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4화 (44/49)

"음...."

그동안 같이 있던 사이라 그런지 루미나의 곁에서 침통한 표정을 짖고 있던 일행들은 갑작스런 신음소리에 화색이 돌았다. 드디어 루미나가 정신을 차린 것인가? 비록 오른쪽 눈이 심하게 훼손당한 중상이었지만 생명에 지장이 없어 그런 대로 안심을 하고 있었지만 사고를 당한 후 그녀가 깨어나지 않아 모두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이....."

루미나의 의문 섞인 신음소리에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여자에게 얼굴의 상처는 그만큼 치명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까? 루미나가 받을 충격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상황은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일행의 침묵 속에서 서서히 정신을 차린 루미나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보이지 않은 오른쪽 눈으로 손을 가져가자 그녀의 곁에 있던 키네라가 황급히 저지했다. 감염 등의 우려가 있었지만 체내에 있는 나노머신의 능력을 믿기 때문에 상처 입은 그녀의 얼굴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고 또 아직 그녀는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상처를 입은 얼굴은 절반쯤 마취된 상태라 자신도 모르게 상처를 훼손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키네라?"

자신의 손을 잡는 따뜻한 느낌에 루미나는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여전히 시야의 반을 가린 어둠과 함께 느껴지지 않은 원근감....

"괜찮아?"

걱정 가득한 목소리와 함께 다급한 얼굴의 키네라의 목소리에 루미나는 자신의 상태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떠오르는 어제의 일... 

더듬더듬.... 

얼굴을 가르고 자신의 가슴을 지나간 날카로운 검을 생각하며 루미나는 가슴을 더듬었다. 얼굴이야 보이지 않은 눈을 생각했을 때 뻔했으니 넘어가고 다행이 얼굴 밑 가슴에는 상처하나 없었다. 하긴 고작 칼이라는 원시적인 도구로 그녀의 군복을 찢고 내부에 상처를 입힌다는 것이 더 우스운 일이지만.....

"...지금 내 상태 좀 말해줄 수 있어?"

나지막하지만 어딘가 멍한 표정의 루미나에게 질문을 받은 키네라는 대답할 수 없었다. 기지에 돌아가면 얼마든지 복구할 수 있었지만 당분간은 지금의 상태로 지내야 했으니... 키네라 자신도 팔이 잘린 경험이 있었으니 지금 루미나가 겪고 있는 혼란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자신이야 사고가 난 후 갑작스런 전투로 그리 신경을 쓰지 못하였고 전투 종료 후 재빠르게 정신치료를 하면서 복구했지 않았던가? 하지만 한동안 불구의 몸을 하고 있어야 할 루미나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그것은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인지 사방을 둘러보며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는 키네라의 시선을 모두 외면했다.

"스친 칼은 얼굴의 외피만을 훼손시킨 상태라 두개골까지 치명상을 입지 않은 상태. 다행이 이 상처는 체내에 있는 나노머신으로 흔적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 문제는 오른쪽 눈, 완벽하게 파손된 눈은 기지로 돌아가 복제에 의한 생체이식 외에는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이지. 뭐 그 외에 가슴부위에 자잘한 멍이 생겼지만 그 따위 것은 상관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사령... 아니 주인님!"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냉철한 진의 발언에 키네라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하지만 그에 상관하지 않은 진은 묵묵히 담배를 물었다. 어디서 개가 짖느냐는 표정. 

"이제 깬 사람에게 그런 소리를 하면 어떻게!!"

그런 그를 보며 대다수의 이들이 비난의 눈초리를 보냈고 그런 일행을 대표해 세이시나가 나섰다. 진에게서 느껴지는 괴이한 분위기에 주눅이 드는 지금의 상황에 대한 반발심인 것이다. 하지만 어디 그가 주위의 시선에 관심이나 둘 사람인가? 환자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은 그의 행동에 좁지 않은 공간이지만 밀폐된 장소라 일행이 있는 방은 금세 진이 피우는 담배연기로 가득 찼다. 매운 연기와 담배 특유의 독한 냄새에 사람들의 얼굴이 찡그려 지는 것에 상관하지 않은 진은 폐 가득 담배연기를 물곤 자신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 허공을 응시하는 루미나에게 다가갔다, 

갑작스런 진의 행동에 일행들이 의아한 듯 쳐다보았지만 진은 여전히 그런 주위의 반응에 신경을 쓰지 않은 듯 그저 말없이 눈가에 이슬이 맺혀있는 루미나의 얼굴을 바라보다 오른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었다.

집을 떠나 객지(?) 생활로 심신이 피곤한 상태에서 중한 상처를 입자 마음이 약해졌는지 지금의 상황이 서러운 루미나는 자신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은 손길을 느꼈다. 그와 함께 이제는 친숙하기까지 한 담배냄새. 그 손은 자신이 알고 있는 피에 젖은 손치고 너무나 부드럽고 따뜻했다. 은근히 기분 좋은 그 손의 온기를 느끼는 사이 그녀의 귓가에 그 온기의 주인공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와 네 아버지가 처음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수백 년 전, 어둠의 바다를 건너 반년간의 여행 중 만난 모든 이들이 우리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기꺼이 손을 잡아 주었다. 뭐 정확히는 공정한 거래를 했다는 것이지만 그때는 정말 그것만으로도 고마웠지"

갑작스런 과거 이야기에 담배연기를 손을 흔들어 몰아내던 일행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집중되었다. 진과 같이 온 이들을 뺀 나머지 이들은 진에 대하여 아는 것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진지한 표정으로까지 이어졌다. 어디에서 왔는가 에서부터 시작하여 그가 가지고 있는 신기한 물건들. 그가 원하는 목표, 엄청난 재력, 그리고 아름다운 외모. 모든 것이 일체의 배일에 싸여있는 이의 조그마한 과거의 파편에 이미 그와 운명이 뒤섞인 일행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건 것이다. 

그것은 진의 과거의 일을 알고 있는 이들도 마찬가지인지 사적인 진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새우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진의 직접적인 이야기의 대상인 루미나는 자신의 아버지와 그가 알고 있는 사이라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기에 한쪽만 남아있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진을 바라보았다. 뭐 일행 중 유일하게 키네라는 과거 자신이 읽은 책에서 루미나의 아버지이자 일족의 장인 '라마 누 바르소'와 진의 접점을 알고 있었지만....(외전 중 그녀의 독서 참고)

각설하고 진은 주위의 반응에도 자상한 손짓으로 피가 약간 묻어 있는 루미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 뒤로 그와는 많은 이야기를 하며 여러 번 술도 마셨지. 너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지만 어린 시절 넌 나를 본적이 있다. 아저씨 아저씨하며 내 옷자락을 잡을 때가 어제 같은데..."

은은한 미소를 짖고 있는 진의 얼굴을 바라보는 주위의 사람들의 얼굴에는 믿어지지 않는 다는 표정들이다. 특히 몇몇은 자상한 진의 얼굴을 보며 그 미소가 자신이 아닌 다른 이를 향해있다는 사실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질투를 느꼈다. 하지만 진의 말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원하는 것이 있느냐? 그동안 네 아버지에게 신세 진 것을 생각한다면 너를 건드린 이들의 생사에 대한 선택권을 주마. 어떻게 하기를 원하지? 이 나라를 통째로 구워줄까? 아니면 이 나라 대지 전체를 한 100년 간 아무도 살지 않는 불모의 땅으로 만들어 이곳에 사는 이들이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하는 것도 좋겠지. 그렇지 않다면 서로의 자식을 잡아먹으며 남의 아내를 겁탈하고 나아준 부모의 뇌수를 마시게 해 줄까?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

장난같이 말하는 투였지만 진이 내뱉은 말은 섬뜩하기 이를 때 없었다. 더욱 무서운 점은 내뱉는 말은 충분히 실연시킬 수 있다는 힘과 결단력을 그는 가지고 있었다는 것인데...... 처음 진이 자신에게 복수를 원하는가? 라는 소리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던 루미나조차도 계속 이어지는 진의 이야기에 주위의 일행들과 같은 질린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잠시 뜸을 드리다 진이 마지막으로 꺼낸 말이었다. 여전히 말투하나 바뀐 것 없는 어투였지만 그 여파는 작지 않아 루미나는 자신의 몸이 지금 중한 상황이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일어서다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부축할 키네라조차도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며 최대한 진에게 떨어지려 안간힘을 썼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세르피와 아르 또한 자신들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물러섰다. 그런 그녀들을 보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나머지 일해들 앞에 있는 것은 작은 금속질의 상자. 상자는 양쪽으로 갈라져 있었으며 그 안에 모습을 들어낸 녹색의 젤리와 같은 그것. 그리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자그마한 벌레....

"이것이 뭔데 그래?"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의 진실을 알지 못한 에레나는 흥미 가득한 얼굴로 진이 꺼낸 그것을 유심히 바라보다 손을 내밀었다. 에메랄드를 녹인 것 같은 액체와 그 속에 들어있는 존재는 기괴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돼!!"

"멈춰!!"

하지만 순간 들리는 찢어지는 비명과 같은 소리에 에레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소리를 지른 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닫는 곳에 있는 이들은 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는 4명의 이들..... 그들 중 가까스로 공포를 이겨낸 키네라는 자신을 멀뚱멀뚱 바라보도 있는 에레나에게 신경질 적으로 손짓했다.

"그..그것 건들지 마!!!"

"?"

주위의 알 수 없는 반응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짖고 있는 나머지 일행에게 '피식' 하고 웃어준 진은 다시 그 상자를 회수하곤 다시 루미나를 바라보았다.

"원한다면 이 벨제바브도 사용해주지"

리플의 질문 중

아르지아가 진이게 돈을 원한 것은 글에도 나왔지만 그녀는 돈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조금 있으면 본문에 나올 일이지만 그녀. 아니 그녀일행은 어떤 일 때문에 한달 동안 일을 하지 못한 상태였지요, 그런 상황에서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진의 계약에 공짜로 움직이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입니다, 아무리 동료의 목숨이 걸려있다 하더라도요^^

즉 그녀는 진이 보수를 주지 않는다면 기스빈을 포기해서라도 떠났을 것입니다, 그것이 용병이니까요. 물론 힘이 있다면 진에게 동료의 복수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니...

-진의 강자이론.

진은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아직 나오지 않은 것들이 수두룩하지요) 그 힘들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것입니다, 즉 노력 없이 얻어진 힘 따위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지요, 물론 프롤로그에서 나온 100명의 희생은 나중에 충분히 대가를 치릅니다, 한마디로 누가 힘을 주었다거나 신의 계시를 받거나 또는 영약이나 아이템의 도움 따위는 없이 철저히 자신의 노력과 희생으로 얻어진 힘이라 그런 진의 입장에서 약자의 입장을 생각하라는 것은 좀 무리지요. 그래서 진의 입장에서 약자의 논리는 단순한 괴변에 불과 한 것입니다. 

죽이지만 마세요 ㅠ.ㅠ

늦었습니다, 사실 제가 이렇게 늦은 이유는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일주일의 반은 인터넷을 할 없는 환경이라... 몰아서 올려야 하는데 한동안 올리지 않다 한편만 올리면 죄송한지라......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어느새 일요일....^^ 

일단 연참 들어갑니다,

(마지막 글을 올린 지 14일. 이틀에 한번씩 글 올렸다고 계산하면 7편이면........으흐흐흐흐 -.-+) 

도리도리도리

아무리 복수심이 강한 이라 해도 같이 죽고 싶은 마음은 없을 것이었으니 당연하지만 루미나는 열심히 고래를 흔들었다. 과거에 보았던 자료처럼 끔찍하게 잡아먹히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다른 이가 말을 꺼냈다면 웃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자신의 부하 한 명의 죽음으로 한 한 종족을 아예 쓸어버린 과거를 가지고 있는 진이라면 충분히 가능할지 몰랐다.

"이거도 싫다 라....음 그렇다면 간단히 너를 건들인 이들만 손봐주기로 할까?"

끄덕끄덕

아! 이로써 이 행성의 멸망이 한 소녀의 기특한 마음가짐으로 해방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진이 벨제바브를 꺼낸 것은 일종의 경고였다. 자신 모르게 무언가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 세르피와 아르에게 자신을 잘못 건드린다면 다 같이 죽는다는 경고인 것이다. 뭐 루미나가 원했다면 정말 사용할 마음도 조금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게 다시 진의 품속으로 들어가는 벨제바브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쉬는 일행들과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머지 일행들과는 달리 자기들 멋대로 복수 운운하는 진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자신의 얼굴을 쓸어 내리는 이가 있었다. 

".....잠깐! 복수라니.. 상대방은 수많은 귀족일 것이라고!! 어제 그들의 복장이 모두 통합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아 그들을 이곳으로 보낸 이들은 다수, 더욱이 아무리 축제의 전날이라 경비병들이 뜸했다지만 거의100명에 이르는 복면인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을 제지하지 않았다고는 사실이 뭘 말하고 있는 줄 알아? 아니 경비병들이 보지 못했다고 해도 거리에 넘쳐나는 사람들이 그들을 보았을 때 신고도 하지 않았을 것 같아? 하지만 그들과 연관이 있는 것이 확실한 이 저택에 누구하나 오지 않았어! 한마디로 그들 뒤에 있는 이들은 막대한 권력을 가진 귀족들이라는 것이야! 더군다나 그들은 다수, 즉 그들은 이곳 마베스 전체와 마찬가지야. 그들을 건드리면 이곳 마베스 전체를 상대해야해야 한다고! 국가와 상대에서 뭘 어떻게 한다는 것이지? 솔직히 이런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마베스는 파이스 왕국과는 상대도 되지 않은 부국이야. 해양국가니 당연히 해군도 강성하지만 육군병력도 만만치 않단 말이야!"

에레나는 어이가 없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음만 먹는다면 복수 따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분명 진의 솜씨를 보았던 그녀로써는 그가 보통은 넘는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손이 열 손을 상대하지 못한 다는 것이 에레나 그녀의 지론, 분명 강한 한 명은 10명의 사람을 상대할 수 있지만 강한 100명이 1000명의 병사는 상대하지 못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상대는 수많은 귀족, 아예 국가라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했다. 당연히 개인이 상대하는 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나도 그녀의 말에 동의. 죽으려면 좋은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반대는 그녀만이 아닌 듯 팔짱을 끼곤 그저 무심히 바라보고 있던 아르지아도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동료의 원수나 다름없는 진과 계약한 이유는 바로 돈 때문이었다. 돈을 위해서라면 치밀어 오르는 증오도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살아있을 때의 이야기. 비록 모험가이지만 레인저의 특성상 척후병으로 고용되어 자주 전쟁터에 참가했던 그녀는 숫자가 부여하는 강대한 힘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러니 그 잘나신 소드마스터라는 이들도 병사 백 명을 당해내지 못하는 현실에서 부국으로 이름높은 마베스에 칼을 대고 싶은 생각은 절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복수를 포기해란 소린가요?"

