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2 회 -- >
“현주야, 나 벌써 왔어.”
“오, 현진이구나. 일찍 왔네. 여기는 바로 내가 오늘 소개하려고 한 조민우 선배님이야.”
물론 민현진은 이미 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지켜보았기에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도 설마 아르바이트할 회사 사장인지는 몰랐기에 복잡한 심사를 한 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조민우가 오히려 이미 서가에서 만난 적이 있기에 입을 먼저 열었다.
“아, 이것 참, 설마 당신이 오늘 소개받은 아르바이트생이었다니. 정말 놀랍네요.”
“저, 저도 만찬가지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민현진이라고 합니다.”
“아, 저에 대한 소개는 대충 된 것 같으니 생략하죠. 그런데 정말 아르바이트 할 생각이에요?”
“왜요? 저는 아르바이트 하면 안 되나요?”
“아니 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조민우는 이내 말꼬리를 흐렸다. 그도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녀의 너무 뛰어난 외모 때문에 생긴 선입견으로 바라본 것이다.
민현진 역시 눈치가 빨라서인지 이런 점은 분명히 해두었다.
“여자라고 해서, 아니면 무슨 다른 신체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해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한 것 아닐까요? 누구라도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저는 정상적이라 생각해요.”
똑 부러진 이야기였다.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드러낸 모습이었다.
좀 어떻게 보면 차가운 면모가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외모 때문에 그런 것일까?
그것은 확실치가 않았다.
다만 조민우도 몇 마디 나누지 않았음에도, 벌써 피곤함을 느끼자 절로 안색을 찌푸렸다. 최현주도 요즘 들어서 같이 있으면 피곤하다는 것을 느낄 정도였다. 그런데 이것은 최현주보다 더욱 심했다.
‘난감하군.’
딱 봐서는 같이 일하기에 오히려 부정적이기만 했지 긍정적으로 보이는 것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몰라. 연애 상대라면? 아니 섹스 파트너라면? 그런 경우라면 그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경우였지만.
민현진은 의외로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인지 태도가 더욱 냉랭하기만 했다.
“저는 제가 받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일하고 싶습니다. 그 뿐입니다. 굳이 제가 여자이기에, 그렇지 않으면 현주와 친하기에 특별대우를 받고 싶지 않습니다.”
아 정말 짜증났다. 도대체 무슨 말을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일까?
조민우가 얼마나 답답해서인지 은근히 후회라는 감정이 가졌다. 하지만 옆에서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웃음을 참고 있는 최현주를 보자 안색을 찌푸렸다.
대충 감을 잡은 것이다.
그는 왜 최현주가 민현진을 같이 일하는 상대로 소개했는지 금방 알 수가 있었다. 바로 너무 계산적이면서 차가운 성격 때문에 대인 관계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본 것이다. 더욱이 저런 성격이라면 조민우와 무슨 일이 생긴다? 그럴 리는 없다고 보았다.
‘하아, 기절하겠군.’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는 자신이 먼저 거절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일단 시급에 대한 이야기부터 먼저 해 주었다.
“뭐, 알았어요. 아마 시급은 육천 원으로 할 겁니다. 정상 근무 시간외 야간 수당은 따로 팔천 원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하루에 8시간 기준으로 하면 5만원으로, 30일 기준으로 치면 150만 원 정도 됩니다.”
“!”
민현진은 너무 많은 시급에 깜짝 놀랐다.
한 달에 150만원.
결코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자리가 아니었다.
그녀가 얼마나 놀랐던지 최현주를 다시 돌아보기까지 할 정도였으니까.
끄덕끄덕.
이해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특히 그의 특이한 행동을 보았기에 더욱 그런 면이 있었다.
‘우와, 도대체 이 사람 정체가 뭐야?’
하지만 그녀의 생각이야 어쨌든 조민우 일행은 더 이상 도서관에 있을 수가 없었다. 같이 이야기 나누기에는 맞지가 않는 장소인 탓이다.
그들은 곧 중앙 도서관을 나섰다.
조민우는 민현진와 간단한 첫 만남에서 꽤나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하지만 이것은 그만 그러냐?
그렇지는 않았다.
비록 너무 경황이 없어서 넘어 간 사실이지만 민현진은 이미 그가 가진 특이한 능력의 일부를 체감 적으로 본 것이 사실인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제시한 아르바이트 급료는 그야말로 정상적인 중소기업 회사 급료와 큰 차이가 없는 탓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결국 중앙 도서관에서 나오자마자 호기심 때문에 곧 바로 입을 열었다.
