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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마법사-18화 (18/397)

< -- 18 회 -- >

그는 그녀와 이런 오붓한 시간을 같이하면 할수록 헬스를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사회 초년병이 아니었다.

이미 회사 부도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경험해본 닮고 닮은 사회 경험자였다.

지금 당장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 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현주야.”

최현주는 그렇지 않아도 자꾸 후배에게 괄시를 당하는 모습을 간간히 보아왔기에 걱정이 되어서 그나마 자신이라도 평소에 잘해주는 찰나에 진지한 목소리를 듣자 깜짝 놀랐다.

“네?”

하지만 조민우는 이미 마음을 굳힌 지가 오래였다.

“아무래도 헬스를 그만 둬야 할 것 같아.”

“저, 정말요?”

“응, 일이 너무 많아서 헬스 할 시간이 없어.”

그녀는 이야기를 듣자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그것은 그녀가 어느 정도 그와 함께 헬스를 같이 하는 것을 싫은 것은 아니었다. 아니 이렇게 자신의 옆에 같이 있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마음 든든했다.

“일이라뇨?”

조민우는 대충 이야기할까 고민을 하다가 최현주에게는 그럴 수가 없었다. 더욱이 그가 경험하기로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거짓말이라는 아는 탓이다.

만약 그가 최현주에게 관심이 없다면 대충 말해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어느 정도 관심을 두고 있는 관계에서 거짓말을 한다? 아마 두 사람 사이에 그나마 서서히 형성되어 가는 신뢰 관계가 산산조각날 것이라는 확신했다.

“사실 이제 와서 하는 말인데, 지금 하는 일이 있어. 그 일이 너무 커져서 헬스 하는 것이 좀 부담이 돼. 그래서 그래.”

최현주는 이미 대충 그의 과거에 관해서 들은 바가 있기에 설마 했다.

“혹시 선배님이 다시 사업 시작하는 거에요?”

“.......”

조민우는 물론 생수 사업에 대한 계획은 아직 없었기에 일단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어디 그것이 그런가? 벌써 지금만 해도 몇 번째 이런 이야기를 들었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웃기는 사실은 이것이 아니었다.

지금 자신이 구한 집도 집이지만, 그 집에 해놓은 설비가 더 황당했다.

비록 가내 생산 형태라고 해도 그런 생산 설비를 한 마당에 이제 와서 취미로 한다?

하루에 벌어들이는 수익이 무려 60만원. 1년이면 무려 2억에 가까운 순이익 일이 단순히 그냥 대충 하는 일이다?

‘말이 안 되는 군!’

더욱이 조민우는 자신을 쳐다보면서 눈빛을 별빛같이 아름답게 초롱초롱 반짝이는 그녀를 보자 더욱 거짓말이나, 핑계를 하고 싶지 않았다.

“사업이라고 하기는 좀 그런데, 하여간에 일을 다시 하는 것은 맞아.”

하지만 최현주는 이 말을 그냥 다 패스해버리고는 자기 식대로 해석했다.

“서, 설마 그러면 선배님, 다시 사업 시작하는 거에요? 그러면 무슨 사업이에요?”

그는 그냥 자신이 한 말을 그냥 기정사실로 만들어 버리는 그녀가 그렇다고 밉지는 않았다. 아니 여기까지 온 마당에 이제는 구질구질하게 말을 돌리지 않았다.

“생수를 팔 생각이야.”

“생수요?”

최현주는 물론 이미 사업 실패를 경험한 그와는 달랐다. 보통 저 나이 또래의 대학생이 그러하듯이 그녀 역시 사업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생수라는 말에는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질문하고도 사실을 알자 오히려 다소 실망했다.

조민우 역시 그런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지만 그다지 크게 자신을 드러내지도, 자랑하지 않았다. 그냥 있는 대로 편하게 대처했다.

“좀 그래?”

“아, 아니요. 그, 그것은 아닌데......”

아니기는 뭐가 아니란 말인가?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서 시선을 피하면 누가 믿어주겠나.

하지만 그는 그다지 이런 부정적인 반응에도 그렇게까지 반감을 가지지 않았다.

“실망했구나.”

“아, 아니에요. 저는 다만 생수 사업이 우리 과 전공과는 너무 동 떨어져서 당소 당혹스러운 것뿐이에요.”

조민우는 왠지 분위기가 너무 우울해지는 것 같자 의도적으로 시원하게 웃었다.

“하하하, 그래. 알았다. 나도 현주와 같이 계속하고는 싶어. 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헬스는 힘들 것 같아.”

“그러면 선배님은 본격 적으로 생수 사업을 시작하는 건가요?”

