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6 회 -- >
<하루 생산할 수 있는 물의 양이 너무 작습니다. 그 양이 겨우 90개 내외인데, 그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죠. 이것으로 사업한다?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으음, 정말입니까?>
이미 한 거짓말이 아닌가? 조민우는 이렇게 되자 아예 대놓고 거짓말을 주렁주렁 늘어놓았다.
<제가 이런 것을 가지고 정성일 부장님에게 거짓말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까? 만약 증류 설비가 정말 현실성이 있다면 제가 이럴 이유가 전혀 없죠. 아니 솔직히 그렇지 않습니까? 제가 지금 이 마당에 정성일 부장님에게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정성일 부장은 여기까지 설명을 듣고 나자 그나마 진 기대가 무너져 내리자 크게 낙담했다.
<으음, 그렇기는 하군요.>
조민우는 순간 가슴이 아팠다. 딱히 거짓말을 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아직 자신을 믿고 신뢰하면서 기다려주고 있는 정성일 부장의 기대를 버린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실 그도 정성일 부장과 이런 식으로 통화를 하지 않았다면 그냥 이대로 계속 자신의 개인적인 용돈 벌이 정도로 만족하고 끝냈을 지도 몰랐다. 지금 그가 가진 능력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금반지의 능력에는 분명히 제한이 있는 탓이다.
하지만 그도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진정으로 낙담한 모습을 보자 생각을 달리했다.
뭔가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더욱이 그는 어차피 정화 마법을 최근에 찾아서 생산 물 양을 키우기까지 한 상황이 아닌가?
‘고민해 보면 뭔가 대안이 있을 것 같기는 한데.......’
하지만 쉬운 것이 아니었다.
정화 마법을 찾은 것은 그나마 운이 좋아서이다. 그런데 이것을 사업화하는 것은 좀 다른 문제였다.
조민우는 당연히 이런 어려운 문제에 대한 고민을 더해갈수록 다른 사소한 일은 등한시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역시 학과 강의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개인적인 공부라면 문제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면?
특히 강의 도중에 나온 팀 프로젝트 과제라면?
문제의 소지가 조금은 있었다.
-이번 회로 시뮬레이션 실험(I)은 워낙에 범위가 넓어서 각자 일을 나누어 하기 바랍니다. 선택할 수 있는 과제는 총 10가지로 나누어 놓았으니, 이미 초반에 나누어 놓은 그 조별로 각자 알아서 가져가기 바란다.
이런 문제는 좀 상황이 달랐다.
특히 이번에 추가로 이 프로젝트 때문에 자신의 팀에 들어온 김동인의 경우에는 옆에 같이 자리한 조지훈과는 처음부터 태도가 좀 달랐다.
그는 외모도 특이하게 머리가 꽤 커서 독특해 보였는데, 눈 꼬리가 살짝 길어서 오만하면서 자부심이 꽤나 강한 성격으로 보였다. 더욱이 말투는 더했다. 꽤나 부정적이면서 은근히 공격적이기까지 했다.
“민우 선배님은 무-슨 일을 하고 싶으세-요?”
조민우는 이런 것을 느끼지 못하지는 않았다. 아니 이것은 그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최현주 역시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다가 끼어들었으니까.
“동인아, 민우 선배님에게 말을 너무 함부로 하는 것 아냐? 자꾸 그런 식으로 나오면 우리 조에서 쫓아 버릴 거다!”
딱 부러진 이야기. 조민우가 얼마나 만족했는지 입가에 헤죽 실없는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김동인의 생각은 좀 많이 달랐다.
“응? 그것은 무슨 소리야? 내가 하늘같은 선배님에게 무슨 소리를 했다는 말이야? 이 프로젝트도 재수강이라면 이미 들은 내용이라서 그저 먹기일 텐데?”
조민우는 물론 자신을 노골적으로 비꼬는 김동인의 시선이 최현주에게 살짝 가 있다는 것을 느끼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쯧쯧, 저놈이 현주에게 관심이 있다 보군. 하긴 저렇게 현주에게 달라붙는 놈이 이제까지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이상하기는 했어.’
“불행히도 이 과목은 재수강이 아닌데 어떻게 하냐?”
“하지만 선배님 같은 경우에는 이미 내용을 전부 배운 것 아닙니까? 내용을 알고 있다면 시뮬레이션 같은 경우에는 방향만 잡으면 금방 되지 않을까요?”
말은 참 쉽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될 것 같았다면 왜 다른 재학생이 이 과목 재수강을 피하겠는가?
그것이 뜻대로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몰라서 모른다면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놈이 의도적으로 자신을 부추겨서 물 먹이려는 생각이 아니라면 저렇게 나올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마디 해야 할까? 하지만 그렇게 하면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아진다. 자신의 체면을 차릴 수가 있다고 해도 속이 좁아 보일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이런 것을 노린 속셈일 수도 있었다.