"뭐...기분은 잘 알지만... 그러는 편이 좋겠지. 세상일이라는 것이 다 힘있는 자의 논리로 움직이고 있으니까. 당했다고 원하는 대로 다 복수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이 따위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어"

발끈하며 외치는 키네라를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생각했는지 혀를 차는 아르지아의 모습이 그리 예의바른 것은 아니었지만 네리아와 에레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약자가 사는 방법은 그저 참는 것이니까. 지금으로는 일행은 약자였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진정한 모습을 모르는 이들의 의견. 진의 존재를 정확히 알고 있는 나머지 4명은 그녀의 말에 동의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분명 약자는 약자가 사는 방법이 있었지만.....진은 절대로 약자가 아닌 것이다. 약자는커녕 칼을 든 포악한 괴물이지 아닌가?

"슬슬 어두워 졌을 것 같군. 그럼 천천히 움직이기로 할까?"

점점 복수의 포기 쪽으로 기울어지는 주위의 반응과는 달리 다시 한번 루미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 일행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자신덕분에 담배연기 자욱한 방을 나섰다. 그 모습에 아르지아와 에레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까지 자신들이 한 말은 어디로 들었는지 아예 시간까지 정하는 모습에 할말을 잊은 것이다. 진이 죽어 던젼발굴이 미뤄지고 더불어 자신이 받을 나머지 잔금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진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싶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르지아는 사지(?)로 들어가려는 그의 발걸음을 멈추기 위하여 원군을 불렀다.

"기스빈! 뭐라고 좀 해 봐요!!"

일행의 대화에 전혀 관심 없는 표정에 그저 구부정한 지팡이를 들고 있던 서클 마법사의 노인. 기스빈은 아르지아의 소리침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미 체내에 들어 있는 나노머신에 의하여 복부에 입은 상처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인 상태. 하지만 그의 모습은 세상을 다 산 모습이었다. 생명을 일을 뻔한 일을 격은 후 여서 인지 폐기 넘치는 과거의 모습은 사라지고 지금은 그저 마법을 조금 사용할 수 있는 노인만이 남았다..

"...무슨 생각이 있겠지"

자포자기한 그의 모습에 아르지아는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저기..."

조심스레 사방의 눈치를 보고 있던 아세스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손을 들어 올리자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그에 얼굴을 붉게 물든 그녀는 거의 들리지 않을 가느다란 목소리로 손을 내렸다.

"교단의 이름으로 중재를 부탁하면 어떨까요? 저야 하급이라 어쩔 수 없지만 거기 세이시나 님은 교단의 높으신 분인 것 같은데 그런 분이 청을 들이면 마베스에서도 어느 정도 성의는 보여줄 것인데..."

순진한 아세스의 말에 세이시나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분명 그런 수를 쓰면 원활하게 해결 될 것이지만 세이시나는 자신의 교단에 일을 알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아직 그녀에게 내려진 신탁의 명령은 진의 행동을 바라보는 것이며 또한 금서라는 먹음직스러운 존재가 모습을 들어냈는데 어설프게 교단에 알려지면 자신의 공이 줄어들지 않은가! 일부로 아세스에게 자신의 교단이름을 알리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다행이 아세스의 말을 부정해주는 이가 있었다.

"안 돼! 저 바보가 그것으로 넘어갈 것 같아? 만약 그 교단이라는 단체가 강한 힘을 발휘하여 이 왕국을 압박한다 해도 그들이 내놓은 것은 그저 관련이 조금 있는 하급의 이들이겠지?"

"그야 그렇지만...."

세르피는 진이 나간 방문을 가리키며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 그녀의 말처럼 교단의 힘을 이용하면 하급의 귀족 몇 명을 내놓은 것으로 끝을 맺을 것이다. 그럼으로 해서 교단은 체면을 치를 것이곤 왕국은 혐의가 있는 대부분의 귀족을 보호할 수 있으니까. 

"이봐요! 당신들은 저보단 그를 잘 알 테니 좀 말려봐요!"

아르지아는 진의 결정이 못마땅한 지 이번에는 자신이 오기 전 이미 진과 같이 있었던 일행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의 행보를 보았던 이들은 조용히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섣부르게 움직이다간 자신들도 그 광기에 휩쓸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동족도 아닌 이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하여 자신이 희생해야 할 필요가 그녀들에겐 전혀 없었다. 

"...휴..일단 밖으로 나가보지요. 일어설 수 있겠어?"

".......걷는 것 정도는"

진이 가지고 있는 무기를 생각하면 자신들은 전혀 필요가 없을 것이지만 키네라는 보고 싶었다. 자신의 사촌을 건드린 존재들을! 그것은 루미나도 마찬가지인지 몸을 일으켜주는 자신의 사촌의 의도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몰라몰라! 골치 아픈 것에 신경 끈다! 그보다 자신만만하던데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일을 저지를지 좀 볼까?"

"재미있을 것 같은데?"

조심스레 자신의 사촌을 부축하며 자리를 뜨는 키네라를 따라 어깨를 으쓱거린 에레나와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은 네리아가 뒤를 따랐다. 뭐 반대는 하였지만 에네라야 자신의 왕국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마베스였으니 일단 진이 마음먹은 이상 지금의 상황은 그저 구경거리였을 뿐이고 더욱이 자신은 한 국가의 왕족이지 않은가? 외교문제가 될 수 있지만 눈먼 칼만 피한다면 목숨만은 안전했다. 네리아야 태어났을 때부터 국가와는 상관없는 몸. 물론 그녀들의 뒤에는 당연히 그녀의 호위인 키이가 자신의 주인의 결정에 못마땅한 얼굴을 하며 뒤따랐다, 

"크.....당신들은 어떻게 할거죠?"

먼저 나선 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아르지아는 신경질 적으로 자신의 머리를 극적이며 묵묵히 루미나만을 바라보던 세르피와 아르에게 물었다, 하지만 둘은 그런 그녀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진이 나선 문을 따라 나섰다. 그에 그녀들이 방을 나서자 남아 있는 이는 아르지아와 아세스 그리고 기스빈뿐이었다, 

"치! 사람 말을 무시하나? 자기들이 얼마나 잘났다고 대답해 주지 않네.."

"저희는 어쩌지요?"

사람들이 빠져가나 허전한 주위를 바라보며 아세스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아르지아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일행들이 빠져나간 문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도망갈까?"

선금이라지만 두둑이 보석을 받았으니 그것으로 죽은 이들은 충분히 잊을 수 있는 아르지아였다. 나머지 일이 끝났을 때 받을 보석은 생각하면 아깝지만 생명이 더 중요한 법! 하지만 두 눈 가득 진심이야! 라며 외치고 있는 그녀를 기스빈은 조용히 제지했다,

"위험한 짓은 하지 말아"

"지금은 감시자도 없잖아!"

"....정말 감시자가 없다고 생각해?"

의미심장한 그의 말에 뚱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아르지아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했다.

"뭔가 아는 것 있어?"

"마법으로도 발견할 수 없고 직접 두 눈으로 본 것은 아니지만 이 저택의 주위에는 무언가 있어. 어제 저녁 그 뭐더라..... 아! 루미나라는 소녀가 다쳤을 때 그녀의 주위에 있는 시체. 그 시체는 정말 무섭도록 잘 드는 칼이나 아니면 뛰어난 검객의 솜씨에 상처를 입었더군"

기스빈의 말에 그녀는 어제 밤 일행들의 뒤에서 보았던 거대한 무엇을 생각해냈다. 물론 그것은 순간적으로 사라졌기 때문에 자신이 헛것을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시체들의 잘려진 조각을 보면 그 상처를 만들어 낸 존재들이 얼마나 강한 지 알 수 있지, 자네도 잘 알겠지만 고기를 썰어보면 살덩어리가 의외로 자르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네, 그런데 그 상처는 매끄럽기 그지없었지. 피부와 살, 그리도 뼈조차 단번에 자른 것이야. 더군다나 팔이나 다리는 그렇다고 해도 사람의 허리까지는 절대로 그렇게 자르지 못하지. 문제는 그런 자들이 아직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네" 

마법사이지만 용병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던 기스빈의 차분한 설명에 아르지아는 '도망가자' 라는 자신의 생각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용병 중 가장 눈치가 빠른 레인저에 몸담고 있는 그녀 자신이 눈치 못한 이가 주위에 있다는 생각을 하지 도망가고 싶은 생각 따윈 저 멀리 사라져 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아하..아하하하하. 그냥 농담이야! 심각하게 생각하기는!!"

아세스와 기스빈의 어이없다는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르지아는 기스빈의 꾸부정한 등을 내리치면서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우리도 그만 나가 보지요"

그녀의 어색한 웃음은 한숨을 쉬며 이미 나간 일행의 뒤를 따르는 아세스의 중얼거림이 들리기까지 계속되었다.

크 소제목도 변경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저택의 수많은 방중 하나. 세이시나는 진의 뒤를 따라 방을 나섰지만 저택 밖으로 나가기 보다 조용한 저택의 한쪽에 있는 작은 방에 자리잡았다. 그런 그녀의 앞에는 처음 그녀를 진의 곁에 대려다 놓은 존재, 바로 베이트가 머리를 흔들었다.

「어쩔 수 없다. 그저 그가 하는 대로 보기만 할 수밖에」

"하..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을지 모릅니다. 물론 그자가 왕국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는 믿지 않지만 그는 저희가 모르는 신기한 물건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매우 영악스러운 존재입니다. 그런 그자가 움직인다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을지......"

고개를 흔드는 신의 사자의 앞에 무릎꿇은 세이시나는 간절하게 외쳤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보는 베이트라고 해도 어찌 할 수 없는 상황. 분명 시작은 왕국의 머저리들이 시작했고 진과의 계약에 따라 그는 자신에게 위협을 가한 존재를 공격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그런 상황에 자신들이 개입하면 스스로 약속을 어기는 상황. 분명 괘씸하고 무례한 존재이지만 신들이 계획하는 일에 진의 존재는 꼭 필요했으며 그것은 하계의 인간 몇 만 명 죽는 것에 수정할 정도로 하찮은 것이 아닌 것이었다. 

「시작은 어리석은 그들이 먼저 한 것! 우리가 나설 명분은 없다. 그따위 것이 신경 쓰지 말아라! 너는 그저 그의 움직임을 이전과 같이 관찰만 하면 된다! 알겠느냐? 얼마나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신의 의지를 얼마나 수행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그대는 그대의 할 일을 하면 되는 것! 그대가 감시하는 그 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참견하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어 베이트는 세이시나의 얼굴을 보지 못하였지만 지금 그녀의 얼굴을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제부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저 지켜보아야 하는 상황에 심한 갈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평소의 신의 말씀을 알아서 자기 입맛에 맞게 고치는 이들을 보며 신의 뜻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세이시나로써는 지금 베이트의 말에 그것이 진정한 신의 뜻인가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비록 조금 타락하기는 했지만 자신은 진정으로 신의 뜻이 정의라 생각하며 따랐기 때문에 그녀의 혼란은 더욱 컸다. 그렇다면 그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도 신의 뜻이란 말인가?

아직 세이시나의 혼란을 눈치채지 못한 베이트는 서서히 자신이 돌아가야 할 때를 느꼈다. 이전은 상위의 존재들의 힘을 빌려 하계에 현신 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힘이 필요 없었지만 지금은 세이시나의 부름에 갑작스레 응하기 위하여 자신의 본신의 힘을 사용하는 상태. 오랫동안 이곳에 있을 수는 없었다. 더욱이 자신은 이미 세이시나의 눈으로 모든 것을 보고 있지 않은가? 그것을 세이시나에게 알리지 못하기 때문에 그녀의 부름에 어쩔 수 없이 현신은 했지만 불쾌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명심하거라! 신의 종이여! 모든 일은 신의 뜻! 그러니 앞으로 이런 하찮은 일로 나를 부르는 일이 없도록 하거라!」 

빛의 입자로 사라져 가는 그녀의 마지막 말에 세이시나는 무릎을 꿇으면서 땅을 집었던 두 손을 굳게 쥐었다. 자신이 그녀를 부른 것이 하찮은 이유란 말인가? 저 오만한 존재가 이제부터 저지를 일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인데 그것이 하찮단 말인가?

이성은 신의 사자의 말에 승복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자신도 알 수 없는 반발심이 드는 것을 애써 억제한 세이시나는 이제는 완벽하게 사라진 베이트가 있었던 자리에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곤 고급스럽지만 손질이 되어 있지 않아 먼지투성이의 문고리를 잡아 밖으로 나섰다, 하지만 평소 흠모에 맞이하는 존재인 신의 사자를 만난 사람답지 않게 밖을 향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미미한 어둠이 스며들어 있었다.

".....난 조금 전 진, 그녀석이 벨제바브를 꺼내는 것을 보았을 때 그가 그 괴물을 가지고 왔다는 것에 놀랐지만 루미나에게 꺼낸 말처럼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착각일 줄이야."

"규모로 보아 벨제바브를 개봉한 다음 도망갈 수 있을 정도군요"

평소 말에 없던 아르의 중얼거림에 곁에 있던 세르피는 축제의 절정을 장식하는 불꽃을 보며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아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예측불허의 존재이지만 설마 그런 수는 쓸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하였지만 이번 일로 자신들은 진에 대하여 뼈저리게 오판하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펑!!"

"펑!!"

하늘에는 수확제의 마지막을 축하하는 화려한 축포들이 어둠의 하늘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있는 지금. 모든 사람들이 그 불꽃을 흥겨운 시선을 바라볼 때 몇몇의 사람들은 그 불꽃이 아닌 그 위를 보고 있었다.

"야! 난 절대 안 도와 줘!!"

인간의 시야로는 하늘을 그것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말없이 하늘을 쳐다보는 일행들의 모습에 같이 하늘을 쳐다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기에 곧 흥미를 잃은 아르지아는 뒤늦게 밖으로 나와 혼자 조용히 무언가를 매만지고 있는 진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말에도 반응이 없는 그의 모습이 더더욱 불쾌하게 보이는 것은 그녀가 진에게 가지는 편견 때뿐일까?

"젠장! 이 집단은 뭐 그리 잘나신 분들이 많아? 사람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입을 삐죽 내밀곤 투덜대는 아르지아를 무시한 진은 자신이 팔 위에 조그맣게 떠 있는 입체영상에게 말을 걸었다. 

"오느라 수고했다,"

『천만의 말씀을! 그보다 함대를 파견한 후 감지되었던 벨제바브의 경고음에 지금도 식은땀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뭐 완전 개봉까지는 아니었지만 겉 케이스 개봉에도 저희에게 신호가 온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아직도 그때의 생각을 하면 치를 떤다는 듯이 어깨를 움츠린 한영석의 영상에 진은 자신의 볼을 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설마 케이스에도 감지장치가 있을 줄이야. 정신 없이 울리는 경고음에 뭐 빠지도록 달려온 부하들을 생각하면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미안하게 됐네. 그보다 조커에게 들키지는 않았겠지?"

