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9 회 -- >
아니 잡으면서 동시에 이미 준비해둔 바람 마법을 그대로 사용했다.
(바람.)
실로 간단한 동작이었다. 단순히 휘청거리는 두 사람의 팔목을 잡아서 도와주려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마저 그런 것은 아니었다.
파앙.
“크악!”
갑작스럽게 손목이 잡힌 두 사람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면서 쥐고 있는 칼을 그대로 놓쳐버렸다.
챙그랑.
조민우는 떨어진 칼이 지면에 바위조각과 부딪혀서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는 것을 들으면서 새삼 안색을 굳혔다. 만약 그 자신이 이렇게 확실하게 나가지 않았다면 무슨 꼴을 당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내가 마법을 사용할 수가 있어도 아직 전부 그대로 사용할 수가 없잖아? 회오리바람 마법만 해도 그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모르지만 결국 자제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단검과 같은 공격을 당하면 정말 방법이 없어. 나도 상당한 부상을 감수해야 돼.’
상식적으로 당연한 생각이었다.
생각해보라.
대충 봐도 길이가 무려 40cm 가까운 길이 대검이었다. 저런 것에 잘못 당하면 손목이야 힘들겠지만, 손가락정도는 간단하게 잘릴 수도 있는 일이다.
생각하는 것만으로 소름이 끼칠 일이다.
조민우는 물론 이런 감정을 느끼자 분노라는 생소한 감정마저 느꼈다. 그는 결국 두 사람을 이대로 그냥 둘 수는 없었다.
자신이 최악의 경우에 이 두 사람이 휘두른 검에 당해서 손가락이 잘렸다는 심정으로 떠올린 것이다.
그는 순간 이성이 살짝 흔들리면서 상대에 대한 강한 적의와 함께, 맹렬한 살의마저 떠올렸다. 하지만 그 스스로는 아직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양 손이 두 사람의 얼굴 쪽으로 쭉 뻗는 동작을 하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조차 깨닫지 못했다.
(바람.)
동일한 마법 주문이었다. 여기까지는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빠악.”
하지만 뼈가 부러지는 끔찍한 소리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두 사람은 얼굴에 느껴지는 무서운 고통과 동시에 그대로 지면에서 푹 쓰러져 버린 것이다.
멈칫.
뒤 늦게 만약을 대비해서 움직이려는 나머지 두 사람을 이 무시무시한 광경을 보고는 걸음을 우뚝 멈추어야 했다.
‘헉? 저, 저럴 수가!’
불과 채 삼십 초도 되기 전에 일어난 상황이었다.
그런데 한 사람은 아직도 입에 거품을 물고는 지면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나머지 두 사람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정도로 지면에 그대로 퍼져버렸다.
실로 황당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었다.
조민우 역시 두 사람이 걱정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단호하게 대처했다.
그 자신이 약한 모습을 보이는 순간에 나머지 세 사람이 조용히 이대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 탓이다.
“너희들은 누구야?!”
차가우면서도 냉혹한 음성이었다.
하지만 최두한은 이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전신에서 느껴지는 괴이한 기운에 깜짝 놀랐다.
‘뭐, 뭐지? 도대체 이놈은 정체가 뭐야? 설마 무술을 할 줄 알았다는 말인가?’
그는 복잡한 표정을 한 채 쓰러져 있는 세 아우를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한 번 조민우를 쳐다보았다. 조금 전에 그가 보인 행동을 실로 단호하기 짝이 없었다. 더욱이 그 결과마저 간단하게 보이지 않았다.
간단하게 손바닥을 붙였다가 떨어졌을 뿐인데, 상대가 당한 결과는 단순하게 볼 수 있는 그런 결과가 아닌 탓이다.
‘설마 고대 무술의 고수란 말인가? 하지만 어떤 무술을 익혔기에 저런 결과가 가능한 거지?’
그는 생각보다 다른 수하들과는 달리 침착한 태도를 취했는데, 조민우의 특이한 능력에 오히려 의혹을 느끼고 거기에 대해서 먼저 확인해보았다.
그가 보기에 조민우가 무조건 일방적으로 공격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느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는 한 수하의 신체 한 부위가 옷이 으스러진 상태에서 그 부위가 시퍼렇게 멍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는 신음성을 터트렸다.
‘으음, 이것은 단순히 주먹으로 인한 가격이 아니야. 도대체 이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설마 소설에서 흔히 나오는 내공 같은 것은 아니겠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최두한이 이제까지 연마한 무술 경력만 해도 이십년이 넘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오랜 동안 고련을 해도 내공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조민우를 힐끗 쳐다보고는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굴려야 했다.
