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마법사-36화 (36/397)

< -- 36 회 -- >

그 역시 난감했다. 민현진이 없으면 생수 배달 시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의 양이 늘어나는 탓이다.

그것은 곤란했다.

간단해보이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자잘한 일. 단적인 예로 어떤 편의점 같은 경우에는 골목이 좁아서 안으로 들어가기 힘든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에 민현진이 있으면 꽤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어떻게 하나?’

고민을 거듭해 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5분이 더 지나자 곧 허겁지겁 민현진이 뛰어서 나타난 것이다.

“헉헉, 서, 선배, 헉헉, 님, 죄, 죄송, 헉헉, 해요.”

조민우는 너무 늦게 나타난 그녀에 대해서 한 마디 할까라는 마음을 먹기는 했지만 뒤늦게라도 나타나자 일단은 그냥 넘어갔다.

“어서 타. 여기서 계속 머뭇거리면 정말 배달이 늦어져!”

“네.”

물론 생수 배달은 문제가 없었다.

이 정도 시간 차이는 충분히 차량 속도를 올리면 해결이 가능했다. 오히려 뒤 늦게 나타난 민현진이 더 큰 문제였다. 그녀의 안색이 평소에 비해서 너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꼭 실연당한 여자의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슬픈 얼굴은 아니었다. 오히려 감정을 폭발시키고 난 후의 모습이었다.

조민우도 그렇지만, 최현주 역시 눈치가 아주 없지는 않기에 생수 배달을 하는 중에 이런 그녀를 유심히 살피기만 했다.

괜히 쓸데없이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은 탓이다.

이런 상황이 되자 더욱이 뭔가 좋지 않는 일을 당한 민현주 입장을 고려하면 최현주의 제안처럼 오늘은, 아니 이번 주말은 잠깐 휴식을 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는 생수 배달이 끝나자마자 차량에 탑승한 최현주에게, 민현진도 들으란 듯이 크게 소리쳤다.

“어떻게 할까?”

“네?”

“어디 야유회라도 가자면서?”

“아.”

최현주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감탄 소리를 터트렸다. 물론 그녀는 지금까지 계속 마음에 걸렸지만 사생활이라서 물어보지 못한 민현진을 돌아보았다. 일단 눈치부터 먼저 살폈다. 딱히 민현진이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름이 다소 가신 모습이었다.

“현주아, 어때?”

“응? 뭘?”

“아, 내일 선배가 지금까지 너무 고생해서 일한 것 같으니까. 어디 놀러가서 잠깐 쉬자고 하거든. 현주도 같이 갈 거지?”

민현진은 사실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지금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와 같이 어디 가는 것은 망설여졌다. 하지만 최현주가 이런 눈치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선배도 요즘 들어서 회사가 잘 되어서 기분이 좋잖아? 그런데 거기에는 우리 덕분에 이렇게 된 것도 있으니, 그런 것을 반영해서 한 턱 내려고 하는 것이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부인하기 어려였다. 조민우가 그런 사실을 모를 바가 아니지만 비록 정식직원은 아니라고 해도 회사 직원에 가까운 최현주의 설득을 무시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좀 문제가 있는 발언이야. 하지만 보통 회사에서 간간히 주말을 이용해서 워크샵을 가는 경우도 보통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 편할 거야.”

민현진은 그제야 감탄했다.

“아, 그거요.”

조민우는 대화를 거듭하는 동안에 그녀의 표정 변화를 살피고 있었는데, 그제야 좀 근심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

“응, 뭐 살다보면 힘든 일, 어려운 일, 짜증나는 일, 괴로운 일, 심란한 일 등이 많잖아? 그럴 때는 너무 그 일을 집착하지 않는 것이 좋아.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럽게 괜찮아지니까.”

“하, 하지만.......”

그는 자신의 설득에도 여전히 우울한 눈빛을 지우지 않는 그녀에게 이번에는 은근하게 말해주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 알아?”

“그, 그것은 알아요.”