진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깨달은 한영석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커의 입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구해야 하는 일행이 있는 행성에서 '우리 한번 모두 같이 죽어보세' 무기인 벨제바브가 예측불허의 진의 손에 있다는 사실이 불쾌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걱정 마십시오. 지금 그분은 지하에 있지 않습니까? 그분에게 드린 채널 하나로는 모든 벌레들의 정보를 확인 할 수 없으니 문제없습니다. 그보다 이렇게 대규모로 움직여도 될까요? 병사들에게는 억울하게 당한 이의 복수라고 말은 해 두었지만.... 그 관리자 놈들이 뭐라 하지 않을까 그것이 걱정입니다. 아직 저희 측은 완벽하게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일이 터지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그것은 됐다. 어차피 그들도 우리를 이용해 먹을 생각인 것 같으니까. 더구나 먼저 나를 건드리는 것은 저쪽이야! 이렇게 안심하고 확실하게 두들겨 줄 수 있는 본보기가 있을 때 확실하게 손을 보아야지! 그들이 시선이 나에게 집중하게 하는 것이 주목적이니..... 

더군다나 우리를 건드린 이들은 다수이지 않은가? 이번 기회에 안전을 핑계로 이곳에 전략적인 거점을 만드는 것도 좋겠지. 이곳은 바다와 가까워 타 대륙에 대한 정찰활동도 유용하고 말이야. 그동안 그들과 맺은 조약에 의하여 정보수집 등 움직이지 힘들었으니 이번 기회를 잘 이용하자고!"

『그것도 그렇지만....』

"그보다 이번 일의 지휘자는?"

『아! 예! 원래 책임자인 크라스노프 소령이 지휘를 해야 하지만 소령은 그때의 그 일로 경질된 상태라 지금은 장갑보병의 부 책임자인 안드레이드 소령이 지휘를 맞고 있습니다, 지금 연결하겠습니다!』

크라스노프 소령의 능력은 아쉬웠지만 무단으로 엘프 마을을 공격한 일은 무사히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 잠시 후 단발머리의 서양 미녀의 상반신이 한영석의 옆자리에서 생성되었다.

"이번이 두 번째인가? 안드레이그 소령"

와이번이 기지를 습격했을 때 진에게 보고했던 미녀, 안드레이그 소령은 사령관이 자신을 기억한다는 사실에 감격한 모습을 보였다.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사령관님!』

"나도 만나서 반갑네!"

『참! 소령에게 이번 작전의 정확한 목적을 지정해 주셔야 합니다』

처음에는 진의 진정한 의도를 알지 못해 한영석은 소령에게 일단 동료의 복수라는 주제로 부대를 진격시켰기에 그는 진에게 이번 일의 정확한 목적을 그녀에게 알리기를 부탁했다, 

"그렇군! 소령! 이번 일에 자네들이 할 일은 총 3가지! 첫째 동료의 상해에 대한 응징이다! 목표는 저 건물. 물론 내가 들어갔다 나온 후의 이야기지만.. 먼저 성 주위의 청소를 부탁하네. 둘째 이곳에 전략적인 기지를 세우는 것이지. 뭐 이것은 첫 번째의 일이 끝난 다음 성에서 살아남은 이들과 상의해야 할 일이지만.... 그리고 셋째. 이 도시 지하 전체를 투시해 그 자료를 전송해 주게!"

『지.....지하를 말입니까? 왜 그런 일을.....』

『소령!!』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소령의 모습이 무례한 모습으로 비추었을까? 한영석은 그런 그녀에게 작지만 힘있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에 자신의 모습이 진에게 무례로 비추어 질 수 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소령은 새하얗게 물든 얼굴로 진이게 허리를 굽혔다. 

『죄...죄송합니다! 지금 당장 명령을 수행하겠습니다!』

허리를 굽혀 사죄를 한 다음 부동 자세로 경계를 하곤 서두르는 모습이 역력한 안드레이그 소령의 영상이 사라지자 한영석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저라나 최대한 화려하게 움직이실 것이라면 차라리 반물질탄을 사용하는 것이 낳지 않겠습니까?』

한영석의 생각으로는 귀찮게 이런 일을 할 바에야 깨끗한 한방으로 끝을 내는 것이 더 낳다는 생각으로 진에게 물었다. 진에게 주위의 시선을 모이게 하려는 의도라면 그러는 편이 좀더 합리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이곳에 전략적인 거점을 만들 때 짖어대는 주위의 존재들에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 않은가? 하지만 진은 그런 그의 질문에 고개를 흔들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나도 그럴 생각이었지만 이곳의 지하에 던젼이 있더군, 반물질과 같은 물건을 썼다가 지반이라도 붕괴되면 이곳에 온 보람이 없지 않은가?"

『아! 그런 문제가 있었군요. 그래서 이곳 도시 지하를 투시하라고....』 

던젼에 대해서 까맣게 잊고 있었던 한영석은 그제야 진이 이곳 지형의 투시를 명한 의도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보다 상당수의 주력이 빠져나갔으니 예비전력을 모두 동원하여 기지의 안전에 최우선을 두도록!"

『그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무언가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듬직한 자신의 부하를 보며 진은 작은 미소를 지어 줄 수밖에 없었다. 

진이 통신을 마치고 있을 무렵, 진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왔지만 환자인 루미나 덕분에 늦게 저택의 정원으로 나온 키네라는 귓가를 울리는 폭음에 불쾌한 시선을 하늘을 바라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어둠의 하늘에서 열원을 감지했다. 물론 처음에는 지금도 하늘을 수놓은 불꽃의 열기일 것이라 지레짐작하곤 시선을 돌리려 하였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감지한 열원이 뚜렷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닫곤 다시 한번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뚜렷하게 보이는 열원들이 하늘 곳곳에서 감지되었다. 

"진의 부하들은 너희들을 진정한 동료로 생각하고있는 것 같구나. 고작 소녀 한 명이 재생 가능한 상처를 입은 것으로 저런 것을 동원하다니" 

거의 자신들에게 말을 걸지 않은 세르피의 말에 키네라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흠칫 놀라며 조금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반응에도 세르피는 묵묵히 불꽃이 가라지는 어둠의 하늘을 볼뿐이었다.

"말도 안돼요. 저것들이 저를 위해서 움직였다니.... 아무리 사령관님의 개인 사병이라 해도 그런 사적인 일에 부하들을 동원할 수는 없습니다,"

갑자기 자신에게 말을 걸어 당황한 키네라 대신 그녀의 어깨를 빌리고 있는 루미나의 힘없는 중얼거림에 세르피 대신 그녀의 옆에 있는 아르가 대신 답해주었다.

"너희들은 아직 지구인, 아니 그의 부하들을 잘 알지 못하고 있구나. 네 말 대로 자신의 부하라고 하지만 사적인 일에 부하들을 동원하는 것은 그의 성격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 하지만 그런 그라 해도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는 얼마든지 동원할 수 있다. 그들, 진의 부하들은 한가지 이상한 전통이 있지. 자신들은 절대로 전투에서만 죽어야 한다는 것! 그 외의 죽음은 그들은 받아들이지 않아."

"그렇다면....."

일행에 합류하여 아르가 처음으로 말문을 여는 모습을 본 나머지 일행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귀를 쫑긋 세웠지만 들려오는 소리가 처음 듣는 언어라 적지 않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런 이들 중 마법사인 기스빈은 자신의 기억에 존재하지 않은 언어에 호기심을 들어냈지만... 뭐 어쨌든 아르는 일행들만 알아들을 수 있게 데라어로 말을 이었다.

"그 외의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들은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움직이지. 치를 떨 만큼 강력한 본보기를 만드는 것으로 말아야. 물론 악용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는 필수지만..."

설명하는 아르의 말속에는 어떤 부러움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그녀만의 마음.

'하긴 과거의 한 명의 병사의 목숨에 하나의 종족을 아예 쓸어버린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모습 따위는 양호한 수준이지만........ 어찌 그것만을 노린 것 같지 않단 말이야..'

아르의 말을 듣고 있는 세이시나의 고민에도 하늘을 뒤덮은 그것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났다. 

"크! 이런 날에 보초나 서고 있어야 한다니..."

날이 날이다 보니 화려한 갑주를 입고 성의 입구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경비병 바크는 하루종일 움직인 대가로 인하여 뻣뻣한 몸을 토닥였다. 수확제의 날에는 온 나라의 고위 귀족들이 모여 무도회를 여는 것이 전통이었기 때문에 그는 오늘 하루만도 수십 명의 자작 이상의 귀족들을 구경했다. 하지만 귀족들만 수십 명이라는 것이지 그들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합치면 만만치 않은 대군이 되는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자리를 배정시켜 주고 귀족들은 따로 안내하고 시종장에게 도착한 이들의 통보 등등 그가 할 일은 너무나 많아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돌아다녀야만 했다. 더군다나 왕실의 위험을 보이기 위하여 평소에 입지 않은 예식용 갑주를 걸쳤으니... 피로한 몸에 실용성 제로의 예식용 갑주의 무게도 만만치 않았으니 그는 빨리 교대가 이루어지기만을 기원할 뿐이었다, 

"그래도 자네는 움직일 수 있으니 상관은 없지만 우리는 하루종일 움직이지도 못하고 죽을 맛이라네!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이게 무슨 꼴인지..."

화려한 불꽃이 수놓은 시가지의 모습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바크의 투덜거림에 왕궁의 정문을 지키는 병사들의 대장인 남자가 들고 있는 3m의 실용성이라고는 눈곱만치도 보이지 않은 창을 들며 소리쳤다. 이미 밤은 어두워지고 올만한 귀족들은 모두 온 상태라 병사들은 풀어질 때로 풀어진 상태. 평소와 같으면 순찰이라도 돌 상급자도 오늘만큼은 무도회에서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에 정신이 없으니 풀어지는 분위기를 풍기다 해도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앞날은 그리 길지 않았으니...

"퓽!"

"응?"

묘한 소리가 들리자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고 있던 바크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진 것은 졸린 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동료 뿐 소리가 날 만한 것은 없었다. 그에 머리를 극적인 그는 피곤한지 고개를 떨군 자신의 동료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비록 상급자의 순찰은 없을 것이지만 무도회에서 잠시 바람을 쐬러 나올 수 있는 귀족들은 여전히 있었으니 잡담이라면 모를까 졸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곤 무사히 넘기기란 매우 힘들 일이기 때문이다, 그에 그는 피곤한 모습을 하고 있는 동료의 어깨를 흔들었다. 조금 있으면 교대를 하니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고생하지는 생각으로... 

"이봐! 피곤하다지만 졸면 어떻게! 조금 있으면 교대하.....응? 이런 자네 실수했나?"

고개 숙인 동료의 어깨를 흔들다 발 밑에 왠지 축축한 감촉이 느껴지자 바크는 장난스레 물었다, 그때 때마침 근거리에서 터지는 불꽃. 한순간이지만 충분히 지금의 상황파악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빛을 제공해 주었다, 

"이...이건 피!"

"퓽!"

불꽃에 검붉은 생명의 근원에 경악을 한 바크는 불행하게 진실을 아는 순간 느껴지는 충격에 정신을 잃었다. 아픔도 느껴지지 않은 그 충격은 그의 뇌를 곤죽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는 춥고 머나먼 길을 혼자 떠나지 않아도 되었다. 조금의 시간차이가 있었지만 그를 포함한 정문을 지키고 있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조용히 그의 뒤를 따랐기 때문이었다. 

『정문 제압 완료』 

『성곽 제압 완료』

『외각. 제압 완료』

왕궁의 성과 조금 떨어진 건물의 그림자 속, 검은 실루엣의 거대한 존재. 바로 장갑보병이 자신의 스나이퍼 건을 치켜올리며 통신에 대고 외쳤다. 그와 함께 시선을 때지 않은 영상에서는 뒤처리 담당으로 보이는 몇몇의 거대한 덩치들이 신속하게 움직여 처리된 시체들을 치우곤 그 자리에 이미 죽어있는 이들의 이전 모습을 영상으로 녹음한 입체영상장치를 설치하는 모습이 비추어졌다. 

그들의 손놀림은 정교하고 신속하여 잠깐 사이에 언제 이곳에 죽음의 향기가 퍼졌냐는 듯이 평온한 가운데 조금전과 변함 없는 표정으로 보초들은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물론 이들은 급조된 입체영상들이었지만 이곳에는 직접 그들을 만지지 않는다면 그들이 가짜라는 것을 감지할 기술도 없었고 정문을 시작으로 내부에도 착실히 공작이 이어지고 있으니

내일 아침까지는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 확실했다. 

자신의 파트너들이 확실히 일을 처리하는 것을 확인한 그는 차분히 다음 명령을 기다렸다. 마음 같았으면 동료를 살해하려 한 이들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이 빌어먹을 성에 반물질 탄이나 반양자탄이라도 퍼부어 주었으면 좋겠지만 자신들의 사령관인 진은 좀더 확실히 범인을 찾고 싶어하였으니 할 수 없이 그분이 마음놓고(?) 지나갈 수 있는 길만을 만드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물론 진 혼자라면 이런 귀찮은 일을 할 필요도 없었지만 지금 진의 곁에는 무력한 이들이 다수 있는 관계로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불상사에 대비하여 위에서 내린 명령이었다. 

『삑!』

작전 완료라는 신호가 사방을 예리한 눈으로 두리번거리는 그의 시선을 잡았다. 그에 좀더 살상력을 높이기 위하여 소음기와 탄환의 위력을 낮춘 화약제의 탄피가 몸을 일으키는 그의 그림자 사이로 경쾌한 금속음을 내며 사라져 갔다. 온갖 감지기에 신경이 탈 정도로 곤두세우고 한순간도 계기판과 상황판에 시선을 떨어뜨리면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죽어버리는 진짜 전장에 비한다면 지금 자신들이 하고 있는 것은 게임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실수를 한 것이다, 그에 그는 신속하게 모을 숙이곤 사방을 경계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그의 몸은 그가 생각하게도 전에 저절로 움직였다. 다행이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에 그는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진짜 전장이라면 조금 전 소리로 충분히 주위의 시선을 끌었을 것이고 당연한 순서로 그는 죽음을 당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외각 처리 완료! 이제부터 각 조는 지금의 자리를 지키며 의심나는 이들은 모두 죽여라! 이곳으로 이제 곳 사령관님이 오신다. 그분이 무사히(?) 내부로 진입할 때까지 모든 위험요소를 제거!』

지상부대 직속 상급자의 통신에 그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시체를 뒤처리하고 대기하고 있던 같은 조원을 불러들였다. 화면에 보이는 그들도 명령을 받았는지 시체의 피 냄새를 없애는 약품을 사방에 뿌리며 조용히 움직였다. 그 모습을 확인한 저격병은 화약제 스나이퍼 건을 등뒤로 넣으며 8mm 고속 레일건을 꺼내 들었다. 

