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1 회 -- >
자신이 있는 자리는 그야말로 지금까지 자신이 가져온 수십 권으로 책으로 잔뜩 늘어져 있었다.
이것은 그만 그러냐?
그렇지는 않았다.
그 모습이 얼마나 이상해 보였는지 조금 전에 우연히 지나친 여인조차 의도적으로 이런 그의 이상한 행동(?)에 다소 거부감을 느끼고는 그가 앉아 있는 테이블 가장 끝 쪽에서 앉아서 물끄러미 쳐다보기까지 했다.
그녀는 처음에는 그냥 한 번 지나치는 남자인가 하고 관심을 끊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사실 오늘 약속이 마침 중앙 도서관으로 잡혀 있었다.
그녀도 겸사겸사해서 혹시 볼만한 책이 있으면 보려고 몇 시간 일찍 미리 나왔다. 그런데 겉으로 보기에 복학생(?)의 특이한 행동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그녀는 특히 시간이 지나자 그가 수상해 보이기까지 한 행동을 보자 간간히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남자에 대한 관심은 없지만, 호기심을 느낀 것이다.
다만 그 뿐이다.
아마 이 정도에서 끝났다면 그녀도 곧 흥미를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을 발견하자 그럴 수가 없었다.
‘가만 필기를 안 하잖아?’
그가 책을 보면서도 적지 않은 것이다.
아니면 뭔가 요약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런 것조차 전혀 없었다.
이것은 그야말로 스캔 기기에 책을 불법으로 스캔하는 것처럼 일정한 속도로 페이지를 넘기기만 하자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것은 결코 책을 보는 행동이 아니었다.
여기에 의문이 있었다.
‘뭐지? 저 사람은?’
그녀는 쓸데없는 상황에 자신이 신경을 쓰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고혹적인 아미를 살짝 찌푸렸다.
아니 솔직히 그녀도 그를 쳐다보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사실 도서관에 와서 무슨 책을 본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은 탓이다.
여기까지라면 대충 이 정도에서 관심을 끊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녀도 지나가는 이들이 소곤거리는 소리를 통해서 그가 보고 있는 공업 수학이라는 것을 알자 인상을 찌푸렸다.
비록 관련학과는 아니지만 공업 수학이 뭔지 정도는 그녀가 아는 탓이다.
공업 수학 책은 절대로 독서를 위한 책이 아니었다.
‘익히기 위한 책이지. 결코 저런 식으로 봐서는 안 되는 책이기도 하고. 저것은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모욕이야!’
이런 생각이 들자 새삼 기분이 나빴다. 왜냐하면 그녀 자신의 전공이 바로 수학과인 탓이다.
도대체 수학을 얼마나 가볍게 보기에 저런 식으로 그냥 꼭 초등학교 교과서 보듯이 본다는 말인가?
자신의 자존심이 용납할 수가 없었다.
아쉬운 사실은 그녀가 그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운이 좋은 지 알아! 우리 과 후배였다면 그냥 반쯤 죽여 놓았을 텐데!’
그녀는 내심 기분이 나빴지만 스스로 다독거려가면서 참았다. 괜히 쓸데없는 일로 모르는 복학생에 화낼 이유가 없는 까닭이다.
하지만 그녀는 곧 조민우가 공업 수학 책을 다 끝내고, 뭐 본인이 생각하기에 다 보았다고 생각하겠지?, 하여간에 곧 다른 책으로 접어들 때 본 책 제목을 확인하자 자신이 눈을 크게 치켜떠야 했다.
‘어, 저것은 미분 방정식에 관한 책이잖아. 가만 우리 과 전공 교재로 사용하는 책이 맞는 것 같은데?’
당연했다. 자신의 과에서 사용하는 것을 선배들이 가끔 들고 다니는 책에서 본 모양이었으니까.
그녀는 책의 정체를 알자 설마 했다. 그녀가 아는 상식으로 저 미분 방정식에 대한 책 내용에는 생각보다 복잡한 부분이 많았고, 내용이 아주 어려웠다.
단순히 공업 수학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서, 설마 아니겠지?’
하지만.
스르르.
스르르.
조민우의 행동은 공업 수학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니 그는 오히려 공업 수학 볼 때와는 달리 이제는 얼굴에 깨달음의 미소마저 한 채로 보기까지 했다.
분명히 저 의미가 간단했다.
아 미분 방정식이 이런 것이었구나!
이런 표정이었다.
아니 세상에.
미, 미분 방정식을 그냥 읽으면서 이해를 한다니.
