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8화 (48/49)

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에레나는 궁금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에 나직이 고개를 끄덕인 키네라는 자신의 가방에서 은빛이 도는 원기둥의 물체를 꺼내 들었다. 

“아! 그것은!”

처음 그녀와 진이 만났을 때 용병들에게 먹인 은빛이 도는 물체와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에레나는 작게 감탄을 했다. 그리곤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뭐 아직 그녀는 키네라가 들고 있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단지 매끄러운 겉 표면 처리에 관심이 있을 뿐,

“이것이 폭발하기라도 한다는 말아야? 아니 폭발한다고 해도 얼마나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모자라지 않을까? 저 문은 보기에도 단단한 것인데”

이것이 폭발장면을 직접 보지 않았으니 알 수 없겠지. 키네라는 작게 미소를 지은 다음 유탄의 한쪽 끝에 있는 안전핀에 손가락을 걸어 넣었다. 레일건으로 발사하면 그 엄청난 운동에너지에 의하여 외부 껍질이 깨질 것이니 안전핀 따위는 필요 없지만 진처럼 유탄을 개별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안전핀을 꼭 제거해만 했다. 물론 간단히 유탄발사기를 사용해도 되지만 저출력의 중력제어가 붙어있는 레일건이라고 해도 구경이 큰 유탄발사기에서 발생하는 발사 시 충격은 그녀의 약하디 약한 육체가 견딜 수준이 아니었기에 어쩔 수없었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럼 시작해도 될까요?”

허락을 구하기 위하여 일행을 바라보는 키네라. 그런 그녀에게 아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둘을 바라보는 에레나와 기스빈. 이 둘은 키네라가 들고 있는 것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기스빈은 호기심 덩어리인 마법사, 에레나는 금서까지 파고드는 지식욕에 불타고 있으니 당연한 모습인 것이다. 그런 일행들의 눈빛을 받으면서 그 거대한 문에 조심스럽게 다가간 키네라는 작게 심호흡을 했다. 후방직인 그녀로써는 처음으로 사용해보는 유탄에 떨리는 마음을 심호흡으로 안정시킨 다음 안전핀을 제거한 후 30초 뒤 폭발하도록 세팅하곤 힘껏 자세를 취했다. 그리곤 있는 힘을 다해 던져다. 눈앞에서 공간이 갈라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뭐…뭐야!”

순간적으로 세찬 바람과 함께 일그러진 공간의 한 틈에서 벌어진 일그러진 상처의 사이로 하안 손 하나가 불쑥 나오자 키네라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뒤로 엉덩방아를 찌면서 자신도 모르게 들도 있는 유탄을 떨어뜨렸다. 

땡글땡글 

갈라진 공간의 사이로 부는 바람에 맑은 금속음을 내며 둘러가는 유탄. 그것의 목표가 일행들이 있는 곳이라고 깨닫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자…잠시만!”

키네라에겐 이미 뒤에서 찢어진 공간 따위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30초가 되면 터져버리는 유탄에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한 그녀는 황급히 굴러가는 유탄을 잡기 위하여 몸을 날렸다. 하지만 어디 세찬 바람의 도움을 받아 울퉁불퉁한 지면을 힘차게 굴러가는 유탄이 가볍게 그녀의 손에 잡힐 리가 있나. 몇 번의 어긋남을 경험한 후에야 그녀는 가까스로 유탄을 잡을 수 있었다.

“휴. 큰일 날 뻔 했군”

“까아악”

“아파! 비키란 말이야!"

아직도 손가락에 달려있는 안전핀을 유탄에 삽입하며 안도의 한숨을 쉰 그녀의 등 뒤로 익숙한 목소리들과 함께 묵직한 무언가 들이 우르르 떨어져 내렸다. 그에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는 그녀. 그리고 그녀의 일행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그 소리의 출처를 바라보던 에레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키이!”

“사령관님?”

“어떻게?”

일행들의 어리둥절한 표정도 잠시 뿐이었다. 일행 중 가장 먼저 달려간 에레나는 아직도 바닥에 뒹굴고 있는 덩어리들 사이에서 자신의 호위 기사를 끌어안았다. 덕분에 밑에 깔린 이들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무거워!”

“제발 환영의 인사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다음에”

“비켜라!”

등등

갑작스런 혼란이 조용한 공간을 가득 매우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은 이만. 이번에 연참을 위하여 준비한 편수는 10편. 

5편 올렸으니 내일 나머지 5편 올릴 계획입니다. 

이젠 방학이고 4권 수정도 어느 정도 시간이 있고 하니 당분간은 매일 연재에 주력하겠습니다. 

지....진짜예요!!!(라고 해보았자 그동안 약속을 지킨 적이 없으니 신용이...ㅠ.ㅠ)

바닥에 구겨진 일행들과는 달리 얄밉게도 혼자 느긋하게 공간의 문을 통과한 진은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일행들의 숫자가 맞지 않자 작게 눈을 찌푸렸다. 그리곤 자신의 앞에 부복한 키네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것이 다인가?”

“예? 아!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다시 한번 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란 말이지? 좀 귀찮군.”

흠칫

귀찮다는 듯이 자신의 머리를 쓸어내리는 진의 모습은 이전과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키네라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분명 눈앞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상관인 아이샤르 진. 허나 그에게서 풍겨오는 느낌은 이전과 확연히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더욱이 바뀐 느낌은 최악으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느낄 정도. 완벽하게 온도 조절이 되는 군복이 오늘따라 고장이 났는지 깊은 한기가 그녀의 몸을 감싸 안았다. 그런데. 

“저기. 혹시 루미나와 같이 있지 않으셨습니까?”

진의 모습에 눈을 마주치지 못해 주위를 곁눈질하던 키네라는 뭔가 허전한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이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수십 년 동안 같이 있던 존재의 부재는 자신의 반신이 사라진 것 같은 허전함을 느꼈으니까. 진과 함께 등장한 일행들을 두리번거리다 순식간에 창백하게 물들었다. 

그녀는 사촌의 생사가 다른 이들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했고 진의 곁에서 안전하게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눈앞에 아르와 에레나들의 손을 잡고 일어나는 일행들 중에 자신의 사촌은 보이지 않은 것이 아닌가? 더욱이 진의 몸에는 말라비틀어진 핏자국이 가득했다. 그렇다는 것은 자신들이야 안전하게 있었지만 다른 일행들 또한 안전하게 있을 것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증거. 키네라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진에게 되물었다.

“루…루미나가 이곳에 있지 않습니다. 사령관님과 같이 있지 않다면 도대체 어디에….”

대답하지 못하는 진. 그런 그를 보며 그녀는 초조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어디 있단 말인가? 아무리 하이테크 장비로 무장했어도 이곳은 미개척지. 지금 없어진 일행들과 같이 있다 하더라도 그녀들만으로는 자신의 안전도 지킬 수 없는 것이 분명했다. 더욱이 이곳은 자신들의 기술력으로도 판단이 불가능한 마법이라는 힘이나 조금 전 아무런 장비도 없이 공간을 찢는 것이 흔하게(?) 일어나는 곳이지 않은가?

(키네라는 마법이나 차드바스와 같은 검이 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평소의 야무진 모습 따위는 보이지 않고 초조한 모습을 보이는 그녀를 바라보며 진은 그녀가 루미나가 그녀에게 기대고 있는 것이 아닌 그녀가 루미나에게 기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행이 진은 그런 그녀를 안심시켜줄 카드를 가지고 있었으니 그는 조용히 그녀의 어깨를 다독였다.

“걱정하지마라, 방법은 있다.”

“예? 정말이십니까?”

다른 이들이 말했다면 그저 위로의 한마디로 느꼈을 말이지만 진이 말을 하자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일이 해결될 것 같은 안도감을 키네라는 느꼈다.

“그 검에게 이곳 외에 있는 다른 일행들을 불러오라고 명해라.”

키네라의 어깨를 다독인 진이 다가간 곳은 자신을 껴안는 에레나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키이. 그런 진의 말에 키이 또한 지금 이곳에 몇몇의 인원들이 보이지 않다는 것을 느꼈기에 그 작은 힘에 어디서 이렇게 힘이 났는지 떨어지지 않으려는 에레나를 간신히 떼어내곤 칼집이 없어 대충 허리춤에 찔러놓은 차드바스의 검을 꺼내들었다.

“응? 뭐야 그 검은?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검이 아닌데? 붉은 검신이라. 혹시 던젼 어디서 구한 마법검이야?”

붉은 색 검신의 모습과 함께 검에 대하여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에레나가 보아도 날카롭게 날이 선 예기는 그것이 범상치 않게 보이는 물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에 마치 고양이 같은 얼굴을 하며 던젼에 가끔 돌아다니는 마법검이 있었는데 그런 것을 발견하다니 횡재했구나! 라는 표정으로 에레나는 키이가 들고 있는 검을 요리조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추측에 키이와 세이시나, 그리고 네리아는 키득거렸다, 마법검? 그런 것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모욕인 존재가 바로 키이의 손에 들려있는 검이다. 물론 마법검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전설의 신검과 비교할 수는 없는 법! 진실을 알면 에레나가 어떤 생각을 할까? 키이는 입이 간지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검은 차드바스의 검입니다.”

“호 이 검 이름이 차드바스의 검이라도 하는구나. 이상한 이름….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었던 이름인데……”

“……”

“……”

“…설마”

공간의 찢어짐을 유심히 관찰하던 기스빈. 그리고 키이의 손아귀에 쥐어진 검을 유심히 바라보던 에레나의 얼굴엔 경악 그 자체가 떠올랐다. 하긴 이젠 신화나 동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존재 자체가 의심스러운 신검이 눈앞에 등장했으니 침착하면 그것이 더 이상한 법. 한동안 경악에 입을 다물지 못한 그들은 잠시 후 마치 생전 처음 보석을 보는 아이처럼 두 눈을 부릅뜨곤 떨리는 손으로 검의 이곳저곳을 만지작거렸다. 혹시나 먼지 하나 떨어질까? 조심스런 손놀림은 보고 있는 사람들이 다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지만 에레나와 기스빈의 진지한 얼굴을 보고 밖으로 웃음을 내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키이는 그들의 모습이 재미있긴 했지만 허나 언제까지 그들의 반응에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아직 차드바스의 검이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는 마음이 없는 그녀는 자신의 손아귀에 들려있는 검이 자신의 것이 아닌 진의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부탁(?)을 하고 있지 않은가? 

더군다나 옆에서 진의 모습에 원리를 알 순 없지만 키이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줄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짐작한 키네라의 반짝이며 그녀를 압박했다. 그에 식은땀을 흘린 키이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 자신의 주군과 기스빈을 한쪽으로 밀어낸 후 두 손으로 눈을 감고 루미나의 얼굴을 생각했다. 그리곤 조금 전과 마찬가지의 요령으로 있는 힘껏 내리쳤다. 조언하는 리스칼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키이에겐 왠지 차드바스의 검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 검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지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의 일행이 찢어진 것은 리스칼의 힘. 따라서 그녀는 3군대로 분리된 일행들의 좌표를 모두 알고 있는 상황. 좌표만 알고 있다면 공간을 찢을 수 있는 그녀의 능력으로 다른 일행들을 찾는 것은 식은 죽 먹기. 따라서 키이는 그저 그 자신이 찾는 사람만 생각하면 되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그녀의 검이 내려치는 공간에 엄청난 일그러짐이 발생하였다.

“아! 이제 싫어!!”

온몸에 먼지를 잔뜩 묻힌 아르지아는 차가운 돌바닥에 주저앉아 좀비의 시체조각이 잔뜩 묻어있는 머리카락을 신경질적으로 극적이다 더 이상 심리적인 압박감을 참지 못하곤 이곳이 밀폐된 공간이라는 것을 잊었는지 마구 소리쳤다. 좀비의 대군에 쫓긴지도 벌써 2틀 째. 체력은 이미 고갈된 상황에 타는 듯한 갈증이 그녀의 정신을 갉아 먹었다. 체력을 보충 해 줄 음식은 각자 가방에 들어있지만 물이 없으면 식욕 따윈 관심 밖의 일. 허나 소리친다고 밀폐된 공간에 물이 생길 리가 없었다. 

좁은 공간에 소리치는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짜증가득한 일행의 눈빛뿐이다, 허나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그녀가 그런 것에 신경 쓸 일이 있나. 쌓여가는 짜증에 마치 어린아이같이 바닥에 대굴대굴 구르며 화풀이를 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한심해서일까? 그저 묵묵히 자신의 신에게 기도를 드리던 아세스는 허리에 손을 얹으며 소리쳤다. 

“그만해요. 쓸 때 없이 체력만 소비하니까” 

“목말라, 짜증나. 목욕하고 싶어…. 네 신성력으로 어떻게 안돼?”

벌써 수십 번째 물음에 아세스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신성력은 만능이 아니라고요, 교황께서 이곳에 오셔도 갈증은 물로밖에 풀 수 없어요. 몇 번을 말씀드려야 하겠어요?”

어지간히 소심한 성격의 아세스라도 해도 밀폐된 공간에 갈증, 생명의 위협 등등의 자극에는 신경질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으니 대답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날카롭기 그지 없었다.

