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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마법사-24화 (24/397)

< -- 24 회 -- >

그는 컴퓨터실 안으로 들어서자 내부가 텅텅 비어 있다는 것에 다소 주춤했지만 어차피 최현주와는 같이 일을 하는 중에 항상 단 둘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고는 제일 우측 중앙에 가서는 컴퓨터를 켰다.

삐익.

잠깐 부팅 소리와 더불어서 하드 동작하는 소리가 있었었다. 물론 컴퓨터 화면에 자연스럽게 곧 윈도우 화면이 떠올랐다.

하지만 조민우는 그 순간에도 뭔가 알고 싶어 하는 눈치의 최현주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지만 무시하고는 곧 Pspice를 실행했다.

모니터 화면을 ‘MicroSim 타이틀바’가 생성되자 그제야 흥미를 가지고는 마우스로 잠깐 Help 쪽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그다지 도움이 되는 것은 없었다.

‘보자 뭘 부터 해야 할까?’

1장 깨달음

조민우는 Pspice 화면을 보면서 잠깐 생각에 잠겨야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당장 내가 아는 것은 회로 이론에 대한 근본적인 것뿐이잖아? 지금 이 상황에서 여기에 대해서는 너무 몰라!

어떻게 보면 좀 어이가 없기도 하면서도 너무 성급했다고 봐야 할 상황이다. 무조건 최현주가 부담스러워서 잠깐 이곳으로 피한 상황이니까.

하지만 막상 이곳에 와서 모니터 화면을 보자 떠오르는 생각은 막상 없었다.

최소한 무슨 튜터리얼 기능 정도는 툴 내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것마저 없자 당혹했다.

물론 최현주는 눈치가 빨랐다. 그녀는 이미 그에 주의를 집중한 상황이기에 대충 이런 분위기를 보고 피식 웃었다.

도대체 여기에 오면서 아무런 생각도 없다는 것 자체가 마냥 신기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쩌겠는가? 도와줄 일은 도와줘야지.

그녀도 Pspice는 알아야 하기에 이미 다른 경로를 통해서 구해서 보고 있는 자료를 찾기 위해서 자신의 가방을 뒤적뒤적했다. 자료는 찾은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공통 프로젝트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쓴 탓이다.

탁.

“?”

조민우는 떡 하니 자신이 앉은 키보드 앞에 놓인 종이를 보고는 의아했다. 물론 그는 눈이 있기에 자신 앞에 놓인 것이 바로 ‘Pspice Manual’이라는 것을 알아보고는 무안했다.

하지만 최현주는 살짝 그의 귀에 입술을 바짝 가까이 되고는 속삭였다.

-민우 선배님, 저 고맙죠?

고맙다? 글쎄, 고맙다면 고마울 수도 있었다. 아니라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말보다 더 부담스러운 것은 자신의 귀에 바짝 들이대고 입김을 뿜어낸다는 것이 더욱 곤혹스러웠다.

조민우는 잠깐 설명서를 든 채 힐끗 고개를 돌렸다가 그녀의 눈이 붉게 달아올라서 코앞에서 물끄러미 쳐다보는 모습을 보고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안아달라는 이야기인지, 키스해 달라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섹스하자는 유혹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렇지 말라는 이야기인지 행동이 참 모호했다.

하지만 그녀의 다음 행동은 더욱 그런 면을 부채질했다.

쪽.

볼에 가볍게 뽀뽀한 것이다.

그리고는 옆에 바짝 붙어서는 은근히 어깨를 기대면서 설명서를 가지고 설명해주었다.

“선배님, 여기 보시면 앞부분 몇 페이지는 그냥 개요와, 설치에 관한 것이니까. 넘어가면 될 거에요. 뒤로 가면 실제로 사용법이 나오거든요.”

말은 참 뭐라고 해야 할까? 정상적인 대학생이 하는 행동이지만 행동은 영 아니었다. 바짝 들이면서 머릿결이 살짝 살짝 흔들 릴 때마다 풍기는 향수 냄새는 매혹적이라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머릿결이 얼마나 곱고 윤택이 있어서인지 몇 가락이 살짝살짝 휘날렸다. 그것이 곧 그의 얼굴이나, 목 언저리를 가볍게 접촉할 때 마다 주는 자극은 실로 대단했다.

“.......”

조민우가 여자에 환장한 놈은 아니지만 이런 식의 상대 행동에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냥 애만 탈 뿐이다. 그렇다고 뭔가 수작을 부린다? 이미 몇 번이 해보았지 않은가? 이제는 짜증날 뿐이다. 이제는 그 다음 스토리가 눈에 훤히 보이기에 그것도 영 내키지 않았다.

