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6화 (46/49)

“내가 이곳까지 와야 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인가?”

비공정에 태워져 한동안 할일이 없었던 제국 라고에 노예로 잡혀있는 드워프 일족의 우두머리 하늘 들어 망치라는 이름을 가진 드워프는 눈앞의 거대한 존재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의 눈앞에 총 5개의 그것들은 인간의 형성을 하고 있는 마장기. 카시카스에서 탈취한 마장기들이었다. 하지만 기습전의 초기, 적이 마장기에 탑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비공정에서 마력탄을 말 그대로 쏟아내었고 그 덕분에 겉모습이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특히 미스릴이 마력탄의 집중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심하게 녹아 흘러내리고 있어 움직일 수 나 있을지 궁금할 지경.

“초기 적들이 마장기들을 움직일 경우 아군들의 피해가 예상되어 만약을 대비하여 마력탄을 쏟아 부었더니….”

자신의 주군과 눈앞의 드워프, 하늘 들어 망치는 절친한 친구였으니 직접 목표까지 안내한 알프레그 백작의 설명에 드워프는 나직이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열에 강한 미스릴이 녹아 내릴 정도면 내부의 강철들은 보지 않아도 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숨만 쉴 수 없는 일! 금속을 다루는 일에 드워프가 손을 놓는 다는 것은 수치중의 수치! 더욱이 이미 피드 국왕이 보여주었던 그 운석조각의 일부분에 좌절감을 느꼈던 그는 눈앞의 골칫덩이를 바라보며 두 팔을 걷어 올렸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기 때문이었다. 그 시간 내에 눈앞의 그것을 전력화 하지 않는다면 그 뒤에는 아무리 잘 고쳐도 쓸모없는 일. 아마 그때는 승리나 죽음이나 둘 중의 하나만이 있을 것이니까….

진은 말씀드렸다시피 다다음주에나.... 뭐 저도 이쪽은 쓰기 싫은데(미안 헬렌<-애는 좋아해요)내용 전개상 꼭 필요한 부분이라^^ 

제국의 토벌대(아직 아스프라스는 제국의 입장에서는 자국의 영토였으니….)가 움직였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것은 아스프라스의 군이 카시카스를 점령한 지 5일이 지난 후. 제국의 수도에 상점이나 주점으로 위장해 있던 아스프라스의 첩자들의 연락으로 파견된 제국군이 비공정 3대와 기병이 2만이라는 소식을 들은 수뇌부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비공정과 기병은 타 부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기동력이 탁월했으니 그동안 자신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아스프라스 군대는 카시카스에서 한발자국도 진격하지 않았다. 보편적인 원칙으로는 적을 격파한 위세를 몰아 진격해야 하지만 제국 라고의 북부지방에는 카시카스를 제외한 특별한 성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즉 자신들이 침공한 병력보다 더 많은 기병이나 비공정을 수십 대 가지고 있었던 제국이었으니 땅 조금 더 먹겠다고 무리하게 진격했다간 허허벌판에서 그야말로 무자비하게 두들겨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에 아스프라스의 수뇌들이 생각한 것이 단단하기 이를 때 없는 성벽을 가진 카시카스에서 철저히 준비하여 진격해 오는 적의 병력을 최대한 적은 손실로 격파하고 그에 가용병력이 줄어든 제국으로 진격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수도에서 황실과 아스프라스에 비공정을 탈취당한 아르다스 비 루이치에라 후작의 가문 사이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돈다는 소문이 있었으니 제국의 가용병력은 더욱 줄어들고 있으니 무리하기 진격을 할 필요가 없었다. 

또 한 가지의 이유는 전혀 예상 밖의 세력의 참가 덕분이었다, 바로 각 교단…. 엘프의 신이라 불리는 산드리아스를 믿는 신관들과 일부 엘프들의 참전은 그리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제국에는 공공연하게 이 종족, 특이 엘프의 노예화가 진행되고 있었으니 그런 그들이 곱지 않은 눈빛으로 볼 수밖에 없던 숲과 나무의 신 산드리아스를 모시는 아그네스 교단의 입장에서는 제국에 반기를 든 아스프라스가 반가워 죽을 지경이었으니까. 더욱이 아스프라스는 엘프를 포함한 이 종족이 없다는 사실도 한 목 했다. 뭐 이 종족을 노예로 만들지 않은 것은 이 종족의 인권을 생각해서가 아닌 돈이 없어서였지만…. 그러니 아그네스 교단의 참가는 그렇다고 해도. 성기사의 숫자가 가장 많으며 강대한 무력을 가지고 있는 투지와 결투의 신 데라무자를 모시는 무세아 교단이나 불의 신 바두베스를 모시는 비세카두 교단, 대지의 신 바기라스를 모시는 페세스 교단등 제국과 자신들 아스프라스 사이에 아무런 접점을 가지고 있지 않은 교단들이 대거 참여한 것은 고개를 갸우뚱 할 수 없었다. 그것도 막대한 신관과 성기사를 포함하여….

뭐 그들의 참전에 고개를 갸우뚱 하는 이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하급병들…. 이미 아스프라스의 수뇌들은 그들의 속셈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기에 피드 국왕은 흔쾌히 받아 들였다. 고작 신의 종 주제에 자존심 하나는 막강한 그들과 오만하고 도도한 제국 라고가 서로 반목한다는 것은 전 세계가 알고 있는 비밀 아닌 비밀이었으니까.

제국 라고는 강대한 무력으로 안정된 국방을 도모하였고 대륙 유리치안의 중앙을 차지하여 유리한 교통의 요지였기에 상업이 발달하여 나라가 부강하였으며 그 거대한 국토는 대부분 평원이었다. 또한 그 광활한 면적덕분에 가뭄이나 홍수로 인하여 대규모 자연재해에 다른 국가보다 유리한 지형이라 적어도 농민들이 굶어죽을 일은 없었다. 더욱이 강력한 황권에 의하여 정치까지 안정되어있으니 제국민들은 딱히 초월적인 존재에게 기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각 교단의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었으니 불만이 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거대한 제국의 부를 자신들이 헌금이라는 이름으로 빼앗으려면 그만큼 신자가 많아야 하고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귀족들을 포섭해야 하지만 제국은 그리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으니 그동안 군침만 흘리고 있는 상황,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아스프라스의 제국 침공은 그들에게 절호의 호기였다, 

뭐 그들에게는 아스프라스의 승리나 제국의 승리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닌 혼란기를 틈타 자신의 세력을 넓히려는 목적. 설사 자신들의 참가를 제국이 눈치 챈다 하더라도 제국에 자신들의 신자가 적으니 그리 상관할 봐가 아니었으며 또한 이번 전쟁을 제국이 승리한다 하여도 전 세계적인 집단인 교단을 적으로 돌리는 어리석은 잘못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얄팍한 계산에서 참가한 것이다. 

하여튼 그들의 참전이 아스프라스의 입자에서는 엄청난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 

1천에 이르는 각 교단들의 성기사들과 기병을 상대하기 위하여 카시카스 주위에 수많은 장애물을 설치하고 후방에서 끌고 온 대 비공정 무기를 성 주변에 설치. 그리고 보급개척까지…. 고작 5일 동안의 시간이었지만 아스프라스는 정말 알차게 준비할 수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가정을 예상하여 준비한 것이 지금 그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서서히 만족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 내는 사이 제국의 비공정 3대와 기병 2만은 쉬지 않고 엄청난 속도로 진격해 왔다. 

그리고 5일 후 진정한 전쟁의 시작. 그것을 알리는 한줄기 굉음을 내는 기둥, 흔히 마력탄이라 불리는 병기가 카시카스의 성곽, 이른 아침의 안개를 긴장한 모습으로 창을 들고 있던 병사들에게 쏟아졌다.

“콰콰쾅!!”

붉은 섬광이 튼튼하게 보이던 카시카스의 성곽을 두드리자 화염과 동시에 수많은 파편들이 주위의 건물들을 덮쳤다. 그리고 한순간에 불타는 카시카스…. 그와 동시에 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적의 마력탄에 대응하기 위하여 아스프라스의 각 도시에서 긁어모은 대 비공정 무기들 또한 하늘높이 솟아올랐다. 잠시 뒤 발사된 마력탄들의 섬광들…. 지상의 신속한 대응에 당황했는지 한동안 잠잠하던 하늘에서 한순간 수도 없이 많은 마력탄들이 쏟아져 내렸다. 또다시 비슷한 숫자로 지상에서 하늘로 솟아오르는 마력탄들…. 아침의 안개가 사람들의 시야를 가리고 있어 지상에서 하늘높이 발사된 마력탄들은 실지 명중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그 뜨거운 화염으로 안개를 밀어내기에는 충분했다.

“오,….”

한순간 흩어지는 한개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적의 비공정들…. 자신들의 시야를 가득 매우는 그 거대한 존재들이 3개나 등장하자 지상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병사들은 자신의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병사들은 죽음의 사신이라 할 수 있는 비공정에서 눈을 때고 전방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온 대지를 뒤 흔드는 말발굽의 그것이 그들의 온 몸을 흔들었기 때문이었다. 카시카스의 성벽위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병사들은 곧 있는 힘껏 약속된 신호를 일으켰다.

“땡그랑. 땡그랑”

시끄러운 종소리가 사방에 울려 펴지자 비공정의 공격에도 움직이지 않았던 마장기들이 카시카스 이곳저곳에 몸을 일으켰다. 또한 마법사의 그것으로 보이는 이들과 그들을 호위하는 기사들의 모습이 곳곳에 들어났다. 이미 적의 파병 규모와 시기를 알고 있던 군인들의 얼굴에는 한 치의 동요도 일어나지 않았다.

“슈우우웅 콰콰쾅!!”

하늘의 마력탄을 무시하고 몰려오는 기병들에게 신경을 곤두세우는 사이 그런 병사들을 위한 축포의 그것처럼 및 줄기의 굉음이 하늘을 날았다. 그와 함께 나타는 붉은 화염과 사라지는 안개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적의 비공정,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닌 듯 또 몇 줄기의 굉음이 불꽃을 일으켰다. 카시카스 후방의 상공에서 대기하고 있던 아군의 비공정이 드디어 등장한 것이다. 그에 카시키스 이곳저곳에 마력탄들을 발사하던 제국의 비공정들이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상을 폭격하여 기병을 도와주는 것보다 자신들을 공격하는 적의 비공정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알려진 것은 배신인지, 탈취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하여튼 적들은 한척의 비공정만을 소유하고 있었으니 저것을 무력화 시킨다면 적들은 자신들에게 어떠한 손상도 입히지 않게 되기 때문에 망설임이 없었다.

더욱이 원래 처음부터 카시카스에 마장기를 떨어뜨린다는 계획은 무자비하게 지상에서 날아오는 마력탄 덕분에 무산되었던 것도 한 목하였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하여 그들은 무참한 참패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의 머리위로 서서히 진동하는 공기음을 내는 제국의 비공정들을 긴장하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던 아스프라스 군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서서히 두 눈으로도 보이는 곳까지 달려오는 제국의 기병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한순간 그들의 등 뒤에서 날아오는 거대한 불꽃들…. 도대체 몇 줄기인지 알 수 없는 수많은 빛의 줄기들이 그들의 머리 위를 지나 서서히 속도를 줄이던 적들의 기병의 위로 떨어졌다. 마법사들이 발사한 마법이었다. 적들의 기병은 자신들을 보조해줄 마장기들을 싣고 있는 비공정들이 엄청난 저항과 적의 비공정의 등장으로 서서히 자신들에게 멀어져 가자.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강한 기병이라 해도 성벽에게는 무용지물. 더욱이 신속한 이동과 마장기들을 믿었던 지휘관은 성벽을 공략할 투석기들을 가져오지 않았다. 따라서 그들은 아군의 비공정이 다시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싸울 생각이 없었다. 덕분에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고 그사이에 죽들의 수많은 마법들이 돌진해 온 것이다. 만약 전력으로 달리고 있었다면 큰 피해가 없었을 것이지만 속도를 줄인 기병에게 마법은 치명상이었다. 폭음과 붉은 화염에 놀란 말들을 안간힘을 다해 진정시키던 지휘관은 신경질 적으로 마법사들을 호출했다. 그에 기병들 사이에 마차에 앉아 있던 마법사들이 대응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카시카스에서 날아온 빛의 그것과 같은 것들이 제국의 기병들 사이에서 발사되었다. 

역시 제국이라는 이름이 그냥 붙는 것이 아닌지. 날아가는 마법은 대부분 4서클 이상. 성벽을 파괴하지는 못하였지만 그 위에 대기하고 있는 아스프라스 군인들은 통째로 태우기에는 충분했다. 그에 잠시 카시카스에서 날아오던 마법들이 뜸해지자 기병들의 지휘관은 서둘러 후퇴를 명했다.

그에 자신들의 부하들이 죽어가는 것에 복수심을 가진 몇몇의 이들이 돌진을 부탁하기도 했다. 마법사들을 동원한다면 성문쯤이야 간단할 것이곤 그 뒤를 기병들이 맞는다면 그리 큰 피해 없이 카시카스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한 가지를 빼먹었고 그것을 상기시켜준 지휘관의 명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바로 장엄하게 펼쳐진 장애물들과 마장기의 부제…. 할 수없이 지휘자의 명대로 후퇴하려던 기병들의 마음을 흔들어 주는 일이 발생하였으니 바로 카시카스의 성문이 열리며 1만에 다다르는 기병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었다. 

알 수 없는 상황. 아무리 제국군들이 오랜 기간 이동을 하여 피로가 쌓여 있다 하더라도 이쪽은 제국의 수도를 담당하는 병력, 말 그대로 무적이 기병들이었다. 그런 상대로 반밖에 안되는 기병이 돌진하다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후퇴하자니 눈앞의 먹이가 군침을 흘리게 하고 돌격하다니 어떤 흉괴가 있는 것 같았으니…. 시간은 자꾸 흐르고 카시카스에서 쏟아져 나온 아스프라스의 기병들은 점점 그 거기를 좁혀왔다.

“뭐야? 지진인가?”

토벌대로 참가한 기병 중 가장 말단에 속하는 로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눈앞에 먹이가 죽여주세요! 라고 소리치고 있는데 아직도 결정을 못 내리는 윗대가리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신경질적으로 말안장의 물주머니를 꺼내려고 몸을 숙이는 순간 자신들이 밞고 있는 지면에 미약하지만 균열이 생기는 것을 확인 한 것이다, 그에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그 균일이 크게 벌어지면서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그것도 재수 없게 로트의 발밑에서…. 덕분에 하늘높이 솟아 오른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자신들이 만들어 넣은 균일 사이로 몸을 일으키는 거대한 인간형 병기, 바로 마장기를 볼 수 있었다. 

“하 함정이다!”

이쯤 되면 아무리 무식한 그라 해도 알 수 있는 상황. 허공을 빙글빙글 돌다 타고 있던 말의 무게까지 떠안게 된 그는 마지막 순간에 외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법. 우왕좌왕 하는 기병들 사이로 잔뜩 흙더미를 뒤집어 쓴 수십 구의 마장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리플 중에서

황혼의 천사는 아스프라스에게 후작이 빼앗긴 비공정의 정식 이름 입니다^^

“후퇴하라! 질서를 잃지 마라!” 

상황을 파악한 지휘관의 목소리는 비명과 죽음의 공포 속에서 병사들의 귀에 들릴 리가 없었다. 사실 기병들의 발밑에 숨어서 대기하고 있던 마장기는 고작 25구에 불과했다. 많은 숫자인 것 같지만 이 숫자의 마장기들이 기병들을 공격한다면 죽일 수 있는 숫자는 100명 미만인 것이다. 마장기들이 자신의 주변에 있는 이들을 죽이는 동안 그 특유의 기동력으로 다 도망갔을 것이니까. 하지만 아군의 진형 한가운데적의 마장기가 모습을 드러내자 수많은 병사들은 겁에 질려 모습을 나타낸 마장기의 반대편으로 말을 몰았다. 하지만 우연일까? 모습을 드러낸 마장기의 반대편에는 지금 막 아스프라스의 기병들이 들여 닥치고 있는 상황. 간단하게 옆으로 도망치면 되잖아?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공포에 통제가 되지 않은 병사들에게는 무리한 주문…. 