“그래그래 미안하다”

전혀 미안한 기색 없이 차가운 바닥의 냉기를 음미하며 고개를 처박곤 손만을 흔드는 아르지아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쉰 아세스는 다른 일행 중 한명. 거대한 쇠뭉치를 끌어안고 있는 루미나에게 다가갔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그녀는 너무나 지쳐보였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흘릴 땀도 없는지 바짝 마른 입술에 창백한 안색이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육체적으로 약하기 그지없는 그녀라 이미 반사상태라 그저 에너지가 다 떨어져 금속의 방망이밖에 되지 않는 레이저 건만을 생명인양 끌어안고 있을 뿐이다. 

“눈은 어때요?”

이미 치료는 되었지만 안구를 복구하지 못해 몇 장의 붕대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루미나는 빈사상태의 몸과는 달리 신경은 예민해져 있는지 자신에게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곤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그리곤 눈앞의 이가 아세스라는 것을 깨닫곤 안도의 한숨과 함께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전혀 괜찮지 않은 잔뜩 갈리진 목소리. 하지만 이곳에 그녀의 회복을 도울 물건 따위는 아예 없는 상황이라 아세스는 다시 한번 작게 한숨을 쉬었다. 신성력을 사용하려 해도 루미나의 몸 상태는 그녀의 능력을 벗어난 상태라 쓸모가 없었으니 헛되이 자신의 체력만 소비할 것 같아 사용하지 않았지만 어찌하였든 그녀의 몸을 한결 가볍게 해줄 방법이 있는 상황에서 사용하지 않았기에 아세스는 루미나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 같아 그녀를 챙겨주기 위하여 노력했지만 루미나는 그녀와 아르지아를 바라보는 눈빛에 경계를 지우지 않았다. 

화요일 분-1이라고 해야 하나?

안녕하세요. 신용불량자인 깜장양송이입니다,

역시 이번에도 신용불량자의 딱지에 어울리는 짓을 하고 말았습니다,

항상 하던 말이지만 죄송, 

말로는 다 못할 기구한 일이 일어나 늦었습니다. 컴 부터 시작하여 평소 제가 가고 싶어 했던 곳의 탐방까지...(핑계는….)

현재 무서워서 리플이랑 쪽지 확인도 못하고 있는 상황. 푸루푸루님의 쪽지는 제목을 보곤 무서워서 손도 안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중에 다 올리고 볼 생각^^

이번 화요일에서 금요일까지의 획득물.

중고만화책 총 66권-권당 천원이었지만 아깝지 않을 수많은 만화책이 ㅎ ㅎ

온갖 희귀물건을 다량입수,(토그스나 맴스, 이그젝션 에어마스터등등)

암스(완) 3x3아이즈(완) 걸즈브라보(1-4권까지)등등 신간(?)도 다량입수!!

그리고 중요한(<-이것 때문에 늦은 것이나 마찬가지)

컴 새로 샀습니다. 오늘 택배로 오기로 되어있음.(히죽)

오! 셀로론677이여 몇 년간 수고했다. 안녕~ 

아차차! 사랑고파님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역시 좀 억지가 없다고는 못하겠네요.

역시 수정작업을...

그러나 한 가지(네타아닌가?) 진이 지구를 구한 것이 절대 아닙니다. 단지 남에게 그렇게 비추어 졌을 뿐. 지구를 구하곤 떠난 것이 아니라 진이 지구를 버린 것입니다, 더 이상은 앞으로 내용을 흘릴 수 있게 때문에 이만

루미나의 입장에서 이 행성에서 자기편이곤 사촌의 키네라와 진 밖에 없었다. 남은 이들은 진과 연관된 이지 자신과 연관된 이가 아니지 않은가? 더욱이 자신과 지금 눈앞에 존재들은 완벽의 별종의 종. 비슷한 몸을 하고 있지만 이대로 시간이 지나 극한의 상태에 이르면 자신을 잡아먹지 않으리라 누가 보장한단 말인가? 이미 진이 그녀의 눈앞에서 시식한 장면을 바라본 적이 있었으니 육체적인 한계에 이를수록 그녀의 경계심은 점점 강해졌다. 목마름으로 자신의 피를 취하지 않는다고 누가 예상할 수 있단 말인가?

뭐 생각해 보면 어이없는 생각이지만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한계에 이른 그녀에게 논리적인 생각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일지도….

“그래요? 아하하하…. 아! 참 어제 막다른 골목에서 가져온 돌은 아직도 가지고 있나요?”

항상 금식과 절식을 생활화 했던 아세스는 그래도 일행 중 가장 힘이 넘치는지 풀죽어 있는 일행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냉정하기까지 한 그녀의 대답에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하여 아세스는 루미나의 허리춤에 있는 작은 가방으로 화제를 전환했다. 그곳에 있는 것은 작은 돌조각들. 하루 전이었나? 좀비들에게 쫒기는 와중에 우연히 통로의 균열이 일어난 곳을 발견했고 잠시 숨을 돌리려는 의미로 그 안에 숨어 들어간 일행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어떤 거대한 것의 일부분이라 생각되는 수많은 파편들이었다. 그에 표면에 깨알 같은 크기로 기이한 문장이 가득 적혀있는 그 돌조각들을 그녀들은 챙길 수 있을 만큼 가득 챙겼다. 루미나의 경우 자료수집과 자신의 상관인 진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아르지아는 고대의 유물이니 비싼 값에 팔릴 것이라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꾸역꾸역 몰려드는 좀비들의 모습에 일찌감치 신성력을 포기하고 돌팔매라도 할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계속되는 미로 같은 통로에 거침없이 달려드는 좀비를 상대하는 와중에 가장 먼저 돌팔매질을 한 아세스의 주머니가 비었고 그 다음은 점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체력과 목마름. 그리고 점점 늘어만 가는 적들의 모습에 반쯤 포기한 아르지아였다. 하지만 일행 중 가장 체력이 약한 루미나만은 그 주머니는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쓸모없어진 레이저 건도 마찬가지. 진과 키네라가 자신을 구해줄 것이란 믿음에. 마지막 끈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만 그 돌멩이들 버려요, 아니만 돌팔매질이라도 하든지요, 그냥 가지고 있어보았자 쓸 때 없이 체력만 소비될 것인데 일부로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잖아요”

“맞아 맞아! 그런 것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 희망이 없는 이곳에선 그저 목숨을 재촉하는 일일 뿐이야. 이제 슬슬 이곳도 좀비들에게 들킬 것인데 그런 것 가지고 있어보았자 쓸모없는 일이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비관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아르자이의 모습에 못마땅한지 아세스는 그녀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좀비들이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이 참 다행한 일. 그렇지 않았다면 일행들이 내지른 소리에 벌써 좀비들의 동료가 되었을 것이니까. 

“그것이 무슨 말이에요? 아르지아! 우리가 이런 곳에서 죽는 다는 것인가요? 말도 안돼! 사람을 죽이는 것은 시련이 아닌 절망이라는 말도 모르는 건가요? 사람을 나아가게 하는 것은 희망이 아닌 의지란 말이에요.”

“희망? 흥! 재미없어.”

역시나 신전에서만 살아서인지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아세스의 모습을 살짝 고개만 들어 물끄러미 바라본 아르지아는 고개를 나직이 흔들었다. 지금 일행들이 있는 장소는 루미나가 들고 있는 돌 부스러기가 발견된 장소와 마찬가지로 숨겨진 장소. 세월의 그것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통로들은 수많은 균열이 가 있었으며 그 틈에는 가끔 비밀장소와도 연결되어 있는 곳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벌써 이곳에 들어온 지 3시간, 슬슬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소리와 사물을 볼 수 있는 귀와 눈은 썩어 제대로 된 기능을 상실했지만 생명이 가지고 있는 생기를 탐하는 좀비들에겐 본능으로 일행들을 찾기 때문에 숨어있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그저 잠시 시간을 번 다는 것 일까? 허나 이런 밀폐된 공간에서 좀비들에게 발각되면 그야말로 빼도 밖도 못하는 진퇴양난. 그러니 지금이라도 빠르게 체력을 회복하곤 이동해야 했다. 그러나 이곳을 떠난다면 또 이런 비밀스런 공간을 만날 것이라는 보장이 없었다. 아마 결국에는 통로의 수많은 좀비들에게 쫒기다 체력이 떨어지는 순간 그들과 같은 신세가 될 것이지. 그런 상황에서 희망? 의지? 

아세스의 말에 오히려 짜증이 난 아르지아는 화를 내 보았자 쓸모없다는 생각에 다시 차가운 바닥으로 얼굴을 쳐 박았다. 이미 진에게서 받은 보석은 그 장소에 보낸 상태. 죽은 동료들과 갇혀있을 그녀를 생각하면 조금 한이 되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서인지 그녀는 쉽게 체념했다. 아마 자신이 넘겨준 보석이라면 어려움 없이 잘 살겠지?

“삐삐!”

그 때 들리는 차가운 금속질의 소음. 둘의 시선이 모두 루미나에게 쏠렸다. 지금 울리는 경고음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신기한 물건 중의 하나인 침입자가 있을 때 울리는 금속질의 경고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설치한 곳은 바로 자신들이 들어온 균열이 일어난 틈의 주위. 

“수는?”

“…대략 10명 정도”

이제까지 차가운 바닥의 냉기를 만끽하고 있던 아르지아는 스프링처럼 튕기듯이 일어나 자신의 짐을 챙겼다. 체념했다고 해서 순순히 죽을 수야 없잖아? 누가 명하는 것도 아니지만 일행들은 재빠르게 도망칠 준비를 끝마쳤다. 하지만 레이저 건을 끌어안고 있던 루미나는 비틀비틀 일어서려고 하다 결국 힘이 빠졌는지 반쯤 떨어진 엉덩이를 다시 차가운 바닥에 던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녀의 몸속에 있는 나노머신이 호르몬 조절을 하고 파워드 슈트가 100퍼센트 성능을 발휘 한다고 해도 근본이 되는 육체가 말을 듣지 않는 다면 소용없는 일! 첨단장비로 자신의 몸 상태를 수치상으로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루미나는 이내 포기 할 수밖에 없었다.

“뭐하는 거야! 이곳으로 뭔가가 오고 있다며!!”

일어낼 생각이 없어 보이는 루미나의 얼굴에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아르지아는 소리쳤지만 그러 그녀의 모습에 루미나의 얼굴은 창백하게 물들뿐이다.

“…일어날 수 없어요?”

“……”

“체력의 한계가 온 것인가? 젠장! 할 수없어 통로를 막아! 이왕 이렇게 될 바에야 이곳에서 적을 막다 죽는다!”

루미나의 모습에서 도저히 그녀가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아르지아는 작게 입술을 깨물었다, 이곳이 들킨 이상 도망갈 곳이 없는 이곳에 있어보았자 좀비들의 공세에 힘이 빠져 죽는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동료를 버리고 갈 수 는 없지 않은가? 뭐 사실 루미나가 가지고 있는 장비가 없으면 자신들은 순식간에 죽는 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의 얄팍한 계산도 들어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 때문에 일행들이 남는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루미나의 얼굴에는 처음으로 감격이 물들었다. 

“…10미터”

“……”

“…5미터. 통로를 발견했는지 움직이지 않고 있어요.”

혹시나 그냥 지나갈 수도 있다! 라는 생각으로 간절히 기원했지만 역시나 당연한 결과에 아르자이는 그동안의 격전으로 이가 다 빠져버린 검을 들곤 자신들이 들어온 좁은 통로를 바라보았다. 그녀 옆에는 아세스가 그 조그마한 손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돌멩이를 들고 있는 상황. 그런 그녀들을 루미나는 움직이지 못하는 몸으로 불안하게 바라보았다.

“이쪽으로 옵니다. 앞으로 4미터”

“……”

긴장한 시선을 주도 받으며 메마른 루미나의 경고음에 둘은 온몸의 심장이 터지는 긴장감을 느꼈다. 그런 그녀들의 귓가를 스치는 루미나의 마지막 경고음.

“3.2.1. 왔어요.”

그녀들이 들어온 통로는 정식 통로가 아닌 균열로 만들어진 벌어진 틈 사이였기에 이곳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몸을 숙이고 들어와야 했다. 뭐 어차피 눈이 보이지 않은 좀비에겐 상관없는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그동안의 경험덕분인지 본능적으로 시야가 차단된 순간을 노린 아르지아는 루미나의 경고음과 함께 순간적으로 무언가 불쑥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느낀 순간 그녀는 정말 있는 힘을 다해 검을 내리쳤다.

깡!

“윽!”

하지만 내려치는 순간 느껴지는 반탄력에 그녀는 찢어진 손아귀를 움켜쥐고 물러섰다. 그래도 검을 놓치지 않을 것은 칭찬해 주어여야 할 테지만 이미 기습의 기회를 잃은 이상 칭찬 따윈 비웃음일 따름이다. 

“젠장!”

“이얍!”