“그러면 제가 해야 할 일은 피티에 생수를 넣어서 냉장고에 보관하거나, 그것을 업체에 납품하는 일만 하면 된다는 이야기인가요?”
조민우는 자신의 간단한 설명에 그녀가 알아채자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간단하죠.”
“그런데 시급이 6,000원이라는 말이에요?”
“왜요? 너무 작아요?”
“아, 아뇨,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요.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이 정도는 아니거든요. 더욱이 시간외 수당이라니. 좀 믿기지가 않아요.”
“하하하, 간단해요. 저는 편의점 주인이 아니니까.”
뭐 이렇다는 데 무슨 할 말을 하겠는가?
다만 민현진은 하도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최현주에게 눈치를 주었지만 모른 척할 따름이다.
결국 지금 당장은 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뭐가 이상해! 더욱이 도서관에서 그 행동은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정말 자신이 본 그 책 내용을 알고 이해했다는 말인가? 조민우씨에 대해서 너무 잘 모르니, 그것에 관해서 물어보기도 좀 그러네.’
뭐 그녀의 생각이 어떠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들의 첫 만남 이후에 이어진 대화는 이렇게 간단히 끝이 났다.
하지만 주변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그렇지는 않았다.
조민우는 딱히 급한 것도 없고, 이미 사업 경험이 풍부해서 그렇게 서두르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걸음을 걸어도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빠르게 행동할 이유가 없었다.
터벅터벅.
그야말로 팔자걸음으로 쭉쭉 늘어진 걸음이었다.
평소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문제가 되었다.
그가 워낙에 느린 걸음으로 걷자 간간히 두 여인이 서로 엇갈려서 그의 양 쪽으로 딱 배치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당연히 지나가는 사람의 눈치를 끌 수밖에 없었다.
-우, 우와, 저, 저게 뭐야? 내 눈이 환상을 보고 있는 거야?
-병신아, 보면 몰라. 제 민현진이잖아! 너는 수학과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면서 모르냐?
-어라? 그래?
-그래, 임마. 지난달에 우리 대학 전체 퀸카로 뽑혔잖아? 그런데 본인이 신청한 적 없다고 해서 거부해서 탈락한 특별한 케이스지. 나중에 알고 보니까. 친구(?) 한 사람이 몰래 사진을 올렸는데, 그것 때문에 난리가 났을 정도이니까.
-아니 왜?
-초상권 침해라고! 고소 드립 나오고 장난 아니었지.
-헐? 저, 정말이야.
-그래, 다른 여자와는 좀 틀린 것 같더라.
하지만 이런 이야기만 있느냐?
그렇지는 않았다.
-그러면 반대편에 있는 재는 뭐야?
-글세, 많이 본 얼굴인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네. 그런데 재도 장난 아니다. 민현진에 비해서 다소 좀 떨어지는 것 같지만,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으니.
-야아, 저게 떨어지는 거야?
-뭐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지. 우리 눈에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니까.
-하긴.
이런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특이한 사실은 여기에 있었다.
대다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두 여인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오히려 조민우에 대해서는 마치 그 영상을 필터링이라도 한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는 점이다.
조민우도 물론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괜히 무시당했다는 기분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두 여인 사이에 있으니.
상대적으로 무시당해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본 다른 재학생들이 그가 두 여인의 연인이 아니냐?
이런 생각은 아예 다들 하지도 않았다.
이성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본 탓이다.
‘어이가 없군.’
그는 그래서인지 평소와는 달리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는, 물론 중간에 따가운 눈총(?)을 받았지만, 곧 간단하게나마 생수 회사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민현진은 물론 어느 정도 설명을 듣고는 딱 한 마디로 결론을 내려주었다.
“알았어요. 일하겠습니다.”
조민우가 오히려 썩 내키지 않았지만 최현주 눈치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흐음, 알겠습니다.
5장 생수 판매 증가
조민우는 이렇게 해서 민현진 입사, 아니 아르바이트 채용을 끝내자 곧 다음 날부터는 그녀에게 출근하라고 전해주었다.
그는 사실 이 때만 해도 그녀 채용에 대해서 긴가민가한 면이 생각보다 너무 많았다.
거기에 당연히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성격 문제였다.
