구나...

하지만 반평생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살아오니 죽음이 겁나지는 않는다. 억만년동안 고통을 당한다는 지옥의 최하층도 지금보다는 낳겠지.

"깡! 깡! 까...땡그랑...."

한순간 놓친 곡괭이가 어둠의 저 멀리 사라진다. 하지만 그것을 주우려는 힘 따위는 한줌도 없는 상태. 서서히 눈이 감긴다. 반평생 아무것도 없는 굴만 파다 죽었다면 저승의 염라대왕도 웃으리라....

하지만 내 죽어 가는 몸뚱이 저 깊숙한 곳에서 마지막 안식도 허락하지 않고 굴을 파라 외치고 있다. 손을 들어 조금전 곡괭이로 내려친 곳을 팠다. 물론 파 들어가는 깊이만큼 손가락의 피부는 찢어지고 뼈가 부스러지며 흘러내린 피로 주위가 진득해졌지만....

뭐 어떠리...

어차피 조금 있으면 죽을 것. 피가 나고 손가락이 조각나도 썩어문드러질 육체.. 본능이 시키는 대로 땅을 판다. 지난 30년 동안 나를 붙잡고 있던 본능이 외치고 있는 것이다, 더. 더 조금만 더!!!

하지만..

이미 육체는 나의 지배를 벗어난 상태.... 쓰러진 얼굴에 차가운 땅의 그것이 느껴진다. 숨을 쉴 때마다 이제는 정겹기까지 한 탄가루들이 내 몸 속으로 들어온다. 이곳도 이젠 마지막..... 내가 평생 판 굴이 무덤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

그렇게 서서히 멀어지는 시야에 순간 빛이 보이는 것은 죽어 가는 이 몸뚱이의 착각일까? 분명 등뒤에 작은 램프가 있었지만 그것과는 이질적인 빛. 그 빛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다. 지난 30년 동안 처음으로 본 이 굴의 변화인 것이다, 운명이여! 내 마지막 가는 길에 이 빛이 뜻하는 것이 무엇이냐! 결국 네가 이겼다는 것인가?

젠장!!

모르겠다. 이제 모르겠다. 나는 이제 마지막.... 서서히 가까워지는 죽음 속에 빛 따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나는 이제 이 지옥에서 나간다!

조상들의 피와 눈물을 먹은 이 고향에서 나의 인생을 멋대로 조종한 운명에서  잘 있거라 개 같은 현실아!

갈 가거라 개 같은 운명아!

난 편히 쉴 것이다! 천년! 만년!! 억년 까지 쉴 것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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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읽어보시고 평가 좀 해주세요^^ 연참 끝!!!!

문제 있음 리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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