"내부 배터리 OK, 탄환, 탄창OK, 조준시스템 OK"

동료가 오기전 모든 준비를 끝내야 했던 그는 재빠르게 가장 중요한 레인건의 배터리와 탄창에 내장된 탄환의 수 그리고 조준 시스템 등 레일건의 액정에 뜬 여려 자료를 습관적으로 중얼거리곤 주위 어둠에 모습을 감추며 조용히. 조용히 자신의 목표인 성을 주시했다. 잠시 뒤에 있을 거대한 축포를 기다리며.....

"이봐! 그냥 무턱대고 올라가면 어떻게 할 꺼야!!"

아르지아는 일행의 맨 마지막에서 가장 선두에 선 진에게 소리쳤다. 저택을 나서며 성으로 간다는 녀석이 당당하게 대로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축제일 날 기괴한 망토 집단은 사람들의 눈을 끌기 충분했다, 따라서 일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자신들의 출발점, 저택의 위치가 걸릴 것이고 그에 따라 시가의 수배를 주고 산 자택의 땅문서는 일행들에게 휴지조각이상의 가치가 없게 될 수밖에 없었다, 돈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녀로써는 엄청난 돈이 허공으로 사라져 가는 것을 주시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갸륵한 뜻을 이해하지 못한 주위의 일행은 그녀에게 핀잔만을 주었다.

"좀 조용히 해요 언니. 언니가 소리친 고함소리 때문에 사람들이 쳐다보잖아요!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저택에 그냥 있으라고 했잖아요!"

"무슨 소리야! 저택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려고 거리를 돌아다닌 덕분에 주위에서 내 얼굴을 아는 사람이 한두 명인가? 너희들이 잡히던 잡히지 않던 나는 공범으로 몰리게 되 있다고! 지금 하는 일은 귀족살인이야. 도망간다 하더라도 끝내 잡히게 되어 있어. 차라리 같이 움직여 기회를 보는 것이 나아"

큰 가슴을 당당히 내미는 그녀의 모습에 아세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하긴 그녀의 말대로 일행과 함께 하는 것이 차리리 안전할 지도 몰랐다. 일행 중 그동안 저택의 주위에서 가장 드러난 존재가 바로 그녀였으니 대륙 어디를 가나 가장 위험한 존재는 다름 아닌 그녀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얼굴이 팔린 이가 도망가자는 이야기를 꺼낸 것을 기억해 낸 아세스는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소녀의 모습에 무슨 말을 하고 싶다는 것을 눈치챈 아르지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북적이는 주위사람들로 시선을 돌리며 휘파람을 불렀다..

"...쯧쯧 밀고할 생각이었군"

앞서가는 일행들을 의식해서인지 나직이 중얼거리는 기스빈의 말에 아세스는 질린 얼굴을 했다. 그의 말에 부정하지 않고 신은 땀만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을 때 정답이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너무해..... 음음음..."

참지 못하고 소리치려던 아세스의 입을 서둘러 막은 아르지아는 갑작스런 소란에 일행의 시선이 자신들에게 모여들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아세스의 입을 막은 손을 때었다. 그런 모습에 몇몇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다행이 일행들의 시선은 말없이 앞서가는 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지금 진은 마베스의 수도 타부로스의 중앙에 있는 성으로 가는 길이 아닌 축제에 의하여 생성된 야시장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기에 일행들은 아르지아나 아세스에게 신경을 쓸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일행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쉰 아르지아는 눈치 없이 소리친 아세스의 볼을 잡아 늘렸다.

"이 철딱서니야! 누구 죽는 꼴보고 싶어?"

"아르이 그이도 미고하니 저마 너므나어"(아무리 그래도 밀고라니 정말 너무해요) 

"어쩔 수 없다고! 내가 왜 저 멍청이들의 복수 놀음에 끼여들어 목숨을 위협 당해야 하는데? 경멸하려면 경멸해! 기스빈이 말한 그 검객들이 지금도 우리를 감시하고 있을지 모르는 지금의 상황이 아니라면 나는 당장 성에 달려가 밀고해 상금 타고 속시원하게 손 털고 싶단 말이야!" 

잡아늘인 볼 덕분에 발음이 시원치 않자 아르지아는 할 수 없이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에 붉게 물들인 볼을 만지작거리던 아세스는 불만 가득한 입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소한 지킬 것은 지켜야 하잖아요. 이왕 계약을 하였으니 동료로서 서로 도와야지..."

"지킬 것?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마당에 지금 그런 소리가 나와? 넌 어떨지 몰라도 난 욕먹으면서 살고 싶단 말이야!"

어렸을 때는 비록 가난한 가문이었지만 귀족의 여식으로 조금 자라난 후에는 교단에 들어가 아직 사회의 때가 묻지 않은 아세스로써는 자신의 생명과 돈에 유난히 집착하는 그녀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교단의 윗분들이야 썩을 때로 썩었지만 아직 아래쪽은 그 맑음을 유지하고 있었고 당연한 것이지만 원래 이런 이들이 부려먹기 편하였으니 상층부에서는 하급 신관들에게 끈임 없이 올바른 신관이 되라 교육을 시켰다. 그런 교육을 장시간 받은 아세스는 당연히 아르지아의 생각에 반할 수밖에 없었다. 동료를 배반한다니.....

이제까지 둘의 사고방식은 확연히 차이가 있었지만 그동안 같은 일행들의 영향으로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둘을 제지할 수 있는 이들을 잃은 후 아세스와 아르지아는 미묘하게 엇갈려 있는 상황. 그래도 다행한 것은 그녀들 곁에는 인생의 쓴맛 단맛을 맛본 기스빈이 있었다.

"이 세상은 많은 사람이 살고 있고 그들을 제각각 자신만의 정의를 갖고 있다. 허나 그 수많은 정의 중 무엇이 진실 된 것이라곤 말할 수 없지, 아세스 네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정의는 물론 너에게는 진실 된 정의이다. 하지만 그 정의가 아르지아에게까지 진실 된 정의가 될 수 없지. 그것은 반대의 경우에도 같아. 따라서 자신과 다른 생각,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조용히 아세스의 머리를 쓰다듬는 기스빈의 온기를 느끼며 아세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그런 그녀를 부르는 일행 중 누군가의 외침에 아세스는 지금의 어색한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하여 기스빈과 아르지아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 다음 고개를 숙이곤 서둘러 자신을 부른 이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승복 할 수 없다는 아이의 고집이 가득 했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기스빈은 이번에는 아르지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줄 알아. 하지만 아세스에게는 잘 설명했으면 이런 일은 없지 않은가?"

"무슨 소리야?"

아직 뚱한 목소리의 아르자아에게 기스빈은 오랫동안 인생을 살이 본 이만이 지을 수 있는 미소를 만들어냈다.

"아무리 그녀를 위한 다고 하지만 아세스도 이제는 어른이라 할 수 있지. 이 정체불명에 위험하기까지 한 집단에서 모든 비난은 네가 뒤집어쓰곤 아세스를 무사히 빼내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그런 식으로는 반발심만 자극할 뿐이야"

".......상관없어. 난 그저 아세스가 세상의 더러움을 맛보게 하고 싶지 않은 것 뿐이야"

자신을 부른 진의 곁에 가다 서는 아세스의 등을 보며 아르지아는 그녀 너머의 무언가를 아련하게 바라보았다.

"별로 달지 않아 먹을 만 하군"

아이들 같이 입가에 꿀을 발라 진득한 과일조각을 묻히며 세이시나가 중얼거리자 그에 동의한 다는 듯이 키네라와 살짝 얼굴을 가린 천을 들추며 입가를 오물거리는 아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들을 바라볼 수 밖에 없던 루미나는 아직 마취가 덜 풀린 자신의 상처를 원망했다. 

"에...."

아세스는 자신의 손에 주어진 보편적인 먹거리인 꿀 바른 과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조금 전 진이 불러 달려갔을 때 그녀에게 주어진 것이었다. 이미 무세아 교단의 성기사들과의 싸움으로 진의 실력을 직접 본 아세스는 저택에서 막 나올 때까지 두근거리는 심장을 가눌 수 없었다. 물론 그 두근거림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감이나 흥분이 아닌 잔인하고 광기의 그것이 일으킬 피의 폭풍을 두려워 한 것이었다. 그런데 축제의 먹거리를 먹으며 음식 평을 하는 이 평화로운 분위기라니..... 거기다 몇 번 배어 물면 질릴 것 같은 먹거리가 달지 않는다고? 아세스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그것을 한 입 배어 물었다, 역시나.... 단 것을 좋아하지 않은 그녀로써는 달다못해 썼다. 

심각한 오류를 일으키는 지금의 상황에서도 다행한 것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 인지 에레나와 네리아가 그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일까? 

"성에 안 갈 꺼야?"

저택을 나서기 전 복수에 대하여 무의미함을 피력하던 에라나는 신경질 적으로 머릴 긁적였다. 남자가 되어서 칼을 뽑았으면 채소라도 잘라야지! 그녀의 눈에 지금 진의 모습은 막상 일을 저지르려 하였지만 겁을 먹고 주저하는 겁쟁이로 보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 비하여 세이시나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갔다. 지금 일행 중 본래의 인원을 제외하곤 가장 진과 오래 있었던 그녀로써는 그가 한번 내뱉은 말을 취소할 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으니 지금 전혀 딴 짓이나 하는 모습이 더욱 무수한 억측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무슨 꿍꿍이지? 얼마나 사람을 고통스럽게 죽일까? 라고 궁리중일까? 아니면 그 아이언 골렘(흑랑)을 동원하려하는 건가? 요즘 그 골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 이 근처에 없어 그것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인가? 아니면.....' 

시간이 지날수록 상상의 폭이 넓어지고 그 방향이 최악으로 달려가니 그녀의 표정이 시간이 지날수록 창백해지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 일행들과는 달리 어차피 루미나와 키네라, 세르피와 아르는 상공의 그것을 본 후라. 앞으로 일어날 일을 느긋이 구경하자는 입장에서인지 진이 먹거릴 파는 상점을 지나 묘기를 부리는 이들을 잠시 구경하곤 장신구를 파는 곳에서 일행들에게 가지고 싶은 모든 장신구들을 선물할 때도, 그 뒤 상점가의 이곳 저곳을 구경할 때도 잠자고 있기만 했다. 하지만 긴장할 때로 긴장한 나머지 일행들은 그런 진의 행동에 폭발 일보직전까지 다다랐다. 다행이 진이 그의 모습처럼 평범함 미소년이었지만 한 대 쥐어박았을 지도 모르지만 그 껍데기 안에 들어있는 괴물을 생각했을 때 자신들의 안전을 생각하며 차마 때리지는 못하고 눈 째림만을 가할 뿐이었다.

그렇게 두시간이 지났을까? 한참 전부터 불꽃도 잠잠해지고 사람들의 숫자도 조금씩 줄어들어 갔다. 처음의 심란한 마음과 비장한 긴장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슬금슬금 풀렸는지 아직 어린 에레나와 아세스는 작게 하품을 했다. 그런 그녀들의 두 손에는 진이 사준 인형들과 장신구들, 그리고 평소에 사고 싶었던 수많은 잡동사니들이 가득했다. 그것은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여서 자기 돈 쓰지 않는다고 사실에 적지 않은 물건들이 쥐어져 있었다. 

그렇게 자신들도 모르게 흥청망청 돈을 쓰며 서서히 축제의 분위기에 물들어 가던 일행들을 잠시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진은 하늘을 들어 어둠에 가려 인간의 시야로는 보이지 않은 그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슬슬 다 끝이 났겠지?'

일행 중 아르와 더불어 유일하게 아무런 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진은 품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슬슬 이곳도 겨울이 다가와 차가워진 공기에 담배연기를 섞어 폐 가득 들여 마신 다음 망토를 젖혀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꺼내 뒤흔들었다. 괴물 같은 성격과는 그 차원이 다른 진의 모습은 마치 밤의 요정이 강림한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런 진의 모습에 일행들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던 사람들까지 시선을 모았다.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진의 그런 모습은 충분히 눈을 끌고도 남았던 것이다.

그런 갑작스런 진의 모습에 슬슬 때가 되었다는 것을 느낀 아르와 세르피, 그리고 루미나와 키네라는 굳은 얼굴로 구경하고 있던 강아지와 같은 생김새의 애완동물의 우리에서 시선을 때곤 몸을 일으켰다. 그런 그녀들의 모습에 성에 대하여 완전히 잊고 있었던 나머지 일행들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얼굴을 굳혔다. 조금전과 다른 분위기의 진의 모습에 저택에서 말한 복수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저벅 저벅 저벅"

진이 바라보며 걷는 정면에 보이는 것은 화려한 불빛을 거느리는 거대한 성, 과연 수도답게 잘 정돈된 거리에서 사람들은 그 기묘한 일행들을 바라보며 말을 잊었다. 처음에는 그저 진의 아름다운 모습에 눈길을 주어서였지만 그 아름다운 이의 뒤를 따르는 무리의 마지막에 한 명의 거인이 등장해서였다. 인간을 능하지만 오우거와 같은 몬스터보다는 작은 존재. 

주위의 반응에 처음에는 영문을 몰라했던 일행들도 차츰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뒤를 돌아보곤 흠칫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강철의 갑옷을 입은 것인지 아니면 아이언 골렘인지 알 수 없는 거대한 사람의 형상이 그녀들을 뒤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한기. 하지만 천천히 진의 발걸음이 성에 가까워지는 것과 동시에 축제의 불빛이 닿지 않은 곳의 어둠에서 처음의 존재와 같은 형상의 이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등장시켰다. 거리의 사람들도 그런 그들의 모습에 심상치 않은 그 무언가를 느꼈는지 흥겨웠던 축제의 열기는 새로 등장한 거인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식어갔다.

"저기 우리 뒤에 웬 거인들이 쫓아온다고! 너 무슨 죄지은 것 있어?"

시간이 갈수록 거인들의 숫자는 늘어나고 가장 뒤에서 그들과 가까운 거리에 있던 아르지아는 그 압박감을 참지 못하곤 일행의 선두에서 말없이 걷고 있는 진에게 달려가 그의 어깨를 잡으려 하였다. 하지만 비틀거리는 몸으로 걷고 있는 루미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던 키네라는 화들짝 놀라 그런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뭐예요?"

"지금은 건들지 않는 것이 좋아요."

슬쩍 턱으로 가리킨 진은 싱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서늘하고 잔인한 그 무언가가 모여있는 형상. 마치 먹이를 사냥하려는 육식동물의 그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뒤에 따라오고 있는 이들은 주인님의 부하들입니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마세요"

키네라의 말에 놀란 이는 아르지아 그녀만이 아니었다. 진은 혼자만이 움직이는 이로 생각하고 있던 진과 같이 내려온 이들을 뺀 나머지 일행들의 얼굴도 경악에 찼다. 이제까지 보아온 진의 성격으로 어느 집단에 속해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일행들은 다시 한번 슬쩍 뒤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수십 명에 다다른 숫자로 늘어난 거인들. 일체의 쓸모 없는 움직임을 제외한 그들의 동작은 절도 있고 힘이 들어갔다.

"척!척!척!척!척!"

