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9화 (49/49)

진의 명령을 받은 그녀는 신속하게 자신의 통신기를 이용하여 다크스타에 연락했고 그에 준비가 다 되었던지 다크스타의 AI는 내장된 대공 레일건을 즉시 발사했다. 탄환 아니 탄두의 목표는 진에게 달려드는 귀족들에게 휩쓸리지 않은 사람들이 남아있는 외각. 일부러 지하에 있을 던젼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하여 탄두를 약화시킨 것이지만 레일건은 레일건, 그것의 탄두가 강력한 충격파를 남기며 지면으로 난사했다.

“뭐냐!”

“비공정이 공격한다!”

죽은 공작의 시체를 수습하고 진에게 달려들던 사람들은 자신의 뒤쪽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흙먼지에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했다. 이미 진의 일행에게 달려오던 사람들의 발걸음은 멈추어진 상태. 그런 그들을 재미없다는 듯이 바라보던 진은 눈앞의 존재들에게 아예 관심을 끊었는지 피가 약간 묻어있는 자신의 가방으로 가 무언가를 뒤적거렸다. 천하태평인 그의 모습에 일행들은 말도 못하고 있는 상황, 그때 자신의 가방을 뒤적거리던 진의 손놀림을 멈추게 하는 소리가 모든 이들의 머리속에 울렸다.

“비겁자! 비겁하게 사람들을 상대로 비공정을 동원하다니! 겁을 먹어서 공작각하를 암살하더니 이제는 비공정이냐! 이 겁쟁이야!”

목소리의 주인공은 조금 전 사람들을 선동하던 그자. 그럼 몇몇의 소녀를(어차피 진의 외모는 여자이니...) 상대로 수백명이 덤비는 것은 비겁한 것이 아니고? 진의 행동에 나름대로 불만을 가지고 있던 일행들조차 어이없어 하는 모습을 뒤로하고 진은 느릿느릿 몸을 일으켰다.

“공격중지”

“예?”

“공격중지하라는 말이 안 들리나?”

나지막한 진의 중얼거림에 반문하던 안드레이드는 그 뒤를 따르는 차가운 목소리에 대답도 하기 못하곤 황급히 통신을 연결하여 대공 레일건의 사격을 중시시켰다.

“이제까지 별 잡소리를 다 들었지만 비겁자, 겁쟁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군.” 

자신의 가방에서 찾는 물건을 꺼내지 않고 그대로 몸을 일으킨 진은 망토로 변한 자신의 군복 코트를 벗어 한쪽으로 치웠다.

“병신들. 그렇게 내 손에 죽고 싶나? 그저 차가운 탄환에 몸을 맞기는 것이 좋을 것인데 일부로 고통스러운 죽음을 원하다니. 하필 내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때 건드린 너희들의 그 멍청한 선택에 경의를 표하며 그에 걸맞은 죽음을 내려주마”

스산하게 벌어진 진의 입에서는 밝은 태양빛에 반사되는 진한 검붉은 빛의 입김이 조금씩 세어 나왔다.

좀 늦었습니다. 참참 어젠 글 안올린다고 미리 말씀 드렸지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 이제 학살의 시작입니다. 다 죽여라 진!(퍽퍽!!.질질질<-끌려간다)

새로 산 컴의 키보드에 익숙해지기 않아 죽을 맛입니다,

하지만 집에서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있다니. ㅠ.ㅠ/

어젠 꼴딱 밤을 새웠지요.

덕분에 지금 비몽사몽이라 오타가 상당할 수도,,,

원래는 마비노기 하고 프리프 하려 했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조용히 언인스톨...

지금은 위드 하고 있습니다. 지금 렙 27....갈길이 멀었다,

다른 작가님에게라도 추전과 리플을...

문제 있음 리플요~~ 

“자….”

“말도 안돼!”

진의 말에 안드레이드는 그런 진을 말리기 위하여 소리치려 하였지만 그녀보다는 진에게 개인적인 호감을 들어내고 있는 에레나가 그녀의 말을 가로채버렸다. 그리곤 자신에게 시선을 주는 사람들 앞으로 느긋한 모습을 하며 걸어가는 진의 가냘픈 허리를 잡았다.

“미쳤어! 지금 혼자서 수백 명을 상대하는 거야! 그것은 인간의 한계를 넘었다는 마스터들도 할 수 없는 일이란 말이야! 인간인 이상 숫자의 힘에는 어쩔 수 없다고. 너답지 않게 왜 감정적으로 움직이는 거야. 저들 거지같은 놈들이 내뱉은 말에 동조할 필요는 없잖아! 그냥 저 상공의 비공정으로 모조리 죽여 버려”

역시나 귀족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그녀답게 말이 거칠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에 진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인간은 혼자서 수백 명을 이기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그…그렇잖아. 당연한 것은 물어보지 마!”

하긴 상식적으로 마스터라는 인간도 결국은 인간. 상대방이 목석처럼 가만히 서있는 것이 아닌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사람인데 그런 그들을 상대하는 것은 뒤에도 눈이 달려있거나 몇 개의 손이 더 늘어나지 않은 이상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에레나의 말에 모든 일행들은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진만은 동의하고 싶지 않았는지 자신을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어디서 하찮은 놈들을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지만 오늘 보여주지. 진정한 힘이라면 상대방이 백이던 천이던 억이던 상대할 수 있어.” 

“어떻게 할까요?”

진이 내뱉은 말에 모두의 시선에 황당함이라는 감정이 가득할 때 원군을 부르기 위하여 안드레이드는 서둘러 다크스타의 모든 에너지를 이용하여 통신을 보냈다. 목적지는 자신들의 출발지. 긴급회선을 이용해서인지 그녀가 통신을 요청한 이는 곧바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 조금 전의 일을 빠른 목소리로 보고하는 그녀, 허나 진이 움직이기 전에 그의 행동을 저지하는 지시를 받기 위하여 행했던 보고에 입체영상으로 모습을 나타낸 이는 피곤한 하면서도 조급함 따윈 조금도 없는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

“그냥 내버려 둬. 사령관님이 직접 움직이신다는 데 쫄다구들이 나서는 것은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야. 그보다 내가 부탁한 일은 어떻게 되었나? 이왕 다크스타들이 충동하였으니 그곳을 거점삼아 벌레들을 대량 방출하고 그것에 대한 데이터를 부탁했는데 아직까지 보고서 한 장 없으니….”

“지금 그것이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사령관님은 지금 맨몸으로 적들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최소한의 병기인 총도 군복도 벗으셨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 나보고 사령관님을 말리라는 말을 하는 것인가?”

“그것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흔드는 한영석에게 안드레이드도 차마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말할 수는 없었다. 그도 그녀도 아는 사령관은 그 따위 것이 먹힐 인물이 아니니까.

“자네도 보지 않았던가. 그 붉은 눈동자를. 조커께서 말씀하셨다. 사령관님의 눈동자가 붉은 빛으로 변한 것을 확인하면 사령관님이 어떤 일을 해도 상관하지 않고 따르라는 말을.”