아직 소녀의 앙칼진 목소리와 함께 큼지막한 돌멩이가 그녀의 그 뒤를 따랐다. 기회를 보고 있던 아세스가 아르지아가 물러서는 사이 쥐고 있던 돌멩이를 던져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 좁은 통로에 등장한 것에서 불쑥 가느다란 무언가가 튀어나와 그녀가 던진 돌멩이를 가볍게 부딪쳤다. 그러자 마치 단단한 돌이 아닌 먼지를 뭉쳐놓은 것처럼 바스러지는 돌멩이…. 

이제까지 상대한 좀비와는 다른 그 모습에 일행들의 얼굴은 창백하게 물들었다. 이제 끝인 것인가? 참담한 절망감이 그녀들의 모습에 감돌았다.

음 화요일분-2 ??

참고로 위에 아세스가 한 말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말입니다,

출처는 암스!

“이제 좀비의 친구가 되어 영원히 이 음침한 통로를 떠도는 것인가?” 

아르지아의 체념하는 목소리. 모든 이들의 공통적인 생각에 아득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그런 그녀들의 귓가에 친근한 목소리가 들렸다.

“왜 안 들어가고 있어? 이곳이 아니야?”

극도로 지쳐있는 상황이지만 한동안 같이 다녔던 동료의 목소리를 깨닫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더욱이 그 목소리가 앳되지만 자신감 가득한 목소리라면 더더욱 그러하였다.

“에레나?” 

“응? 뭐야? 그 꾀죄죄한 몰골은. 그세 내 얼굴을 잊은 거야?”

“무사했군.”

기분 나쁘다는 듯이 허리에 손을 댄 모습은 건방지기 짝이 없었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그녀들에겐 한순간 에레나의 등 뒤에 백색의 날개를 본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를 뒤따르는 기스빈의 목소리. 그제야 그녀들은 자신들을 찾아온 것이 좀비가 아닌 동료들이라는 사실에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 좁은 통로에 등장하는 키네라의 모습에 어디서 힘이 났는지 달려가 끌어안고 루미나는 목 놓아 울었다.

“엉엉엉 왜 이제와!! 이틀 동안 이곳에서 죽는 줄 알았어!!”

훌쩍훌쩍. 검댕이 가득 묻힌 얼굴에 지저분한 붕대. 질긴 옷 덕분에 외적인 상처는 없었지만 고생했다는 증거로는 충분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살아났다는 안도감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아르지아와 아세스는 통로에서 맨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를 자신들이 공격했고 그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하긴 일행들 중 검을 손을 잡고 돌멩이를 가루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보이는 이는 진밖에 없었으니 그의 평소행동을 보았을 때 둘의 얼굴은 창백하게 물들 수밖에 없었다. 

진에게 그리 악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아세스는 황급히 자신의 손에 묻어있는 돌가루를 털어내는 진에게 고개를 숙여 사죄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못마땅한 얼굴을 했지만 자신을 구출해주려고 온 사람에게 칼질을 한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었으니 아르지아도 진에게 살짝 고개 숙여 사죄했다. 허나 진에겐 자신에게 사죄하는 둘보다는 눈물콧물 다 흘리며 울고 있는 루미나의 말이 더 관심이 갔는지 둘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잠깐! 이틀이라고?”

“훌쩍 그런데요?”

그 짧은 순간 얼마나 울었는지 퉁퉁 부운 눈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는 루미나의 얼굴은 귀엽기 그지없었지만 진이 그 따위 것에 신경 쓸 이가 아니었으니 고개를 돌려 자신보다 월등한 연상인 루미나의 훌쩍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연신 귀엽다를 연발하는 에레나에게 시선을 둘렸다.

“이틀이라…. 너희들은 그 백색의 공간에서 얼마나 있었지?”

“예? 우리? 응…. 한 10일 정도?”

갑작스런 진의 물음에 의아한 표정이 떠오른 일행들은 그녀의 말에 그제야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진의 일행은 하루. 루미나들은 이틀. 그리고 에레나들은 10일. 이상할 정도로 시간이 일그러져 있는 것이다. 그에 서로 얼굴을 맞대고 고민해 보았자 그녀들이 대답을 내 놓을 수는 없었다. 고작 동시에 리스칼의 이름을 떠올렸을 뿐. 그것은 진도 마찬가지인지 어리둥절한 모습의 일행들을 뒤로하곤 그 해답을 가지고 있을 키이에게 다가갔다. 정확히는 그녀가 아닌 그녀의 손아귀에 들려있는 리스칼이지만….

“나와라”

피의 계약을 한 마스터가 있는 상황에서도 전혀 상관없는 진의 말에 즉각 모습을 드러내는 리스칼. 이런 이런 누가 마스터인지 모를 정도였다. 

“뭐야!”

“이 아이는 누구지?”

“마법인가?”

그녀의 등장에 진과 같이 있었던 일행들을 제외한 다른 일행들은 갑자기 등장한 그녀의 모습에 한바탕 소란스러워졌다. 그런 일행들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쉰 키이는 아직도 진을 바라보며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가리켰다.

“이 아이는 차드바스의 검. 그 검의 정신체인 리스칼이라도 하지요”

“진짜였어!!”

혹시나 했지만 정신체까지 나왔다면 키이의 손아귀에 들여 있는 검은 진품이 확실했다. 이야기 속에서 나온 검의 모양과 조금(?) 달라 설마설마 했는데. 하지만 경악도 잠시 그런 그녀의 등장에 사정을 모르는 일행들은 리스칼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모르고 상기된 모습으로 모여들었다. 하긴 원판이 좋은 상황에서 진의 모습에 잔뜩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으니 귀엽게 보일 수밖에 없겠지. 

“귀여워!”

기스빈이 건네준 물이 든 컵을 홀짝거리던 아세스와 에레나는 항상 어른들 사이에 있다 같은 또래의(?) 소녀를 만나자 키이의 곁에 다가와 리스칼의 반투명한 머리카락을 만지려 하였다. 허나 정신체가 만져질 일이 없었으니 그녀들의 손은 아무런 저항 없이 리스칼의 몸을 통과하자 그것이 재미있는지 그녀들은 몇 번이고 반복했다. 하지만 당사자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마치 자신을 구경거리처럼 행동하고 있지 않은가? 리스칼이 언제 이런 대접을 받아보았겠는가? 항상 받들어진 존재로 살아온 그녀는 자신이게 무례하기 구는 둘에게 소리쳤다.

“어딜 만지는 것이냐! 감히 내가 누군 줄 알아!”

진에게 반 이상 잡아먹히고 그녀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가시지 않은 두려움에 그녀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기운, 즉 분노가 발휘되지 않으니 으르렁 거려보았자 사정을 모르는 일행들이 겁먹을 일이 있나. 일행들이 다 모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느긋한 모습으로 변한 아세스와 에레나는 깍깍거리며 그녀의 신경을 긁었다, 

“그만 장난하고 일단 내가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말이야?”

저 괴물 때문에 참는다! 

어차피 정신체이기 때문에 이를 아득아득 갈아도 남들이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마음껏 갈아준 그녀는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은지 그녀의 본모습을 알고 있기에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한 키이가 둘을 말리는 장면을 한 번 더 째려봐준 다음 진에게로 시선을 둘렀다. 물론 진에게 돌린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아무리 화가 나도 눈앞의 괴물, 진에게 화풀이를 할 정도로 간이 붇지는 않았으니까.

“뭔가요?”

“이곳의 시간개념이 약간 이상한 것 같아서 말이야”

턱을 쓰다듬은 진의 모습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간이요? 이곳은 수많은 층이 각기 다른 공간으로 단절되어 있습니다, 물론 각 공간은 연결되어 있기에 기본은 같지만 그 여파를 완벽하게 해소할 수 없기에 시간의 흐름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덕분에 처음 제가 있었던 공간의 시간이 제일 늦게 흐르고 그 다음이 지금 이곳, 방금 전 그 백색의 공간은 본래의 공간과 가까운 곳이라 이곳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빠른 편입니다, 뭐 그래도 본래의 공간보다는 약간 늦겠지만요”

“…그러니까. 우리들이 이곳에 들어온 후 밖은 최소한 10일 이상이 지났다는 말인가?”

“대충 그 정도 되겠지요.”

앙증맞은 손가락을 꼽아보던 리스칼은 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진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젠장! 빨리 준비해라. 이 던젼에서 최대한 빠르게 움직인다.”

리스칼의 설명 중 어떤 부분이 진의 신경을 긁었는지 짜증스럽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의 말소리는 날카로웠다.

“하지만 지금은 좀 쉬는 편이….”

처음으로 키네라는 진의 말에 조심스럽게 반대했다. 자신의 품안에 있는 루미나를 위하여 잠시 쉬는 것을 진에게 부탁한 것이다. 이틀간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마시지도 못한 상태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좁다란 통로를 달려온 뒤라 아르지아와 아세스 그리고 루미나의 심신은 심하게 지친상태. 특히 루미나 그녀는 육체가 허약한 아돈족이지 않은가! 그런 상황에서 움직인다는 것은 그녀에겐 무리였다. 

“안된다.”

확실히 조금 전과 달리 조금씩 자신이 뿜어대는 기운을 조절할 수 있었는지 진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어도 루미나들은 진의 붉어진 눈동자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역시나 감정에 변화를 주자 진의 붉어진 눈동자에서 나오는 예의 섬뜩한 기운에 그 좁은 공간에 가득했다. 그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한순간에 냉각. 그래도 조금 전 진의 불길한 느낌을 느껴보았던 일행들은 어느 정도 면역이 되었지만 지금 합류한 일행들은 피로한 심신과 살아났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린 상황에서 그런 흉폭한 기운을 얻어맞자 참지 못하곤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하지만”

그런 진의 모습에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오금이 다 저리지만 그래도 자신의 품안에 있는 루미나를 위하여 키네라는 다시 한번 진에게 간청했다. 그에 진은 무엇이 그리 다급하지 사람 하나의 무게를 가뿐하게 능가하는 가방을 짊어진 상태에서 키네라의 품안에 있던 루미나를 가뿐하게 안아들었다, 자신보다 다소 큰 몸집을 안아든 것이 약간 어색한 느낌이 들었지만 진은 상관하지 않고 키네라를 바라보았다.

“다른 문제가 있는가?”

“예? 아…아뇨”

눈물로 인하여 퉁퉁 부운 얼굴로 진의 품안에서 붉어진 얼굴을 하고 있는 루미나를 곁눈질하던 키네라는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상관이 다급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그동안의 경험으로 무언가 일이 있다는 것과 그의 품안에 있는 루미나의 얼굴을 보아 그리 싫어하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뭐 좋은 것이 좋은 것이겠지.

화요일분 -3 (3화 맞나??)

점점 연재길이가….

내용이 질질 끄는 듯한….

음음.

신용불량의 회복을 위해서는 다소의 희생도….(퍽!!)

하지만 다급하게 움직이는 진의 모습에 이제까지 팔짱을 끽고 있던 세르피가 막 통로를 나서려는 그의 앞을 막아 새웠다.

“뭐지!”

섬뜩한 붉은 눈동자의 박력에 잠시 뒷걸음질치던 그녀는 자신의 추태어린 모습을 깨닫곤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진의 모습에 의문점이 들어서였지만 사실 그의 품안에 있는 루미나의 모습에 화가 나서였다.

“어떤 사정인지 설명 좀 해도 되지 않을까? 보아하니 루미나의 몸도 한계 이상인데 무리를 할 필요가 있어? 루미나를 포함한 우리는 너희들과 다른 종족이라는 것을 기억하란 말이야. 우리는 이 행성에서 있는 것조차 버겁다는 것을!”

부비적부비적 진의 품안에서 얼굴을 비비는 루미나를 불쾌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세르피의 모습은 루미나를 위한다는 명목보다는 진의 품안에 있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일행 중 일부 눈치 빠른 이들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지만 진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전혀 눈치체지 못하고 딴소리만 했다. 뭐 그 딴소리가 정론에 가까운 것이지만 루미나가 진의 품안에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세르피에겐 전혀 소용없는 이야기.

“갑작스럽게 통신이 끊어진지 10일 이상이 지났다. 그런 상황에서 위쪽에 있을 내 부하들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을 것 같은가?”

“아!”

그제야 진이 서두르는 의미를 깨닫곤 작게 탄성을 내뱉은 키네라. 하긴 자신의 상관이 정체불명의 구덩이(?)이에 들어간 후 10일 이상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런 상황이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뻔하지 않은가? 최악의 경우 지금 지상은 대 불바다가 넘실되는 상황일지도 몰랐다. 

허나! 당연하지만 진이 그따윈(?) 것에 신경 쓸 이인가! 다른 이들이 얼마나 죽던 상관할 정도로 그는 다정하지 않았다. 진이 걱정하는 것은 그 부하들의 행동으로 관리자들이 관섭하는 것이었다. 그것만은 꼭 막아야 하는 일! 쓸 때 없이 움직여 그들에게 빌미를 줄 수는 없었다. 그것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아직까지는….

“불편한가?”

“아. 아뇨?” 

진의 물음에 얼굴을 불게 물든 루미나의 모습에서 세르피의 외침은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었다. 

“움직인다.”

