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7 회 -- >
여기에 대한 확인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 자신 스스로 의식을 집중해서 다른 종류의 바람 마법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다만 외부에서 누가 알아보면 곤란했다.
‘그렇다면 범위를 더 좁히면 되겠지? 어차피 그렇게 하면 동일한 바람이라고 해도 범위가 더 줄어드니까. 더욱 그렇게 하면 물리력이 더 강해지지 않을까?’
조민우는 여기까지 추리를 끝내고서야 꽤나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들자 만족했다.
생각보다 논리가 나쁘지 않았다.
그는 굳이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는 손바닥으로 외부에 볼 수 없도록 비스듬하게 들고는 바람 마법의 위치를 가능하면 딱 손바닥 위에 고정시켰다.
다소 위험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염려하지는 않았다.
딱히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본능적인 느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어차피 바람 마법 역시 자신의 마법 코어에서 발현된 것이니, 굳이 숙주의 신체를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아마 흡수하겠지?’
조민우는 여기까지 고심을 끝낸 후에 정신을 천천히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은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바로 기존에 물, 정화 마법 두 가지를 사용하면서 얻은 경험, 그리고 정신력의 성장 때문이었다.
그는 이런 상황까지 세세히 확인을 끝내고는 나서는 조심스럽게 마법 주문을 속삭였다.
(바람)
휘이익.
마법 주문과 동시에 이전처럼 역시 작은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회오리가 아니야!’
그는 의외로 자신의 의지한 대로 된 것에 감탄했으나 이내 손바닥위에 바로 떠 있는 바람 마법 결과물을 확인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생성된 모양이 특이하게도 마치 구형을 납작하게 눌러놓은 모양인 탓이다.
기존에는 회오리처럼 회전했지만 이제는 그것이 구형을 납작하게 눌러놓은 모양으로 바뀐 것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그 모양이 손바닥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과, 손바닥에 바짝 붙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인지 고민을 거듭하다가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알 수가 없었다.
조민우도 다만 추측을 하자면 자신의 의식 자체가 이런 모양을 좋아한다는 것과, 거기에 따라서 형상이 어느 정도 고정되면서 물리적인 법칙을 자연스럽게 따라간다는 것 정도였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자유자재로 이 형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건가?’
그는 문득 이런 의문이 떠올랐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 손바닥에 떠 있는 형상을 유지하는 것만 해도 어려운데, 다른 형상을 바꾸기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여기서 다른 모양으로 마음대로 바꾼다?
‘쯧쯧, 그것은 좀 힘들겠어. 아니 시간이, 수련이 많이 필요할 것 같군.’
하지만 이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조민우는 자신이 만든 이 결과물이 과연 어느 정도 위력을 가지는 알고 싶었다.
그는 물론 결과를 확인하기에 딱 적합한 대상 하나를 바로 찾을 수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앉아 있는 커다란 바위였다.
‘좋아!’
그는 곧 바로 자신의 손바닥에 떠 있는 손바람을 천천히 바위 쪽에 붙였다. 물론 손바닥을 뒤집어도 역시 손바람은 떨어지지 않았다.
보면 볼수록 참으로 신기한 현상이었다.
그는 이런 감정을 추스르면서 천천히 손바닥을 바위 위에 살짝 눌렀다.
휘이익.
조민우가 특이한 느낌을 느낀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는 자신의 손바닥에 있는 무엇인가가 바위 표면을 향해서 날아가 버린 것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느낌만은 아니었다. 곧 이어 바위 표면에 마치 해머로 내려쳤을 때 부서진 소리가 들린 탓이다.
콰직.
다행히 짧고, 작은 소리였다. 그렇지 않아도 폭포 소리 때문에 주변은 시끄러웠다. 주변에서 들을 수가 있는 소리는 아니었다.
두 여인은 역시나 예상대로 이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계속 폭포수 엉덩이 근처에 떡 하나 앉아서 이런저런 수다에 여념이 없었다.
‘다행이군.’
조민우는 의외로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천천히 손바닥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는 이내 바위 위에 선명하게 나 있는 손자국을 확인하고는 입을 딱 벌렸다.
‘이, 이렇게 위력적이다니!’
