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마법사-6화 (6/397)

< -- 6 회 -- >

그는 일단 입을 다물었다. 분명히 비꼬는 어조였다. 하지만 꼭 그렇게만 볼 수가 없었다. 정말 부러워하는 어조가 담겨 있는 어투인 탓이다.

도대체 왜 신입생과 같이 공부하는 것을 부러워해야 한다는 말인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김동민의 다음 이야기를 듣자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들어온 신입 여대생의 미모가 장난 아냐. 나도 전에 신입생 환영식 행사에서 잠깐 봤는데, 키도 장난 아니더라. 내가 정말 놀란 것은 그들 중에 나보다 키가 큰 애들도 있다는 이야기야.”

조민우는 석사 2년차인 주제에 아직 왕자병 중증 증상을 보이는 김동민을 아예 무시하고는 수강신청에 맞는 시간표 작성에 집중했다.

그는 도대체 옆에 와서 왜 저런 소리를 하는 지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김동민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조민우처럼 군대에 갔다 온 후에 복학한 이들 역시 수강신청 때문에 왔다가 그를 발견한 것이다.

“여어? 이거 민우잖아? 어라, 넌 쥐새끼 김동민!”

자칭 별명이 쥐새끼로 찍힌 김동민은 이내 발끈해서 버럭 소리쳤다.

“뭐야? 강성민, 너 이 자식 죽을래?”

강성민은 덩치가 꽤 커다란 등치였음에도 오히려 어깨를 으쓱하면서 오히려 어깨를 들이 밀었다.

“야아, 죽여 봐라.”

두 사람은 이내 투닥투닥하면서 죽을 둥 살 둥 멱살을 잡기까지 했다.

시끌시끌했다.

아니 도대체 왜 두 사람이 만나자 보자 쥐, 고양이처럼 저러는 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

그것은 조민우가 해서 다를 것이 없었다. 그는 힐끗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잠깐 지켜봤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고는 수강신청서에 집중해야 했다.

아니 그는 설마 불안감이 문득 들었다.

‘이거 설마 수강 신청을 하려고만 하면 방해꾼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겠지?’

다행이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두 사람도 투닥거리기는 했지만 넌지시 지켜보기만 하지 그렇게까지 방해하지는 않았다.

다만 강성민 역시 몇 과목 신청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한 마디 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우와, 민우야, 너 대학 체육도 신청 하냐?”

조민우는 힐끗 등 너머로 그를 잠깐 째려봐 준 후에 툴툴거렸다.

“요즘 체력이 너무 허약해서 신경을 좀 쓰려고.”

하지만 강성민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었다. 그 역시 김동민 때문에 깜빡한 사실이지만 이내 그가 사업을 한다고 휴학한 것을 떠올렸다.

“너 사업한다고 하지 않았냐?”

“.......”

그는 너무 답답해서 입을 다물었다. 저런 식으로 계속 한 사람씩 자신을 볼 때마다 저런 질문을 한다면 그야 말로 악몽이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이마에 광고를 하는 것이 오히려 편할 정도였다.

하지만 조민우도 일단 그냥 두면 저놈 역시 스토커처럼 집요하게 나온다는 것 정도는 대충 짐작하기에 그냥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망했다. 됐냐?”

“뭐? 저, 정말이야? 내가 너랑 통화할 때만 해도 잘 나간다고 그렇지 않았어? 네 회사에 대한 것은 신문에 나와서 나도 요의 주시하고 있었는데, 진담으로 하는 말이야?”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빠른 말빨이었다.

정말 생각도 못한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조민우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만 할 뿐이었다.

그 역시 지난날에 한창 잘나가던 시절을 떠올리기까지 한 것이다.

그 당시는. 정말 최고였다. 어떻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했다.

하지만 지난 일이었다.

조민우도 이내 정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성민아, 그 이야기는 그만 해라.”

강성민 역시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눈치 채고는 곧 바로 사과했다.

“민우야, 미, 미안하다. 네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아.”

“됐다니까.”

그는 간단하게 대화를 끊을 후에 다시 수강신청 관련된 항목에 정신을 억지로 집중했다.

그나마 힘든 기억이 다시 가라앉았다.

좀 견딜만했다.

심심하면 자신을 자극하는 놈들이 정말 문제였다.

아니 도대체 자신이 잊으려고 얼마나 기억하는 일인가?

사업 망한 것이 무슨 동네 잔치거리라도 된다는 말인가?

조민우는 불현 듯 떠오르는 상념을 털어버리기 위해서라도 필사적으로 수강신청서에 매달렸다. 하지만 쉽지가 않았다.

잡념이 떠오르자 생각 외로 방해가 많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이런 잡생각을 털어버리고는 곧 수강신청서에 매달렸다.