이곳에 도착하였을 때 리스칼은 진에게 자신이 갈 수 있는 곳이라곤 지금 있는 던젼 위에 만들어진 새로운 던젼의 맨 밑바닥. 즉 진일행이 리스칼에게 강제로 끌려온 곳뿐이라고 미리 말해둔 상태, 더욱이 공간을 찢기 위해서는 넓은 공간이 필요한 것까지…. 따라서 일행들은 지금 있는 공간에선 이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부득이 밖의 통로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위험을 느낀 사람이 있었으니….

“잠깐!! 밖에는 좀비들이 수많이 넘어! 네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은 보통의 좀비가 아니야. 검 따위는 들어가지도 않고 아세스의 신성력 또한 거의 통하지도 않는 단 말이야! 그런 상항에서 이 인원으로 어떻게 이동한다는 거지!”

아르지아의 말도 안 된다는 소리에 그녀와 루미나. 그리고 아세스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들의 얼굴에는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넌 한 가지를 빼먹었군, 그런 식의 논리면 우리는 어떻게 이곳에 왔을 것 같은가?”

진의 말에 생각해보니 일행들의 모습에는 싸움의 흔적이 없었다, 그것에 어리둥절한 그녀의 어깨를 짚으며 네리아는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니. 직접 두 눈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적절한 설명대신 아리송한 말에 의아한 얼굴이 또 오른 그녀를 뒤로 하고 진을 선두로 하여 일행들은 그 좁은 공간에서 밖으로 나아갔다. 그런 그들이 모습에 잠시 갈등을 내린 아르지아, 하지만 그런 그녀의 옷자락을 붙잡는 아세스의 모습에서 할 수 없이 작은 한숨과 함께 앞서나간 이들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뭔가 있는 것 같은 그들의 모습과 더불어 자신의 주장대로 이곳에 있어보았자 남은 것이라곤 죽음뿐 남은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지각변동에 의하여 만들어진 통로는 좁고 날카로운 돌조각들이 여기저기 붙어 있어 상당히 심력을 소비해야만 했다. 더불어 통로는 구불구불했기에 균열에 의하여 비밀공간과 연결되었던 것이 더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래도 일행들은 이미 한번쯤은 이곳을 통과하였기에 수월하게 밖의 통로로 나갈 수 있었다. 그런 일행들의 맨 마지막으로 도착한 이는 역시나 아르지아. 하지만 그녀는 힘겹게 밖으로 나온 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분명 눈앞의 통로는 자신이 균열을 통하여 비밀공간으로 들어갔을 때 보았던 것과 차이는 없었다. 이전까지와는 다른 다소 넓은 통로. 하지만 그때와는 다른 것이 눈에 띠였으니 수많은 좀비들이 바로 그것이었다. 헌데 이것에 웬일이란 말인가? 그 많은 좀비들이 서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비록 한쪽의 숫자가 반대편보다 월등히 적었지만 그 능력만큼은 반대쪽을 가볍게 능가하여 학살을 자행했다. 

그리 차이점이 나지 않은 가느다란 팔이 휘둘러질 때마다 그것의 목표인 좀비들은 산산이 조각나 다 썩어서 이제는 남아나지 않을 살점에 뇌 조각을 털어냈고 그들의 발이 내려찍을 때마다 좀비들의 허약한 하체가 갈기갈기 찢어져 나갔다. 

완벽히 능가하는 강대한 힘!

그 힘 덕분에 비록 숫자가 10명에 불과하였지만 통로에 가려져 보이지 않은 것을 포함하면 수백에 이를 좀비들을 조금씩 조금씩 밀어냈다.

“도대체 저 좀비는 뭐야! 좀비주제에 자신을 데스 나이트로 착각한거야? 아니 그보다 왜 같은 편끼리 싸우는 거냐고!!”

일행을 대표하여 에레나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는 그녀와 아세스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진의 장난(?)이지 뭐, 원리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손을 흔들자 다가오던 좀비들이 나가떨어졌고 그 넘어진 좀비들의 입속에 작은 종이조각을 밀어 넣자 오로지 그의 말만을 듣게 되더군. 조금 전과는 비교도 될 수 없는 능력으로 말이야” 

“말도 안돼! 저자는 검사 아니야? 어떻게 마법을. 아니 마법사도 저렇게는 못해. 어떻게 네크로맨서도 아니면서 좀비들을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게 하지? 아니! 그보다 아무리 네르로맨서라도 좀비 그 자체의 능력을 높이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에게 묻지 말라고! 나도 그것은 알고 있으니까!”

에레나의 말은 아르지아. 그녀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상식을 뒤덮는 것이라 자신도 모르게 반박했다. 하지만 대답해 주는 에레나 또한 그녀와 같은 심정이었으니 자연히 그녀의 목소리도 커져버렸다.

“하지만 그 외에 어떤 설명이 지금 눈앞의 광경을 설명할 수 있겠어? 네 말이 믿어지지 않는다면 네가 그럴듯한 설명을 해봐!”

그녀의 소리침에 주위를 둘러본 아르지아는 자신의 눈빛을 모두 외면하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긴 그녀들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할 수 없기는 매한가지. 

“뭐 간단한 거다. 내가 만든 것이 더 성능이 좋아. 단지 그것뿐이지. 그보다 그따위 것은 신경 끄고 슬슬 위로 올라가야 할 것 같은데?”

전 대륙의 네크로맨서가 보았다면 거품을 물고 기절할 현상을 만들어 낸 사람치곤 가볍게 고개를 흔들며 키이를 재촉했다.

“아! 예?”

왜 서두르는 것인지 모르고 있지만 급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뭔가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키이는 다시 한번 검을 들어 마나를 끌어 모으곤 있는 힘을 다해 공간을 내리쳤다. 역시 조금 전과 같은 엄청난 흡입력이 그 찢어진 공간에서 휘몰아쳤다. 하지만 이미 한번 경험한 일행들은 처음과 달리 느긋한 모습. 뭐 아세스와 아르지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그녀들에게 설명할 시간 따윈 없이 한순간에 흡입력이 모든 일행들을 다 휘감아버렸다. 물론 맨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은 역시나 진. 정확히는 루미나까지 포함되지만 그녀는 지금 갈라진 공간을 넋을 잃곤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이곳의 시체소생술은 강시술과는 비교도 안 되게 허름하군. 정식으로 만든 것도 아닌 부적술의 간이술법만으도 간단히 지배하잖아? 능력면에서도 형편없고. 의외의 수확을 얻었어.”

진이 바라보는 와중에도 그가 만든 좀비 아니 강시들은 찍고 부수고 물어뜯으면서 조금 전 까지만도 같은 동료였던 좀비들을 파괴해 나갔다. 더욱이 그들에겐 부적을 이마에 붙이는 약점 따윈 이미 사라진 과거, 고도의 술식으로 감싸 안은 박태선, 동료들 사이에서 박가로 불린 진의 부하인 그는 부적에 관해서는 진조차 따를 수 없는 경지에 오른 이였다. 그가 만든 부적은 진이 장난삼아 만든 시키가미 따윈 비교도 될 수 없는 고도의 술식으로 만들어진 부적인 것이다. 그것이 지금 들어간 곳은 좀비의 배속. 이제 저 좀비, 아니 강시를 부셔버리기 위해서는 몸을 조각내고 내장을 긁어내 부적을 찾아 태우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몸이 썩을 때까지 싸우리라. 

만마진이 아닌 이곳에서 봉인이 풀린 이상 재봉인은 힘든 일이었지만 대신 진은 무시무시한 주력을 얻었다. 비록 그에 따라 부작용도 상당하지만 지금과 같이 이전과 다른 힘을 사용할 수 있다면 그 정도야…. 더욱이 본래의 힘까지도….

제가 써도 지루하니 읽으신 분들은….^^

신용불량회복은 언제나 힘든 법!

뭐 이제 이것도 다음 편? 인가 그때가 마지막입니다, 몇 번의 이야기가 나온 후 대량학살이 기다리고 있으니 기대를(다른 사람들이 너냐? 퍾~~~~~)

“네놈의 죄를 내 놔!”

어제 산 만화책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

지옥마검 토가리라는 만화책인데 초반의 주인공 성격이 진과 비슷해서 상당히 마음에 든...

화요일 분량4화? 인가요?

키득키득 

루미나가 보지 못한 진의 얼굴에서 마치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진한 미소가 흘렀다. 살기와 광기가 가득한 웃음이.

“내 주력을 먹고 어디까지 자라나는지 두고 볼까?”

한동안 눈앞 공간의 갈라짐을 구경하던 루미나는 자신을 안고 있는 진이 움직이지 않자 의아한 눈빛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곤 이해할 수 없는 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눈치체곤 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럼 우리도 가볼까?”

그에 그녀가 고개를 돌릴 때 이미 진의 살기와 광기는 갈무리 된 상태. 봉인이 풀린 후부터 자신의 기운을 조절하는 것이 점점 능숙해지는 진이었다. 서서히 사라지는 공간에 한 걸음 내딛은 진과 루미나는 한순간에 그 흡입력에 몸을 감싸며 공간의 틈사이로 사라져 갔다.

그리고 진이 사라진 것과 동시에 이제까지 좀비를 단지 부수어놓기만 하던 강시들이 그 부스러기에 손을 내딛었다. 그리곤 우그적 우그적. 뼈 부셔지는 소리와 함께 그 부스러기들을 집어 삼키는 그들…. 그리고 그들의 몸집은 서서히, 아주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붉은 분노의 기운을 가득 뿜어대는 존재에 그저 어둠과 조그마한 탁자. 그리고 그 위에 놓여진 큼지막한 수정구술이 있는 공간이 붉게 물들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를 보통의 존재로 보아온 너의 실수 아닌가! 

지하 저 깊숙한 곳, 행성의 지표면의 거리를 가뿐하게 능가하는 깊은 공간. 지옥의 한쪽이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깊숙한 곳의 한 구석. 

처음부터 진의 부하 중 하나인 팔마에게 단단히 당한 증오의 신 아바라의 고함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개미가 코끼리를 밟아 죽은 것 보다 더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 그런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어도 다른 이들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 그의 신경을 긁어내렸다. 더욱이 가장 그의 신경에 거슬리는 존재는 바로 모든 것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음모의 신 하루 안두카. 그 존재는 평소의 광기어린 웃음소리로 그를 비웃을 뿐이었다.

-크하하하하 도대체 뭐가 불만이라는 것이지! 이번 일은 우리들의 계획에서도 없는 단지 즉흥적으로 준비한 일이야. 그린 일 따위가 실패로 돌아갔다 해서 지금까지 진행한 일을 모두 백지로 돌리란 말인가?

-실패? 아무리 약하다지만 리스칼은 우리와 같은 파편의 하나! 그런 그녀가 그를 차지하려고 하다 현저하게 약해졌다는 것을 보지 못한 모양인가? 그 몸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 난 것인지 모르지만 리스칼은 차드바스도 벅차한 존재. 그런 존재가 극존칭을 취하는 것을 보면 뭔가 느껴지는 것이 없다는 말인가?

-키득키득. 언제부터 그렇게 가슴이 작아졌나? 리스칼이 우리와 같은 파편이지만 그것과 우리를 비교할 수 있다는 말인가?

-멍청하긴! 그것이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그녀를 타격할 수 있다면 우리도 공격당할 수 있다는 말이잖아! 그것이 하찮다는 말을 자네는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언제부터 자네가 이렇게 무사태평하게 지냈는지 매우 궁금하군!

어둠의 공간, 하지만 그곳에서 모습을 보이진 않지만 수많은 존재들이 그의 말에 동조하는 모습이 이곳저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힘의 강약 따윈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힘이 약한 자라 해도 자신들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만큼 위험한 일이 없는 법! 주위의 그런 모습에 이제까지 그저 웃음만을 지었던 그는 웃음을 그치곤 진지한 음색으로 모두를 바라보았다,

-멍청한 놈들아. 우리가 관리하는 곳과 리스칼이 있는 곳을 연결하여 그의 육체를 차지하고 그가 거느린 힘을 우리가 차지한다는 작전은 그저 되면 좋고 안돼도 상관없는 일이란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지 않은가? 이미 우리의 진정한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그와 저 위의 하얀색 구더기와 싸움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지. 그런 상황에서 그가 리스칼을 공격할 수 있다는 능력이 있다는 소리는 우리도 당한다는 소리일 수 도 있지만 바꿔 말하면 저 하얀색 구더기들도 그에게 당할 수 있다는 말 아닌가! 

짜증 가득한 목소리에 모든 이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제까지 하루 안두카가 일을 시작하여 실패한 적이 없었고 그의 말대로 된다면 이번 그 존재가 가지고 있을 능력은 오히려 호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제까지의 소란스러움은 서서히 사라져 갔다. 하지만 아직도 아바라는 수궁하지 못한 모습. 그는 하루 안두카의 말에도 찜찜함을 버리지 못했다, 이곳에서 그들과 유일하게 부딪친 이는 바로 그밖에 없었고 그 덕분에 그는 치명상을 입었다, 그는 얕보지 않았다. 그들의 힘을…….

-뭔가 해야 할 것 같군

누구도 듣지 못한 목소리였지만 그는 모종의 결심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들이 그의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단 하나의 존재.

하두 안투카.