“현진이도 마찬가지야. 시간이 지나면 모든 일은 좋아질 거야. 평소처럼 마음 편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

이렇게까지 설득하는데, 계속 자신의 주장만 고집할 수가 있을까? 더욱이 그녀는 눈치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지금 딱 봐서는 조민우가 이런 제안을 했을 리가 없다는 것을 곧 바로 눈치 챈 것이다.

아니 그녀는 최현주 직접적인 말을 하지 않고, 입모양으로 툴툴거리는 모습을 보고는 그제야 확신했다.

‘킥킥킥, 하긴 요즘 들어서 민우 선배가 좀 심하기는 했어. 완전히 일에 미쳐서 사는 것 같았으니까. 역시 현주 때문이었구나.’

근심과는 다른 생각이었다. 하지만 딱 이 순간만큼은 마음이 편해졌다. 동시에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자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좋아요. 아니 이렇게 된 바에는 차라리 1박 2일로 바로 가요.”

“응? 1박 2일?”

조민우는 반문해야 했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니까. 그는 이미 여자 한 명에게 돈을 흥청망청 사용한 적이 있기에 여자 두 명과 어디 놀러가는 것에 설사 자신의 선입견이라 해도 걱정먼저 한 것이다.

최현주 역시 아주 눈치가 없지는 않았다. 그녀도 처음에는 그다지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한참 생각해보고 나서야 나쁘지 않다고 보았다.

괜히 반나절로 어디 잠깐 갔다 오는 것보다는 차라리 1박 2일도 나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더욱이 그렇게 하면 어디 근사한 곳에 가서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바.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이 하나가 있다면 역시 민우 선배가 남자란 사실인데, 그 정도쯤이야.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평소에 기회를 줘도 요즘은 맹한 바보짓 하던데, 어디 간다고 해서 변할까?’

안심했다.

“저도 찬성이에요!”

하지만 조민우는 그다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좀 그렇다. 남자 1, 여자 2이 어디 같이 놀러 가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차라리 숫자가 3:3 정도가 되면 차라리 낫겠지?”

“그건 걱정 마세요. 어차피 이렇게 되던, 저렇게 되던 상관없으니까요. 우리만 즐거우면 되지, 굳이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있나요?”

뚝 부러진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 그런가?

그는 특히 요 근래 2주 동안에 두 명의 여자를 데리고 일하는 것만 해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곤욕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의사를 내비치지 마냥 거절할 수는 없었다.

“하아, 알았어. 어디로 갈까?”

최현주는 이미 오늘 하루 동안에 여기에 대해서 고민을 마친 바. 곧 바로 소리쳤다.

“춘천!”

“춘천이라.......”

조민우는 말꼬리를 흐리면서 힐끗 민현진을 쳐다보았는데, 그녀 역시 딱히 거절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결국 이런 상황이 되어버리자 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알았어.”

“그러면 내일 어디서 볼까요?”

그는 물론 습관적으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대학 정문 주차장에서 보자. 어차피 내일 잠깐 대학 도서관에 잠깐 가야해.”

“헐? 토요일인데요?”

조민우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아마 자신이 하루에 몇 시간 일하고, 자는지 안다면 정말 크게 놀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그런 세세한 일을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책 빌린 것도 있고, 내가 평일에는 너무 정신없잖아? 그래서 주말에 간간히 시간을 내서 공부를 해야 해.”

“아, 알았어요.”

최현주는 간단하게 대답했지만 복잡한 시선으로 그를 잠깐 쳐다보았다. 그녀도 그제야 그가 근래 들어서 얼마나 바쁜 생활을 해왔는지 깨달은 탓이다.

사실 막말로 자신들이야 이미 만들어진 생수를 피티에 옮겨 담은 후에 배달하는 것뿐이다. 물론 그 외에 다른 자잘한 일은 있지만 특별한 것은 없었다.

이에 비해서 조민우가 거의 나머지 일을 전부 도맡아서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그를 다시 쳐다본 것이다.

‘하긴 민우 선배가 확실히 일을 많이 하기는 해. 하루에 1,500개 가까운 물량을 채우려면 평일만 가지고도 힘들 것 같은데......., 아마 주말에도 일을 한다고 봐야겠지?’

