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 회 -- >
조민우는 너스레를 떨면서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리는 그가 너무도 좋았다. 항상 그와 옆에서 일할 때 느끼는 편안함이었다.
물론 이런 것보다 지금도 여전히 자신을 변함없이 대하는 그 모습이 너무도 믿음직했다.
<아, 뭐 그렇게 되었습니다.>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그가 아는 한국 공무원 관례로 봐서는 도저히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네? 벌써요?>
물론 정성일 부장은 간단하게 이런 의혹을 풀어주었다.
<과거 그 쪽 연구원이 사장님 덕을 좀 봤습니다. 조민우 사장님 일이라고 하니까. 알아서 다른 것보다 빨리 처리 해주더군요.>
조민우는 새삼 과거의 일에서 추억이 생각나서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도 있었군요.>
<네, 사장님이 하셨던 과거 일에서 신뢰를 잃어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앞으로 얼마든지 그것을 바탕으로 다시 사업 복귀할 수가 있을 겁니다. 그것은 제가 장담 드리죠.>
하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내키지가 않았다. 지금도 비록 돈은 많이 벌지 못하지만 소소한 재미가 나쁘지 않았다.
<말씀은 감사합니다.>
물론 정성일 부장은 넌지시 자신이 가진 의문 한 가지를 풀어놓았다. 그가 아는 상식으로 물장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비전이 없는 탓이다.
<정말 물장사하실 겁니까?!>
<.......>
조민우는 순간 자존심도 상하고, 기분도 찜찜해서 입을 다물었다. 말을 해도 저런 식으로 이야기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화보다는 내심 웃음이 먼저 나왔다. 그렇다고 표현하지는 않았다.
정성일 부장 역시 자신이 한 말이 지나치다는 것을 느끼고는 곧 바로 바꾸었다.
<아, 사장님, 특별히 어떤 의미가 있어서 한 말은 아닙니다. 다만 그 물로 판매를 하는 것이 그다지 상업적인 장점이 없지 않습니까? 그렇게 물을 만들려면 오히려 만드는 비용이 더 많이 들 텐데요?>
조민우가 모를 리가 없는 사실이었다. 다만 그 자신은 마법으로 만들기에 제조 경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기에 지금 일을 할 수가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해줄 수는 없었다.
<딱히 물장사, 아니 물 판매 사업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그러면 도대체 왜 허가를 받으신 겁니까?>
<하아, 그것은 나중에 제가 말씀드리죠.>
<자, 잠깐만요, 사, 사장님........>
뚝.
여기까지였다.
그는 정성일 부장이 스토커처럼 끈질긴 면모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여기서 강제로 끊어버렸다.
하지만 좀 자신의 속을 털어놓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기는 했다.
조민우는 이런 상념을 털어버리고는 지금 자신의 일에 다시 집중해야 했다.
하루 피티 60개만을 만들 수가 있다면 자신의 부친 편의점에만 공급하는 것만으로 괜찮았다. 아니 60개 정도로 끝난다면 차라리 부친을 통해서만 파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가 헬스를 통해서 육체적인 기량을 올리면 올릴수록 이런 생각을 바꾸어야 했다.
다시 일주일이 지나자 피티 숫자가 90개로 늘어난 것이다.
그것도 동일한 시간에.
더욱이 이제는 견딜 만 했다.
보통 작업하고 나면 다음날 강의에 영향을 많이 주었는데, 이제는 그렇지가 않았다.
조민우는 특히 이런 결과에 만족하자 생각을 달리해야 했다. 일단 상표 허가를 얻은 이상 법적인 문제의 소지는 없다고 확신했다.
다만 판로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문제였다.
“흐음, 물 공급량을 더 늘릴 수가 있다고?”
“네. 한 가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지난주부터 가끔 보면 아버지도 제가 공급한 물량을 다 소화 못하고 있잖아요?”
“아? 그거? 날에 따라서 틀리잖아? 손님이 많을 때는 상관이 없는데, 적을 때가 있으니까.”
조민우는 이미 말이 나온 김에 여기에 대해서 한 가지를 더 제안했다.
“그래서 혹시 아버지 친구 분 중에, 특히 편의점이나, 슈퍼하는 곳에 이 ‘마법 같은 물’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을까요?”
부친은 턱을 쓰다듬으면서 자식의 제안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했다. 그렇지가 나쁘지는 않았다. 더욱이 물 수량이 늘어난다면 당연했다.
“뭐? 이것을 다른 곳에도 팔자고? 그거야 그럴 수 있다고 하지. 하지만 허가도 받지 않아서 그것은 좀 곤란해.”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정식 허가서를 보여주었다.