자신들보다 2배나 더 많은 기병들이었지만 사기와 진형이 흐트러진 그들에게 아스프라스의 기병들은 사신이나 다름없었다. 충분히 거리를 두어 최고 속도로 가속한 기병 특유의 파괴력이 그들을 강타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충분히 훈련을 쌓은 강병들. 곧 상황을 파악하곤 조직적이지는 못하였지만 2배의 수와 뛰어난 개개인의 실력으로 아스프라스의 기병들에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제까지 그저 거대한 칼을 이용하여 하나하나 기병들을 도륙하던 마장기들이 돌연 자신들이 빠져나온 구덩이 몸을 숙여 꺼내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성인 남자의 팔뚝의 두께만한 기다란 쇠사슬이었다.

아스프라스의 수뇌부들은 마장기의 보병과의 전투에서 어떻게 활용할까 수없이 많은 고민에 몰두했다. 분명 보병들로써는 마장기를 이길 순 없었지만 대신 마장기들도 보병들 전부를 상대할 수 없었다. 그들을 모두 죽이기 전에 마장기 내부에 탑승한 기사의 마나가 떨어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에 생각해 낸 것이 지금 마장기들이 들고 있는 쇠사슬…. 

마장기들은 자신들의 검을 던져두고 들어올린 쇠사슬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길이만도 자그마치 20m에 이르는 쇠사슬이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자 그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던 기병들은 파랗게 질릴 수밖에 없었다. 그 쇠사슬 안에 들어간 모든 것들이 산산 조각나는 상황에서 무얼 말할 수 있을까? 직경 40m에 다다르는 그 거대한 원 안으로는 아무것도 남아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을 더욱 경악시키는 것은 그 쇠사슬을 돌리고 있던 마장기들은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 정신을 차리고 적에게 대응하려던 제국의 기병들은 그 육중한 몸을 이끌고 사방을 뒤흔드는 25구의 마장기에 허겁지겁 도망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제국을 기병들을 조직적으로 급습하는 아스프라스의 기병들. 서서히 허물어지는 진형에 제국의 지회관은 절규할 수밖에 없었다.

“통신…. 통신마법사!! 통신 마법사는 뭐하고 있나!! 빨리 비공정에!!”

지휘관의 절규에 돌아오는 것은 한줄기 빛이 아닌 어둠….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통신이 안 된단 말입니다!!”

이미 그보다 먼저 통신을 생각해낸 참모한명이 울부짖었다. 적의 마장기의 등장으로 함정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제일 먼저 한 일이 통신 마법사를 찾았던 것!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통신 마법사의 절망어린 표정뿐이었다.

“이런….말도 안돼는!!”

눈앞에서 자신들의 부하들이 전투한번 해 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모습에 절규하던 그의 목을 목표로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먹은 쇠사슬이 날아들었다.

기병들의 뒤를 보조해주어야 할 제국의 비공정 또한 그리 곱지 않은 환경에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눈앞의 비공정이 최신식이라 하지만 이쪽은 3대의 비공정. 승부는 이미 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적이 마력탄 하나를 발사할 때 자신들은 3개를 발사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비공정이라는 거대한 존재가 마력탄 몇 발 맞는다고 추락할리는 절대로 없었다. 자상에서 발사하는 마력탄도 비공정을 격추하기 위한 것이 아닌 견제의 역할이었으니…. 그것은 같은 비공정에서 발사하는 마력탄에도 같이 적용되는 사실. 따라서 비공정이 비공정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다른 수단이 강구되었다. 

휘리릭 휘리릭.

적, 즉 황혼의 천사가 발사하는 마력탄을 그저 묵묵히 몸으로 때운 제국의 비공적은 그 신속한 움직임으로 적의 비공정을 삼면으로 둘러쌀 수 있었다. 동시에 수 도 없이 발사되는 굵은 쇠사슬…. 각 비공정마다 수백에 이르는 쇠사슬들이 목표인 적의 비공정, 황혼의 천사를 감싸 안았다. 

“끌어올려라!!”

뚜껑을 열고 파이프에 소리치는 이는 이번 토벌군의 지휘자로 임명된 프아릭스 백작. 그는 열혈의 인물로 오랜만에 행해지는 대 비공정 전투의 흥분감에 크나큰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그에 부관이나 참모가 할 명령도 자신이 직접 파이프를 잡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성급하기 까지 한 그의 명령에 아무도 저지하지 않았다. 아군의 비공정들에 완벽히 구속되어 움직임을 상실한 적의 비공정은 완벽한 먹이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백작의 명령이 떨어지자 황혼의 천사를 감싸 안은 쇠사슬들이 사방에서 당겨지지 시작했다. 각 비공정의 내부에서 쇠사슬을 잡아당김으로써 서로의 간격을 좁히는 것이다. 그렇게 충분히 거리를 좁혔다고 생각해서일까? 백작은 드디어 최종 명령을 내렸다.

“적의 비공정 내부로 아군 병사들을 침입시켜라!!”

백작의 희열에 가득 찬 명령이 각 파이프를 타고 이어지자 그가 탄 비공정의 각 부위에서 몇 번의 반짝임이 발생하였다. 잠시 후 나머지 두 비공정에서도 같은 반짝임. 몇 번의 신호가 뒤섞인 다음 동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제국의 비공정들이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당연한 것이지만 황혼의 천사와 이어진 쇠사슬에 기울어짐이 발상하였고 그 기울어짐을 타각 비공정마다 100명이 이르는 병사들이 자신의 검 집을 쇠사슬에 걸치곤 쏜살같은 속도로 환혼의 천사의 상층부, 즉 비공정의 유일한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비공정 상층부에 있는 성으로 투입되어갔다. 

이들은 적의 비공정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일종의 특수부원들. 능숙한 솜씨로 투입된 그들은 재빠르게 황혼의 천사의 상층부에 있는 성에 다다랐다. 그리곤 자그마한 보석을 꺼내 벽의 틈사이로 집어넣곤 재빠르게 주변의 장애물로 몸을 피했다. 잠시 후 엄청난 폭발…. 보석을 이용한 스크롤이었던 것이다. 물론 종이 따위나 마력탄에 들어가는 것과는 비교가 될 수 없는 5서클의 최고급이었다. 비록 비싸기 그지없었지만 비공정 하나를 격침하는데 들어간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아까울 것이 없었다.

“폭발 완료!”

투입된 병력의 지휘를 맡고 있던 아드스 남작은 부관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나다는 말이 당연할 것 같은 바람에 의하여 한순간 일어난 폭발의 잔해들이 사라지자 과연 백색의 빛나는 황혼의 천사의 상충부의 성에는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구덩이들이 가득했다.

“내부로 진입한다!”

팔을 흔들어 돌격을 명하자 병사들은 신속하게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구멍 안으로 진입하였다. 하지만….

“으아악!!”

부하들의 비명소리에 아드스 남작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각 비공정의 내부는 비슷하였기 때문에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구멍은 분명 성의 응접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의 부하들이 밑으로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하였으니 어리둥절할 만도 했다. 지상에서 1km 이상의 상공에 있었기에 그의 몸을 때리는 바람의 세기에 몸을 가눌 수 없었지만 그동안의 훈련으로 능숙하게 부하들이 사라진 구멍으로 몸을 날린 남작은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 원래 설계도라면 응접실이 있어야 할 공간에 텅텅 비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바닥전체가….

“크. 시시한 잔머리를…. 할 수 없다. 다른 구멍을 이용하자!”

내부로 적이 침입할 예상지점의 바닥을 완벽하게 부셔버린 적들의 의도에 속으로 찬사를 보내는 남작은 서둘러 다른 구멍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달리 이 구멍은 예상지점에 돌진하는 적들을 빠뜨리려는 함정이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원활한 통로를 만들려는 의도. 바로 인간형 병기. 하지만 그들이 알고 있는 마장기가 아닌….

“뭐…뭐야!!”

막 다른 구멍을 찾으려던 그의 등 뒤에서 시끄럽게 울리는 바람 너머에 들리는 부하의 비명 섞인 의문에 불길한 그 어떤 것을 느낀 남작은 걸음을 멈추고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그가 바라본 곳은 경악에 파란얼굴을 하고 있는 부하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한결같이 조금 전 몇몇의 이들이 성급한 돌진에 빠져버린 구멍…. 그곳에서 지금 하나의 팔이 솟아올라왔다. 조금 전 적의 함정에 빠져버린 부하들이 올라온 것일까? 지금의 상황에서 그럴듯한 이야기였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아니었다. 솟아난 팔은 인간의…. 아니 마장기의 그것보다 더 큰 존재의 일부분이었던 것이다. 

쿵!!

솟아난 팔이 지면을 때리는 소리가 그의 귀청을 흔들었다. 그리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팔의 다음 부분. 그리고 거대한 상체….

“말도 안 돼!!” 

누군가 남작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주었다. 하지만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 따위는 들지 않았다. 설마 이럴 수는 없을 것이라 외치고 싶었지만 지금 자신의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누군가의 고함소리가 진동했다.

“마….마장기. 그것도 초대형 마장기다!!!”

-각 기간테스들은 주위의 모든 것을 다 무시하고 작전대로 지정된 목표만 공격하라!-

기사단장인 아르세마 백작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리자 평민기사 센티스는 난생 처음으로 자신이 근위기사인 것을 후회하며 몸을 날렸다. 상공 1km에서 맞바람이 심하게 몸을 때리는 와중에 달려야 하는 마장기라니…. 자신의 기간테스를 힘차게 몰며 달리는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은 바로 적과 아군의 비공정을 이어주고 있는 쇠사슬…. 바로 아군의 거대한 비공정을 움직이게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것이지만 그것은 하나가 이난 수백 개를 모았을 때의 이야기. 지금 기간테스가 밟고 있는 쇠사슬은 고작 한 두개였으니 센티스가 불안해 할만도 했다. 더욱이 떨어지면 완벽하게 떡이 되는 상황, 기간테스의 몸무게에 출렁거리는 불안에 그는 오로지 달릴 뿐이었다. 명령이라 어쩔 수 없었기에 평소 자신을 근위기사로 만들어준 상관을 무참하게 씹으면서….

“밑을 수 없어! 내가 성공하다니!!”

-늦었어. 이 바보-

악연의 연속인지 또 다시 같은 조에 편성된 베티의 콧대 높은 통신에 그는 신경을 끊었다. 이상하게 자신에게 심술궂게 구는 그녀에게 맞장구 쳐 주기보다 지금 자신이 무사히 적의 비공정에 도착할 수 있다는 사실에 신에게 감사드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적의 비공적과 아군의 비공정 사이의 거리는 고작(?) 50m, 보통의 지면이라면 기간테스의 걸음걸이로 5번이면 충분한 거리지만 그에게는 천리보다 더 멀었던 길을 완주한 사람마냥 뿌듯한 그 무엇을 느꼈다. 하긴 보통의 마장기로는 어림도 없는 일. 기간테스의 섬세한 가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작전이었던 것이다. 뭐 그렇다고 다시 하고 싶은 마음 따위는 없지만….

-놀고 있네. 빨리 공격이나 하셔-

자신의 말을 무시해서인지 조금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렸지만 센티스는 그녀를 무시하곤 혹시나 떨어지지 않을까 꼭 메어놓은 검을 꺼내들었다. 3대의 비공정 중 그가 있는 이곳에 같이 달려 온 기간테스들은 총 6기. 그들보다 앞선 4기의 기간테스들은 벌써 목표의 표면에 검을 집어넣고 있었다. 그에 뒤질세라 그 또한 꺼내들은 검을 벽에 집어넣었다. 마스터인 그랑디스가 모든 것을 자르는 검이라 평가한 기간테스의 검은 어떠한 저항 없이 부드럽게 벽안으로 들어갔다. 그와 함께 몇 번의 작업 끝에 들어나는 내부 공간. 그곳에는 경악의 표정을 짓고 있는 마법사의 차람의 사람들이 통신구로 보이는 것을 끌어안은 체 자신들을 보고 있었다. 하긴 하늘을 떠다니는 비공정에 마장기가 등장했으니 경악 할만도 했다.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그는 검을 들어 무자비하게 내부를 휘저었다. 아직 기간테스가 등장할 시기가 아니란 판단에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통신실. 거대한 기간테스의 검이 사방을 뒤흔들자 내부의 벽과 문, 탁자등과 함께 사람까지 산산 조각나는 모습을 무심히 바라보던 나머지 기간테스들은 자신들의 임무가 성공했다는 의미로 아군의 비공정과 지금 자신들이 타고 있는 비공정을 연결하고 있는 쇠사슬을 검으로 배어냈다. 다른 조 또한 작전에 성공하였는지 아군의 반대편에서도 하나 둘씩 떨어지는 쇠사슬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작전이 성공한 조는 다음 작전을!!-

한순간의 쉴 틈도 없이 다음 명령이 떨어지자 투덜대는 베티의 그것을 무시한 센티스는 자신들, 기간테스가 뚫어놓은 구멍. 즉 적의 비공정의 상위에 있는 성의 한쪽 모서리에 다시 한번 검을 휘저었다. 하지만 조금 전과는 달리 그의 검은 내부의 벽들을 때어 놓는 형상. 잠시 후 그 거대한 몸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거대한 구멍이 만들어지자 그는 자신이 기간테스를 그 구멍 안으로 서서히 밀어 넣기 시작하였다. 그가 받은 명령은 적의 내부로 진입하여 적의 수뇌부가 존재하고 있을 지휘자의 집무실. 설계도를 며칠동안 외운 그였지만 거대한 기간테스가 내부로 진입하기 위하여 일직선으로 부셔나갔으니 방향을 잃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그런 그의 뒤에선 다른 이들과 달리 센티스의 뒤를 묵묵히 따르던 베티가 히죽거렸다.

- 길도 못 찾는 바보- 

‘저것이 정말!’

사사건건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베티를 몸을 돌려 바라본 그는 차마 때리진 못하곤(어차피 기간테스 안이었으니까) 들고 있는 검을 사방에 휘저었다, 그때 생각자도 않은 일이 벌어졌으니….

“선장님!!”

‘응?’

자신의 검에 벌어진 틈으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리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선장님이라니?? 혹시?

센티스는 소리가 들린 틈에 다시 한번 검을 들어 휘저었다. 그리고 그 틈사이로 손을 집어넣고 그 무지막지한 힘으로 찢어내자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상처 입은 사람과 겁에 질린 사람들…. 

“항복! 항복이요!”

누군가의 소리침을 시작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앞 다투어 손을 들어 항복을 자처했다. 그들이 있는 곳은 수많은 파이프가 빼곡히 차 있는 공간. 더불어 평민이라고 볼 수 없는 화려한 옷차림의 사람들.

-…야! 아까 너 바보라고 하는 것 최소.-

설마 이렇게 빨리 적이 심장부를 찌를 것이라 생각하지 못한 베티의 어이없는 한숨에 센티스는 왠지 모를 쑥스러움을 느끼며 머리를 극적이었다. 그런 그들의 너머 지휘자의 집무실 너머로 보이는 곳에는 아군의 비공정이 서서히 이동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마 카시카스에 몰려들었던 적의 기병에 마지막 일격을 가할 속셈인 것이다, 

전투가 시작되고 싱겁게 5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간. 제국의 비공정 3척 적에게 탈취. 2만에 이르는 기병 중 대부분 마장기와 진형이 흐트러진 사이 급습한 아스프라스의 기병과 마지막을 장식한 황혼의 천사에 의해 사망 3천에 부상 5천. 도망병 8천에 포로 4천…. 

