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2 회 -- >
“저는 상관은 없어요. 아마 현진이도 그다지 반대하지 않을 거에요.”
“그러면 그렇게 하자.”
조민우는 딱 여기까지만 말을 하고는 다시 멍하니 소양호 물결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비록 아름다움 두 여인과 같이 여행을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까지 썩 기분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렇게 탁 트인 소양호를 바라보는 것이 더욱 좋았다. 이제까지 쌓인 마음의 앙금이 그나마 희석되는 듯해서 상쾌하기까지 했다.
‘역시 오길 잘했어. 이런 기회를 자주 가져야 해.’
이런 감정은 청평사 선착장에서 내려, 청평사를 향해서 올라가는 중에 본 한 다리 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민현진은 뒤 늦게 사실을 알았지만 그다지 불편을 토로하지 않고는 오히려 주변을 돌아보기에 여념이 없을 뿐이다.
“우와, 여기가 청평사 가는 길이구나.”
조민우는 ‘청평사 가는 길 1.7Km, 소요시간 약 20분’이라는 푯말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현진이도 기분이 좋은 가 보구나.”
“아, 당연하죠. 여기는 정말 처음이거든요. 소양호에 몇 번 와보기는 했지만 보통 시간이 없어서 그냥 지나친 경우가 많았거든요.”
말을 하면서도 슬쩍 달라붙는 그녀가 마냥 불편하지만은 않았다. 조민우도 물론 따가운 최현주의 눈치가 보이기는 했지만 오히려 그녀에게 당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복수의 심정으로 오히려 그녀에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얕은 파마머리가 계곡을 통해서 불어오는 바람에 코 가를 살짝 간지럽기까지 했다. 아마 둘이 왔다면 그냥 덥석 껴안아 버렸을 일이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최현주가 문제냐고?
그렇지는 않았다.
그녀만이 문제가 아니라, 이미 청평사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관광객이나, 그것도 아니면 같이 지나가는 이들이 더 문제였다.
-우와, 정말 예쁘 애들이잖아?
-당신 미쳤어요? 어디에 자꾸 시선을 돌리고 그래요? 설마 저런 아이들을 관심이 있는 거에요?
-허어, 여편네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냥 딸같은 자식보고 감탄한 것을!
-정말이에요?
-아니 직접 보고 나서 그런 소리를 해.
-하, 하긴 정말 예쁘기는 하네요. 우리 딸도 나중에 저 정도, 아니 반만 되어도 좋겠어요.
-그나저나 저 놈은 도대체 뭐 하는 놈인지 모르겠어. 저런 여자 두 명을 떡 하니 끼고 놀러다니.
-왜 부러워요? 여기 내 친구도 있으니, 당신도 절세 미녀 두 명 데리고 신선 노릇하고 있는 거잖아요.
“......”
조민우는 어이가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자신의 양 옆에 바짝 붙어서 무안해 하는 두 여인을 보자 고개를 끄덕였다. 가히 대한미국 미스코리아 수준의 절세미녀 두 명을 떡하니 양팔에 끼고서 청평사를 오르는 자신 아닌가? 범상하게 보일 리가 없었다.
‘쯧쯧, 하여간에 여자가 문제라니까.’
그는 물론 이 때문에 속도를 올리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워서 민현진의 옥 같은 손을 살짝 잡고는 속도를 올렸다.
후다닥.
하지만 최현주 역시 질세라 뒤처지지 않았다.
뭐 다소 좀 이상야릇한 분위기이기는 했지만 최현주도 눈치가 있어서인지 그렇게 티를 내지 않았다.
곧 이어서 푸른 숲길이 계속을 끼고 이어졌다.
물론 곧 이어서 청평사 매표소가 있는 계곡에서 잠깐 표를 끊는 것은 기본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조민우는 곧 이어서 펼쳐진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 계곡 보면서 호젓하게 걸음을 거닐었다. 두 여인은 이제 아무런 불만을 늘어놓지 않고는 그냥 바짝 그의 옆에서 붙어서 이곳저곳을 돌아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녀들 역시 처음 방문해 보는 이곳 절경이 마냥 좋기만 했다.
“오빠, 저기 봐요, 물이 정말 맑다.”
물이 맑다? 그런 정도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바닥이 그대로 보일 정도로 투명하기까지 했다.
그 역시 이런 계곡의 물에 수긍했다.
“확실히 여긴 사람이 살지 않아서 더 그런 것 같아.”
그의 말 대로였다.
졸졸졸.
암반 바위 위를 흐르는 계곡물은 맑으면서 시원했다.
