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3 회 -- >
그는 나름 후회가 되었다.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숨길 수는 없었다.
분위기는 생각보다 우 주충 했다.
조민우는 이런 분위기를 누그러트리기 위해서 간간히 농담을 해보았다.
“자자, 그런 이야기는 잊어버리고, 우리 다른 이야기나 하자. 참 두 사람이 좋아하는 취미는 뭐야?”
“두 사람은 사귀는 남자는 아직 없고?”
“혹시 두 사람은 첫 사랑은 있어?”
뭐 이런 이야기였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두 여인은 김주민이 한 행동에 대해서 시간이 갈수록 꽤 충격을 더 느끼는 간간히 주변을 돌아보기까지 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다지 지나치다고 하기는 힘들었다. 여섯 명의 조폭에게 여자라면 자신이 최악의 경우를 당한 상황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진정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탓이니까.
특히 최현주는 자신이 조폭에게 납치가 되어서 비참한 경우에 빠졌을 때는 간간히 떠올리자 안색이 시퍼렇게 변해서는 조민우 옆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
조민우는 덕분에 펜션에 도착할 때까지 두 여인이 자신의 품에서 벗어나지 않아서 오히려 불편하기만 할 뿐이었다.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답답하군.’
하지만 그는 곧 펜션에 도착하자 이런 생각을 버렸다.
펜션 주인의 노골적인 눈빛 때문이었다.
“아, 그, 그러면 세 사람이 오늘 묵고 갈 겁니까?”
“네, 더 올 사람은 없을 겁니다. 아마 내일 열 한 시나, 열 두 시쯤 떠날 예정입니다.”
“허어, 그래요?”
간단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마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남자 하나에, 미스코리아 수준의 여자 두 명이 같이 펜션에 숙박한다? 이거 설마 변태적인 그런 관계가 아닐까?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와 같은 추측이 가능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부러운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좋다.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넘기자.
하지만 그가 오해할 수밖에 없는 큰 이유는 바로 두 여인의 태도였다. 두 사람은 마치 연인을 대하듯이, 그것도 상대가 뻔히 보이는 눈앞에서 조민우 옆에 바짝 들러붙어 있었다.
상식적으로 시기심 빼면 시체인 여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이런 것을 봤는데, 단순히 친구 관계로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운 두 여인이 서로 한 남자에게 둘러붙는 지 참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능력도 좋아! 오늘은 정말 뜨거운 밤이 되겠군.’
조민우는 물론 김주민 때문에 이런 사정이 되었다는 것을 말해줄 수는 없었다.
다만 괜한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정색한 채 차갑게 말했다.
“그러면 내일 뵙죠!”
바람 마법의 영향 때문인지 펜션 주인 역시 조민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기세 때문에 몸을 가볍게 떨고는 물러나야 했다.
“아, 알겠습니다.”
펜션은 6인용 정도 되어 보이는 고아한 건물이었다.
방 내부는 대다수가 광택이 나는 나무로 되어 있었는데, 일반적인 가정집에서 비해서 확연히 컸다. 거기에 한 쪽에 자신이 잘 수 있는 이불과, 담요가 깔끔하게 정리 되어 한 쪽 있었고, 다른 방구석에는 기본적인 TV, 냉장고 같은 것 역시 구비되어 있었다.
더욱이 정원 한 쪽에는 캠프파이어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곳도 보였다. 특히 주변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서인지 공기가 참으로 맑고 쾌적했다.
조민우는 펜션을 돌아보다가 몇 가지 깜박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채고는 아쉬웠다.
‘삼겹살 같은 것을 준비했어야 했어. 여기서 고기를 구워 먹으면 정말 맛있을 텐데.’
아마 여유가 있었다면 중간에 삼겹살이나 먹 거리를 샀을지 몰랐다.
하지만 그도 김주민 일행을 비롯한 이들 때문에 미처 그런 것을 간과한 것이다.
그것은 물론 그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최현주 역시 뒤 늦게 이런 사실을 알아채자 아쉬워했다.
“아, 깜빡 했어요. 고기를 사왔어야 했는데! 여기서 구워 먹으면 정말 맛있을 텐데!”
“뭐 어쩔 수가 없지. 지금 여기서 나가서 근처에 살만한 곳도 없고, 아 쉬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김주민과의 일만 아니었어도 그 정도는 당연히 준비가 되어야 했다. 그만큼 조직 폭력배의 습격은 두 여인 뿐만 아니라, 조민우에게 큰 충격을 준 것이다.