어둠에 가려진 그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감돌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 움직여라.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 시기에 자신해서 나서는 자가 있는데 그것을 들어주지 않을 만큼 나는 마음이 좁은 존재가 아니니까.

"꺄아악!"

"아파!"

"무거워!"

소란스런 분위기. 두번째 공간이동이었지만 (물론 루미나와 아르지아, 아세스는 제외) 이번에도 적응 할 수 없었는지 일행들은 짐 덩이와 같이 갈라진 공간의 틈에서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당연한 것이지만 재수 없게 맨 처음 공간이동을 한 사람은 가장 많은 사람들의 몸무게를 느껴야만 했다. 그러는 와중에서 느긋한 모습으로 공간의 틈 사이에 나타난 진은 다른 이들이 화가 날 정도로 느긋한 모습으로 사뿐하게 대지에 안착했다. 물론 운 좋게도 그의 품안에 있는 루미나까지….

"언제까지 그렇게 놀고 있을 셈이지?"

지금 이것이 놀고 있는 것으로 보여? 공간을 찢어야 했기에 가장 먼저 공간의 틈에 빨려 들어가 일행들의 매트리스가 되어야 했던 키이는 진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그따위 것이 아니었다.

"비…비켜요"

숨 하나 쉴 수없는지 다 죽어가는 목소리. 그런 그녀의 목소리에 그녀의 위에 있는 일행들은 황급히 일어섰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는 키이. 하지만 야박하게도 그런 그녀보단 일행들은 주위를 바라보기에 바빴다. 

"이전과 변화가 없네?"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에레나의 말에 일행들은 자신들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 다름이 없는 주위를 바라보며 그녀의 말에 찬성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안도의 한숨. 이제부터 밖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까마득히 먼 길을 가야 했지만 목숨이 걸린 끔직한 기억밖에 없는 일행들에게 그 정도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문제였다. 적어도 목마름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격지 않아도 되니까. 

“아이구 나죽겠다”

이제는 확실히 안전하겠지? 네리아는 어울리지 않게 허리를 토닥였다. 물론 그것은 일행들이 공통적으로 격은 생각. 따라서 그녀들 중 아르나 키네라와 같이 안전하게 지냈던 몇몇을 뺀 나머지 이들은 바닥이 더럽다는 생각 따윈 들지 않는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고 아르지아 등등은 아예 바닥에 누워버렸다. 

“응?”

허나 그런 그녀들과는 달리 키네라는 자신의 팔에 장착된 통신기에서 신호가 들어오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곳은 지하 깊숙한 곳이라 출력이 딸려 벌레들의 능력으로는 통신이 불가등한 지역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기적으로 보내는 것조차 감사한 상황에서 통신이 들어온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미개발 지역에서 도청이나 해킹 따위를 생각할 필요가 없었기에 그녀는 망설임 없이 통신기를 작동시켰다.

“누구십니까?”

-젠장! 이번에도 실패…. 응? 오! 연결됐다! 이봐 연결됐어!

-뭐! 이제 연결된 것인가!

-기지로 연결해! 긴급신호로 하란 말이야!

자신의 말 한마디에 북적거리는 통신기 저 너머의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통신음을 듣곤 진이 다가왔다,

“무슨 일인가”

“위쪽과 연결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깊이로는 통신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출력을 얻을 수 없을 것인데….” 

통신보다 그 너머의 호들갑보다 통신이 된다는 사실에 더 의아한 얼굴을 한 에레나의 모습에 진은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결론내기도 전에 키네라의 통신기에 다시 한번 통신이 들어왔다는 신호가 들어왔다,

-사령관님 계십니까? 사령관님!!

조금전과 다른 목소리. 하지만 익숙한 목소리에 진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호들갑 떨지 말도 말해라!” 

-무사하셨군요. 15일 이상 통신이 끊어져서 많은 걱정했습니다.

“그런 것 치곤 말썽을 부리진 않은 것 같군”

-말썽이라니요? 말도 마십시오. 일부 과격한 놈들이 당장 그 일대에 모든 구출수단과 공격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에 그들을 진정하게 하느라 진땀을 뺐습니다. 다행이 비상통신으로 지하에 계시는 조커께서 때마침 통신을 주어서 어떻게 해결되었지만요.

“하긴 그 녀석은 그것의 일부였으니 느낄 수 있었겠지”

-예? 

“아무것도 아니다, 그보다 내가 이곳에 들어온 후 상황파악을 좀 하고 싶은데 되도록 빨리 자료를 정리하여 전송해 줄 수 있겠는가?”

-아! 그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 내려갈 것입니다. 그동안 붕괴위험 때문에 신속한 탐사는 불가능했지만 이제 사령관님의 위치를 확인하였으니 몇 분 안으로 돌입할 것입니다, 그보다 혹시나 모르니 낙석을 조심해 주십시오.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을 하곤 통신을 끊은 한영석의 모습에 키네라는 의아한 표정이 떠올랐다. 상관과 통신을 하고 있는데 먼저 통신을 끊는 다는 것은 대단히 무뢰한 모습에서였다. 그래서 그녀는 그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의 뜻을 생각하진 못했다.

“피하라”

화요일분 끝... 헉헉.

다음에는 수요일분인가?

진이 자신의 팔을 잡아끄는 강한 힘에 얼굴을 찡그리던 키네라는 방금 전까지 자신이 있었던 자리에 큼지막한 돌덩어리가 떨어지는 것에 경악했다. 지금 그녀들이 있는 곳은 거대한 광장이었고 그만큼 천장과 높이도 높았다. 그런 곳에서 떨어진 돌덩이에 맞으면 아무리 나노머신이 있다 하더라도 즉사를 면하기는 어려운 일, 그에 자신이 조금 전에 죽음의 강을 건널 뻔 했다는 생각에 식은땀을 흘리는 사이 방금 떨어진 위쪽에서 사람목소리가 들렸다.

-이 병신 같은 놈아! 밑에 사령관께서 맞을 뻔했잖아!

-죄송합니다!

-너 돌아가서 군기교육대 한달이다!

보통의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전자음이 약간섞인 목소리. 장갑보병의 외부 통신음이 광장을 가득 매웠다. 그에 갑자기 떨어진 돌덩이와 통신기가 아닌 실지 공기를 진동하는 소리에 일행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들이 보고 있는 곳은 방금 전 목소리가 들리던 공간. 조그마한 등에 의지하여 그리 밝지 않은 공간에 한쪽 구석에서 빛 한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이 나오는 곳은 상당히 커다란 구멍. 그리고 그 구멍에서 몇몇 보았던 강철의 마장기들의 얼굴이 살짝 비쳐졌다.

“뭐야? 어떻게 된거야?”

사정을 모르는 에레나의 외침에도 일행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는 순간 그 커다란 구멍에 몇 줄기의 긴 로프들이 흘러내려왔다. 그리곤 그 줄을 잡고 내려오는 몇몇의 시커먼 존재들이 그 덩치에 걸맞지 않게 사뿐히 바닥에 안착한 다음 일행들을 향해 무언가를 겨누었다. 그들이 겨누고 있는 것의 목표에는 예외가 없었으니 그 안에는 아르와 세르피. 루미나 그리고 키네라까지 포함되었다. 그렇게 모든 이들을 겨냥한 다음 나타난 무리 중 한명이 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미 누군가에게 들었던지 진의 붉어진 눈동자에 대한 반응은 없었다.

-제 23 다케야 대위. 사령관님께 인사 올립니다.

“대위라. 그럼 이곳에 상당히 많은 장갑보병들이 왔나보군. 기지에서도 할일이 많았을 것인데 미안하군.”

진의 말에 다케야라고 이름을 밝힌 장갑보병은 더욱 허리를 숙였다. 

-천만의 말씀이십니다, 그보다 일단 이곳에서 밖으로 나간 후 자세한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그의 말에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런 둘의 대화는 지구어이였기 관심을 끌진 못했고, 자신들에게 총부리가 겨누어 지고 있다는 사실에도 일행들은 관심 없이 오로지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일단의 무리들이 들어온 그 구멍 너머에 보이는 것은 맑은 하늘. 정오에 가까워 졌는지 살짝 태양의 그것으로 추정되는 빛까지 보이고 있으니 조금만 추리해도 상황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언제 본적이 있는 푸른 하늘이란 말인가? 일행 중 길게는 한달이상을 파란 하늘을 보지 못한 이들도 있었기에 그녀들이 바라보는 하늘은 과거 보았던 파란 하늘과 근본적으로 달라보았다. 하지만…….

“뭐야! 지금 이들은 우리가 들어왔던 통로를 아예 부셔버리고 온 거야?”

“이런 방법이 있으면 왜 이곳에 올 때 사용하지 않고 그 고생을 시킨 거야!”

“맞아요.”

일행들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보았던 파란 하늘보다 불만 가득한 표정들이 떠올랐다. 그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자신들이 걸어온 것보다 지금처럼 아예 구멍을 뚫고 오는 것이 더 낳지 않은가? 

‘사정을 모르니 그런 소리를 하지.’

짜증 가득한 목소리를 내는 그녀들의 모습에 그래도 몇 번 던젼의 발굴에 참가한 아르지아나 네리아, 그리고 들었던 것이 있는 에레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이구.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어느 바보가 던젼을 공략하면서 지금과 같이 다 부셔버리겠어? 관광인줄 알아? 던젼 탐사가 무언가를 얻기 위함인데 다 부셔버리는 것이 말이 돼? 진이 통로의 일부분을 부순 것도 과격할 지경인데 뭐 다 부셔서 오자고?”

정말 어쩔 수 없군. 이라는 의미인지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에레나의 모습이 얄밉기 그지 없었지만 그녀의 말에 정답이었으니 나머지 일행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진과 이야기를 끝낸 다케야 대위의 손짓에 장갑보병들은 일행들을 겨누고 있는 레일건의 총구를 치웠다. 물론 그들의 행동은 정당했다. 15일 이상 자신들의 상관이 행방불명되었다는 것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모르는 상황, 그런 상항에서 그들이 최우선으로 해아할 일은 바로 진의 안전이었으니 그 외엔 모두 적으로 지정하는 것이 그들의 잘못은 아니었다. 하지만 알고 있는 내용과 직접 경험한 내용이 같을 수는 없었는지 세르피는 팔짱을 끼곤 자신의 앞에서 팔을 내밀고 있는 장갑보병을 화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속히 타십시오, 곳 출발해야 합니다.

하나 그런 그녀의 반응에 눈앞의 장갑보병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뭐 그녀의 행성에서는 그녀의 눈빛 하나에 두려움에 떠는 이들이 수도 없지만 이곳에는 그런 그녀의 반응에 관심조차 없으니 장갑보병은 묵묵히 그녀에게 자신의 팔을 내밀 뿐이었다. 그에 신경질적으로 주위를 살펴보던 그녀는 다른 일행들 또한 눈앞의 장갑보병이 팔을 내밀고 있는 모습을 곤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 행성의 토착민들의 모습. 이미 진과 루미나. 키네라는 자신의 앞에 장갑보병의 내밀어진 팔에 걸터앉았다. 더욱이 자신이 믿고 있었던 아르까지. 

‘믿었는데’

자신에게 총부리를 겨누었는데도 묵묵히 진의 부하들인 장갑보병의 뜻에 따르는 아르가 원망스러웠다. 아무리 지금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선 진의 부하들인 장갑보병들의 뜻에 따라야 하지만 아르는 그래도 뭐라 한마디 할줄 알았던 것이다, 허나 그녀가 잠자코 있는데 자신이 나설 수 없으니 한동안 자신을 묵묵히 바라보는 장갑보병의 외부 카메라를 째려보다 내밀어진 장갑보병의 팔에 앉았다. 다른 일행들도 진과 몇몇의 이들이 장갑보병에 올라타자 서로의 얼굴을 보다 내키지 않은 얼굴로 자신들의 앞에 있는 장갑보병의 팔에 앉았다.

-올라갑니다.

일행들을 팔로 감싸 안은 장갑보병들은 곳 자신들의 등에 붙어있는 부스터를 작동시켰다. 이곳이 지하를 감안하여 먼지에 의한 시야를 차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내려올 땐 로프를 이용했지만 목표를 확보(?)한 이상 그런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부스터에서 발생한 엄청난 압력에 바닥에 쌓여있던 먼지들에 한순간 일행들은 심하게 기침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에 팔 안에 있는 일행들은 엄청난 가속도의 힘을 느꼈다. 소형이지만 핵융합에서 나오는 엄청난 힘이 수톤에 이르는 장갑보병을 한순간에 50미터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그 때문에 일행들은 자신을 짓누르는 중력에 고통의 비명도 지를 새 없이 자신들의 시야가 높아짐에 따라 현기증이 일어났다. 하지만 냉정한 장갑보병들은 자신들 팔에 앉아있는 그녀들이 죽어라고 두꺼운 금속의 팔을 붙잡으며 외치는 비명을 무시하곤 부스터의 힘이 떨어지는 순간 몸 여기저기에 박혀있는 소형 부스터를 이용하여 자신들이 대부분 파괴한 잔해를 밟곤 다시 한번 뛰어 올랐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몇 번의 점프를 경험한 일행들은 그제야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이들이 만들어 놓은 던젼의 모습을….

