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 회 -- >
권민영 사장은 순간 너무도 짜릿한 미소에 놀라서 멈칫했다가 그제야 혀를 내둘렀다. 자기도 여자를 많이 봐왔지만 이렇게까지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애는 처음인 탓이다.
‘저 친구 여자 수완이 장난 아냐. 사업 망했다는 것을 정말 맞아? 도대체 믿어지지가 않는군.’
“아, 반가워요. 난 권민영이라고 해요. 우리 편의점에 자주 놀러 와요. 내가 오면 아가씨는 특별하게 서비스를 해주지!”
“어머, 사장님, 정말이에요? 우리 선배님은 영 그런 것도 없는데, 아르바이트라고 해서 마구잡이로 부려 먹는 것 아세요?!!”
“저 친구가 배가 불러서 그러는 거야. 쯧쯧, 이봐 조 사장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냐!”
“.......”
조민우는 그야말로 황당해서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한 번 확인을 하려다가 포기해버렸다. 자신이 말하지 말라고 해서 비밀로 숨길 사람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잘 아는 탓이다.
지금 딱 불과 한 달 경험해보았지만 자신이 아는 업체 사장과, 부친과의 관계가 얼마나 끈끈한 지 이제 짐작을 하기에 나온 생각이었다. 그냥 제발 터무니없는 과장만 하지 않기를 빌어야 했다.
“알겠습니다. 내일 또 뵙죠.”
“어어, 알아서. 수고하고.”
조민우는 이렇게 해서 만약을 위한 방편으로 편의점 한 곳 한 곳을 최현주에게 소개해주었다. 그는 그런 중에도 최현주가 다시 은근히 거리를 두는 것을 보자 새삼 그녀의 내숭에 혀를 내둘렀다.
도대체 얼마나 남자 간을 봐야 마음을 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그는 그렇게 되자 속 편하게 최현주를 그냥 대학 후배로 다시 대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일하기 편하다고 판단한 탓이다. 괜히 서로 앙금이 생기면 이렇게 아까운 고급인력(?) 하나를 잃는 것보다는 낫다고 보았다.
물론 그가 예상한 이런 추측은 며칠 후에 정확히 맞아 들어갔다.
탁.
“아버지 여기 있습니다.”
조민우 부친은 자신의 편의점 한 쪽에 이제는 익숙한 솜씨로 생수 박수를 놓고는 손을 내미는 자식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일단 선금을 주었다.
탁.
“여기 있다.”
“감사합니다.”
“잠깐 이야기 좀 하자꾸나.”
“네?”
“어허, 그냥 방 안으로 들어와 봐.”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방 안으로 들어가자 부친이 간단하게 간식거리를 몇 가지를 내놓자 홀짝 마시면서 간단하게 입가심을 하고 물끄러미 자식 눈치를 살폈다.
“으음, 보자, 일단 네 엄마 건강이 이제는 많이 좋아졌어. 아마 일, 이주 후면 퇴원할 거다.”
“아? 그래요?”
“그래. 뭐 그것은 그 정도로 하면 될 것 같고. 다름이 아니라 한 가지만 묻자.”
조민우는 그제야 정색한 부친의 말에 살짝 긴장한 채 시선을 기울였다. 최근에 와서 부친이 이런 표정을 한 것은 그야말로 처음인 탓이다.
“네, 말씀하세요.”
“그 애는 뭐야?”
“그 애라뇨?”
“하아, 설마 나에게 거짓말 하려는 거야?”
그는 그제야 인상을 와락 구겼다.
“최현주 말씀이군요.”
“최현주라? 이름은 좋구나. 내가 뭐 네 연애 관계에 대해서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네 경우는 사실 사업을 실패하고 나서 이제 겨우 다시 일어나는 시점 아니냐?”
“.......”
조민우는 이내 입을 다물어야 했다. 대충 앞 머리말만 들어도 무슨 이유로 저러는 지 눈치를 챈 탓이다.
부친 역시 자신의 말을 자식이 금방 알아듣자 다소 표정을 풀었다.
“뭐 내가 너에게 돈을 빌려줘서 그런 것은 아냐. 그래도 일단 사업을 다시 시작했으면, 성공하겠다! 이런 것까지는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이번에는 반드시 실패하지 않겠다! 그런 각오로 지금 하는 일에 임하는 것이 맞지 않냐?”
“하아,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일단 이야기나 한 번 들어보자꾸나.”
조민우는 잠깐 머뭇거렸다. 어떻게 설명해야 오해를 사지 않을까 고민스러웠다. 괜히 쓸데없이 말을 잘못했다가 오히려 서로 감정 쌓는다는 것 정도는 이미 경험적으로 알기에 더욱 신중했다.
“아버지 보니까. 제가 사업 시작한 후에 여자 후배에게 사탕발림을 해서 엉뚱한 짓이나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 봐요? 그렇죠?”