“.......”

그는 여기까지 대화가 진행되자 잠깐 입을 다물었다. 바로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생수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다.

이제는 자신도 태도를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본격적이라? 그렇게 말하기는 좀 그래. 규모가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니까. 당장 일을 하는 사람이 나뿐이니까. 어떻게 보면 당연하겠지?”

“네? 서, 설마 선배님 혼자서 그 일을 전부 한다는 말인가요?”

“응, 지금 당장은 그래. 그래서 여기 헬스를 다니기 어렵다는 이야기야.”

최현주는 여기까지 듣자 처음과는 다소 흥미를 가졌다. 그녀도 이제까지 사업이라는 환상으로 들어왔지만 막상 민우 선배 혼자 일을 한다는 것을 듣자 생각이 달리했다.

호기심이 생겼다.

“그러면 선배님은 다른 직원을 고용하지 않을 생각이세요?”

조민우는 꼬치꼬치 캐묻는 그녀가 귀찮다기보다는 오히려 더 귀엽기만 했다. 마음이 있는 상대가 오히려 자신에게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자 더욱 기분이 좋았다.

“지금 당장은 아니야.”

“하지만 혼자서 하기에는 힘들지 않을까요?”

“그거야 그렇지.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고용한다는 것이 간단한 것이 아냐. 더욱이 집 위치가 대구 외곽 쪽이라서 좀 그래.”

“그게 무슨 말이죠?”

그는 질문을 거듭하는 중에 자신은 경영 경험이 있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상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자 이제는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아르바이트는, 아니 직원도 마차가지인데, 고용 시에 문제가 되는 것이 급료도 그렇지만 근무 환경도 많이 따져. 나 같은 경우에는 그야말로 도시에 떨어진 자택에 생수 설비를 차려서 일을 하는 거잖아? 그러면 사람을 채용해도 잘 하려고 하지 않아. 그렇다고 신원이 불확실한 사람을 아무나 채용할 수가 없거든.”

“아, 그런 문제가 있을 수가 있겠군요. 그러면 그런 것도 감안해서 하지 그랬어요?”

조민우는 그제야 딱 한 마디로 일축 해주었다.

“돈이 없어!”

“.......”

최현주는 이내 샐쭉한 표정으로 무안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실수를 그제야 깨달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대놓고 자신에게 불만을 털어놓다니.

정말 괘씸했다.

“정말 너무 한 것 아니에요?”

“어쩔 수가 없지. 지금 당장은 어느 정도 자본금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니까. 그것이 어느 정도 되면 배달기사는 아르바이트를 채용하면 되니까.”

여기까지는 최현주도 그냥 그런가하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채용!’이라는 말을 듣자 문득 머릿속에 번쩍 드는 생각이 있었다. 그녀도 따지고 보면 장학금 때문에 그와 가까운 진 것이 사실이었으니까.

꼭 장학금이 아니라고 해도 아르바이트 비를 쉽게 구할 방법이 있다면? 그것도 조민우 선배처럼 확실히 믿음이 가는 선배라면?

나쁘지 않았다.

더욱이 그가 하는 생뚱맞은 생수사업에는 솔직히 호기심이 끌리는 것이 사실이었다. 뭐 정 안 맞으면 한 달하고 때려치우면 되니까.

“저기 선배님.”

조민우는 어느 정도 그녀에게 자신이 해야 할 바는 다 했다고 생각하자 샤워 실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 우뚝 멈추었다.

“왜? 또 궁금한 것이 있어?”

“아뇨. 그런 것이 아니라 일 할 사람이 지금 당장 필요한 것 맞죠?”

그것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이미 수익 구조가 확실한 마당에 아르바이트 비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믿고 같이 일할 사람이라면 대환영이었다.

“그거야 당연하지!”

최현주는 이내 자신의 가슴이 심하게 흔들릴 정도로 강하게 내밀었다.

“저 어때요?”

“현주?”

“네.”

사실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이미 상대에서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마당에 상대가 같이 있을 하고 싶다는 제안을 한다?

거절할 수가 있을까?

글쎄 지능지수가 한 자리라면 그럴 지도 모른다.

조민우는 결코 머리가 나쁜 이가 아니었다. 그는 이후 문제에 대해서 전혀 생각도 안하고 그냥 허락해버렸다.

“좋아.”

어처구니가 없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기껍기만 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제는 집 위치가 어중간해서 중고로 구한 봉고차에 그녀를 태워야 한다는 점이다.

부르릉.

시동할 때까지도 미묘한 표정을 하고 입을 다물고 있던 최현주는 결국 차가 출발하자 한 마디 했다.

