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 회 -- >
그는 그제야 놀라서 입을 살짝 벌리고 그녀의 손을 슬그머니 잡았다. 물론 그녀는 거절하지 않았다. 아니 그녀는 오히려 더욱 그의 옆으로 바짝 다가와서는 자연스럽게 걸음을 같이했다.
조민우는 이런 그녀의 반응에 힐끗 쳐다볼 정도였다. 이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과거에 물론 손을 잡은 적이 있기는 했지만 이런 식으로 분명하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처음인 탓이다.
대충 이제 어느 정도 마음을 열었다?
이런 정도일까?
뭐 알 수가 없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딱 여기까지만 행동을 하고는 더는 반응을 보이지 않은 탓이다.
조민우는 생각보다 더 계산적인 최현주의 반응에 혀를 내두르고는 생산설비를 잠깐 보여주었다. 물론 이미 자신의 마법을 사용해서 정류가 된 물이 한 쪽 통에 고여 있었다.
그는 곧 바로 화학 정비 밸브 가동 스위치를 눌렀다.
위이잉.
겉으로 보기에 펌프 가동을 위한 전기 모터 돌아가는 소리였지만 실상은 딱 한 가지 의미가 있었다. 바로 왼쪽에 이미 마법 처리가 된 물을 오른 쪽에 커다란 물 통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다.
물론 곧 이어서 오른 쪽에 있는 물이 중간에 완전 밀폐되어 있는 장비를 통해서 우측으로 이동한 후에 다른 통에 담기는 모습이 보였다.
쏴아악.
최현주는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는 눈을 크게 치켜떴다.
“이거 설마 생수를 만드는 장비에요?”
조민우는 물론 그런 기계는 있을 수가 없지만 오히려 당당하게 둘러댔다.
“응. 이거 만든다고 정말 고생했어.”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뭔가 좀 어폐가 있는 말이었다.
그것은 수돗물에는 생각보다는 많은 화합물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그런 화학물을 이렇게 단순한 장비로 정류한다? 이것이 가능할까?
공학적인 상식을 가진 이라면 당연히 부정적이다.
“우와, 이, 이것이 가능해요?”
조민우 역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 때문에 이런 가짜 설비를 완전히 숨기기 위해서라도 중간에 의도적으로 두꺼운 몇 겁의 강철로 아예 밀폐시켜버리기까지 했으니까.
“응, 이것은 사실 쉽지가 않았다. 특수한 공정 처리가 들어갔는데, 그것이 굉장히 중요해. 그래서 아예 기술 보안 때문에 저런 식으로 밀폐시켜 버렸으니까.”
최현주 역시 강철이 완전히 녹아서 서로 접합되어 있는 부위를 손을 쓰다듬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정말 놀랐다.
아니 믿기지가 않았다.
그녀도 사실 말은 하지 않아서 그렇지 조민우가 비록 선배라고 해서 기본적인 예의를 차린 것은 사실이지만 한 편으로 좀 무시한 면도 없잖아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런 이유 때문에 그와 선을 딱 그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했다.
그녀 입장에서 미래가 불투명한 조민우 선배와의 관계는 영 내키지가 않았다. 이런 불안함 때문에 이처럼 그에 대한 확인이 필요해서 아르바이트를 지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대충 본 것만 해도 어떤가?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설비가 문제가 아니었다.
그녀는 여인이기에 특히 계산에 있어서 철저해서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그녀는 한 가지 사항에 대한 것은 마저 확인했다.
“민우 선배님, 그러면 하루에 이 설비로 피티를 몇 개까지 생산이 가능한 거에요?”
조민우가 이런 그녀의 내심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 역시 여인이 현실 앞에서 얼마나 냉정한 지 잘 알기에 그랬다.
‘현주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겠지. 다만 다른 여자에 비해서 덜하다 뿐이겠지.’
“아마 이야기 했을 것 같은데? 하루에 600개 생산이 가능해.”
“아뇨. 처음이에요. 그렇다는 이야기는 하루에 600개면......., 하루 수익이 60만원?”
“현주가 똑똑할 걸!”
“.......”
하지만 그녀는 수익을 계산해보고는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생각을 해보라. 한 달에 벌어들이는 수익이 대략 1,800만원인데, 공대 나와서 신입 사원 일 년 연봉이 대략 2,800만원이라는 감안하다면 실로 엄청난 금액이었다.
