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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마법사-41화 (41/397)

< -- 41 회 -- >

-그것은 내가 할 말이지. 개인적인 일 때문에 너에게 너무 소홀히 한 것 같아.

뭐 여자들 사이에서나 나올 뻔한 이야기였다.

조민우가 아마 평소에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다지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달랐다.

그는 이렇게 두런두런 거리는 이야기조차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간간히 야유회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지금 생각해보면 전 회사에서도 이런 식으로 마음의 여유를 가졌어야 했어. 그랬다면 회사에 일어나는 불안한 징조에 대해서 미리 느꼈을 지도 모르는데.......’

뒤늦은 후회였다.

물론 단순한 추측으로 보기에는 힘들었다.

아마 그의 생각의 거의 맞다 봐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를 못했다.

쉬워 보이지만 막상 돈을 갈퀴로 긁어모으는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돈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탓이다.

당장에 내일 새벽 3시까지 일하면 매달 들어오는 수익이 1,000만원이라면, 쉴 수가 있겠는가? 아니 일에 여유를 가질 수가 있겠는가?

그렇지는 않다.

‘뭐 그런 이유 때문에 당장 눈앞에 이익만 급급해서 미친 듯이 일을 했지.’

조민우는 생각을 더해갈수록 시원한 강바람에 다시 좋아진 기분이 우울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굳이 이 문제는 피해갈 생각은 없었다.

이미 다시 시작하는 생수 사업. 아니 곧 이어서 할 예상인 캐드 사업 역시 이런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았다.

차라리 미리 사업 실패가 예상된다면 여기서 포기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그러면 주변에서 마음고생은 하지 않겠지.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도 나 때문에 그 모양이 되었잖아?’

아마 그도 사업 경험이 없었다면 어림짐작으로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미 냉랭한 현실을 경험 한 바.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물론 녹녹한 현실이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었다.

하지만 조민우는 한 가지 미처 모르고 있었다. 그가 지금처럼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하자 분위기가 영 좋지 않다는 것을. 결국 최현주가 보다 못해서 살짝 그에게 바짝 붙었다. 달콤새콤한 향수 냄새가 물씬 조민우의 코를 자극했다.

‘응?’

“오빠.”

‘오빠?’

조민우는 다소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에 움찔했지만 굳이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다만 자신에게 뭔가 할 말이 있는 그녀의 태도가 더욱 궁금할 따름이다.

“왜?”

“오랜 만에 여기까지 놀러왔는데, 왜 꼬다 놓은 돗자리처럼 멍해 있는 거에요? 저도 같이 덩달아서 기분이 꿀꿀해지잖아요!”

그는 졸지에 자신이 돗자리 취급을 당하자 힐끗 그녀를 쳐다보았다. 참으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도대체 왜 저런 미인이 자신에게 들러붙는지, 아 물론 대학 후배이기에 그렇다고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더욱이 이처럼 자신에게 신경 써 주는 것은, 물론 자기 회사 직원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가슴에 와 닷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도 최현주를 함부로 할 수는 없었다.

“그냥 그래.”

“그냥이라니요? 오늘은 휴식을 위해서 여기 온 거잖아요? 저기 봐요. 넓게 펼쳐진 강, 저 맑디맑은 하늘. 그리고 바로 저와 같은 초 미인이 옆에 있는데, 아니 여기 내가 봐도 너무 예쁘서 질투나는 현진이도 있잖아요? 도대체 왜 그렇게 우울한 표정이에요!”

도대체 무슨 의도일까?

기운을 격려해주기 위함일까?

그렇지 않으면 자화자찬을 위한 것일까?

그 의도가 매우 수상쩍은 말이었다.

“킥킥킥.”

그것은 옆에서 참다못한 민현진이 도저히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리는 것만으로도 알 수가 있었다.

하지만 조민우는 오히려 그래서 최현주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간간히 소녀 같은 천진난만한 행동 그렇지만, 지금처럼 맑고 명랑한 모습은 비록 연인으로 사귀기에는 영 껄끄럽지만 친구로 지내기에 너무도 이상적이었다.

“고마워.”

하지만 최현주는 오히려 당연한 듯 어깨를 으쓱하면서 얼굴을 아예 바짝 들이밀었다.

“오빠, 힘내요.”

“힘내라니?”

“오빠 지금 모습 딱 보면 지난 사업 실패 때문에 그 휴우증으로 마음 고생하는 것 훤히 보이니까요.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잖아요?”

