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마법사-33화 (33/397)

< -- 33 회 -- >

정훈구 과장이 두 여인 때문에 저 자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곧 이어서 말한 내용은 그것과는 무관한 탓이다.

“네, 지금 봐서는 특히 나이가 든 노인 분들이 좋아합니다. 그 분들 반응을 보면 ‘마법 같은 물’을 마시면 정말 평소에는 기력이 없던 분들도 마법처럼 원기를 회복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어떤 분은 피티 3-5개 이런 식으로 대량 구매하는 분도 있을 정도이니까요.”

“......”

조민우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어야 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노인을 부모로 두었기에 때문에 생수를 구입한 주부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판매량이 추가로 늘어납니다. 지금 받는 물량이 400개인데, 이 물량으로는 오전을 넘기지 못합니다.”

“으음, 놀랍군요.”

조민우는 여기까지 듣고서야 간단하게만 생각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단순히 무기물질 함량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고 봐야 했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것이 무엇일까? 시간 내서 ‘마법 같은 물’을 한 번 확인해봐야겠어.’

그는 물론 생수 배달 중에 이런 점을 고민해보았지만 쉽게 원인을 찾을 수는 없었다.

문제가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계속 자신에 대해서, 아니 자신이 몰고 있는 봉고차에 대해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하는 이가 있는 탓이다.

부르릉.

바로 민현진이었다. 그녀는 간간히 덜덜 거리면서 자신의 아리따운 엉덩이를 자극하는 봉고차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뭐 돈이 없다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자신에게 약속 시급을 생각해본다면 돈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저기 선배님.”

“네?”

민현진 역시 최현주 때문이 아니라, 이제는 그녀도 생수 회사에서 일하는 입장이고, 그가 사장이기에 아무래도 좀 눈치는 볼 줄 알았다.

“다름이 아니라, 이 봉고차는 좀 바꾸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제가 받는 시급을 생각한다면 나쁘지 않는 소형 봉고차 정도는 선배님도 충분히 구입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조민우가 이것을 모르느냐? 그렇지는 않았다. 그가 어차피 지금 타고 있는 봉고차는 처음에 사업, 아니 분가할 때 자금을 아끼기 위해서 자금 사정이 허락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절약해서 구입한 차인 탓이다.

지금은?

좀 상황이 달랐다.

그가 나이가 많은 노인처럼 구두쇠라면 다른 문제이겠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다.

“으음, 그것은 생각을 좀 해보죠.”

그냥 불편함을 호소한 것뿐이다. 솔직히 의견을 받아들일 것이라 아주 눈꼽만큼만 기대를 하고 있던 민현주는 환호했다.

“우와, 저, 정말이에요? 서, 선배님 약속하신 거죠?”

“네, 별 것도 아닌데요. 그리고 봉고차가 너무 중고라서 오히려 영업에 방해만 되니, 사실 고민을 하던 상황이었죠.”

하지만 최현주는 좀 달랐다. 그녀는 설마 자신이 이제까지 그렇게 잔소리를 거듭한 봉고차에 대해서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이제 겨우 하루 차 된 알바생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꼭 민현진에게만 호의를 베푼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참을 수가 있겠는가?

“선배님! 그것은 정말 너무 하지 않아요? 이거 사람 차별하는 거에요?!!!”

“.......”

조민우는 갑자기 자신의 옆에서 들린 큰 소리에 귀가 멍멍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설마 이런 반응이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너무 지나친 상대의 반응에서 자신에 대한 불만을 느끼자 그냥 입만 다물고 있을 수는 없었다.

“현주야, 왜 그렇게 화를 내?”

“제가 지금 화 안 내게 생겼어요? 저는 이제까지 스물 번 넘게 이야기했는데도, 무시하기만 했잖아요?”

“그거야 어쩔 수가 없잖아. 그 당시에는 내가 벌어들이는 수익이 너무 작았으니까.”

“그것은.......그렇군요.”

그는 그제야 대충 최현주가 왜 감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인지 깨닫고는 피식 웃었다.

“지금은 다르지. 벌써 다음 달 매출만 해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지. 이제는 굳이 이런 중고차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야.”

“그것은.......”

조민우는 어느 정도 자신의 설득이 먹혀들어갔다고 판단하자 마지막으로 단호하게 일침을 놓았다.