아스프라스의 피해. 

마장기 손상 무, 비공정 외벽에 다수 손상. 마법공격에 의한 카시카스의 보병 약8백, 기병 1500, 사망. 

보병 100(숫자가 적은 이유는 넘쳐다는 신관덕분) 기병 3천 부상. 

전리품.

비공정 3척, 마장기 30대, 기마 6천 마리. 각종 병장기. 기타 다수….

비록 국지전(?) 이었지만 제국 라고의 패배는 전 대륙을 놀라게 하였다. 그 대륙 최고 군사강국이라 이름 붙은 제국이 한낮 하찮은 공국에 패한 것이다. 동원된 전력을 떠나 패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중요한 것. 제국의 황제는 참지 못하고 국경에 최소한의 병력을 제외한 모든 군사력을 집중을 명했다. 이대로 두었다간 제국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주위의만만치 않은 제국들에 허점을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스프라스 또한 멍하니 시간을 보낸 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당장 가용병력이 확실히 줄어든 제국의 사정에 아스프라스는 탈취한 마장기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마장기 50구를(나머지는 수도에) 동원하여 진격을 시작하였다. 어차피 제국의 북부는 큰 도시들이 없었고 고작 카시카스와 아스프라스뿐이었기에 허허벌판을 마치 성난 누우처럼 뒤 흔들었다. 또한 그것에 그치지 않고 탈취한 비공정 수리도(기간테스들의 흔적) 빼먹지 않았다. 

물론 이제까지는 내적인 일. 외적으로는 제국의 주위의 나라들에 사신을 보내어 지원을 요청했다. 처음에는 당연이 모든 국가들이 고개를 흔들었다. 

당연한 것이지만 백단 단위의 군인을 가지고 있는 제국에 고작 5만의 적을 무찌른 것으로 위험한 거래를 할리 없었으니까. 하지만 파견된 사자들은 이제까지 이들과는 달랐다. 자신들은 목숨을 걸었고 죽어도 제국에 막대한 피해를 먹이고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들에게 이해시킨 것이다. 그의 말에 각 제국과 왕국들은 조금씩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였다. 더욱이 아스프라스에 직접 전투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1천에 다다르는 성기사를 파견한 각 교단들의 설득 또한 각 국가의 마음을 흔드는 것에 한 목한 것도 사실…. 

작은 국지전으로 시작된 전장의 불꽃이 그동안의 평화를 뒤로하고 서서히 불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진정한 제국의 힘은 손끝하나 다치지 않은 상황. 그들은 주인을 물어뜯은 아스프라스에 응징을 취하기 위하여 서서히 모여들었다. 그들은 아스프라스가 얼마나 많은 제국의 영토를 침범한다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자신들이 승리할 것이니까. 하지만 누구의 농간일까? 제국의 수도에 또 하나의 이번이 발생한 것이…. 

그냥 설정집을 계산하여 정리해 본 개전 초기의 아스프라스와 제국 라고의 병력 차

▼병력 수 

아스프라스 - 직업군인-2만(본래 5만이었으나 제국에 삼켜지면서 해산)

- 용병 2만, 모집된 평민 4만 도합 8만

- 용병과 평민이라지만 대부분 국가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쌓음

제국 라고 - 군인-90만, 귀족들의 사병-30만 -= 대략 추정치

(모든 이들은 모병제로(귀족들은 직업군) 강제로 5년간 군무, 군인으로 간이들의 가정은 세금감면. 각 가정의 수입의 40% 이상이 세금이었기에 5년간 세금감면은 막대한 혜택 임 )

- 예비군-100만?? 추정 (35세 이전의 군 복무를 끝낸 이들) 

- 막대한 국경선에 의하여 실제 가용할 수 있는 병력은 생각보다 적음

▼비공정

아스프라스 - 탈취한 제국의 비공정 1척

제국 라고 - 27척

▼마장기- 총 마장기 5급으로 환산 함, 계산된 대수는 단순한 서류의 추정치 이며 실전에서는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음 

아스파라스 -42대, 기간테스 20대

4급 마장기 1대

5급 마장기 31대+후작의 비공정에서 탈취한 마장기 10대 = 41

1,5등급 기간테스 20대(아스프라스 인들은 3급으로 보고 있지만)

=모든 마장기를 5급으로 환산했을 시 

기간테스-20대x50(1,5등급으로 계산). 4급 1대x3, 5급 41대x1

총 1044대.(간단히 기간테스를 아스프라스 인들이 생각한 3급으로 생각하고 계산하면 총244대) 

제국 라고 -411대

2급 흡장석 없는 마장기 1대

3급 마장기 2대

4급 마장기 22대

5급 마장기 386대 

=모든 마장기를 5급으로 환산했을 시

(2급 1대x30, 3급 2대x10, 4급 22대x3, 5급 386대x1)

총 502

휴... 이제 연참 끝입니다, 어느 정도 화가 풀리셨는지....

일단 계산해보니 다음주에는 진이 나올 것 같군요^^

뭐 지금 전쟁을 조금 시작한 단계에서 진으로 넘어갈까? 아니면 전쟁 이야기는 일단 이것으로 끝을 내고 진으로 넘어갈까 생각 중...

문제 있음 리플요^^

던젼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수많은 함정? 그렇지 않다면 끝없는 미로? 흔히 어떤 영웅(대체로 이런 경우 멸망한 왕국의 왕자라는 설정이 대다수이다)이 고대의 던젼을 발굴하여 마법검, 마법갑옷 등등의 완전무장 마법 세트를 장착. 던젼의 수많은 금은보화를 이용하여 원수를 물리치고 왕궁을 건설했다… 식의 이야기는 종종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허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던젼은 지하에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지상에 건설하는 것 보다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 당연한 것이지만 이 세상에 돈 없이 할 수 있는 일는 존재하지 않았으니 국가단위가 아닌 바에야 개인이 건설할 수 있는 던젼은 뻔했다. 물론 국가에서 무기들을 상대국가로부터 숨기거나 만약을 대비, 왕국의 보물을 숨기기 위하여 만드는 경우는 종종 있어도 개인들이 던젼을 만들 이유 따위는 없지만….

허나 사람들 중에 별종은 당연히 존재했고 개인이 던젼을 만드는 경우는 의외로 많았다. 하지만 돈이 썩어 나가는 개인이 있다 해서 대규모 던젼을 만든다 하여도 그 혼자 던젼을 지을 수 있지 않은가? 당연한 것이지만 수많은 일꾼들이 동원될 것이며 던젼에 필요한 자제들을 원활하게 지원 할 수 있으려면 사람이 없는 외진 곳은 불가능한 사실. 그러니 애써 지은 던젼의 비밀이 들키지 않을 수 는 없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오래된 던젼을 어떤 모험가가 발굴했다…. 라는 소문이 돌아도 실지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곤 거의 없는 것이 현실. 이미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던젼이 만들어진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내용물은 벌써 도난단한 후였다. 뭐 던젼에 값어치가 있는 물것이 있다는 가정 하에서지만…. 그래도 발굴되는 것의 거의 모든 것이 역사적인 유물이니 골동품의 가치, 관광 상품 또는 아주 우연히 발견되는(아마 도굴꾼들이 흘리고 갔을 것이라는 추측) 마법용품 등등이 있었으니 던젼 발굴에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었으니 낭만과 미녀 그리고 권력을 꿈꾸는 소년들의 희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 발자국 내딛는 것만으로도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허우적거리며 발견하는 즉시 모든 소유가 국가의 그늘에 들어가는 존재. 그 존재의 위치만 알아도 엄청난 부와 연결되어 지는, 현재 지성체가 알 수 없을 정도로 아득히 먼 과거의 존재들이 만들어 낸 진짜 던젼이라 이름이 붙을 수 있는 존재. 

바로 잃어버린 이들의 유산. 

그 광대한 크기와 고도의 지식이 응용된 마법트랩 등은 결코 몇몇 개인의 능력으로는 탐사조자 불가능한 곳이라 도굴꾼들의 손아귀에서 아직도 그 과거의 유물을 품안에 안고 있는 그것은 발굴자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보물이나 다름없었다. 뭐 발견하는 물건의 대부분이 사용방법조차 알지 못하지만 금서라는 희대의 지식의 보고 덕분에 차츰차츰 배일이 벗겨지고 있는 상황. 그런 현실이니 전 세계적인 지식추구 범죄 집단 ‘사르라‘와 각 국가들이 손을 잡은 것이 이상한 것인 아니다. 한쪽은 지식과 또 다른 한쪽은 무력과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어찌 하여튼 결론은 어중이떠중이 던젼과 달리 진짜 던젼이라 부를 수 있는 존재들은 막대한 인력과 돈, 그리고 시간을 쏟아 부어야만 이 그것이 감추고 있는 비밀의 한 자락을 들 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막대한 인명의 손실을 지지대 삼아서…. 

그러한 상황이니 해양국가인 마베스의 수도 타부로스의 지하에 있는 던젼에 들어간 일행들이 위험한 상황인 것이 뻔한 일. 더욱이 그들이 금서를 보고 내린 결론은 자신들이 들어 갈 곳이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도 없이 특별한 지역이라는 사실이었다. 예로부터 중요한 지역은 다른 곳보다 뭐가 달라도 다른 것이 현실이었으니 진짜 던젼의 무서움을 아는 그녀들은 겉으로 들어나지 않게 죽음을 각오했다. 

지금 일행들이 이곳에 들어온 지 벌써 10일…. 그들은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하품을 하고 있었다. 

응? 하품??

“슬슬 이곳도 지루한데?”

그동안 친해졌다는 뜻일까? 아무리 주위에서 힘없고 침략할 가치조차 없는 왕국이라도 공주는 공주. 그동안 귀족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예의만은 잃지 않았던 에레나는 석제로 만들었을 먼지 가득한 던젼의 바닥에 앉아 입을 가리지도 않고 크게 하품을 했다. 그런 모습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그녀의 호위기사 키이가 옆에 있었지만 에레나는 그에 신경 쓰지 않고 이번에는 옷 속으로 손을 집어놓곤 긁적거리기까지 하는 상황. 하긴 너무나 좁아 흑랑 조차 들어 올 수 없어 각자의 짐을 스스로 짊어져야 했던 그녀는 10일 가까이 동일한 모습만 보아 서서히 정신적으로 피로해 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것은 다른 일행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인 상황이었으니 깐깐한 호위기사인 키이도 잠시 후 그런 그녀에게 신경을 끊고 그녀 옆에 주저앉았다.

다행인지 일행들 중에서 아직 두 눈을 번뜩이고 있는 이들도 있었으니 바닥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진과 그에게 고용된 용병 중 한명으로 마법트랩에 적혀 있는 마법진의 일부분에 정신이 팔려 있는 기스빈, 그리고 에레나와 마찬가지로, 아니 그녀보다 더 지식에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사르라 소속의 네리아였다. 지금 그녀는 석제의 틈 사이로 검을 집어넣으며 감탄에 연발을 날이고 있었으니 모든 이들이 지루하고 귀찮은 표정을 짓고 있는 와중에서 유일하게 생생한 3명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지금 이곳이 죽음과 가장 가까운 던젼이라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이 일행들의 얼굴이나 몸에서는 작은 상처 하나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10일이나 지하에 있었던 사람치곤 깨끗이 세수까지 한 모습. 지루함에 질려가는 얼굴만 뺀다면 한적한 건물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 이들의 모습이었으니 이곳이 던젼이라는 사실은 그 어디에서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쿠아아아앙-

역시나 이곳이 던젼이라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이 울리는 기괴한 울음소리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일행들은 그 소리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런 일행들의 모습에 분노한 것인지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내는 기괴한 모습의 인간 형상을 한 움직이는 돌덩이…. 행동에 많은 제약을 가지고 있는 던젼에서는 최강이라 불리는 마법으로 움직이는 골렘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허나 통로를 꽉 체우며 자신들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빛 덩어리의 그것에 어렴풋이 실루엣을 들어내는 것을 보는 일행들의 눈에는 조금 전과 다름이 없었다. 무지무지 귀찮다는 표정,

“푸우웅”

주위를 비추는 밝은 불빛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붉은 빛이 진의 손아귀에서 빠져 나가자 일행들은 미리 짠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들의 온몸을 뒤덮는 순간적인 뜨거운 열기…. 에레나의 끈질긴 물음에 진이 귀찮은 표정으로 소이탄이라 대답한 것이 발사된 것이다(루미나와 키네라가 가지고 있던 권총형 레일건의 소이탄). 

“쿠아아앙!!”

골렘도 고통을 느끼는 것일까? 당연한 것이지만 일직선의 선상이라 정확히 날아간 후 내부 껍질이 깨지며 쏟아져 나온 화학물질은 명중된 스톤 골렘의 겉 표면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외부를 이루는 돌조각이 녹아 흐를 정도의 상황. 본래 이런 던젼을 지키는 골렘은 마법에 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어 파괴하기가 매우 곤란한 존재였다. 그렇지만 진이 사용하는 소이탄에 마나가 깃들어 있을 리가 없는 일. 덕분에 효과는 확실했다. 하지만 그것만이 끝이 아니라는 듯이 골렘의 내부 핵을 이루고 있는 보석이 달구어진 몸체 덕분에 서서히 영향을 받기 시작할 때 진의 손아귀에서 두 번째 탄환이 발사 되었다.

역시나 정확히 골렘에게 명중하는 탄환, 허나 그것은 소이탄과 반대 작용을 했다. 골렘에 명중하여 깨진 틈으로 삐져나오는 액체에 의하여 뜨겁게 달구어진 주위가 순식간에 서리가 낄 정도로 냉각되어 버린 것이다. 당연한 것이지만 급격한 온도변화에 견디지 못한 골렘은 순식간에 조각나 버렸고 그 모습에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일행 중 키네라가 터덜터덜 반쯤 녹은 상태에서 냉각되어 볼썽사나운 골렘을 요리조리 바라보다 아직 후끈한 열기 사이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지금 이곳이 지하라는 감안하여 파괴적인 무기는 사용하지 못하는지라 귀찮은 것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과 같이 일행들은 의외의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 키네라의 손아귀에 들려진 그것은 어린아이 주먹만한 붉은 루비, 진 덕분에 깨지고 회손 된 상태라 보석의 가치는 상당히 떨어졌을 것이지만 그 크기만으로도 보통의 그것을 능가하는 존재였다. 

“저번 샘플과 같은 형식의 보석입니다,”

보석의 주위에 그려져 있는 마법식이라는 도형을 자신의 품속에 있는 역시 붉은 루비와 비교한 키네라의 말에 진은 그녀에게 받아 든 그 보석을 슬쩍 살펴보다 귀찮다는 듯이 기스빈에게 넘겨버렸다. 진의 입장에서야 보석이 가치도 없었고 이미 동일한 샘플을 그동안에 자신들을 습격한 골렘에게서 회수한 상태였으니 아까울 것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법사의 입장에서 자신들과 수준이 다른 마법의 공식이 적혀있는 골렘의 핵이 되는 보석은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였으니 당연히 기스빈은 감사히 받았다. 물론 일부 이들의 눈에는 미약한 탐욕이 깃들었지만 진 앞에서 당당히 욕심을 차릴 이는 이곳에 아무도 없었다. 

“움직이자”

남들 같았으면 한바탕 생사의 갈림길에서 허우적거렸을 상황을 마치 파리 잡듯 간단히 끝내며 소리치는 진을 물끄러미 바라본 세이시나는 움직이자는 진의 손짓에 엉덩이에 묻어 있는 먼지들을 털어냈다. 그런 그녀의 옆에선 진에 대한 반감인지 그녀와 어느 정도 통하는 것이 있는 진에게 고용된 용병 3인 중 하나인 아르지아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젠장. 누가 던젼의 골렘을 수십 단위로 파괴했다는 이야기를 하면 누가 믿을까?”

