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 회 -- >
조민우는 순간적인 변화에 화들짝 놀라서 반지를 빼려고까지 했다. 괜히 무슨 일이 생긴 지 예상치 못한 것은 딱 질색인 탓이다.
하지만 한 걸음 늦었다.
금반지 크기가 순간적으로 작아져서는 딱 그의 손가락에 맞아 들어가 버린 것이다.
“어?!”
반지 재질은 분명히 고무줄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되어버리자 그는 황당해서 멍하니 반지를 내려다봐야 했다.
당연히 고통은 없었다.
다만 특이한 이질감이 느껴지기는 했다.
그것은 꼭 속옷을 입은 느낌과도 비슷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금반지가 팬티는 아니지 않는가?
어떻게 반지를 낀 촉감이 속옷을 입은 것과 비슷하다는 말인가?
조민우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다시 금반지를 빼려고 해보았다.
“끄응. 어? 뭐, 뭐야?”
하지만 반지는 빠지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손가락과 일체가 된 물건인양 떨어지지 않았다. 더욱이 특이한 것은 조금 전에 외부로 드러났던 기하학적인 문양이 스르르 안개처럼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는 당치도 않는 상황에 눈을 비비면 다시 금반지를 확인해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상황이 종료된 지는 오래였다.
금반지에 있던 특이한 문양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진지가 오래였다.
변화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금빛 광채가 번쩍이는 빛깔 역시 천천히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평범한 광채가 보였다.
그것은 참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운 반응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답을 찾을 수가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조민우는 잠깐 동안 금반지를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도대체가?’
2장 금반지
조민우는 자신이 얻은 금반지, 아니 이제는 평범한 반지를 손으로 계속 만지작거리면서 여기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했다.
물론 그렇다고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그의 상념은 곧 이 반지의 원주인이 정체불명의 노인에게로 향했다.
그가 그렇다고 노인의 정체에 대해서 안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노인이 누구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는 혹시나 하나는 마음에 자신이 아는 노인의 얼굴을 쭉 떠올려보기까지 했다.
역시 떠오르는 바는 없었다.
하지만 조민우는 이내 특이한 사항 몇 가지를 떠올리고는 눈빛을 반짝였다.
그의 얼굴이 어디서인가 본 듯하다는 것을 바로 기억한 것이다.
물론 그것이 누구인지는 기억할 수가 없었다.
기억이 날 듯, 말 듯 한 것이 오히려 더욱 사람은 안절부절못하게 했다.
이런 혼란스러운 감정은 그의 집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계속되었다.
끼익.
그는 택시 운전기사에게 요금을 주고 내리면서 자신이 그나마 가지고 있던 애마 역시 은행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팔아야 한 기억을 떠올리고는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차도 없나? 차가 뭐야? 이제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잖아?’
조민우는 이내 도로 한 쪽에 보이는 부친이 하는 작은 편의점 간판을 보자 심사가 더욱 복잡했다.
불과 몇 달 전이었다.
그때는 여기 올 때만 해도 그렇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만큼 자신의 능력을 믿었고, 외부에서 자신을 실로 대단한 능력을 가진 이로 칭찬을 받았다.
더욱이 아직 대학 졸업도 하지 않을 정도로 젊은 나이에 이룩한 결과였으니.
다들 그 자신을 우르르 볼 정도였다.
자신의 부모님은 그런 이웃의 모습에 얼마나 자랑스러워했던가?
‘하지만 지금은 지난 일이지.’
조민우는 쓸쓸한 미소를 한 채 힘없는 걸음으로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
“저에요.”
“민우구나.”
“네.”
대답은 간단했다. 하지만 심사마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부친이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에서 느껴지는 감정 느끼자 기분이 정말 좋지 않았다.
부친 역시 자식의 안색만 보고는 곧 바로 알아채고는 편의점 한 편을 가르쳤다.
“안으로 들어가 있거라. 나는 바로 가게 문 잠깐 내리고 들어갈 테니까.”
하지만 조민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굳이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아니다, 잠깐 이야기나 하자꾸나.”