“여기 정식 허가증이 있습니다. 아마 판매는 큰 문제가 안 됩니다. 법적으로 확인이 되었으니까요.”
“허어? 벌써야? 정말 빠르구나. 내가 알기로 이렇게까지 쉽게 되지 않을 텐데?”
부친은 허가증을 한 번 꼼꼼히 확인해보는 새삼 놀라운 시선으로 자식을 쳐다보았다. 비록 자식이 한 사업이 망해다고는 하지만 지금 모습은 사뭇 대단해 보였다. 아니 그는 이 정도의 열정이라면 자식을 충분히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조민우는 이미 비록 망했다고 하지만 사업을 하면서 적지 않은 사람을 상대해보았기에 이런 부친의 분위기를 깨닫고는 눈빛을 반짝였다.
“좀 도와주실 거죠?”
“물론이다. 이런 정도라면 내가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겠지. 다만 다른 업체 쪽에 판매 가격은 아무래도 소비자 가격과는 문제가 있어.”
그는 이미 이전과는 다르게 공급 수량을 공급하는 것에는 큰 부담이 없었다. 당연히 그의 태도는 확연히 자신만만했다.
“아 그것은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그 쪽 편의점에서도 남아야죠. 공급 가격은 대략 1,000원으로 할까 생각중입니다. 그렇게 하면 아버지도 마찬가지고요.”
부친은 이미 다른 제품 들어오는 가격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1,000원으로? 그 정도면 그렇게 나쁜 가격은 아니야. 아니 어떻게 보면 오히려 저렴하다고 할 수가 있으니. 아마.......내 생각인데, 그 친구들도 굳이 반대할 곳은 그렇게 많지 않을 거다.”
1,000원 공급가이면 거의 33% 할인한 가격이다. 이 정도라면 굳이 안면이 없는 편의점이라고 해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아 원가 측면은 여기서 논외로 했을 경우에 한 하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부친이 하는 편의점, 건너편 블록에 위치해 있는 현화슈퍼라는 곳의 최성우 사장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상수를 들어서 환영하기까지 했다.
“여어, 네가 그 동네에 소문이 무성하던 자자하던 조민우 사장이구나? 이제야 보다니. 참 아쉽다.”
조민우는 동네 편의점 사장치고는 덩치가 꽤 크고, 서글서글하기까지 한 그가 듣기 좋은 이야기로 대하자 기분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아니 그는 오히려 과거 자신의 잘나가던 시절이 다시 떠오르자 기분이 좋았다.
“아, 옛날 일입니다. 지금이야 쫄딱 망하고, 다시 대학에 복학한 복학생일 뿐입니다.”
“허어, 그렇지가 않아. 사람 일이란 모르는 것일세. 자네는 분명히 크게 될 거야. 그것은 내가 확실히 장담할 수가 있어!”
꽤나 상태를 기분 좋게 하는 말이었다. 정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좀 더 나은 가격에 다시 재 흥정하려고 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그랬다.
“설마 다른 소리를 하려고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것은 아니겠죠?”
“아, 젊은 친구가 왜 그러는가? 뭐 나야 공급가를 좀 낮춰주면 좋기야 하지.”
조민우는 마지막에 가서 살짝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는 그의 태도가 마냥 밉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 매입 가격에 더 낮추기는 곤란했다. 아직은 생산 수량이 너무 작은 탓이다.
“1,000원 이하는 아직 곤란합니다. 모르겠습니다. 향후 판매 물량을 보고, 그 때 다시 결정하죠. 제가 지금 공급해야 할 물량이 1박스 반이죠? 개수로 치면 총 30개잖습니까? 물량이 너무 작습니다.”
현실적인 이야기가 나오자 조금 전의 반응과는 최성우 사장의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다.
“흐음, 그러면 매입 수량이 많으면 다시 공급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조민우는 이것을 통해서 새삼 상인들이 얼마나 이익에 철저한 지 깨닫자 느끼는 바가 많았다. 그는 사업 시에 저렇게 철저한 수익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 탓이다.
단순히 직원 급료만 해도 그렇다. 그들에게 200만원 입금을 주었다면, 거기에 부합되는 이익을 회사에 돌려줘야 하는 것을 확인해야 했다.
아니 확인정도가 아니라 직원들을 철저하게 관리를 해야 했다.
‘그러지 못했지.’
“그것은 당연합니다. 아무래도 이익이 많이 나면 공급 가격은 다시 타협이 가능하죠. 하지만 아직 물 판매 반응도 보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성급한 것 아닙니까?”
하지만 최성우 사장은 냉정하기만 했다. 아니 그는 오히려 은근히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한 가지 슬쩍 내놓았다.