“하지만”

한영석의 말에 아직도 수궁하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작게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그것보다 보고서가 먼저네. 그리고 지금 모습을 보아하니 자네가 걱정할 필요는 없겠는데?”

안드레이드의 팔에 장착한 통신기에 입체영상으로 모습을 나타낸 그는 그녀의 어깨너머로 고개를 내밀어 보곤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의아한 얼굴을 하던 그녀는 그가 보고 있는 광경을 보기 위하여 살짝 몸을 돌렸다. 그리곤 그곳에는 이제까지 그리 길진 않았지만 적지 않은 나이를 먹은 그녀의 상식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조커께서 왜 무조건 따르는 말을 하셨는지 알겠군.”

턱을 쓰다듬으며 나직이 중얼거리는 그의 음성 따위는 이미 그녀의 귓가에 들이지 않은 상태. 안드레이드는 그저 주위의 일행들과 같은 표정을 지으며 눈앞의 광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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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 코트를 벋어두어 지금 진의 몸에는 허리에 고작 낡은 막대기가 3개 있을 뿐이었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자카로바 5세도 놓고 온 상태. 눈앞에 있는 이들에게 총이란 비겁한 수단으로 인식될 것 같아 일부로 놓고 온 것이다. 그리곤 혼자 당당하게 걷는 자신을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귀족들을 무심히 쳐다보다 자신의 칠흑 같은 오른손을 물어뜯었다. 그러자 선명한 붉은 색 피가 아닌 죽은피처럼 검정색에 가까운 피가 그 물어뜯은 상처에서 해방돼 허공을 수놓았다. 

그리곤 그 흩어지는 피의 안개에 손을 집어넣자 딸려 나오는 것은 진이 만마전에서 항상 가지고 다니던 지팡이. 물론 겉모습은 창이었지만 날이 없기에 지팡이로 불리는 그것은 살상력 따윈 눈곱만큼도 없는 존재였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그것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마술과 같은 모습에 모든 이들이 말문을 잊고 있을 때 진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자! 내 몸에 상처하나 줄 수 있다면 네놈들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주지. 하늘에 떠있는 배가 필요하다면 주겠다. 내 목숨을 달라고 하면 그것도 주겠다. 허나 그 대신 너희들도 목숨을 걸어라.”

자신이 지팡이를 꺼내는 그 모습에 다가오는 것을 멈춘 귀족들을 바라보며 지팡이의 끝을 그들에게 향하게 한 다음 나직이 외쳤다. 그리곤 하늘을 날았다. 점프 따위가 아닌 진실로 몸이 공중에 떠서 나는 것이다. 

지면을 내딛는 진의 폭발적인 힘에 그의 주변에 있는 대지들은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하늘로 솟아올랐다. 지금의 진의 모습을 몇 번 보아왔던 일행들도 입을 다물 수 없는 굉장한 속도.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었지만 그녀들은 진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진이 일으킨 흙먼지도 한 목 했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들의 시야로는 진을 따라갈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마나를 다를 수 있는 키이도 마찬가지. 이전과는 차원이 달라진 진의 폭발력 그리고 진은 그 엄청난 폭발력을 이용하여 얼굴의 턱이 지면에 거의 밀착한 모습 그대로 창을 자신의 뒤로 돌리곤 다음 광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귀족들의 중심으로 쏘아져 들어갔다. 

잘나가는 후작가의 장남인 마르코는 지금 얼마나 기쁜지 말도 못할 지경이었다. 그는 욕심이 많은 편이기에 남의 보물을 가로채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존재, 허나 다행히 한달 전 진이 일으킨 사건에는 전혀 관련이 없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귀족들만이 이용하는 고급 사창가에 다른 나라에서 반란의 누명을 쓴 귀족가의 여식이 들어왔다는 소식덕분이었다. 그리고 그는 보았다. 자신의 이상형을…. 그 이유로 수도의 귀족들이 보물이 감추어진 저택에 관심을 가질 때 그는 그녀를 자신이 소유로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허나 그녀는 귀족가의 여식. 그것도 상당한 세력을 가지고 있었던 후작가의 여식이었기에 자존심이 무척이나 강한 여자였다. 그런 그녀가 몸을 바쳐도 마음을 보여주지 않았으니 그의 눈에 다른 일이 들어올 일이 있나.

그는 기사에 남자치곤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고 더욱이 후작을 아버지로 두고 있었기에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치마를 벋어재낄 여자들이 수두룩하다는 이야기. 그런 그에게 마음을 주지 않은 그녀는 오랜만에 만나는 장난감이었다. 

허나 장남감이 언제까지 관심을 끌 수 는 없었는지 자신에게 마음을 열지 않은 그녀의 모습에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곤 그녀의 목을 쳤다. 그리곤 자신의 상품의 죽음에 항의하는 주인의 목도 잘라냈다. 물론 그에게 그녀가 마음을 열었다고 해도 그 자신은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은 자랑스러운 고위귀족의 일인이었고 그녀는 고작 창녀에 불과했으니까. 그저 단순한 유희에 불과한 일.

하지만 그는 곧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고급 창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주 객들이 바로 귀족들이라는 소리. 따라서 어떻게든 자신의 손에 죽은 주인과 상당히 많은 귀족들이 연관되어 있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지 않은가? 물론 죽은 사창가의 주인 따위를 위하여 움직일 귀족들은 당연히 없었지만 자신과 자신의 아버지인 후작가의 이름을 깎아내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나 하늘은 그편이었던가! 그날은 마침 진이 귀족들의 대학살을 일으킨 날. 당연하지만 그 안에는 밤을 지배하고 있는 이들도 포함되었으니 고급사창가의 주인과 창녀가 죽은 일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수많은 죽음에 파묻혀 버렸다. 그저 수도 곳곳에서 일어나는 화염의 한줄기가 늘어날 뿐이다. 

그의 행운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사방이 불바다에 자신이 한 일 또한 그 불길에 지워질 것이란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곤 저택으로 들어온 그에게 주어진 것은 후작가의 계승. 그의 아버지도 장난삼아 진을 건드리는 이들의 한명이었고 당연하지만 피의 복수를 그는 피하지 못한 것이다. 그의 아버지의 나이는 50대. 지금의 후작의 육체상황을 보았을 때 후작가의 계승은 앞으로 50년은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굴러들어오자 그는 겉으로는 슬퍼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 또 한번의 기회가 왔다. 

이미 왕을 포함한 식솔들은 도망친 지 옛날이었기에 지금 수도의 지배자는 공백인 상황이었다. 그에 그는 사람들을 선동하여 자신을 각인 시키고 눈앞의 존재들이 가지고 있는 힘을 얻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곤 귀족 특유의 오만으로 사람들을 선동할 수 있었다. 허나 이것이 웬일인가! 다된 밥에 재 뿌린다고 살아남은 귀족 중에서 공작가의 미망인이 앞으로 나서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비록 후작가를 계승하였다고 하지만 국왕의 인증조차 받지 못한 그가 감히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귀족의 서열에서, 주위의 신망에서, 그리고 같은 검사로써도 밀리는 처지. 지금 눈앞의 이들이 가진 힘을 손에 넣으면 수도를 포위하고 있는 트라레스는 물론 비어있는 왕의 자리에까지 앉을 작정을 하던 그의 야망을 그녀가 뭉개버린 상황이었으니 분통 터질 만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하늘은 그의 편이였는지 엄청난 굉음과 함께 그녀가 힘없이 죽어버리는 상황을 그는 밑을 수 없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상황을 보아하니 수단은 알 수 없지만 눈앞의 소년이 한 일이라 짐작하였으니 귀족들은 귀족을 죽인 그에게 살기를 띄우며 달려드는 것이 당연. 

