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1 회 -- >
그렇다면 다음 해야 할 일은.
뇌를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이냐! 하는 점이었다.
좋은 방법이 뭐가 있을까?
물론 바로 이해력을 키우는 방법이 있겠지만 그것은 딱히 어떤 구체적인 절차를 사용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일단 배제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암기력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암기력을 키울 것이냐?
그것이 문제였다.
물론 암기력은 이해력과 달리 구체적이면서도 반복적인 수련이 가능했다.
일차적으로 택한 것은 역시 회로 이론이라는 전공서적이었다.
탁.
“.......”
조민우는 거의 한뼘 두께의 회로이론 책을 보자 숨이 막힐 것 같은 압박감에 입을 다물었다.
이것을 다 암기한다?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
아니 이런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좀 어처구니가 없었다.
‘금반지가 없었다면 내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을 누가 시도하는 것 자체만 봐도 미쳤다고 했겠지.’
뭐 이런 생각이냐? 뭐가 중요하겠는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내 서문을 펴서 책을 한 번 쭉 읽어보았다.
아직 복학 후라서 그런 지 영어 단어 중에 가물가물한 것이 너무 많았다.
뜻도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일단 책 서문만 보고도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아.”
가능할까?
그거야 알 수가 없는 일이다.
다만 조민우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점이 한 가지가 있었는데, 기업 경영을 하면서 경험이 많이 쌓여서 그런 지 설사 모르는 분야가 있다고 해도 그것을 보고 익히는 능력이 생각보다 탁월했다.
아니 탁월하다는 말로 부족할 정도였다.
같이 나이 또래에는 거의 견줄 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능력이 뛰어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워낙에 경험이 많아서라는 것이 보다 정확했다.
-The primary objective of this book – as it was for the previous edition-is to serve as the text in modern electronics courses for electrical engineering, computer engineering, and computer science students. Our approach is to stress the fundamental concepts that underlie the physical operation, analysis, and design of integrated circuits and systems. By coupling this approach with a diversity.......
조민우는 서문을 쭉 읽어보면서 일단 단어를 읽을 수 있는지는 대충 확인해야 했다. 물론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는 단어는 그다지 많지가 않았다.
대다수가 전공 영어이기에 쉽고, 간단하게 되어 있는 탓이다.
그는 일단 이것을 확인하고 나서는 곧 바로 전공 영어책을 들고는 암기를 위해서 반복하기 시작했다.
“The primary objective of this book – as it was for the previous edition-is to serve as the text in modern electronics........”
물론 한 번에 될 리가 없는 일이었다.
계속 반복을 거듭해야 했다.
‘쉽지가 않군.’
처음에는 그럭저럭 견딜 만 했다.
고통이 심하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인지 금반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조민우 역시 간간히 금반지 반응도를 체크하면서 열심히 암기를 거듭해야 했다. 물론 그런 중에도 귀하신 몸인 금반지를 체크하는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도 서문을 그럭저럭 외우고 나도 그다지 금반지가 반응이 없자 다소 실망했다.
‘이거 내가 잘못 추측한 것일까?’
그는 물론 다시 한 번 자신의 육체에 영향을 주었던 기억을 쭉 떠올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가지가 빠졌다는 것을 금방 알아챘다.
‘고통이었어. 내 몸에 무리가 갈 정도로 고통을 심하게 느껴야 돼. 금반지는 거기에 대해서 반응을 하니까.’
그는 어느 정도 가능한 추리를 끝내자 이것을 토대로 해서 암기 역시 어느 정도 고통을 느낄 정도까지 가야 한다는 것 정도는 깨달았다.
이제는 좀 확신을 가졌다.
될 것 같았다.
왜냐하면 체력에서 이미 확인한 사항이니까.
더욱이 신체와 달라서 머리는 오히려 다른 효과를 보일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졌다.
조민우는 어느 정도 이런 절대적인 확신을 가지자 미친 듯이 회로 이론 책자에 빠져 들어갔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견딜 만 한 것도 제 1장 반도체 파트에 들어가자 상황이 달라졌다.
“......We noted previously that the addition of n-type impurities causes the number of holes to decrease. Similarly, doping with p-type impurities decreases the concentration of free electrons below that in the intrinsic semiconductor. A theoretical analysis leads to the result that, under thermal equilibrium, the product of the free negative and positive concentrations is a constant independent of the amount.......”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영어를 공부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공을 공부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단계를 지나자 곧 그가 원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고통이 서서히 밀려온 것이었다.
너무 지나치게 일시적으로 많은 지식을 머릿속에 넣으려고 하기에 생긴 고통이었다.
조민우는 물론 이미 확신한 바가 있기에 오히려 이를 악물고는 더욱 고통을 느끼기 위해서라도 더욱 밀어붙였다.
“.......The conductivity of an intrinsic semiconductor increases with increasing temperature because the increase in hole-electron pairs.......”
지끈지끈.
머리가 터져서 폭발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는 참았다.
아니 이 정도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할 정도였다면 애초에 사업을 시작할 의지조차 없었다.
솔직히 헬스만 해도 그렇다.
아마 평소의 그의 신념대로 아마 좀 지나치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미쳤다고 주변에서 말할 정도로 심하게 자신을 트레이닝 했어야 옮았다.
그런 그가 어느 선 이상으로 달릴 수 없던 이유도 주변의 눈치 때문이었다.
특히 최현주가 항상 자신을 요즘 들어서 주목하고 있기에 더욱 그런 면이 강했다. 괜히 이상한 짓을 했다가 눈에 뜨이면 그것도 참 대책이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현재 집에는 그 자신뿐이지 않은가?
