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4 회 -- >
조민우는 스스로 자신이 그렇게 절박한 표정이었을까? 한 번 떠올려 보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생각을 얼핏 한 것 같았다.
아니 어떤 면에서 지금 상황을 탈출해서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다는 의지 때문이라는 것을 얼핏 느꼈다.
지금 자신의 꼴을 보라!
그 당당하기만 했던 그 자신은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겨우 신입 여대생 후배 한 명을 앞에서 망설이기까지 하지 않는가?
이것은 결코 자신의 진정한 모습. 그것이 아니었다.
한 편으로 화가 났다.
그렇다고 최현주를 앞에 두고 화를 낼 수는 없는 법.
“요즘 개인적인 일 때문에 좀 심란해서 그래.”
개인적인 일이라.
거의 조민우 선배를 한 달 넘어가는 시점에서 그다지 그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던 최현주로써는 흥미를 가질만한 말이었다.
그녀가 그렇다고 남자로써 그에게 관심을 가진다?
그것은 아니었다.
아직은 여전히 호기심일 뿐이다.
“무슨 일인지 제가 알면 안 되나요?”
평소와는 확연하게 다르게 진지한 그녀였다. 항상 쾌활하게 웃고, 눈웃음 짙는 모습과는 너무 달라서 오히려 이질적이었다.
더욱이 최근 금반지로 인해서 점차 육체적으로 변화를 거듭하는 시점이라서 더욱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면이 있었다.
“숨길 것이 없겠지. 사실 나 옛날, 아니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사업을 했거든.”
“!”
최현주는 깜짝 놀랐다. 사업이라니? 이것은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항상 너무 과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아서 계속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선배였기에 더욱 충격이었다.
조민우 역시 어차피 그녀에게 마음이 있기에 이런 사실 정도는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더욱이 이미 물꼬를 튼 이상 굳이 망설이지 않았다.
“그렇게 대단한 사업은 아니었어. 그런데 잘 나갈 때는 참 나갔지. 정말 좋았거든. 지금도 보면 항상 그 때가 생각 나.”
그녀는 그가 두런두런 거리는 어조에도 아직 충격을 크게 받아서인지 말을 더듬거렸다.
“그, 그러면 지금은 왜 다시 복학을?”
조민우는 상대가 이렇게까지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를 보일지 몰랐기에 미소 지었다.
“그런데 결과가 쫄딱 망했어.”
“네?”
“사업 망했다고.”
“.......”
최현주는 여기까지 듣자 눈살을 살짝 찌푸린 채 그를 째려보았다. 말본새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역시 감수성이 뛰어난 여인답게 잔잔하게 깔려 있는 수심(愁心)을 읽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선배님, 지금 제가 몰라서 그런데요. 많이 힘드신 것처럼 보여요. 혹시 그 일 때문에 그래요?”
조민우는 지금까지는 그냥 마음속에 꾹 묻어둔 남아있는 상처 한 부위에 다시 피가 날 정도로 따가운 고통에 느끼자 눈을 살짝 감았다.
다행히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참을만한 했다.
그 스스로가 다소 신기했다.
물론 이유는 금방 알 수가 있었다.
‘설마 금반지 때문일까?’
어처구니가 없는 상상이었다.
겨우 금반지 조각 따위에 이렇게 위안을 가지다니.
하지만 부인할 수가 없는 사실이기도 했다.
지금 비록 체력적인 한계가 왔다고 해도 거의 27km로 러닝머신을 계속 질주할 수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가 있는 사실이니까.
자신감이 생겼다.
조민우는 문득 자신의 이런 변화가 금반지로 인한 것에 기인한다는 것을 느끼자 솔직히 수긍했다.
“이제는 괜찮아.”
하지만 최현주는 달랐다. 그녀는 자신이 말이 그의 아픈 부위를 건드렸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자 선배의 양손을 잡았다.
“미, 미안해요.”
그는 부드러운 그녀의 옥수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살짝 상기되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아니. 괜찮아.”
“제가 민우 선배님에 대해서 너무도 몰랐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보면 너무 버릇없이 군것이 아닌 가 그런 생각도 들고요.”
촉촉하면서도 감정이 젖어 있는 목소리였다. 감성이 풍부하게 담겨 있기에 듣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상대를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분위기는 참 좋았다.