그에 그는 진정으로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준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들었다. 더욱이 그 소년은 어이없게도 스스로 맨몸으로 자신들에게 오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뭐?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면 뭐든지 들어주겠다고?

‘지금 이곳에 검을 든 귀족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 모르는 것인가?’

기막힌 상황이었지만 그는 정정당당이라는 말은 아예 알고 있지도 않은 이. 자신이 유리한 룰을 구지 바꿀 생각은 없었다. 그에 자신의 곁에서 시종이 넘겨준 검을 받아든 그는 호기롭게 앞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눈앞의 그 소년이 엄청난 속도로 자신들에게 돌질할 때 까지. 그리고 보았다. 양을 사냥하는 늑대의 모습을. 더욱이 진짜 늑대는 배고픔을 위한 사냥이었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늑대는 단지 죽인다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는 다는 것일까? 

주위에서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던 관심이 없을 진은 마치 주변이 실처럼 늘어나는 광경을 말없이 바라보다 목표지점에 도착했는지 들고 있는 날 없는 지팡이를 휘둘렀다. 이미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상황이라 시각에 의존하지 않고 감으로 휘두른 그의 지팡이에선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왔고 그 빛은 그의 감각을 배반하지 않고 목표물들을 가볍게 잘라냈다. 

‘좋았어’

그동안 봉인에 의하여 검에 기운을 불어 넣는 것도 벅찼지만 지금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일. 단지 한동안 전혀 힘을 쓸 수 없었기에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허나 그의 육체는 한 치의 실 수없이 그의 정신에 동조했다. 빛의 회오리의 중심에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정지한 상황에 만족한 미소를 지은 진의 주면에는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움직임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뭐…뭐야! 엄청난 빛이 나오기에 무슨 일이 일어난 줄 알았지만 아무런 이상도 없잖아?” 

진의 빛이 지나간 자리에 어리둥절한 모습을 하고 있던 귀족들은 자신의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곤 의기양양하게 진을 비웃었다. 허나 그들이 몸을 돌리는 순간 그들의 두 발목에서 심상치 않은 피의 분수가 솟아 나왔다. 그리곤 그들은 자신의시야가 서서히 대지로 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모습,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스스로 판단을 내리기 전에 그들을 덮친 것은 엄청난 고통이었다. 

그들이 내지르는 고통의 비명은 평생 전쟁터라고는 본적도 없으며 교양으로 검술을 익혔을 귀족들에게는 척추를 흐르는 공포로 다가왔다. 

하지만 진은 주위의 그들과는 달리 자신의 주위에서 비명을 지르는 그들을 시끄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다 다리를 들어 차례차례 턱을 부셔버렸다. 탄환이 소리를 지를 능력이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

진의 행동으로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잦아들자 그제야 사람들은 눈앞의 존재가 보통 소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곤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이제까지는 숫자를 믿었기에 자신들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은 상황. 그러나 그가 들고 있는 창에서 빛이 뿜어져 나온 것을 시작으로 10명 이상의 사람들의 발목을 잘랐으니 진이 얼마나 실력이 출중한지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상황 파악을 하고 있지 못한 사람이 있었으니.

“뭣들 하는 것이요! 저자는 혼자요! 생각보다 실력이 있지만 가냘픈 몸으로 얼마나 창을 휘들 수 있을 것이요! 더욱이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기만 해도 우리들의 뜻에 따른다고 하지 않았소! 저자만 죽인다면 우리는 엄청난 힘을 손에 넣는 것이요! 가령 저자가 마스터의 경지에 들어선 이라 해도 우리들을 모두 죽일 수는 없소이다!”

마르코의 선동에 어리석은 이들은 이번에도 조금씩 안정을 취해갔다. 그의 말이 먹힌 것이다. 그의 말대로 이곳에서 검을 든 자는 비록 교양으로 익힌 것이지만 검을 사용해 본 자만 수백명이 넘었고 그들이 뿜어대는 힘은 마스터의 그것을 가볍게 능가했다. 

조금 전 진의 지팡이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지만 그들은 그것을 무시했다. 하긴 마스터라는 이들이 뿜어대는 것이 고작 오러 블레이드였으니 그들은 진이 마스터의 경지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에 용기의 불씨를 피운 것은 사실 가냘픈 모습을 하고 있는 진의 몸. 허약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인 그의 몸을 보니 작은 단도로도 쉽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았으니 다시금 용기가 솟아오른 그들이었다.

“병신들”

진은 귀족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하곤 잔인한 비웃음을 지어준 다음 자신의 주위에서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귀족을 한명 선택했다. 그리곤 가볍게 그의 등을 내려찍었다. 바로 자신이 들고 있는 지팡이로…. 날이 없는 지팡이였지만 조금 전과 같은 은은한 빛이 감돌자 마치 물속에 들어가는 것처럼 진이 별다른 힘을 쓰지 않았음에도 잘도 그 귀족의 몸속으로 사라져 들어갔다. 그리곤 자신의 몸을 관통하는 이물질에 고통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귀족을 지팡이의 손잡이만으로 가볍게 들어올려 자신에게 다가오는 귀족들을 향했다. 그런 다음 마치 양궁선수의 그것처럼 자세를 잡은 후 그 아름다운 입을 천천히 열었다.

“빵!”

마치 아이가 총소리를 내는 것처럼 내뱉은 진의 말과 동시에 자신의 가슴을 찌른 지팡이를 고통스럽게 움켜쥐고 있던 그 귀족의 몸이 순간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마치 한계 이상으로 바람을 놓은 풍선과 같은 모습. 더불어 온 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엄청난 피의 분수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허나 그를 팽창시킨 힘은 온몸의 피가 미쳐 다 뿜어지기도 전에 펑 소리와 함께 폭발시켰다. 그 모습은 마치 희극의 한 장면 같은 모습. 그에 진에게 다가오던 귀족들도 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일행들도 진이 한 행동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지만 그것도 잠시. 사람 몸 하나분이 산산이 조각나자 그 양은 엄청났고 그것이 허공에 뿌려지자 마치 비가 오는 것처럼 사람의 피와 살점들이 사람들의 몸을 뒤덮여 갔다.

“꺄아악!”

“뭐…뭐야 젠장!!”

그것이 조금 전까지 자신들과 같은 사람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완전히 잊혔는지 귀족들은 자신의 몸을 더럽힌 그것을 질겁한 얼굴로 털어냈다.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 한순간 지옥이 닥쳐왔다.

