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4 회 -- >
“이거 좀 그렇다. 아무리 같은 과 선후배라고 하지만 엄연히 시급을 받아서 일을 하는 거잖아? 더욱이 작은 급료도 아니지. 더욱이 난 사장이잖아? 그런데 날 보고 그런 식으로 지급 얼굴을 마주한 자리에서 불만을 토로하면 그것은 좀 아닌 것 같은데?”
“.......”
최현주는 정말 안면몰수하고 냉정하게 자신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 이를 살짝 물고는 째려보았다. 도대체가 말이야, 아니 여자에게 어떻게 이런 식으로 대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더욱이 자신과 같은 초 미인에게. 이것은 정말 너무 하지 않는가?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해봐야 통할 것 같지는 않고 결국 그녀는 다시 간이 냉장고로 생수 운반을 위해서 걸음을 내딛었다.
물론 다시 한 박스를 든 채로 이제는 땀을 다소 흘린 민현진을 가까이 오면서 이런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기에 내심 혀를 내둘렀다.
‘우와, 장난 아니잖아? 내가 이제까지 십년 넘게 현주를 알아왔어. 하지만 지금까지 현주에게 저런 식으로 매몰차게 말하는 남자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조민우는 물론 힐끗 최현주가 다소 기가 팍 죽어있는 모습을 잠깐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는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일을 할 때 개인적인 감정을 넣으면 어떤 결과가 생기는 지 그 누구보다 경험적으로 잘 아는 탓이다.
특히 민현진 역시 기묘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자 이런 점을 분명해 해두어야 했다.
“할 말 있어요?”
“아, 아뇨.”
“그러면 뭐해요!”
“네?”
“빨리 박스 옮기라고요!”
“......”
민현진은 정말 냉장고에서 막 꺼내온 생수박스만큼이나 차가운 그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이것은 좀 자신과 같은 레벨의 여자에게 너무 무감각하지 않나 의심까지 들었다.
순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저기 사장님.”
조민우는 자신의 지시에 다시 그녀가 반문하자 이내 귀를 기울였다.
“네? 말해봐요.”
“혹시 사귀는 여자가 있습니까?”
“아니, 없는데요? 그것은 왜요?”
“정말요?”
조민우는 물론 다시 질문을 받자 도망간 여자 한 명을 떠올리고는 안색을 찌푸렸다.
“하아, 사업 망하니까. 내 뺀 여자는 한 명 알아요. 그것을 알고 싶은 거에요?”
“아, 아뇨.”
민현진은 여기까지 대화를 하고서야 왜 그가 자신들에게 저런 반응을 보이는 지 깨닫고는 수긍했다. 딱 봐서 여자에게 배신당하고 나서 여자에 대한, 그것도 미인에 대한 불신감이 심하다는 것을 얼핏 느낀 탓이다.
‘하긴 그렇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그는 물론 미묘한 민현진의 반응에 절로 안색을 찌푸렸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는 것이 눈에 뻔히 들어왔다.
“그러면 뭔데요?”
“아, 아니에요.”
조민우는 이내 지난 기억 일부를 떠올린 상황이 마냥 불쾌하기만 했다.
“하아, 지금 저랑 장난하자는 겁니까?”
“죄, 죄송합니다.”
후다닥.
결국 민현진은 도망치듯 냉장고 쪽으로 후다닥 뛰어가 버렸다.
그는 그런 모습을 보자 그제야 웃음이 나왔지만 이내 지난 일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잊자. 여자는 조심하는 것이 최고야. 특히 얼굴 반반한 애들은 믿을 수가 없다니까!’
이런 일상의 반복이었다.
이 때 까지만 해도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더 흐르자 그럴 수는 없었다.
****
삼 주 후.
조민우는 두 사람에 지급할 월급날이 되자 통장에 쌓인 잔고를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헐? 4,127만원이라고?’
삼 주 동안 벌어들인 수익이 무려 2,800만원 가까이 된 것이다. 초기에 생수 예상 판매 대비해서 숫자가 더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중간에 다시 E마트 소개로 몇 군데 샘플로 생수 소량으로 보급했는데, 그 수익이 더해진 것이었다.