몸이 약한 관계로 자신의 짐을 대신 들어주는 아르지아의 곁에서 묵묵히 물을 마시고 있던 고용된 용병 중 마지막 1명인 신관 아세스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웃음을 지어 주었다. 지금 그녀의 모습과 이곳에 오기 전 일행들만 간다는 진의 말에 펄쩍 뛰었던 모습을 비교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기억의 뒤를 따르는 끔직한 악몽….

그녀의 기억으로 10일전, 

자신들의 고용주인 진은 마베스의 수도를 단지 자신의 부하가 다쳤다는 명분으로 모조리 뒤집어 버렸다. 사건에 연관된 이들은 모조리 죽음을 당했고, 그것은 귀족만이 아닌 수도의 진정한 어둠의 실력자 또한 그 화를 피할 수 없었다. 당사자인 귀족만이 죽음을 당한 것은 아주 운이 좋은 경우, 자신들의 가신을 이끌고 저항한 이들은 하늘에서 고용주의 비공정에서 발사한 번득임과 동시에 모조리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렸다. 왕궁의 참사는 그 뒤에 일어날 일에 비한다면 시작도 하지 않은 것이다. 덕분에 수도의 평민들은 영문도 모르고 귀족들과 그들의 사병들이 허무하게 조각나는 장면을 구경만 했다. 

뭐 아침이 되자 진의 허락을 맡은 왕이 평민들에게 사회의 해약이 되는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하여 움직인 정의의 기사들이라는 거짓에 그동안 그들에게 지독한 시달림을 겪었던 주민들이 ‘국왕만세’ 라고 소리친 것은 신경 쓸 것은 없겠지?

당시를 회상하자 그때 죽어간 수많은 이들의 넋을 잠시 신께 기도드린 아세스는 물끄러미 짐을 싸고 있는 세이시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세스, 그녀는 그 당시 주위에서 들리는 죽음의 신음소리에 충격을 받고 무작정 성안을 배회하였다. 이미 진에게 제압된 덕분에 그녀를 막는 이들은 아무도 없는 상황. 그때 그녀는 우연히 볼 수 있었다. 세이시나와 진의 대화를…. 하지만 그 당시 그녀가 바라보는 세이시나는 보통 때의 그녀가 아니었다. 신성한 빛이 흘러넘치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던 것이다. 그에 자신도 모르게 위축된 아세스는 그들의 모든 대화를 모두 들을 순 없었지만 몇 가지의 단어는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바로 세이시나의 하늘의 비공정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조약위반이라는 소리. 그리고 진의 ‘위반이라…. 나 자신의 위협에 대하여 응징 할 수 있다는 약속은 잊어버렸나? 조약을 위반하고 있는 것은 너희들이야’ 라는 소리 등등. 서로의 설전이 오고간 후 진의 말에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자신이 보기에는 말문이 막혔다는 것이 더 어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 음성에 깃들어 있는 힘의 여파를 이기지 못한 아세스는 서서히 정신을 잃어갔다. 

그런 그녀가 정신을 차린 것은 왕국의 귀족들이 머무는 방으로 보이는 고급스러운 침대. 아침의 햇살과 같이 찾아온 아르지아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만을 끄덕인 그녀는 어제의 궁금증을 도저히 참지 못하고 세이시나를 찾아 갔다. 진도 있었지만 어제의 잔인한 모습에 겁이 난 그녀가 그에게 당당하게 물어볼 배짱은 없었다. 하지만 세이시나에게 돌아온 것은 의문 섞인 질문. 도리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그녀의 반응에 한동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던 아세스는 그녀의 맑은 눈동자를 바라보다 입을 다물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어제의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합구하는 것에는 어제 세이시나에게서 느껴지던 성스러운 기운으로 보았을 때 악의 그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던 것도 한몫했다. 그렇지만 왜 세이시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란 말인가?

세이시나의 마음속에 조금씩 발생한 반감과 비슷한 의문이 아세스 그녀의 마음에도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으. 무거워! 이거 누가 좀 같이 들어줘”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아세스, 그녀를 현실로 이끈 이는 바로 루미나의 목소리였다. 지금 일행들은 모두 짐을 한가득 짊어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루미나는 짐 대신에 길쭉한 무언가를 짊어지고 있었다. 당연한 것이지만 남의 손을 빌릴 정도는 아닌 무게. 하지만 루미나는 지금 중력권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칭찬해 줘야 할 아돈족이지 않은가? 그녀의 칭얼거림에 아세스는 기분 나쁜 좀 전의 생각을 고개를 흔들어 지우곤 힘겹게 걸어오는 루미나에게 다가갔다. 아무리 자신의 짐을 아르지아가 대신 들어준다 해도 모든 이들이 한가득 짐을 들고 있는 상황에서 맨몸이라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온 것이다. 

아세스가 다가오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루미나를 잠시 한숨을 쉬며 바라보던 키네라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진의 뒤를 서둘러 따랐다. 그녀 또한 등의 짐이 무거웠지만 내색할 수 는 없는 입장이었다. 

당시 이곳에 출발하기 전 통로가 너무 좁았으니 ‘너희들은 기지에서 할 일이 있지 않느냐‘ 라는 진의 말에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울상을 지은 장갑보병들을 서둘러 돌려보내고 남은 이들은 몇몇의 다크스타의 탑승자들. 하지만 그들을 동원할 수 는 없었으니 남은 것은 일행들의 몸뿐인 상황이었다. 뭐 일행 중 몇몇(세르피와 아르, 세이시나)이 반발을 하기도 하였지만 진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다크스타에 남는 수밖에 없었으니 지하에 무엇을 있을지 궁금증을 참지 못한 이들은 어쩔 수 없었다. 더욱이 진이 항상 짊어지고 있는 가방을 잠시 들어본 그녀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가방이 무겁다는 소리는 더더욱 하지 못했다. 아무리 자신들과 다른 신체를 지닌 지구인이라 하지만 진이 들고 있는 가방은 그녀 둘과 루미나, 키네라 이렇게 4명이 동원해도 살짝 드는 것이 전부였던 것이다, 그런 가방을 드는 사람 앞에서 차마 무겁다는 말을 할 만큼 그녀들의 얼굴은 두껍지 않았다.

그렇게 일행에서 제일 앞장서는 진과 키네라가 걸음을 옮기자 나마지 이들도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둘의 뒤를 따라나섰다. 이미 10일나 같은 환경에 반쯤 정신이 나가는 이들이었지만 이제 와서 돌아갈 수도 없지 않은가? 일행들의 얼굴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던젼을 탐험했던 이들과 같은 절망감이 뒤덮여져 갔다. 뭐 의미는 분명 다른 것이겠지만…. 

연참입니다,^^  

던젼에 들어온 지 12일 째….

“멈추게!!”

묵묵히 눈앞의 이의 모습만을 따라 무의식적으로 걷던 일행들은 기스빈의 소리침에 ‘또 야’ 라는 의미의 한숨을 내셨다.

“함정인가?”

“마법함정이요.”

그것이 무엇의 용도인지 알 수는 없지만 기스빈은 느낄 수 있었다. 희미한 마나의 움직임을… 다른 던젼 탐험가라면 그것은 절망과도 같은 선언. 외길의 던젼에선 눈앞에 마법의 함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도 속수무책을 수밖에 없었다. 돌파! 아니면 되돌아가느냐! 의 갈림길에서 선택권은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일부 국가는 던젼에 많은 수의 노예를 집어넣기도 했다. 함정에 아무런 지식이 없었던 그들은 몸으로 함정을 파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다행이랄까? 일행들은 다른 이들과 달리 선택권이 하나 더 있었다.

“루미나!”

진의 소리침에 힘겹게 그 쇳덩이를 아세스와 들고 있던 루미나는 황급히 진에게 달려갔고 루미나가 건네주는 그것을 조심스레 건네받은 진은 두 팔을 이용하여 가볍게 잡았다. 마치 라이플을 잡는 것처럼…. 진의 모습에 일행들이 서서히 뒤로 물러서는 사이 진이 잡고 있는 그것의 한쪽 끝이 붉게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예열이 다 되었군.”

기다란 쇳덩이의 한쪽 부분에 붙어 있는 화면에 나타난 그래프를 확인한 진은 이윽고 그 붉게 물드는 곳을 기스빈이 마법함정이라 알린 지면에 대고 쏘았다. 

지지지지

순식간에 붉은 빛에 잘려지는 바닥. 단단하기 이를 때 없는 견고한 건축물이라 해도 고출력 레이저 앞에서는 두부와 마찬가지였다. 지금 자신이 이 행성의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는 것을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지 진은 자신이 들고 있는 레이저건의 출력을 높여 나갔다. 그러자 그 엄청난 온도에 타 부위에 영향을 미치기도 전 사람 하나가 빠져 나갈 정도의 구멍이 순식간에 만들어 졌다. 

쿠당!!

레이저 덕분에 지지할 곳을 잃은 석제의 일부분들이 뿌연 먼지를 동반하여 사람들의 시야를 뒤덮였다. 공기 순환이 잘 안되는지라 일어난 먼지들은 한동안 사람들의 시야를 가득 매웠고 잠시 일행들은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제 중심까지 70% 왔군.”

일행들이 먼지와 싸움을 하고 있는 사이 진은 아직도 뜨겁게 달구어진 레이저건을 한쪽 벽에 세워두곤 다크스타가 상공에서 투시한 지하도의 모습과 현재의 위치를 확인했다. 진의 팔에서 생성된 입체영상으로 나타나는 지하도 즉 던젼의 모습은 거대한 팽이의 그것이었다. 한마디로 마베스의 수도 면적과 비슷한 상층부와는 달리 밑으로 내려 갈수록 점점 팽이와 같이 면적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 엄청난 던젼을 진의 일행은 단기간에 아무런 피해도 없이 돌파한 놀라운 사실이 정작 당사자들에게는 직접적으로 닫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대충 계산해도 앞으로 6일이나 더 가야 한다는 말이야?”

레이저 건 따위는 이미 관심을 끊었는지 지루함에 서서히 히스테리 반응을 보이고 있는 에레나의 중얼거림에 나머지 일행들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밀폐된 공간에 장시간 있었던 일행들은 계속 걸어야 했던 몸보다 마음에 더 피로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 끝이 아니라니….

“…그렇다면 이대로 물러나자는 것인가?”

냉정한 진의 말에 일행들은 어쩔 수 없이 짐을 들어 깔끔하게 구멍이 난 지하로 몸을 움직였다. 이제까지 온 거리가 아까운 것도 있었지만 이곳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가? 다른 것은 다 넘어간다 하지만 이곳 마베스의 수도에서 일으킨 진의 만행(진의 행동은 그들에겐 만행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뭐 진이 살짝 보여준 세력에 처음보다 고분고분해 졌지만)으로 죽어간 이들은 생각하면 이대로 멈추는 것은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는 것이니까. 이미 죽어간 이들이 그녀들의 행동 따위에 관심이 있을 리 없었지만 그녀들은 진을 말리지 않은(못한 것이지만) 자신들의 죄책감을 그런 식으로 합리화 했다. 

그런 일행들 중에서 역시나 네리아와 같이 앞으로 6일 후면 볼 수 있을 과거의 유산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 이들도 있었지만…. 

일행들이 지하로 사라진 사이 그들의 머리위에서는 지금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었다. 국가단위로도 가질 수 없는 최고의 전략적인 무기가 개인의 손아귀에 있다는 사실에 대륙의 모든 국가들이 경악한 것이다. 더욱이 비공정의 최고 적이라 생각한 드래곤까지 잡아 버리는 위력이라니…. 이미 끝난 축제의 참가자라는 명목으로 밀어닥친 각국의 사람들 덕분에 마베스의 수도 타부로스의 숙박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행복의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이 세상에 즐거운 이가 있으면 피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는 법. 숙박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 그들과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는 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허허!! 나는 그들이 누구인지 모른다니까요!!”

-이거 우리 사이에 이럴 수 있는 것입니까? 분명 그들은 당신의 명령을 듣고 당신들의 반대파를 무너뜨리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그들과 나를 좀 소개시켜 주라는 것 아닙니까!-

“나는 모르오! 그들과 직접 이야기 하시오!”

-허허! 이거 너무…-

남의 속도 모르고 그동안 얼굴도 비치지 않았던 이들이 통신을 요청해 오자 왕실의 통신 마법사는 죽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골치가 아픈 이가 있었으니 바로 마베스의 왕 차코스코 비 마베스는 둥근 원통형의 수정구술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통신 마법사에게 통신을 끊으라는 손짓을 보냈다. 

‘뭐 내 명령? 그것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좋단 말인가?’

식은땀을 신경질적으로 훔친 그는 앞으로 약속 지어진 통신스케줄을 보곤 한숨을 쉬었다. 그들의 조건을 들어주는 것의 대가로 한 사소한 대가. 그들이 한 죽음의 향연을 자신의 이름으로 공포하는 것이 이러 결과를 낼 줄이야. 그렇다고 차마 어떤 괴 집단에 자랑스러운 마베스 왕국이 처절하게 당했다는 말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정말 울고 싶은 마음뿐인데 통신으로 들어온 이들은 한결같이 비공정을 거느리는 집단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니…. 그들은 대부분 그와 친분이 있었고 무시할 수 없는 자리에 앉아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라 거절할 수도 없었다. 

만약 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그러 망신이 또 있을까?

그렇다고 군대를 동원할 수도 없고…. 아르의 예상대로 처음에는 국왕 자신도 군대를 동원하여 이 발칙한 이들에게 정의의 철퇴를 내려주려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드래곤과의 싸움을 보기전의 생각. 대외적으로 비밀이지만 마베스도 비공정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해양국가라는 것의 장점으로 비공정은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섬에 숨겨져 있었지만…. 비록 대륙 유리치안의 제국 라고의 비공정처럼 300m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크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230m의 거대한 크기를 자랑했다. 국가의 초 비상시를 대비하여 선조들이 만들어 놓은 최고의 유산. 따라서 그는 다른 군부에 무식한 왕 답지 않게 비공정이 어느 정도 힘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았다. 그런데 비록 크기는 작지만 드래곤까지 뭉개버리는 비공정 7대라니, 싸울 마음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자신의 자존심을 뭉갠 이들에게 두 손 놓고 있으란 말인가? 국왕은 자신의 자체적인 정보망을 총 동원하여 자신들을 공격한 비공정의 출처를 찾았다. 제국이 아니라면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죄가 되는 그것을 개인 소유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뒤져보아도 다른 나라가 비공정을 건조했다는 이야기는 없지 않는 상황. 어디 외딴 섬에서라도 건조하지 않은 이상 남들의 눈에 띌 수밖에 없는 것이 비공정의 특성이었고 특이하게 그의 선조들이 외딴 섬에서 비공정을 만들었지만 그 1척을 만드는데 수백 년이 걸린 것을 생각해 볼 때 절대로 섬은 아니었다. 비밀 유지에는 좋을지 몰라도 비공정 하나에 들어가는 자제의 양은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니까.

“그렇다면 진짜 개인의 소유인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들의 요구나 살짝 보여주었던 기술을 생각하면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들… 뒤에 있는 배경이 국가라면 그런 식의 요구 따위는 있을 수 없었다. 비공정을 7척이나 가지고 있는 국가가 뭐가 아쉬워서 이런 골치 아픈 짓을 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설마 진짜 개인의 소유라는 것인가? 저 거대한 존재들이?

왕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햇살을 가리기 위하여 쳐 두었던 커튼을 쳐냈다. 그러자 평소 보였던 시가지가 아닌 검은 빛의 7개의 거대한 무리… 그리고 한참 건설 중인 자신의 왕궁. 진이 건넨 돈으로 드래곤에 의하여 파손된 왕궁은 빠르게 보수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그런 것이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거대한 검은 빛의 무리… 

‘저것만 있다면’

비록 씹어 먹을 진이었지만 그래도 자신들의 정적인 귀족들은 죽여준 것은 감사하는 왕이었다. 더욱이 한해 마베스 왕국이 벌어드리는 모든 금액을 상회하는 엄청난 보석을 생각하면 사실 진의 등장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처참하게 뭉개진 자존심은 어쩌라는 것인가? 국가의 위신은?

