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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마법사-26화 (26/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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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이 바로 고등술수야, 현주를 유혹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란 말이지. 저런 식으로 하면 정말 욕얻은 먹는 거지. 순진한 현주 꼬셔서 어떻게 따 먹겠다는 이야기잖아?)

(쯧쯧, 너도 그런 생각을 했으면서.......)

(쉬이!)

이런 의혹이 섞인 이야기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이냐? 그렇지는 않았다.

여기에 트랜지스터마저 추가되어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 개, 두 개가 아니었다. 쭉 달아서 단계별로 늘어나기 시작 했다.

한 개, 두 개는 그냥 봐줄 만했다.

하지만 그것이 네 개, 다섯 개가 되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열 개가 넘어가면 일반적인 사람 머리로는 해석이 쉽지가 않았다. 다만 근사적인 해석은 가능하다. 그렇다고 그것을 쉽게 할 수가 있느냐? 그렇지는 않았다. 매우 복잡한 수작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당연히 조민우가 지금 하는 것처럼 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재미를 붙이자 이 세 가지 요소가 서로 조금씩 섞이기 시작했다.

저항, 커패시터, 트랜지스터가 같이 연동된 아주 복잡한 회로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도대체 숫자가 몇 개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아주 복잡한 회로였다.

해석은 일단 별개의 문제였다.

도대체 뭔 놈의 회로인지 조차 구분이 모호했다.

“!”

최현주는 이제는 입을 딱 벌리고 멍하니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초반에 가진 부정적인 인식이 이제는 의혹으로 바뀌어갔다.

다른 세 사람은?

다른 것이 없었다.

“!”

그들 역시 안색을 찌푸린 채 멍하니 이 모습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조민우가 정신을 차린 것은 바로 이 순간이었다.

“흐음, 이제 좀 알겠군!”

최현주는 화들짝 놀라서 바짝 얼굴을 들이밀었다.

“네?! 뭐, 뭘 알겠다는 말이죠?”

갑작스러운 질문. 조건 반사적인 대답이 그냥 저절로 흘러나왔다.

“아, Pspice가 어떻게 동작하는 지, 감을 잡았어. 잘만 하도 나도 이 정도는 만들 수가 있을 것 같아.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 Pspice가 가지는 한계를 뛰어넘는 툴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지!”

최현주는 묵묵히 듣고만 있다가 마지막에는 정말 경악해서 소리쳤다. 여자의 직감으로 보기에 농담으로 들리지 않은 탓이다.

“네?!!!!”

“아!”

조민우는 그제야 자신의 주변에 바짝 붙어서 입을 살짝 벌리고 있는 최현주와, 나머지 김동인 패거리가 수상쩍은 시선을 발견하고는 아차 했다.

조금 전에 자신이 한 말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누구보다 그 스스로가 잘 아는 탓이다.

Pspice를 만들 수가 있다니?

애시 당초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지.

그것이 말이 되는 가?

아니 그것까지 그렇다고 하자. 뭐? 이것보다 더 뛰어난 시뮬레이션 캐드 툴을 만들 수 있다고?

“저, 저기, 서, 선배님, 이런 말하기는 좀 그래요. 거런데 저, 정말 진담으로 하신 말이에요?”

그는 상황이 이상하게 또 흘러가서 괜한 욕먹을 것을 염려해서 살짝 말을 바꾸었다.

“아니!”

“.......”

“-_-;”

“-v-;”

“-_-;”

“-_-;”

조민우는 솔직히 자신이 변명을 했지만 그다지 믿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이 한 행동도 있고, 조금 전에 한 말이 있는 탓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냥 이대로 인정하면 또 무슨 이야기를 나올지 알 수가 없었기에 대충 마무리 형태로 이야기를 매듭지었다.

“하아,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네? 아직 과제는 전혀 하지 않았는데요?”

“아? 그거. 그것은 내일부터 하려고. 오늘은 대충 Pspcie 감만 잡았으니, 되었잖아?”

벌떡.

그는 이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최현주에게는 간단한 안부와,

“현주야, 난 먼저 간다.”