조민우는 물론 자신을 쳐다보면서 기대가 가득한 어린 아이 같은 순수한 눈빛을 보자 이런 생각을 일단 접고는 곧 바로 며칠 전에 은행에서 찾은 돈을 넣을 흰 봉투 한 개를 최현주 손에 올려놓았다.
탁.
“자, 이것은 현주 이달 월급.”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그녀 옆에 있는 한 사람의 손바닥 위에는 다른 봉투를 올려놓았다.
탁.
“자, 이것은 현진씨 이달 월급.”
“가,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특히 민현진은 흰 보통에 들어 있는 금액을 한 번 쭉 확인해보는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우와, 저, 정말이었어요.”
꼭 말하는 투가 뭐라고 해야 할까? 이제까지 한 일에 대한 불신이 담겨 있는 어감이었다.
조민우는 물론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한 마디 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현진씨 급료는 중간에 들어왔기에 일하지 않는 날은 제외 했어요. 확인 해보면 알겠지만 100만 원 정도 될 겁니다.”
“아, 아뇨, 이 정도만 해도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편의점 알바해서 알지만 한 달을 꼬박해도 이 정도 금액은 안 나와요.”
그 역시 모를 리가 없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기까지 했으니까.
“하긴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좀 그렇죠. 제 경우는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그것을 포기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잘 된 것 같아요.”
“헐? 그, 그러면 선배님도 편의점 아르바이트 했다는 말인가요?”
조민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당연하죠. 제가 뭐 특별한 사람이라고 그런 말을 하는 거죠?”
“하, 하지만 지금 여기 보면.......”
그는 자신의 집 내부에 있는 생수 생산 설비 건물이나, 아니면 조립식 냉장고를 그녀의 시선이 가리키자 피식 웃었다.
“여기 보면 대단한 보이지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전부 남의 도움을 얻어서 한 것뿐이니까요.”
그냥 대수로이 한 말이었다.
하지만 묵묵히 듣고 있는 최현주는 좀 달랐다. 항상 의문을 가져오던 부분이었으니까. 더욱이 지금은 분위기가 워낙 좋아보이자 한 마디 해보았다.
“그런데 선배가 하는 일을 보면 도대체 누구 도와주었다는 거죠? 저는 이제까지 전혀 본 적이 없어서요.”
아마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망설일 일이지만 지금의 조민우는 그렇지가 않았다. 사실도 물론 몇 가지가 있지만 말할 수 없는 부분도 있는 탓이다.
그도 이런 점은 이제 분명히 해두는 것이 좋다고 확신했다.
“그것은 현주가 잘 몰라서 그래. 내가 사업을 망했다고 하지만 신뢰를 잃은 것은 아니야. 단적인 예로 피티같은 경우에 일반적인 피티 제조업체에 주문하면 피티 개당 가격이 꽤 들어가.”
최현주는 이제까지 피티 병 생산 단가에 대해서는 몰랐기에 화들짝 놀랐다.
“어? 정말이에요?”
조민우 역시 의도한 바가 이것이기에 피식 웃었다.
“당연하지. 이 피티 병이 소소해 보여도 구입하면 돈이 꽤 들어가. 하지만 내 경우는 이것 생산 업체 사장하고 좀 알아.”
“설마 그 분이 선배님 사업 때문에 아는 분이라는 말인가요?”
그 역시 이미 가지고 있던 연락처를 통해서 연락한 기억을 떠올렸다.
“내가 당신에 자신의 회사가 망하기 몇 달 전에 그 양반이 돈이 필요했어. 그것은 원래 계약에는 없던 상황이었어. 하지만 어떻게 하겠어? 상대가 너무 진심으로 호소하는 상황에서? 결국 나도 마지막 잔금을 주었거든. 그런데 그 양반은 그 돈을 자본금으로 해서 피티 병 제조 사업에 시작했는데, 그것이 대박 친 거지.”
“그래서 그 분이 선배님에게는 거의 생산 원가에 피티병을 공급했다는 말인가요?”
조민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보기에 손해를 좀 보는 것 같아. 지금 피티 하나당 구입 가격이 50원 정도이니까.”
“그렇다는 말은.......”
“내 사정을 아니까. 모른 척 한 거지. 나중에 다 갚아줘야지.”
“.......”
최현주는 입을 다물고는 복잡한 표정으로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비록 과거 협력 업체 사장과의 일이었지만 지금에 와서 조민우를 도와준 사연을 듣고는 가슴 한 구석이 찡했다.