사실이었다. 주말에도 아니라, 주말이라는 말이 조민우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주말에 쉬면 물량이 펑크 나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힘들지!’

7장 춘천

조민우는 이렇게 해서 이번 주말만큼은 쉬기로 결정을 내렸다. 자신이야 그다지 내키지 않았지만 어디 사람일이 그런가?

무조건 최현주를 비롯한 민현진의 입장을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비록 정식 회사가 아니라고 해도 지금 생수 판매로 벌어들이는 순이익만 고려하면 어지간한 중소기업보다는 월등히 낫은 점이 크게 작용했다.

거의 정식 회사라고 보는 것이 정확했다.

더욱이 그가 가지고 있는 회사 경영에 대한 경험 역시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조민우 스스로는 그냥 편하게 생각했지만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통 회사 사장처럼 직원을 다루 듯 두 사람을 다룬다는 이야기이다. 그런 점에서 하나가 바로 최현주에 대한 태도변화였다.

단 둘이 일을 할 때만 해도 어느 정도 그녀에 대한 배려. 어떻게 보면 연인 사이로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다.

민현진이 들어오면서 그녀만 특별히 그렇게 대해줄 수가 없었다.

‘그러면 문제가 생기겠지. 더욱이 지금 봐서는 아르바이트를 더 고용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잖아?’

물론 그가 여기에 아르바이트를 더 고용한다?

그런 생각은 없었다.

지금 이대로 유지되기를 원한다는 것이 더 정확했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그 자신만의 바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회사란 조직이 그 자신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하고 싶다고 해서 자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탓이다.

특히 관련 업체에서 계속 물량 주문이 추가로 들어오는 것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그것을 무시하는 순간에는 지금 자신이 일구어놓은 생수 사업에 그다지 좋지 않는 악 양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아는 탓이다.

‘잘못하면 신뢰를 잃겠지.’

그러면 어떻게 될까?

판매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사업이란 일이 그런 요소가 좀 있었다.

조민우는 경험적으로 이미 이런 것을 겪어보았기에 그 누구보다 잘 알았다. 당연히 그는 이런 상황에 다시 추가로 벌려 놓은 캐드 설계 작업 역시 무시하기 쉽지 않았다.

그는 지난번에 어느 정도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확신을 얻자 시간을 내서 반복 작업을 거듭한 끝에 필요한 캐드 스펙에 대한 것을 어느 정도 감을 잡은 탓이다.

특히 캐드 툴을 제작하기 위해서 각 소자의 물리적인 특성, 원리에 관한 것은 기존 Pspice를 참조하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의 능력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직은 너무 하는 일이 많아서 아직도 지지부진하다는 것뿐이다.

이것은 더욱 캐드 개발 관련된 문제는 당장 눈앞에 이익이 아니라, 보다 먼 앞날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 더욱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점이 역시 크게 좌우했다.

그는 그래서인지 일단 금반지를 활용해서 일어난 자신의 변화, 생수 수량 증대에 관심을 가지면서 계속 캐드 개발 관련된 자료는 보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었다. 그렇다고 서두른 것은 아니었다.

‘서둘러서 될 문제가 아니니까. 캐드 제품 하나만 제대로 개발해도 당장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지.’

부르릉.

평소와 변함없는 토요일 주말이지만 대학은 여전히 활기에 넘쳤다.

하지만 조민우는 오늘따라 유독 마음이 들뜬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비록 세 사람 뿐인 야유회라고 해도 그에게는 꽤 큰 의미가 있었다.

‘어떻게 보면 작은 규모의 워크샵이라고 봐야 하나?’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는 직원 수가 많던, 적던 기본적인 규정에 어느 정도 부합하면 동일하다는 측면에서 보면 마냥 틀린 것이 아니다.

다만 오늘은 주말이 껴서인지 다른 대학생들 역시 어디로 놀러가기 위한 복장을 한 이들이 많았다.

그는 봉고차를 주차시키면서 그런 모습들을 간간히 보자 미소가 절로 나왔다.

너무 보기 좋은 탓이다.

============================ 작품 후기 ============================

오 예 연참!

춘천에 갈 만한 곳은?

으쓱한 곳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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