“그것은 아니지. 일단 내가 말을 들어본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러면 솔직하게 말씀드리죠. 전에 아버지가 몇 번이 질문하셨는데, 도대체 생수를 어떻게 만드느냐고 하셨죠?”
“응, 그래, 내가 그랬던 것 같구나.”
조민우는 사실 이런 부분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내부 알맹이만 빼고는 어느 정도 사실과 부합되기에 그렇게 죄책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생수 만드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꽤 중요한 설비입니다. 특히 그런 기술은 다른 업체에 알려지면 곤란합니다.”
“흐음, 그래?”
“네, 그래서 제가 아르바이트를 함부로 쓰기가 그렇습니다. 더욱이 위치가 대구 중심에 외각 쪽이라서 사람도 많지가 않으니, 더 그래요. 그런 상황에서 검증이 되지 않는 이들을 아르바이트로 채용할 수는 없습니다.”
부친은 한 편으로 공감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 오히려 부정적이었다.
“허어, 하지만 대학생 아르바이트가 그렇게까지 할까?”
조민우는 여기에 대해서 과거 자신의 아픈 기억 한 부분을 들추어냈다.
“제가 설립한 스카이 회사가 망한 이유 중에 하나가 기술자 한 명이 저희 회사 핵심 기술을 L 대기업에 팔아넘겨서라는 사실을 안다면 그런 말씀을 못하실 겁니다.”
부친은 처음 보는 이야기에 눈을 크게 치켜뜨고는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뭐? 그, 그게 정말이야?”
그는 이내 쓸쓸한 미소를 한 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자식이 지금 그 기술을 산 L 대기업에 부장으로 취업했다는 것 아세요? 정말 이가 갈리는데, 하아, 지금에 와서는 손을 쓸 방법이 없습니다.”
“.......”
부친은 설마 자식의 회사 몰락 배경에 이런 사실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자 어이가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그는 이제까지 단순히 자식이 경영을 잘못해서 회사가 부도났다는 정도로 알았다. 하지만 드러난 상황은 그렇지가 못했다.
조민우는 물론 이런 부친의 태도에 항변이라도 할 요령인양 한 가지 사실을 더 털어놓았다.
“사실 그 놈하고, L 대기업하고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고소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늦었죠. 하려면 더 빨리 했어야 했는데 그 당시에는 고소하기가 애매한 상황이었습니다. 솔직히 알지 못했죠.”
“그러면 지금은?”
그는 이내 하늘이 무너질 듯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하아, 회사가 부도나면서 진 부채가 좀 많았습니다. 그 때문에 어쩔 수없이 팔수 있는 것은 다 팔아야 했고, 그 특허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부분 라이센스라서 기술이 없으면 만들지 못할 거라 안심했죠.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요.”
“그런데 그 놈이 그 훔친 기술을 뒤늦게 그 L 대기업에 넘겼다는 거냐?”
“네. 그것도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허어.”
부친은 이내 탄식을 한 후에 자식을 안쓰러운 표정으로 지켜보기만 했다. 도대체 잘 상상이 가지 않은 탓이다.
만약 저 사실이 정말이었다면 실로 어이없게 뒤통수를 맞은 꼴이었다.
하지만 조민우는 의외로 흔들리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이미 계획한 대로 움직인 거죠. 회사에 먼저 들어와서 기술을 훔친 후에, 교묘하게 자금 사정을 이용해서 회사를 부도나게 한 후에, 그 특허권을 산겁니다. 제가 팔고 싶지 않아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하아, 이거 미안하구나.”
조민우는 그제야 부친의 사과에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차라리 잘 됐죠. 늦게나마 사실을 아시게 되었으니까요. 생수 사업도 비슷합니다. 그래서 원래는 혼자하려고 했는데, 그 후배가 같이 공부하는 관계이거든요. 그러다가 말이 나온 겁니다. 아무래 대학 수업에 여유가 없을 거라고 하니까.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개가 믿을 만하거든요.”
“으음, 그렇구나.”
“걔가 아니었다면? 글쎄요, 아마 저 혼자 계속 했을 겁니다. 일단 돈을 어느 정도 모아서 어느 정도 자리 잡을 때까지겠죠.”
“그래, 그렇다면 잘 알겠다.”
하지만 부친은 이렇게 말하고서는 한 가지 다시 호기심을 느끼고는 조심스러웠다. 괜히 또 자신이 쓸데없이 오해를 한 것이 아닌 가 했다.
“혹시 그 처자와는.......아무 관계가 아닌 거야?”
“.......”
조민우는 사실 여기에 대해서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참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솔직히 지금 딱 봐서는 선배, 후배간의 관계일 뿐이었다. 하지만 가끔 하는 행동 보면 꼭 사귀는 사람 같아 보이기는 했다.