설마 저런 내막이 있는 지는 상상도 못한 것이다.
그것은 그녀만 그러냐?
그렇지는 않았다.
이미 첫 대면부터 특이한 행동으로 안면이 있는 관계인 민현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지금까지는 최현주와 조민우 사이의 미묘한 관계 때문에 조심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뭉클한 이야기를 듣자 눈시울을 살짝 붉혔다.
“하아, 참 세상이 그렇게 삭막한 것만은 아니네요.”
조민우는 피식 웃었다. 그 역시 그녀의 말에 공감하는 바인 탓이다. 지금도 보면 전 사업과 관련해서 안면이 있는 이들은 간간히 연락이 오는 탓이다.
더욱이 정성일 부장 같은 경우에는 아예 이제 손발을 다 걷어붙이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일하기까지 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도 두 사람에게 급료를 제하고 남은 통잔 잔고를 확인하자 머릿속이 복잡했다.
수익금이 너무 컸다.
더욱이 지금 봐서는 계속 일이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지금처럼은 곤란했다.
그렇다고 해서 일을 더 키우기에는 곤란했다.
‘물론 새벽에 내가 금반지를 사용해서 충분히 생수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 내 능력으로 무리잖아? 결국 생수 판매 회사 설립은 무리라는 결론이야. 지금에서 생산량을 더 늘릴 방법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6장 야유회
조민우는 자신이 예상한 것보다 더욱 빨리 생수 판매가 성장을 거듭하자 골치가 아팠다.
사업, 아니 임시 일로 시작한 일이 잘 되는 것이 뭐가 힘들겠는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작은 생수 판매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생수 보급 물량이 늘어나면 상황이 좀 달랐다.
비록 한 사람을 더 고용해서 어느 정도 여기에 맞출 수가 있다고 해도 업체의 요청이 계속 되자 그럴 수가 없었다.
“으음, 다음 주부터 피티 500개를 더 공급해 달라는 말씀입니까?”
평소에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것뿐만 아니라, 다른 두 여인에게 항상 시선을 떼지 않던 정훈구 과장이 정색해서는 입을 열었다.
“그것은 저희 영업 부장님의 요청입니다. 따라서 꼭 좀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쪽에만 물량을 공급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번에 정훈구 과장님이 부탁을 하는 바람에 주변 E마트에도 계속 샘플 수량을 늘려서 그 주문이 현재 500개나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500개를 더 공급해달라는 말입니까?”
“네!”
“.......”
조민우는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이 달 부터는 공급 물량이 계속 늘어서 무려 1,500개에 가까웠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추가로 500개를 늘리면, 하루 생산해야 하는 양이 무려 2,000개에 해당했다.
이것이 무엇이 문제일까?
이런 의문을 가지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그것은 그가 금반지를 사용한다고 하지만 ‘정화’ 마법을 사용해서 생산할 수 있는 생수 물량 자체에 한계가 있는 탓이다.
최근까지 생산 가능한 물량이 600개였고, 그것도 최근에 생산 경험이 쌓여서 1,000개까지 가까스로 늘어났고,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늘어난 1,500개 주문 물량도 아마 펑크가 날 상황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500개를 더 늘린다?
‘도저히 이것은 불가능해.’
사실 말이 안 되는 제안이었다.
몰라. 앞으로 자신의 능력이 더 커져간다면? 가능할 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힘들었다.
정훈구 과장은 물론 영업직이어서 그런 지 눈치가 좀 빨랐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그의 안색 변화를 살피다가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달콤한 당근을 제시했다.
“대신에 결제 조건을 현금으로 바로 줄 수도 있습니다. 그것 외에 원하면 E마트 본사에 제안을 해줄 수도 있습니다.”
꽤나 달콤한 제안이었다. 아니 그런 정도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거절하기 어려운 조건일 수도 있다.
만약 조민우가 정말 생수 사업에 전력투구한 상황이라면 그러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다.
“으음, 말씀은 고맙습니다. 그 제안은 받아들이기가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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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어디로 놀러갈까요?
(* 갈 장소를 못 찾아서 여기서 끊었습니다.)
1.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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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피씨방.
10. 노래방.
11. 단란주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