“뭐야 이거! 으…으아아아악”

“사…사람 살려”

“으으으으”

진이 폭발시켜 날린 피와 살점들이 검붉은 빛을 띠며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것처럼 그 타오르는 연기는 순식간에 사람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화려한 갑옷이 순식간에 붉은 녹을 만들어 내며 고철덩어리가 되었고 그 안의 옷과 살도 같은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으니 아직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갑옷의 사이로 녹아버린 살점들이 대지로 흘러내렸다. 

허나 그 중에서 가장 끔직한 것은 온몸이 반쯤 녹아버린 상황에서도 그들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녹아버린 얼굴의 피부 덕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안구를 흔들어 대며 살려 달라 주위의 사람들에게 매달렸고 하반신이 완전히 녹아버린 상황에서도 뼈밖에 남아있지 않은 손으로 살기 위하여 기어 다니다 자신의 몸속에 나온 액체에 미끄러지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그들 중 다른 파편보다 한참을 멀리 날아간 그것이 한 아이의 몸에 떨어져 내렸다. 그에 순식간에 녹아가는 아이. 그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로 보이는 여자는 품안에서 반쯤 녹아가는 자신의 아이를 보며 절규했다. 하지만 그 죽음의 모습에 사람들은 도망치기 바빴다. 그런 주위의 모습에 절망 가득한 눈빛을 보내던 그녀는 바닥에 흘러내리는 자식의 파편을 모으기 위하여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녹아버린 사람의 몸을 모운다도 해서 살아날 일은 없었으니 대신 그 액체에 손을 댄 그녀의 몸이 서서히 녹아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자식이 녹아내린 그 액체에 자신의 몸 또한 녹아내리는 상황에서, 안고 있는 자신의 자식이 녹아내리면서 그녀의 품안 역시 녹아내린 상황에서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팔고 가슴, 그리고 사람들이 녹아내린 액체에 하반신이 녹아내리고 있어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피맺힌 절규와 함께.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른 사람은 만지는 것만으로도 녹아버리는 그 웅덩이에 발을 들여놓은 진은 서서히 죽어가는 그녀를 묵묵히 바라보다 가볍게, 아주 가볍게 아직 남아있는 그녀의 머리를 부셔버렸다. 

“괴물”

누군가의 목소리.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지옥에 경악한 사람들 사이로 이 모든 일의 원흉은 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가 혼자 힘으로 수백 명을 이지기 못한다고 했지?”

조금 전 에레나가 한 말에 다시 한번 물어본 진은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후 다음 탄환을 장전하기 위하여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에 발목이 잘리고 턱이 나간 귀족들은 살아남기 위하여 안간힘을 썼다. 그런 그들 중 가장 자신에게 멀어져 나간 사람의 등에 가볍게 지팡이를 내리 꽂은 진은 계속 말을 이었다.

“혼자 칼질만 하는 병신이나 그렇지 나 같은 괴물은 그런 방법 쓰지 않아. 내 힘은 쓰지 않고 적으로 적을 죽인다. 이 얼마나 효율적인 방법인가”

효율적이진 몰라도 살아있는 존재가 쓸 방법은 확실히 아니었지만 진은 당연하다는 듯이 다시 한번 처음과 같은 자세를 취했다.

그때

이번에는 귀족들 사이에서 몇 개의 불덩이가 진에게 날아왔다. 귀족들 중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뭐 이날의 왕국에는 7서클의 마법사가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모든 제자들을 데리곤 왕과 같이 사라진 상태. 이곳에 있는 이들은 귀족들 중 마법에 흥미를 느낀 사람들뿐이었고 흥미위주인 이상 출중한 실력은 없었다. 고작 2서클이나 3서클의 파이어볼. 하지만 살상력은 충분하였기에 진의 행동을 공포에 질린 얼굴로 바라보던 귀족들의 얼굴에 환의의 미소가 지었다. 물론 그 환의의 미소는 단 한순간의 일이었지만.

“빨리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군. 빵!”

여전히 아이 같은 음색. 허나 그가 내뱉은 말의 결과를 두 눈으로 직접 본 사람들은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하곤 사방으로 달려 나갔다. 자신에게 날아오는 화염의 구체에서 가장 큰 구체에 살아있는 탄환을 정 조준한 진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발사한 것이다, 그에 그 살아있는 탄환은 조금 전과 같은 모습으로 폭발해버렸고 수천조각으로 나누어진 시체들의 파편은 가볍게 파이어볼을 감싸 안았다. 그리곤 그 파편들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하는 파이어볼, 그리고 대 재앙이 발생했다. 폭발하는 파이어볼이 비록 전체적인 시체의 양은 줄어들게 했지만 그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린 것이다, 더불어 그것의 사정거리까지.

이미 귀족들의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자신이 조금 전과 같은 신세만이 되지 않기를 기원할 뿐이었다. 그런 그들의 머리위로 수많은 파편들이 날아들어 왔다. 그리고 이번에도 여지없이 살아있는 체로 녹아가는 사람들. 단 두발로 죽은 사람이 50명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진의 곁에는 8명의 탄환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귀족들의 얼굴에 처음으로 절망감이 맴돌았다. 그리곤 누구인가 한명이 몸을 돌리는 것을 시작으로 공포에 질린 얼굴의 그들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사람들의 몸을 짓밟으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지옥의 창조주는 아직 그들이 이 지옥에서 벗어나는 것을 찬성하지 않았다.

“병신들 조금 목숨을 걸라는 소리를 못 들었나?”

장난같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도 잠시. 가볍게 손목을 흔들었다. 그러자 일행들도 한번 본 투박한 팔찌가 형태를 잃곤 변형을 시작했다. 허나 일행들이 보았던 이전과 다른 점이 있었으니 팔찌는 단순한 원형의 고리로 변한 것이다. 단지 2미터가 넘는다는 것이 조금 특이한 부분이었지만.

“가라 흑요. 너에게 마음 것 피를 먹게 해주마.”

마치 그의 말을 듣는 아이처럼 푸르스름한 빛을 뿜어대는 고리 안으로 진은 지팡이를 집어넣었다. 그리곤 최대한 몸을 돌린 다음 지팡이를 내리쳤다. 그에 그 지팡이에 걸려있던 고리에 엄청난 원심력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 그리고 어느 순간 그 힘을 이기지 못한 흑요는 파공성을 뿌리며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슈아아아악

쏘아져 나간 흑요는 직선이 아닌 거대한 원을 그리며 사람들을 향해선 도망치는 사람들 머리 위로 스쳐지나갔다. 그리곤 그 순간 그들은 몸의 일부분들을 일을 수밖에 없었다, 잘린 부분은 대부분 머리, 당연한 것이지만 그들은 몸의 일부분을 잃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차가운 대지에 자신의 몸을 양분으로 넘기는 선행을 실천했다. 물론 타의로….

“누가 마음대로 가라고 그랬지? 이곳에서 너희들이 선택할 것은 단 두 가지야! 내가 죽던가. 네가 죽던가.”