최현주 입장에서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그녀는 이제까지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머릿속에서 싹 지워버릴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녀는 이런 충격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사뭇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그제야 그가 꼭 자신을 놀리는 말투에 앙탈을 부리듯 그에게 다가가가서는 가슴을 툭 쳤다.
탁.
하지만 이것이 어디 치는 건가?
도대체 의도가 불분명한 행동이었다.
물론 조금만 생각해보면 사실 엉뚱한 면모가 있는 행동이기도 했다.
그녀는 이런 와중에 그에 바짝 다가와서는 턱을 살짝 치켜들어서 그를 쳐다본 것이다. 더욱이 이전처럼 시선을 피하지도 않았다.
거기에 눈동자는 흥분으로 살짝 붉어있기까지 했다.
조민우가 여자에 대해서 초짜도 아니고 이런 그녀의 표정을 알아보지 못할 리가 만무했다. 자연스럽게 한 발을 내딛고는 그녀의 허리를 부드럽게 끌어 앉은 후에 자신의 하체에 바짝 붙여서 비볐다.
“으음.”
최현주는 익숙하지 않는 사내의 뜨거운 물건을 자신의 하복부를 자극하자 달뜬 신음을 토하면서 살짝 두려움을 내비췄다. 막상 거절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있기에 여전히 서먹했다.
그 역시 이것을 느끼자 굳이 더는 자극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달콤한 입술을 찾은 것뿐이었다.
스르르.
서로의 혀가 능사처럼 꼬였다. 타액이 서로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순간적으로 연결된 혀를 통해서 교류가 이루어졌다.
조민우는 새삼 다시 느껴보는 이 달콤함을 음미하면서 양손을 그냥 두지 않았다.
스르르.
일단 먼저 손이 건 바위는 역시 목이었다.
물론 여기서 끝이 난 것이 아니었다.
등 언저리를 따라서 쭉 내려갔다.
“아흑.”
최현주는 마치 경련을 일으키는 환자처럼 부르르 떨었다. 도저히 참기 어려울 정도로 황홀해서였다. 딱 그녀의 성감대 부위를 건드린 것이다.
‘척추 부위인가?’
조민우는 일단 한 곳을 확인하기가 무섭게 이번에 히프 쪽으로 내려서는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녀는 그런 것이 다소 싫어서인지 오히려 그의 몸 쪽으로 바짝 들이 밀었다.
하지만 오히려 강대한 정체불명의 물건이 하복부를 자극하자 움찔하고는 하체를 뒤로 빼기에 바빴다.
그가 그녀의 히프 언저리를 양손으로 꽉 움켜쥔 채로 바짝 자신의 몸 쪽으로 강하게 당긴 것은 이 순간이었다.
파악.
“아흑.”
최현주는 프렌치 키스를 통해서 얻어지는 환희와, 하체에서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짜릿한 자극에 신음성을 토했다.
정말 처음 맛보는 짜릿한 자극이었다.
이제까지 어떤 남자에게서 느껴보지 못할 정도로 적극적인 행동이었다.
도대체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녀는 보통 여자는 좀 달랐다.
이미 한껏 분위기에 젖어서 이제는 그냥 이 자리에서 섹스를 나눠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에서도 냉정을 차린 것이었다.
“자, 잠깐만요.”
조민우는 지금 하는 행동을 그냥 강제로 강행할까 하다가 이런 말을 듣자 움찔했다가 힘을 풀 수밖에 없었다.
아직 그녀의 마음이 완전히 넘어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탓이다.
‘아쉽네.’
최현주는 그제야 그의 양손이 힘을 풀어지자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서는 일단 시선을 피했다. 너무도 창피하고, 부끄럽고 당황스러운 탓이다. 하지만 그녀는 곧 이성을 차리고는 냉정을 회복했다.
“서, 선배님, 미, 미안해요.”
그는 새삼 냉정을 쉽게 회복한 최현주의 태도에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괜찮아.”
최현주는 그제야 안도하고는 다소 그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러운 자세였다.
“아, 아직 시간을 좀 가지고 싶어요.”
시간을 좀 더 가져서 뭐 하자는 이야기일까?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는 반응이었다.
더욱이 이렇게 외딴 집에, 남녀 둘이 있는 곳에 달랑 와서는 이런 식으로 선을 그어 버리다니.
남자 희롱하는 것일까?
사람 환장하고 미칠 노릇이었다.
참 미묘한 여심이었다.