아무리 강한 비공정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모는 것은 사람. 아무리 강한 군대가 있다 하더라도 그들 위의 지휘자를 사로잡으면 되는 일!

“아버지. 누님께서 통신이 왔습니다.”

때마침 등장하는 왕자의 모습에 국왕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의 딸은 왕인 그를 담지 않고 어머니를 닮아 꽤마 미인에 속했다. 당연한 것이지만 그녀는 그 얼굴 덕분에 비싸게 팔려나갔고 지금은 하이아라스 남부에서 손꼽히는 군사국가인 트라레스의 황태자의 아내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비록 하이아라스가 옆의 유리치안 대륙보다 군사력이 월등히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트라레스는 그런 유리치안의 비슷한 국가에 비하여 꿀리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막강했다(어디까지나 유리치안의 보통 왕국에 한해서 꿀리지 않은 다는 것이지 제국에 비할 바는 아니다). 더욱이 그들은 비공정을 무려3대가 가지고 있는 사실! 그들과 손을 잡고 검은 비공정의 주인, 즉 진을 붙잡은 후 협박을 통하여(살려둘 생각은 없지만) 총 7척의 비공정 중 5척을 자신이 먹고 나머지 2척을 협력한 트라레스에게 넘긴다는 것이 그가 세운 계획의 요지였다.

물론 트라레스에게 비공정을 부탁할 정도로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국왕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바로 트라레스의 후작의 자리를 꿰차고 있는 소드마스터! 그들을 끌어들이지 않고 군대를 동원한다면 좋겠지만 군대를 동원하는 일은 너무나 시선을 끌었다. 그러니 극소수의 기사들을 동원하여 적의 수뇌를 잡는 것! 파티장에서 자신의 기사들이 무참하게 죽어나가는 것을 직접 본 국왕은 숫자의 우세함이 아닌 절대적인 수단을 가지고 싶어 했다. 그렇지 않다면 섬광의 노을이라는 칭호를 받은 소드마스터를 끄집어내면서 아까운 비공정을 2대나 줄 리가 없었으니까. 설마 소드마스터를 이기는 검술을 가지고 있지는 않겠지! 

국왕은 자신의 계획이 마음에 쏙 들었다. 

며칠 전 진실 된 사정과 그의 계획을 듣곤 긍정적인 대답을 자신했던 자신의 딸의 모습을 생각하며 국왕은 즐겁게 발걸음을 때었다. 이제까지는 명확한 대답을 듣지 못하여 사방에서 압박하는 이들에 식은땀을 흘려야 했지만 만약 트라레스가 자신의 청을 듣는 다면, 아니 이런 조건을 누가 마다하는 것인가? 당연히 승낙할 것이라 생각한 국왕은 걸음을 옮기면서 압도적인 군사력과 풍부한 자금력으로 유리치안 대류그이 제국처럼 강대한 힘을 쥘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며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부자는 생각이 통하는 법인지 국왕의 눈빛을 받은 왕자 또한 이미 계획을 알고 있었으니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국왕이 자신들의 머리위에서 딴마음을 먹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행들은 힘없는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아니 지금의 모습을 보았을 땐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그녀들의 지금의 모습을 반등시키기에는 어려운 일인 것 같았다. 물이야. ‘극지 전용 급속 수분응결기’라는 다소 장대한 이름을 갖고 있는 도구를 이용하여 해결했고 조리 할 필요가 없는 음식이면서 동시에 그동안 먹어보지 못한 천상의 맛을 자랑하는 레이션이라는 물건이 있었으니 외부 환경으로 죽을 염려는 없는 없었다. 하지만 사람이 항상 같은 풍경만 보고 있으니 그녀들의 정신은 조금씩 날카롭게 세워진 상태. 눈앞의 자신들을 이끄는 이가 진이 아니라면 예전에 모든 것을 뒤집어 버리곤 물러났을 상황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하루에도 몇 번씩 사라지는 일행들의 이성에도 눈앞에 존재. 진을 건드리면 좋지 않다는 것을 그동안 뼈 속 깊숙한 곳까지 박혀있던 무의식 덕분에 화끈하게 터지는 일은 없었던 것이 다행이랄까?

“지루해 지루해 지루해 지루해” 

특히 마치 주문을 외는 것처럼 중얼거리는 에레나의 모습이 가장 섬뜩했다. 하여튼 아무리 먼 길이라 해도 결국에는 끝이 나타는 법! 일행들은 좀비와 같이 반쯤 마비된 모습으로 묵묵히 걷기만 해서인지 예상시간보다 월등히 빠른 16일째 되는 상황에 눈앞의 풍격이 바뀌는 것을 그녀들은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았다. 그동안 장갑보병이나 흑랑이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외길의 통로에서 갑자기 광대한 면적의 광장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뭐 조금 전과 별 차이가 없는 석벽이 가득한 공간이었지만 일행들은 탁 트인 주위의 모습만으로도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소박한 모습을 보였다. 

장장 16일!!

그동안 자신들이 걸어왔던 지옥 같은 통로를 되돌아보는 일행들이 얻은 것이라곤 세이시나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던 세르피와 아르가 누그러졌다는 것과 세이시나와 아르지아가 진에게 품고 있던 증오가 조금 희석된 사실. 마지막으로 150구에 달하는 여러 골렘들의 내부에서 건진 보석들과 마법함정을 발동시키는 마법진 수백개의 수식을 적은 종이. 마지막으로 역사적인 유물이라 할 수 있는 던젼에 수많은 구멍뿐이었다. 

어찌 하여튼 일행들은 다시 지상에 돌아가려면 자신들이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지금의 자유(?)를 잠시 누리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들이 왜 이 짜증나는 곳에 와야 하는지 깨달은 일행들은 서둘러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정말 질릴 정도로 광대한 면적을 자랑하는 던젼이었으니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덕분이었다. 

“뭐야! 이곳에 목적지가 맞아?”

허나 아무리 주위를 뒤져보아도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은 모습에 자신들을 이곳까지 이끌고 온 진에게 모두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사실 일행들은 이곳까지 오면서 자신들을 저지한 것이라곤 고작(?) 골렘과 마법함정뿐이었다는 사실에 조금 불안감을 느꼈다. 물론 그 두 가지가 딴 던젼에 나오는 것에 비한다면 전혀 부실하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자신들이 걸어온 던젼의 규모로 볼 땐 너무나 싱거운 것이 사실. 물론 세월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부셔진 기계적인 함정들도 존재하였다. 덕분에 트레저 헌터인 자신이 할일이 없어지자 아르지아는 상당히 빈둥거려야 했지만 부셔진 기계적 함정과 마법함정, 그리고 골렘을 조합해도 규모에 비해 너무나 부실했다.

“혹시 지하에 또 있는 것 아닌가요?”

이제까지 레이저건을 이용하여 바닥에 구멍을 뚫는 것을 생각해낸 루미나의 발언에 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상공에서 투시한 이곳의 지도에서 자신들이 있는 곳은 맨 아래쪽. 더 이상 내려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던젼을 만드는 수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여기가 최종 목적지다”

“말도 안돼!”

넓은 공간에 도착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일행들은 허탈한 모습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제까지 자신들이 한 일은 뭐란 말인가?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던 지난날을 상기하며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은 이들도 있을 정도로 일행들이 느끼는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여기 좀 와보세요!!”

처진 어깨를 추스르지 못하는 일행들에게 어쩌면 마지막 희망이라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바로 다른 일행들과는 달리 이곳에 온 뒤로 흥분된 시선으로 주위를 관찰하던 네리아의 음성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다가간 일행들은 그녀가 품안에서 꺼낸 부드러운 솔로 벽을 문지르는 장면을 바라보았다. 세월의 증거인 엄청난 먼지들이 그녀의 조심스런 손길에 서서히 사라져 가고 그 안쪽 깊숙이 모습을 숨기고 있던 존재들이 이윽고 일행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해… 해석을!”

누군가의 외침에 그때야 자신의 역할이 왔다는 것을 깨달은 에네라는 머리위에 떠있는 기스빈의 마법등에 의지하며 시선을 집중했다. 그것은 고대 문자, 금서를 만들 정도의 시간은 아니었지만 지금으로부터 최하 1만년 이전의 문자였다. 하지만 금서에 적혀있는 지식의 영향을 받았는지 그럭저럭 통하는 것을 의지하여 떠듬떠듬 읽어 내려갔다.

“이곳은 흐림… 아니 어둠의 존재…… 존재하지 않는다, 라기 보다 형체가 없다? 잃어버린…보다는 잊혀진 이 어울리겠군. 하여튼 잊혀진 유물에 자신들의 피난처를 만든다? 응?”

머리를 긁적이는 에레나… 망연자실한 일행들…

“그러니까 지금 이곳은 금서에 나타는 던젼이 아닌 과거 어떤 존재들이 피난처로 던젼위에 건설한 유적이라는 것이로군.”

해석이 사실이라면 무조건 외길인 것도, 고대의 던젼의 이름답지 않게 골렘과 마법함정만이 존재하는 이유가 확실해지는 순간.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녀들은 지금 자신들이 목표로 하는 던젼의 입구에 막 도착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온 것이 단지 쓸모없는 짓이라니!”

마치 하늘이 원망스럽다는 듯이 두 팔을 들며 외치는 아르지아의 외침이 좁지 않은 동공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와는 달리 에레나는 자신이 번역한 석판의 글을 보며 얼굴에 주름을 만들어 냈다. 속 시원하게 해석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몸과 마음이 피곤한 상태에서는 무리. 그렇지만 첫 구절의 ‘어둠이 존재와 형체가 없다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그 두 문장은 뒤의 피난처와는 아무리 생각해도 상관없는 이야기인데 도대체 무슨 뜻일까?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은근히 무언가를 원했지만 이룰 수 없는 것이란 사실에 충격을 먹은 일행들과는 달리 세르피와 아르는 팔짱을 끼며 진에게 물었다. 그녀들은 어차피 금서라는 것에 관심도 없었고 단지 진이 하고 있는 일의 진면목을 알고 싶어 했으니 이곳에 온 곳이 헛수고라는 것에 크게 상관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쩔 수 없지. 혹시나 이곳의 신이라 불리는 관리자들이나 하늘의 방패 등에 대한 어떤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까 했는데 시간만 낭비한 것 같군”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뜻인지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진의 모습에 나머지 일행들은 드디어 자신들이 헛된 고생을 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의 진의 모습에 알게 모르게 적응한 그녀들은 이번에도 혹시나 그가 무언가를 해줄 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들에게 진의 항복 선언은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게 했다.

“아! 이제 돌아가야 하나!”

원하는 것이 없었던 이들 중의 한명인 루미나는 자신의 짐인 레이저 건을 힘겹게 짊어졌다, 그것이 신호가 되었을까? 나머지 일행들도 몸을 일으켰다.

“잠시 만요!”

그런 일행을 이번에도 네리아가 붙잡았다. 

“아직 확인해 볼게 있어요!”

일행의 의문 섞인 표정을 받으며 네리아는 광장의 중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언젠가 한번 이런 일이 있었어요. 그때도 반쯤 포기했을 때 우연한 상황으로 돌파한 적이 있었지요.”

그녀의 말에 일행들이 어느 정도 희망을 가졌을 때 광장 중앙에 도착한 네리아는 작은 심호흡을 한 다음 항상 들고 다니는 검을 뽑아 자신의 팔을 그었다. 그냥 그었다는 것이 아닌 듯 벌어진 상처로 엄청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갑작스런 그녀의 반응에 일행들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사각형의 평평하게 다듬어진 석제들 사이로 그녀의 피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라 할 정도로 그녀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빛의 그것.

“말도 안돼! 어떠한 마나의 유동도 없는데!”

경악스럽다는 듯이 외치는 기스빈의 소리 따위는 일행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마치 바다의 파도를 연상하게 하는 움직임이 단단하기 이를 때 없는 바닥에서 재연되기 시작한 것이다. 출렁임에 재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일행들은 그 흔들림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자신들의 몸이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제 글을 올리는 시기는 제 사정에 의하여 일요일에 한 합니다.

일요일날 올리지 못한다면 다음주 일요일이겠지요?

이번주는 이것으로 그만... 제가 일이 있어서.

다음 주는 많은 양의 글을 올리겠습니다.

리플 중에 마장기의 급수는 같은 능력을 가진 기사가 탑승했을 때를 기준으로 산출한 능력치 비교지요.^^ 

사실 마장기와 같은 기체들은 능력이 부분적으로 조금만 높아도 전체적인 능력 면에서는 그 차이가 엄청나게 난다! 라는 것을 기본으로 했거든요. 

가령 보통 마장기의 모든 것을(스피드 파워 등등) 1로 보았을 때

그 상위 마장기가 스피드1,2 + 파워1,3 + 탑승감(?) 1.2 + 장갑의 강도 1.3… 등등등

으로 했을 때 전체적인 단순비교는 1 : 1.3(정도??) 라고 하지만 

전장에서 실지 그 위력은 아마 1 : 4~5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5급 마장기의 경우보다 상위의 마장기로 갈수록 능력이 좋아지기는 하지만 5급에 몇 배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 라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몇몇 분들께서 제 글이 산만하다는 지적을 많이 주셨는데… 

제 글 솜씨의 모자람 때문입니다, 죄송 죄송. 

사실 제가 글을 쓸 때 중심으로 하는 것이 일어난 사건을 다른 시각, 그러니까 진이나 그들의 일행, 또는 이 행성의 주민들의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이 하나의 사건도 다른 가치관을 적용하여 글을 쓰자 라고 했는데(개뿔이!)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조화롭지도 않고 산만하기만 하네요.(너무 왔다 갔다 한다고나 할까?)^^ 

더욱이 이 글의 모든 일의 앞으로 일어날 사건 등등이 미리 계획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갑자기 등장시키기보단 내용 중간 중간에 암시를 주어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 제 글 솜씨로 역시나 산만한 분위기에 일조를 하고 있으니… 

따가운 비평 감사들이고 앞으로 더욱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여기서 잠깐!!

리플과 추천은 작가의 힘과 에너지원입니다. 제가 아니라고 해도 글을 읽으실 땐 가끔 작가에게 추천을 주세요.~~

(항상 문제 있음 리플! 이라는 것이 조금 딱딱한 것 같아 유선반장님의 충고를 들어서 앞으로 문제 있음 리플이라는 문장과 같이 쓰기로 했음……* ^ㅇ^*)

더불어 

문제 있음 리플

“헉헉헉헉”

숨이 막혀 가슴이 터질 지경이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숨이 찬 정도로는 죽진 않을 것이지만 뒤를 쫒아오는 이들은 그녀를 확실히 저승의 강을 넘게 하고 싶어 하니까.

“조금만 더 달려!”

사방이 하나의 바위를 깎아 만들었는지 일체의 틈도 보이지 않는 굴을 정신없이 내달리던 아세스는 자신을 응원해주는 아르지아의 격려에 힘들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미 한계에 달한 체력. 나이도 나이지만 용병인 아르지아보다는 신관인 그녀가 체력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어두컴컴한 통로를 엉성하게 만든 횃불 하나로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라 몸 이곳저곳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통로의 일부분에 부딪친 흔적으로 여기저기 장식되어 있었다. 그래도 신은 그녀들 편이었는지 막 모퉁이를 돌던 그녀들의 귓가로 약속된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이야!!”

한순간 들리는 천상의 목소리. 갑작스레 들리는 신호에 미리 짠 것처럼 통로를 달리던 그녀들은 재빠르게 몸을 숙였다. 그런 그녀들 위로 퍼져나가는 붉은 빛의 줄기.