두발의 탄환과 흑요의 단 한번 몸부림으로 인하여 한순간에 줄어든 귀족들을 바라보며 희죽 하고 웃어준 진은 어깨에 걸쳐놓은 지팡이를 들어 다시 한번 주위의 탄환에 가볍게 박아 넣었다. 그리곤 목표를 그들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 겨누었다.

그곳은 진에게 덤비지 않은 귀족들이 있는 곳. 대부분이 조금 전 진의 발밑에서 조각난 여자와 같이 아이를 끌어안고 있는 어머니들과 아직 솜털도 가시지 않은 소녀, 소년들. 그런 그들을 겨누는 진의 얼굴에는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저들이 죽기 싫으면 칼을 들고 덤벼! 아니면 그냥 죽던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평소의 상관하지 않은 이들은 건들지 않는다는 철칙을 가볍게 무시하는 진의 모습에 도망치려는 귀족들은 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가족을 버리고 도망갈 수 없는 사람. 조금 전의 회전하는 고리에서 도망갈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 자존심을 상처받아 진에게 살기를 피우는 사람. 진의 발밑에서 아이의 죽음에 비통한 비명을 지르는 여인의 모습에 인간으로써 진을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 등등. 그들은 진의 도발에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덤벼들었다. 그것은 살기 위한 진실한 몸부림. 허나 과연 대악마로 불러도 손색이 없는 진은 품안으로 손을 넣어 그런 그들의 결의를 가볍게 뭉개 버릴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돌돌 뭉쳐져 있는 종이 뭉치. 그것을 가볍게 허공에서 풀어버린 후 들고 있는 탄환을 내려넣곤 지팡이에 찔린 상태에서 아직 살아있는 그의 위에 앉아 앞으로 일어날 지옥을 느긋한 마음으로 감상에 들어갔다. 

진에게 당한 사람들은 지금이 지옥이라 생각할 것이지만 그것은 죽은 자에게만 해당되는 소리. 살아남은 사람들에 지옥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또 하루 늦었습니다.

죄송,

오늘 올리는 것인 어제분과 오늘분의 양 합본입니다,

(간신히 시간을 ㅠ.ㅠ/)

오늘 안으로 올리기 위하여 검토도 하지 못했기에 오타와 오류의 지뢰밭이 가득할 것이지만 

그동안 제 글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가볍게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에(후타타타탁<-재빠르게 도망가는 소리)

그럼 

다른 작가님들에게라도 추전과 리플을...

문제 있음 리플주세요. 

그것의 시작은 작은 파동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허나 그것을 눈치 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의 고함소리와 눈앞의 존재를 죽이겠다는 증오 가득한 공간에 이미 죽은 이들이 흘린 피와 녹아버린 살의 웅덩이에서 작은 파동이 일어났을 뿐이니 그것을 알아차린 것이 더 이상일 일. 그에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곤 살기 위하여 그저 느긋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진에게 달려들었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없진 않았지만 상공에서 서서히 고도를 낮추는 다크스타의 그것에 텔레포트마법이라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무사히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거리가 멀어지면 눈앞에 느긋하게 앉아있는 존재가 다시 주변에 있을 사람들을 쏘아댈 것이 분명할 것이니 거리를 두는 것은 그들에게 죽으라는 소리와 마찬가지의 이야기. 이런저런 계산을 끝내면 결국 눈앞의 이를 갈게 만드는 존재를 죽이거나 사로잡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달렸다. 처음으로 온몸의 힘을 다해서. 하지만 그들은 알까? 달리면 달릴수록 자신이 저승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어쩌지요?”

세이시나의 말에 침묵하는 일행들. 진의 잔혹한 모습에 어찌할 바를 모르던 일행들은 자신들을 향하여 폭발적으로 달려오는 귀족들을 바라보며 초조함을 들어냈다. 진과 눈앞의 광경을 처음 본 이들이라면 그가 눈앞의 달려오는 사람들에게 당하기만을 기다리는 약자로 비추어질 것이지만 그동안 진을 따라다녔던 그녀들이 보기엔 지금의 모습은 마치 진이라는 불덩이에 달려드는 불나방 같은 모습이었던 것이다. 허나 진이 던젼에서 변해버린 모습에 선뜻 나서는 이가 있을 리가 있나. 더욱이 몇몇은 잔인한 진의 모습에 흥미와 칭찬을 아끼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그놈들 잘 죽는다! 어쩌긴 어째. 돼지 같은 귀족들 죽는다고 세상이 망하나? 저들이 죽어보았자 슬퍼할 사람 따위는 아무도 없어. 아니 오히려 평민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겠지”

역시나 일행 중 진의 모습을 가장 환영하는 이는 자국의 귀족들에게 어린시절 끔직한 기억밖에 없는 에레나. 그녀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냉정한 표정으로 눈앞의 녹아버린 시신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았다. 그녀가 진을 말린 것도 진이 다치는 것을 보기 싫어서였지 귀족들이 죽어나가는 것은 관심도 없었을 정도로 그녀는 귀족을 싫어했다.

“하…하지만 드리프스 공작님은 그런 귀족이 아니지 않습니까?”

같은 귀족으로써 존경하는 미망인 공작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아세스는 에레나의 말에 발끈하며 외쳤다. 그녀도 귀족들이 썩었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들과 자신이 존경하는 분이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이 기분 나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을 에레나는 비웃음 가득 지워주었다.

“그녀도 어차피 똑같아. 단지 남들이 평민들의 것을 모두 가져간다면 그녀는 대부분만을 가져간다는 차이뿐이지.”

“하지만….”

“흥이다! 뭐가 하지만이야? 존경받는 귀족이라 해서 모든 이들이 존경해야하나? 돼지는 돼지일 뿐이야!”

에레나에겐 오로지 귀족은 자신의 적이라는 생각이 굳어진 모양이었다. 

허리에 손을 얹곤 코웃음을 치는 그녀의 모습은 얄밉기 그지없는 없었으니 그동안 던젼에서 온갖 고생을 하여 이제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강해진 아세스는 그녀의 말에 강하게 항의하려 하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뒤에서 서 있던 아르지아가 그녀의 입을 막았다. 아무리 일행이라 해도 상대방은 한 나라의 왕족, 아무리 타국의 왕족이라 해도 만만하게 볼 이가 아니었으니 그녀의 행동은 현명했다. 허나 그녀의 품안에 안겨있는 아세스는 상관하지 않고 화난 얼굴로 몸부림을 쳤다. 난감한 상황.

‘이 바보가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 발버둥치는 거야!’

그에 아세스의 관심을 돌릴 것을 생각하던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그 시선으로 어이없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진이 어떤 수를 써 귀족들을 죽여 버릴 것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설마 저런 방법을 사용하다니.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난 광경에 잠시 아세스의 입을 막고 있는 손을 치우는 것을 잊어버렸기에 그녀의 품안에 안겨있던 아세스는 굳어있는 그녀의 손을 온 힘을 다해 간신히 치우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뭐예요! 죽는 줄 알았잖아요!”