그들이 걸을 때마다 마치 음악소리와 같이 내뱉는 대지의 울음은 무르지 않을 바닥의 돌들을 기묘한 소리와 함께 깨뜨려 나갔고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내뱉은 기백으로 사람들은 서둘러 물러서기 바빴다. 고작 수십의 숫자로 수천 명의 그것과 같은 웅장함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런 그들을 보며 과연 저런 존재들이 어디에서 나왔는가의 혼란부터 과연 그의 부하다! 하는 수긍까지, 지금도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그들을 보는 일행들은 점점 이 기묘한 상황에 혼란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일행들의 공통적인 생각! 왜 경비병들이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것이지? 아무리 축제라고 해도 일정 숫자의 경비병들은 항상 대기하고 있고 지금과 같이 축제를 방해하는 자신들의 일행들에게는 벌써 달려 왔어야 했는데..... 거의 성에 다다를 때까지 아무런 이도 찾아오지 않은 점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딸꾹.... 뭐야 네농으드릉"

"감히 딸꾹... 기사의 아플 막다니!"

다행히(?) 주택가와 시장을 뚫고 성의 해자가 보일 무렵 자신들의 앞을 막는 이가 등장했다. 하지만 그 숫자는 고작 2명.....더군다나 어디에나 있을 법할 기사들이었지만 그들은 축제의 기분에 취한 뒤라 심하게 혀가 꼬여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일행들은 아쉬운 데로 진의 뒤를 따르는 일행들이 어떻게 행동하는 지 유심히 바라보았다. 뭐 세이시나나 아르지아와 같은 경우 그들의 강한 모습은 것 모습만 일 것이다 라고 단단히 믿고 싶었지만,..

무시.....

일행들의 관심 어린 눈빛에 호응은커녕 그 수십의 존재들은 자신들의 앞을 막는 이들을 철저히 무시했다. 그렇다고 피하는 것도, 대열을 흩트리는 것도 없이 그저 이전과 같이 전진하는 것 뿐. 그 모습에 술기운에도 모욕이라 느꼈는지 붉게 달아오른 기사는 비틀거리는 몸으로 검을 뽑아 들었다. 

"이것들이 가미 이 네가 누구이이지알고"

여전히 혀 꼬인 소리.... 하지만

"어...어이 이봐!"

어설프게 앞은 막았는데 그 존재들은 여전히 전전하자 사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옆에 있던 기사가 칼을 뽑은 기사의 팔목을 잡았다. 하지만 

"뭐이야?,.. 지근 날 무시하는 평민 응? 우으으으 으악!!"

아직 사태파악을 하지 못한 칼을 뽑은 기사는 자신의 바로 앞까지 온 그들을 삿대질로 가리키다 자신의 몸으로 무언가가 부딪쳐 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한순간에 빨려 들어가는 그의 몸. 

우그적 우그적.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고기를 씹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기사 또한 작은 덩치가 아니었지만 키만으로도 250cm 에 다다르는 거대한 존재들의 발 밑에서 짓이겨 지는 것은 한순간. 

"사....살인이다!!!"

"겨..경비병!!"

거대한 존재들의 등장으로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주민들은 그 모습에 당황한 비명을 질러냈다, 길 곳곳에 비치된 횃불들이 밤이라지만 그 존재들이 자나간 후 모습을 들어낸 기사의 조각들이 환히 비추었기 때문이다. 다행이 다른 한 명의 기사는 가까스로 피해 그들의 발 밑에 짓이겨 지는 자신의 동료의 으깨어진 조각을 파랗게 질린 얼굴로 바라봤다. 

그것은 그 기사가 등장했을 때부터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일행들의 모습도 같았다. 설마 밟아 죽이다니.... 아니 죽인다는 것보다는 아예 자신의 앞을 막은 이를 신경 쓰지 않은 것이다, 마치 보이지 않은 개미를 무의식적으로 밟아 죽이는 것처럼....

"누가 그의 부하 아니랄까봐..."

나직이 혀를 차는 아르지아의 말에 일행들은 동의의 뜻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그들을 보는 시선에는 두려움이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까지 진 혼자 날뛸 것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척 보기에도 강함이 물씬 풍기고 사람 죽이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수십의 존재가 등장했으니 앞으로의 일은 어떻게 될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더욱이 점점 축제의 밖으로 흘러가는 혼란에서도 등장하지 않은 경비병의 부제....

"성이다!"

기스빈과 키이에 의하여 사람 한 명이 잔인하게 죽어 가는 모습을 보지 못한 아세스와 에레나는 드디어 성의 입구를 두 눈으로 확인하곤 소리쳤다. 그 소리에 일행들의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성의 방향을 향했다, 하지만 또 한번의 부자연스러움

그녀들이 바라보고 있는 성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예식 갑주를 입고 서로 이야기하거나 정면만을 바라보며... 바로 앞에서 사람들의 혼란이나 성을 목표로 정체불명의 수십의 존재들이 다가온다는 사실도 안중에 없다는 듯이 행동하였다.

잠이!.....할 일도 많고,,,,,글은 오류 투성이고,,,, 하!.....

바쁘다 보니 글을 옮기던 중 실수로 빼먹은 부분이 있네요^^ 158화 밑에 추가했으니 읽어주세요~~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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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금 이 상황을 설명 좀 해줘!"

모든 이들을 대변하여 에레나가 자신의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극적이며 외쳤다, 지금 이들이 있는 것은 성의 정원. 침입자 주제에 소리 높여 외치는 그녀의 모습은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을 탓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조금 전까지 네리아와 아르지아가 그녀와 마찬가지로 소리쳤기 때문이었다. 

정체불명의 거대한 존재들이야 넓고 넓은 세상에 없을 리가 없었다. 수억의 사람들 중 그런 이들만 모았다면 지금 자신들의 뒤에 있는 이들은 억지지만 설명이 되었다. 진의 재력을 생각한다면 불가능은 아닌 것이다. 성 앞의 사람들도 진이 매수했다고 생각한다면 되었다. 뭐 하루만에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지만 돈이라면 좀비도 부린다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 그녀들을 지나치는 사람들은 마치 눈앞에 그녀들이 아예 존재하지 않다는 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 전에도 새로운 누가 왔다거나 할 일이 너무 많다가나. 이번에 수도로 올라온 귀족 중 누가 잘생겼다거나. 재잘재잘 참새 마냥 키득거리는 하녀들의 모습에서 눈앞에 등장한 침입자에 대한 경계.... 아니 아예 자신들에 대한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고 있었다, 하녀들뿐만이 아니었다. 성의 내부를 경계하는 경비병도, 무언가 잔뜩 짊어지고 가는 하인들도, 심지어 귀족의 소유로 보이는 애완동물까지..... 외부 환경에 대하여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존재란 존재는 모두 그녀들이 모습을 부정했다. 마치 그녀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지 팔을 꼬집는 일행의 숫자가 하나 둘 늘어갈 때 일행은 거대한 정원을 지나 성의 좌측에 있는 거대한 건물 앞에 섰다. 그 건물의 외벽에 나있는 수많은 유리창의 너머로 흥겨운 음악에 맞추어 귀족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흥겨이 춤을 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지금의 일행이 보이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지금 일행들이 있는 곳이 어두워서 인지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하! 기적같이 이곳에 왔기는 했는데 이제 어쩔 거지? 왕이라도 만나 단판이라도 지을 거야?

"단판이라..... 만약 왕이 이번 일과 상관이 없다면 그것도 괜찮겠지"

"쾅!!"

세이시나의 말에 어깨를 으쓱한 진은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않은 얼굴로 작전이나 뒤의 일을 생각하지 않은지 그저 가볍게 고급의 거대한 문을 갑자기 내리쳤다. 그에 작은 몸으로 어떻게 그런 힘이 난 건지 진이 찬 두꺼운 문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 내부 저 멀리 사라져 갔다. 그와 함께 멈추어진 음악과 모여드는 사람들의 시선, 다행이 이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구나! 묘한 곳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일행들은 하지만 곧 그 시선의 주인공들이 누구인지 깨닫고는 뻣뻣하게 굳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은 이 나라의 힘있는 귀족이었다. 숫자로는 고작 수백 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손가락으로 움직일 수 있는 병사는 십 수만 명에 이르는 상황. 그런 그들이 갑작스럽게 난입한 자신들을 분노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그래도'

지금은 자신들의 뒤에 있을 존재들을 믿자! 이미 일은 벌어졌으니 자포자기한 심정의 일행들은 지금 이곳에서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할 등뒤의 존재들에게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그 많던 이들이 한명도 보이지 않지 않은가? 모두 사라진 것이다.

혹시 이것은 꿈?

조금 전까지 그들이 내지르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던 일행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당황했다. 그 많던 이들이 다 어디 갔단 말인가? 믿을 수 없는 일의 연장에 일행들은 점점 혼란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렸다. 하지만 그런 일행들의 모습에도 침착한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진을 따라 이 행성에 내려온 루미나와 키네라, 세르피와 아르였다, 그녀들은 뒤를 바라보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짖고 있는 이들과는 달리 서서히 내부로 들어가는 진의 주위를 바라보았다. 보통 인간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는 그녀들의 눈에는 조금 전까지 뒤에 있던 이들의 모습을 한 열원들이 신속하게 내부로 진입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도 들어가지?"

침착한 음색의 세르피는 혼란스러운 나머지 일행들을 딱하다는 듯이 바라보다 진을 따라 내부로 걸음을 옮겼다. 그녀들은 지금의 상황이 무엇을 뜻하는 지 그동안의 경험으로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예술품에 가까운 이 행성의 원주민이 만든 성은 이미 그의 부하들에게 자신들이 오기 전 완벽하게 장악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자신들에 대하여 위험 따위는 절대로 없었다. 그것을 확신한 그녀들의 발걸음은 당당했다. 그런 그녀들이 모습에 갑작스레 사라진 거대한 존재들의 부제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던 나머지 일행들도 서로의 얼굴을 보다 그녀들을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곤 한숨을 쉬었다. 지금의 상황에 황당함과. 자신들일까? 아니면 귀족들일까? 알 수는 없지만 많은 이들이 죽을 것에 대한 불안함, 그리고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아 앞으로 자신들의 상식을 깰 일에 대한 일종의 흥분으로 뒤섞인 눈빛을 한 체 조심스레 향기로운 술의 향기와 맛있는 음식의 냄새. 그리고 황당하다는 눈빛을 한 귀족들이 있는 곳. 무도회장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하하하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그렇다면 당신이 먼저 먹어봐! 라고요"

"어머어머.... 정말요? 호호호호"

마베스의 귀족 쿠르온 비 비스레이드 백작은 잘생긴 자신의 외모로 한창 먹이사냥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하지만 애송이 같은 겉모습에 비하여 원래 백작의 이름을 가지고 있던 아버지가 일찍이 세상을 뜨자 고작 18살의 나이로 그는 재빠르게 형을 독살시킨 다음 백작의 이름을 받을 정도로 야심가였다. 하지만 마음 속 깊은 속에 감추어진 야망에 비해 낭비벽도 상당한지라 지금도 많은 빛을 지니고 있었다. 이제까진 돈 많은 후작가의 미망인을 꾀어 그럭저럭 지냈지만 자신이 양다리를 걸친 것을 그녀에게 들켜 자신의 영지로 쫓겨난 것도 벌써 반년, 슬슬 다음 목표를 찾지 않는다면 그는 자신의 귀족자리를 팔아야 할 절도로 궁지에 몰려있는 상황이었다. 다행이 그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훌륭한 얼굴이 있지 않은가? 비록 자신의 말에 웃음을 짖고 있는 눈앞의 여자가 못생겼다 하더라도 돈만 많이 가지고 있다면 다 용서가 되었다. 심히 눈이 괴롭지만....

'슬슬 침대로 데리고 가 작업을 벌여야겠군. 쯧쯧 그 많은 돈으로도 얼굴은 어쩔 수 없는 가보구나. 젠장! 그러고 보니 어제 그 일만 잘 되었으면 이런 돼지의 얼굴을 볼 필요는 없을 텐데..'

돈이 없어 어세신이나 시프를 고용하지 못하여 할 수없이 자신이 직접 가신을 이끌고 온 수도를 수놓은 소문의 저택을 직접 방문한 어제. 그는 두 가지 이유로 두 눈이 휘둥거리는 장면에 치를 떨며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는 목표의 저택을 넘을 때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한 이들이 이렇게 많았다는 사실에 놀랐고 둘째는 그 저택을 지키고 있던 엄청난 덩치의 기사였다. 

처음 저택의 담을 넘을 때 제일 눈에 띄었던 것은 아름다운 달빛을 바라보고 있는 아름다운 소녀, 평소와 같으면 당장 납치라도 했을 것이지만 자신의 뒤를 따르는 무수한 사람들 덕분에 정신 없이 돌진한 그는 연역한 모습의 그녀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 여자가 제일 먼저 도착한 이의 칼날에 상처를 입은 장면에서부터 일그러졌다, 어느 틈에 인간이라 할 수 없을 정도의 거인이 나타나 쓰러진 여자 근처에 있는 이들을 완벽하리 만치 도륙한 것이다. 비록 기사의 작위를 받지 못하였지만 그도 엄연한 귀족이었고 귀족의 필수 과목이라 할 수 있는 검술을 열심히(?) 연마도 했다. 그런 그의 눈에 비친 그들은 괴물이었다. 그것으로 충분! 그는 뒤로 돌아보지 않고 가신들을 이끌고 도망쳤다. 저택 지하에 있다는 보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100배는 더 중요한 것이 자신의 목숨에서였다. 물론 그들이 귀족인 자신을 함부로 다룰 수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밤에 눈먼 칼에 맞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한단 말인가? 아니 만약 사로잡히기라도 한다면 남의 저택의 담을 넘은 귀족이라 주위에서 비웃음을 당할 것이었다. 귀족이 귀족사회에서 따돌림을 당한다면 그는 문서상으로만 귀족이지 귀족이라 할 수 도 없었기에 욕심 많기로 누구에게 지지 않은 그가 주저 없이 도망쳐 버렸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너무나 많은 것도 사실. 그 많은 이들이 저택의 담을 넘었다면 보물이 있다는 소문은 사실일 확률이 많아서였다. 자신이야 가문의 적자이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것이지만(사실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겁을 먹은 것은 절대 아니다) 근 100명에 다다르는 사람들이 돌진했으니 누군가는 그 거구의 기사들을 돌파하고 저택에 감추어진 보물을 얻었을 것을 생각한다면 배가 살살 아파 오는 그였다.

"어머 안색이 나쁘군요.? 설마 저와 있는 것이 지루한 것인가요"

'지루? 웃기고 있네. 지겹다. 지겨워! 머릿속에 크림만 들어있으면 얼굴이라도 예뻐야지 원...'

"하하하!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름다운 레이디의 얼굴을 보기 위하여 나무나 열심히 달려왔는데 그런 소리를 하면 섭하지요"

남이 자신의(?) 보물을 가졌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일그러진 얼굴에 그의 목표는 약간 쌜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그동안의 노하우로 얼버무린 그는 때마침 곡이 바뀌는 것을 적기로 생각하곤 그녀의 앞에 우아하게 허리를 굽혔다. 