조민우는 물론 이런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이런 저런 노력을 해보았지만 잘 먹히지 않았다.
더욱이 밤이 깊어질수록 이렇게 어색한 분위기는 더욱 심해만 갔다.
두 여인은 날이 어두워지자 오히려 이곳마저 다른 조직 폭력배가 습격하지 않을까하는 염려를 한 채 창밖을 통해서 주변을 돌아보기가 바쁠 뿐이었다.
만약 다시 그들이 이곳을 습격한다면 어떻게 될까?
창문 쪽은 그렇게까지 방어가 잘 되어 있지 않았다.
만약 쇠파이프나 이런 것으로 무장한 강하게 두들겨 패거나, 아니면 문 쪽은 그냥 해머 같은 것으로 찍으면 금방 부서질 것 같았다.
어떤 보면 지나칠 우려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 같은 참다한 일을 당할 뻔했던 두 여인 입장은 그렇지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어둠이 더욱 짙어질수록 이런 두 여인의 히스테리는 더욱 심해만 갔다.
두 여인은 결국 불안해서 어쩔 수 없이 조민우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해야 했다.
“저기 오빠, 오늘 같이 자면 안 될까요?”
“응?! 무, 무슨 소리야?”
조민우도 물론 같이 섹스하고 싶다! 라는 어감으로 들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도 남자. 당연히 최현주가 다소 말을 부끄러워서 말을 더듬자 이상하게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더욱이 그는 과거에 질퍽하게 여러 여자를 끼고 놀아 본 적이 있는 바. 과거의 그런 경험 때문인지 자신의 물건이 강철같이 단단해지는 것 자제하려고 노력했다.
최현주 역시 이런 의도를 의견 제안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 역시 무안했다.
“아, 알아요, 그냥 무서워서 그래요. 혹시라도 밤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요? 차라리 오빠 옆에 같이 있으면 아예 그런 일을 피할 수가 있잖아요?”
“하아, 그것은.......”
하지만 이것은 최현주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민현진 역시 조용히 옆에서 그의 대답을 기울이다가 그냥 있지 않았다.
“솔직히 제가 조직 폭력배 두목이고, 만약 오늘 일에 앙심을 품었다면 지금 이 시간에 노리고 기습할 것 같은데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소설을 너무 본 부작용 때문이라고 봐야할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는 상상이었다.
“아니, 생각을 좀 해봐. 도대체 그 놈들이 여기를 알고 기습한다는 말이야?”
“그거야 차량 번호까지 추적했으니, 당연히 그런 식으로 우리가 예약한 펜션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정말 가면 갈수록 답답하기만 한 대답이다.
“현진아, 차라리 소설을 쓰라. 그것은 소설에서나 가능한 일이야. 이렇게 넓은 춘천에서, 그것도 그 중에 이렇게 외딴 쪽에 떨어져 있는 펜션을 찾아서 기습해 온다고? 차리라 우발적으로 일어난 강도가 습격한다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하겠어.”
오히려 더욱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민현진 역시 자신의 주장이 좀 과장 되었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러난 것은 아니었다.
“그러면 오빠는 우리가 그런 우발적인 강도에게 당했으면 좋겠어요? 말이 너무 심한 것 아니에요?!”
이렇게까지 말하는 데, 싫다고 해야 하나?
“그래, 알았다. 뭐 같이 자는 것이 뭐가 문제가 되겠어. 그렇게 하자.”
“고마워요.”
와락.
하지만 조민우는 이내 두 여인이 거의 동시에 자신의 품에 안기자 오히려 반걸음을 물러나면서 곤혹스럽기만 했다.
차라리 한 명이라면 오히려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서 뭔가 해보기라도 할 텐데, 도저히 다른 여인 때문에 눈치가 보여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만약 최현주에게 눈길을 보내면, 민현진의 따가운 눈살을 받아야 했고, 민현진만 더욱 부드럽게 대해주면 최현주의 차가운 눈빛을 받아야 하는 탓이다.
물론 두 여인이 그냥 조용히 있는 그를 괴롭힐 정도는 아니었다.
즉 조민우가 그냥 두 사람을 공평하게 대해주면 그나마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었다.