물론 바위가 아주 깔끔하게 부서진 것은 아니었는데, 힘이 고루 전달된 것이 아니었다. 아마도 바람 마법의 성질 때문에, 아니면 그의 정신력이 떨어져서 나타나는 어쩔 수 없는 단점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봐도 위력이 사뭇 대단했다.
더욱이 그 자신은 어떤 물리적인 힘을 사용하지도 않은 상태. 그런 점을 잘만 활용한다면 그 이용방법은 꽤나 무궁무진했다.
조민우는 다만 이렇게 딱 정지된 것이 아니라, 과연 손을 움직이면서 사용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실제적으로 사용이 불가능한 탓이다.
그는 다시 몇 번 정진된 동작을 빠르게 연습해서 어느 정도 손에 익숙해진 후에,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과연 조금 전에 그 느낌대로 가능한 지 확인해보았다.
(바람)
스르륵.
‘된다!’
생각보다 빠른 발전이었다.
그 자신이 생각해도 오히려 너무 빨라서 믿기지가 않았다.
‘이상한데?’
하지만 그가 이렇게 급격히 빠른 성장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결국 이것도 생수병 생산 때문에 마법에 대한 경험이 쌓여서 그렇다고 봐야겠군.’
정확한 추측이었다. 그가 요즘 들어서 하루에 생산하는 피티 생산량이 최대 1,000개에 가까웠다. 정신적인 혹사는 상상을 초월했다. 특히 컨디션이 허락하는 경우에는 좀 무리해서 1,500개까지 생산할 때도 있었다.
‘그런 남은 한 이틀 퍼져버리지!’
조민우는 지난 일을 떠올리고는 자신의 마법 능력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상념에만 빠져 있을 수가 없었다.
최현주가 그에게 소리친 것이다.
-오빠, 뭐해요? 여기 와서 같이 놀아요.
-어, 잠깐만.
하지만 그녀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는 곧 바로 폭포수 앞에서 놀고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후다닥 그에게로 다가온 것이다. 물론 민현진 역시 그녀의 뒤를 따랐다.
“오빠, 왜 그래요? 설마 화난 거에요?”
“응? 화라니?”
“그렇지 않으면 왜 그렇게 꿍해 있는 거에요? 자꾸 제가 계속해서 냉랭하게 대하니, 마음 상한 거죠?”
조민우는 피식 웃었다.
“아냐. 괜히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마.”
솔직하게 자신의 심사를 표현한 말이다. 하지만 최현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더욱이 그녀가 이제까지 자신이 그에게 한 행동과 말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했다.
‘좀 심했지?’
그녀는 슬쩍 그의 옆에서 바짝 붙어서 앉으면서 팔짱까지 한 채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오빠, 제 마음 알죠?”
“.......”
알다니? 뭘 알아? 완전히 자기 멋 대로인 행동과 말이었다. 하지만 뭐 어떤가? 최현주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팔짱까지 한 채 바짝 들러붙어서 턱까지 치켜들고는 애교를 부리는 모습은 참으로 교태가 살살 흘렀다. 이제까지 그녀에게 원한을 가졌다고 해도 그런 감정이 눈 녹듯이 사라질 정도였다.
‘이런 행동만 보면 정말 요물이라니까. 이번에는 사탕을 주겠다! 이런 의미인가?’
조민우는 뻔히 보이는 수작이지만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여기에 민현진 역시 그냥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녀 역시 반대편에서 살짝 들러붙으면서 가슴을 슬쩍슬쩍 들이면서 붉은 입술을 열었다.
“오빠, 우리 재미있게 지내요. 괜히 심각한 고민을 하지 말고요.”
그는 결국 두 여인의 미인계에 어쩔 수 없이 그냥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그는 간단하게 말하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서 너무 시간을 지체했다는 것을 느낀 탓이다. 더욱이 조금 전에 일 때문인지,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지나친 행동에 대해서 반성을 했는지 최현주의 반응도 다소 많이 달라졌다.
“오빠, 파이팅!”
간간히 이어진 격려의 말이었다.
그는 그 때문인지 아니면, 이전과는 사뭇 달라져서 자신을 한층 부드러워진 태도 때문인지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는 덕분에 더욱 산책을 즐길 수가 있었다.
‘그런데 좀 이상하군.’
***
조민우는 다시 걸음을 재촉한 지 정확히 몇 분이 지났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그는 곧 자신의 눈앞에 절이 보이자, 그것이 곧 청평사라는 것을 대충 느낄 수 있었다.
