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마법사-30화 (30/397)

< -- 30 회 -- >

도대체 이게 무슨 수작이란 말인가?

이렇게 단순히 책을 펴서 살펴보는 것만으로 시간이 아까웠다.

조민우는 짜증스러운 마음이 들자 그냥 나머지 책을 보지 않고, 포기할까 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책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예외란 늘 존재하는 것일까?

한 책만큼은 달랐다. ‘Paul Tobin's PSpice Books’ 는 다른 책과는 전혀 수준이 달랐다.

호오, 이것 봐라. 이것은 회로 이론, 전송 이론, 디지털 이론, 전자 소자, 아날로그 통신, 디지털 통신, 디지털 이론에 관한 것을 복합적으로 다루어 놓았잖아?

아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전자 공학에서 기본적으로 취급하는 거의 전반적인 이론에 관한 것을 전부 Pspice와 관련해서 상세한 설명이 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그가 찾는 레어 아이템이었다.

이 책이라면 충분했다.

딱 이것만 제대로 이해해도 그가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방향을 어느 정도는 잡을 수가 있었다.

물론 캐드 제작에 관한 것도 중요하지만 이 내용은 어떤 면에서 보면 공통 프로젝트에도 꽤나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조민우는 겨우 볼만한 책을 찾게 되자 그것을 붙잡고 씨름하기 시작했다. 물론 금반지의 도움이 이때는 확연하게 도움이 되었다.

스르륵.

굳이 자신이 따로 특별히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단순히 과도하게 머리를 굴리는 것만으로 조건반사적인 동작이 이어졌다.

물론 순간순간 고통이 이어진 것은 사실이다.

“으음.”

이것 역시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숙달이 되자 자연스럽기만 할 뿐이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시간이 흘러가자 고통이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응?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조금 전에 느낀 고통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잖아?

처음에 떠오른 것은 의문이었다.

물론 답을 쉽게 찾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조민우가 여기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할 정도로 과거의 둔한 머리가 아니었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특수한 단련(?)을 통해서 꽤나 머리가 자극받아서인지 머리가 깨면서 이해력이 점점 올라간 탓이다.

가만, 설마 이것 내 뇌가 발전하고 있는 건가?

바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기서 자신의 뇌를 MRI로 스캔해 볼 수도 없었고, 설사 그렇게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그다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있었다.

지금 책을 보고 있는 중에도 그다지 고통이 느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책이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느냐?

그것은 또한 아니었다.

조민우는 자신의 머릿속에 이전 회로 이론처럼 Pspice에 관한 이론이 쭈르르 들어오자 새삼 신기하기만 했다.

물론 그가 이해를 했느냐?

그것은 아니었다.

단지 지식적인 관점에서 머릿속으로 필요한 내용이 쭉 머릿속으로 들어온다는 것뿐이다.

지끈. 지끈.

간간히 통증이 없을 수는 없었다. 물론 일시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았다. 금반지가 딱 이 순간을 노려서 신기하게 고통을 그대로 없애준 탓이다.

특이한 한 가지 여기에 또 있었다.

이런 과정을 몇 번 하자 생기는 고통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조민우가 물론 Pspice 때문에 중앙 도서관에 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과정을 반복하자 이것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지금 상황은 꽤나 의미가 있었다.

‘점점 고통이 사라지고 있어. 설마 이런 식으로 내 뇌가 계속해서 발전한다는 말인가?’

그는 아무리 생각을 거듭해도 믿기지가 않았다. 그런 상황은 도저히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말이 좋아서 뇌가 계속 발전을 한다! 라고 할 수가 있다.

과연 그것이 단순한 의미일까?

그렇지 않다고 봐야 했다.

조민우 역시 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더욱이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머리가 더욱 영활하게 동작하는 것은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책 내용을 통해서도 확신할 수가 있었다.

그것은 실로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과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서 반복단계에 도달하자 이런 상념에만 매달릴 수는 없었다.

이제는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온 지식을 하나하나 확인해보는 것이 우선이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단순히 머릿속에 책 내용을 입력한 것에 지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조민우가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전자 소자에 대해서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기본적으로 머릿속에 넣은 지식은 크게 아날로그, 디지털 두 가지 관점으로 나눠진다는 것 정도는 금방 알아챘다.

이것은 물론 책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업하기 전에 회로 이론을 들으면서 이미 들었던 교수 강의 중에 하나였다.

조민우는 이것을 통해서 지금 자신이 머릿속에 넣어둔 지식에 몇 가지 선행적으로 알아야 지식이 먼저 있다는 것 정도는 금방 유추가 가능했다.