그는 바위를 조심스럽게 건너 물길을 거슬러 오르고 싶은 마음마저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중간 중간에 물 때문에 막혀 있는 길이 보이자 마냥 그럴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조민우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자신이 이곳에 온 것도 여유를 가지기 위함이 아닌가? 굳이 꼭 서둘러서 청평사에 오를 이유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 잠깐 여기서 쉬워 갈까?”
“네? 여기에요?”
“응, 물이 너무 맑잖아?”
“하지만 청평사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뭐 청평사에 꼭 간다고 해서 다를 것이 있겠어? 이렇게 당장 눈앞에 시원한 구경거리가 있는데?”
실로 태평스러운 말이었다. 최현주가 조금 전에 미묘한 신경 전 때문에 신경이 곤두 서 있다가 이 말에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
“알았어요.”
이것이 신호였다.
그녀의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조민우는 곧 바로 양말을 벗어서는 가방에 넣고는 계곡 물을 발을 담았다.
찰랑.
차가운 물이 자극하자 몸이 다소 떨렸지만 그다지 대수롭지 않았다. 하지만 최현주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곧 양말을 벗어버리고는 그의 옆에서 바짝 붙어 앉은 채 계곡 물 위를 세차게 찼다.
촤악.
계곡 물이 이내 튀어 올랐다. 물론 그런 중에 몇 방울은 조민우에게 날아가기도 했다.
“물 튀잖아!”
“저는 몰라요!”
꽤나 유쾌한 분위기였다.
민현진 역시 이런 두 사람의 반응에 질투가 나서인지, 그렇지 않으면 순순한 마음에서인지 조민우 좌측에 바짝 붙어 앉으면서 히프를 살짝 접촉한 채로 자신과는 무관한 양 소리쳤다.
“어머, 차가워.”
최현주는 뭐가 그리 불만이 많은 툴툴 거렸다.
“현진아, 너는 또 왜 그래?”
“응? 왜? 나도 발을 담그면 안 돼?”
“저번에 설악산 갔을 때 나에게 한 말이 기억 안 나? 계곡에 흐르는 물이 피부에 좋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발이나, 손을 담그지 말라고 한 거!”
“.......”
조민우는 중간에 끼어있기에 다시 심상치 않는 최현주에 도발에 입을 다물었다. 아니 그냥 두었다고 무슨 일인 생길지 불안했다.
“현주야.”
찔끔.
최현주는 이미 조민우가 어떤 면에서는 꽤나 냉정하다는 것 정도는 이제 본능적으로 느끼기에 깜짝 놀랐다.
“왜, 왜요?”
“우리 이렇게 같이 편하게 나온 거잖아? 서로 얼굴 붉히지 말고, 잘 좀 지냈으면 해. 물론 현진에게 언짢은 감정이 좀 있는 것은 나도 이해를 해. 하지만 이렇게 밖에 나온 마당에 서로 얼굴 붉힐 이유는 없잖아? 오늘 만큼은 좀 사소한 것은 넘어가자.”
이렇게 말하는 데, 계속 반항할 수 있을까?
최현주는 그렇게까지 고집에 센 여자는 아니었다. 더욱이 그녀 역시 그에게 잘못한 것이 있기에 더욱 그러했다.
“하아, 알았어요.”
물론 이렇게 속상한 그녀와는 대조적으로 쾌재를 부르는 사람 역시 있었다. 바로 민현진이었다. 그녀는 설마 했던 자신의 추측이 대충 맞아 들어가자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확신했다.
‘이제야 알겠어. 아마 현주가 민우 오빠 마음에 두고 작업 중이었구나. 안 봐도 뻔해. 재가 하는 행동 봐서는 민우 오빠의 속을 그냥 다 뒤집어 놓았을 테니. 쯧쯧, 남자에 대해서 저렇게 몰라서야. 남자는 그저 한 번 꾹 눌러 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데.......’
조민우는 물론 이런 민현진의 속셈을 아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최현주가 기가 팍 죽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보았기에 눈살을 찌푸렸다.
‘도대체 애는 또 무슨 꿍꿍이지. 여자 마음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민현진의 속셈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민현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에 대해서 곧 포기해버렸다.
오히려 최현주에게로 정신을 집중했다. 그녀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한 말 때문인지 이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재미있는 것은 민현진이었다. 그녀는 이런 묘한 분위기를 곧 파악하고는 계속해서 조민우에게 살짝살짝 달라붙어서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만약 술집의 여자가 이런 짓을 한다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술집에 여자가 아니었다. 더욱이 그녀는 몸을 함부로 굴리는 여자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여자는 더욱 아니었다.
다만 사고 자체가 현대 직장 여성의 개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좀 다를 뿐이다. 마음에 맞는 남자가 있으면 언제라도 같이 자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 여자였다.