“이정도로 완벽하게 하기도 힘든 일인데….”

엄청난 속도에 의한 바람이 그녀들의 귓가를 맴돌았기에 네리아가 내뱉은 말을 아무도 듣지 못하였지만 다른 이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녀의 말대로 완벽하게 초토화를 내놓은 것이다, 그 광대한 면적의 던젼 저 멀리까지 아무런 장해 없이 볼 수 있도록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정교하게 해체라도 해놓은 모습. 

던젼이라 함은 이 행성의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물건을 이렇게 처참하게 만들어 놓다니. 화가 날만도 했지만 네리아 이하 모든 일행들의 공통점은 다시 그 광대하면서도 밀폐된, 사용하는 사람의 편의라고는 조금도 봐주지 않은 통로를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대하여 안도감이었으니 상관은 없겠지.

“왔나?”

굵은 선의 남자가 길어진 손톱으로 들고 있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생고기를 썰다 막 문을 열고 들어서는 존재를 바라보았다. 그에 품안에 무언가를 잔득 짊어지고 들어선 그 존재는 창이 큰 모자를 신경질적으로 침대에 던져놓곤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휴 겨울이 다가오는데도 이곳은 적도와 가까워서인지 덥군요. 그런데 다른 이들은 어디 있지요?”

벗은 모자에 들어난 것은 아름다운 여인. 인간의 그것을 능가하는 아름다움이 들어나자 정오의 맑은 날씨에도 창문을 닫아놓아 어두침침한 공간을 환하게 비추어 주었다. 마치 여신 같은 미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런 그녀의 얼굴에 수심이 깃들어 있다는 것일까? 

“몰라, 인간 놈은 이곳의 누구를 만난다고 나갔고 내 동족 중 2명은 그놈들을 정찰하러 나갔다. 그리고 나머지들은 저곳에 있지.”

그가 턱으로 가리키는 곳은 밀폐된 공간에 피어놓은 촛불의 불빛이 미치지 않은 구석진 자리. 그곳에는 그녀가 신경을 집중해야 간신이 볼 수 있는 윤곽선이 있었다. 그것은 마치 망토를 뒤집어 쓴 부랑자 같은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감각을 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상치 않은 존재들이라는 것을 짐작케 한 모습이었다. 그녀의 벗어놓은 모자에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에 보이는 것은 바로 사람 손바닥만 크기만한 귀가 있었기 때문. 사람들이 흔히 엘프라고 부르는 존재. 그런 그녀의 감각은 산짐승의 그것을 능가하였기에 그녀의 눈을 피하기란 보통의 실력으로는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밀폐된 공간에선 그녀의 감각을 피한 이들이 7명이나 되었다. 물론 그녀가 그들을 다 파악한 것은 아니다. 단지 그녀가 데려온 이들은 총 10명이었기에 정찰하려 보낸 2명과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를 빼면 7명이라고 단순히 계산한 것. 허나 지금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니었으니 들고 있는 짐을 탁자에 내려놓은 그녀는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음 다음은 목요일분... 푸루푸루님에게 용서를 비는 마음으로 자! 다음편!!

“그 인간남자를 말리지 않고 뭐하셨습니까? 지금 밖이 심상치 않단 말이에요. 뭔가 일이 일어날 것처럼 그동안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적들의 비공정에서 변화를 일으켰단 말입니다”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그녀가 내뱉은 말 중에 눈앞의 남자를 질책하는 뜻이 담겨있자 이제까지 거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던 주위의 존재들에게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허나 보통 사람, 아니 보통의 엘프들이라면 기절할 만큼 강렬한 살기를 정면으로 받은 그녀는 눈 하나 흔들리지 않은 모습으로 눈앞의 남자만을 주시할 뿐이었다. 한순간이지만 영원할 것 같은 침묵이 밀폐된 공간을 가득 매웠다. 그렇게 한참이 흘렀을까? 주위의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묵묵히 피비린내 가득한 생고기를 썰어서 입속에 집어넣던 남자는 먹던 고기를 내려놓곤 자신의 길게 뽑혀 나온 손톱을 혀로 깔끔하게 닦아냈다.

“그만해라. 우리부족의 은인이지 않은가?”

그의 말에 언제 자신들이 살기를 뿜었냐는 듯이 그녀가 들어왔을 때의 기척하나 없는 고요함으로 돌아왔다. 

“그보다 이제 적을 슬슬 공격해야지 않겠나? 이곳에는 지금 우리부족의 최정예 전사들이 나를 포함하여 10명이 넘는다네. 더욱이 그 인간 놈도 마음에 들진 않지만 심하게 죽음의 냄새를 풍기를 것으로 보아 만만하게 볼 놈도 아니고, 더욱이 자네가 있지 않은가? 비록 자네가 전사는 아니지만 자네의 그 능력과 우리의 능력이 합쳐지면 인간의 왕도 손쉽게 죽일 수 있는 전력, 그런데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셈이지?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그의 손에 죽어간 동족의 한을 풀고 싶다네.” 

“그를 얕보지 마세요. 조금 전 당신들께서 저에게 내비친 살기에 제가 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지 아십니까?”

침묵을 깬 눈앞의 남자의 말에 그 엘프는 어림도 없다는 식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에 그 남자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고기를 썰던 손톱으로 자신이 앉았던 탁자에 밖아 넣었다. 그리곤 소리하나 없이 깔끔하게 잘려진 탁자의 조각이 고요한 공간에 울려 퍼졌다.

“전사들이 뿜어대는 살기를 이겨낸 것은 장한 일이지만 우리를 우습게보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야. 드래곤을 빼면 우리보다 더 강한 종족은 없다네. 그런 우리들이 인간 하나 이겨내지 못한단 말인가?”

남자의 몸이 점점 부풀어 올랐다. 허름하지만 넉넉한 크기였던 남자의 옷은 순식간에 찢어질 듯이 부풀어 올랐고 검게 탄 구릿빛 피부에선 백색의 털이 거짓말갈이 솟아나오기 시작했다. 더욱이 키도 커져 앉아있는 상황에서도 그 남자의 키는 천장에 부딪칠 정도. 그리 좁지 않은 공간이 그의 육체가 변신을 완료할수록 좁아지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바닥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이 그 남자의 변신을 이기지 못하곤 삐걱삐걱 요란하게 울었다. 허나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 엘프는 태연한 모습으로 그의 붉어진 눈을 직시했다.

“과연 로드입니다, 달이 뜨지 않은 낮에도 변신을 하신다니,.”

“이래도 우리들이 그에게 질것이라 생각하는가?”

조금 전의 목소리가 그 남자의 입에서 들렸다. 허나 이전과 다른 것이 있었으니 그의 입이 마치 개의 그것과 같이 길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더욱이 살짝 입을 여는 순간 보이는 날카로운 이빨. 섬뜩한 하얀색의 그것은 눈앞의 엘프 따윈 가볍게 씹어 삼킬 수 있어 보였다. 허나 역시 대답은 같았다.

“예. 그는 인간의, 아니 우리들의 상식으로 판단이 불가능한 존재였습니다, 더욱이 그의 부하들의 힘 또한 무시무시하지요. 그들이 비공정으로 우리들을 몰살시키는 것은 단 한발이었습니다. 그 빛의 구체가 저희들의 마을에 닫는 순간 모든 것이 무(無)로 변한 것이지요. 솔직히 지금 이곳이 있는 이들만으로 그자를 정면으로 공격하라는 말은 다 죽으라는 말과 같지요. 전 그 정도로 잔인하지 않습니다.”

냉정한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하지만 어찌 보면 눈앞의 존대들을 무시하는 발언. 허나 그런 그녀의 말에 변신한 남자는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리곤 그의 몸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아름답기까지 한 백색의 털은 그 구릿빛 피부 사이로 숨어들었고 천장을 부셔버릴 만큼 늘어난 키 또한 서서히 줄어들어 갔다, 

“진실의 엘프들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것이 정확하겠지”

남자는 스스로 납득하곤 손을 뻗어 그 여자 엘프가 사온 짐덩이를 탁자에 쏟아냈다, 그러자 와르르 쏟아지는 수많은 음식들. 허나 특이한 것은 조리된 음식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생고기 아니면 파릇파릇한 과일들. 얼마나 청소를 하지 않았던지 지저분하기 그지없는 탁자에 쏟아진 그것들은 남자는 한 움큼 쥐곤 입안에 털어 넣었다.

“역시 변신하면 배가 고프다니까! 자네들도 어서 먹게”

우그적 우그적 뼈 부셔지는 소리와 함께 입안에 들어있던 고기를 씹던 그가 손짓을 하자 이제까지 단 한차례 살기를 방출한 후 여전히 어둠에 숨어있던 이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눈앞의 남자와 마찬가지로 보통 인간과 다름없는 모습이었지만 그들 또한 그 남자와 마찬가지로 탄탄한 팔뚝을 이용하여 질긴 고기를 가볍게 찢어 게걸스럽게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사람의 식사라기보다 짐승에 가까운 그들의 모습에 잠시 죽어간 가축들을 생각하며 그녀 또한 피가 약간 묻어있는 과일 하나를 들어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왜 그러나?”

과일의 한 조각에 묻어있는 피의 맛에 생각하기 싫은 과거가 떠오르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들고 있는 과일을 떨어뜨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걱정스러운 음성으로 물어오는 남자. 그런 그에게 그녀는 작게 손을 흔들어 준 다음 화장실로 뛰쳐나갔다. 그곳에 가는 중 거치적거리는 존재들이 통로를 막고 있었지만 그녀는 엘프 특유의 몸놀림으로 가뿐하게 뛰어넘곤 목표인 화장실에서 마음껏 토했다. 허나 몇날 며칠동안 심리적인 이유에 제대로 먹지 못한 그녀가 토해날 수 있는 것은 단지 물뿐이다. 

“먹어야 돼. 내가 죽으면 우리 부족의 원수는 누가 받는 단 말인가. 이정도의 고통으로 죽은 이들에게 얼굴도 들 수 없어."

이를 악무는 그녀의 입술에는 작게 핏방울이 맺혀졌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화장실에 매달려 있는 작은 거울에 자신의 창백한 얼굴을 비쳐보던 그녀는 그 거울 너머로 보이는 물체들을 바라보았다, 바로 조금 전 그녀가 뛰어넘었던 통로의 장애물. 날씨가 더워서인지 아직도 활동하고 있는 곤충들이 그 물체들의 위를 시끄럽게 날아다녔다, 

'미안합니다.‘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진실된 사과, 하지만 그런 그녀의 눈빛에도 통로를 막고 있는 물건들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역시 인간이 길들인 고기의 맛은 형편없군. 고기는 약간 썩어야 제 맛인데 인간들은 그것을 모른단 말이야?”

조금 전 그녀와 대화를 나누었던 남자가 데려온 전사 중 한명이 그 물체들의 일부분을 뜯어 입안으로 넣었다. 곤충의 애벌레가 가득한 모습이었지만 그는 괴이치 않는 모습. 우그적 우그적 그의 입속에서 들리는 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그녀 자신이 사온 고기는 이미 죽어있는 고기. 그녀와는 아무 상관없이 죽어 있는 존재였다. 허나 지금 그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이 집의 주인. 통로를 가득 매우고 있던 존재들은 바로 이들이 있는 집의 원래 주인가족이었던 것이다. 허나 지금은 한 생명의 위장으로 들어가는 신세. 어느 틈에 왔는지 다른 전사들 또한 반쯤 뜯어 먹힌 그들을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씹어 삼켰다. 그리고 그 틈 사이에서 보이는 작은 손을 보자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곤 다시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우엑”

역시나 위액만이 나올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참을 수 없었다. 마치 뱃속에 오물이라도 들어있는 것처럼.

“큭큭 지금의 나와 그자의 차이점은 뭘까? 복수? 목적을 위하여 남은 죽이는 것에 그자가 저지른 일과 무슨 차이가 있지?”

스스로 생각해도 지금의 자신의 행동은 믿을 수 없었다. 복수 따위를 바라고 있는 엘프라니…. 하지만 그녀 자신은 외치고 있었다. 그에게 복수를. 자신들의 부족을 공격한 그의 부하들에게 복수를, 

항상 이렇게 되었다, 엘프 특유의 죄책감에 휩싸인 후에는 이상할 정도로 분노가 그녀의 마음속을 뒤덮어 갔다. 마치 그녀 안에 들어있는 그녀 자신이 조금씩 삼켜지는 것 같다고나 할까? 위액 덕분에 씁쓸한 느낌이 드는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입가에 묻은 위액을 털어냈다.

“일단 그를 죽이고 생각해 보자. 어차피 우리들의 어머니인 산드리아스의 말씀을 어기고 움직이는 몸, 지옥에 가는 것이야 예정되어 있지만 부족을 죽은 그자는 절대로 용서 못해!”

“왜그러나?”