“카아아아아아!!”

그 빛줄기는 그녀들의 머리 위를 넘어 뒤따르던 이들에게 명중했다. 그러자 엄청난 비명들이 귀청을 흔들 정도로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런 것으론 한순간 쉴 수 있는 지금의 안식이 방해받을 일은 없었는지 차가운 돌바닥에 누워버린 아세스는 거친 숨을 몰아셨다. 차가운 돌바닥이 이렇게 기분이 좋은 것이었나? 아세스에게는 지금 이순간이 그 어떤 시간보다 행복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 바보! 누워있을 시간이 어디 있어!!”

단번에 아세스의 뒷덜미를 잡은 아르지아는 질질 끌다시피 하여 그녀를 붉은 빛줄기가 발사된 곳으로 이끌었다. 그런 그녀의 행동은 난폭했지만 현명한 선택이었는지 조금 전까지 아세스가 누워있던 곳에 온몸이 불덩이가 된 사람 하나가 덮쳐들었다. 그 모습에 넋을 놓고 있던 아세스를 충분한 거리까지 이끌었다 생각이 들었던지 내동댕이친 아르지아는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쥐어박았다.

“신관이라는 녀석이 좀비에 대해서 그렇게 몰라? 저들은 불이 붙어도 재가 되기 전에는 위험하다고! 아니 온몸이 타오르니 더 위험하지.”

“죄송해요. 이제까지는 신성력만을 이용해서 다른 퇴치방법은 잘 알지를….”

“됐다. 그보다 얼굴의 땀이나 닦아”

자신의 호통에 한순간 침울한 표정을 짓는 아세스의 모습에 더 이상 다그칠 것이 없다고 생각한 아르지아는 한숨과 함께 강력한 불꽃에 서서히 연기를 뿜어대고 있는 시체더미들을 바라보았다. 이제까지 자신들을 죽이기 위하여 달려들었던 존재. 바로 좀비들.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금의 유인작전으로 한번에 몰아 퇴치를 했으니 한동안 안전할 것이란 생각에 아르지아는 시커먼 연기를 뿜어대는 시체를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

“지금 구경할 때가 아니야! 이곳이 밀폐된 곳이라는 것을 잊었어? 질식사하기 전에 이곳을 따나자” 

재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지저분했지만 숨을 고를 세도 없이 죽어가는 시체들에게 인식의 기도를 드리고 있던 아세스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작품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는 아르지아의 등을 떠밀며 루미나는 조금 전 자신들의 생명을 보호해준 레이저 건을 짊어졌다. 두꺼운 석재도 한순간에 관통하는 그것의 레이저를 확장시켜 좀비를 태워 죽은 것인 것이다. 하지만 그곳도 에너지가 있을 때의 이야기. 실과 같은 작은 면적이 아닌 자신들이 있는 통로 전체의 크기와 비슷한 굵기로 발사되는 레이저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했으니 앞으로 몇 발 남지 않았다. 

“알고 있어”

그동안 생사의 갈림길을 같이 경험한 그녀들이어서인지 서로를 대하는 말투에는 거리감이 없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괜찮으실까요?”

간략하게 안식의 기도를 끝내곤 자신에게 주어진 짐을 짊어지며 내뱉은 아세스의 말에 나머지 두 명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제까지 자신들도 죽을 경험을 하였는데 다른 이들이라고 안전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자신들은 고출력 레이저 건이라도 들고 있지…. 하지만 그렇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녀에게 사실을 말해줄 필요는 없었다.

“걱정하지 마. 그들 일행 중에는 진이 있잖아? 비록 마음에 들지 않은 녀석이지만 그녀석이 있다는 사실하나만으로도 나머지 일행들은 안전할거야”

물론 나머지 이들이 그의 곁에서 모두 모여 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지만. 루미나는 아세스가 보지 않는 정면으로 고개를 돌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보다 빨리 움직이자. 이것에 있어보았자 시간만 낭비라는 것이니까. 한시라도 빨리 일행들을 찾아야지.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책임자인 네레아에게 한방 먹이기 위해서라도”

시체가 타는 연기 덕분에 서서히 탁해지는 공기와 함께 어두워지는 일행들의 분위기에 경쾌한 목소리로 외친 아르지아는 아직도 불타는 와중에서도 꿈틀거리는 시체들의 더미를 슬쩍 바라보다 제일 먼저 앞장섰다. 그녀의 말대로 한시라도 빨리 일행들을 찾아야 했다. 네리아에게 한방 먹여주는 것은 뒤로 하더라도 지금 일행들이 가지고 있는 장비로는 생존에 심각한 위험을 받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식량은 짊어진 것이 있었으니 상관없지만 물이 문제. 공기 중의 수분을 모아 정제까지 담당해주는 수분응결기를 가지고 있는 않은 이들은 일행들과 헤어진 시간으로부터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다. 그래도 이제까진 극도의 긴장감에 목이 마르다는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았지만 서둘러 일행들을 만나지 못한다면 그녀들의 등 뒤를 불태운 좀비와 같은 신세가 될 것이다. 

“젠장 진! 그녀석이 이토록 보고 싶다니 말도 안돼!”

어두침침한 횃불에 의지하며 전진하다 외친 아르지아의 절규 아닌 절규에 나머지 일행들도 달리는 와중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루미나를 뺀 나머지 두 명에게 진은 그리 반가운 존재는 아니지만 그것을 떠나 일행 모두는 그가 있는 것과 없는 것에 엄청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가 자신들의 곁에 없자 불안감이 그녀들을 뒤덮었다. 진만 옆에 있으면 그 어떤 일이라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 같은 믿음이 어느 틈에 일행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것이다. 

“결국 이곳에 있는 이들이 전부인가?”

아르의 심각한 어조에 마법사인 기스빈은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곳에 있는 이들은 아르와 기스빈. 그리고 연신 지금의 장소를 조사하고 있는 키네라, 마지막으로 사람 크기만 한 비석들에 적혀있는 문장을 조사하고 있는 에레나뿐이었다.

현재 이곳은 모든 것이 새하얀 세계. 길이 막히자 네리아가 피를 뿌렸고 그에 출렁이는 지면과 빛에 의하여 정신을 판 사이 일행들이 도착한 곳의 정체였다. 그 덕분에 일행들의 얼굴에는 당혹감이라는 표현을 온몸으로 표연해야만 했다. 분명 땅을 딛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순 있었지만 그들의 시야에는 땅과 하늘의 구분이 없었다. 오로지 하얀 세계일 뿐. 더욱이 다른 일행들과 해어진 그녀들은 머리를 맞대며 지금의 현상을 상의했다. 하지만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고 지금 있는 일행들 중 금서에 가장 가까운 이에 해당하는 에레나조차 고개를 흔들었으니 나머지 일행들이야 어찌할 방법이 있겠는가? 그대로 다행인지 현재의 지형을 조사하던 키네라의 탐지기에 물체에 감지되어 한 시간가량 걸어서 도착한 곳이 이곳이었다.

높이만도 50미터에 이를 거대한 문,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허허벌판에 아무것도 없이 단지 웅장한 기둥에 지탱되고 있는 금속질의 두개의 문만이 덩그러니 놓여진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문 주위에 사람 크기만 한 비석과 함께 수천에 이를 사람들의 시체. 이 괴상한 공간의 힘이었는지 아니면 너무나도 건조한 공기 탓인지 시체들은 대부분 미라가 되어있었다.

“역시나 반경 수백 킬로미터 안에는 이곳 외에 다른 물체들은 없어요.”

완벽한 평면이라 수백 킬로미터를 조사할 순 있었지만 결과는 참담했기에 키네라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더욱이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 자신의 하나뿐인 사촌과 떨어져 있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지 그녀는 이곳에 이동한 이후로 식사다운 식사 한번 하지 못했다. 그것이 불만일까? 키네라가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것에 맞추어 비석의 해석을 하고 있다 머리를 극적이며 가다오던 에레나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죽을상 하지 말라고. 보아하니 그 누구더라? 루미나라고 했던가? 하여튼 그녀와 무슨 관계에 있는 것 같은데 안전할거야. 지금 우리 일행들도 4명이나 모여 있으니 다른 일행들이라고 뿔뿔이 흩어졌을 리가 없으니까. 어쩌면 지금 쯤 진의 곁에서 안전하게 있을지 모르지” 

이곳에서 하루를 지냈을 때 불침번을 선 키네라는 키이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흘쩍거리던 에네라의 모습을 상기하며 애써 당당한 척 하는 그녀의 말에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객관적으로 키네라는 자신의 종족에서는 아직 성인도 아니었지만 눈앞의 에네라에 비한다면 할머니나 다름없는 나이. 비록 십수 년밖에 살지 않은 에레나의 모습에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이거나 마시게. 그보다 비석에 대한 해석은 끝이 났나?”

수분응결기로 생성한 물을 기스빈은 조심스레 에레나에게 넘겨주며 물었다. 응결기가 있다 하더라도 대기에 수분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하루 종일 가동해도 물 한잔밖에 나오지 않았으니 조심스레 컵에 든 물로 입술만을 축인 에레나는 나직이 한숨만 쉬었다.

“대충 끝이 났지만 그리 성과는 없었어요. 알아낸 사실이라곤 이곳에 널려있는 시체들의 정체랄까?”

“정체?”

“예. 이곳에 죽은 이들은 우리들이 들어온 던젼을 건설한 이들 같아요. 뭐 흔히 있는 일이지만 비밀유지라는 것이죠. 시체들 사이의 비석들도 던젼을 건설할 때 남은 자재들이고 빠져나갈 수 없는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한 이야기들이 적혀 있더군요.”

“그렇다면 저 문은 뭐지.”

기스빈의 질문에 설명을 하고 있는 에레나에게 아르는 손을 들어 자신들이 있는 곳의 뒤에서 당당히 버티고 서 있는 문을 가리켰다. 그런 그녀의 질문에 에레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던젼에 들어오기 전 성에서 자신을 비웃었던 아르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쓸 때 없는 일은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한 에레나는 헛기침을 몇 번하곤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것은 죽은 이들도 모르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저들은 죽는 순간에도 저 문은 건들지 않았다는 것이죠. 비석에 글을 남길 정도면 충분한 도구가 있다는 소리인데 저 문에는 건든 흔적조차 없었으니까요. 아니 글을 남기지 않았을 뿐 저들은 알고 있을 지도 모르지요”

“위험하다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겠지요.”

설명을 하는 순간 에레나는 문뜩 떠오르는 구절이 있었다. 바로 이곳에 오기 전 그 광장에서 해석한 것 중에 첫 문장 어둠의 존재라는 구절이…. 

‘설마’

늦었습니다. 어리버리 글을 올리지 않은 지 벌써 2주가 지났군요.

시험이 가까워지고 레포트의 홍수에 허우적거리니 시간 따위는 정말 쏜살같이 넘어 가더군요. 용서해 주세요.ㅠ.ㅠ 

항상 글을 올리지 않다 몇 편 연참으로 끝을 맺어 항상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뭐 이번에도 당연한 것처럼 연참 들어갑니다, 하지만 여러 사정상 시간이 없어 이번엔 써 논 글이 적어서 몇 편이나 놀릴 진…. 

아차차! 제가 리플확인을 한꺼번에 하는 편이라 지적해주신 오타를 수정하지 못할(안하는 것이 아니고??)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꼼꼼히 제 글을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는 사실에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리플과 추천은 작가의 힘과 에너지원입니다. 제가 아니라고 해도 글을 읽으실 땐 가끔 작가에게 추천을 주세요.~~

“당신의 그 마법이라는 것으로 어떻게 되지 않나?”

에레나의 말에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아르는 이번엔 기스빈에게 물었다. 다행이 나이 지긋한 노인에게 반말을 하는 그녀의 모습이 곱게 보이지 않을 만도 하지만 그녀는 그런 모습이 워낙 자연스러워 기스빈은 불쾌함을 느끼지 않고 대답할 수 있었다.

“마법은 만능이 아니지, 나름대로 타당한 법칙이 있으니까. 더욱이 이곳을 마나가 거의 없으니 지금 상황으로는 1서클의 마법도 힘들어”

“아니 그럼 이곳으로의 공간이동이 마법이 아니라는 것입니까?”

기스빈의 말에 아르와 키네라는 멀뚱멀뚱 바라만 보았지만 마법에 대하여 대충이라도 알고 있었던 에레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을 이동시킨 것이 마법이 아니라면 남은 것은 신력과 마력. 둘 중의 하나여도 신족이나 마족이 개입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되는데 그렇다면 자신들이 들어온 던젼이 생각보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였다. 그리고 막혀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기스빈의 마법에 상당히 기대를 한 것도 사실, 에레나는 지금 자신들의 입장이 굉장히 위험하게 돌아가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일단 더 조사해보고 난 후 더 이상 수가 없다면 저 문을 파괴해보도록 하지. 키네라 너 유탄발사기 가지고 있지?”

왠지 초초한 에레나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아르는 키네라에게 물었다. 저 문이 무엇이지 알 도리가 없었지만 아무리 위험해도 아르의 입장에서는 이곳에서 죽은 것보단 100배 나았다. 그것은 키네라도 마찬가지인지 아르의 물음에 잠시 자신의 가방을 뒤진 그녀는 곧 진이 자주 쓰던 물건을 꺼냈다. 바로 진만을 위하여 만든 특제 유탄, 보통의 그것을 능가하는 파괴력을 가진 작은 은색의 탄두를 바라보던 아르는 다시 한번 자신의 눈을 가리는 거대한 문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죽은 이들은 자신들의 목숨이 달려 있는 상황에서도 건들지 않은 존재라 왠지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순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그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죽을 수는 없어!’

누구에게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다짐과 함께 그녀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밥이 넘어가요!!”

차가운 벽에 느긋한 자세로 극악의 맛을 자랑하는 서바이벌 레이션을 우물거리는 진의 모습에 울화가 치민 키이는 초초함을 감추기 위하여 몇 번이고 허공을 가르던 자신의 애검을 던져버렸다. 자신이 지켜야만 하는 주군이나 마찬가지인 에레나와 떨어져 있어서인지 날카롭게 날이 선 모습, 그런 그녀의 모습에 지은 죄가 있는 네리아는 주위의 일행들의 눈치를 보며 최대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분명 그녀가 한 행동은 나아갈 길이 막혀있던 일행들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분명한 것이지만 그것으로 인하여 일행들이 뿔뿔이 흩어진 것이 아닌가? 자신이 그런 것을 원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결과가 좋지 않았으니 고개를 숙일 수밖에…. 

“그만 좀 해! 소리가 울리잖아!”

지금 이들이 있는 곳은 거대한 광장. 허나 거대하다고 해도 소리가 울리지 않을 순 없었다. 키이의 소리침에 신경질적으로 외친 이는 세이시나, 이미 이곳에 도착했을 때 모든 곳을 조사한 일행들은 이곳과 이어진 통로를 찾지 못한 상태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진과 스스로 자중하는 네리아를 뺀 나머지 키이와 세이시나, 그리고 세르피는 신경질적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뭐라고! 지금 나에게 한말이야?”

에레나가 없다는 사실에 날카롭게 두 눈을 부릅뜬 그녀는 눈앞의 이가 자신보다 높다는 사실 따위는 망각의 저 깊숙한 곳에 집어넣어버리곤 세이시나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이미 반쯤은 이성을 상실했는지 존댓말을 사용하던 그녀의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반말이 튀어나왔다. 키이는 단련된 기사. 그런 그녀가 내뿜는 날카로운 기백은 곱게(?)자란 세이시나가 받을 것이 아니었는지 그녀는 한순간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존심하나만은 남부럽지 않은 세이시나가 곱게 물러날 리가 없었으니 그녀는 곳 자신을 싸늘하게 바라보는 키이의 앞으로 한걸음 내딛었다.