부친이 딱 이 말을 끝으로 편의점 가계 문 앞에 임시 휴지 공고가 나 있는 카드 하나를 걸어놓고는 곧 바로 우두커니 서 있는 거의 등을 툭 쳤다.
“뭐 하냐?”
조민우는 어쩔 수 없이 편의점 한 쪽 인구를 통해서 나 있는 통로를 통해서 편의점과 붙어있는 가정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은 그렇게 넓지는 않았다.
겨우 이십 평정도 되어 보일 정도였다.
그는 불과 한 달 전 만 해도 이 집을 팔고, 좀 더 큰 집을 얻으라고 호언장담하던 자신을 떠올리고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지금은 그런 행동은 고사하고 혼자 살 집마저 없는 처지가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떠냐? 이제는 좀 괜찮으냐?”
조민우는 안방 거실로 들어가자 주스 캔 하나를 따와서는 그의 앞으로 내밀서하는 부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은 견딜만합니다.”
“사업은 잘 정리했고?”
“남아 있는 직원들이 잘 도와주어서 마무리를 잘 한 셈입니다.”
“정말 그분들 고맙게 생각해야 되겠더라. 보통 사업이 망하면 그런 식으로 하는 경우가 드물니까.”
조민우 역시 정성일 부장을 비롯한 이들의 얼굴을 다시 떠올리자 그나마 마음이 편해졌다. 정말 믿음이 가는 직원의 모습이었다.
그가 비록 사업에는 실패했지만 자신이 신뢰를 잃지 않았다는 점을 떠올리면 나름 위안으로 삼았다.
“알고 있습니다. 특히 정성일 부장님 같은 경우에는 거의 이천만 원 가까운 돈을 보태 주셨죠. 그 분이 아니었다면 정말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은행 채권 팀과 어느 정도 타협을 할 수가 있었으니까요.”
“은행에서도 이번에 많이 양보했다면서?”
“하아, 네, 그런 이야기는 그만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 알았다. 앞으로 어쩔 생각이냐?”
“.......”
조민우는 질문을 받자 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 역시 여기에 대해서 아직 고민만 하고 있었지 딱히 진로를 정한 것은 아닌 탓이다.
다만 그도 과거 사업을 하면서 반쯤 포기했던 대학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복학을 할까 싶어요. 어차피 마지막 학기에 등록금까지 내놓은 상태이니, 아버지도 부담은 되지 않을 겁니다.”
“이놈아, 등록금이라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일단 그렇게 마음을 정했으면 다시 시작해 봐.”
늘 들었던 이야기였다. 이제는 들어도 그다지 마음에 와 닿지 않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화를 거듭할수록 나오는 이야기는 이런 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조민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이야기만 반복된다는 것을 느끼자 마무리했다.
“알겠습니다.”
“그래, 들어가서 좀 쉬거나.”
그는 부친의 허락이 떨어지자 과거 자신의 학창시절까지 살았던 방안으로 들어가서는 곧 바로 침대에 누웠다.
이제는 그럭저럭 버틸 만 했다.
하지만 그는 불과 삼주 전까지만 해도 자살하고 싶었던 기억을 떠올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그는 이내 이런 우울한 감정을 털어버리기 위해서라도 다른 생각에 빠져 들어갔다.
떠 올린 것은 역시나 정체불명의 금반지였다.
조민우도 다시 자신의 가운데 손가락에 떠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금반지를 잠깐 이리저리 돌아보면서 호기심을 가졌다.
그도 금반지에 생긴 변화가 단순히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았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말한다고 해서 믿을 일은 아니지만 그 자신은 분명히 확신했다.
환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외견상 보이는 풍모는 그야말로 볼품없었다.
그냥 길거리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싸구려 반지는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대단해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이 정도의 반지라면 끼고 다니는 것조차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특이하게 크기가 작아지자 그다지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채 은연 자중하는 모습은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았다.
‘꼭 매화 같은 분위기와도 비슷하네?’