그것은 바로 디지털 이론, 디지털 해석, 공업 수학 등에 관한 것이었다. 물론 참고적으로 필요한 과목은 바로 미분 방정식에 관한 것이다. 사실 이 과목은 원래 수학과에서 전공으로 듣는 내용이라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한 번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는 여기까지 확신하자 곧 여기에 관한 책을 찾기 위해서 서가 목차를 확인 후에 곧 바로 이곳저곳을 근면한 일개미처럼 뛰어 다니면서 부지런히 책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제는 귀찮아서인지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싫었고, 아예 그 자리에서 한 번 확인해본 후에 마음에 들다 싶은 책만 선별적으로 골랐다.

멈칫.

하지만 조민우는 수학과 관련 미분 방정식에 관한 책이 있는 서가 안쪽으로 들어가다가 행동을 멈추었다. 아니 깜짝 놀랐다. 한 여대생이 딱 서가 중앙에서 길을 막고 있어서가 아니라, 한 가지 다른 사실 때문이었다.

바로 그 여대생이 힐끗 자신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시선을 돌리자 드러난 외모 때문이었다.

그녀의 외모는 놀랍다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했다.

짧은 커트 머리가 움직일 때 마다 꼭 나비가 부드럽게 날개 짓 하는 듯 살짝 흔들리는 모습이 보는 이의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은색 얇은 상의는 소재와 색상이 꽤 고급스러워 보였고, 품격을 어느 정도 보이면서 화려하지 않았다.

특히 소재 자체가 특이하게 구김이 없었고, 옷 위에 새겨진 한 폭의 희미한 물결무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마음을 편하게 했다.

그 뿐이냐?

그렇지는 않았다.

하체는 워낙에 길어서 흔하게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미인이 아니었다. 쭉 뻗은 늘씬한 허벅지를 보는 남자로 하여금 은근하게 색욕을 자극하는 면이 있었다.

그만큼 유혹적이라는 의미이다.

상체는? 비슷했다. 일반적인 절세미인(絶世美人)과는 차이가 심해서 대충 뒤태만 봐도 비교하기가 어려웠다.

여기에 옷 위에 살짝 걸쳐 있는 다른 옷 역시 무난했으면, 허리선을 의도적으로 꼭 맞게 하지 않았으며, 목 선 역시 지나치게 파인 옷이 아니라 다수 수줍은 모습을 보였다.

그야말로 한 폭의 눈부신 미녀도(美女圖)가 눈에 펼쳐진 것이다. 더욱이 연붉은 홍조를 머금은 양 볼에 살짝 팬 보조개. 아름답다 못해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당연히 이런 전체적인 느낌이 늘씬하면서 시원한 몸매와, 어울려져 보고 있는 남자의 시선을 떼기 어려운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

조민우가 여자의 외모에 흔들린 남자는 아니지만 이 정도로 믿기 어려운 외모에는 들고 있는 책을 그냥 떨어 뻔한 정도로 충격을 받고는 입을 다물었다.

도대체 이런 미인이 지금 여기 있는 것이 의아하기만 했다. 지금 수학과 관련된 서가 주변으로 거의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더욱이 하필이면 여기 딱 이 자리에 있는 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운 치고는 너무도 공교로웠다.

하지만 그가 그렇다고 처음 보는 여자에게 자세한 신상 내역을 물어보면서 치근거릴 정도는 아니었다.

“저기 좀 비켜주시겠어요?”

그녀는 외모와는 달리 서가 한 쪽으로 몸을 바짝 붙이고는 사근하면서 부드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아,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조민우는 물론 그녀가 비워준 통로를 따라서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갔지만 워낙에 통로가 좁아서 살짝 그녀와 몸에 스쳤다. 하지만 그는 이내 몸에 전기가 짜르르 흐르는 느낌에 흠칫 몸을 떨었다.

‘내가 이렇게 여자에게 굶주렸나? 이거 정말 뭔가 수를 내야겠어. 현주에게 정신을 사귀자고 하던지 해야지. 내가 요즘 여자에게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스스로가 자신의 행동이 한심하게 보인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래서인지 오히려 더욱 고르는 책에 집중해서는 필요한 책을 뽑아서 한 가득 품에 안고는 곧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물론 의문의 여인일 힐끗 그의 들고 있는 책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흥미를 잃었다.

도서관에 보면 저런 이들이 얼마든지 있는 탓이다.

‘딱 필요한 것만 보면 되는데, 쓸데없이 저런 식으로 물량으로 때우려하다니. 쯧쯧, 딱 그 수준은 내가 잘 알지. 공부 못하는 애들의 전형이니까.’

