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9 회 -- >
“네!”
조민우는 꽤나 단호한 반대에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별다르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지.”
최현주는 물론 바로 내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마침 자신이 생각한 것을 바로 이야기 해준 것이다.
“조금 전에 말한 제 친구요. 걔는 내일 소개시켜줄게요. 한 번 보고 마음에 들면 같이 일하는 것으로 해요. 마침 최근에 아르바이트 구하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는 그제야 조금 전에 그녀가 말한 의미를 떠올리고는 혹시나 했다.
“흐음, 그래? 혹시 여자야?”
“네, 맞아요. 꽤나 성깔이 있어서 남자 보는 눈도 장난 아니거든요. 아마 오빠는 쳐다보지도 않을 거에요.”
조민우는 은근히 자신을 구박하는 그녀를 보고는 피식 웃었다.
“아니, 왜 그렇게 생각해?”
“아, 딱히 오빠에게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에요. 개는 다만 키 작은 남자는 싫어하거든요.”
“허? 내가 그렇게 작은 편은 아닌데?”
“아 개가 기준으로 삼는 키 기준이 180이에요. 그 이하면 무조건 작은 거에요.”
그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실소를 지었다.
“그것은 좀 너무 한 것 아냐? 180 이하가 전부 숏 다리란 의미인데, 도대체 자신은 얼마나 크기에 그런 소리를 하는 거지?”
최현주는 그제야 자신의 의도한 대로 그가 자신의 친구에게 반감을 가졌다고 확신하자 밝게 미소 지었다.
‘이 정도면 두 사람은 잘 될 리가 없겠지?’
“저랑 비슷해요. 다만 저랑은 틀려서 아무래도 좀 그런 면이 심해요. 무슨 말인지 알죠?”
조민우가 힐끗 내리라고 눈치를 주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바로 옆 좌석에 앉아서 뭔가 자신의 이모저모를 살피는 그녀의 태도에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이 훤히 보였다. 도대체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지 알 수가 없었다.
“걱정 마.”
“그러면 낼 봐요.”
“응.”
“참 어디서 볼까요?”
그는 그제야 그녀가 자신의 친구까지 데려온다는 것을 깨닫고는 잠깐 고민해보았다. 괜히 쓸데없이 학과 내에서 잠깐 서로 얼굴을 보는 것뿐인데, 오해를 사고 싶지는 않았다.
더욱이 조민우는 한 가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떠올리자 곧 적당한 약속 장소를 생각해낼 수 있었다.
‘맞아, 캐드 관련해서 자료를 찾아봐야 하잖아? 더욱이 공통 프로젝트 관련되는 것도 있으니.’
“오후 01:00에 중앙 도서관 일층에서 보자, 아무래도 찾아야 할 책이 있으니까.”
“중앙 도서관요? 찾아야 할 책요?”
그는 굳이 캐드 관련된 내용에 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내저었다.
“그냥 공통 프로젝트 때문에 잠깐 찾아야 할 책이 좀 있어서.”
“아, 그래요? 알았어요. 그러면 내일 도서관에서 보죠.”
“그래, 조심해서 가.”
“네, 민우 선배도요.”
조민우는 곧 최현주가 떠나는 모습을 잠깐 쳐다보았다가 이내 봉고차를 출발시켜서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가는 중에도 웃음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그나마 그녀가 옆에 있어서 외롭지가 않았다.
어떻게 보면 혼자 일을 했다면 어떠했을까? 라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새삼 그녀가 고마웠다.
특히 성격적인 면이 너무도 부담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육체적인 관계로 넘어가는 것 보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부담 없이 선을 그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았다.
‘오히려 더 편해.’
거기에 외모도 그 정도면 짱이지 않는가? 아니 짱이 무엇인가? 그 정도면 실로 너무도 아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조민우는 새삼 그런 최현주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서야 뭔가 좀 해줘야 하지 않나! 라고 생각했다.
‘뭐 선물 하나 정도는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참으로 즐거웠다.
스트레스 주는 일도. 받는 일도 없었다.
그저 이렇게 소소한 일상을 누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업할 때는 돈을 많이 벌었지만 막상 자신의 사생활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는 것을 떠올리자 새삼 이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집착이었어. 성공에 대한 집착일까? 도대체 성공은 무엇일까?’
조민우는 새삼 자신이 시작한 사업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졌는지 돌아보아도 남는 것이 없자 허무하기만 했다.