다른 후배들에게는 살짝 협박 한 마디만 남기고는 후다닥 도망쳤다.

“야, 김동인, 너 진짜 앞으로 조심해라. 자꾸 그 따위로 나오면 그냥 안 둔다. 야아, 너, 여기 우리 과가 꽤 좁은 동네라는 것은 잘 알지? 그런 식으로 건방지게 나오면, 완전히 매장당할 테니까.”

2장 캐드

조민우의 행동은 어떻게 보면 잘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갑자기 작업을 하는 중에, 그것도 제대로 된 작업은 하지도 않고, 중간에서 그만 둔 것이니까.

최현주가 워낙에 갑작스러워서 뒤를 쫓아가지 못할 정도라면 말을 다했다.

이런 그의 행동은 엄밀히 말해서 지금 자신이 조금 전에 얻은 깨달음을 정리한 시간이 필요해서 도망친 것이었다.

괜히 옆에서 있으면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 역시나 이런 정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는 실제로 조금 전에 경험을 토대로 하나하나 차분하게 정리하면서 몇 가지 사실을 얻을 수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는 누구나 짐작이 가능했다.

‘금반지를 적절하게 이용하면 뇌의 능력을 빨리 키울 수가 있다.’

이것이 가장 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얻은 점은 역시나 캐드 툴에 관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 하고 생각했다.

한 꺼풀만 넘겨보면 상황이 달랐다.

지금 자신이 어느 정도 감은 잡은 Pspice.

이것과 동일한, 아니 오히려 기능이 월등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잘 팔릴까?

‘당연히 잘 팔리겠지.’

그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 이런 식의 전문화된 툴은 생각보다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 일반적으로 만들기가 어려운 탓이다.

당연히 판매 가격은 수 백 만원, 아니 수 천 만원을 호가했다.

하지만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얼마나 믿을만한, 아니 신뢰를 얻을만한 툴을 만들 수 있느냐? 그것이 더 큰 문제였다.

더욱이 이것이 상품이 된다면?

‘결코 간단한 것이 아냐.’

조민우는 당연히 이 문제에 대해서 아주 심각하게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물론 지금은 과거와는 달리 여유는 아주 많았다.

그래서 굳이 급하게 무슨 일정을 가진 것도 아니고, 딱히 이 일을 본격적으로 해보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곧 있어서 한 사람의 대구 방문을 받자 마냥 그렇게 생각할 수만은 없었다.

딸랑.

대구 중앙로 근처의 한 커피숍 문을 열고 들어온 그는 그다지 변함이 없었다. 아 그렇다고 전혀 달라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과거에 비해서는 여전히 바싹 마르고, 키도 외소 했지만 눈빛만은 오히려 과거에 비해서 더욱 광채로 반짝였다.

“아, 사장님, 안녕하세요. 요즘 어떻습니까?”

“저는 늘 그렇죠. 설마 대구까지 내려오시다니. 도대체 왜 그러는 지 모르겠습니다. 정성일 부장님은 어떻습니까? 새로운 직장을 구한 것으로 대충 들었는데요?”

정성일 부장은 그다지 대수로운 것이 없는 사람마냥 좀 과장스럽게 웃었다.

“하하하, 그냥 잠깐 몸만 담그고 있는 겁니다. 사장님이 다시 복귀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제가 오죽하면 사장님을 압박하려고 이렇게 대구까지 내려왔겠습니까?”

한 마디 말이라도 이런 말이 들자 마냥 쉽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조민우는 정말 부담스러운 수준을 넘어서서 오히려 심한 압박감마저 받자 좋다기보다는 당혹스러웠다.

“하아, 정성일 부장님, 다시 말하지만 저는 지금 대학교에 복학해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사업을 한다는 말입니까?”

하지만 정성일 부장이 내놓은 생수 품질 검사 결과를 떡하니 내놓자 이렇게 부정할 수만은 없었다.

“이것을 보면 생각이 좀 달라질 겁니다.

“네? 서, 설마 10단계 생수가 처음에 보낸 것 중에서 5단계가 제가 처음에 보낸 것과 비교해서 효과가 큰 차이가 없다고요?”