그녀 입장이 이러했다.

관계가 이어질까?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당연히 두 사람의 관계는 이렇게 끝나는 듯 보였다.

4장 아르바이트생

조민우가 의문의 아름다운 여인, 그것도 지금 봐서는 최현주와 비교해서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더욱 뛰어난 미인을 보았지만 이내 잊어버렸다.

지금 그는 쓸데없는 여자 문제에 정신을 집중할 상황이 아니었다.

지금 그가 뽑아온 책의 면면을 봐도 알 수가 있는 일이었다. 우선적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공업 수학에 관한 것이었다.

그가 모르느냐? 그렇지는 않았다.

바로 자신의 학과 내에서는 무려 3학기에 걸쳐서 배우는 내용이었으니까.

그만큼 범위가 넓고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는 특히 최근 들어서 앞부분은 다시 배우는 중이기에 어느 정도 눈에 들어왔지만 뒤 부분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했다.

‘너무 많아.’

너무 많다는 정도로 끝날까?

무려 1,800 페이지가 넘는 어마어마한 분량이었다.

도저히 단기간에 어떻게 하고 말고의 양이 아니었다.

순간 갈등이 생겼다.

아니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조민우가 아무리 만능 금반지(?)인지 불확실한 놈의 능력을 빌린다고 해도 이렇게 두께가 두꺼운 책을 한 번에 본다는 것은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당연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자신이 조금 전에 봤던 Pspice 내용을 쭉 떠올리는 과정에서 나온 수학적인 이론을 떠올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골치 아프네.’

그냥 단순히 공통 프로젝트를 할 목적이라면 이렇게 무식하게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만약 Pspice를 만들려고 한다면?

그것도 테스트 용이 아니었다.

상업적인 용도로 팔 목적이라면.

이 경우는 좀 다른 문제였다.

정확히 그 소자의 논리가 되는 기본적인 이론이나, 학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조민우 역시 누구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금반지 때문이 아니라, 이미 그가 자신이 사업을 결정하게 된 동기를 준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것인 탓이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결국 결론은 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어차피 이렇게 결론을 낸 바에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손에 낀 금반지를 힐끗 한 번 쳐다보고는 이놈에게 기원을 해야 했다.

‘부탁한다!’

사실 그도 금반지의 도움이 없다면 도저히 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정상적이라면 무려 3학기에 걸쳐서 봐야 할 공업 수학에 대한 초단기 숙독.

스르르.

하지만 조민우도 딱 한 페이지를 넘기고, 쭉 한 번 책을 읽는 것만으로 머리가 띵 하자 맥이 탁 풀렸다.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물론 그는 이내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대충 끝내고 싶지 않았다.

비록 사업을 실패했지만 이런 사소한 일조차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를 악물었다.

그는 다시 정신을 집중해서 공업수학 삼매경에 빠져 들어갔다.

스르르.

책을 보는 동작을 역시 일반적인 독서와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일반적인 독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참으로 대단한 일이었다.

아니 대단한 정도가 아니라 좀 유별난 면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간간히 지나가던 다른 재학생이 이런 모습을 보고는 질린 이들이 태반이었다.

-우와, 저게 뭐하는 짓일까?

-보면 모르냐? 공부하잖아?

-저게 공부하는 모습이야? 아무리 봐도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

-쯧쯧, 원래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전체의 흐름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해. 소소한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는 것이니까.

-흐흠, 그래? 하지만 책이 내가 보기에 30권은 넘는 것 같은데, 저 책이 전부 맥락만 잡아서 보는 거라고.

-당연하지. 저렇게 해서 큰 흐름을 잡고, 필요한 것만 정리해서 보는 것이 제대로 공부하는 거야.

-.......

어처구니가 없는 상대에 대한 원조였다. 짜증나서 그냥 모를 척할까 하다가 힐끗 그가 보고 있는 책 제목을 확인하고는 툴툴거렸다.

-공업수학 책을 저런 식으로 봐서 맥락을 잡을 수가 있다고? 그야말로 침팬지가 정석수학책을 볼 수가 있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냐?

“.......”

조민우도 힐끗 헛소리를 떠드는 재학생이 자신을 딱 겨냥해서 비웃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았다. 대충 자신의 유별난 행동을 좀 자제 해달라는 의미였으니까.

무시하면 무시해버릴 만한 일이다.

중앙 도서관 내에서 무슨 책을 보던지 상관이 없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도 눈치가 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 작품 후기 ============================

평정 테러 인정합니다. 다음 회차부터 연재 내용을 좀 요령껏 쓸 예정입니다. 전개 속도를 더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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