조민우는 굳이 지난 일을 들추고 싶은 생각이 없었지만 설마 자신의 내심을 그녀가 어느 정도 짐작하자 눈을 크게 떴다.

“어떻게 알았어?”

“치이,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여자가 얼마나 예민한 지 아직도 모르나 봐요. 여자는 말이에요 남자가 바람피우면 바로 감각적으로 알아볼 정도로 좋아요!”

뭐 꽤나 의미가 담겨 있는 말이었다. 은근슬쩍 민현진에 대해서 조심해라! 이런 의미 정도일까?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심사를 알아보았다는 것. 그것이 더 중요했다.

“하지만 그것이 잘 안 돼. 더욱이 지금 생수 사업이 자꾸 확장 일로에 있잖아? 지금처럼 계속 주먹구구식으로 할 수가 없을 정도야.”

“아, 그러면 그냥 이대로 계속 끌고 가면 안 돼요? 저는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요?”

조민우는 그녀의 설득에 잠깐 생각을 거듭했다. 그 역시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사업에서 현상 유지가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 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아마 그러면 편의점이나, E마트 측에서 점점 압박이 들어올 거야. 더욱이 그 쪽도 항상 잘 나가는 것이 아냐. 지금 판매 결과를 보면 알 수가 있지만 어떤 날은 잘 나가지만, 어떤 날은 재고로 쌓이잖아? 심지어 어떤 곳은 반도 안 팔리는 곳도 있고.”

“그렇기는 하지만.......”

그는 아직 사업, 아니 장사에 대해서 그녀가 잘 이해는 못하는 듯하자 이 점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나갔다.

“지금은 겉보기에 우리와 그들 사이가 좋아 보여. 하지만 그것은 잘 나갈 때 이야기지. 생수가 팔리지 않으면 냉정해지는 것이 상인들의 속성이야.”

최현주는 이미 그들이 조민우와 알고 지내는 사이라는 것을 알기에 믿어지지 않았다.

“서, 설마요?”

조민우는 이 점에 대해서도 분명히 해두었다.

“그런 식으로 안이하게 생각하다가 뒤통수 맞아. 실제로 내 경우는 직접 경험까지 해보았으니까!”

“오, 오빠.”

최현진은 만약 그런 상황을 자신이 겪었다면 어떤 기분일까? 떠올려 보았다가 안색을 굳혔다. 아마 정신적인 고통이 상당했을 것이다.

최현진은 만약 그런 상황을 자신이 겪었다면 어떤 기분일까? 떠올려 보았다가 안색을 굳혔다. 아마 정신적인 고통이 상당했을 것이다.

민현진 역시 옆 자리에서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민우에 대한 것을 알아가다가 그제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아, 그러면 선배, 아니 민우 오빠는 이전에도 사업을 했다는 말인가요?”

조민우는 이미 여기에 대해서 숨길 것이 없었다.

“응. 저번에 말한 것 같은데?”

“그렇기는 해요. 하지만 그 때는 그냥 흘려들었는데, 으음, 그렇다면 결국 첫 번째 사업은 실패하고, 이번이 두 번째라는 말이군요.”

“그렇게 되는 거지.”

간단한 말이었다. 하지만 민현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조민우가 워낙에 능력이 출중해서 잘 나간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벌써 이미 과거에 사업을 꾸려나갔다는 것은 예상도 못한 일이었다.

아니 거기까지는 이해한다고 하자.

첫 번째 사업이 망하고 나서, 다시 시작한 두 번째 사업이 생수 사업이 벌써 연 간 5억의 순이익을 바라보는 회사로 만들다니.

그야말로 영화 속에서나 흔히 나오는 역경을 딛고 일어선 그런 사나이의 모습이었다.

두근두근.

순간 가슴이 뛰었다.

어려움과, 시련을 묵묵히 참고 인내하면서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열정적인 모습과는 별로 무관해 보이는 멍청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그런 감정을 느끼자 더욱 그러했다.

오히려 자신의 폭발적인 열정을 스스로 감추고 드러나지 않는 그런 모습이 겸손하게만 보인 것이다.

뭐 완전한 착각은 아니지만 좀 눈에 콩 깎지가 낀 것이다.

“저, 저기 오빠.”

촉촉하면서 부드러워진 어조였다. 감정이 듬뿍 담겨 있어서 모르는 사이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오히려 부담스러워할 정도였다. 다만 민현진이기에 그나마 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 뿐.

“응? 왜?”

“히, 힘내세요!”

“.......”

조민우는 처음에 잘 느끼지 못했지만 곧 자신을 응시하는 뜨거운 걱정과, 열기가 가득한 눈빛을 받고는 입을 다물었다.