조민우가 이런 것을 알 수는 없었다. 워낙에 서로 이야기를 한 것이 그렇게 많지가 않은 탓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해서 자신의 몸을 가볍게 이리저리 접촉하려는 노골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정말 아쉬운 기회였다.
‘현주만 없다면.......’
불행히도 최현주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이상은 민현진이야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그 자신은 노골적인 행동을 보이기가 어려웠다.
만약 최현주와 완전히 선을 그었다면 모를 일이지만.
지금 당장은 그렇지가 않았다.
-오빠는 어떤 여자 좋아해요?
-오빠는 처음 만난 여자의 어떤 부위를 주로 봐요?
-오빠는 다른 여자와 사랑을 해 본 적이 있어요?
-오빠는.......
-오빠는.......
-오빠는 다른 여자와 밤을 같이 보내면서, 으음, 혹시 으음, 그러니까, 으음......,같이 자본적이 있어요?
“.......”
하지만 조민우는 계속 되는 민현진의 노골적이면 견디기 어려울 유혹에, 물론 민현진 본인은 가볍게 말을 거듭하면서 친근함을 보이는 행동인 것처럼 하지만, 결국 자신의 물건이 흥분되는 것을 피하기가 어려웠다.
불끈.
자신의 물건이 마치 강철처럼 용트림했다. 바지를 단숨에 찢고 나올 정도로 강렬한 율동이었다.
더욱이 옷은 산행을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여행을 위해서 편한 체육복 형식의 가벼운 바지였다. 당연히 그의 물건이 그대로 밖으로 드러났다.
‘제, 제길.’
조민우는 순간 당황해서 얼굴을 붉혔다. 그가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자연스러운 본능의 표현일 뿐이다.
아마 겪어보지 않는 사람은 잘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민현진같은 여인이 바짝 붙어서 엉덩이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야들야들한 팔로 남자를 자극하는 것만큼 견디기 어려운 것은 없었다.
더욱이 상대가 남자에 대해서 겉으로야 개방적인 면모를 보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렇게 때(?)가 묻지 않는 것이 너무 분명해서 가끔은 순수한 면이 있어 보이는 상대라면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최현주는 달랐다. 그녀는 두 사람의 요모조모를 살피는 중이기에 갑작스러운 그의 태도 변화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가 아는 조민우 선배는 결코 저런 식으로 얼굴을 붉힐 사람이 아니었다. 차라리 뻔뻔하면서도 당당했지, 저런 식으로 나온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이런 판단에 확신을 가지고 유심히 살펴본 바. 그의 바지 한 곳이 너무 노골적으로 불룩 튀어나온 것을 보고는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어, 어머, 뭐가 저렇게 커?!’
일단 물건 크기부터 먼저 살폈다. 자신과도 관련이 충분히 있는 귀중한 물건(?)이니까. 하지만 곧 이어서 왜 저런 반응(?)을 보인 것인지 알게 되자 이내 안색을 찌푸렸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여자의 유혹에 약하다니 말인가!
물론 말도 안 되는 추측이다. 솔직히 성불구라면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을 테지만 조민우는 엄연히 정상적인 성생활이 가능한 대한민국 육군을 만기 제대한 육군 병장이었다.
물론 그녀는 전혀 이런 것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쾌하기만 했다.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순간 이를 으드득 갈다가 그제야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하고는 눈빛을 반짝였다.
자신들이 앉아 있는 바위가 생각보다 미끄럽다는 것과, 계곡 물 깊이가 거의 가슴까지 올 정도로 깊다는 점이다.
파박.
바로 조민우의 등을 강제로 밀어버린 것이다.
“어?!”
조민우는 물론 갑자기 누군가 자신을 밀어버리자 반사적으로 휘청하다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자기도 모르게 민현진을 안아 버렸다.
너무 거리가 가까운 탓이다.
“억?!”
물론 민현진 역시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깜짝 놀라서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강하게 밀치지는 않았다. 다만 반사적으로 행동을 보인 것뿐이다.
풍덩.
풍덩.
두 사람은 이내 계곡 물에 빠져 버렸다.
“.......”
최현주는 그제야 상황을 알아채고는 아차 했다. 설마 두 사람 모두 계곡 물 속에 빠져 버릴 지는 상상을 못한 탓이다.
‘도, 도대체 현진, 재는 왜 빠진 거야?’
순간 갈등이 생겼다.
이대로 있을 것이냐.
그렇지 않으면 저들과 동참할 것이냐.
============================ 작품 후기 ============================
아 새로운 마법은 새로운 도전과는 좀 다릅니다.
굉장히 역동적인 이야기죠.
바람 마법이 그런 상징의 의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