“네, 이 결과만 보면 지금 기존에 생산하고 있는 물량을 다섯 배 정도 물량으로 늘려도 상품에 하자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지금 당장 생산하고 있는 물량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섯 배라?

정확히 피티 물량으로 치면 3,000개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었다.

돈으로 환산하면 3백 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하루에 3백 만 원이다.

한 달이면 9천 만 원이라는 말이 된다.

1년이면 10.8억이라는 순이익이 생긴다는 말이다.

거의 11억.

일 년이면 당기 순이익이 11억이라.

“.......”

조민우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다는 말인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과거 한창 전성기 시절에도 매출은 많았지만 실제 당기 순이익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질적으로 봐서는 더욱 전망성이 있다는 사업이라는 이야기가 되었다.

정성일 부장이 자신이 지금 새로 들어간 직장을 내 팽개치고 내려올 만한 일이었다. 설사 금반지에 대한 것을 모른다고 하더라고 그렇다는 말이다.

물론 그는 조심스럽게 조민우 눈치를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대학교에 복학한 상황이 아닌가? 괜히 자극해서 오히려 부스럼을 내는 것은 아니한 만 못한 일. 더욱이 그가 조민우 성격을 모를 리가 없었다.

일단 한 걸음 물러났다.

“아, 물론 제가 그렇다고 무조건 사업을 다시 시작하자?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조민우가 이런 그의 내심을 모를까? 그렇지는 않았다. 그가 이제까지 겪어본 정성일 부장은 생각보다 능구렁이였으니까.

“정 부장님.”

“네?”

“제발 그러지 마세요.”

“무슨 말씀이신지?”

그는 서울에서 대구까지 내려온 사람이 이런 식으로 시치미를 떼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니 오히려 상대가 귀엽기까지 했다. 상대 나이를 감안하면 실로 있을 수가 없는 일이지만 근본적으로 자신은 사장인 탓이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정성일 부장이 같이 이 일을 하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입니다.”

“흠, 그래요?”

“네, 지금은 아닙니다. 일단 제가 몇 가지 상황을 더 검토하고 나서 그 때 다시 이야기 하는 것으로 했으면 합니다.”

정중하면서 상대를 배려한 말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믿지 못한다는 것을 오히려 상대를 모욕하는 일이다. 정성일 부장은 결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좀 아쉽기는 합니다. 하지만 사장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가 없죠. 하지만 한 가지 다짐은 정말 받고 싶습니다.”

조민우는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다짐이라니요?”

“사업을 필히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 그 한 마디 말씀만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는 정말 부담스럽기도, 황망하기도 하고, 감정이 뒤죽박죽이었다.

“끄응, 그게 그렇게 중요합니까?”

정성일 부장은 이내 몸을 앞으로 살짝 내밀면서 정색한 단호하게 소리쳤다.

“이것은 저의 뜻만이 아닙니다. 다른 직원들 역시 아직도 사장님이 복귀하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L그룹 개새끼들에게 제대로 복수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

조민우는 입을 다물고는 침묵을 지켰다. 상대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다. 솔직히 분하기는 그들보다 그 자신이 더하니까.

하지만 L대기업을 상대로 해서 복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정성일 부장은 이런 그의 생각과는 좀 달랐다.

아직 잊지 않고 있었다.

“뭐 이런 이야기하면 기분이 이상할 겁니다. 하지만 상장만 했으면 제가 가진 권리에 따른 주식을 행사할 수가 있었고, 제가 스카이 회사에 흘린 땀에 보상을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노력이 한 순간에 날아가 버렸습니다. 제 인생의 삼년 이라는 시간이 그냥 허무하게 사라진 겁니다.”

이것은 진짜 심각했다. 아니 이것은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부담스럽다? 그런 차원이 아니다. 그야말로 죽기, 알이면 살기라는 필사의 각오가 담겨 있었다.

조민우도 지금까지 대충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지만 이런 상대의 절박한 의지에 결국 두 손을 들었다.

“휴우, 좋습니다. 제가 졌습니다.”

“그, 그러면 바로 시작하는 겁니까?”

“......”

아니 무슨 말을 어떻게 저런 식으로 해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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