“그래 너에게 그랬다. 그까지 꼬맹이 죽은 것도 아닌데 난리 피운다고 일이 해결돼?”

“꼬맹이? 말을 함부로 하지 마!”

“꼬맹이를 꼬맹이라 부르지 그럼 뭐라고 부를까?”

일촉즉발의 상황, 누가 신호만 주어도 주먹질을 할 만큼 험악한 분위기가 그녀들 주위로 감돌았다. 하지만 일은 거기에서 끝이 나지 않았다. 잠자코 있었던 세르피가 한마다 한 것이다.

“하찮은 것들은 어쩔 수 없군. 소리만 지른다고 해결되나?”

“뭐!!”

“뭐!!”

이것은 밀폐된 공간. 작게 중얼거린 소리는 가볍게 대치하고 있는 둘의 귓가를 스쳤다. 뭐 세이시나에게 좋지 않던 감정을 갖고 있던 세르피인지라 그녀가 내뱉은 말의 목표는 세이시나였지만 어찌하였든 그녀의 말은 두 명을 겨냥하고 있었으니 당장이라도 주먹질을 할 것 같았던 둘은 분노의 시선으로 세르피를 바라보았다. 

“어머 들었나? 귀도 밝군.”

“너!!”

에레나와 해어지고 세이시나가 휘젓고 세르피의 결정타에 드디어 참지 못한 키이는 이성을 잃어버리곤 세르피에게 달려들었다. 조금 전 칼을 내동댕이친 것이 천만 다행일 정도로 분노 가득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에 비웃음을 흘리며 세르피가 꺼낸 것은 기지를 떠낼 때 호신용으로 주어진 초진동 나이프. 단도 크기였던 검 날이 순식간에 검이라 이름 붙을 정도로 늘어나며 초진동 특유의 진동음이 주위를 압도했다. 둘 다 이성을 잃어버린 모습. 다행이 그런 그녀들에게 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품안의 금속질의 물건을 꺼내들었다. 그것은 자카로바 5세. 그 자신만이 사용할 목적으로 만든 세상의 2자루 밖에 없는 물건. 그것을 꺼내들은 진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쾅!”

굉음의 흔적은 막 부딪칠 뻔 했던 두 소녀의 중앙. 탄환이 여전히 유탄이라 엄청난 굉음과 함께 자그마한 불꽃을 만들어 냈다. 한정된 공간이라 귀청을 때린 소리는 한동안 일행들의 머릴 흔들었고 그와 동시에 키이와 세르피는 물론 세이시나까지 잠에서 깨어는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섰다. 마치 자신이 왜 지금과 같이 행동한지 알 수 없다는 모습으로…. 

그런 그녀들을 보며 진은 마지막 남은 레이션을 입으로 털어놓곤 다시 품안으로 초연냄새 가득한 총을 집어넣었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군.”

조금 전의 신경질 가득한 모습이 아닌 자제심을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낀 듯 얼굴가득 붉게 물든 세르피의 사죄 아닌 사죄에 진은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네 탓이 아니다.”

세르피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이정도로 나약한 것인지 나직이 한숨을 쉬던 키이의 귀가 쫑긋하고 세워졌다.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나 쉽게 자제심을 잃어버린 조금 전의 자신의 모습을 그가 설명해 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세르피도 마찬가지. 하지만 진은 그런 그녀들에게 대답대신 허공을 바라보며 외쳤다.

“왜 우리들을 이곳으로 데려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악취미로군,”

돌연 진의 반응에 주위의 일행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을 새도 없이 광장의 허공에선 키득거리는 음성이 들렸다.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을 가진 아이의 그것과 같은 웃음이.

“…뭐야 저 웃음은? 아니. 넌 어떻게 안거야?”

돌연 허공에서 들린 웃음소리보다 그 웃음소리의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진이 더 신기한 세르피였다. 그러 그녀의 질문에 진은 품안에서 담배하나를 물곤 폐 가득 들어 마셨다. 

“넌 황족이지?”

“응? 당연한 것을 왜?”

“그런 네가 검을 들고 싸운다는 것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진의 알 수 없는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던 세리프는 곧 조금 전 자신의 행동이 단순한 분노나 히스테리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자신은 긍지 높은 데라의 황녀이지 않은가? 그런 자신이 검을 들다니. 아니 든다고 해도 승산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지금도 이 행성의 중력을 이기기 위하여 몸 안의 나노머신을 포함하여 각종 장비가 총동원되고 있는 상황에서 훈련을 쌓은 검사와의 싸움은 초진동 나이프를 들고 있다 해도 ‘나죽여주세요’ 라고 외치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자신이 조금 전 그런 행동을 했다니….

“당연한 것이지만 너뿐만 아니라 키이도 마찬가지. 처음에는 그냥 히스테리인줄 알았지만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더군. 마치 누군가 조종하는 것처럼”

-오호호호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요란한 웃음소리가 공간을 흔들면서 진이 꺼내놓은 작은 등의 불빛이 닫지 않던 허공에서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저러나 조아라가 좀 이상하군요.

리플과 추천은 작가의 힘과 에너지원입니다. 제가 아니라고 해도 글을 읽으실 땐 가끔 작가에게 추천을 주세요.~~

“아!”

그것을 제일 처음으로 눈치 챈 존재는 네리아, 그녀의 감탄사에 일행들은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는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밋밋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수많은 쇠사슬이 가득 매우고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닌 중앙에 달려있는 붉은 빛의 검. 인간이 사용하는 검의 수배에 이를 거대한 검을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쇠사슬들이 감싸 안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일행들이 이곳에 올 때 그곳을 조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그때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돌연 빛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그곳엔 수많은 쇠사슬이 존재하고 있었으니 일행들이 얼굴에는 감탄과 함께 어리둥절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런 것에는 상관없다는 표정을 지은 진은 그저 물고 있던 담배를 폐 가득 들여 마실 뿐이다.

-어머어머 이런 미인이 눈앞에 있는데 눈길한번 주지 않다니 실망이야-

그런 진의 모습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존재는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아양을 떨었다. 

“모습을 드러내지? 목소리는 그럭저럭 합격점이지만 얼굴은 들어내지 못할 정도로 못생긴 얼굴인가?”

-깔깔깔깔. 역시! 내가 선택한 이다워! 다른 이들은 내 목소리는커녕 존재감만으로 이성을 잃어버리는데 맞장구까지 칠 능력이 있다니. 하지만 한 가지 틀렸어! 내가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내 본모습을 들어내었을 때 네가 미치지 않을까 걱정해서야. 아니 너는 견딘다 해도 네 옆에 있는 못생긴 이들은 견디지 못할걸―

그 여자목소리의 말처럼 진이 주위를 둘러보자 조금 전까지 멀쩡한 모습이었던 일행들이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바닥에 몸을 웅크리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존재감만으로 두려움에 떨게 한다 라. 드래곤 이상이라는 것인가?’

이미 2마리의 드래곤을 보아온 진은 그것들이 내뿜는 특유의 기운에 이성을 가진 생명체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던 것을 기억해냈다. 하지만 그런 것에 상관없이 진은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마치 저 존재가 자신을 선택했다는 듯이 말하고 있지 않은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이 행성에 오면서 모든 것이 누군가의 계획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진으로써는 그 존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 너는 어디 있지?”

-어머 의외로 눈치는 없네? 눈앞에 있잖아! 눈앞에-

진은 존재의 말에 허공에 시선을 집중했다. 하지만 특별이 보이는 것이라곤 수많은 쇠사슬과 붉은 검. 혹시

“저기 검이 너라는 것인가?”

-이제야 알았어?-

일행들이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행동하자 이곳에 무언가 알 수 없던 존재가 있었다는 것을 느낀 진이지만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단지 방향만을 알고 있었을 뿐. 덕분에 친근한 말로 물어오는 존재였지만 진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목표발견,

“너….” 

-응?-

물고 있는 담배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리며 내뱉은 중얼거림에 의아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진은 자신의 몸을 약간 흔들었다. 그러자 그와 함께 그를 감싸고 있던 망토가 허공에 휘날렸고 어느 틈에 진의 손에는 어느 틈에 큼지막한 쇳덩이가 들려있었다. 

“일단 이야기는 한방 먹고 시작하지! 죽어버리면 더 좋고!”

탕탕탕탕탕탕 

진은 다른 사람이 사용했다면 손목이 날아갈 정도의 거대한 권총을 마치 장난감처럼 다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따위 것이 아닌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튕겨나간 탄피들이 차가운 바닥에 떨어지며 맑은 금속음을 내었고 그 금속음을 뒤엎어 버릴 굉음이 몇 사람 남지 않은 사람들의 귓가를 괴롭혔다. 

더불어 총구에선 굵직한 불꽃이 그리 어둡지 않은 공간을 흔들었다. 그 불꽃하나하나 피어오를 때 같은 숫자의 불꽃이 광장의 허공, 쇠사슬에 매달려 있던 검에 작렬했다. 탄환은 탄창에 남아있던 소형유탄. 진이 발사한 탄환이 검을 때릴 때마다 주위에서 검을 감싸고 있던 쇠사슬들이 끊어질 정도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출렁거렸다. 그와 함께 불꽃이 주위를 수놓을 때마다 진에게 말을 걸었던 허공의 그것이 지르는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광장을 흔들었다.

-까아아아악!! 이 배은망덕한 놈! 네놈이 이곳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이 누구 덕분인데! 컥! 뭐야 이 공격은 마법이 아니잖아! 그만… 그만!!!-

처음의 당당함도 잠시, 탄환이 떨어진 순간 진은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탄창을 교환하자 애원조로 변해버렸다. 바뀐 탄창에는 유탄이 아닌 철갑탄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주위에 끼치는 영향이야 유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점에 집중된 에너지는 비교할 수 없는 법! 몇 발의 탄환이 발사되자 처음의 당당함은 사리지고 가녀린 소녀의 흐느낌만이 흘렀다. 탄환에 명중한 검의 표면은 당장이라고 부셔질 것처럼 진동했으니 견디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뒤로도 흐느낌을 무시한 몇 발의 탄환이 검에 맞아 붉은 불꽃을 만들어냈다. 

‘젠장’

무서울 정도로 단단함. 검의 얇은 두께를 생각한다면 진의 탄환이 검에 맞아 튕겨난다는 것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훌쩍 훌쩍 너무해. 이곳까지 편하게 오게 한 은인한데 공격이라니. 은혜도 모르는 짐승!!-

“흥. 그 정도 존재감을 가진 네가 자신의 기운하나 제어하지 못한다는 말에 대한 벌이다!”

물론 진이 한 말은 거짓, 처음부터 박살을 낼 생각으로 발사한 그는 생각 외로 파괴되지 않자 벌이란 단어로 대충 얼버무렸다. 뭐 이곳이 지하만 아니라면 유탄을 동원해서라도 파괴했을 것이지만…. 하여튼 진이 한말은 사실이었는지 흐느끼는 목소리가 사라지며 이제까지 목소리가 들린 후부터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일행들이 미약한 신음과 함께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그에 진은 파괴하진 못했지만 그것으로 만족했다. 더불어 생각지도 않은 수확. 검이라 자신을 소개한 존재는 생각보다 강했다. 뿜어대는 기운만으로 사람들의 정신을 간섭하는데 그 기운을 조절하는 이가 약할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뭐 지금은 자신의 철갑탄에 혼 줄이 난 것 같지만….

-도대체 그것을 뭐야! 마법도 아니고 신력이나 마력도 아닌데 이런 강력한 공격을 하다니. 차드바스의 검이라 불린 내 몸에 흠집이 날 뻔 했잖아! 검 자체의 힘만으로는 벌써 부러졌다고!!-

자신을 공격했지만 그다지 적대적이지 않은 목소리와 함께 천천히 빛을 동반하며 모습을 드러낸 이는 붉은 천으로 몸을 가린 16살 정도 되는 귀여운 소녀였다. 하지만 진과 세르피를 제외한 네리아와 세이시나 그리고 키이는 창백하다 못해 새하얀 얼굴로 빛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소녀를 바라보며 뒷걸음질쳤다.

“아는 존잰가?”

그녀들의 기묘한 반응에 의아한 진이 뭇자 3명의 여자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차드바스를 몰라요?” 

“…난 귀찮은 것은 질색이라. 내가 알아야 하는 이름인가?”

궁금하다는 말투였지만 품안에서 담배를 꺼내는 모습은 말하려면 하고 말라면 말라는 투가 역력했다. 그런 진의 모습에 키이는 나직이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도 진이 자신들과 같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그의 입에서 들었던 세이시나는 어렴풋이 진이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함께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에 들어갔다. 

“차드바스는 내가 모시고 있는 라프미라께서 속한 빛의 10신과 대치되고 있는 어둠의 13신중의 한분이지. 그분이 관장하고 있는 것은 바로 분노, 그리고 차드바스의 검이라면 신화를 공부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이름이야. 창세신화에서도 나올 정도였으니까.”

차드바스가 관장하는 것이 분노였으니 그가 쓰던 물건에서는 당연히 그의 힘이 새어나왔고 일행들이 자제심일 잃고 서로에게 분노를 뿜어댄 것도 그 때문이었던 것이다. 눈앞에 등장한 존재를 바라보며 그녀들은 자신이 조금 전 자제심을 잃었던 사실을 납득했다. 제정신을 차리고 있는 진이 더 이상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아직 진의 의문이 다 풀린 것인 아니었다.

“차드바스의 검? 들어보니 꽤나 유명하신 것 같은데 그럼 그렇게 잘나신 검께서 왜 이 칙칙한 땅속 바닥에 처박혀 있는데?”

진의 무례한 질문에 주위의 일행들의 얼굴은 새하얗게 물들었다. 말이 좋아 그냥 차드바스의 검이라 부르지만 사실 그 검은 에고소드로 마검이라기 보다 스스로 괴물에 가까운 존재였다. 자신의 주인인 차드바스를 물어뜯을 정도로…. 조금 전까지 소녀의 행동에 혹시나 했지만 역시 자신들이 느낀 원초적인 분노를 생각하면 눈앞의 존재는 진품(?). 그런 존재에게 도발을 하다니.

-아! 나를 차드바스의 검이란 명칭으로 부르는 것은 그만둬. 너희들에게 내 정체를 알리 기 위하여 일부로 꺼내들었지만 날 이검에 처박아 놓은 그자식의 이름이 나를 뜻하는 이름에 섞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토할 것 같으니까. 뭐 부르고 싶으면 불러도 좋아. 나도 나의 인내심으로 얼마나 견딜까 궁금하니까. 그렇지 않다면 나를 부를 땐 리스칼이라 불러줘-

다행이 진의 도발적인 질문에 차드바스의 검이란 존재는 다른 행동은 하지 않자 일행들의 얼굴에는 안도의 빛이 흘렀다. 그리고 그와 함께 눈앞의 존재가 생각보다 수다쟁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 따위 것 따위를 물은 것이 아니야, 네가 차드바스의 검이던 개자식의 검이던 나와 상관없어는 이야기. 그것보다 나를 이곳으로 불러온 이유나 밝혔으면 좋겠군. 네가 선택 어쩌고 하며 말을 들으니 나를 이곳으로 이끈 이는 너 같은데”

역시나 진에겐 그녀가 마검이던 뭐건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애초에 그의 목적은 유적이라는 고대의 유산에서 신이라는 관리자들의 정보나 자신을 이곳으로 처박아 놓은 이들의 흔적을 찾기 위한 것. 그런 진에게 혼자 주저리주저리 내뱉은 검 따위는 관심도 없었다.