고등적인 수작이었다.
그렇게 당해줄 수는 없었다.
“좋다.”
“네?”
조민우는 오히려 자신이 쉽게 승낙해버리자 상대가 화들짝 당혹해하는 모습을 피식 웃었다.
“대충 봐서는 어려운 일을 나에게 맡기고 싶은데? 맞지? 그러면 간단한 방법이 있지. 마지막에 남는 파트를 내가 담당하마. 그 정도라면 충분히 괜찮을 것 같은데?”
“그, 그것은........”
그는 어느 정도 자신의 입장을 세웠다고 판단하자 눈빛을 반짝이고 있는 최현주를 살짝 쳐다보고는 만족했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야아, 쓸데없는 잔 머리 굴리지 말고, 내가 선배이고, 네 말대로 재수강이고 하니까 손해를 보마. 알아서 네가 일 분담을 해봐. 그러면 너도 더는 불만은 없겠지?”
“아, 알겠습니다.”
공통 프로젝트 진행에 대한 것은 간단하게 났다.
김동인은 자신이 원한 것과는 좀 다르게 흘러갔지만 이내 여기서 한 걸음 물러났다. 다만 그는 이 문제에 대해서 열심히 이곳저곳 다른 선배의 도움을 얻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무엇인지 금방 알 수가 있었다.
‘흐흐흐, 민우 선배, 이번에 어디 한 번 제대로 창피 당해봐.’
조민우는 며칠 후에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해서 나타난 김동인이 제안한 결과에 안색을 찌푸렸다.
“나보고 전체 시뮬레이션을 담당하라고?”
김동인은 이마 냉랭한 조민우의 반응에 된통 당했기에 처음과는 달리 눈치를 좀 봤다.
“네, 동작은 아무래도 전체적인 회로의 의미를 알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 실력으로 어림도 없으니까요. 그것은 선배님이 좀 담당하시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더욱이 아날로그 신호를 입력으로 받아 들어서 여러 단의 증폭 회로를 통과하는데, 그 비가 전부 들쭉날쭉 한 상황이지 않습니까?”
조민우 역시 묵묵히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솔직히 이제 갓 복학한 마당인데, 기본적인 전공 내용마저 생각나지 않았으니.
오히려 짜증스럽기만 했다.
“날보고 전체 시뮬레이션과, 이 전체 아날로그 신호 해석을 전부 담당하라는 이야기군!”
김동인은 조심스럽게 그의 눈치를 살피면서 보고 있었기에 대충 그의 심사를 느끼고는 음흉한 미소를 짓은 채 곧 바로 대답했다.
‘흐흐흐, 내가 알기로 이 프로젝트는 석사 1년차도 하기 어려운 프로젝트야, 그것도 재학생이 그 정도지. 하물면 이제 겨우 복학한 선배라면.......아마 창피를 된통 당하겠지. 그렇게 되면 현주도 저런 멍청한 선배에게 관심을 끊겠지!’
“바로 그것입니다.”
“.......”
조민우는 보통 평범한 대학생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사업을 하면서 이것저것 경험이 많았기에 이 정도 상대방의 꽁수를 눈치 채지 못할 리가 만무했다.
‘이 자식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자신이 이제까지 사회에서 상대한 숫자만 해도 몇 명이든가?
그는 특히 기업 경영을 하면서 직원들의 잔머리 역시 많이 보아왔기에 더욱 그러했다. 도대체 이놈을 어떻게 엿먹여줘야 속이 시원할지 고심해야 했다.
물론 김동인은 힐끗 난감해 있는 최현주를 잠깐 돌아본 후에 다시 한 번 조민우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설마 자신 없는 것은 아니겠죠? 뭐 자신 없으면 포기하셔도 됩니다. 대신에 제가 하죠. 뭐 저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하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조민우는 고개를 내젓고는 잠깐 이놈을 째려봐야 했다. 물론 당장에 한 소리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그다지 없다는 것 정도는 잘 알았다.
이놈이 계속해서 자신의 실력을 걸고넘어진다는 것을 얼추 알아챈 탓이다.
“좋다. 그래 내가 약속한 것이니까. 이번 일은 그렇게 하지.”
“역시 민우 선배님입니다. 하지만 만약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그는 이미 자신이 하겠다고 한 마당에도 계속 이놈이 걸고넘어지자 따끔하게 한 마디 했다.
“야아, 동인아, 너 그 따위로 자꾸 말을 할래?!”
그의 목소리는 사회생활 경험이 풍부해서인지 이미 직원들을 상대하면서 쌓은 경험이 많았기에 사뭇 살벌했다.
김동인 역시 움찔 놀랄 정도였으니까.
“아, 그것은.......”
조민우는 어차피 프로젝트야 하면 되는 일이지만 이놈이 그대로 그냥 두면 계속 기어오른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너, 복학생 선배라고 우습게 보이는 거지?”