너무 앞뒤가 꽉 맞힌 성격은 그야말로 조직 생활을 전혀 해보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녀가 문제가 되느냐?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가 더 피곤하니, 문제지. 경험이 없어서 말을 함부로 하면 그 스트레스를 내가 다 받아야 되잖아? 그것만큼 피곤한 일도 없는데.......,그렇다고 대놓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잔소리도 할 수가 없잖아? 여자 직원이 그런 면에서 보면 정말 짜증난다니까.’
단순한 추측이냐?
그렇게 볼 수는 없었다.
조민우는 이미 전에 망한 회사 경영을 통해서 이런 미묘한 직원과의 갈등 때문에 마음고생을 꽤 해보았기에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에 다른 아르바이트생을 고르기에는 문제가 너무 많았다.
바로 신뢰 때문이었다. 차라리 다소 성격에는 문제가 있지만 오히려 이런 점에서 보면 민현진이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것이다.
‘나중에 뒤통수 칠 사람은 아니니까.’
두 번째 문제는 너무 튀는 외모 때문이었다.
사실 최현주가 평범한 외모였다면 문제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두 여인 모두가 상식적인 수준의 여대생과는 좀 많이 달라서 정말 곤란했다.
뭐 그렇다고 그가 민현진이 싫으냐?
그것은 아니었다.
‘뭐 예쁜 여자가 싫다고 하는 남자가 오히려 더 이상한 것이겠지.’
물론 이런 것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심각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업체와 일을 할 때 난감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간간히 배달을 나가면 다른 편의점 사장이 추가로 늘어난 아르바이트생에 대해서는 큰 격려를 아끼지 않았을 정도였다.
“이야, 역시 조 사장, 대단하이.”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곧 민현진을 보자 바뀌었다.
편의점 사장들이 뭐라고 했느냐?
그렇지는 않았다.
“.......”
다들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에 충격으로 입을 다문 것이다. 아미 영웅은 삼처사첩(三妻四妾)이 기본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너무 하지 않느냐? 어떻게 저런 미인들을 주렁주렁 달고 다닐 수가 있다는 말인가?
이것은 뭐 자랑하자는 것인지. 일을 하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럼. 전 이만!”
조민우가 오히려 무안해서 빨리 배달을 끝내야 할 정도였다.
물론 이런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특이한 경우가 있었는데, 바로 E마트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정훈구 과장이었다. 그는 최현주에게 은근히 눈독을 들이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민현진을 보자 그야말로 상전을 대하듯이 그를 환영한 것이다.
“우와, 조 사장님, 이거 정말 반갑습니다. 제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십니까? 아, 거기 두세요. 생수 옮기는 것은 저희 직원들이 바로 하겠습니다! 아, 혹시 뭐 시원한 주스라도 마시겠습니까? 참 저 쪽 직원 분들도 제가 챙겨드리죠.”
“.......”
조민우는 팔 장을 한 채 한 쪽으로 물러나서는 그가 다른 직원을 시켜서 가져온 주스를 마시면서 정훈구 과장이 E마트 직원들을 독촉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자자, 너무 서두르지 말고. 괜히 생수 옮기면 깨지면 곤란해. 가능하면 쉬엄쉬엄. 응? 걱정 말아. 점장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움찔.
생수를 옮기던 다른 E마트 직원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몸을 멈출 정도였다. 깨지다니? 피티가 유리란 말인가?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조민우는 물론 정훈구 과장이 왜 저 따위 짓을 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어느 정도 생수 옮기는 작업이 딱 자리 잡히자 여유를 가지고는 그제야 다른 두 절세미인 감상에 여념이 없었다. 딱 분위기만 봐서는 사진만 있으면 이 자리에서 찍을 기세였다. 하지만 그도 지금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내일부터는 사진을 준비해야겠어. 설마 저런 미인이 있었다니.’
이 정도가 끝인가?
그렇지는 않았다.
그조차 곧 그가 한 다음 제안에는 놀람을 감추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으음, 피티 공급 물량을 추가로 좀 더 늘리고 싶다는 말씀입니까?”
“네, 고객들의 반응이 너무 좋습니다. 영업전에 생수 물량을 채우면, 하루를 넘기지 못합니다. 그야말로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니까요.”
“호오, 그래요?”
조민우는 이런 상대의 반응에는 놀라움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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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회차에서 빠진 것 추가했습니다.
진도 빠르죠?
1. 그렇다.
2. 아니다.
3.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