지금 딱 봐서는 저놈과 싸워봐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제길 오늘 똥 밞았군.’
자존심으로 싸운다?
하지만 그는 일반적인 조폭처럼 머리에 똥만 든 바보가 아니었다.
뻔히 눈앞에 결과가 보이지 않는가?
더욱이 다른 두 아우 역시 눈치가 빠른 놈인지 오히려 그를 도와주기까지 했다.
(형님, 아무래도 이 정도로 끝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물론 최두한 은 최소한 자존심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겉으로 나마 한 마디 했다.
(무슨 개소리야. 설마 너는 재떨이, 아니 아우들이 저 모양이 되었는데, 그냥 이대로 물러나자고?)
(하지만 지금 딱 봐서 저놈의 무술 수준이 보통이 아닙니다. 애초부터 그런 사실을 알았다면 차라리 포위하거나, 아니면 좁은 장소에서, 그것도 아니면 최소한 뭔가 준비를 하고 공격했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탁 트인 장소에서 싸워봐야 이기기 어렵습니다.)
(......)
최두한은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깍쇠를 잠깐 쳐다봐야 했다. 조직 폭력배답지 않게 금테 안경을 할 정도로 꽤나 특이한 놈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조직에서 처신이었다.
지금 평소에 입고 있는 복장만 해도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일반인처럼 말쑥한 복장이다. 그런데 그 누구 하나도 이놈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지 않는 상황이니, 그의 처신이 얼마나 대단한 놈인지 알 수가 있었다.
‘하긴 그래서 나도 이놈한테는 함부로 못하기는 하지만......’
(그렇다는 이야기는.......)
(오늘은 아닙니다.)
(그것은.......)
깍쇠는 대충 어느 정도 설명이 되었다고 판단하자 그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자신들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 조민우에게 다가갔다.
그는 솔직히 최두한과는 달리 그에게 꽤나 관심을 가졌다.
‘정말 이해할 수가 없군. 그것은 분명히 암경의 일종이 틀림없어. 소위 무술의 대가만이 할 수가 있다는 암경을, 그것도 저렇게 젊은 나이에 사용할 수가 있는 자라니. 하지만 오히려 더 괜찮아. 이 정도라면 이자를 얼마든지 이용해 먹을 수가 있잖아?’
깍쇠가 비록 어쩔 수 없이 조폭에 몸을 담았다고 하지만 그 역시 자신의 신세 내력이 그렇게 간단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더욱이 이 최두한이 있는 조직에 몸을 담은 것도 복잡한 이유가 있었다.
‘그래서 최두한이 쓰러지면 곤란해. 아니 이 조직이 무너지는 것도 안 돼. 지금은!’
깍쇠는 이런 마음을 굳히자 조심스럽게 자신을 주시하는 조민우에게 쳐다보았다.
“이거 아무래도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조민우는 정말 생뚱맞은 깍쇠의 나직한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는 최소한 뭔가 욕설이나, 그것도 아니면 타협이 오고가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것은 무조건 나고 일방적인 사과라니.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그래서 혹시 이 자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가하고 다른 두 사람을 살펴보고야 안색을 찌푸렸다.
‘이자는 두목이 아냐, 저 쪽에 쳐다보고 있는 자가 두목이 맞아. 도대체 이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흥, 네놈들이 지금 우리에게 한 짓을 보고도 그 따위 소리를 해? 저기 쓰러져 있는 새끼들이 저기 내 동료에게 한 말을 기억 못해? 내가 다시 말해줄까?”
깍쇠는 부드러운 어조로 끼어들었다.
“아, 재들은 평소부터 여자를 좀 밝히는 놈입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좀 지나친 행동을 한 것 같습니다.”
조민우는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화부터 냈다.
“야아, 그게 말이 되냐?”
그런데 웃기는 것은 깍쇠의 반응이었다. 그는 조민우가 자신을 비꼬는, 아니 경멸조로 쳐다보는 시선에도 그다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그럴 듯한 변명까지 늘어놓았다.
“저 세 명이 최근 정신 병원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면 이해할 수가 있지 않겠습니까? 미친 거죠.”
“뭐?”
조민우는 어이가 없어서 반문했다. 아니 정신 병원이라니. 그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 초등학생이 봐도 믿을 수가 없다고 소리칠 상황이었다.