그런데 워낙에 그 간격이 길기에, 이것이 사귄다고 말하기도 힘들었다.
그는 어차피 말 나오 김에 솔직하게 자신의 이런 심사를 털어놓았다.
“개가 생각보다 좀 그런 것이 있습니다. 아버지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그냥 평범한 선후배 관계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흐음, 그래?”
그다지 영 믿는 눈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자식의 진심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맹한 자식의 태도에 처음과는 달리 오히려 실망마저 느낄 정도였다.
“여자는 말이다. 자꾸 머리 굴리면 안 돼. 그냥 한 번 꾹 눌러주는 것이 최선이야!”
“.......”
조민우는 어이가 없어서 자신도 말을 하고서야 실수했다는 것은 느끼고 시선을 피하는 부친을 잠깐 째려보았다. 아니 자신이 그것을 몰라서 안하겠는가?
“아버지, 그것도 될 여자가 있고, 안 될 여자가 있습니다. 개는 한 번 같이 잔다고 해서 끝까지 붙어 있는 여자가 아니에요.”
“끄응, 에이, 몰겠다. 네 놈이 알아서 해!”
그는 이렇게 해서 겨우 최현주와 일을 부친에게 공개적으로 알리는 선에서 끝내고는 곧 나머지 자신의 일에 매달려야 했다.
바로 이제까지 미루어 두었던 공통 프로젝트 관련되는 일이었다.
조민우는 물론 자신이 직접 해볼까도 생각을 해보았다. 아니 실제로 해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가 받은 과제에 나오는 회로는 도저히 학부 2학년에서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대안이 필요했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가 관심을 가진 것은 역시나 금반지였다.
이것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그런 의문이었다.
하지만 역시 쉽지는 않았다.
지금 당장 금반지가 가지는 힘은 지금까지 몇 가능 기본적인 마법에 불과한 탓이다.
뭐 그것만으로 꽤 나름 괜찮아서 생수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기는 하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었다.
조민우는 따라서 뭔가 새로운 또 다른 기능을 금반지에서 찾아야 했다.
관점의 변환이었다. 이런 경험은 이미 물을 만드는 마법에서, 기존에 있는 수돗물을 정화하는 부분으로 바꾸면서 어느 정도 경험이 있기에 그다지 어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점은 확실히 이전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기존에 마법은 어차피 물, 불과 같이 익숙하고, 그나마 물리적으로 가능했지만 이것은 이해력을 키우는 것이기에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설사 그 자신이 마법이 있다고 해도 쉽게 할 수는 이것이 아니었다.
‘뭐가 좋을까?’
조민우는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당연히 쉽지는 않았다. 자신의 능력을 마법을 사용해서 키우는 것이니까.
처음에는 아예 실마리조차 찾지 못해서 당혹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이것은 좀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 가지 시작점을 곧 찾은 것이다.
‘치료 마법이야.’
바로 금반지가 처음에 보여준 치유 능력에 관한 것이었다.
치유가 된다면 그와 유사하게 인체에 어떤 형태로 영향을 줄 방법이 있다고 보았다.
문제는 그것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조민우는 여기서 몇 가지 가정을 정한 후에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에 들어갔다.
가정
1) 금반지는 분명히 마법과 관련이 있다.
2) 금반지는 치유능력과 관련된 마법 역시 가능하다.
3) 금반지는 물, 불과 같이 기본적으로 물리적인 능력과 관련된 마법 역시 가능하다.
4) 금반지는 인간의 정신력을 매개로 해서 동작한다.
5) 금반지는 숙주의 능력으로 인해서 제약을 받는다.
이 다섯 가지 사항이었다.
여기서 가장 크게 염두에 둬야 하는 점이 바로 숙주의 능력이었다.
특히 체력적인 문제 역시 이것과 매우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조민우는 여기서 앞으로 자신이 비록 헬스를 하지는 못한다고 해도 꾸준히 체력 활동을 해야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이렇게 해서 간단하게 정리를 끝내고 나자 다음에 파고 들어가야 할 핵심적인 부분이 쭉 나왔다.
바로 가정 3, 5 항목에 관한 것이었다.
‘운동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근육을 끊임없이 자극해서 강화시키는 것이잖아? 그렇다면 이런 원리가 다른 신체 부위에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보면 뇌도 그런 범주에 들어가잖아?’
이상해 보이는가?
그렇지는 않았다.
어떻게 나름 합리적인 추리였다.
하지만 함부로 시도해보기에 영 내키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사람의 뇌가 생리학적으로 얼마나 복잡한지 안다면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조민우는 당연히 여기까지 추리를 끝낸 후에 망설이기는 했지만 금반지가 지금까지 보여준 기능을 일단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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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가 마음에 든다?
1. 그렇다.
2. 아니다.
3.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