물론 최현주는 이런 그의 태도를 아는지 모르는 지, 아니면 알면서 시치미인지, 그것도 아니면 남자 피를 말리고 싶은 지 무시해버렸다. 그러면서 슬쩍 어깨에 곱디고운 목을 떡 하니 기대기까지 했다.

“여기 봐야 할 것이 4장에 보면 나오는 회로 그리고 및 사용법에 관한 것에요. 필요한 전합, 저항, 전류 설정하기에 보면, 그림 2.6-1 회로에 저항 2개, 직류전압 1개, 직류전류 1개가 필요하다고 나오죠? 메뉴 바를 Draw 메뉴에서 Get New Part를 선택하면 됩니다.”

이런 상황에 조민우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냥 도와주는 도움을 받아야지.

“흐음, 그래?”

“다음 그림 2.6-2에 보면 Get New Part를 선택해서 다음과 같은 메뉴가 나와요. 이 메뉴를 통해서 전압, 전류, 저항들을 얻을 수가 있어요. Part Name 밑에 있는 빈 칸에 전압을 찾을 경우에 v를 쓰면 전압과 관계된 하위 메뉴리스트가 나타나고, 필요한 Vdc를 선택하면 되거든요.”

뭉클.

조민우도 설명을 하는 동안에 바짝 들이미는 그녀가 태도에 처음과는 달리 살짝 안아주듯이 옆구리에 떡 하니 손을 걸쳐보았다.

움찔.

최현주는 잠깐 놀라기는 했지만 몸을 가볍게 떨 뿐 그다지 심하게 반발하지는 않았다. 아니 그녀도 이제는 아주 찔끔은 마음을 허락했는지 슬쩍 힘을 풀면서 그에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 다음에 Place를 선택하면 격자 메뉴가 떠올라요. 이 때 마우스 조작을 사용해서 왼쪽 버튼을 누르면 연속적으로 선택한 전압이 격자로 나타납니다. 필요한 수만큼 격자를 대고 왼쪽 버튼을 누르고, 필요한 수의 전압을 격자에 놓아서 오른쪽 버턴을 눌러서 메뉴선택을 하면 되죠. 나머지 저항, 전류도 비슷해요. 다만 그라운드는 반드시 달아야 해요. 전압 v, 전류 I, 저항 r, 그라운드 ag로 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녀는 의도적으로 도와주기 위해서인지, 그를 유혹하기 위해서인지 불분명한 유혹(?)을 계속하면서 설명을 더해갔다. 바로 입술을 살짝 그의 귀가에 바짝 들이밀기까지 했다는 이야기이다. 물로 설명을 위한 행동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말이 안 되었다.

“여기 보면 그 다음은 방향 전환하기인데, 전압, 전류 등 기본적으로 세로방향으로 그려지는데, 가로 방향으로 돌리고 싶을 때는 Edit 메뉴에서 Rotate를 사용해서 90도 회전하면 되고, 단축키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죠.”

조민우가 최현주의 유혹에 반쯤 정신이 나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설명에 대해서 집중한 것도 또한 사실이었다.

그 역시 여기까지 설명을 듣자 대충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을 잡았다.

“아, 그러면 나머지 축소, 확대, 선 연결하기는 대충 알겠어. 회로 선을 연결해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겠지?”

“네, 맞아요.”

“흐음, 그렇구나. 그리고 보면 현주는 Pspice에 대해서 좀 아네?”

“아? 이거요. 지난 학기에 이 과목 들은 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받은 거에요. 받으면서 설명도 좀 들었죠. 그래서 그래요.”

“그래?”

“네.”

조민우는 생각보다 쉽게 Pspice에 대해서 감을 잡자 그녀가 참으로 고마웠다.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챙겨주는 사람은 그녀가 처음인 탓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사업을 하면서 이런 식으로까지 자신의 옆에서 순순하게 도와주던 이는 몇 사람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상념에만 잠겨 있을 수는 없었다.

지금 당장은 여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통 프로젝트를 빨리 진행하는 것이 더 중요한 탓이다.

그는 곧 고개를 흔들어서 그녀에 대한 여러 가지 감정을 일단 털어 버렸다. 거기에는 고마운 감정도 있었지만, 그녀에 대한 성욕 역시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가? 겨우 여자에 대한 감정하나 추스르지 못할 정도는 못할 남자는 아니었다.

조민우가 그렇다고 바로 과제로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미 사업하면서 일에 대한 경험이 많았기에 그보다는 설명서를 보고 기본적인 것을 반복하는 것이 집중했다.

탁.

마우스를 돌려가면서 간단한 회로만 올려서 계속 시뮬레이션을 반복한 것이다.

이것은 틀리고, 말고 그런 개념이 아니었다.

해석? 여기에 해석에 무엇이 필요한가?

‘V=IR만 알면 되니까.’

