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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마법사-57화 (57/397)

< -- 57 회 -- >

-끄응, 현주야, 생뚱맞게 거기에 결혼 이야기가 왜 나와?

-어머, 이제는 민우 선배는 고민 해야죠.

정준은 여기까지 듣자 도저히 참기가 어려워서 자신이 보고 있는 책에 정신을 집중했다. 계속 듣고 있다가는 질투심에 미쳐 버릴 것 같았다.

어떻게 저런 이야기를 한다는 말인가?

결혼이라니?

와이프라니.

아무리 그 자신이 여자가 없다고 해도 저 말이 무슨 의미인 지, 모를 리가 없었다. 바로 오빠 와이프 밤일은 잘해줘야 할 것 아니에요! 이런 의미였다.

우와, 미치겠다. 어떻게 했기에 최현주에게 저런 이야기가 나오게끔 할 수가 있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네. 저 남자랑, 나랑 무슨 차이가 있다고.

스스로 이런 저런 고민을 거듭해보지만 답은 나오지가 않았다.

정준이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눈총을 보내는 상황이었다.

조민우 역시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계속 자신을 따갑게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고는 힐끗 그것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어라? 왜 저러지?

그는 물론 곧 그 이유는 알아챘다. 정준이 계속해서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자 자연스럽게 그것이 조민우에게 영향을 주었다.

쯧쯧, 질투인가?

더욱이 그는 처음에는 과 도서관이 워낙에 오가는 사람이 그냥 무시하고 있다가 간간히 자신을 힐끗 쳐다보는 따가운 시선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쯧쯧, 현주 때문인가? 하기는 현주가 확실히 한 외모 하지. 더욱이 애는 다른 것보다는 남자에게 애교가 만점이라서 옆에서 쳐다보고 있으면......,아마 복장 터질까?

순간 눈치가 보였다. 그도 최현주에 대한 노골적인 행동은 자연스럽게 자제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이런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빠가 왜 이러지? 뭔가 이유가 있지 않고야 이럴 수가 없잖아? 가만 보자. 어라? 저 사람은 왜 저래? 치이, 왜 남의 사생활을 가지고 저러는지 모르겠다니까!

“오빠!”

“응?”

“우리 밖에 나가요.”

“하아, 현주야, 지금 내가 하는 것 안 보여?”

“뭐 화학 날리면 어때요?”

하여간에 말을 해도. 애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잘 이해가 안 된다니까.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이럴 때는 오빠가 정말 짜증난다니까. 아니 이달부터 연간 매출이 32억 순이익 생수 회사 사장인데, 왜 이렇게 답답한지 모르겠다니까. 전공은 그냥 취미 생활로 하면 될 텐데.......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말까지 할 수도 없고, 정말 짜증난다니까.

“오빠는 저랑은 많이 다르잖아요? 굳이 능력도 있으면 왜 작은 것에 얽매이려고 하는 거에요?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맞지 않아요?”

“?”

“에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조민우는 당연히 알 리가 없었다.

“쉽게 말해 봐.”

“오빠는 다른 애들하고 많이 다르잖아요? 그러니 굳이 취업하지 않아도 상관없지 않아요? 그렇다면 굳이 학점에 너무 매달릴 이유는 없잖아요?”

아, 난 또 무슨 이야기라고. 하긴 그렇게 보면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 아니 솔직히 과거 사업할 때만 해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글쎄......뭐라고 판단하기 힘들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역시 졸업을 포기할 수는 없잖아? 지난 일을 생각해보면 내가 정신적으로 견딜 수가 있었던 이유도 이렇게 대학에 복학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점이니까.”

“아, 정말요?”

조민우는 문득 말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난 힘든 일을 다시 한 번 쭉 떠올랐다.

불과 얼마 되지도 않았다.

스카이 회사를 시작해서 한창 잘 나갈 때의 기억.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서 회사 내부의 배신자로 인한 기술 유출. 그리고 갑작스러운 주거래 은행의 태도 변화. 결국에는 부도로 까지.

하지만 정작 힘든 것은 이것이 아니었다.

부도가 난 후에 주변에서 다시 몰아닥친 빚쟁이 들이 더 큰 문제였다.

그리고 겪게 된 정신적인 고통. 정말 참기가 쉽지 않았다.

한 때는 자살까지 생각했었지. 아니 정말 한강 다리까지 가서 뛰어 내릴 생각까지 했었으니까. 지금 그 당시를 다시 생각해봐도 아찔하기만 해. 아마 당해보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알 수가 없지. 나도 그 때까지만 해도 부도란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으니.

“응, 당해보지 사람은 정말 알기가 어려워.”

최현주는 물론 부도란 경험을 해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조민우의 말에, 아니 그의 어조에 담겨 있는 아픔을 읽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더욱이 이미 그에게 몸과, 마음을 이미 반쯤 허락했기에 상대의 아픔을 깊이 공감했다.

“괜한 소리를 한 것 같아서 미안해요.”

“하하하, 미안할 것까지야 없지. 어차피 이제는 다 지난 일이니까.”

“그러면 다행이고요.”

물론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 되었다.

대다수는 그냥 사소한 일상적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

조민우도 이런 대화는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았다. 그것은 옆에서 지켜보는 정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좀 참을 만 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좀 달라졌다.