사람 감정이 무슨 컴퓨터가 아니지 않은가?
한 사람에 대한 감정을 시분할해서 일 분 동안은 최현주에게, 다른 일 분 동안은 민현진에게 집중할 수만은 없었다.
오히려 이런 노력을 한다는 것 자체가 머리가 터질 일이었다.
조민우가 그러했다. 그도 처음에는 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는데, 갈수록 두 사람이 바짝 들이 밀어서 자신을 자극(?)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더욱이 두 여인은 어떻게 된 것인지 불안해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 것이 더욱 문제였다.
성숙한 두 여인의 살 냄새가 그의 코를 자극하자 참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물건이 이제는 너무 딱딱해져서 움직이기 거북할 정도까지 발전하자 이 상황이 오히려 짜증스럽기만 할 뿐이었다.
‘하아, 정말 기절하겠군.’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
조민우는 두 여인과 함께 자는 것으로 결정을 내린 후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를 느끼지 못했다.
쏴아악.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샤워 소리마저 들리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뭐 이해가 참 안 되는 점이었다.
언제부터 샤워한 것일까?
별로 움직인 것도 같지만 않는데, 이루어진 상황.
적응하기 쉽지가 않았다.
샤워 물줄기 소리에 뭔가 느끼고 말고가 없지만 사람은 마음이 그렇지가 않았다.
하지만 더욱 충격을 받은 것은 샤워 후에 나온 두 여인의 모습이었다.
물기가 아직도 촉촉한 그 모습은 너무도 매력적이면서 상큼했다.
샤워를 했음에도 전신에서 성숙한 여인의 체향은 오히려 더욱 심해만 갈 뿐이다.
“오빠는 샤워 안 해요?”
“해, 해야지.”
조민우는 그 답지않게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 그나마 샤워를 하는 중에 이런 당호감은 그나마 털어버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샤워 끝나고 나서 방에 들어가자 벌써 깔려 있는 이불을 보자 마음이 뒤숭숭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사실 이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두 여인이 입고 있는 옷이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반바지 차림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허벅지가 훤하게 드러나 있는 모습은 참으로 시선을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적나라했다.
최현주는 그나마 좀 부끄러워하는 편이었지만, 민현진은 그런 것도 없었다.
조민우가 아무리 여자에 대해서 경험이 있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참으로 당혹스러웠다.
그래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 그 조차도 잘 몰랐다.
어영부영했을 뿐인데 이미 자신은 담요 속에 들어가 있었다.
물론 두 여인은 바로 그의 양 옆에 한 사람씩 누워있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었다.
조민우가 그렇게 말을 한 것도 아니고, 두 여인이 역시 서로 입을 맞춘 것도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이런 식으로 흘러갔다.
그는 물론 최현주가 곧 방에 불을 끄자 가슴이 심란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최현주 역시 답답하기는 매 한 가지였다. 그녀 역시 의도적으로 선을 분명히 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서 민현진의 행동을 보자 고민을 거듭했다.
지금처럼 어중간한 관계는 정말 곤란했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했는데, 내가 그런 꼴을 당할 수는 없지. 뭔가 다른 대안이 필요해.
위기의식을 느끼자 자연스럽게 한 고민이다. 이런 마음을 가지자 행동이 자연스럽게 적극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스르르.
최현주는 평소와는 달리 그의 오른 쪽에 바짝 들러붙어서 살짝 그의 배에 가슴에 올리기까지 했다.
쿵쿵.
순간 조민우의 심장 뛰는 소리가 촉감을 통해서 느껴졌다. 모를 수가 없는 상대의 반응이었다.
오빠가 꽤나 흥분 했는걸? 나 때문에 그런 것일까? 아니면 현진이 때문일까? 설마 우리 둘이 같이 있기 때문일까?
별의 별생각이 다 떠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향해서 시선이 돌아간 조민우의 뜨거운 눈빛을 보자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오빠.
민현진 때문에 차마 큰 소리는 할 수가 없었고, 이상하게 들뜬 마음이 담겨 있는 목소리가 절로 흘러나왔다.
조민우는 당연히 이런 분위기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절호의 기회인데.
다시 온 기회. 일전에 한 번 놓치고 나서 얼마나 후회를 했든가?
그는 지금 순간이 지나가면 또 다시 이런 분위기가 얼마가 지나야 올지 모른다는 것을 잘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