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 회 -- >
“네, 그것 아니면 제가 뭘 물어 보겠습니까?”
부친은 일단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뭐라고 말을 하기가 참 난감했다. 하지만 자식이 저렇게까지 보는 데 숨긴다고 해서 될 문제는 아니었다.
“그 물이 의외로 괜찮다고 그러더라.”
조민우는 눈빛을 반짝였다. 자신의 예상대로 상황이 풀려갔다는 것을 느꼈다.
“그, 그게 정말이에요?”
“나는 영 아니 든데, 손님들 반응은 좀 다르더라. 특히 생수 구입해 가던 노인들이 그 물을 마시고 나면, 꼭 그 물을 찾더라.”
뜻밖의 이야기였다.
“아니 왜요?”
“글세, 나도 잘 모르지. 다만 구입해 가신 분들 이야기로는 그 물은 다른 생수하고는 달리 먹으면 좀 속이 편하다고 하더라.”
편하다 라? 아마 나이가 들어서 신체 조직이 약해진 노인에게는 마법의 물이 기존의 생수보다는 오히려 흡수력이 좋았다는 이야기였다.
조민우는 그야말로 말로 쾌재를 불렀다.
“우와, 되, 됐어요!”
하지만 부친은 오히려 더욱 우려스럽기만 했다. 그는 솔직히 자신이 물을 팔면서도 그 물의 정체를 잘 모르기에 걱정했다. 괜히 노인 같은 경우에 잘못되었을 경우에 커다란 문제의 소지가 있는 탓이다.
“하지만 정식으로 허가 받은 것도 아닌데, 나중에 잘못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조민우는 부친의 우려를 완전히 씻어주기 위해서라도 팩스(?)로 급히 받은 물질 함량표를 보여주었다. 물론 거기에 엄연히 국가 공인 연구 기관의 허가증 역시 첨부되어 있었다.
비록 정식 허가를 받지는 않지만 비공식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표시였다.
“어? 그렇다면 사람이 마셔도 괜찮다는 말이야?”
“그것은 시간이 좀 걸린 겁니다. 우리나라 공무원이 좀 그렇거든요.”
“헐? 그래?”
“물론이죠!”
“그러면 상표는 뭐로 할 생각이냐?”
“마법 같은 물!”
“.......”
부친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을 다물어야 했다.
하지만 조민우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여기까지오자 더는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그는 무기물질 함량 결과,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기가 무섭게 무기물질 함량을 기입한 상표 디자인 외주를 외주 업체에 맡겼다.
당연히 돈은 좀 들어갔다. 다행이라면 남아있는 통장 잔고를 탈탈 털면 그나마 가능했던 것이었다.
‘이제는 진짜 빈털터리인가?’
어떻게 보면 참 무모한 행동일 수가 있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딱히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뭔가 될 것 같았다.
‘이번에는 잘 될 거야!’
6장 마법 같은 물(?)
조민우는 자신이 정한 상표명이지만 그가 다시 생각해봐도 좀 거시기하다는 것을 알았다.
솔직히 그렇지 않는 가?
마법 같은 물.
물이 마법으로 만든 것같이 깨끗하고, 특이한 물이면 마법물이라고 해야 될 것 아닌가?
마법 같은. ‘같은’ 이라는 말은 참 어울리지 않았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좋을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 이들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자신의 부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도 웬만해서는 불평불만을 털어놓지 않은데, 이런 용어에는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
그는 가끔 자식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반대의견을 계속 제시할 정도였으니까.
“야아, 민우, 이것은 좀 아닌 것 같아.”
물론 조민우는 딱 한 마디 말로 부친의 이야기를 일축시켰다.
“아버지가 물 만드세요?!”
“.......”
부친이 뭐라고 하겠는가?
솔직히 그도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사실은 자신의 자식이 어떻게 저 물을 만드는가 하는 점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도 알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금 살고 있는 편의점 외에 가정집이 골목 안쪽에 한 채가 더 있었는데, 자신의 편의점에 딸린 방에서 숙식을 하지만 조민우는 떨어진 집에서 생활을 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는가?
뾰족한 방법이 없었고, 사소한 것은 그냥 자식의 의견을 따랐다.
조민우 역시 딱히 물 판매에 대해서 크게 부담을 가지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아르바이트 형식을 물 판매를 시작한 것이지. 이것으로 다시 사업을 시작 하겠다? 이런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솔직히 복학하고 나서 비록 자신이 친한 친구들의 얼굴을 볼 수가 없어서 아쉬운 면이 있었지만 뽀송뽀송한 신입생과 노닥거리는 것이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어떤 면에서 보면 사업을 하면서 매일 계약이나, 업무적인 관계, 이해적인 관계로 사람을 상대한 것에 지친 것도 있었다.