“그거 아는가? 내가 그 ‘마법 같은 물’이 얼마나 잘 나가는 지, 자네 부친 편의점에서 확인까지 했는데, 그런 소리를 하는 건가?”
“허어, 그것은 어떻게 알았습니까?”
“허허, 조민우 사장, 자네는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아. 사업을 했으면 좀 이런 것을 알 텐데, 말이네. 척하면 알아야 하지 않아?”
조민우는 처음에 볼 때와는 확연히 다른 반응을 보이는 그의 태도에 혀를 내둘렀다. 편의점 사장이 이 정도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업 파트너는 어떨까? 그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영업적인 관계 때문에 미소를 짓지만 과연 내심마저 그럴까?
그렇지는 않았다.
‘하긴 앞에서 항상 계약을 성사하게다고 하다가, 뒤에 가서 뒤통수는 놈들도 있었으니까. 뭐 그런 것 때문에 손해를 봤던 것을 감안해보면, 확실히 망할 만도 했어.’
아주 작은 깨달음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를 통해서 확연하게 자신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 하나는 분명히 알 수가 있었다.
수익 계산에 철저해야 한다는 점. 이것은 대범한 것과, 계산이 철저한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렇게까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 시점에서는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조민우가 다시 사업을 바로 시작한다면 좀 다를 문제였다. 그가 비록 재기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현실적인 관점을 염두에 둬야 했다.
결국 지금 당장은 신경 쓸 문제가 아니었다.
현재 그가 해야 할 것은 이것이 아니라 바로 물 공급 수량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에 있었다.
최성우 사장뿐만 아니라, 조성수 사장이라는 사람도 한 명 더 소개 받았기에 그렇다는 말이다.
한 사람당 30개씩 공급하려고 해도 최소한 90개의 피티 물량이 필요했다.
과거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양이었다.
다행히 헬스를 통한 체력의 상승은 이런 물 공급 능력을 점점 늘여주웠다.
“물!”
촤르르.
조민우는 자신의 방 한 쪽에 쌓여 있는 물 박스에 마지막 물을 채워 넣자, 총 4박스가 가득하고, 한 박스는 다소 비어있기는 했지만 이 전체 물량을 보는 것만으로 배가 불렀다.
하지만 그는 다른 한 편으로 자신의 너무 급격한 변화가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거 설마 나중에 이상한 유전자 변이 괴물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
어처구니가 없는 상상이었다. 그럴게 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지금 당장에 금반지가 가지는 능력을 봐도 그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금반지는 무슨 대단한 변화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었다.
반지 착용자가 최소한으로 견딜 정도의 변화만 만들어줄 뿐이었다.
‘하긴 그렇게 보면 오히려 답답하기만 하지. 지금 당장에 이것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으니까. 차라리 오히려 지금보다 좀 더 빠른 변화를 원할 정도이니.......’
8장 새로운 시작
조민우는 어떻게 보면 한 편으로 금반지가 가져다주는 변화에 대해서 우려했다. 이런 변화가 어떤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 걱정거리였다.
무슨 부작용이 생길지 우려를 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변화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연구기관에 묻기에도 쉽지가 않았다.
‘아마 그런 식으로 알려진다면 오히려 실험실의 생취처럼 실험거리로 전락할 지도 모르지. 더욱이 지금 금반지는 완전히 내 손가락과 결합되다시피 한 상황이니.’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아쉬워했다.
‘물이나, 불을 최대한 활용해서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만 있다면 나쁘지 않을 텐데.’
이것은 물론 망상에 지나지 않았다.
금반지가 가지는 한계는 기본적인 것에서 거의 변화하지 않는 탓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것은 몇 가지 변화로 나타났다.
가장 확연히 두드러지는 점은 바로 헬스를 통해서 얻어지는 신체의 발전이 한계에 부딪혔다.
속도를 겨우 31km로 올렸을 뿐인데,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헉헉헉헉.”
최현주가 보다 못해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살피기까지 했다. 그녀는 물론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 지처서 더는 뛰지 못하고, 그가 러닝머신에서 내려오자 한 마디 해주었다.
“민우 선배,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에요?”
조민우는 무리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었다. 체력 신장이 물 생산 수량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좀 서둘렀다.
“아니, 뭐 그런 것은 아냐. 오늘은 그냥 이렇게 뛰고 싶어서 뛴 것뿐이야.”
최현주는 평소와는 달라진 선배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보이지 않는데요? 조금 전에 민우 선배 얼굴을 보면 정말 무서웠어요. 마치 전쟁에 나가는 병사 얼굴 같았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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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km가 도대체 어르 정도 속도죠?
100m 몇 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