막 인간의 여자로 보이는 것의 목에 걸려있는 금속질의 물건을 물어뜯던 이의 질문에 제일 먼저 이곳에 온 전사는 두 눈을 비볐다. 순간적이지만 문이 열려있는 화장실이라는 인간의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곳에 들어간 엘프의 몸에서 붉은 빛을 본 것이었다, 하나 그것은 정말 한순간의 일. 그에 자신이 잘못 본 것이란 생각에 그는 고깃덩이를 자를 때 묻었던 손을 비벼 진득한 피와 오물이 흐르는 자신의 얼굴을 닦으며 동료에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것도.”

그는 다시 동료들과 같이 곤충의 애벌레 가득한 얼굴을 파묻으며 조금 전의 기억을 지워버렸다. 죽어간 동료의 원수를 갚기 위해는 많이 먹어 두어여 했다. 

먹을 수 있을 때 먹는다.

그것이 삶의 제 일의 수칙이고 그것을 지킨 자만이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이다,

목요일분 끝

먹을 수 있을 때 먹는다.

요즘과 같이 풍족한 세상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왠지 마음에 드는 글이라 한번 넣어 보았습니다. 

출처는 3x3아이즈

“이게 어떻게 된 것이지?”

에레나의 외침에도 일행들은 자신들이 보는 눈앞의 광경에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엄청난 점프 앞에서는 강한 체력 따윈 상관없는 이야기인지 휘청거리는 몸을 가까스로 추스른 일행들은 그녀의 말에 대꾸할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몸의 상태를 보아도. 지금 눈앞의 광경을 보아도, 하지만 제일 큰 이유는 아마 눈앞의 어이없는 광경에서일 것이다,

분명 진이 산 건물은 귀족가에 한 모퉁이. 허나 모퉁이라 해도 어디까지나 귀족의 거리. 따라서 항상 한산하고 무두 깨끗한 차림세의 사람들만이 보였던 거리였다. 허나 지금 일행들이 바라보고 있는 거리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비록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있지만 얼마나 씻지 못하였는지 더럽기 그지없는 모습. 그들의 무리 중 아직까지 자신들이 귀족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깨끗한 옷차림에 우아한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지만 그들 곁에서는 지저분한 사람들이 가득했으니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더욱이 그런 주위의 모습에 얼굴을 찌푸리는 귀족들은 있었어도 그들을 쫓아내거나 자신들이 다른 곳으로 가진 않았다. 그저 진이 산 귀족의 저택 주위에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마치 자신들이 살 곳은 이곳밖에 없다는 듯이….

“내가 그렇게 미웠나? 산 저택의 주변에 쓰레기장이라도 만들다니 말이야?”

“그것이 아닙니다. 이들은 난민입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을 단번에 쓰레기로 만드는 진, 그런 그에게 다가오는 존재는 바로 바로 이곳으로 이끌고 온 비공정의 책임으로 지정된 안드레이드 소령이었다. 그리곤 무릎을 꿇곤 예를 취했다.

“난민이라…. 내가 없는 동안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난 모양이군, 그동안의 일을 간략하게 보고해보게”

그녀의 등장에 일행들이 모여들었다. 휑하니 구멍 난 저택, 아니 이제는 저택이 있었던 자리에서 빠져나온 뒤 장갑보병들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서둘러 그녀들에게서 멀어져 갔고 주위에서 활동 중인 몇몇의 인물들이 있었지만 그들 중 자신들과 안면이 있는 사람 따윈 없었다. 아니 안면이 있다고 해도 물을 분위기가 되지 않았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정신없이 움직이기에 차마 물어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진이 안드레이드에게 묻는 질문은 그녀들의 궁금증을 확실히 풀어줄 황금의 열쇠. 

자신의 얼굴을 반짝이는 눈빛으로 주위의 사람들이 바라보자 그녀는 당황했는지 붉어진 얼굴로 헛기침을 했다.

“흠흠. 그럼 사령관님께서 통신이 끊어지고 15일간 행방불명된 이후부터 설명 드리겠습니다, 일단 이 나라의 명칭은 마베스인 것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 나라의 남부로는 이 나라와 비슷한 면적의 라체스라는 왕국이 있지요, 그 나라 바로 밑에는 트라레스라는 나라가 존재합니다, 인구 일백 이십만 정도이며 이 대륙에서 상당한 군사강국입니다. 더욱이 기후가….”

그녀의 이야기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트라레스라는 나라에 집중되어 있고 산지가 많고 많은 철광석이 나와 야금술이 발달했다. 라는 식의 유익한 이야기부터 그 나라를 다스리는 국왕이 변태라는 식의 쓸모없는 이야기까지 주저리주저리 쏟아지자 진은 귀찮은 표정으로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막았다.

“그만! 그보다 왜 지금의 사태에 대부분의 이야기가 트라레스라는 나라에 집중되는 것이지?”

“그것이 그 트라레스라는 나라가 침략해 들어온 것입니다.”

“말도 안돼! 이 나라와 트라레스의 중간에 끼어있는 라체스는 트라레스와는 앙숙이란 말이야!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군대를 이동시킬 수 있지? 비록 이 나라와 트라레스가 같은 해안을 낀 나라라고 해도 해군강국이라 할 수 있는 이 마베스는 트라레스를 압도할 것인데!”

안드레이드의 말을 끊은 것은 에레나, 그녀 또한 귀족이며 그것도 공주라는 직책이 있으니 국제정세에 어느 정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그런 그녀의 지식으로는 안드레이드의 말은 말도 안 되는 사실이었기에 부득이 끼어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트라레스는 마베스의 해군의 배를 타고 이곳으로 침공한 것입니다,”

“앵?”

“말도 안돼”

“그렇게 어리석을 줄이야”

에레나 그녀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어느 정도 사전지식을 가지고 있던 일행들의 입에서는 부정적인 이야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아무리 바보라도 해도 자국의 해군으로 적병을 실어 나르다니 이 나라의 지도부에 어리석다는 생각보다 한심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아직 안드레이드 그녀의 이야긴 끝이 나지 않았다.

“저희가 들은 정보로는 마베스의 국왕이 트라레스에 시집간 자신의 딸에게 모종의 부탁을 한 것이라는 정보가 있습니다. 따라서 트라레스의 국왕은 자신들의 나라에서 마스터라는 싸움을 무지 잘하는 사람을 파견했다고 하더군요.”

마스터가 싸움을 무지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사림이 있다니. 그녀의 말을 경청하던 일행들은 비록 이 나라가 무언가를 꾸미다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보다는 마스터를 싸움꾼으로 표연한 그녀의 말에 다시 한번 황당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마스터라는 괴물이 단지 싸움을 잘해서 얻어지는 것인가? 오러 블레이드 다루는 싸움꾼이 있다면 자신들이 먼저 보고 싶을 지경인데…. 

안드레이드는 자신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쑥덕거리는 주위의 일행들을 바라보는 모습에 기분 나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최고 상관인 진에게 보고하는 자리라 꿈 참았다. 나중에 꼭 물어보겠다는 각오와 함께.

“하여튼 그 마스터라는 싸움꾼은 자신들의 부하 수백 명과 같이 동행했습니다. 그리곤 도착하는 즉시 저희에게 서안을 보내곤 즉각 이 나라의 왕국을 쳤습니다.”

“서안이라? 아! 보여줄 필요는 없고 어떤 내용인지만 설명하게” 

주점 주점 서류조각 가득한 가방에서 손을 넣어 뒤적이는 안드레이드 소령에게 손을 들어 막은 진은 간단한 요점만을 원했다.

“예? 그럼 간단히 말하여 그들이 보낸 서안에선 자신들이 온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뭐 사령관님을 살해하곤 저희들의 다크스타를 탈취할 계획이었다고 나와 있더군요, 물론 그 계획을 주장한 사람은 이곳의 국왕, 따라서 자신들과 손을 잡아 이 나라를 응징하자는 이야기였습니다.”

“…빤히 보이는 거짓말을”

“예! 우리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그런 편지를 보냈는지 궁금할 지경이었습니다.”

“이 나라와 다크스타까지 먹어치울 생각이군. 그래 그 뒤는 어떻게 됐지?”

“ 아직 이곳까지 벌레들이 진출하지 못하였기에 정확한 사실을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이 이 마베스의 해군을 이용할 때 마력탄이라는 폭탄을 장착했다고 합니다. 그 뒤 이들이 배를 내리고 나서 그 폭탄이 폭발하여 지금 이나라의 해군이 상당수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그 싸움꾼들은 왕궁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이미 수십 번의 돌격조가 왕국으로 달려들었지만 그 마스터라는 싸움꾼의 실력이 대단하지 아직까지 굳건히 버티고 있지요. 더욱이 이 나라의 해군이 당하는 순간 미리 단단히 준비하였는지 트라레스의 해군이 쳐들어 왔습니다. 문제는 저희가 이곳을 휘저을 때 이 나라의 큰 행사가 열리는 때라 모든 귀족들이 모여 있는 상황에서 상당수가 아군을 공격한 혐의를 가진 존재들. 따라서 저희들이 복수에 의하여 상당수 귀족들을 죽였는데 그들 가운데 꽤 많은 수가 군에 군무하던 이들이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상당수 높은 고위층. 덕분에 대부분의 지휘관들이 부재가 되었고 그 최악의 상황에서 적들을 맞이하였으니 대부분 싸움한번 못하곤 그대로 무너져 내린 것입니다.”

“출처는?”

“저기 정보의 가치도 모르는 존재들에게 얻었습니다.”

이곳에는 협력자도 없고 첩보를 담당할 수 있는 벌레조차 아직 이곳까지 진출하지 않았다. 뭐 다크스타가 움직였으니 이제 이곳에도 엄청난 숫자의 벌레들이 방출될 것이지만 그런 트라레스 라는 나라의 움직임까지 알 수는 없는 법! 따라서 출처를 묻는 진에게 안드레이드는 조용히 눈빛으로 가리키는 곳은 난민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귀족들. 상황을 보아하니 보속 몇 게 쥐어주고 얻은 것이리라. 

“멍청한 놈들. 자멸의 길을 걷고 있군, 그런데 트라레스에는 이 나라와 공주가 시집갔다고 하지 않았던가?”

“예. 그렇습니다, 상당히 부녀간에 사이도 좋았다고 합니다. 외적으로는”

“외적? 그렇다면 숨은 비사가 있다는 말인가?”

“소문이지만 이 나라의 국왕이라는 자가 자신의 딸….”

“네놈은!!!”

진의 물음에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꺼내기 싫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처럼 붉어진 얼굴로 막 본론을 꺼내려는 안드레이드의 말을 끊곤 어디선가 분노 가득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에 모든 이들이 그 목소리의 출처를 따라갔고 그곳에는 수많은 난민의 탈을 쓴 귀족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그 집단의 한명으로 다들 앉아있는데 혼자 서 있는 모습을 보아 방금 전 목소리가 누구 것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방금 나한테 그런 것이냐?”

고개를 갸웃거리는 진의 모습에 한동안 어이없어 하던 그는 손가락을 들어 삿대질을 했다.

“네놈이 아니라면 누가 이런 일의 원흉이란 말인가! 네놈이 오지 않았다면 네놈이 저택에서 공격 받았을 때 죽었더라면, 너를 심판하기 위하여 날아온 드래곤의 손에 죽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사정을 알고 있는 모습, 아마 고위귀족이고 파티장에서 진을 바라본 사람인 것 같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으니 절규 가득한 그의 음성은 주의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집혔다. 자신들이 왜 집을 버리고 이곳에 있어야 하는가! 자신들이 왜 이런 더러운 옷을 입고 있어야 하는가! 자신들이 왜 더러운 음식을 먹고 있어야 하는가! 항상 받들어지기만 하던 그들은 지금의 상황을 원망하고 싶었다. 더욱이 자신들은 원망할 상대가 있지 않은가? 

그들은 지금 눈앞의 존재가 그 수많은 귀족들을 학살하고 드래곤까지 잡아들였다는 사실 따윈 까맣게 없어져 버렸다. 그들의 눈에는 단지 아름다운 여자들 사이에 끼어있는 아름다운 소년만이 보였던 것이다, 원래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종족이 귀족이라는 종족, 한 명 두명 조금 전 연설하던 남자를 따라 일어나는 사람들의 숫자는 늘어만 갔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는 과연 죽어도 귀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날카롭게 선 무기들이 들려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을 무심하게 바라보는 진.

“잘랐다는 듯이 외치는 주제에 저 쓰레기들은 왜 이곳에 모여 있는 것이지?”

“지금 트라레스의 군대는 지금 이곳인 이 나라의 수도 타부로스르 포위하고 있습니다. 머리도 좋게 이곳저곳 건들지 않고 배에서 내린 즉시 이곳으로 달려온 곳이지요. 뭐 그 때문에 도망치지 못한 귀족들은 성을 공격한 트라레스의 마스터라는 싸움꾼이 저희에게 우호적인 편지를 보냈다는 것에 착안하여 자신들의 목숨을 보호하려는 생각이지요,”

“뭐 저런 놈들이 다 있데”

팔짱을 끼곤 안드레이드의 말을 경청하고 있던 일행들 중 가장 정의감 가득한 키이의 말에 다른 일행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의 눈에는 오로지 자신들은 잘못이 없고 오직 진만이 잘못했다는 식의 그런 사고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어떻게 할까요?”