다만 이것저것 고민이 떠오르자 잘 되지 않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특히 교양 같은 과목은 그냥 되는 대로 체크해버리기까지 했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도 있었지만 정신이 산만해진 것이 가장 컸다.

조민우는 다행히 수강신청서 작성이 끝나자 곧 바로 그것을 확인도 하지 않고는 제출해버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강성민이 한 마디 할 정도였다.

“이야, 민우야, 그런 식으로 수강신청해도 되냐?”

“교양인데, 별 것 있겠냐? 그냥 어차피 학점 채우려고 듣는 것뿐이야.”

“교양이라면 상관은 없겠지. 그나저나 너도 결국 복학을 했으니, 가만 보자, 네 복학 학년이.......”

그는 말이 길어지어 전에 그냥 자진 납세했다.

“2학년이다. 됐냐?”

강성민 역시 김동민 반응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그보다 더 심했다. 아예 그의 양 어깨에 떡 뚜꺼비같은 양 손을 턱하니 걸치고는 부탁까지 한 것이었다.

“우, 우와, 민, 민우야, 아니, 민우 형님, 앞으로 잘 좀 부탁합시다.”

조민우는 대충 짐작 가는 바가 있어서인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너 설마 신입 여대생 소개시켜달라는 거야?”

“다, 당연하지.”

“야아, 우와, 진짜 너무 한다. 어떻게 같은 학과 신입생을 꼬실 생각을 하냐? 정말 다른 학과 창피스럽지도 않냐?”

물론 상식적으로 맞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다른 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야아, 저거 맞는 말 같기는 한데.......

-맞기는 무슨 개소리야. 과마다 특성이 다 틀리니, 그럴 수가 있는 거지. 솔직히 올해 들어온 신입생들 너도 봤잖아? 그런데 저런 소리를 할 수가 있겠어?

-그, 그런가?

-당연하지. 같은 과면 확실히 과내에 커플로 사귀기도 좋잖아?

-글세.

정말 글쎄올시다였다.

그것은 조민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옆에서 간간히 들리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눈살이 찌푸렸다.

하지만 그도 한 가지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도대체 신입 여대생이 얼마나 대단한 미모를 자랑하기에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물론 여기에 대한 의문을 강성민이 풀어주었다.

“야아, 민우야, 너는 이제 복학하니까. 아직 대학 사정을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조민우는 그렇지 않아도 지금 복학한 것이 속상했는데, 괜히 그런 자격지심 때문인지 말이 좋을 리가 없었다.

“무슨 뜻이냐?”

강성민 그 역시 지난 학기 중에 보았던 신입 여대생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네가 한 번 보고 나면 생각이 정말 달라질 거다. 작년에 들어온 애들도 그렇지만, 올해 들어온 애들이 정말 장난 아냐.”

그는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과거에는 이런 현상이 없다는 것을 떠올리면 사뭇 이상한 현상이었다.

“도대체 왜 그런 일이 생긴 거야?”

“아마, 대학 입학 고사가 바뀌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이야기가 많더라.”

조민우는 뜬금없는 입학 고사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과, 우리 과에 아름다운 여대생이 많이 들어온 것과 무슨 관계야?”

“너도 알다시피 올해 이후로는 재수해도 쉽지가 않잖아? 그러니 올해까지는 어떻게 해서라도 들어갈 수 있는데, 지원한 거야. 그렇게 보면 우리 과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는 선택이지. 워낙에 장학금 혜택이 많으니, 조금만 열심히 해도 공짜로 대학 다닐 수가 있으니까.”

“허어, 설마 겨우 그런 이유로 우리 과에 그런 쭉쭉 빵빵 신입 여대생이 많이 늘어났다고?”

“바보야, 그것이 아니고, 여자 비율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애들이 덩달아 많아진 거야.”

“흐음.”

조민우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는 턱을 쓰다듬었다. 딱히 뭐 크게 감흥이 오는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신입 여대생이 쭉쭉 빵빵 이든, 미스코리아든 자신과는 무관한 일인 탓이다.

그는 특히 자신이 사업할 때 사귀던 여자가 꽤 미모가 있었는데, 사업이 휘청하자 잽싸게 도망쳤던 아픈 기억을 떠올리자 얼굴 예쁜이들은 그야말로 밥맛이었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는 하는 족속은 정말 사양이라는 말이다.

‘차라리 나를 믿고 사랑해주는 그런 여자가 정말 좋은 여자지. 괜히 외모만 그럴 듯한 애들이 워낙에 아는 남자가 많아서인지, 금방 고무신을 거꾸로 바꾸어 싣는 이들이 너무 많으니.’