그는 간단하게 생각한 채로 계속 이런 단순 작업을 반복만 거듭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나중에 큰 실수를 막기 위한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게 생각한 사람도 있었다.

최현주가 그런 경우였다. 이미 그의 특이한 능력을 봤기에 꽤나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겨우 저항, 전원, 몇 개만 가지고 장난만 계속 치는 모습을 보자 그냥 있을 수 없었다.

“민우 선배!”

“응?”

“뭐 하는 거에요?”

“보면 몰라? 지금 열심히 Pspice 하고 있잖아?”

“하아, 그것은 과제하고 아무런 관련이 없지 않아요?”

조민우는 힐끗 턱을 살짝 치켜들고 자신을 째려보는 그녀의 사랑스러운 눈빛을 쳐다보다가 도저히 참지 못해서 손으로 머릿결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물론 그녀는 거부하지 않았다. 눈을 살짝 감고는 오히려 그 감촉을 음미하기까지 했으니까.

그는 여기에 용기를 내서 귀를 만지작거리면서 입술을 살짝 가져갔다.

그녀도 이제는 충분히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했는지 이전처럼 심하게 반항(?)하지는 않았다. 아니 슬쩍 그의 허리를 껴안기까지 했다.

아니 이런 적극성을!

더 어떻게 기다리겠는가?

조민우는 순간 기회라는 생각에 몸을 부르르 떨고는 참을 수가 없어서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압박하면서 이내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혀를 밀어 넣었다.

아니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세상 일이 이렇게 쉽게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었다.

벌컥.

갑자기 컴퓨터 실 문이 버릇없게도 노크도 없이 활짝 열린 것이다.

동시에 몇 사람이 우르르 한 마디씩 하면서 우르르 몰려들었다.

-아이, 정말 짜증나네, 도대체 조민우 선배는 정말 너무한 것 아냐? 도대체 나이 값을 못한다니까!

-쯧쯧, 동인이 너 불만이 많구나.

-야아, 너무 그러지 마라. 내가 보기에 좀 욕 나오더라. 아니 하필이면 그 많고 많은 애들 중에 우리 과 퀸을 건드려? 우와, 두 사람 나이가 몇 살 차이야! 그러면 진짜 욕먹는다. 날강도가 아니고.

-너무 좀 그러지 마. 보기가 좀 그래. 그거야 현주 마음 아니야? 현주가 좋으면 다 된 거지. 열 살이면 어떻고, 스물 살이면 어떠냐?

-야아, 너 말이라고 아냐? 나이 차이가 몇 살 나는 줄 알아? 그 개새끼는, 정말 내가 어떻게......., 아니, 크흠, 최민우 선배 때문에 돌겠다니까.

“.......”

조민우는 그렇지 않아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서 화들짝 최현주와 떨어졌다가 자신을 그냥 막 씹어대면서 들어온 김동인과 딱 두 눈이 마주치자 입을 다물었다.

그도 물론 상대가 마지막에 성희롱(?)을 한 것을 알았지만 뭐라고 하기는 힘들었다. 아니 최민우라고 하는데, 뭐라고 하겠는가?

다만 잔뜩 눈살을 찌푸린 채 그의 눈치를 살피는 네 명의 후배들을 힐끗 쳐다볼 따름이다.

다행이 그들 중에는 꼭 그렇지 않은 이들 한 사람이 포함되어 있었다.

바로 조지훈이었다. 그는 이상한 분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조민우에게 아는 척을 하려고 했다.

“아, 선배님, 여기 있었군요. 공통 프로젝트 때문에 여기.......,어? 현주잖아?”

최현주는 얼굴을 빨갛게 변한 것을 숨기기 위해서라도 얼굴을 돌리고는 냉정하게 소리쳤다.

“지금 우리 시뮬레이션 때문에 좀 정신없어서 그래. 나중에 이야기 하자!”

다소 살얼음이 끼어 있는 차가운 말이었다. 평소에 어떻게 상대를 대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조지훈은 이내 움찔하고는 뒤로 물러나서 다른 세 친구를 쳐다보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세 놈은 눈치가 생각보다 없지는 않았다. 그들은 이내 수상한 눈으로 두 사람을 왔다리갔다리했다.

컴퓨터실에 문을 잠그고, 아니 문을 닫고 두 남녀가 같이 있었다?

뭔가 좀 이상하지 않는 가?

그렇다고 뭐라고 하겠는가?

아니 남녀가 그냥 자기들 좋아서 같이 있는 것을.

세 명은 정말 분한 표정이었다. 자신의 여신이나 마찬가지인 최현주를 도둑맞았다는 느낌에 이를 으드득 갈고는 조민우를 째려보기까지 했으니까.

============================ 작품 후기 ============================

상황이 참....

마음에 든다?

1. 그렇다.

2. 아니다.

3.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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