조민우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그녀를 살짝 안아주었다. 물론 최현주는 움찔 반응을 처음에 보였지만 의외로 거부하지는 않았다.
여기까지가 고비였다.
일단 난관을 극복하자 그냥 둘 수는 없었다.
두 사람 사이에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절호의 기회다!’
그는 살짝 양 손으로 그녀의 히프를 강하게 잡고는 자신의 몸 쪽으로 끌어당겼다.
물론 그녀의 몸에서 조금 전에 헬스 기구를 통한 운동으로 인해서 흘러내리는 땀으로 인한 냄새가 나기는 했다. 하지만 불쾌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페르몬처럼 더욱 남자를 달아오르게 하는 면이 있었다.
그는 여기서 고개를 가볍게 숙여서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최현주는 잠깐 멈칫하는 동작을 보였지만 굳이 거부하지는 않은 채 그가 내민 혀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살짝 입을 열었다.
“으음.......”
스르르.
두 사람의 혀는 순간 영사처럼 꼬였다.
조민우가 여자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달콤한 키스는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온 몸이 녹아내려서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손가락에 느껴지는 감촉은 더했다.
그녀의 등을 따라서 쭉 내려다가 허리를 지나서 히프를 살짝 만졌을 때의 그 짜릿함은 도저히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이것은 진짜 마약보다는 더했다. 여자가 이렇게까지 자극적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빠져나오기가 너무도 어려웠다.
덜컥.
하지만 헬스 문이 열리는 소리와 동시에 두런두런 거리는 이야기를 충분히 그의 이성을 돌아오게 하는 힘이 있었다.
-야아, 요즘 자주 오는 그 애 어때? 볼 때 마다 죽이더라니까.
-그런 이야기를 자꾸 하면 어떻게 해? 너 사장님한테 찍혀서 잘리고 싶어.
-허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사장님이 누누이 강조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여기 오는 여대생은 특히 건드리지 말라고. 특히 너한테 꼭 조심하라고 이야기 해주래.
-쳇, 누가 뭐래나!
물론 마지막 말은 누가 들을 까 염려해서인지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지 않았다.
(특히 개는 사장님이 이미 눈독 들이고 있으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하지만 조민우는 달랐다. 그는 놀랍게도 이 작은 소리마저 듣고는 곧 바로 최현주를 자신의 몸에서 떼어 냈다.
“왜?”
그는 그녀는 놀랍게도 의문을 표시한 모습을 보이자 피식 웃고는 부드럽게 빰을 쓰다듬어 주었다.
“누가 들어왔어.”
“아? 그, 그래요?”
조민우는 이와 동시에 곧 자신의 조금 전 행동을 깨닫고는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힌 채 시선을 돌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더욱 후끈 달아올랐다.
심지어 자신의 물건은 이미 바위처럼 단단해진지가 오래였다.
최현주가 흘러내리는 땀도 땀이지만, 땀으로 흠뻑 젖어있는 자태는 도저히 남자로 하여금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이런 상황을 마주한 채 조금 전에 이미 이곳저곳 손을 대기까지 했지 않은가?
이성을 유지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것은 최현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갑자기 이상한 분위기에 너무 빠져서 멍해 있었다.
아직도 그 달콤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조민우 역시 이와 비슷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금반지에서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오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움찔.
그 기운은 놀랍게도 조금 전에 자신이 가진 성욕을 순간적으로 태워버린 것이었다.
‘이, 이것은.......’
그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가진 성욕이 타서 사라져버리자 황당해서 잠깐 자신의 손가락을 내려다보기까지 해야 했다.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조민우는 이내 그것이 무엇인지 금방 짐작이 갔다. 조금 전에 최현주로 인해서 자신의 이성이 반쯤 잃은 상황이 어떻게 보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금반지는 그렇게 판단했다는 이야기이다.
‘설마 숙주가 위험한 순간에 정신을 차리게 하는 기능도 있다는 말인가?’
사뭇 이해하기가 어려운 추측이었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제작을 해야 그런 일이 가능할까?
더욱이 이처럼 작은 금반지가 그것이 가능할까?
그것은 알 수가 없었다.
조민우는 일단 정신을 차리자 이미 분위기가 깨어졌다는 것을 느끼고는 아쉬워했다.