그것이 말이 되는 건가?
그녀는 당치도 않는 상황에 자손심이 상해서는 이제 보는 책을 팽개치고는 그를 가자미눈으로 째려보기까지 했다.
딱히 여자기에 그런 것이 아니라, 수학과이기에 가지는 자존심에 심대한 상처를 입은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후다닥 달려가서는 그냥 강제로 책을 빼앗아 버리고 싶었다.
‘하아, 하지만 그럴 수는 없겠지.’
하지만 그녀의 생각이야 어쨌든 조민우의 행동은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아니 시간이 더해갈수록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오히려 더욱 빨라지기만 할 뿐이었다.
미분 방정식 책 역시 1,400 페이지 가까웠지만 그다지 소용이 없는 분량이었다.
거의 삼 초에 한 페이지씩 넘기는데, 페이지 분량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스르르.
그렇다면 도대체 조민우는 어떻게 된 것일까?
그도 처음에 공업 수학을 볼 때만 해도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그는 이미 회로 이론 전공 책을 통해서 경험해보았기에 어느 정도 한계를 가진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회로 이론을 볼 때의 능력이었다.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다.
회로이론을 보고나서 한 가지가 발전했다는 것을 그도 뒤늦게 알아챈 것이다.
‘이해력이 늘었어. 아니 늘어난 정도가 아니야. 이전에 비해서 너무 많이 차이가 나잖아?’
조민우는 자신의 암기력뿐만 아니라, 그것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훈련을 통해서 이해력이 급격히 발전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상이 없느냐?
그것은 아니었다.
지끈.
지끈.
통증은 주기적으로 계속 이어졌다.
아마 뇌세포에 손상을 입었다는 느낌이 어렴풋하게나마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금반지는 결코 그냥 조용히 잊지 않았다.
스르르.
고통이 어느 정도 이상이 넘어가면 자연스럽게 금반지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경맥을 타고 흘러가서 뇌로 침투해서는 손상된 조직을 금방 복귀해버린 것이다.
여기서 끝이냐?
그렇지는 않았다. 일단 한 번 손상 후에, 치료를 거치면 그와 비슷한 정도로 암기를 하면 그다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점점 뇌세포가 발전을 하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우와, 정말 신기하네.’
조민우는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느끼자 새삼 놀람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가히 상상도 못한 변화였다. 뇌 변화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전을 거듭한 것이다.
신이 났다.
보는 족족 머릿속에 책 내용이 들어오자 어느 정도 성취감마저 느꼈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그가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자연스럽게 이와 비례해서 더욱 빨라졌다.
도저히 공업 수학 책을 보는 속도가 아니었다.
여기서 끝이냐?
그렇지는 않았다.
일반적으로 학문은 서로 연관되는 면이 아주 많았다.
공업 수학은 분명히 공대에서 사용되는 수학이지만, 그 근본이 되는 원리는 전부 수학과의 다양한 전공에서 배우는 것이다.
그런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미분 방정식이다.
따라서 공업 수학을 어느 정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미분 방정식이 무엇인지 정도는 금방 알 수가 있다.
미분 방정식 책은 수학과에서 사용할 정도로 근본적인 원리가 자세하게 해석되어 있는 책이지만 이미 공업 수학을 어느 정도 익힌 상태에서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물론 해석학 부분에서는 막힌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냥 책으로 카피해서 머릿속에 넣어버리는 상황에서.
의미가 없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것이 아니었다.
암기력이 더 커갈수록, 이해력 역시 이와 비례는 아니지만 점점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렇게 늘어난 이해력은 처음에는 바로 이해하지 못한 내용이라고 해도 곧 바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도움은 주었다.
자연스럽게 중복되거나, 연관된 내용이 나오면 그 다음에 이해할 수가 있었다.
‘아하, 그렇구나!’
조민우는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방식으로 미분 방정식의 해석학 부분을 하나하나 이해하면서 좀 더 깊은 의미로 수학을 들여다볼 수가 있었다.
이것이 끝이냐?
그렇지는 않았다.
그는 곧 디지털 이론에 관한 것으로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곧 그는 특이한 한 가지 학문을 접할 수가 있었는데, 바로 디지털 수학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그야말로 아날로그 관련해서 다룬 이론이고, 이것이 바로 디지털을 다룬 수학이라는 것이잖아?’
이렇게 어느 정도 디지털에 대한 감을 잡자 그 다음은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조민우는 이것을 통해서 디지털에 대한 이론에 감각을 하나하나 익혀가자 곧 한 가지 특이한 것에 대한 것을 금방 배울 수가 있었다.
