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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마법사-1화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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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조민우는 사실 지금까지 승승장구하면서 달렸던 과거 기억을 떠올리자 그나마 기분이 좋았다. 자신의 사업이 그야말로 하는 제품마다 대박치게 되자 신문에서조차 난리였다.

아니 심지어 뉴스에까지 보도되기까지 했었으니. 업계의 다크호스라는 별명으로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심지어 대기업에서 조차 달콤한 제의가 수십 번이나 들어왔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능력을 믿었고, 자신이 설립한 스카이를 믿었으면, 거기서 일하는 직원들을 믿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한 사람이 문제였다.

그도 반골이라는 느낌에 망설였다.

물론 직원 한 사람이 배신하다고 해서 뭐가 문제가 될 것이냐 이렇게 안심한 것이 가장 컸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조민우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봐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어쩌겠는가?

이미 끝난 일이었다.

그는 쓸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자신에 꾸벅 고개 숙이던 정성일 부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싸늘한 시선을 느낀 탓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스카이가 망한 것도 따지고 보면 자신의 잘못이 큰 탓이다.

생각해보면 너무 무모했다.

아니 경험의 부재가 가장 크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어쩔 수가 없겠지.’

그는 솔직히 지금 다시 그런 상황을 겪는다고 해도 그다지 큰 차이는 없다고 보았다.

지금까지 승승장구한 것도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았다고 보았다.

“아직도 제 책임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정성일 부장은 힐끗 은행 직원이 사무실 곳곳에 차압 딱지붙이는 것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사장님, 그것은 아닙니다.”

조민우 역시 더는 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는 다른 직원들의 한 편으로 자신을 걱정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 따가운 시선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물론 그들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에 저를 도와주신 것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꾸벅.

정중한 인사였다.

머리가 허리에 닿을 정도였다.

정성일 부장은 후다닥 그의 옆으로 와서는 새워주었다.

“사장님,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조민우는 자신도 작지 않은 키이지만 그보다는 머리 하나가 더 큰 정성일이 옆에서 부축하자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여러분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주신 돈 때문에 회사 빚을 어느 정도 정리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집안도 풍지박살 났을 테니까요.”

정성일 부장은 안쓰러운 시선으로 아직도 실의에 가득해 있는 조민우를 보았다.

그 당당하기만 했던 조민우.

단 이 년 만에 상승세의 가도를 달리던 조민우.

이제 코스닥 상장도 불과 일 년을 남기지 않는 시점에서 추락은 그를 반쯤 페인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어느 정도 냉정을 잃지 않는 그의 표정에서 마지막 희망을 보았다.

물론 거기에는 이제까지 그가 쌓아온 신뢰나, 능력 역시 부인할 수 없었다.

“그것은 사장님을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민우는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이미 이런 이야기는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탓이다.

“위로는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사장님은 반드시 재기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이 가능할까요?”

“.......”

정성일 부장은 대답해줄 수가 없었다. 그 역시 여기에 대해서는 확실할 수가 없는 탓이다. 아니 그는 이내 회사가 부도나게 만든 한 대기업을 떠올리고는 이를 악물었다.

‘그놈은 L그룹만 아니라면.......’

하지만 그는 조민우를 믿었다. 그가 이룩한 지금까지 성과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사장님은 반드시 재기하실 겁니다!”

“재기라.......”

조민우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의 어조는 그다지 기운이 없어 보였다. 이번의 실패가 너무도 그에게 큰 충격을 준 탓이다.

그가 그렇다고 완전히 희망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지금 당장은 쉬고 싶었다.

그가 그렇다고 그런 내심을 자신을 이제까지 믿고 끝까지 배신하지 않고, 이 자리에까지 있어준 직원에게 내색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들의 기대에 부합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여러분의 도움은 잊지 않겠습니다. 만약 확실치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것 하나는 분명히 약속드릴 수가 있습니다. 제가 다시 사업에 재기할 수 있다면 여러분을 다시 부르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에게 마지막까지 해주신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보상을 해드리겠습니다.”

1장 의문의 노인

조민우는 서울에 있는 모든 것을 정리하자 홀가분한 분한 마음으로 서울역으로 했다.

거기에는 자신의 오피스텔, 부동산을 비롯해서 자잘한 개인적인 물품까지 두루 망라되어 있었다.

물론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니었다.

그 모든 것은 어떻게 보면 은행 빚의 일부라고 갚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만 남아 있는 빚은 은행 채권부와 어느 정도 타협을 끝내고 적절한 선에서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만족했다.

오늘 따라 유난히 마음이 심란하기만 했다.

불과 일 개월 전만 해도 서울역에 오면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마음은 위축될 만큼 위축되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마음을 다스렸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마음이 아팠다.

비록 은행 부채를 정리한 것은 좋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한 가지 불행을 더 몰고 왔던 것이다.

바로 자신의 모친이 자식의 사업 실패에 충격을 받고는 병원에 입원해버렸다.

조민우는 지금 당장 대구에 내려가면 가야할 곳이 모친이 입원한 병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우울했다.

자신이 처해있는 현실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다는 말인가?

도대체 그 L그룹 놈들은 자신과 무슨 원한이 있다는 말인가?

왜 하필이면 자신의 사업을 그런 식으로 압박해서 부도나게 만들었다는 말인가?