조민우는 물론 이런 기억이 새삼 머릿속을 가득하자 괜히 쓸데없는 생각에 잡혀 있는 강성민을 그냥 둘 수는 없었다.

“야아, 성민아, 내가 이야기까지 하고 싶지는 않은데, 여자는 말이다. 외모가 중요한 것이 아냐. 그야말로 남자를 진심으로 믿고, 따르는 그런 남자가 정말 최고다. 괜히 쓸데없는 외모에 현혹되어서 휩쓸리는 것은 정말 아냐!”

“.......”

강성민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그가 과거 같이 공부하던 조민우란 놈이 할 이야기가 아닌 탓이다.

물론 그도 조민우가 사업을 하면서 이런저런 일을 많이 경험했다는 것을 알지만 도저히 받아줄 수가 없는 말이었다.

“야아, 민우야, 넌 현실과 이상을 너무 구분하지 못하는 것 아냐?”

조민우가 물론 모를 리가 없는 말이었다. 그도 사업 전에는 제대로 된 여자 친구를 사귀지 못했기에 충분히 상대 입장을 이해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원래 반반한 애가 돈을 많이 들어. 이것저것 사달라는 것도 많고, 해달라는 것도 정말 많아. 만약 그런 것을 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나오는 지 아냐?”

물론 강성민은 알 리가 없는 이야기였다. 아니 올해로 졸업반인 그에게는 솔직히 다른 나라 이야기였다.

“어떻게 나오기에 그래?”

조민우는 이내 과거 일을 한 번 쭉 떠올려 보았다. 해달라는 것? 지금 생각해보면 그 여자에게 들어간 비용으로 차라리 작은 승용차 하나 정도는 마련할 정도였다.

그런 이야기를 말한다?

그것은 곤란했다.

“그냥 그렇다 정도만 알아둬라. 여자는 말이다. 마음이 좋은 애가 최고야. 항상 그런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거다!”

“......”

강성민은 이내 입을 다물고는 그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오랜 만에 만나 친구의 태도는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탓이다.

물론 사업이 망해서 다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딱 서 있는 그 자세만으로도 더할 나위가 없었다.

‘허어, 그리고 보니 이놈이 정말 변했잖아?’

4장 신입 여대생

조민우가 변했느냐?

당연히 많이 변했다.

아니 변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비록 사업 실패는 그에게 많은 정신적인 아픔과, 고통을 안겨다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쓰라린 경험을 통해서 더욱 강건한 정신을 보유할 수가 있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이런 경험이 그에게 더 나은 성공을 위한 발판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특히 기본적인 대인 관계에 있어서 상대를 대하는 태도가 근본적으로 많이 달라졌다.

그가 그렇다고 사업하기 전에 찌질이처럼 행동했느냐?

그것은 아니었다.

다만 기존에 가지고 있는 다소간의 유약한 면이 많이 사라졌다는 이야기이다.

그것은 비록 신입생이라고 해도 후배와 같이 강의 듣는 중에 상대를 대하는 태도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조민우는 첫 회로이론 강의에 옆 자리에 앉은 후배 한 놈이 자신에게 친한 척을 하자 힐끗 쳐다봐야 했다.

“어, 그래? 반가워.”

“저는 조지훈이라고 합니다. 올해 들어온 신입생입니다. 선배님은 복학생이시죠?”

그는 힐끗 자신의 복장을 한 번 내려다보았다. 왜 자신을 복학생이라고 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은 탓이다.

최소한 자신을 보자 복학생이라는 이야기를 듣자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옷을 이상하게 입었나? 그래도 제대한 놈들보다는 좀 나은 텐데?’

“내가 복학생처럼 보이냐?”

“아, 참, 선배님, 나이가 들어보았잖습니까?”

“아, 그래?”

내심 탄식이 절로 나왔다.

생각해보면 너무 낭비한 시간이 너무 많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뭐 하나 제대로 한 것도 없는 시간이었다.

솔직히 사업만 해도 그렇다.

과연 사업을 해서 얻은 것이 뭐가 있느냐?

‘아무것도 없군.’

잘될 때는 정말 좋았다.

그 때만 해도 자신의 통장에 억 단위의 돈이 그냥 뭉치 돈으로 왔다 갔다 했으니까.

조민우도 그 당시에는 그 돈으로 직원들에게 흥청망청 썼던 기억을 떠올리자 감회가 새삼스러웠지만 이내 이런 생각을 접어야 했다.

“저, 저기 선배님.”

“왜?”

“혹시 이 과목 재수강하는 겁니까?”

재수강이라. 정말 듣기에 따라서 매우 거북한 말이었다.

어떻게 말을 해도 기분이 좋을 리가 없는 말이다.

특히 듣는 복학생 입장에서는 영 사양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