조민우는 금반지에 대한 상념을 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다시 노인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물론 잘 기억은 나지 않았다.
너무 급작스럽게 빨리 헤어진 탓에 도저히 그의 정체를 짐작이 불가능했다.
다만 그의 얼굴만큼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서 너무 이상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 얼굴의 정체를 아느냐?
그것은 또한 아니었다.
조민우는 여기서 추적에 들어갔다. 그가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의 얼굴을 그렇게까지 기억할 수는 없었다.
분명히 뭔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추리를 거듭하자 곧 한 가지가 떠올랐다.
‘맞아, 평행 세계란 말을 했었지? 다른 세계가 과연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졌어?’
여기까지 오자 일단 실마리 세 개를 얻을 수가 있었다.
하나는 너무 익숙한 얼굴 형태.
다른 하나는 바로 평행 세계라는 말.
마지막으로 지금은 금반지인지 불확실한 정체불명의 반지.
조민우는 특히 이 애물단지가 손가락에서 빠지지 않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솔직히 창피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반지, 목걸이를 몸에 걸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다만 금반지는 그나마 착용감이 좋아서 좀 버틸만하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도 지금처럼 그냥 있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기본적인 생각은 여기까지. 곧 그는 다음 단계로 들어갔다.
‘세 가지를 토대로 그 노인이 어떤 사람이고, 이 반지가 어떤 용도인지 추리해야 돼. 그러면 쓸데없이 내 손에서 빠지지 않는 이놈을 제거할 수가 있겠지.’
툭툭.
조민우는 괜히 금반지가 미워서는 툴툴거리면서 벽 한쪽에 쿡쿡 부딪혀 보았다.
혹시나 뭔가 반응이 있을까 하는 의도였다.
그는 그렇다고 강하게 벽하고 부딪히게 할 수는 없었다. 혹시라도 자신의 손가락이 다칠 수가 있으니까. 그런 일은 사절이었다.
하지만 금반지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그래도 단단한 벽에 순간적으로 강하게 쳤기에 뭔가 반응을 보여야 함에도 그렇지가 못했다.
‘좀 이상한데?’
그는 그렇지 않아도 뭔가 집중할 것이 필요한 터. 한 가지 특이 상황을 발견하자 곧 바로 책상에서 칼을 하나 꺼냈다.
촤르르.
칼날은 꽤 오래 전에 방치해두었음에도 날카롭게 번뜩였다.
아마 이대로 손가락을 잘라버려도 삭둑 잘릴 정도라면 좀 과장될 정도였다. 겨우 연필 깎기 칼로 사람의 손가락을 자를 수 있다는 것을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니까. 너무도 당연한 망상이었다.
조민우는 내심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것이 자신의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라지만 그다지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너무 바보 같았다.
하지만 뭐 어떤가?
아무도 보지 않는 상황이니.
그 보다는 도대체 이 금반지가 어느 정도 강도인지 일단 알고 싶었다.
조심스럽게 금반지 표면을 칼로 끌었다.
스르르.
하지만 그 결과는 사뭇 놀라웠다.
최소한 칼로 표면에 자극을 낸 이상 뭔가 반응을 보여야 하는데, 전혀 흔적조차 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진정한 금반지라도 마찬가지였다. 뭔가 반응이 나와야 했다.
‘이게 어찌된 거지?’
조민우는 당치도 않는 상황에 금반지 표면을 다시 한 번 확인해봐야 했다. 뭔가 변화가 조금은 있으리라 확신했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칼을 사용할 때와, 하지 않을 때와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금이 아니란 말인가? 제길 괜히 쓸데없이 기대를 한 건가? 로토 반지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값어치는 좀 나갈 줄 알았는데!
일단 실망이 컸다.
그렇다고 그냥 여기서 포기할 수만은 없었다.
그러면 더 이상했다.
도대체 반지의 재질은 무엇일까?
강철로 만들었다고 해도 다소간의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더욱이 자신의 손가락에 저절로 그 크기가 변화되었지 않은가?
그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될까?
‘앞뒤가 맞지 않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