상대에 대한 분노가 다시 치밀어 올랐다.

눈에 분노로 핏발이 다시 써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다시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이를 악물었다.

어차피 그들이 아니라고 해도 얼마든지 그런 경우는 있다고 스스로 납득했다.

결국 자신의 능력 부재로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본 탓이다.

조민우는 다만 L그룹이 한 짓에 대해서 복수를 하고 싶었다. 딱히 그들을 미워서가 아니었다. 최소한 당한 것만큼 해주고 싶었다.

‘가능할까?’

아마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했다.

L 그룹은 그야말로 지금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굴지의 그룹이다.

그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는 쉽게 이런 감정을 잊을 수는 없었다.

그만큼 L 기업에 당한 마음의 상처가 큰 탓이다.

이런 마음에 KTX가 동대구역에 도착한 순간에도 계속되었다.

아니 자신의 모친이 입원해 있는 병원실에 도착하자 더욱 가라앉기는커녕 마음에 맺히기만 했다.

“엄마, 괜찮아?”

“민우, 왔구나!”

나직하면서도 힘이 없는 음성이었다.

하지만 안색만큼은 자식의 얼굴을 보게 되자 밝게 미소 지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욱 안쓰러웠다.

눈물이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조민우는 물론 이를 악물고는 이런 감정을 다스리면서 모친의 손을 잡아주었다.

“미안해.”

“인석아, 괜찮아. 나머지 정리는 잘 끝났고?”

“응.”

“은행 일도 다 끝난 거야?”

그는 먼저 본 담당 의사의 말에 따르면 이제 겨우 회복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모친이 자신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한 말만 하자 가슴이 아팠다.

이런 일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다.

“응. 그 이야기는 그만 해. 아버지는 어디 간 거야?”

“가게 문 열러 갔어. 계속 그렇게 문을 닫아 놓을 수는 없잖니?”

“그래?”

“응. 너도 이제 지난 일을 다 잊어버리고, 다시 시작해야지.”

조민우는 순간 딱 자신의 가슴에 와 닿은 모친의 말에 움찔 몸을 떨었다.

다시 시작한다.

결코 큰 의미가 있는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도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지는 법.

그의 입장에서는 그렇지가 않았다.

새로운 출발.

일단 이것이 가능할 지도 의문이었다.

그는 이미 너무도 많을 것을 잃었다고 판단하기에 그렇다는 말이다.

그는 모친이 던져 준 화두를 생각하면서 병원에서 나와서는 천천히 병원을 거닐었다.

곳곳에 환자로 보이는 이들이 친지와 함께 나와서 떠드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그의 눈에 유독 가장 크게 들어온 것은 한 실의에 빠져 있는 노인이었다.

나이는 대략 칠순은 넘어 보일 정도로 앙상했다.

당장 내일 관속으로 들어가도 하등 이상해보이지 않을 정도로 몸 상태도 좋지 않았다.

얼굴 곳곳에 피어 오른 검버섯은 그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한 탓이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은 달랐다.

고요하면서도 잔잔한 그 빛에는 뭔가 사람을 감정을 자극하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

조민우도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는 덕분에 노인을 더욱 유심히 살필 수가 있었는데, 얼마 있지 않아서 그것이 보통 사람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가 다른 것은 모르지만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은 이미 어느 정도 경험을 쌓았기에 확연히 느꼈다.

노인의 시선을 그를 바라본 것은 이 순간이었다.

방긋.

이상한 의미의 미소였다.

그렇다고 비웃는 것은 아니었다.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상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는 미소였다.

마치 상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하지만 조민우 입장은 달랐다. 그는 꼭 자신의 마음을 도둑질 당한 기분에 안색을 찌푸렸다. 물론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었다.

기분 탓이겠지.

하지만 그는 이런 생각을 바꾸어야 했다.

노인이 뜻밖에도 그가 옆을 지날 시점에 말을 걸어온 탓이다.

“이보게.”

흠칫.

조민우는 순간 본능적으로 움찔했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기분이 나빠서 그런 것이냐?

그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여기서 느끼지 못할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바로 친숙함.

친숙함이라니?

도대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 건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는 힐끗 노인을 쳐다봐야 할 정도였다.

“무슨 일이죠?”

노인은 이런 반응이 너무도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한 손으로 자신이 앉아 있는 벤치 한 쪽의 빈자리를 가리켰다.

“저기 좀 앉지 않겠나?”

조민우는 그야말로 생뚱맞은 노인의 말에 무시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는 이상하게 노인의 말을 거역하기가 어려웠다.

마법이라도 걸어서?

그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럴 수가 없었다.

그는 벤치에 앉으면서 이런 감정이 여전하자 그제야 의혹이 가득한 눈길로 노인을 쳐다보았다. 노인은 그다지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달라진 것은 있었다.

바로 눈빛이었다.

이제까지는 그야말로 아무런 감정이 없는 눈빛이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인간의 색채를 가졌다.

바로 조민우에 대한 관심이었다.

“혹시 저를 아시는 분입니까?”

“안다면 아는 관계라고 해야겠지? 뭐 모른다면 모를 수도 있을 것이고.”

이것은 무슨 고승이 헛소리하는 건가? 그야말로 암자에 가면 흔히 들을 수 있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는 말이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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