“민우 선배, 확실히 돈이 없기는 없다 보네요.”

조민우는 물론 개의치 않았다.

“아, 솔직히 지금은 좀 그래. 집 얻고, 장비 얻고, 이것저것 자잔 한 것 챙기다 보니. 돈을 너무 많이 사용 했어.”

“그렇구나.”

최현주는 나름 실망이 컸다. 그녀는 설마 자신과 같이 아름다운 공주님을 이렇게 허름한 봉고차, 그것도 중고라서 영 승차감이 엉망인 차에 태워주는 남자는 생애처음이 탓이다.

뭐 그렇다고 불만은 아니었다. 나름 처음 하는 경험하기에 오히려 신선한 면도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자 오히려 수수한 민우 선배에게 새삼 정감을 더 느꼈다.

하지만 말은 영 이것과는 반대였다.

“선배님은 저한테 관심이 없나 봐요?”

부우응.

조민우는 그렇지 않아도 밀린 도로가 뻥 뚫린 것에 만족해서 봉고차 속도를 다소 올려서 운전을 하는 중에도 힐끗 그녀를 쳐다보았다.

“뭐가?”

“솔직히 좀 그렇잖아요. 이전에 그 일(?)도 있고 했는데, 그래도 저에게 좀 잘 해줄 주 기대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이 정체불명의 차만 보면.......”

“크윽, 왜 마음에 안 들어?”

“에휴, 아니에요.”

그녀도 여기서 뭐라고 더 말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자 곧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그녀는 시간이 지나서 대구 시내를 빠져나와서 얼마 있지 않아서 한산한 도로를 잠깐 지나치자 다소 걱정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문득 민우 선배와 결국 다랑 둘이만 있다는 것을 얼핏 느꼈다.

아직은 그녀도 완전히 그에게 마음을 허락하지 않은 마당에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내가 너무 생각 없이 아르바이트 이야기 했나?’

하지만 이런 그녀의 고민은 그렇게 오래 가지 않았다. 간간히 시선을 돌려서 바라본 김민우의 표정에 그다지 큰 변화가 없는 탓이다.

‘치이, 바보.’

조민우는 마치 그녀가 있는 지도 모르는 사람처럼 운전에만 집중했고, 곧 대구 외곽에 위치한 자신의 한적한 집에 도착해도 마찬가지였다.

철컹.

“여기야.”

최현주는 그가 열어준 집 안으로 들어가자 처음 느낀 것은 황량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한 넓디넓은 정원의 모습이었다. 물론 한 쪽에서 간이 냉장고와, 조립식 집이 보이기는 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자신의 집이 대구 시내에서 그럭저럭 사는 편이지만 이렇게 넓은 집은 처음인 탓이다.

더욱이 주변에 답장이 높아서 외부가 잘 보이지는 않지만 훤하게 트여 있는 경관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넓은 집에 혼자 사는 것은 확실히 좀 부담스러웠다. 아니 그 뿐이 아니었다. 아르바이트를 이렇게 선배와 단 둘이 이렇게 한 적한 곳에서 같이 한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볼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도 일단 자신이 제안을 한 이상 도대체 선배가 무슨 사업을 하는 것인지는 확인하고 싶었다.

“보여주세요.”

조민우는 물론 겉으로 태연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보기에 초라하다 못해서 썰렁한 집을 보여주자 좀 초조한 면도 있었다. 그래서 주의가 그녀에게 가 있는 상황이기에 곧 바로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따라와.”

그는 천천히 그녀를 등 뒤로 하고는 정원을 가로 질러서 한 쪽에 이미 만들어 놓은 임시 냉장고 문을 열었다.

철컹.

물론 그 안에는 아예 따로 미리 주문해서 비축 분으로 만들어 놓은 피티가 빼꼭하게 가득 차 있었다.

“우와, 이, 이것이 바로 팔 생수에요?”

조민우는 다소 의기양양해서는 스윽 그녀를 한 번 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있는 수량이 대충 1주일 분량이야. 다 합치면 4,000개 정도가 돼.”

“저, 정말 많네요.”

하지만 그는 그녀가 아직 이 생수 수량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을 확인하자 한 마디 더 부언해주었다.

“개당 가격이 1,000원이거든.”

“그, 그러면 총 400만원치란 말이에요?”

“응.”

그는 그제야 놀라서 입을 살짝 벌리고 그녀의 손을 슬그머니 잡았다. 물론 그녀는 거절하지 않았다. 아니 그녀는 오히려 더욱 그의 옆으로 바짝 다가와서는 자연스럽게 걸음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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