역시 사람은 죽을 고비를 넘기면 달라진다고 하던가? 던젼에서 톡톡히 당한 그녀는 처음의 수줍은 모습은 어디로 사라지곤 당차게 외쳤다.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에 아르지아는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을 손가락으로 가리킬 뿐이었다. 그에 이미 화가 풀린 그녀는 의아한 모습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잠시 귀족들을 잊고 있던 일행들도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있을 수 없는 그것을….

“내 자식을 건들면 죽여 버리겠어!”

자신의 가족을 위협하는 진에게 라스마드 남작은 있는 힘을 다했다. 그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어떠한 사심이 있어서 진을 공격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자신의 나라가 위협에 처해있지 않은가? 눈앞의 존재 하나만 죽으면 모든 이들이 해결된다. 흔히 대를 위하여 소를 희생시키는 것. 많은 자국민을 구하기 위해서는 눈앞의 존재가 가지고 있는 힘이 꼭 필요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것을 훔치는 도둑과 다른 점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에 머리는 이해해도 마음은 그렇지 않았는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내 가족이 걸렸는데 느긋하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귀족 주제에 가족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그로써는 진의 행동은 절대적으로 막아야 했다. 그에 온힘을 다해 달리는데 순간적으로 눈동자에 가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대충 손등으로 눈을 비볐다. 지금은 눈의 가려움 따위를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렇게 자신의 간지러움을 가볍게 무시한 그는 귀족이기 이전에 기사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몸놀림으로 가장 먼저 진에게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곤 아무런 망설임 하나 없는 눈빛으로 자신을 무심히 바라보는 아름다운 소년을 내리치려 하였다. 그와 그 소년의 중간에 무언가가 나타날 때까지.

자신의 감각으론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는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자를 바라보며 있는 힘을 다해 검의 궤도를 바꾸었다. 그에 자세가 심하게 흐트러졌지만 그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의 앞에 갑작스럽게 모습을 나타낸 자를 놀란 얼굴로 바라보기만 했다. 그를 바라보는 남작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그리움과 아련함이 깃들어 있었다.

“살아 있었어.”

그 아니 그녀는 자신의 누이. 창백한 얼굴에 예쁘장한 얼굴은 분명 자신의 누이였다. 허나 그녀는 몇 해 전에 죽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그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었으니 그는 들고 있는 자신의 검을 떨어뜨리곤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만졌다. 항상 자신과 결혼하겠다고 따라다니던 누이, 자신이 누구보다 좋다고 붉어진 얼굴로 고백하는 누이. 집안의 뜻에 따라 정략결혼을 하는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던 누이. 기사라는 이름으로 가문을 위하여 집을 떠나던 날 보았던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누이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그는 영원히 자신의 누이를 볼 수 없었다. 

스스로 자살했지만 집안의 명예를 위하여 사고사로 위장되었다는 집사의 편지를 받고 얼마나 울었던가. 다행이 정략결혼이라 하지만 그의 아내는 좋은 사람이었기에 그의 슬픔을 보듬어 주었고 차츰 누이를 잃은 슬픔도 망각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하지만 누이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는 것을 잊지 않은 그로써는 갑작스레 나타는 누이를 의심할 정신이 없었다. 대신 온 힘을 다해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것만이 자신의 죄를 속죄할 것이라는 듯이. 

“오빠. 내가 간 곳은 너무나 추워. 나 배고파 오빠 것 좀 먹어도 돼?”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누이의 목소리. 그에 그는 복받쳐오는 울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팔을 잡았다. 그리곤 가냘픈 팔과는 달리 엄청난 힘으로 그 팔을 잡아 뜯었다. 엄청난 고통이 그의 온 몸을 태웠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팔을 야금야금 뜯어먹는 누이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누이가 배가 고프다는데 그까지 팔이 대수란 말인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지만 그는 눈앞의 누이를 보며 마냥 행복했다. 

“배고파, 오빠 다른 팔 먹어도 돼?”

“배고파. 오빠 다리를 먹어도 돼?”

신체의 일부분을 먹이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마치 귀신에라도 홀린 것처럼 자신의 신체를 뜯어먹는 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렇게 양팔과 양 다리를 먹혀버려서 일어날 수도 없는 상황. 그때 맛있게 그의 몸을 먹어치운 누이가 몸을 일으켰다. 아직 그녀의 얼굴은 양이 차지 않은 모습, 그녀는 두리번거리다 어느 지점을 바라보았다. 그에 궁금증이 생기자 사지가 잘려 움직이지 못하는 그는 간신히 고개만을 돌려 그녀가 보고 있는 장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그의 가족이 경악과 공포에 질린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에 의아에 하던 그의 귀로 다시 사랑스런 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나 아직 배고파. 저거 먹어도 돼?”

누이의 모습에 그는 처음으로 멈칫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상관없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누이에게 받칠 수는 없지 않은가. 그에 안타까운 얼굴로 고개를 흔들려는 순간, 눈물 가득한 누이의 얼굴에 그는 차마 고개를 흔들 수 없었다. 얼마나 집을 떠나 배가 고팠을까?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그는 누이의 슬픈 얼굴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오빠. 그리고 바보자식아.”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변하는 상황, 처음 구절은 고마움 가득했지만 뒤의 구절은 비웃음이 가득했다. 더욱이 그 비웃는 목소리는 남작의 목소리. 그에 처음으로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든 그는 출혈에 아른거리는 시선을 집중하여 자신의 누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가! 햇빛하나 받지 않아 창백한 피부에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던 자신의 누이가 서서히 녹아내리며 뼈와 살이 마구잡이로 섞여 있는 괴물로 변하지 않은가. 그제야 그는 마치 찬물을 껴안은 것처럼 소름이 돋았다. 왜 죽은 누이가 지금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 왜 자신은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의 몸을 잘라주었을까? 왜 누이가 자신의 몸을 먹는 것에 의문이 들지 않았을까?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이 마지막 내뱉은 말은 무엇이란 말인가!

“까아아아악!”

“아빠 아퍼.”

“여보 살려줘요” 

가족의 울부짖음이 그의 영혼을 때렸다. 하지만 지금 그는 팔과 다리가 잘려진 상태. 동화속의 주인공은 이럴 때 천사가 나타나 그를, 그의 가족을 구원해준다 했지만 그는 동화속의 주인공이 아닌가보다. 그의 귓가를 스치는 소리는 단지 조금 전 자신을 비웃는 탁한 목소리의 남자뿐이었다.

“크하하하! 원망하려거든 너희를 판 너 아비를 원망해라!”

자신이 내뱉은 말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인가! 그는 피눈물을 흘렸다. 아작아작 뼈가 씹히는 소리에 몸부림을 쳤지만 그것으로 그가 한 일은 고작 상처에 흙이 들어가 미칠 것 같은 고통에 한줌을 더한 것뿐이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피눈물을 흘리는 그는 서서히 정신을 잃어갔다. 그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이라곤 자신을 마중 나온 것으로 보인 누이의 얼굴에 침을 뱉은 일이었다.

“저놈 가족을 팔았군.”