하지만 조민우는 어느 정도 여자에 대한 경험이 있기에 그녀의 이런 마음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는 차라리 이럴 바에는 태도를 분명히 하는 것이 오히려 좋다는 것을 확신했다.
“알았다. 가자.”
최현주는 오히려 상대가 이렇게 쉽게 포기해버리자 오히려 당혹했다.
“네?”
“오늘은 내 생수 사업장 견학한 것으로 하고 끝냈으면 해. 일은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했으면 해.”
최현주 역시 어느 정도는 조민우에 대한 생각을 좀 달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기에 곧 바로 수긍해버렸다.
“아, 알았어요.”
11장 금반지의 두 번째 기능
조민우는 솔직히 아까운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뭐 어떤가? 설사 당장에 최현주와 섹스를 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여자가 몸을 준다고 해서 마음까지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 정도는 뼈저리게 경험한 그였으니까.
그는 더욱이 그녀와 이제는 항상 같이 일을 하면서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굳이 더는 그녀에게 집착하지 않았다. 차라리 어색하게 관계를 유지할 바에는 안하는 거시 차라리 낫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그는 일단 자신에 주어진 급한 일을 먼저 처리하는 것이 더 급했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역시나 업체가 늘어난 만큼 그 업체를 관리하는 일이었다.
끼익.
“여어, 조 사장, 이거 정말 부지런해.”
탁.
조민우는 곧 자신이 배달해야 할 2박스 생수를 공급한 후에 그가 내민 현금을 받고는 방금 미소 지었다.
“하하하, 뭐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죠.”
“허어, 이 친구 보게, 젊은 친구가 참 못하는 소리가 없다니까.”
“그래요? 아저씨,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소리를 한 것 같네요.”
“자네 부친이 그런 실없는 소리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는 것을 몰라?”
그는 새삼 덩치가 컸지만 너무 말라서 꼭 키다리 아저씨처럼 보이는 외모가 다른 이에게 불편하게 보이겠지만 자신은 그를 볼 때마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아마도 다른 편의점과는 달리 특히 과거에 부친이 힘들 때 도와주었던 것 때문이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권 사장님, 알겠습니다. 앞으로 좀 주의하겠습니다.”
권민영은 그제야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마음에 드는 놈이었다. 비록 사업에 실패한 후에 큰 타격을 받았다는 것을 그도 안다. 하지만 나이가 젊지 않은가?
“이봐, 혹시 사귀는 사람 있어?”
“사귀는 사람요?”
그는 이야기를 듣자 곤혹스럽기만 했다. 너무 뜬금없는 이야기인 탓이다. 아니 대충 짐작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기에 대충 매듭을 지으려고 했다.
“아뇨, 그것은 아닙니다.”
“호오, 그렇다면 내가.......”
분위기는 이내 뻔한 그런 분위기로 바뀌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봉고차 운전석 반대편에 앉아서 이 이야기에 꽤나 민감한 사람이 듣자 곧 차에서 쪼르르 내려와서는 한 마디 하자 이런 분위기는 이내 바뀌었다.
“민우 선배님, 여기도 생수를 공급해야 하는 편의점이에요?!”
조민우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권민영 사장은 달랐다.
그는 최현주를 보자 눈을 크게 치켜뜨고는 입을 딱 벌린 것이다.
‘헉? 자, 장난이 아니잖아? 세상에 뭐 이런 애가 다 있냐?’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의 미모였다. 그가 아는 바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그는 그제야 수상스러운 눈으로 조민우를 째려보았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이거, 조 사장, 진짜 대단하이.”
조민우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할 리가 만무했다. 그는 처음에 그냥 무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 가지를 떠올리자 그럴 수가 없었다.
‘이거 아버지에게 밀고하면 곤란한데.......’
“아, 이쪽은 제 일을 도와주는 대학 후배입니다. 어떻게 보면 아르바이트죠.”
“아!르바!이트! 그 아르바이트! 참 좋!아.”
“.......”
그는 은근슬쩍 자신을 엑센트로 구박하는 권민영이 얄미웠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길 수만은 없었다.
“현주야, 여기 인사드려. 권민영 사장님이셔.”
“네, 선배님!”
최현주는 샐쭉한 표정으로 잠깐 그를 째려봐준 후에 마치 백합이 만개하듯 활짝 미소 지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마 선배님이 바쁘면 제가 생수를 배달할 수도 있을 겁니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