깍쇠 역시 다소 자신이 억지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다지 이런 감정을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는 오히려 천연덕스러운 어조로 조심스럽게 현실적인 문제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외람된 이야기이지만 만약 우리가 귀하를 불법 폭력죄로 고소를 하면 어쩔 생각입니까?”
“불법 폭력죄?”
“네,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은 전부 합쳐서 아홉 명 뿐입니다. 그 쪽에서 세 사람이 있죠? 이 광경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저 세 사람이 쓰러져 있는데, 만약 법정에서 문제를 걸면 누가 누구를 공격했다고 생각할까요?”
“하아, 진짜 어이가 없네.”
“아, 물론 감정적으로 화가 많이 난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법정 공방을 벌리면 결국 좋은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지금 쓰러져 있는 저 세 사람은 아무리 못해도 3개월은 병원 신세를 져야 합니다. 설마 그 병원비를 부담하실 생각입니까? 당연히 피해 보상도 하셔야죠.”
“.......”
조민우는 말을 더해갈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설마 조직 폭력배에 이런 식으로 협박을 받아보리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물론 깍쇠 역시 이쯤에서 한 발작 물러나는 행동을 보였다.
“아무래도 오해가 있어서 좀 주먹다짐이 있었는데, 저희도 정신병원에서 막 나온 아우들을 제대로 관리 못한 책임도 있으니, 이 정도로 끝내자는 말입니다.”
“.......”
조민우는 처음에는 그가 농담한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던지. 하지만 시간이 더해갈수록 깍쇠의 단아한 얼굴에 전혀 변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입을 다물었다.
‘진심이다.’
그는 물론 여기에 대해서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그도 다행히 사업 경험이 많아서 계약 문제로 법적인 것에 대한 경험이 많기에 어느 정도는 법을 알고 있었다.
만약 법적으로 소송을 걸면 문제가 복잡해진다는 것을 어림짐작이 왔다.
언뜻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두한 일행이 조민우를 먼저 공격했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에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그렇게 돼서 만약 패소라도 하게 되는 날이면.......’
막연한 추측일까?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
법적 소송에서 설사 피해자라고 해도 증거가 없다면 오히려 억울한 누명을 써는 것은 비일비재한 탓이다.
차라리 주먹다짐을 한다면 오히려 해결될 문제이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다.
거기에 조민우는 지금 상황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약 이들의 배후라도 있는 상태에서 법정 공방을 벌린다면 더욱 위험한 경우에 처할 수도 있는 탓이다.
‘제길 그런 경우는 이미 당해봤잖아?!’
조민우가 더욱이 주먹을 계속 사용할 수 없는 이유는 곧 이어서 간간히 올라온 다른 등산객 때문이었다.
-어라? 여기 도대체 무슨 일들이지? 이거 설마 싸운 건가?
-허어, 청평사 앞에서 도대체 이것이 무슨 일이람?
-그런데 저 쓰러진 놈들 덩치가 장난 아니잖아? 어? 저 예쁜 처자들은 뭐지?
-이거 설마 인신 매매 현장 아냐?
-그렇다는 이야기는 저 젊은 친구가 저 세 명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이야기야?
이런 이야기들이었다.
아니 말하는 내용은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자신들을 주시하는 목격자가 생겼다는 것이 더욱 중했다.
조민우는 이런 상황에서 조금 전에 최두한 일행이 한 행동을 앙갚음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결국 혀를 끌끌 차면서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깍쇠는 놀랍게도 주변인들이 보던 말든 개의치 않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쓰러진 아우들에게 다가가서 그들 한 사람을 한 사람을 부추겨서 그늘 쪽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물론 다른 일행 역시 말없이 그를 도왔다.
하지만 최두한은 힐끗 주변에 다른 목격자를 한 번 살피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설마 이렇게 끝내자는 말이야?)
깍쇠의 눈빛이 섬뜩하게 번쩍인 것은 바로 이 순간이었다.
(형님, 무슨 소리입니까? 저는 결코 끝내자고 한 적이 없습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저놈은 보통 놈이 아닙니다. 애초부터 이런 사실을 먼저 확인 했어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의뢰에 대한 조건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은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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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김주민은 갑툭튀가 아닙니다.
만나게 될 운명이었죠.
다만 갑툭튀 형식으로 만난 것 뿐입니다.
다음에는 갑툭튀로 만나지 않게,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겁니다.
사실 좀 수정을 해야되는 부분이죠.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