"아름다운 레이디. 부디 그대의 손을 잡아 춤을 출 수 있는 기회를 부디 비천한 저에게 베풀어주십시오" 

비록 뱃속이 시커멓다 해도 그는 엄연한 미남인 것이다. 그런 그가 자신에게 정중하게 춤을 신청하는데 싫어할 여자가 있을까? 더군다나 지금 이 무도회는 모든 귀족이 모여있다 할 수 있는 자리. 귀족들이 서로 왕래를 하면 사이가 좋은 이도 있을 것이며 라이벌인 이들도 있을 것이었다. 쿠르온 백작의 목표물도 그러하였으니 그녀는 자신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같은 또래의 소녀들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내밀어진 손을 두근거리는 심장을 다스리며 조심스레 잡았다.

'아! 이제 나도 아름다운 남자가 손을 내밀 정도로 미녀(?)가 된 거야!'

뚱뚱한 몸에 드레스가 터질 것 같은 것을 살은 생각하지 못한 그녀는 엄청난 착각과 함께 자신의 눈앞에 있는 아름다운 남자가 내미는 손을 조심스레 잡으려 했다.........했다? 

"쾅!!"

"꽥..."

엄청난 폭음과 함께 날아온 거대한 무언가에 백작을 덮치기 전까지. 

"뭐..뭐야!"

마치 마법의 그것과 같이 한순간에 눈앞에서 사라진 자신의 짝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그녀는 가까스로 상황을 파악하곤 자신의 님(?)을 사라지게 한 그 무언가가 날아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것에 있는 것은 한 장의 환상.....

부셔진 정문에는 같은(?) 여자가 보아도 너무나 아름다운 존재가 검은 망토에 자신의 돼지털과 같이 뻣뻣한 머리카락이 아닌 정말 어둠을 녹인 것 같은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허공에 휘날리며 한 존재가 서 있었다. 그 아름다움에 순간 그녀는 진한 질투를 느꼈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능가할 수 있는 자는 자신보다 높은 귀족 뿐이야!

"오!!"

"아름다워!!"

난폭한 행동에 평소 같으면 갈가리 날뛰었을 귀족들은 한순간 들려온 폭음에 살기를 내뿜었지만 그와 함께 모습을 들어낸 마치 밤의 요정과 같은 아름다움을 뽐내는 존재의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볼 뿐이었다. 물론 그들 대부분은 남자들과 일부 여자(?)들만의 모습이었고 나머지 무도회의 꽃인 소녀들은 질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당연한 것이지만 그런 그들의 머릿속에는 방금 날아온 문에 의하여 납작하게 짓이겨진 백작 따위는 들어있지 않았다.

"무도회의 여흥인가요?"

"호! 신선하군요. 그런데 저 소녀(?)는 처음 보는 이인데..귀족의 여식은 아닌 것 같지만....."

"허허 처음의 소녀(?)도 귀엽지만 그 뒤에 있는 이들도 만만치 않군"

"그렇군요. 상당히 공을 들여 모아놓은 것 같은데... 오늘밤의 밤 시중을 들어주려 모아놓은 이들인가? 누구 생각인지 등장 방법이 상당히 파격적이며 신선하군요"

자신의 등장으로 주위의 귀족들의 시끌벅적한 소음 속에서 진은 그들의 목소리를 개소리로 치부하곤 진한 미소와 함께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와 함께 수백 명의 사람들 중 미리 정해진 십 수 개의 목표가 그의 안구를 가득 매웠다. 

목표를 확인한 진은 자신의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와 함께 실내에는 있을 수 없는 강한 바람에 의하여 사방으로 펄럭이는 검은색의 망토, 그 검은 색의 망토는 점점 기이한 형태를 취하여 검붉은 색으로 변해갔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검은 머리카락은 신비함을 넘어 요염하기까지 한 모습. 그 모습에 진을 바라보고 있던 귀족들만이 아니라 진의 뒤를 따라 무도회장으로 들어온 나머지 일행들도 눈을 때지 못했다. 항상 진의 모습에 이를 갈던 세이시나나 자신의 동료의 원수라 못마땅한 듯이 행동했던 아르지아조차 자신의 얼굴에 홍조를 감추지 못할 정도였으니... 그 많 큼 그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스러웠으며 요염했다, 그래서 일까? 사람들은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진의 손아귀에 생소한 모양의 금속조각이 있다는 것을 아무도 깨닫지 못했다.

"내 새끼들이 죽을 곳은"

나직이

그 누구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나직이 외치는 진은 자신에게 모아진 시선을 둘러보았다, 가슴 속 깊은 속에서 시작된 음성,

"전쟁터...."

양손에 쥔 자카로바 5세의 자동 장전장치를 건들었다. 

"찰칵"

자신이 내뱉은 말보다 큰 장전음을 음미하며,

"그리고 내 손아귀...."

서서히 손을 내리자 묵직한 총의 무게에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심호흡,

"그것은 법칙. 그것을 건드리는 자는"

방아쇠에 집어놓은 손가락을 가볍게 움켜줬다,

"다 죽어버려!!!!"

그를 바라보고 있는 귀족, 그를 바라보고 있는 일행, 그리고 일행이 바라보고 있는 시야의 너머에 있는 존재들이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소리친 진의 광기 어린 외침과 동시에 수많은 불꽃이 사방을 장식했다. 조금전의 수많은 웃음과 즐거움이 있었던 무도회장은 한 괴물의 난입으로 그렇게 처참한 지옥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헉헉...

확인을 하지 못해 오타나 또 빼먹은 부분이 있을지 모릅니다 오타 신고해 주세요!! 다음에 고칠게요(퍽!!)

문맥상의 오류나 내용상의 오류도 있을지 모르니 보시고 신고 좀.....^^

그럼 

문제 있음 리플요.

"탕탕탕!!"

진의 손이 흔들릴 때마다 굉음, 그리고 불꽃과 함께 총구가 겨누어진 이들의 일부분이 그들의 의지와는 달리 본체와 떨어져 고급스러운 바닥을 더럽혔다, 항상 자신들의 피는 고귀한 가치를 지녔다고 자랑하던 귀족들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화려한 무도회장을 더럽히는 오물일 뿐... 하지만 그들의 고난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아니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편이 더 정확할까? 진의 총소리를 시작으로 거대한 무도회장의 사방에서 수많은 불꽃이 솟은 것이었다.

거대한 홀의 수많은 예술품, 고급스럽게 보이는 수많은 식탁들이 굉음과 함께 파편들을 남기며 산산이 조각나는 사이 인간의 그것을 보이는 육편들이 붉은 빛을 장식하며 허공을 날아 아직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 사람들의 온몸에 뿌려졌다. 

피와 살!

조금 전까지 인간이었던 존재들과 인간의 배속에 들어갔을 여러 음식들이 섞여 지옥의 성찬을 만들어 낸 것이다.

물론 무도회장에 경비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왕이 있는 장소에 간 크게도 싸움을 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었지만 사실 귀족이란 작자들은 선천적인 간 비대증 환자이지 않은가? 자존심 하나로 먹고사는 그들은 사소한 것으로도 목숨을 거니 원만한 사태해결을 위해서는 무력이 제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경비병(경비라 하지만 작위를 가진 기사급의 인물이다)조차 자신들만의 공간에 난입한 존재를 단지 파티의 여흥쯤으로 생각했다. 귀족으로 보이지 않은 아름다운 소녀들의 가치는 고작 밤 시중이나 드는 존재로 인식하는 그들이었으니 난입하는 진과 일행들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은은한 탐욕만이 감도는 것이 당연했다. 사람은 많고 들어온 여자(?)들은 적으니 자신들의 차례가 오지 않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여흥이라지만 고귀한 자신들에 진의 고함소리는 무례한 평민의 극치였다. 피까지 더러운 존재가 이곳에 온 것만도 황송할 것인데 예의도 모르고 날뛰는 그녀(?)의 행동은 그의 아름다운 겉모습이 아니었다면 당장 갈기갈기 찢어야 했다. 그와 더불어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은 주인과 함께....그래서 그들은 서서히 진이게 다가왔고 뭐 결국 갈기갈기 찢어지기는 했다. 눈앞의 아름다운 소녀(?)가 아닌 자신들이라는 것이 문제였지만..... 

"탕! 탕! 탕!"

"하하하하하하!!! 죽여버려!!"

지금의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은 깨끗한 음성의 웃음소리가 사방을 울리는 총소리를 압도하며 울려 퍼졌다. 진을 시작으로 자연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굉음이 모든 것을 부셔버릴 것처럼 울리며 모든 것을 박살내는 장갑보병들의 등장으로 무도회장은 은은한 음악도, 청춘남녀의 뜨거운 속삭임도, 더럽고 추잡한 욕망의 그것도 모두 무시하는 단조로운 발사 음만이 가득한 것이다, 물론 그 대가는 수많은 이들의 피와 살이지만...

"타타타타타타!!"

사방을 번뜩이는 불꽃과 함께 장갑보병 수십 기에서 나오는 초당 수백발의 탄환들은 자신들의 앞을 막는 모든 것들을 박살내며 그 최종 목표인 인간의 그것을 찢어 갈랐다. 화약으로 움직이는 탄환이 아닌 레일건으로 가속된 탄환은 심지어 자신의 앞을 막는 모든 것을 뚫어 버린 다음 건물을 벗어나 시내 저 멀리까지 사라져 갔으니 살아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제일 먼저 죽은 경비병들의 죽음에 귀족답지 않게 명석한(?) 머리회전으로 생명의 위기를 느낀 기사급의 귀족들은 성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모습에 주위에 아름다운 아가씨들이 두 눈을 반짝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리석은 그들은 도망가지 않고 눈앞의 온몸으로 소음을 토해내는 존재들에게 달려드는 영웅적인 행위를 하였다. 하지만 세상일을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법. 단련된 인간과 기계 옷을 입은 존재의 싸움은 쏘 프로의 제목으로써도 좋을 주제답지 않게 싱겁게 막을 내렸다. 무지막지한 운동에너지를 지닌 탄환은 가볍게 그들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버려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중 한 명은 운인지 아니면 장갑보병의 탑승자의 한순간의 변덕인지 그 앞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고 그에 죽을힘을 다해 내려친 검이 산산이 조각나는 장면에 허망한 눈빛을 보내다 한순간 날아오는 장갑보병의 손아귀를 피하지 못하고 평생 나오지 않았어야 할 내장을 상쾌한 공기에 노출시키며 부셔져나갔다,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 인간의 그것을 능가하는 잔인한 광기.

그 한순간의 희망이 폭력 앞에 산산이 조각나자 살아남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자랑하는 귀족이라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이미 술과 음식, 그리고 사람의 육편으로 보이는 그것으로 치장된 카펫에 코를 들이밀었다. 특히 여자들은 자신과 같은 인간의 파편에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고 눈앞에 오우거라도 나타난다면 당장 때려잡을 것 같이 허풍을 떨던 건장한 남자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저 머릴 감싸안고 도와주지도 않을 신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제발 이 것이 꿈이라고.....

하지만 귀를 막고 눈을 감아도 현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법! 마법등과 수백 개의 초로 대낮과 같은 빛을 발하던 무도회장은 그 공간을 넘나드는 강대한 힘을 가진 금속의 조각에 의하여 깨져 버리고 모든 것을 뒤덮은 어둠에 한순간 빛을 발하는 총구의 그것만이 시끄러운 굉음과 함께 공간을 장악했다.

그렇게 10분이 지났을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하얗게 타버린 귀족들에게는 영원과 같은 긴 시간이 끝이 났다. 사방을 진동시키던 굉음이 한순간에 멈추어진 것이다.

정적.....

10분전까지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있었던 무도회장은 한순간 완벽한 정적에 싸였다. 그 정적 너머로 아득히 축제를 즐기는 평민들의 음악소리가 아스라이 들릴 뿐.... 침 넘어가는 소리까지 들릴 지경이었지만 죽음의 공포에 싸여있는 사람들은 그것도 힘들어했다. 

"라이트!"

순간적의 정적은 빛 하나 없는 지금의 공간을 어둠이라는 친구와 함께 완벽하게 장악하자 눈앞의 광경이 조금전과 어떻게 변했는지 알고 싶었던 아르지아의 조름에 기스빈은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빛의 마법인 라이트 마법을 실연했다. 1서클의 마법이라 주문영창 없이 시전 된 빛의 구체가 기스빈의 손을 떠나 서서히 상공으로 떠오르며 사방으로 빛을 뿌렸다, 그리고 그 빛에 의하여 이제까지 어둠에 가려진 추악한 광경들이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의 시야를 가득 매웠다. 수많은 붉은 조각들, 그리고 파편, 아직 살아있던 사람들은 무도회장의 중심을 붉은 빛으로 물들이는 조각들과 죽음의 향기를 피해 최대한 벽 쪽으로 몸을 피하기 위하여 아비규환을 연출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가장 벽 쪽, 즉 상식적으로 가장 나중에 죽을 것 같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힘있는 남자들과 성인 여자들. 그리고 가장 바깥, 즉 진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들은 어린 소녀들과 나이 먹은 노인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경멸하는 평민들도 저렇게 행동할 리는 없을 정도로 추악한 모습. 그런 그들의 모습에 일행들의 얼굴에는 미약한 경멸의 그것이 감돌았다, 

"...환상적이야!"

어떻게 일을 저지를 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고대하던 에레나는 빛 아래 등장한 모습에서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러댔다. 그런 그녀의 반응에 어이없다는 듯이 주위의 시선이 모여들었지만 그녀는 상관하지 않고 두 눈을 반짝이며 전방을 주시했다. 눈앞의 잔인성을 떠나서 현실적인 면만을 본다면 장난같이 한순간에 한 나라의 수뇌들이 모여있는 곳을 완벽하게 초토화 내버린 것이었다. 이것이 전쟁터였다면 완벽한 승리! 하지만 그것보다 더 그녀의 마음을 끄는 것은 사라진 것으로 보였던 거대한 존재들이 어느 틈에 무도회장 내부를 장악하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거대한 금속덩어리가 불을 뿜을 때마다 터져 나가는 광음과 함께 한조각만 팔아도 평민들은 1년 이상을 편안하게 살수 있을 것이 확실한 내부 장식물들이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부셔지지 않은가? 

아직 소녀의 나이지만 그녀는 왕족, 산산이 조각난 시체보다 지금이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죽어간 이들은 그녀 자신이 증오해 맞이하는 귀족들이지 않은가? 그녀의 눈에는 한치의 동정심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자신의 상상을 초월하는 광경에 두 눈을 반짝이는 에레나는 소름이 돋았다. 미지에 대한 쾌감이 척추를 타고 그녀의 허리를 흘러내렸다. 미지라는 것은 금서를 탐구하는 그녀의 마음을 충족시키게 충분한 것. 더군다나 그 미지가 지금 자신의 편이지 않은가? 물론 미심 적인 것도 많았지만 지금 당장은 자신의 편이라 굳게 믿고 싶은 그녀였다, 뭐 그렇지 않았다 간 자신도 죽음에 대한 비명도 지르지 못한 저 홀의 귀족들 과 같은 신세가 될 것이니까....