가족의 울부짖음에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가는 남자를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진은 품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의 앞에는 지금 조금 전 남자와 같은 모습이 이곳저곳에서 벌어지고 있었지만 진은 그저 담배를 폐 깊숙이 들려 마실 뿐이다. 그들은 죄가 없는 것이 확실했지만 진은 나설 마음이 없었다. 결국 그들이 죽는 것은 그들 가족이 그들을 괴물에게 넘겨서이니까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저기.”

한참 느긋하게 담배를 피던 중 자신의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진은 여전히 무심한 얼굴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아직 던젼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지 못하였기에 지저분한 몰골의 루미나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우물 주물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서 있었다. 그런 그녀의 뒤에는 진의 시선이 닫자 파이팅 포즈를 취하던 일행들이 재빠르게 시선을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 눈앞의 광경을 설명해달라고 대표로 루미나가 온 것이겠지. 그리고 진의 생각이 맞는지 뭔가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지은 루미나는 던젼에서 펑펑 울어 아직 가라앉지 않은 눈동자를 빛내며 진의 앞에 공손하게 앉았다.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귀찮으시겠지만 지금 눈앞에서 일어난 일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하긴 궁금하기도 할 것이다. 그녀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귀족들이 진의 행동에 이를 악물고 덤벼들었을 때 진이 쏜 인간 탄환에 의하여 녹아버린 살과 피의 웅덩이에서 하나의 물체가 솟아올랐다. 하지만 그것은 한순간의 일. 솟아오른 것은 사람의 손으로써 주위에 널려있는 피와 살, 그리고 뼈를 가져와 하나의 형태를 만든 것이다, 허나 그것은 끔찍하리만치 기괴한 존재. 인간의 형상만을 하고 있었지만 진정 인간의 그것은 아니었다. 얼굴에는 이것저곳에 뼈가 박혀 있었고 눈동자는 얼굴 정면이 아니 정수리에 나왔으며 피부는 아예 존재하지 않아 일그러지진 고깃덩어리가 그대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꿈에서 볼까 두려운 모습에 일행들은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그것은 하나만 나타난 것이 아닌 처음의 그 끔찍한 괴물과 마찬가지의 모습을 하는 괴물들이 연달아 만들어 졌다. 얼굴 이것저곳에 박혀있는 눈동자의 그것이 번뜩일 때마다 지금이 한낮이라는 것을 잊을 공포가 일행들의 척추를 타고 흘러내렸다.

하지만 경악할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보기만 해도 끔찍할 그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냈음에도 진을 향해 오던 귀족들의 얼굴에는 그 어디에서 혐오감 따위는 없었던 것이다. 아니 어이없게도 혐오감은커녕 진을 죽이겠다는 의지는 어디로 사라지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처럼 그리움과 기쁨이 가득했다. 그리곤 자진해서 그 괴물들에게 자신의 몸을 같다 바쳤다. 자신의 몸을 아작아작 씹어 먹는 괴물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얼굴에는 그저 행복한 모습. 어떤 이들은 마치 눈앞의 괴물이 황금이라도 되는 것처럼 주위 사람들의 목을 쳐버리곤 행복한 얼굴을 하며 괴물을 끌어안다 머리부터 씹어 먹히는 자도 있었다. 

그리고 잡아먹힌 자들의 육체는 괴물들의 커다란 입을 통해 내부로 들어갔고 그리곤 힘없이 괴물의 밑으로 떨어졌다. 먹어 치우는 족족 괴물의 몸을 통과하여 잘게 부셔진 육체들이 대지로 떨어진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렇게 괴물이 먹어치운 육체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처음 눈앞의 괴물이 만들어 지는 것 마냥 손을 만들고 주위의 고깃덩어리들의 파편을 모아 육체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그리곤 다른 괴물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반가운 얼굴로 안겨오는 이들을 먹어치웠다. 

“궁금하나?”

왜 당연한 것을 물어보냐는 얼굴을 숨기지 않은 루미나가 열심히 고개를 흔들자 진은 물고 있는 담배를 가볍게 비벼 껐다. 그런 진의 모습에 무언가 설명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 가득한 표정을 짓는 일행, 그에 진은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하여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귀족들을 잡아먹고 있는 괴물들에게 가까이 접근했다. 이상한 것은 그가 접근하여도 다른 귀족들을 잡아먹는 괴물이 뭔가 두려운 것을 본 것처럼 물러서는 것이었다. 그에 느긋한 모습으로 괴물에게 다가간 진은 손을 뻗어 괴물의 몸속으로 집어넣다. 마치 두부 같은 물렁함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사실 검으로 내려쳐도 잘라지지 않을 단단함을 가지고 있었다. 어찌하였든 진의 손이 그 괴물 안에 깊숙이 들어가자 일행들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보기만 해도 혐오감 가득했기 때문.

하지만 한시라도 그 추악한 모습에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진의 다음 행동이 궁금한 그녀들은 치밀어 오르는 옥지거리를 참으며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그녀들은 서서히 괴물의 몸속에서 빠져 나오는 진의 손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괴물의 오물에 지저분한 종이. 눈썰미가 있는 몇몇은 그것이 던젼에서 보았던 부적이라는 종이와 같은 것임을 알아차렸다. 조금 전에 뿌린 것인가?

“그것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진의 손에 묻어있는 사람의 살점에 질겁한 표정으로 물어보는 루미나에게 진은 말없이 근처의 살과 피의 웅덩이에 그 종이를 던졌다. 그러자 조금 전 그 괴물이 탄생하는 것과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살아있는 사람의 육체를 뜯어먹고 사는 구울이라는 괴물이다. 원한과 고통으로 죽은 사람들의 시체조각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강시보다 만들기 힘든 일이지만 그것보다는 지능도 어느 정도 있으니 쓸만하지” 

진의 입장에서는 자세한 설명인지는 모르지만 일행들의 입장에는 말도 되지 않은 일이었다. 종이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여 좀비도 아닌 주제에 조각난 시체로 만든다는 것은 그녀들의 지식으로는 이해불가능한 일. 뭐 어차피 자세히 설명해준다고 자신들이 알 것 같지는 않았기에 그 부분은 넘어가기로 한 루미나는 다음 질문을 했다. 

“그러면 왜 저들은 그 구울이라는 괴물에게 반가이 접근하는 것이지요?”

사실 일행들은 이것이 제일 궁금했다. 보기만 해도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는 괴물에게 반가운 기색을 넘어 안기거나 뽀뽀까지 하다니.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속에서 무안가가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을 생각했는지 미간을 좁히던 그녀의 질문에 손에 묻어있는 죽은 자들의 살점을 털어내며 품안의 담배를 꺼내던 진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후 하고 입김을 그녀의 얼굴에 불었다. 그에 확 하고 붉어지는 얼굴을 하던 루미나.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얼굴을 붉게 물들이던 그녀는 갑자기 진을 바라보며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뒤에서 둘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일행들이 질겁할 행동을 했다. 갑자기 진을 강하게 끌어안은 것이다. 그에 황급히 달려온 그녀들 중 특이 세리피와 아르 그리고 에레나가 주축이 되어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그녀를 진에게서 간신히 끌어냈다. 그러자 이번에는 주변 이들을 바라보며 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던 루미나는 경악의 비명을 지르다 진이 내지른 주먹에 복부를 맞곤 잠잠해 졌다.