“자꾸 그런 식으로 개인적인 감정을 너무 내세우면 곤란해. 지금 현주가 받는 아르바이트 비용만 해도 200만원이 넘잖아? 그 정도면 거의 보통 중견 회사 신입 연봉이나 마찬가지야.”

“.......”

최현주는 이렇게 되자 입을 살짝 깨물고는 물끄러미 그를 쳐다보았다.

분했다.

아니 어떻게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행동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이제까지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그 알콩달콩한 관계, 아니 미묘한 관계를 전부 잊었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녀는 동시에 두 사람 사이가 연인 관계라기보다는 친구에 가깝다는 것을 깨닫고는 긴장했다.

‘가, 가만, 오빠는 우리가 사귀는 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건가?!’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다소 너무 성급해서 착각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챈 것이다. 뭐 너무 튕겨서 그렇다고 보는 것이 정확했다.

민현진 역시 이런 미묘한 분위기에 눈알을 도르르 굴리면서 지켜보기만 했다. 뭐가 좀 수상한 분위기가 있기는 느꼈는데, 확실치가 않은 것이다.

조민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겨우 몇 마디 했을 뿐인데, 두 여인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느끼자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후회가 물 밀 듯이 밀려왔다.

‘실수했어.’

***

대략 오십 분후.

끼익.

그는 곧 자신의 커다란 집에 도착해서는 봉고차를 한 곳에 정차시키고는 자신의 집 안으로 들어가서 민현진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물론 그녀의 반응은 역시 커다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서, 설마 여기가 일할 곳이에요?”

조민우는 대충 말만 들어도 크게 실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요? 좀 그렇죠?”

“아, 아니 마, 마음에 들고, 아니고를 떠나서 여기는 가정집인 것 같은데요?”

그녀는 말을 하면서도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서 최현주를 쳐다보기까지 했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가 알 수가 없었다. 딱 보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 최현주가 조민우와 단 둘이 이런 외진 곳에서 일을 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정상적인 사장, 직원 관계?

‘말이 안 돼.’

그녀의 상식으로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물론 그녀도 두 사람 사이가 학과 선후배 사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남녀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는 필요한 법. 이것은 두 사람이 연인 관계 이상이 아니라면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최현주가 이런 그녀의 반응에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결국 참도 못해서 한 마디 해야 했다.

“자꾸 이상한 생각 하지 마. 여기는 어디까지나 잠깐 와서 생수를 담아갈 뿐이니까. 더욱이 생수 물량이 어디 한 두 개인 줄 알아? 그것 옮기고 나면 그냥 퍼져 버린다니까.”

“흐음, 그래?”

조민우는 뭔가 첨예한 갈등을 보이려는 두 사람을 그냥 둘 수만은 없었다.

끼익.

최근에 주문이 늘어나자 다시 느린 조립식 냉장고 문을 열어 준 것이다.

쏴아악.

하얀 김이 마치 안개처럼 쫙 피어올라서 시야를 잠깐 가릴 정도로 피어올랐다.

하지만 이것은 그다지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냉장고 안에 쭉 정열해서 늘어서 있는 피티 물량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그냥 쉽게 넘길 수는 없는 일이니까.

“우와, 자, 장난 아니네요. 여기 있는 물량이 도대체 얼마에요?”

조민우는 자신이 아는 냉장고의 피티 보관 무리해서 넣을 경우에 가능한 최대 용량을 떠올렸다.

‘700개까지는 가능했었지? 그런데 이것 너무 많이 넣은 것이 아닌가 모르겠네.’

“대략 700개 정도 될 겁니다. 저 쪽에 보이는 냉장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민현진은 그가 가리킨 손짓에 따라서 바로 옆에서 붙이 있는 조립식 가건물에 모양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결국 지금 분위기 봐서는 두 개의 냉장고에 들어있는 물량이 총 1,400개라는 이야기가 되니까.

“그렇다면 제가 듣기로 피티 하나에 1,000원이라고 잡으면, 전부 140만원치 물량이에요?”

조민우는 그제야 좀 대화가 편하게 이어지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그런데 하루에 지금 파는 최대 물량이 대략 1,000개 정도이니까. 이 설비만으로 좀 부족해요. 좀 있으면 냉장고를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죠.”

“.......”

민현진 역시 바보가 아니었다. 대충 어림 계산을 하는 것만으로 한 달에 정확히 3,000만원 수익을 떠올리고는 입을 다물었다.