그렇게 보면 차라리 지금이 오히려 더 행복했다.
당장 올해만 해도 3.6억 순이익이 눈에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이것이 끝이냐?
그렇지는 않았다.
아마 적극적인 영업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만약 제대로만 한다면 이보다 수익이 최소한 10배 이상을 늘어난다고 봐야 했다.
‘다만 좀 위험을 감수해야겠지.’
조민우는 물론 여기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다시 몰려오자 일단 여기에서 생각을 접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집에 도착해서 침대에 누워서, 잠이 드는 순간에도 이런 상념이 머릿속에 떠나지 않자 고민이 되었다.
도대체 자신이 왜 캐드 개발과 같은 일을 하려고 한 것인지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았다.
물론 그는 이내 한 가지 상황을 떠올리자 마냥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L 기업이 잊었군!’
L 기업에 대한 것을 떠올리자 자연스럽게 복수심이 저절로 생겼다. 상대를 죽이고 말겠다는 의지마저 다시 부풀어 올랐다.
그것은 이내 상대한 대한 증오감으로 변해갔다.
스으으.
하지만 조민우는 이내 청량한 기운을 느끼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금반지인가? 그러고 보면 이놈의 정체도 꽤나 의심이 간다니까. 생각해보면 그 노인 역시 마찬가지여. 도대체 무슨 의도로 나에게 이런 기물을 준 것일까?’
물론 그는 상념에만 잠겨 있을 수는 없었다.
곧 깊은 잠으로 빠져 들어간 탓이다.
그는 다음 날에 일어나자 간단하게 세면 후에, 요기를 한 후에 곧 바로 대학 도서관으로 향했다.
사실 약속 시간은 오후 1시로 잡았지만 먼저 가서 일단 확인해볼 생각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
조민우는 복학 후에 처음으로 방문한 중앙 도서관 모습에 새삼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전에 비해서 증축이 되면서 5분의 1 정도가 늘어난 모습이 눈길을 끈 것이다. 더욱이 간간히 오가는 재학생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들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꽤나 밝았다. 확실히 자신이 휴학 내기전과는 사뭇 달라진 대학 내 분위기였다.
그는 간간히 이런 분위기에 다소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내젓고는 곧 바로 중앙도서관 건물로 들어갔다.
일층에는 놀랍게도 과거에는 없던 재학생 학생증 인식 기기가 있었다. 그 모양은 꼭 서울 지하철 통과할 때 사용하는 것과 비슷했다.
삐익.
조민우야 당연히 대충 짐작이 가는 바가 있기에 학생증을 대고는 안으로 들어서면서 힐끗 시선이 출입개폐기에 다시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설마 대학 도서관 내에 재학생 외에 들어오는 사람을 막기 위한 것일까? 도독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원인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과거에는 없던 것이었다.
새삼 대학이 삭막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는 물론 이런 상념을 곧 털어버리고는 일층 대학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자 곧 우측으로 쭉 빠른 걸음으로 나아갔다.
대충 캐드 관련되는 책자가 어디쯤 있다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과거에 이미 중앙 도서관이라면 지긋지긋할 정도로 온 적이 있기에 당연했다. 더욱이 간단하게 서가를 쭉 확인하는 것만으로 정확한 위치를 찾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다.
탁.
처음에 뽑아든 것은 역시 Pspice에 관련된 책자였다.
‘Pspice 이것만 알면 모든 것이 충분하다.’, ‘Pspice 초보자를 위한 기본서.’, ‘Pspice 초보에서 전문가 수준에 이르기까지.’가 당장에 눈에 보여서 한 번씩 뽑아 본 책이었다.
조민우는 아직 책에서 어떻게 Pspice를 어떻게 설명했는지 확인도 않고는 일단 이것을 뽑아들고는 곧 한 쪽에 책을 구독할 수 있도록 늘어서 있는 폭이 길어서 열 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자리 하나에 풀썩 안고는 천천히 책장을 열어보았다.
하지만 그는 불과 오 분을 채 넘기지 못했다.
탁.
이거 완전히 그냥 캡처 수준으로 설명해 놓은 책이잖아? 좀 더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책이 필요한데, 정말 짜증나는 군.
생각하면 할수록 시간이 아까웠다. 최소한 책을 편 사람이 어느 정도는 만족할 수준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한 것이 마냥 답답할 따름이다.