그것은 최현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이성을 차리자 그녀 역시 이것을 깨닫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순간 그녀의 모습은 조금 전의 그 빈틈이 있는 모습과 사뭇 달라져서 이전의 냉랭한 모습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은근히 더욱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이것은 행동으로 끝난 것만은 아니었다.
“저, 저기 선배님, 조금 전에 일은.......실수였어요.”
조민우는 이것이 내숭인지, 아니면 진심인지 판단하기가 애매해서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다고 본인이 저렇게까지 말하는 상황에 다시 지금 헬스장과 같은 공개된 자리에서 행동을 보이기는 난감했다.
“알았어.”
“네, 선배님, 고마워요. 저는 아직 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좀 더 시간을 더 가졌으면 해요. 선배님은 어디까지나 과 선배님이잖아요?”
조민우는 이제는 자연스럽게 한 걸음 물러나면서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그냥 대수롭지 않게 취급해 버리는 최현주가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
꼭 조금 전에 행동을 당겼다면, 지금은 강하게 반대로 밀어버리는 행동이라는 것을 느꼈다.
속이 뻔히 보이는 수작이지만. 뭐 상대가 싫다는 데에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응.”
여기까지 오자 최현주는 그제야 어색한 분위기를 털어버리기 위해서라도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싹 태도를 바꾸었다.
“시간이 많잖아요? 조금씩 우리 서로 알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아질 거에요.”
말은 조금 식 내용을 바꾸지만 그 결과는 큰 차이가 없었다.
조금 전에 일은 실수였다!
이제부터가 다시 시작이다!
우리 시간을 가지고 좀 알아보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다.
조민우는 아직 자신의 입에 남아 있는 새콤한 그녀의 타액을 느낀 상황에서 이런 반복되는 멘트를 듣자 오히려 웃음만 나올 뿐이다.
“아, 그래, 알았어!”
“치이, 민우 선배님, 바람둥이죠?”
“......”
그는 이렇게까지 나오자 이제는 포기하고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더 이상의 관계 진전이 있고 말고가 없었다.
다만 그는 한 가지에 있어서는 좀 다른 각오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바로 자신의 의지였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보면 사업 실패로 인해서 의기소침한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되었다.
여기에 변화가 생겼다.
조민우는 어떻게 보면 최현주와 이렇게 소소한 생활을 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도 남자이다.
그는 굳이 이렇게 후배에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최현주 같은 아름다운 후배가 자신에게 스스로 다가오는 것을 원했다.
지금처럼은 밀고 당기는 것은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았다.
조민우는 이런 결심을 통해서 이전처럼 목표 없이 지금 하는 일을 대충하고 싶지는 않았다.
비록 큰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뭔가 목표가 필요했다.
설사 그것이 작은 목표라고 해도 상관이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 현실에 터무니없는 것을 계획할 수는 없었다.
일단 지금 하는 일에 집중을 하데, 그 한계를 최대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어려운 일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결론만 이야기만 아주 간단했다.
‘일단 피티 생산량을 최대한 뽑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돼. 지금처럼 하나하나 작업하다가는 끝도 없을 것 같아.’
관점의 변화였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보면 그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신력을 최대한 활용해서 피티를 생산해 왔다.
여기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비록 작은 물 판매 사업이기는 하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판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덜컥.
요즘 들어서 아침마다 물 박스를 놓을 때마다 자신을 쳐다보는 최성우 사장의 눈빛은 사뭇 달랐다.
“우와, 이거 정말 자네 대단하이.”
“네?”
“오늘도 매진이네.”
“감사합니다.”
조민우는 이미 예상한 대답이지만 항상 들어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는 최성우 사장이 내민 현금 30,000원을 받아서 지갑을 넣을 때는 더욱 그러했다.
지금은 부친 편의점 공급 금액도 동일하게 1,000원으로 통일한 바. 오늘 아침 마지막에 방문한 최성우 사장이 내민 금액까지 합치면 정확히 90,000원이었다.
하루에 90,000원.
과거라면 정말 돈도 아니었다.
물론 지금은 달랐다. 이달까지 벌어들인 수익이 정확히 270만원인 탓이다. 월급쟁이 관점에서 보면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다.
더욱이 것은 꽤 의미가 있었다.
============================ 작품 후기 ============================
==========
아 절대상왕 올렸는데 함 봐주세요.
제목 찾기로 하시면 됩니다.
아니면 제 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