그러니. 조민우도 신입생과의 생활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아니 신선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조민우가 필요로 하는 돈은 큰돈이 아니었다.
한 학기 등록금하고, 교재비 정도였다.
하루에 피티 40개를 만드는 것이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해서 하루 6만원 수당을 벌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고 보았다.
더욱이 시간이 지날수록 능력이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물!”
촤르르.
허공에서 솟아지는 물줄기는 아무리 봐도 늘 신기하기만 했다.
하지만 조민우는 이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기에 더 바빴다.
‘어라? 견딜 만하잖아?’
벌써 40개 하루 일당을 확인까지 끝난 상황인데, 몸에 무리가 없었다.
평소와는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이 정도라면 적어도 60개까지는 가능할 것만 같았다.
아니 실제로 가능했다.
“물!”
촤르르.
휘청.
60개의 물을 만들고 나자 딱 자신이 처음에 물을 만들 때와 동일한 수준이었다.
불과 삼 주 만의 변화였다.
물론 하루에 만든 물 수량이 거의 30-40개 기준으로 본다면 나름 고생을 한 면도 있었다.
그것이 자신의 신체에 변화를 준 것이다.
특히 조민우가 한 가지 확연하게 깨달은 것은 아주 간단한 진리였다.
마법을 사용할수록 그 실력이 늘어난다!
정확히는 정신력이 강해진다는 것이 정확했다.
조민우가 참 아쉽게 생각한 것은 판타지 소설에 감초처럼 서클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자신의 심장 부위에 서클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방법을 모른다는 점이다.
있는 것이라고는 달랑 금반지 하나.
‘아쉽군.’
뭐 어쩌겠는가?
과욕은 금물이었다.
이미 그는 이것을 뼈로 새긴 바가 있기에 더욱 그러했다.
몰라 과거였다면 금반지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서 별 짓을 다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달랐다.
조민우는 이미 금반지를 사용해서 마법 같은 물을 만든 것에 충분히 만족했다는 이야기였다.
더욱이 물 판매 수익도 예상한 것과 거의 비슷하게 나왔기에 더욱 즐겁기만 했다.
“엤다!”
“감사합니다.”
“딱딱, 하루에 6만원은 꼬박 꼬박 받아가는구나.”
“아버지도 참. 말이 좀 그러네요. 제가 만들어서 판 물인데요.”
“이놈아, 그것을 판 사람이 누구인지나 알아? 내 인건비는 안 줄 거야?”
조민우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양해를 구했다.
“지금은 좀 그래요. 지금까지 번 돈이라고 해봐야 174만 원 정도 되지 않습니까?”
“허어, 174만원이 작은 돈이냐!”
그 역시 인정했다. 지금은 그에게 10만원도 큰돈이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딱 한 달 조금 지났는데, 벌서 174만원을 벌었다는 점. 대단했다.
당연히 욕심이 생겼다.
여기서 더 물 공급량을 더 키우면 나름 괜찮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지금 당장 급하게 해야 할 일은 바로 마법 같은 물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허어, 사장님, 정말 이거 허가 신청을 하시는 군요. 정말 물장사를 하시다니. 제가 이것을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조민우도 늘 정성일 부장과 통화를 하게 되면 쓸데없는 사족으로 이야기가 항상 늘어진다는 것을 알기에 태도를 달리했다.
<좀 부탁을 드립니다. 혹시 바쁘시면 제가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고요.>
<아, 사장님도, 무슨 말도 소리를 하십니까? 제가 아무리 바빠도 사장님 부탁은 들어드려야죠.>
늘 별함 없는 상록수 같은 멘트였다.
그도 알고는 있는 사실이지만 정말 어려울 때 정성일 부장의 가치를 새삼 느꼈다.
<정말 부장님은 제가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아, 그런 이야기 제발 마시고요. 그렇게 고마우시면 제가 원하는 대답이나 해주세요. 설마 계속해서 물장사를 하시려는 것은 아니겠죠?>
조민우는 꼭 이런 식으로 삼천포로 빠지는 정성일 부장이 영 못마땅했지만 이것은 이것대로 나쁘지 않았다.
<제발 좀요.>
<아, 알겠습니다. 사장님도 제가 뭐 딱히 알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냥 호기심이 생기니까요. 지금 사장님은 고향에 계시죠?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가 있는 지 이해가 안 되거든요.>
이러 쿵 저렁 쿵 말은 하지만 결국은 말을 빙빙 돌려서 알고 싶다는 간접적인 표현이었다.