다만 조민우는 아직도 남은 책이 9권 가까이 있기에 그 중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목에도 신경을 써서 당장에 있어 보이는 ‘Pspice 초보에서 전문가 수준에 이르기까지.’를 펼쳐 보았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Pspice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이를 통해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꽤나 상세하게 되어 있었다.
흐음 나쁘지가 않군. 진작 이런 책을 먼저 폈어야 했는데, 원 쓸데없는 그림만 잔뜩 있는 책을 꼽아 놓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도서관 관리 사서에 대한 불만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조민우가 이런 사소한 것까지 대학 도서관 관리인에게 태클을 걸 정도로 쫀쫀하지는 않았다. 굳이 쓸데없이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원한 것만 일단 챙겨 가면 그 뿐이라는 것.
평소 그의 신조 중에 하나였다.
조민우는 이 때문인지 곧 쓸데없는 상념을 던져버리고는 계속 보는 책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오래 가지 못했다.
불과 십 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한 탓이다.
뭐야? 이거. 설마 앞부분만 상세한 거야? 뒷부분은 왜 이 모양이지? 삽화가 왜 이렇게 많아? 아니, 앞부분에 그 상세한 설명을 도대체가 어디로?
어처구니가 없는 사실이지만 정성이 꽤 들어간 책 제본은 딱 50페이지까지였다.
그야말로 독자를 낚기 위한 떡밥이었다.
나머지는 페이지는?
그냥 분량 채우는 용도로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허술했다. 아니 허술하다 정도면 참을 만 했다. 이것은 짜깁기 수준으로 이것저것 그냥 끼어 맞춘 느낌이 날 정도였다.
조민우는 설마 이런 식으로 책을 출판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믿기지가 않았다.
이거 설마 요즘 폐지 수준 가치로 하락한 장르 소설도 아니고, 너무 하잖아? 이런 식으로 조잡하게 만들어서 책을 팔았다니. 뭐야? 가격이 19,800원이라고? 이 개새끼들은 상식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그는 기본적인 기업 윤리조차 지키지 않는 출판사의 엽기적인 행동에 혀를 찼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머지 책은 괜찮았느냐?
그렇지는 않았다.
놀랍게도 그가 가져온 책 대다수가 처음에 본 두 권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었다. 물론 이보다는 약간 상세하게 들어간 것은 있었지만 그다지 큰 의미는 없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조민우는 책을 확인하면 확인할수록 이런 상황을 확신하자 정말 황당했다. 도대체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다는 말인가?
도대체 한국 출판사들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책을 출판했는지 그 출판사 사장 머리를 해부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에는 별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는 정말 절망이라는 말을 절로 떠올린 정도였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던가?
꼭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조민우가 Pspice 관련된 책자를 찾아봐도 답을 찾지 못하자, 곧 한 가지 다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바로 국내가 아니라, 국외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굳이 한글로 된 Pspice만 볼 필요는 없다는 의미이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영어로 되어 있는 책자 중에서 그냥 Pspice 책을 찾는다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그는 인내를 가지고 서가 하나하나 찾아 들어가다가 곧 Pspice와 관련되는 여러 책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중에는 ‘Paul Tobin's PSpice Books.’, ‘PSPICE and MATLAB for Electronics.’, ‘Introduction to PSpice for Electric Circuits.’, ‘Electronics: Basic, Analog, and Digital with PSpice.’ 등으로 꽤 많았다. 처음에 겨우 몇 권이 있을까, 아니 한 권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이런 심정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신했다.
조민우는 꽤 흡족한 미소를 한 채 자신이 일단 일차적으로 추린 책을 들고는 곧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서는 하나하나 책 내용을 살폈다. 처음에는 큰 기대를 가졌다. 책이 딱 봐서 하드커버로 디자인도 멋이 있었고, 두께도 꽤 나간 탓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하지 않던가?
이 정도로 신경을 썼다면 책 내용 역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속담에도 예외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에는 불과 십 분을 넘기지 않았다.
탁.
뭐, 뭐야? 이 책들은? 오히려 처음에 한국어로 된 책보다 더 허접하잖아? 양키 애들도 똑같아? 우와, 정말 기절하겠네!
어처구니가 없는 사실이지만 실제로 그러했다. 아니 도대체 책을 하드커버로 만들었으면 최소한 뭔가 Pspice에 관한 전문적인 내용은 들어가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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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실 순수한 대리만족에 가까운 글입니다.
새로운 도전은 대리만족용이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