-호호호 개자식의 검이라! 내가 섞여 들어가는 것이 찜찜하지만 상당히 마음에 드는 단어야. 그래 그 녀석에게는 차드바스라는 이름 보단 개자식이 더 어울리지. 그건 그렇고 이제까지 내 이야기를 뭐로 들은 거야? 내가 선택한 이답다는 이야기에서 뭔가 느껴지지 않아? 계약! 계약이라고!! 내가 너를 선택하겠다는 이야기잖아!-

주신 급의 신을 개자식으로 평가하는 존재나 그 신이 자신의 주인임을 잊었는지 신이 나며 맞장구치는 존재나 평범한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것을 확인시켜주는 것처럼 진이 차드바스의 검, 리스칼에게 대꾸한 대답도 평범함을 벗어났다. 

“…미친, 놀고 있네.” 

리플중에 

180화에서 182화까지 이야기를 읽어보면 상황이 파악되어질 것입니다, 조금 있으면 올릴183화를 포함하여.

그리고 책 나왔어요?? 극적극적.

저번주에 최종 원고 넘겼는데 벌써 나왔나? 

리플과 추천은 작가의 힘과 에너지원입니다. 제가 아니라고 해도 글을 읽으실 땐 가끔 작가에게 추천을 주세요.~~

차드바스의 검에 선택이 되다니! 그 의미를 알고 있던 3명의 소녀들은 충격에 빠졌다. 그 검이 마검도 아닌 괴물이라 불리고 있는 현실이지만 엄연한 신의 검이지 않은가? 신화 이야기에 적혀있던 검의 위력 중 10분의 1만 사실이라고 해도 지금의 대륙 따위는 간단히 멸망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런 검이 진을 선택하다니. 차드바스가 아니라면 영혼까지 먹어버린다는 마검이!! 허나 일행에게 더한 충격을 준 것은 진이 차드바스의 검에게 대답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너…너 저 검이 무슨 검인지 알아? 신의 검이야! 신의 검! 보통의 신검이라 소리치는 가짜와는 달리 진짜 신의 검이란 말이야! 저것의 가치는 한 왕국의 그것을 능가한다고! 저것을 가짐으로써 엄청난 힘을 얻을 수 있는데 놀고 있다니!!”

신분이 신분이라 그런지 검에 대하여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키이는 진의 어깨를 마구 흔들었다. 하긴 대륙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강대한 무력이 저절로 굴러들어왔는데 그것을 가볍게 차버리는 진의 모습은 그녀로썬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래서 아직 어린 것들과는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 다니까”

“뭐?”

“어린 소녀여 진정한 힘이란 어떻게 얻어지는 것인지 아는가?”

지금 이곳에 있는 일행 중 겉모습으로 따져서 진보다 어린 모습을 가진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어깨를 흔드는 키이의 손을 쳐내버리는 진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었으니 진지한 분위기에 말을 잊지 못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은 진은 물고 있던 담배를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이끌었다.

“어떤 것을 얻음으로써 그 대가를 주어야 하는 것은 이세상의 법칙. 남이 거저 주는 공짜 힘 따위는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힘이라는 것은 자신의 능력으로 얻어야 하는 법! 이를 악물고 노력과 노력. 그리고 노력. 오로지 노력만으로 얻어진 것이 진정한 힘이다. 남이 건네준 힘 따위가 진정한 힘이라 생각하는가? 물론 그때는 좋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곤 자신이 얻은 힘이 남의 힘이라는 사실만을 확인하는 것뿐이다. 알아듣겠나? 너도 검의 길을 걷고 있는데 남의 힘으로 얻은 힘 따위가 진정한 자신의 힘이라 생각할 수 있겠는가? 힘을 얻는 것에는 편법 따위는 있을 수 없다. 오로지 노력으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뿐”

혼잣말과 같은 진의 말에 키이는 충격을 받은 것처럼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 충격은 조금 전 진이 검을 거부했을 때 느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충격이었다. 그녀 자신이 검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여자의 몸, 분명 남자보다는 근력 등에서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은연중 재능이나 힘을 가진 물건을 가진 이들을 부러웠다. 그러나 눈앞에 분명 자신보다 강한 이라 생각되는 이는 오로지 노력만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화가 났다. 재능으로 얻은 힘 주제에 노력이라 평하는 눈앞의 존재에게.

“웃기지 말라고! 네가 뭘 알아! 노력? 손에 피가 맺히도록 검을 휘둘러도 얻을 수 있는 힘 따위는 남자들과 비교도 할 수 없었어! 그런 상황에서 노력만이 진정한 힘이라고? 넌 몰라! 재능이 있는 사람과 재능이 없는 사람… 까악!”

자신의 말에 분노 가득한 모습을 보이던 키이를 말없이 바라보던 진은 자신의 어깨를 잡고 소리치는 그녀의 팔을 잡아 비틀었다. 그리곤 고통이 비명 가득한 그녀의 얼굴을 서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고작 손에 피 몇 방울 흘린 것 까지고 노력이라 하는가? 네 녀석이 하는 꼴을 보니 네가 생각하는 노력 따윈 뻔하군. 오로지 검만을 생각해 본적이 있나? 수십일 동안 모든 것을 잊고 오로지 검만을 휘두른 적이 있는가? 피를 토하고 근육이 파열되어 움직일 힘조차 없을 때조차 검만을 생각하고 휘들렀다. 식사할 시간도 아까워 풀뿌리, 나무껍질. 벌레를 잡아먹으며 검을 휘둘렀다. 우습지도 않는 노력가지고 나는 다 했다는 듯이 말하지 말란 말이다.”

“하…. 하지만 이 세상은 노력으로 되지 않은 것들이 있어! 재능이 없는 이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것이 있다고!!”

진이 말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반감이 일어난 키이는 팔이 꺾이는 아픔 속에서도 소리쳤다. 

“그럼 더 노력해. 자신의 생명을 걸어서라도…. 뼈마디가 으스러지도록 노력해. 피를 토하고 검을 잡은 손가락이 다 달아 없어질 때까지 노력해! 자신의 피와 살, 영혼을 태운 후. 한탄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는다.” 

진의 말에 키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도 남들보다 노력했다 생각하지만 누구보다 많이 했다곤 자부하진 못했으니까. 아니 스스로 자신은 노력했다며 위안을 삼은 것이지도 몰랐다. 자신의 말에 곰곰이 무언가를 고민하는 그녀의 모습에 팔을 놓아준 뒤 진은 다시 차드바스의 검, 아니 리스칼이라 주장하는 존재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곤 어깨를 으쓱해 보여주었다. 

“그런 고로 너 따위와 계약 따위는 그리 관심이 없단 말이거든? 보아하니 이곳이 이 던젼의 마지막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더 이상 이곳에 볼일도 없어. 너는 너대로 쇠사슬에 매달려 있고 난 나대로 이곳을 벗어난다. 어떤가.”

진의 질문에 한동안 그와 키이의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던 리스칼은 허리가 굽어지도록 웃어 재꼈다.

-호호호호 역시! 내가 선택하나는 잘한단 말이야. 보통 내 이름 하나만 들어도 탐욕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던데 거부하는 이가 있다니. 하지만 너에겐 선택권 따위는 없어.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 지금 이곳은 내 힘을 구속하는 장비들로 가득하지. 덕분에 내가 쓸 수 있는 힘은 거의 없어. 몇 천 년이었던가? 몇 만 년이었던가. 어떤 머리저가 이곳의 위에 던젼을 만든 적이 있었지. 뭐 그녀석도 처음에는 날 소유하기 위하여 온 것이지만 내 진정한 정체를 알 곤 도망쳐 버렸고 두려움에 떨면서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던젼을 만들어 놓았더군. 누구도 이곳에 오지 못하도록 말이야. 그렇지만 그 녀석은 큰 실수를 했지. 자신이 만든 던젼을 그 누구도 알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건설에 동원된 인부들을 버려두고 가버렸어. 그 머저리 덕분에 난 그들을 이용했지. 그들의 영혼을! 허나 그 힘도 네 녀석을 이곳에 끌어오면서 거의 다 쓴 상황. 너는 알지 못할 것이야. 이곳의 위험함을…. 덕분에 나는 선택의 기준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입구부터 네 일행 모두를 끌고 오려 했지만 힘이 다해 결국 나머지들은 중간이 떨어뜨리고 남은 이들은 너의 5명. 그중 넌 정말 최고의 소재야! 흥분되는 이 가슴을 봐. 그런데 지금 기회를 놓친다면 언제 있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너 같은 특상의 존재를 앞에 두고 ‘예 그렇게 하십시오.’ 라고 말할 것 같아?―

서서히 공중으로 떠오르는 그녀의 온몸에선 인세의 그것이라 볼 수 없는 강한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에 잠시 일행들의 시야가 차단되는 순간 허공을 가득 매우고 있던 수많은 쇠사슬을 중 일부분이 진에게 쏘아져 들었다. 실력행사에 들어간 것이다. 그와 함께 들리는 날카로운 금속음. 서서히 빛에서 눈을 회복한 이들이 본 장면은 단지 손등만으로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쇠사슬을 막아내는 진의 모습이었다. 

창창창!

진의 손과 쇠사슬이 부딪칠 때마다 강렬한 금속음과 마찰에 의한 불꽃이 사방을 때렸다. 그런 진의 모습에 리스칼도 놀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그것을 끝. 진의 행동을 억제하기 위하여 더욱 많은 쇠사슬들이 날아들었다.

“그런 식으로 나온 다는 것이지!”

한 가닥 한 가닥이 아닌 다발로 뭉쳐오는 쇠사슬을 보며 소리친 진은 쇠사슬끼리 뭉쳐지기 위하여 잠시 공격의 사이가 벌어진 틈을 타 재빠르게 몸을 굴렀다. 이곳에 내려와서 처음으로 등에 흙을 묻히는 순간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느낄 시간도 없이 진이 있었던 자리로 수많은 쇠사슬들이 마치 철퇴와 같이 내리쳤다. 

쾅!!

역시나 쇠사슬이 가진 힘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엄청난 돌조각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런 파편들을 피하여 일행들이 분분히 몸을 피하는 순간 진 또한 고무공이 탄력을 받아 튕기듯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곤 몸을 굴릴 때 이미 꺼내든 총의 방아쇠를 재빠르게 당겼다. 

탕탕탕탕!!!

철갑탄이 허공을 휘날리는 쇠사슬에 맞자 엄청난 마찰에 의한 불꽃들이 허공 여기저기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방도 준비하고 있었는지 철저히 자신의 몸을 보호하며 공격을 하였기에 쉽사리 승부는 나지 않았다. 좁지 않은 공간이라 진이 피할 공간은 넉넉했지만 역으로 지하라는 점에 강력한 공격을 하진 못했고 리스칼의 경우에도 본체를 움직이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서로에게 치명상을 입히진 못하고 있었다. 허나 이 괴상한 대치도 잠시. 이대로 가면 죽은 영혼의 힘으로 움직이기에 한계가 있어 초초해진 리스칼은 다른 패를 꺼내들기고 마음먹었다. 그와 함께 이제까지 뭉쳐있던 쇠사슬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갑작스런 리스칼의 모습에 의아한 생각을 할 겨를 도 없이 진은 흩어진 쇠사슬 너머로 보이는 본체의 칼에 회심의 탄환을 먹이기 위하여 총구를 겨냥했다. 그런데

철컥!

“젠장”

탄환이 떨어져 버렸다. 헛되이 공이만 때리는 소리에 진은 신경질 적으로 재빠르게 품안의 탄창을 꺼냈다. 이곳의 지형 상 강력한 공격을 하지 못하였기에 적기에 다가온 기회를 잃긴 싫었기 때문이다. 빈 탄창을 배출하고 새 탄환이 들어가 슬라이드를 당기기까진 3초. 하지만 그사이 리스칼은 원하는 목적을 얻을 수 있었다.

“까아아아!”

마치 뱀처럼 움켜쥐는 쇠사슬의 힘을 이기지 못한 세르피의 비명소리에 진이 한순간 주춤하는 순간 이제까지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리스칼의 본체. 차드바스의 검이란 이름이 붙은 거대한 붉은 빛의 검이 쇠사슬에 감겨 지면으로 내리꽂혀진 것이다. 덕분에 자신의 정 중앙으로 빛살 같은 속도로 내리꽂히는 사신의 낫과 같은 그것을 보며 진은 리스칼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피하면 세르피가 죽는다. 하지만.

“멍청한 것!”

당연한 것이지만 진은 세르피를 대신하여 죽고 싶은 마음 따윈 아예 없었다. 목적을 위해서는 전 인류를 불구덩이에 집어넣을 그가 자신의 종족도 아닌 적의 수장 따위에 왜 죽어야 하는 가! 그러나 그동안 자신의 작전을 위하여 힘들게 작업한 것이 아깝기 그지없는 것도 사실. 잠시 갈등을 겪은 진의 모습과는 달리 그를 노리는 검은 가까워지기만 했다. 

‘내가 움직였다고 죽인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

진은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몸을 날렸다. 목표는 세르피가 있는 방향. 그와 함께 들고 있던 총을 던져버린 후 허리의 검을 꺼내들었다. 적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세르피를 구속하고 있는 쇠사슬을 잘라버린 심산인 것이다. 뭐 자신이 움직였다고 인질을 죽이면 할 수 없는 것이고. 하지만 일은 다른 곳에서 터졌다.

서걱

“이런 젠장”

진은 자신의 목의 일부분이 잘려지는 것을 느꼈다. 그가 세르피에게 달려가는 사이에는 이제까지 관심 밖의 인물, 네리아가 분노 가득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기 위하여 검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그에 정맥이 잘려졌는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상처를 황급히 손을 들어 움켜쥔 진은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자신의 멍청함을 깨달았다. 자신이야 그렇지만 세르피와 세이시나. 키이가 제정신을 잃고 분노에 휩싸이며 싸웠는데 그녀라고 무사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그것을 간과한 것이다. 리스칼은 처음부터 이것을 노렸을 것이리라. 하지만 이대로 물러 설수는 없지! 

일단 움켜쥐긴 했지만 목이 상처로 엄청난 피가 뿜어져 나가자 자연스럽게 몸의 행동이 느려지기 시작한지라 지금 자신을 목표로 날아오는 검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에 진은 다시 한번 상처를 목적으로 칼을 내려치는 네리아의 얼굴에 주먹을 먹여주었다.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는 증거로 피와 함께 이빨로 보이는 몇 개가 그녀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지만 상관없는 이야기. 자신을 공격하려던 그녀를 날려버린 진은 그 다음으로 몸을 돌려 초진동 나이프를 최대출력으로 작동시켰다. 초진동 나이프와 자신이 힘을 합쳐 날아오는 검을 조각낼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피해!”

잡혀있는 세르피를 구하기 위하여 움직인 것은 진만이 아닌 듯 그녀를 향해 달려가던 키이는 진의 그런 모습에 경고의 목소리를 내뱉었다. 차드바스의 검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던 그녀로써는 진이 지금 하는 행동이 무모하기 그지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그 거대한 검은 진이 내려치는 검을 가볍게 통과하여 진의 육체에 정면으로 찔러 들어갔다. 그리곤 절대로 찢어지지 않을 것 같은 진의 망토를 헤집고 내장을 갈랐다. 더불어 목의 상처와 몸을 관통한 상처에서 붉은 피들이 진의 발밑을 적셨다. 

그러나 그런 상처에도 진은 쓰러지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배를 통하여 내부를 관통한 검의 끝이 바닥에 꽂혀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자신을 막는 것은 통과시키고 배고 싶은 것은 그 무엇이라도 배어버리는 차드바스의 검의 날카로움에 상처가 조금씩 벌어지면서 진의 몸이 서서히 지면으로 가까워졌다.

“안돼!! 진!!”

자신 때문이라는 자책감 가득한 표정의 세르피의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사방을 뒤흔들었고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은 네리아는 넋 나간 표정으로 손아귀에 들려있는 검을 떨리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키이와 세이시나가 다급한 표정으로 진에게 달려가는 순간 드디어 진의 몸이 차가운 대지에 안착했다. 

그런 진의 몸에서 서서히 흘러나오는 피는 붉은 빛의 검과 함께 주위를 장식해 나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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