‘세, 세상에!’

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최현주를 돌아보기까지 했다. 물론 곧 최현주의 표정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조민우를 다시 쳐다봐야 했다.

처음에는 좀 이상한 기질이 있어서 의혹을 가졌다.

하지만 드러난 사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도, 도대체 선배님 정체가 뭐죠?”

조민우는 물론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정색했다.

“아, 저 화성에서 온 외계인입니다.”

“네?”

“하하하, 아니에요. 전직 사업하다가 쫄딱 말아먹은 대학생 사장일 뿐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어떻게 보면 그 자신을 잘 드러난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말을 사용하기가 곤란했다.

그가 물론 아직 정식으로 사업을 다시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좀 진지하게 고민해야 했다.

꼭 캐드 제품 개발 때문에?

이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생수 사업만 해도 생각보다 꽤 돈이 된 탓이다.

‘이거 좀 이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겠어.’

***

조민우도 처음에는 이런 본격적인 생수 사업에 대해서는 계속 망설였다. 도저히 자신이 가진 금반지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서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탓이다.

물론 그도 처음에는 막연하게 생수로 인한 수익이 쌓일 것이라 생각했기에 망설이는 것이 강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시간이 지날수록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타악.

“헉헉, 우와, 정말 힘들어요.”

그는 아직은 그대로 사용하는 봉고차 짐칸에 생수 박스를 넣고는 헉헉 거리는 최현주를 보고는 피식 웃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 운반이나 해.”

“이거 아르바이트 착취라고요!”

“......”

그는 물끄러미 등을 봉고차에 기대고 겨우 숨을 돌리고 있는 최현주를 쳐다보면서 입을 다물었다. 도대체 왜 저 따위 소리를 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운반한 생수 박스라고 해봐야 겨우 5박스에 불과한 탓이다.

하지만 조민우는 굳이 이런 불만을 토로할 필요는 없었다.

타악.

곧 민현진이 나타나서 생수 한 박스를 봉고차 넣은 것을 본 것이다. 그녀는 더욱이 아무런 불만을 털어놓지 않고는, 힐끗 한 쪽에 서 있는 최현주를 쳐다보고는 그냥 다시 생수 박스를 운반하러 가버렸다.

그는 물끄러미 그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앞으로 아르바이트도 업무 성과를 매겨야겠어.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에게 동일한 시급을 줄 수는 없잖아?”

“선배님, 정말 너무 한 것 아니에요? 현진은 원래 테니스를 했기에 저보다 몸이 월등히 좋아요!”

조민우는 한창 장부에 들어가 생수 박수 숫자를 확인하는 중에 다시 힐끗 그녀를 쳐다봤다.

“그러면 현주 테니스 하면 되지 않아?”

“하아, 그것을 말이라고 해요?”

“아니, 난 이해를 못하겠어. 도대체 불만이 뭐야?”

불만이 뭐냐고? 힘들어서 그렇다! 선배는 그냥 달랑 서서 장부에 생수 박스 기입만 하고, 자신에게는 생수 박스 운반을 지시하니까! 라고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정말 내가 사장만 아니라면!’

“하아, 선배님, 좀 도와주면 안 돼요?”

조민우는 그제야 대충 눈치를 까고는 안색을 찌푸렸다. 딱히 힘들어서 그렇다? 그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정당하게 시급을 주기에 부려 먹는다! 그런 식으로 생각할 따름이다. 연인 관계(?)가 아니라, 사장과, 직원 관계로 생각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좀 맹랑한 주장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수 박스 숫자 확인도 꼭 필요해. 차량에 싣는 숫자만 해도 무려 50박스나 되잖아? 만약 숫자가 잘못되면 업체 측에서는 당연히 불만을 호소하니까. 쉽게 생각할 수는 없어.”

“그러면 그것을 제가 하면 안 돼요?”

“아, 그거? 하지만 현주가 업체를 전부 기억하는 것은 아니잖아? 그런 상황에서 이 장부를 확인하겠다고?”

“그, 그것은.......”

조민우는 자신이 한창 정리하던 장부를 한손에 들고는 힐끗 최현주를 한 번 쳐다본 후에 다소 실망한 투로 툴툴거렸다.

============================ 작품 후기 ============================

아 5장 소제목 변경되었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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