눈앞의 이들의 처리를 묻는 그녀의 모습에 진은 나직이 코웃음을 쳤다. 그리곤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오른손을 밑으로 꺾었다.

“어떻게 하긴 다 죽여 버려! 힘도 없는 주제들이 짖어대는 것만큼 추한 것도 없는 사실을 모르는 병신들은 다 죽여야지!”

“하지만 이곳에는 아이들과 노약자. 여자들이 있습니다만”

반대하는 음성이 아닌 그저 서류를 읽는 것처럼 무감각한 음성으로 대꾸하는 안드레이드에게 진은 손사래를 쳤다,

“뭐 생각할 것 있나? 덤비는 놈은 다 죽여. 언제 우리들이 상대의 나이, 성별을 보고 죽였나? 그냥 다 죽여 버려” 

금요일 편 끝...

아마 내일은 올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만약 올린다면 모래엔 글이 올라오지 않을 것이라는... 

새로 산 컴의 os도 깔고 구형컴이라 해보지 못한 게임들도 ㅎㅎ

그럼 전 이만~~~

진의 명령에 안드레이드는 자신의 팔에 장착된 통신기를 작동시켜 포격을 준비시켰다. 그에 하늘에서 던젼의 입구가 된 저택을 감싸 안으며 상공을 맴돌고 있는 다크스타들이 서서히 움직였다.. 

“멀어져 간다? 아니 우리를 둘러쌓는 것인가?”

그 움직임에 귀족들은 동요했다. 다크스타들이 저택을 감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차츰 범위를 넓혀 저택외각에 있는 귀족들을 모두 감싸 안은 것이다. 근 한달가까이 움직임이 없던 다크스타의 움직임에 진을 바라보며 흥분하던 귀족들의 동요는 조금씩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제야 그들은 깨달은 것이다. 자신들의 나라에도 없는(마베스에도 비공정이 한대 있었지만 그것을 아는 것은 극히 일부 왕족뿐이다.) 비공정을 몇 대나 가지고 있는 전대미문의 존재가 바로 자신들이 바라보는 소년이라는 것을…. 

그 웅성거림은 한달 전 진이 일으킨 그 광기 가득한 귀족 살해사건이 일어난 날 상공의 비공정이 어떤 위력을 보여주었는지 똑똑히 바라본 사람들의 비명소리를 시작으로 동요가 공포로 변해갔다. 그 당시 빛 한줄기만으로 지상의 그 어떤 건물들도 남아나지 않은 광경을 본 사람들의 공포에 질린 고함소리는 그것을 직접적으로 보지 못한 사람들의 공포심까지 자극한 것이다. 더욱이 지금 그들이 있는 수도를 적들이 포위하고 있는 상황. 죽음의 공포심에 최후의 돌파구라 생각한 곳에서 목숨을 위협 당하자 사람들의 이성이 사라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침착해라! 저 소년만 죽이면 된다! 저 소년을 죽이고 저놈이 가지고 있는 비공정을 빼앗으면 우리는 지금의 위기에서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들을 포위하고 있는 간악한 트라레스 놈들에게도 승리할 수 있다.”

처음 사람들을 선동하여 진에게 대앙하려고 했던 남자의 고함소리가 주위에 널리 펴졌다. 그의 곱게 차려입은 옷과는 달리 기사의 직위에 있었는지 마나가 가득 실린 목소리가 공포에 질린 사람들의 비명소리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귓가를 유혹했다. 그리곤 차츰 사람들의 동요는 사그라졌다. 그의 말에 조금씩 동조한 것이다.

그런 그를 보며 일행들은 어이없어 했지만 그중 가장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는 진을 따라온 존재들. 루미나와 키네라. 아르와 세르피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만약, 정말 만약 저들의 생각대로 일이 되어서 진을 죽인다고 해서 다크스타를 탈취할 것이라는 생각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더욱이 진이 죽으면 이 행성은 죽음의 행성, 아니 존재 자체가 없어질 것이 틀림없는 사실. 자신들의 상관을 죽이고도 ‘예 안타까운 현실이었습니다.’ 라고 넘어갈 것인가? 지구인들이 그런 식으로 살아왔다면 아직까지 노예종족으로 살아왔을 것이며 지구인들의 손에 멸절당한 나기인들은 아직도 전 우주를 누비고 있을 것이다. 

“쓸 때 없는 넋두리들이 길 군. 일단 대공 레일건으로 외각부터 쓸어버리고 장갑보병들을 중앙으로 돌입시켜. 아! 그리고 장갑보병들에겐 아군의 오폭을 유의하게 하고”

경멸 가득한 얼굴로 소리치는 남자의 말에 조금씩 동요가 가라앉는 귀족들을 바라보는 진은 통신기를 켜놓고 자신의 명령만을 기다리는 안드레이드에게 말하곤 몸을 돌리려 하다 한 가지 허전함을 느꼈다. 그에 한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던 진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지금 자신과 안드레이드는 이 행성의 공용어로 말하고 있었기에 일행들은 진이 하는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진이 자신의 말을 실천할 힘도 의지도 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예상 밖으로 잠잠한 사람이 있었으니 세이시나를 바라보는 진의 얼굴에는 의아한 표정이 떠올랐다.

“오늘은 얌전하군.”

비웃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궁금해서인지 구분이 가지 않은 진의 물음에 그녀는 스스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도취되어 자신들에게 단단한 벽을 형성하며 접근하는 귀족들을 아무런 표정 없이 바라보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누가 진실이란 말인가?’

눈앞의 이는 자신에게 대향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힘을 보여주려 한다. 힘과 죽음으로. 그동안 그녀는 건전한 신관이라 말할 수 없었지만 신의 말을 따르기 위하여 노력했다. 그 신의 말씀 중에 ‘목숨은 모두 소중한 것이다.’ 라는 구절이 있었다. 그녀가 진에게 생명 운운하는 것도 신이 그렇게 말했기에 그것을 선으로 보고 그 반대되는 행동을 악으로 판단한 덕분. 그것으로 보면 분명 진은 악이었다. 하지만 진이 마베스의 수도 타부로스에서 자신이 거느리는 부하 한명의 상처를 보복하기 위하여 왕궁으로 쳐들어가는 순간. 신의 사자는 평소의 가르침과 달리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내버려 두었다. 

자신을 공격한 이들을 죽이는 것과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죽게 내버려 두는 것에는 어떤 것의 차이가 있을까? 그것을 판단하지 못한 그녀는 그래서 진이 대량학살을 하는 것을 빤히 보고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그녀가 따른 신의 말씀으로는 분명 진이 악이지만 그것에 의심이 들어가자 누가 정의인지, 누가 악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결론을 내리지 못한 이상 나에게 너의 행동을 참결한 권리가 없다.”

결국 그녀가 꺼낸 대답은 지켜보는 것. 그에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소리를 하자 재미가 없는지 진은 손사래를 치곤 자신을 바라보는 안드레이드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공격을 승인하기 위하여 명령을 내리려는 순간 귀족들이 무리들에서 생각지도 않은 일이 발생해버렸기에 진의 명령은 잠시 미루어 졌다.

“이것이 무슨 짓이냐! 이것이 자랑스러운 마베스의 귀족들이란 말인가? 승냥이도 이보단 낳겠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이가 누구인가! 단지 소녀(?)들만이 있지 않은가! 그런 이들에게 때로 몰려 들어가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라!” 

젊은 소녀의 목소리였지만 이상하게 나이든 투로 말하는 한 여성의 소리침에 진의 일행에게 다가오는 귀족들의 벽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곤 그 사이가 갈라지며 검을 든 한명의 여성이 앞으로 나왔다.

“뭐야 저 계집에는”

20대 후반으로 청조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진의 얼굴에는 짜증이 나타났다. 그 동안 몇까지의 일을 수정하게 위하여 잠시 자신의 발걸음을 멈추었고 남는 시간을 이용했다고 하지만 결국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생각지 않은 봉인까지 풀린 상황에서 견진 것은 괴상한 검(?) 하나. 허비한 시간이 아까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죽고 싶어 환장한 이들에게 자비를 배 풀 정도로 진은 너그럽지 않았다. 더욱이 그녀가 꺼낸 이야기는 고작 소수를 상대로 다수가 덤비는 것에 대한 비난. 일의 잘못을 따지는 일 따윈 아예 없지 않은가?

“아! 저분은 이 나라의 공작가의 미망인으로 여자의 몸으로 그 광대한 영지를 훌륭히 다스리고 젊은 나이에 근위 기사급의 실력을 가지고 계시는 디프리스 공작각하십니다. 더욱이 기사의 신분이라기보다 성기사라는 신분이 어울릴 정도로 독실한 신자이기도 하지요”

“과찬이십니다.”

아세스가 그녀를 아는지 갑작스럽게 등장한 그녀의 모습에 의아한 모습을 하고 있는 일행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에 그 목소리를 들었는지 그녀는 일행들, 정확히는 아세스를 보며 답례의 인사를 건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일행들도 그녀의 이야기는 들었는지 몇몇은 감탄사까지 내뱉었다. 

드리프스 공작이라면 이 하이아라스 대륙에서 몇 없는 여자의 몸으로 공작의 작위를 갖고 있는 이로 유명하였고 더욱 유명한 것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검 실력과 자신의 영지를 어느 영지보다 훌륭히 다스리는 것이었다. 뭐 몇 안 되는 존경받는 귀족이라고나 할까? 그에 어느 정도 그녀에 대하여 호감을 가지고 있던 일행들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귀족들을 바라보며 굳힌 얼굴을 조금 풀었다. 물론 그들이 위험해서는 얼굴을 굳힌 것은 절대 아니었으니 단지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기 싫어서였다. 그것도 몇몇 사람의 이야기지만.

하여튼 그녀가 모습을 등장하자 살기등등한 상황이 조금 느슨해지는 분위기가 되었다, 최상위 귀족인 그녀를 무시할 사람은 이곳에 극소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그 극소수의 사람에 속하는 진은 자신의 품안에서 자카로바를 꺼내들었다. 던젼에서 사용 후 그대로 품안에 넣었기 때문에 장전된 탄환이 철갑탄이라는 것을 확인한 진은 자신에게 얼굴을 돌리는 아세스의 시선을 뒤로하고 눈앞에 나타난 존재에게 가늠자를 겨냥했다.

“이분은 진이라 하시는….”

“그만. 어차피 죽을 자에게 자기 소개할 필요는 없다”

탕!!

차가운 목소리. 그리고 진이 들고 있는 쇠뭉치가 어떤 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일행들이 그를 말리기도 전, 자카로바에서 특유의 날카로운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뭐…뭐야”

처음 들어보는 강렬한 금속음에 잠시 어리둥절한 모습을 하고 있던 그녀는 가슴이 시원함을 느끼며 시선을 밑으로 향했다. 그곳에 펼쳐진 것은 얇은 백색의 드레스가 서서히 피로 물들어 가고 있는 모습. 일체의 아픔도 없었기에 그녀는 잠시 그 붉은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다. 그리곤 잠시 그녀의 주위에서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 사람들을 두리번거리다 서서히 쓰러졌다. 심장에 정확히 명중한 탄환은 그 강렬한 힘으로 이미 그녀의 내부를 박살내 놓은 것이다.

“어떻게….”

아세스는 자신의 입을 막곤 지면을 피로 물들이는 그녀. 아니 이제는 시체가 된 존재를 경악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것은 다른 이들이라도 다른 것이 없었으니 진이 일으킨 일에 모든 사람들이 한 장의 사진처럼 정지된 상황에서 한동안 시간이 흘렀다.

“자기소개 따윈 다시 만날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야. 죽을 사람에게 할 필요는 없지”

초연 냄새 가득한 자카로바를 다시 품안으로 집어넣으며 내뱉은 진의 중얼거림에 귀족들은 갑자기 잠에서 깨어난 듯 무기를 들고 진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의 얼굴은 분노 가득한 모습. 그녀가 귀족에게서까지 존경을 받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귀족을 죽였다는 것에 분노한 것인지 모를 일이지만 그들이 지금 진을 포함한 일행들에게 죽음을 내리기 위하야 달려드는 것은 확실했다. 

“왜… 왜 죽였어요! 그분은 귀족이지만 평민들을 아끼는 좋은 분이셨는데. 그분이 중재를 하면 지금의 사태도 좋게 끝낼 수 있었는데 왜!”

세이시나가 가만히 있은 이제는 아세스인가? 그녀는 같은 귀족이지만 진실로 존경할 이가 눈앞에 죽어가자 이제까지 지켜보고만 있던 행동에서 벋어나 진의 옷자락을 잡았다. 그에 진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옷자락을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쳤다.

“사람을 죽이는데 대상자의 도덕심 따윌 생각하라는 것이냐? 죽을 자의 선과 악 따위? 그따위 것은 내 알바 아니지.”

진이 내뱉은 말에 어이없어 하는 아세스를 뒤로하곤 그는 등을 돌려 아세스, 그녀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일행들과는 달리 차가운 표정으로 자신을 주시하는 안드레이드를 바라보았다. 다가오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 태도. 사실 진의 곁에는 던젼에 들어가면서 만약을 위하여 가동 중지시킨 흑랑을 다시 재가동시킨 뒤라 신경 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실행해라”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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