“이. 이것이 무슨 일입니까?”

쓰러지는 루미나를 황급히 안아들은 키네라는 당황을 보이며 진에게 소리쳤다.

“걱정하지마라. 그녀는 저들처럼 단지 환상을 본 것뿐이지.”

진이 가리키는 곳은 것의 정리가 다 되어가는 도살장. 조금 전과는 달리 피눈물과 증오 가득한 울음소리가 가득한 곳이었다.

“네가 저들에게 환상을 보인 것이냐?”

“그렇지”

구체적인 방법은 물어보지 않았지만 세르피는 그것으로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섰다. 사실 일행들은 눈치체진 못 하였지만 진은 이곳에서 처음부터 환각제를 뿌려둔 상태. 아니 정확히는 진이 숨을 쉬는 것 자체만으로도 공기가 환각제로 오염되는 것이다. 일행들이 진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붉은 입김을 단지 착각으로 생각했겠지만 사실 그것은 농축될 때로 농축된 독약. 물론 이번에는 환각제를 내뱉었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사람들을 죽일 수 있었다. 즉 에레나에게 숫자와는 상관없다는 이야기도 상당부분 이 능력을 생각해서였다. 한마디로 진의 몸에는 독이 가득 찼다는 이야기. 이제까지 봉인에 의하여 숨겨진 진의 능력이 하나 둘 나타는 것이다. 

“이제 슬슬 일을 끝내야지.”

일행들에게 이해 면에서는 어설픈 설명으로 끝을 낸 진은 앉아있는 살아있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미 사방은 잠잠해진 상태. 곧 죽어가는 사람들과 구울이 만들어 낸 수많은 살점들이 대지의 곳곳을 더럽혔다. 그런 진의 모습에 다른 질문을 하려던 일행들은 서둘러 뒤로 물러섰다. 몸을 일으킨 진이 한 일이 바로 바동대고 있는 인간탄환에 지팡이를 쑤셔 넣은 것이다. 그리곤 자신의 기를 고통의 몸부림을 치는 사람의 몸속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미약한 빛이 지팡이에 찔린 귀족의 몸속으로 들어갔고 그의 온몸을 헤집어 놓았다. 그렇게 자신의 기로 그의 모든 혈맥을 장악한 진은 그 기를 마구 가속시켰다. 그것도 역으로. 

자신의 몸 안에 있는 모든 기운을 역으로 돌려 주위의 사람들과 같이 죽는 주술. 그 끔찍한 주술이 지금 진의 손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아닌 타인의 몸으로 말이다. 하여튼 집어놓은 기로 인하여 그의 몸이 한계이상으로 되었을 때 진은 그를 찔러 넣은 지팡이를 가볍게 들어 어깨에 걸쳐 멨다. 그리곤 어깨에 자신보다 두 배는 무거울 남자를 매달고 있다는 것을 망각했는지 가벼운 몸놀림으로 다가간 곳은 구울에 먹히고 있는 귀족들이 있는 곳. 그곳에 도착한 진은 가볍게 어깨의 지팡이를 들어 마치 아이들이 내려치는 것처럼 장난스럽게 지면을 향해 내리쳤다. 

“펑”

그러자 엄청난 폭발을 보이는 지팡이 끝에 매달린 귀족. 그의 육체는 조금 전과 같이 살점 하나하나에 무시무시한 힘을 싣곤 진의 주변을 초토화 시켰다. 그 시체조각 하나하나에는 진이 불어넣은 기가 가득했으며 봉인이 풀린 진의 몸속에는 상상하지도 못할 독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당연히 불어넣은 기에도 독이 가득했으니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렇게 자신의 앞을 구울까지 포함하여 깨끗하게 청소가 된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던 진은 다시 한번 주변에 아직까지 살아있는 사람들과 구울을 찾아 다시 한번 조금 전의 일을 반복해나갔다. 그렇게 몇번을 반복한 결과 시체조각과 구울에게 잡아먹히지 않은 몇몇의 귀족들밖에 남지 않았다. 그에 뿌듯한 얼굴을 하는 진. 하지만 그런 그에게 돌멩이 하나가 날아들었다.

하지만 진이 어디 돌멩이에 맞을 존재인가! 들고 있는 지팡이로 그것을 막아낸 진이 돌멩이가 날아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앙증맞은 손으로 돌멩이를 들고 있는 소녀. 대략 10살 전 후일까? 꽤나 공들인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분노에 찬 소녀의 모습은 귀엽기 짝이 없었다. 

“이 악마! 네가 우리 아버지를 죽였어!”

“음”

자신에게 삿대질을 하는 소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가 가만히 있자 소녀는 자신감을 얻었는지 다시 한번 돌멩이를 던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진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돌멩이. 그 돌멩이에 시선을 빼앗긴 사이 다시 소녀의 외침이 진에게 들렸다.

“내가 크면 복수할 거야!” 

그녀의 외침에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슬픔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런 것에 관심이 없는 진은 그녀에게 다가가며 지팡이를 든 팔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죽어라”

자신을 공격한 사람은 누구를 가리지 않고 죽인다. 그것은 눈앞의 작은 소녀도 예외가 아닌지 한 치의 망설임 없는 지팡이는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은 소녀의 얼굴을 뒤덮여 갔다. 하지만.

쾅!!

갑작스럽게 지팡이의 진로를 가로막는 금속질의 물건. 그 물건에 부딪친 순간 엄청난 굉음이 아직까지 살아있는 사람들의 귓가를 괴롭혔다.

“이거 이거 조금 전부터 지켜보았지만 너무 손속이 잔인하군. 인간으로써 지켜보지 못할 정도야. 너에게는 정의가 무엇인지 알려줄 필요가 있겠어!”

지팡이와 금속질의 무엇이 부딪친 순간 터진 충격파에 기절한 소녀를 감싸 안은 존재는 검을 들어 진을 향해 겨누었다. 그리고 그 순간을 맞추기라도 하듯이 진의 저택을 중심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수만은 사람들. 그에 진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당황을 표정을 지을 때 진의 지팡이를 가로막았던 그가 자신만만한 소리로 외쳤다.

“항복해라! 그렇게 되면 너희들의 목숨만은 살려주마!” 

잠이 와 내용이 황설수설..으으 졸려..

한 가지 진이 환각제를 뿌린 것은 그들이 행복한 죽음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하셨지요? 가장 고통스럽게 죽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생각한 것입니다. 좀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편이 나올 예정.

추신)

비가 옵니다, 젠장 번개는 치지 말란 말이야!

라고 외쳐보았자 쓸모없는 짓이니...

내일 밤 12시를 기하여 190화까지 폭파 예정입니다,

위의 글은 수요일과 목요일분.

오늘 분은 오늘이나 내일 새벽에 올릴 예정입니다,

다른 작가님들에게라도 추천과 리플을.

문제 있음 리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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