“그, 그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왜 그 따위로 말을 해?”
“하아.......”
김동인은 사실 조민우를 가볍게 본 것이 사실이었다. 솔직히 그렇지 않은가? 이제 복학생이라고 보면 아는 것도 별로 없을 터. 그렇다면 도움을 얻고 말고가 없었다.
선배를 높이 받들어주는 것도 어떻게 경험이 많기에 그렇다고 봐야 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그의 태도는 마냥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조민우 역시 대충 이런 분위기를 읽고는 안색을 찌푸렸다. 더욱이 다른 두 사람 역시 어느 정도 김동인의 몰지각 행동이 박살나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더 이런 소란을 원치 않는 것을 보자 마냥 자신의 의지대로 나갈 수는 없었다.
“앞으로 조심 해. 알았어?”
“아, 알겠습니다.”
김동인은 기회가 오자 자신도 이미 너무 성급하게 나갔다는 것을 알자 곧 바로 사과해버렸다. 그것은 그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최현주 역시 분위기가 사뭇 지나쳐서 갈등이 심해지자 한 발 물러나 있다가 그나마 어느 정도 좋아지자 슬그머니 조민우 선배 옆으로 바짝 붙어서 달래주었다.
“민우 선배가 좀 참아요. 동인은 원래 좀 성격이 그래서 그래요. 그렇게 나쁜 의도는 아니거든요. 아마 시간이 지나면 그런가 하고 받아들일 겁니다.”
조민우는 상큼한 눈망울로 자신을 은근히 쳐다보는 그 눈빛과 동시에 느껴지는 야릇한 체향에 조금 전에 떠오른 분노가 사르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마력이었다.
어떻게 딱 한 마디 말로 남자를 이렇게 만들 수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물론 그는 김동인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차갑게 바뀌는 것을 힐끗 확인하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거야 원 모든 화는 여자에게서 비롯된다고, 그 말이 마냥 틀린 것은 아니잖아?’
그렇다고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는 법.
“그래. 알았어.”
“선배님, 고마워요.”
마지막 말은 특히 야릇했다.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눈웃음까지 치는 그 모습은 도저히 무슨 의도인지 알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조민우는 특히 그 키스 사건(?)이후에 오히려 냉랭해진 두 사람 관계에서 이런 태도를 경험하자 갈피를 잡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 주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두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 김동인 저놈이 사사건건 잡을 먹을 듯이 질투심에 불타오르고 있었고, 조지훈은 괜히 조민우가 한 말을 떠올리고는 과연 프로젝트를 잘 끝낼 수 있을 불안해하는 상황이었으니까.
조민우는 결국 대충 이 정도로 상황을 정리했다. 다만 그는 강의가 끝나자 이들과 헤어진 후에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이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야 했다.
지금 그 자신에게 주어지 문제가 더 쉽지 않은 탓이다.
특히 아날로그 회로 시뮬레이션은 그 자체로만 보면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미를 알고 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더욱이 복잡한 트랜지스터가 여러 개의 다층 구조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어느 정도 회로 해석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뭐를 할 수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다.
어느 정도 감과, 경험이 필요했다.
조민우는 특히 복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과거에 들었던 내용은 이미 가물가물한 지가 오래였기에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전공 책을 들여다보면서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더욱이 책이 영어로 되어 있지 않은가?
해석하는 것만 해도 골치가 아팠다.
원래는 뒤로 미루려고 했지만 마냥 그렇게 생각할 수만은 없었다. 아마 김동인이 여기에 대해서 틈을 보이면 분명 치고 들어온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결국 어쩔 수 없이 회로 시뮬레이션 관련해서 고민을 해봐야 했다.
방법이 뭐가 있을까?
지금 다시 공부를 한다?
조민우는 물론 이 시도를 시도한 지 불과 삼십 분도 채 안 돼서 머리를 잡고는 포기해버렸다. 머리가 굳어서 돌아가지 않았다.
‘어처구니가 없군. 하긴 회사 일 때문에 일만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잊어 버렸으니.’
골치가 아팠다.
정공법을 사용해서는 도저히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지금 당장에 그도 해야 할 일이 쌓여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도저히 무리였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자 일단 이 문제를 뒤로 미루어야 했다.
지금 당장에 급하게 우선적으로 처리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는 특히 최근 들어서 자신의 생수 생산 물량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보급 처 역시 키우면서 이들에 대한 것을 처리해야 했기에 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과거와는 달리 하루에 생산해야 할 생수 물량 자체가 터무니없이 늘어난 탓이다.
“정화!”
스르르.
비록 수돗물을 사용한다고 해도 하루에 30박스면 결코 작은 양은 아니다.
단순히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사용한 후에 물을 일일이 나누는 것도 문제가 되었다.
더욱이 이제는 위생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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