사실 부담이 무지 느낀 것이다.

뭐 그렇다고 기분이 나쁘냐?

그것은 아니었다.

다만 생뚱맞은 기분이었다.

아니 갑자기 왜 저런 표정인지.

물론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최현주를 돌아봐야 했다.

차가웠다.

그야말로 한 겨울에 피어난 매화를 보는 그런 기분이었다.

조금 전과는 백팔십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아, 정말!’

정말 짜증스러운 일이었다.

뭐라고 말하기도 귀찮았다.

더욱이 자신은 쉬러 이곳 춘천, 아니 소양호에 오지 않았던가? 그것도 자신이 직접 자발적으로 온 것도 아니었다.

최현주의 조언 때문에 여기 온 상황인데, 오히려 그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니.

조민우는 순간 감정이 쌓인 것이 욱 올라왔다. 그렇다고 최현주에게 뭐라고 하기에도 좀 그랬다.

벌떡.

복받친 감정 때문인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소형 유람선 밖으로 나왔다.

쏴아악.

강바람이 자신의 얼굴 피부에 확연하게 느껴졌다. 유람선은 소양호를 쫙 가로 지르면서 느리게 물을 갈랐다. 주변 풍경이 여유롭게 스쳐갔다. 조금 전에 생긴 짜증이 그냥 눈 녹듯이 사라졌다.

조민우는 그래서인지 유람선 모서리에 바짝 붙어서는 강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배가 가르면서 생긴 거품이 새삼 힘차게 치솟아 올랐다.

취이익.

주변에 보이는 작은 섬 능선은 비록 다른 나라의 거대한 절경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 나름 자신의 색깔을 현란하게 뿜 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계속 이런 상념에만 빠져 있을 수는 없었다.

최현주가 그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다시 사과한 것이다.

“저, 저기 오빠.”

“왜?!”

“미, 미안해요. 아, 앞으로 조심 할게요. 요즘 들어서 제가 너무 민감해서 그래요.”

하지만 그녀의 말과 행동은 달랐다. 말을 하는 순간에는 좀 그의 눈치를 살폈지만 그 사이에 얼굴을 뻔히 든 것이다.

조민우는 힐끗 뻔히 째려보고 있는 최현주의 시선을 마주한 상황에서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지긋이 그녀의 맑고, 그윽한 눈망울을 쳐다볼 뿐이다.

자신의 마음이 그 눈빛 속으로 깊이 빨려들어가는 그런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이 아니었다.

햋살에 반사되어서 빛이 아는 최현주는 그야말로 판타지 소설의 여신의 강립이나 마찬가지였다.

‘흐음, 나쁘지 않아. 하긴 예쁘기는 정말 더럽게 예쁘다니까. 보고 있으면 자제하는 것조차 힘드니.’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것 정도 가볍게 무시해도 될 만큼 아름답고, 귀여운 여인이었다. 뭐 가끔 푼수 짓을 하는 것이 좀 이해하기 어렵기는 했지만 그것도 그 나름대로 최현주만의 독특한 개성이라고 생각하면 좋았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너무 모호해.’

이도저도 아닌 불투명한 두 사람의 관계.

솔직히 두 사람 사이는 정상적인 연인 관계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폐가 있었다. 차라리 오히려 마음을 서로 두고 있는 예비 연인, 또는 아주 친한 친구사이라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했다.

조민우가 사실 마음에 들지 않아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이었다.

하지만 그는 괜히 지금과 같은 분위기, 바로 힐긋 한 쪽으로 살피자 역시 유람선 밖으로 나와서는 은근히 주시하는 민현진을 보자 내색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참으로 아쉬웠다.

‘차라리 둘이 왔어야 했어. 하지만 둘이 여행가자고 했으면 현주가 허락했을까?’

아마 아니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지금까지 최현주의 행동을 비추어보면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세 사람이기에 안도하고 여행을 따라왔다고 봐야 했다. 아니 제안을 했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조민우는 결국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해서 오히려 지금 당장에 관련 있는 주제에 관해서 늘어놓았다.

“이쪽으로 계속 가면 청평사 나오는데, 거기에 잠깐 가 볼래?”

최현주 역시 마냥 어색한 분위기는 싫었기에 조금 전에 일은 잊지도 않는 일인 냥 취급했다.

“청평사요?”

“응, 예전에 여기 왔다가 시간이 안돼서 가보지 못한 곳이거든. 한 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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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을 바로 에로티시즘이라고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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