중간에 보인 약수물을 한 잔 마시는 것을 빼 놓을 수가 없었다.
“카아, 좋다.”
“오빠, 우와, 정말 시원해요!”
“이것이 전부 오빠 덕분이라니까요. 이렇게 오랜 만에 이런 곳에서 마음을 쉴 수가 있다니, 정말 고마워요.”
조민우는 이런 아부(?)를 받으면서 약수물을 몇 잔 더 마셨다. 그는 동시에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힘든 때가 더욱 많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그렇게 썩 나쁘지만 않았다.
그는 더욱이 조금 전에 걸어온 산행길을 되돌아 볼 수도 있었다. 깊은 산 속은 아니었다. 숲이 깊어 보이고, 거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도 청평사 계곡은 어떻게 보면 누구라도 쉽게 숲의 향기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그런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민우도 보통 산행을 생각하면 기암절벽이나, 굽이치는 우렁찬 폭포수를 떠올렸지만 여기는 오히려 발 담그고 놀 수 있는 그런 자연의 의미를 느꼈다.
‘어쩌면 내가 여기에 왔기에 바람 마법의 의미를 깨달은 것이 아닐까?’
술술 풀려간 바람 마법.
충분히 합리적인 설명이었다.
그는 이런 상념을 털어버리고는 곧 두 여인을 양쪽에 떡하니 거느린 채 청평사로 들어갔다.
청평사는 고려 광종 때 세워진 절인데,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회전문은 보물 165호로 지정돼 있을 정도로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이곳을 통과하면 계단에서 큰 나무 두 그루 사이로 보이는 절의 풍광은 실로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자신의 지나친 행동 때문에 반성하는 생각에서인지 최현주의 정성을 사뭇 적극적이었다. 그의 팔짱을 한 채로 바짝 들러붙어서 애교를 끊이지 않았다.
“오빠, 정말 좋아요. 이런 곳에서 오빠와 같이 평생 살았으면 원이 없겠어요.”
물론 민현진도 이제는 최현주가 조민우 눈치 때문에 그다지 심하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자 이번에는 반대편에 매달리면서 혀를 살짝 내밀었다.
“저도요.”
“.......”
조민우는 양 쪽에 두 여자를 거느린 채 시선을 이쪽저쪽으로 돌리면서 오히려 불안하기만 했다. 이것은 꼭 시한폭탄을 품에 안고 있는 기분인 탓이다.
사실 좀 이상한 분위기였다.
청평사를 오르기 전만 해도 이렇게까지 자신에게 고개 숙이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행동은 그런 것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는데, 마치 새 색시 같은 모습들이었다.
‘왜 이렇게 된 거지?’
별것 아니라면 별 것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는 최현주의 눈빛에서 그것을 충분히 느낄 수가 있었다.
‘조심해? 나를? 이제까지는 그러지 않았잖아?’
조민우는 그제야 자신이 최현주로 하여금 꺼리도록 뭔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자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그는 물론 아주 간단하게 그 자신의 변화를 알 수가 있었다.
‘바람 마법이군. 하지만 그것이 왜 최현주에게 영향을 준 것일까?’
바로는 알 수가 없는 질문이었다.
***
조민우가 어느 정도 청평사를 돌아보고 다시 산을 내려갔다. 그도 내심 개인적으로는 계속 있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날이 조금씩 어두워진다는 것을 느낀 탓이다.
‘아쉽군.’
그는 다소 느긋하게 이곳을 좀 더 돌아보고 싶었지만 너무 급박하게 이곳을 오면서 시간 배분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그런 그가 최두한 일행을 만난 것은 대략 20분 정도 산을 내려갈 때쯤이었다.
-아, 정말 짜증납니다. 하필이면 이런 산행을 해서 사람 귀찮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야아, 멧돼지, 그냥 오랜 만에 휴가 나왔다고 생각해. 그러면 마음이라도 편할 테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이봐, 멧돼지, 잘 생각해봐. 역시 이런 곳에서 늘씬한 애들하고,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지 않아?!
-쓸데없는 소리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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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한 장면이다?
1. 그렇다.
2. 아니다.
3. 기타.
4.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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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진도 빼기 위해서 이렇게 되어 버린 겁니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