그도 생각 같아서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지만 도저히 금반지로 물을 만들었다고는 말해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나중에 이야기하죠.>
이렇게까지 거부하는데, 계속 질문할 수가 있을까?
정성일 부장은 바로 포기했다.
<알겠습니다.>
<부탁 좀 하죠.>
조민우는 이처럼 마법 같은 물 허가 관련해서는 정성일 부장을 통해서 간단하게 넘겼기에 그다지 신경 써지는 않았다. 정성일 부장은 그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인 탓이다.
다만 그도 대학 생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고민을 해야 했기에 무리하게 물 생산하는 것은 무리였다.
물 생산이 늘어날수록 피로도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탓이다.
더욱이 매일 매일 물을 생산하게 되면 그 피로 누적도가 생각보다 장난이 아니었다.
처음에도 그도 돈을 번다고 이런 것을 느끼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심각하게 생각해야 했다.
“하아암.”
항상 평소와는 달리 하품이 절로 나왔고, 대학 강의를 들을 때마다 꾸벅꾸벅 조는 현상이 생겼다.
곤란했다.
아니 심각했다.
조민우는 만약을 위해서 돈을 버는 것이지, 꼭 등록금을 내려고 돈을 버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물 생산이 늘어나면서 급격하게 피로도가 증가하는 부작용에 대해서 뭔가 대책을 세우야 했다.
하지만 주변에 그를 아는 이들은 이런 조민우 모습을 볼 때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그를 걱정해 주는 이들 역시 있었다.
“민우 선배, 무슨 걱정 있어요?”
이제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안면이 어느 정도 생기자 최현주의 반응은 처음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녀는 마치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그의 옆 빈자리에 풀썩 앉았다.
그도 당장은 어느 정도 마음은 있지만 여러 가지 나이 면이나, 분위기를 살펴야 했기에 그렇게까지 드러낼 수는 없었다.
다만 자신의 신상 이야기는 정도는 부담이 없었다.
“아무래도 운동을 좀 해야 되겠어.”
“어? 그래요? 선배도 헬스 할 생각이에요?”
“헬스?”
헬스라.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그런 주제였다.
지금까지도 그랬다. 나이가 젊어서 그런 지 딱히 체력적인 면에서 관해서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복학.
더욱이 장학금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
취미 삼아서 운동을 한다는 그런 생각은 아예 한 적이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보다 정확했다.
하지만 조민우는 이런 생각을 좀 달리 해야 했다.
“네, 저도 지난달부터 대학 정문 근처 헬스장을 다니거든요.”
여기까지였다면 사실 그냥 넘어갈 문제였다.
그 다음 제안이 문제였다.
“선배님도 같이 헬스 할래요?”
“같이라.......”
같이 하고 싶었다. 솔직히 이런 제안을 누가 거절할 수가 있겠는가?
저렇게 아름다운 후배인데.
하지만 조민우는 역시 분위기를 살펴야 했다. 그도 양심을 있기에 괜히 후배 하나 꼬여서 엉뚱한 짓을 했다는 악명을 듣고 싶지는 않았다.
“지훈아, 너는 어떻게 할 거야?”
조지훈은 뜻밖에도 고개를 절레절레 내지었다.
“아, 선배님 제안은 고마운데요. 저는 도저히 헬스는 못하겠더군요.”
“어? 그러냐?”
“사실 현주가 지난달에 그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헬스 하는 데, 혼자 하는 것이 좀 그렇다고요. 알다시피 제가 운동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저야 그렇다지만 선배님같은 경우에는 헬스를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더욱이 현주 혼자 다니니까. 영 좀 그런 것도 있어 보이더군요.”
이 자식은 여자에 대해서 돌인가? 최현주를 보기를 그냐 말로 지나가는 돌덩이 조각으로 보고 있었다.
조민우는 솔직히 이런 점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만 그도 이유를 알지 수긍했다.
“지훈아, 너 말은 참 그럴 듯하게 하는데, 그것을 핑계라고 되는 거야! 결국 여자 친구와 영어 학원 다닌다고 못하는 거잖아?”
그는 힐끗 여자 친구가 있어서 최현주에게 흑심을 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자 잠깐 가자미눈을 하고 째려보았다가 눈빛을 반짝였다.
어떻게 보면 기회일 수도 있었다.
더욱이 주변에서 하라고 난리이지 않는가?
자기도 흑심을 품은 것은 있지만 분위기가 이렇다면 상황은 좀 달랐다.
더욱이 주머니에 돈도 좀 있으니. 한층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