하지만 그런 비정상인 생각을 하는 이는 그녀만이 아닌 듯 그녀의 옆에서 전방을 주시하며 지식욕에 타오르는 네리아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붉게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진을 따를 것이라 결심한 것에 매우 만족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눈앞의 광경에도 그녀들은 자신들의 지식욕을 채우는 대 급급한 것이다, 뭐 지식에 목숨 건 그녀들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다행이랄까? 일행 중 그런 그녀들보다는 다르게 인간적이며 보편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이도 있었으니. 상처로 인하여 몸인 약한 루미나와 그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던 키네라. 그리고 아세스와 세이시나는 창백한 표정에 입을 막고 서둘러 밖으로 달려나갔다. 진의 화려한(?) 전적을 여려본 본 세이시나조차도 어쩔 수 없었다, 진한 음식냄새와 함께 느껴지는 피비린내의 역한 냄새의 조합에 눈으로 보는 시각적 효과까지...... 참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이 행성의 인간들을 자신들과 동급으로 취급하지 않는 아르와 세르피조차 느껴지는 그 역한 모습에 울렁거리는 속을 가누기 위하여 필사적이었으니까.... 뭐 아르지아와 기스빈, 그리고 키이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그저 진의 부하들이 보여준 놀라운 화력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만....

"땡그랑..."

그런 일행들의 모습을 아예 보지도 않고 있던 진은 들고 있던 총의 한쪽 부분을 눌렀다, 그에 시원스럽게 비어버린 탄창이 경쾌한 금속음과 함께 밖으로 퉁겨나갔고. 품안을 뒤져 재빠르게 새로운 탄창을 장착한 그는 아직 뜨겁게 달아오른 총을 품안으로 집어넣었다. 그 뒤 잠시 자신이 만들어 낸 진한 초연냄새를 음미하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바닥에 널려있는 잡동사니들을 그 무거운 덩치로 박살내고 있는 장갑보병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정된 목표 사살확인 하였습니다!』

자신의 앞에 부동자세를 취하는 장갑보병의 외부스피커에서 들리는 소식에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보고를 확인 할 것도 없이 자신의 눈에도 처음 이곳에 진입하였을 때 감지했던 이들은 거의 대부분 차디찬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굉음과 피, 그리고 육편들로 어지럽혀있었지만 수백 명이 사람들 중 죽은 이는 수십명 뿐이었다. 물론 죽은 이들은 수십 대의 장갑보병이 쏟아낸 탄환의 비에 재대로 된 뼈하나 남아 있는 것은 없었고 그들이 있었던 자리의 근사한 대리석은 고운 가루가 되어 있었지만....

"하나는 살려 두었겠지?"

『진입 전 이미 기절한 이가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미미한 외상이 있었지만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닙니다.』

진의 물음에 정중한 음색으로 대답한 장갑보병이 가리키는 곳은 바로 진이 걷어 찬 문에 흉물스럽게 구겨져 있는 남자. 비록 화려한 옷차림에 미남이었지만 쏟아지는 탄환에 의하여 만들어진 음식 찌꺼기들로 지저분한 몰골, 바로 진의 등장으로 열심히 노동했던 결실을 헛되이 날려버린 쿠르온 비 비스레이드 백작이었다. 

앞으로 소제목은 미정으로 나가갔습니다^^

버그신고입니다, 본문에서 레일건의 발사음에서.......

"타타타" 가 나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철푸덕.... 생각해 보니 자기장으로 가속한 레일건의 탄환이 보통 화약총과 같은 소리가 나올 리가 없는데.... 크.... 

사실 참고 자료가 있어야지요. 윈리는 나와도 소음쪽은........... ㅜ.ㅜ (슝슝슝슝??, 아니면 가가가강??)

누가 레일건의 발사음을 알고 계십니까? 라고 물어볼 수 도 없고...... 

그런 백작의 모습은 사정을 모르는 이들이 보았다면 주머니에서 동전이라도 던져줄 불쌍한 모습이었지만 그를 바라보는 진의 눈빛은 차가웠다. 진에겐 백작의 생사보다 그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장갑보병의 보고에 진은 그를 바라보다 잠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진은 자신의 몸 속에 있는 나노머신으로 그의 몸에서 조금 전 죽은 이들과 같은 신호를 확인한 것이다. 즉 자신이 노리는 목표물마다 발산하고 있는 특유의 전파. 그것이 진이 무도회장에 난입하여 목표물만을(뭐 경비원들이야 어쩔 수 없지만) 정확하게 죽일 수 있었던 이유였다. 진이 감지한 신호는 바로 벌레들이 내뿜는 신호음. 일행들은 아직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진은 이미 전날 저택의 담을 넘는 백 수십 명의 위치를 모두 확인한 뒤였다, 

진상은 이렇다. 사건이 일어난 그 날 백 수십 명의 사람들 중 흑랑에 가까이 접근한 이들은 흑랑의 AI가 판단하여 뿌려놓은 추적용 액체에 의하여 위치가 확인되었고 그 너머에 있던 이들은 진 주위에 수를 헤아릴 수 없이 포진되어 있던 벌레들에 의하여 위치가 발각된 상황, 하지만 미식가인 진이 꼬리만 잘근잘근 씹을 리가 없었다. 그들을 사주한 이들의 살을 뜯어먹기 위하여 부하들을 동원한 것이다. 때문에 에레나의 조언(?)도 있었고 자신이 찜 해놓은 미끼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장소가 바로 왕궁인 것을 확인한 뒤였기에 주저 없이 이곳에 온 진이었다.

"그렇군.....자! 이제 심문을 해 볼까?"

아름다운 얼굴에 괴이한 미소를 지은 진은 초연냄새가 배어있는 자신의 손을 가볍게 털었다. 그런 그의 머릿속에는 인간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방법이 마구마구 떠오르고 있는 상태. 그래서 경험은 소중하다는 것인가? 그 떠오르는 생각 하나 하나가 끔찍하기 이를 때 없는 방법이었으니 그 중 가장 가벼운 것만을 실행해도 대상자는 아는 것은 물론이요. 모르는 것까지 아는 것으로 둔갑하여 내뱉고 싶어지는 위력들이었다, 하지만 머리에 음식을 뒤집어쓰고 있던 쿠르온 백작은 불행히도(?) 역사상 가장 끔찍하게 죽는 영광을 얻지는 못했다. 

"응?"

가볍게 손을 터는 진의 수상쩍은 미소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던 나머지 일행들은 붉은 색 빛과 함께 무언가가 진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소리쳐도 이미 늦은 상황, 뭐 진에게 소리라도 쳐줄 이들도 몇몇 없었지만..... 하여튼 소리소문 없이 날아간 형체가 존재하지 않은 구체는 주위 공간을 일그러뜨리며 그가 반응하기도 전, 한순간 진의 몸을 뒤덮어 버렸다. 마지막 순간에 진은 그 것을 눈치챘지만 이미 늦은 상태... 그리고.

"쾅!!"

그 보이지 않은 무언가는 강력한 질량을 가진 것처럼 폭발이나 기타 부수적인 효과 대신 진을 강하게 밀어 붙였다. 그렇게 순식간에 무도회장의 두터운 벽까지 밀린 진은 그 구체의 무언가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벽을 뚫고 어둠의 저 멀리 사라져 가 버린 것이다. 갑작스런 그 모습에 장갑보병들도, 진이 당하기를 기원했지만 불사신 같은 그의 모습에 그리 걱정하지 않았던 일행들도.... 그리고 평소 고귀한 피를 이어받았다 자랑하던 귀족들도 그 모습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한순간의 침묵. 

"저...저 마법은?"

그래도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기스빈이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설명을 해 달라는 눈빛의 일행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지 그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부들부들 떨며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사령관님!!!』

열어놓은 외부 스피커로 장갑보병의 고함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하지만 진의 부하들은 모두 자타가 인정하는 전문가. 혼란은 한순간일 뿐. 정적을 깨트리는 그 고함소리를 시작으로 수십의 장갑보병들은 이미 계획된 작전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진을 밀어낸 그 무언가가 만들어 놓은 구멍에 가까이 있던 장갑보병들은 서둘러 자신들의 사령관을 찾기 위하여 달려나가고. 남아있던 이들은 일제히 그 무언가가 날아온 방향으로 레일건의 총구를 돌린 것이었다. 그리고 목표를 확인 후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수백 명의 사람들 중 온몸에 붉은 오라를 뿜어대고 있는 여자가 있었으니 안 봐도 조금 전의 상황이 누구에 의해서 일어난 것인지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평소와 같으면 신기한 그녀의 모습을 관찰. 포획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녀가 자신들의 상관이자 생명. 그리고 영웅을 공격한 상황, 오직 잔인한 복수만이 있을 뿐이다!

『썅!! 쏴버려!』

의외의 상황에 이를 갈며 증오의 오라를 마구 마구 뿜어대는 장갑보병들의 우두머리의 외침과 동시에 발사한 탄환들은 조금전과 확실히 달랐다. 조금 전은 목표 외의 다른 이들을 건들지 않았지만 지금 그들은 무차별 사격을 가하는 것이다. 심지어 목표가 생명체라는 것을 잊었는지 몇몇은 아예 어깨에 매달려 있는 80mm 물질탄 레일건을 조준시키는 이도 있었다. 

《의외의 상황에서는 최대한 화력을 집중하여 가능한 주변을 완벽하게 쓸어버린다.》

그들은 지금의 상황에 가장 가까운 교전수칙을 되새기며 수십 년 동안 셀 수 없는 실전과 꾸준히 연습한 결과로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쾅!!"

고폭탄 계열이 아닌 철갑탄이 발사되자 목표의 공간이 엄청난 충격파와 폭발에 휩싸였다. 비록 전체적인 파괴력은 고폭탄에 뒤졌지만 무시무시한 속도로 가속된 그것의 힘의 집중 면에서는 고폭탄의 그것을 능가했던 것이다. 더욱이 경험에 의하여 수평으로 발사하면 대부분의 운동에너지를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장갑보병은 목표의 바닥을 향해 발사했다. 덕분에 높다란 천장을 뚫어버릴 것 같은 엄청난 대리석들의 파편들이 치솟았다. 그를 쫓아 쏟아지는 엄청난 숫자의 탄환들. 처음의 사격보다 수배는 많은 이들이 지금의 공격에 대한 여파로 죽어나갔다. 그에 장갑보병들의 목표 주위에는 수많은 파편상들로 인하여 끔찍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죽음의 비명을 질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탄환 하나하나에 들어있는 엄청난 힘에 고귀하신 피를 이어받은 귀족들은 시간이 지만에 따라 자신의 몸이 수천 조각으로 분리되는 진귀한 경험을 하며 죽음의 강을 건너갔다. 

『제길 제질!!』

『쌍! 왜 안 죽냐고!!!!』

통신으로 들어오는 부하들의 신음소리에 이곳에 파견된 장갑보병들의 대장 강진석 준위는 신경질 적으로 머리를 흔들었다. 조금 전 사령관에게 달려간 이들의 통신으로는 안심해도 좋을 것 같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것으로 일이 해결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자신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곳에 엄청난 화력을 쏟아 부었는데도 아직도 사람의 모습으로 보이는 열원이 감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같은 장갑보병이라도 이 정도 거리라면 산산조각 낼 화력이 소용이 없다니.... 탄환을 쏟아내고 있는 부하들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그였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다 해도 고폭탄류는 쓰지 마라! 이곳에는 죽여서는 안 되는 이들이 있다. 아군이 있단 말이다! 맨몸인 그들을 같이 구워 버릴 수 있다!"

부하들을 다독거리며 재빠르게 탄창을 교환하는 그가 보고 있는 곳은 난생 처음 보는 엄청난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사령관의 일행들... 조금 전과는 차원이 다른 장갑보병들의 모습이 그녀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인 말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탄환이 떨어져 갑니다! 만약 그때까지 목표가 무사하다면 어쩔 수없이 고폭탄류를 써야 합니다!』

"쾅!!"

다시 한번 발사되는 철갑탄과 함께 타당한 부하의 보고에 그는 고민했다. 지금 눈앞의 현실이 자신들의 상상으로는 일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엄연한 사실! 머리를 땅속에 박는 다고 눈앞의 광경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명령이 없는 상황에서 고폭탄은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문제였다. 할 수 없이 하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준위는 한숨을 쉬며 통신을 열었다. 지금 자신의 계급으로써는 알 수 없는 어떤 거대한 작전이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던 그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의 실수로 작전이 일그러지면 누가 책임을 진단 말인가? 자신의 목숨을 내놔도 일그러진 작전이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은 법. 뭐 자신들의 원수는 알아서 다른 이들이 해 주겠지. 

'젠장 그래도 행성에서 죽으면 시체라도 묻어진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하나?'

"그래도 할 수 없다. 그냥...주..."

『사격을 멈춰』 

순간 통신 사이로 끼여드는 음성에 준위는 이어지는 말을 삼켰다, 스피커 저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바로 자신들의 사령관인 진의 음성이었기 때문이었다, 준위의 통신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나머지 장갑보병들 또한 준위의 명령을 받기 전 사격을 멈췄다. 

그런 그들 사이로 지나가는 검은 돌풍. 몸이 지면에 닿을 것 같이 최대한 낮춘 진의 돌진에 아름다운 대리석의 바닥이 조각조각 부셔지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조금 전의 충격으로 헝클어진 머리와 지저분한 모습이었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숨막힐 것 같은 광기는 지울 수 없었는지 그가 지나가는 주변 공기에 본능으로 느낄 수 있는 지독한 살기와 광기들이 흘러내렸다. 

『오!!』

무사함을 두 눈으로 확인하자 통신으로 부하들이 외치는 환호에 준위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줬다. 통신으로 목숨에는 위험이 없단 들었지만 두 눈으로 보는 것과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다르니까. 조금 전의 모습과는 다르게 자신들의 진이 살아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해쳐나갈 것 같은 자신감이 마구 솟아나는 그들이었다. 

무차별 사격을 하는 부하들을 멈추게 하고 맹렬히 질주하는 진의 얼굴에는 광기 가득한 모습과는 다르게 다량의 땀이 흘러내렸다. 조금 전 그것은 정말 위험했던 것이다, 비록 이 행성에서 서서히 자신의 감각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무디어져 간다고 하였지만 조금 전의 그것은 눈으로 보기 전에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비록 진각을 응용하여 폭발적인 힘을 발판으로 물러난 후 뒤에 다가오는 벽을 검을 이용해 흠집을 내어 부셔버렸지만 순간적으로 그 구체에 닿은 군복의 일부분이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부분처럼 사라진 것이었다. 물론 자신의 육체가 그것에 의하여 사라질지 사라지지 않을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레일건의 탄환까지 방어할 수 있는 군복이 사라진 것을 보아 심히 위험한 상황이라 진은 오랜만에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마법이라는 것인가? 젠장 위험하다!'