당연히 자신을 막을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 마음 놓고 막 밀어붙였다.
고통이 고통을 불러왔고, 머리가 갑작스러운 들어온 새로운 지식 때문에 혼란으로 터져나갈 지경이었다.
“끄응.”
조민우는 여기까지 오자 자신이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기도 했다.
포기해야 하나?
아니면 더 밀어 붙어야 하나?
내가 과연 제대로 하는 것일까?
하지만 변화가 찾아온 것은 바로 이 순간이었다.
스으으.
금반지에서 드디어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손만 밝힐 정도였지만 곧 이어서 그 빛이 늘어나기 시작해서는 그의 전신을 점점 감싸기 시작했다.
고통이 이내 점점 가라앉았다.
동시에 자신이 느낀 고통을 통해서 얻은 지식은 마치 사진으로 찍은 것처럼 머릿속에서 정확히 그려지기 시작했다.
마치 책장이 그대로 머릿속에 들어온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런 정도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그 내용이 이해가 되기 시작하더니, 곧 이이서 금방 그 내용을 이해한 것이다.
“!”
조민우는 입을 살짝 벌리고 이런 자신의 변화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설마 했던 내용이 실제로 그대로 일어나지 믿기지가 않았다.
아니 그는 이대로 그냥 멈출 수가 없어서 곧 다음 작업으로 들어갔다.
“.......The behavior of the bipolar transistor can be described in both conceptual and quantitative terms by observing in Fig 3-5 that this device consists of two coupled pn junctions. The base region is........”
물론 비슷한 과정의 반복이었다.
처음에는 암기에 따르는 고통이 따라왔고, 곧 이어서 마치 사진을 찍듯이 그 내용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한 가지가 더 있었다.
머릿속에 찍힌 내용은 잘 지워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록 암기할 때는 시간이 걸렸지만 그 이후에는 더는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육체적인 금반지의 효과와는 확연히 다른 능력이었다.
‘기, 기가 막히는군!’
물론 조민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어차피 기세가 오른 이상에 곧 이제는 본격적으로 공통 프로젝트와 관련되는 회로 소자 부분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그것을 처음에는 익히는데 고통이 따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끄응.”
하지만 이후에 일어나는 결과는 이런 고통을 아주 우습게 생각할 정도였다.
‘뭐 이 정도라면 참을 만 해.’
당연히 변화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작업이 반복될수록 고통은 점점 줄어들었고, 한 번에 암기양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8 챕터 정도를 암기했다면, 곧 이어서 2/8를 통과해서, 3/8,......, 7/8,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챕터를 한 번에 외울 수 있는 단계까지 간 것이었다.
근본적으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지만 그런 점은 그다지 큰 요소가 되지 않았다.
공통 프로젝트가 어려운 이유는 반도체 소자 챕터를 제대로 이해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점이었는데, 주말을 이용해서 완벽하게 그 부분에 대한 이해를 끝마칠 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12장 공통 프로젝트
조민우는 어떻게 보면 그렇게까지 뛰어난 대학생은 아니었다. 아니 뛰어나다기보다는 전공에 대해서 그렇게 흥미를 가진 이가 아니었다.
그저 주어진 강의이기에, 그것도 아니면 학점을 받기 위해서 수동적으로 공부를 했다는 것이 정확하다.
당연히 성적이 그렇게 좋을 리가 없었다.
그것이 어떻게 보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근간이 된 것이기도 했다.
이것이 단순히 그가 문제가 있는 대학생이기에 그렇다?
그렇게 볼 수는 없었다.
그는 오히려 자신이 다니는 학과 시스템에 부정적인 면을 보았기에 중간에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전공에 대해서 그다지 큰 흥미를 가지지 않았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조민우가 금반지를 이용해서 회로 이론 1파트를 완전하게 이해를 하고나서는 이런 생각을 좀 바꾸었다.
‘이런 방법이 있다면.......,뭔가 해볼 수 있는 것이 있을 거야!’
뭔가 좀 이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자신의 전공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바로 사업적인 아이템이라는 관점이다.
하지만 이것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 하고 있는 전공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 해박한 지식이 필요했다. 아니 해박 정도가 아니었다. 책 저자 수준으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했다.
경험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렇게 되자 상황은 좀 달라졌다.
기존에 그에게 공통 프로젝트는 어떻게 보면 장학금을 받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었다.
장학금만 받으면 굳이 ‘F’를 받아도 상관이 없었다.
지금은 어떤가?
지금 생수 사업 통해서 벌어들이는 수익이면 이제 장학금을 받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다.
굳이 절박하게 매달릴 이유가 없었다.
여유가 생겼다.
조민우는 이런 상황이 되자 이전과는 달리 대학에 가서 공부하는 것도 확실히 여유가 생겨났다.
과거라면 도서관이나, 아니면 다른 학과생 눈에 뜨이는 행동을 잘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도 어느 정도 회로 이론 같은 과목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그것을 중심으로 일단 파해 치기 시작했다.
당연히 학과 수업에 남는 짜투리 시간도 이제는 꽤나 중요했다.
이유는 단순히 완벽하게 암기한 것과, 그것을 완전하게 이해하는 것은 좀 다른 문제인 탓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암기한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느냐?
그것은 그렇지가 않았다.
완벽한 암기는 이해할 수 있는 폭, 깊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을 줄여 주었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제는 한국 번역본을 볼 이유도 없었다.
스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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