바로 수치해석에 관한 것이다.
물론 디지털 수치해석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물론 이것을 통해서 곧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는 스스로 감탄했다.
‘아, 이것이 물론 Pspice를 이루는 프로그래밍 알고리즘과 관련된 것이었다니!’
하지만 그는 더 나갈 수가 없었다.
의혹에 가득한 음성이 들려온 탓이다.
“민우 선배, 뭐해요?”
“응?”
조민우는 그제야 화들짝 놀라서 정신을 차린 후에 머리를 들자 허리에 양손을 떡 하니 걸친 최현주가 황당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가르치는 바로 볼 때. 결론은 아주 간단했다.
“아, 이 책들은 그냥 참고로 해서 보는 거야.”
“흠, 정말이에요?”
하지만 그녀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공대생이기에 그런 지, 아니면 워낙에 예민한 여자기에 그런 지 알 수가 없지만 이리저리 펴 놓은 책을 한 번씩 살펴보기까지 했으니까.
“어? 이것은 도대체 무슨 책이에요?”
조민우가 그녀가 들고 있는 ‘Pspice’ 관련 책을 보자 내심 뜨끔했지만 과거 사업 경험(?)을 살려서 능청스럽게 둘러댔다.
“아, 그것은 그냥 참고삼아 보는 거야. 주로 Pspice 관련 되는 것이니까.”
“아니 도대체 이렇게 많은 책이 단순히 Pspcie 때문에 보는 거라고요?”
“아, 원래는 공통 프로젝트 때문에 보기 시작했는데, 보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 그래서 그런 거야. 찾다 보니, 그런 식으로 책이 많이 쌓은 것뿐이야.”
하지만 최현주는 이내 디지털 관련 책자를 들어 올려서 그에게 내밀었다.
“이것은요?”
“그것은.......”
조민우는 계속 자신에게 들러붙어서 귀찮게 질문하는 그녀가 귀찮아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상대의 반응이 너무 극단적이어서인지 말 꼬리를 흐렸다.
하지만 그도 이런 식으로 계속 상대에게 압박을 받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좀 너무 한 것 아냐? 왜 그런 식으로 꼬치꼬치 캐묻고 그래? 상식적으로 대다수 사람들은 그냥 보는 가하는 것이 정상인데.”
최현주는 사실 틀린 이야기가 아니기에 그제야 자신이 너무 지나쳤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툴툴거렸다.
“치이, 그냥 해본 소리에요.”
하지만 조민우도 여기에 대해서는 그냥 바로 넘어가지 않았다. 지금 때문이 아니었다. 앞으로 계속해서 설명하기 힘든 상황이 부지기수로 마주할 상황을 염려한 탓이다.
“앞으로는 조심 좀 했으면 좋겠어. 전에 보니, 필요 이상으로 너무 알려고 하더라.”
그 놈의 잔소리. 최현주도 요즘 그와 있다 보면 저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알기에 불만스러웠다.
“에이, 알았다니까요.”
“하하하, 그래. 이 정도로 하자. 참, 일찍 왔네? 약속 시간은 아직.......”
“무슨 소리 하는 거에요? 제가 약속 시간에 딱 맞추어 도착했는데요.”
조민우는 그제야 시간을 확인하고는 이내 깜짝 놀랐다.
“어? 진짜네, 우와, 벌써 오후 1시 5분이잖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났나?”
“쯧쯧, 선배 점심도 안 먹었죠?”
“그게 좀......”
“에휴, 알만 해요. 알만 해. 야아, 그런데 선배님 공부할 때 보니까. 장난 아니네요. 누가 와서 엎어가도 모를 것 같아요.”
“그만 좀 하자.”
“치이, 알았어요.”
“그런데 소개해준다는 사람은?”
“아, 여기 벌써 와 있을 텐데.......”
하지만 최현주는 자신이 원래 약속한 사람을 찾기 위해서 돌아볼 필요도 없었다. 조민우에 대해서 아주 부정적인 첫인상(?)을 가지고 있는 여대생이 이미 최현주를 발견했기에 눈치만 보고 있다가 그제야 기회가 왔다고 판단하고는 후다닥 뛰어온 것이다.
============================ 작품 후기 ============================
이 정도 전개 속도면 오케이죠?
(* 새로운 도전 1,2권이 이런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1. 그렇다.
2. 아니다.
3. 기타.
참고로 새로운 도전 606회차 부터 이런 방식이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사실 기존 시장에 쟝르 시장에 다 이래요.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