진은 마음먹었다. 만약을 위하여 위험을 제거한다. 명분? 먼저 자신을 건드렸지 않은가?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것을 위하여 감추어진 자신의 힘을 약간 들어내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밖에서 이미 장갑보병들의 공격이 통하지 않은 것을 확인한 진은 왼손을 자신의 가슴에 집어넣어 총을 한 자루 꺼낸 다음 자신의 오른 손목에 장식으로는 부적절한 투박한 팔각의 팔찌를 거칠게 흔들었다.

가라! 흑요!!( 妖) 너의 적을 물어뜯어라!

흑요......어디서 본 글자인데....(극적극적)

따라했다면 초반에 고쳐야 하는데ㅠ.ㅠ...어디서 들었지?? 

드래곤의 일족 중 화이트 드래곤인 키리아네베스는 황당한 일을 당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인간으로 폴리모프 하였다지만 이런 꼴을 처음 당하다니!! 이미 그녀의 아름다운 드레스는 타인의 피로 더럽혀진 상태. 곱게 올려놓은 머리는 충격으로 헝클어져 있었고 마법을 시전 한 곱디고운 두 손은 이미 상처투성이가 되어 버렸다. 

"젠장! 로드가 이곳에 유희를 오라고 한 이유를 알겠군!"

마베스의 주변에서 유희를 지내고 있던 그녀에게 로드의 명령이 날아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3일 전, 드래곤들에게 로드의 명령은 절대적이었지만 아직 어린 드래곤에 속한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명령을 수행 할 수밖에 없었다. 10년의 작업으로 막 오크로드가 될 기회를 얻었는데 로드의 명령을 받아 자리를 떠나면 모든 것이 헛수고로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힘이 없는 것이 한이라고,.... 그녀는 자신의 다리를 붙잡는 귀여운(?) 오크들을 외면하곤 투덜투덜 로드를 씹으며 마베스의 수도로 잠입했다. 로드의 명령은 수도에서 어떤 인간을 만나 어떤 물건을 건내주는것, 아직 파이스 왕국의 헌트 후작으로 변해있던 오르비아스가 진을 만났다는 사실을 모르는 로드는 진이 원래의 계획을 수정하여 동쪽의 파이스가 아닌 서쪽의 마베스로 향하자 서둘러 다시 한번 일을 진행시킨 것이다. 

문제는 이 어린 드래곤은 자신을 움직이는 로드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진을 만나기는커녕 잠시만(?) 놀자는 생각으로 날짜가 다가오는 축제에 흥미를 가지며 엉뚱하게 움직인 것이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흥겨운 분위기에 취해 까맣게 진에 대하여 잊어버리며 한동안 주위의 축제를 즐기던 그녀는 마지막 하이라이트로 왕궁에서 진행하는 무도회에 참가하기로 마음먹었다. 

문제는 초대권이 없는 상황, 그러나 그녀가 누구인가? 그녀의 입장에서는 왕국의 무도회장 따위에 잠입하는 것은 매운 쉬운 일이었다. 그 쉬운 일이란 초대장을 받은 귀족의 자녀 중 소녀가 있는 집안을 골라 그 소녀를 죽여버린 다음 자신이 그 자리를 대신 하는 것이다. 이미 로드가 내린 명령은 기억 저 멀리 사라진 상황. 게으름의 대명사인 드래곤에게 잠시는 가뿐하게 한두 달을 넘기는 기간이었으니 사실 그녀의 잘못도 아니었다. 급한 것은 로드이지 그녀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과거 인간으로 유희할 때의 경험을 살려 파티를 즐기던 그녀는 정말 재수 없게도 최악의 우주괴수(?)의 생명체가 가장 화가 났을 때 만나게 되어 버렸다. 그에 그녀는 유희의 목적에 따라 다른 이들처럼 두려움에 떠는 척 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위를 덮치는 음식찌꺼기들과 사람들의 육편, 그리고 결정적으로 마나를 전혀 감지 못한 공격이 그녀의 신경을 건드렸다. 나이가 어느 정도 먹은 드래곤이었다면 그저 유희로 상황을 끝냈을 것이지만 그녀는 아직 어린 드래곤. 천 살을 조금 넘겼지만 드래곤의 입장에서는 아직 어린이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그녀는 자제심이 조금 부족했다. 더욱이 굉음과 동시에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돌진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마나로 강화한 그녀의 시야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상황. 마나도 없이 이런 공격을 하다니..... 그에 그녀는 순간적으로 공포를 느꼈다. 자신이 드래곤이라 해도 지금은 인간의 육체이지 않은가? 

처음으로 느껴지는 공포에 평소의 자제력을 잃어버린 그녀는 잠시 후 공격이 멈추는 틈을 타 우두머리로 보이는 이에게 인간의 육체로 쓸 수 있는 최고의 마법인 8서클의 하나인 다중 워프 게이트를 시전 했다. 

그녀가 사용한 마법은 워프 게이트처럼 공간을 열고 물질을 이동시키는 마법과 원리는 동일했다, 하지만 도착지점이 좌표 하나로 고정되어 있는 워프 게이트와는 달리 다중 워프 게이트는 이도 마법주제에 공격마법으로 엄청난 속도로 도착지점의 좌표를 변경시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 마법에 걸린다면 목표는 수천조각으로 분리되어 전 행성에 뿌려지게 되는 무서운 마법중의 하나. 더욱이 상대방이 방어마법을 사용 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워프 게이트의 특성상 무효화 처리가 되기 때문에(그렇지 않다면 워프 게이지 사용자는 마법도구를 가지고 갈 수 없으니까,...) 방어에 대한 방법이 전무. 시전 하는 마나의 양이 8서클이었지만 난이도는 거의 9서클 급에 다다른 마법이었으니 그것을 본 기스빈이 두려움에 떠는 것이었다. 예쁘장한 소녀가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마법을 사용하면 답은 하나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마법이 목표에 명중한 것은 좋았지만 벽을 관통할 때 들렸던 소리는 이해가 가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린 그녀는 순간 자신을 감싸고 있는 실드에 강력한 힘이 닫는 다는 것을 느끼곤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 충격은 드래곤의 어마어마한 마나에 의하여 강력해진 실드를 통제로 흔드는 위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그런 충격은 단 한번이 아닌지 그 뒤를 따르는 엄청난 충격의 세례.... 

사방에서 쏟아지는 무언가에 의하여 정신 없이 실드에 마나를 집어넣던 그녀는 순간 이전과는 비교도 될 수 없는 엄청난 위력의 충격이 자신의 실드 표면을 강타하는 것을 느꼈다, 그 엄청난 충격은 실드를 진동시키고도 다 해소하지 못해 내부에 있던 그녀의 내장을 흔들었다. 인간이었다면 즉사했을 충격, 장 파열인지 엄청난 피가 그녀의 아름다운 입술을 비집고 뿜어져 나왔다, 

그에 이를 악물고 마법을 시전하던 그녀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 할 수 없었다, 무엇이 자신의 실드를 이렇게까지 공격하는가? 설마 아까 보이지 않은 공격? 지난 유희 중 인간들의 투석기를 정면으로 받아 본 적이 있었던 그녀였지만 지금의 충격과는 비교도 될 수 없었다. 하지만 내장이 상한 상황에서 실드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그녀로써는 적을 공격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 인간의 몸으로 변했을 땐 그만큼 끌어 모을 수 있는 마나의 양은 한계가 있었고 지금은 그 마나로 실드를 유지하기도 벅찼다. 어설프게 움직였다간 이 보이지 않은 공격에 바로 실드가 파괴될 상황이었으니까. 드래곤의 몸체로 돌아간다면 연속해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완벽한 인간의 몸, 어쩔 수 없이 공격이 멈추어 질 때까지 실드에 전력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이제까지 그녀를 괴롭히던 공격이 멈추는 것을 느낀 그녀는 간신히 일부 마나를 쪼개 바람의 정령을 소환해 자신의 시야를 가린 엄청난 먼지를 치우게 했다. 그녀의 몸은 보통의 인간이었고 자욱한 먼지를 뚫고 그 너머를 볼 수 없었으니까. 그와 함께 내상을 당해 불완전한 마법에 안전을 보완하기 위하여 자신의 몸에 걸려 있는 폴리모프 마법을 해제하는 주문을 외우려는 순간. 또 한번 그 엄청난 굉음에 반사적으로 실드를 쳤다. 자신은 아니라고 항변하겠지만 순간적으로 겁을 먹은 것이다. 

그런 그녀의 시야에 바람의 정령에 의하여 사방으로 흩어지는 먼지 사이로 검은 색 돌풍을 보는 착각을 하는 사이 자신의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는 것을 그녀는 느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상황파악도 되지 않는 상황, 그런 그녀를 향해 수많은 불꽃들이 솟구쳐 오르고 있다는 것을 키리아네베스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믿어지지 않아"

키네라의 말에 모든 이들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불사신의 화신 같았던 진이 벽 너머로 사라진 광경이나, 조금 전과 차원이 다른 장갑보병의 공격 또한 놀라운 일이었지만 잠시 후 검은 돌풍처럼 돌진하는 진의 모습은 경의 그 자체였다. 인간의 속도를 능가하며 달려가던 진은 왼손에 총을 발사하여 붉은 빛의 오라를 뿜어대는 여자의 실드로 보이는 마법장벽을 풀지 못하게 한 다음 오른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단순한 장식으로 보였던 진의 팔지가 액체처럼 흘러내리다 거미줄 같이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사방으로 퍼져나간 그것은 한순간에 실이 되어 여자의 실드를 감싸안았다. 그와 함께 진의 가볍게 흔드는 어깨를 따라 허공으로 떠오르는 실드..... 진은 여자를 아예 실드와 함께 들어 올려 버린 것이었다. 그것은 힘이 강하고 약하고를 떠나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그렇게 한순간에 높디높은 무도회장의 천장을 뚫고 사라지는 구체의 실드. 그런 진의 모습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고폭탄을 일제히 발사하는 장갑보병들..... 잠시 후 엄청난 빛의 회오리가 실드가 뚫어놓은 구멍 사이로 뿜어져 나왔다. 그와 함께 대부분의 에너지가 발사한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폭사되었지만 그 여파는 작지 않아 살가죽을 태울 것 같은 뜨거운 화염이 아직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귀족들의 위로 쏟아져 내렸고 그 여파를 받은 이들은 뜨거운 화염에 화상을 입어 물집과 함께 심하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귀족들은 허공에서 터진 그 파괴력에 조금씩 허물어지는 잔해를 맞아가며 고통에 대한 신음소리도 내지 못하고 불안한 기색으로 진을 바라만 보았다. 조금전의 모습으로 그나마 남아 있던 저항의 의지조차 사라진 것이다. 

"셀리나!!"

하지만 그런 귀족들과는 달린 조금 전 죽은 여자의 가족으로 보이는 노인이 허공을 바라보며 피를 토하듯 외쳤다, 그는 바로 키리아네베스가 위장하기 위하여 죽인 진짜 소녀의 아버지. 하지만 그것을 아직 눈치채지 못한 그 노인은 피눈물을 흘리며 죽은 자신의 딸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자신의 딸이 엄청난 고위 마법을 사용할 리가 없었으니 이상한 점을 깨달았어야 하지만 눈앞에서 자신의 딸이라 믿었던 이의 죽음에 이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놈!! 죽어라!!"

무도회장의 자체적인 경비원이 아니라면 무기를 가지고 들어오지 못하는 관계로 사람 크기 만한 촛대를 움켜쥔 그는 노익장을 과시하는 듯 진에게 피눈물을 흘리며 달려들었다. 그에 막 쓰러진 쿠르온 백작에게 다가가던 진은 자신에게 달려오는 노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진의 그런 모습에 주위에 있던 장갑보병들도 그저 그 노인을 지켜보았다. 이윽고 그 노인이 진의 바로 앞까지 왔을 때 진은 주저 없이 품안에 손을 집어넣어 그의 다리를 향해 쏘았다.

"탕!!"

탄환의 종류는 소형 유탄. 경쾌한 소리와 함께 발사된 탄환은 노인의 다리를 감싸안은 피부를 찢어 버리고 그 안의 근육과 신경, 마지막으로 내부의 골격인 뼈를 박살낸 다음 자신이 만들어 놓은 파편을 사방으로 뿌려내었다,

"크아아아아아!!"

늙은 것과 고통의 상관관계는 없는 법, 광대한 돔을 가득 울리는 고통의 비명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그런 노인이 측은하지도 않은지 진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비명을 질러대는 노인의 머리카락을 움켜줬다.

"이런이런.... 네놈은 왜 나를 공격한 것이지?"

뻔뻔한 진의 모습에 한동안 말을 잊지 못하였던 노인은 고통의 와중에도 두 손을 들어 진의 멱살을 잡았다.

"네놈이! 네놈이 내 딸아이를 죽였지 않았는가 이 뻔뻔한 놈아!!"

"딸?"

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 노인이 말한 딸아이라는 존재가 바로 조금 전 자신을 마법으로 공격한 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후 물끄러미 한동안 말없이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음...딸이라... 그렇다면 네놈도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냐?"

진의 의미심장한 말에 노인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놈도? 그렇다면 딸아이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인가? 

진의 말에 이성을 찾은 그도 생각에 잠겼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금 전 자신의 딸이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던가? 마법이 '마'자도 모르던 자신의 딸이 자신이 보기에도 고위 마법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하지만..... 눈으로 직접 자신의 딸이 아니라고 확인하지 못한 상태. 더군다나 눈앞의 이는 자신의 딸이라 추정되는 이를 죽였지 않았던가? 노인은 이를 갈았다.

"그렇다면 조금 전 그가 내 딸이 아니라는 것인가?"

"음.. 네가 인간이라면 조금 전의 그는 네 딸이 아니겠지"

"무...무슨 증거로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냐! 감히 죽은 셀리나를 두 번 욕보이려는 것이냐! 나는 속지 않는다. 증거!! 증거를 내밀란 말이다!"

잔뜩 흥분한 그는 진의 멱살을 잡은 손을 마구 흔들었다. 그에 신경질적인 표정을 짖고 있던 진은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을 가볍게 잡아 부러뜨렸다.

""크으.....마..말해라!"

하지만 분노의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기 시작했는지 그는 광기에 젖은 눈으로 자신의 두 팔이 부러졌다는 사실에 신경 쓰지 않고 눈앞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 있는 진의 바짓가랑이를 입으로 물었다. 추한 모습이지만 절대로 추하지 않은 모순된 모습. 그런 그를 무표정하게 바라본 진은 고통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는 노인의 머리카락을 잡아 자신이 만들어 놓은 구명을 향했다. 

그곳에 있는 것은...

"허....허허허허허"

노인은 하늘의 모습을 경악한 눈으로 바라보다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아니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의 눈가에는 진한 눈물이 방울방울 맺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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