최현주가 대화를 거듭할수록 단순히 말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점점 노골적인 행동을 보였다. 단적인 예로 양 손으로 부드럽게 조민우의 뺨을 쓰다듬은 것은 한 예였다.

그녀는 어떻게 보면 조민우가 시련을 이겨내고 항상 지금처럼 담담한 태도가 너무도 근사했다.

아니 그의 이런 아픔을 어루만져 주고 싶었다.

그녀는 실제로 그런 식으로 행동했다.

그가 너무도 든든하고 좋았다.

조민우 역시 당연히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역시 곧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 몇 개, 아니 수십 개의 시선을 느끼자 마냥 계속 이런 기분을 누리지 못했다.

헐? 뭐, 뭐야? 이 분위기는!

분위기가 어때서?

일단 정준만 해도 표정이 곱지가 않았다. 그는 이제 아예 안색을 잔뜩 구긴 채 두 사람을 쳐다보면서 뭐라고 한 마디 하려고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듬성듬성 비어 있던 자리도, 강의 수업이 끝나서인지 곧 몰려온 이들이 빈자리를 메웠다. 그런데 이들 역시 처음에는 조민우 커플에 대해서 그냥 그런 가하고 받아들였는데, 시간이 가도 변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노골적인 모습을 보이자 다들 잔뜩 뿔이 난 표정이었다.

(야아, 저거 너무 한 것 아냐?)

(잠깐, 잠깐 페팅 하는 거야. 그냥 봐줄 수가 있어. 그런데 계속 저러고 있는 것은, 그것도 많은 이들이 공개적으로 사용하는 과도서관에서 저런 몰지각한 행동을 아니잖아?)

(하아, 그렇지 않아도 쪽지 시험 엉망인데, 사람 염장 뒤집는다니까. 조민우 선배도 좀 눈치껏 행동하면 되지 않아? 우와, 볼 때 마다 저러고 있으니, 욕을 먹어도 사지!)

(어, 저 형이 조민우 선배였어? 요즘 복학생 선배 주제에 영계(?)을 물어서 학과 내에 물의를 일으킨?)

(얌마, 처음에는 안 그랬어. 다들 축하해주는 분위기였으니까. 복학생 선배로써 어떻게 보면 능력을 보여준 것이잖아?)

(그런데? 지금은 왜 그래? 너 말하는 투가 좀 이상한 것 같아.)

(문제는 뭐냐 하면 매번 저러고 다녀서 그래. 사람이 한 번 두 번은 애교로 넘어갈 수가 있는데, 저런 행동이 계속되면 도가 지나치잖아?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저러고 있는 다니까. 지금도 딱 봐서는 벌써 두 시간 가까이 저러고 있었나본데, 저것을 좀 심한 행동이지?)

(헐? 저러고 두 시간이라고? 도대체 최현주는 무슨 생각으로 저래?)

(글세, 본인에게 물어봐.)

“.......”

조민우는 이처럼 자신의 생각과는 좀 다른 따가운 주변 분위기에 조심스럽게 최현주를 결국 품에서 떼어내야 했다. 이에 비해서 그녀는 그다지 이런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미 그에게 완전히 반쯤 맛이 가 있는 탓이다.

그리고 그 역시 이런 식으로 주변에서 수근 대는 것에 신경을 쓸 정도는 예민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도 주변에 불쾌감을 줄 정도가 되자 조심해야 했다.

“현주야, 잠깐 나가자.”

“진작 그랬어야죠!”

으이구, 정말 돌겠네. 요즘 들어서 왜 이렇게 노골적인지 모르겠다니까. 현진이 때문에 위기감을 느껴서 그런 것인가?

조금만 추측해도 답은 금방 찾았다.

하지만 조민우가 그렇다고 기분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주변에서 수긍거리는 소리도 어떻게 보면 부러워서하는 행동이라는 것 정도는 잘 알았다.

더욱이 복학생 주제에 영계(?) 하나 잘 물어서 이렇게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거기에 지금 하고 있는 학과 수업 역시 가끔은 지루하기는 했지만 매번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보면 나름 학과 생활도 재미있어. 지금 하는 생수 사업만 현상유지하고, 이렇게 두 사람과 알콩달콩 사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은데.......

이것이 지금 그의 생각이었다.

***

조민우는 이런 달콤함에 빠지자 솔직히 본격적인 사업을 하는 것에 역시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다.

그냥 이렇게 살면서 졸업할 때까지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가끔 현주나, 현진이와 좀 더 관계가 진전되면 섹스도 하고, 근사하게 데이트도 하면서 좀 더 즐겁게 인생을 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만약 사업 실패의 쓴맛을 맛보았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그만큼 사업은, 아니 회사 경영이라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보면 마냥 조민우를 비난할 수만은 없었다.

물론 이런 그의 생각에 전부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민현진이 그런 경우였다. 그녀는 이런 조민우의 생각과는 확연히 틀렸다. 어떤 면에서 보면 최현주와는 좀 다른 면모가 있었다. 좀 더 냉철한 면과 동시에, 세상을 크게 보았다.

“오빠, 이제 좀 생각해 봤어요?”

타앙.

조민우는 봉고 차량에 오늘 배달해야 할 생수 박스를 싣는 일을 도와주면서 곤혹스럽기만 했다.

“아니, 아직 고민 중이야.”

민우 오빠가 지금까지 보면 그렇게 소극적인 것 같지는 않아. 그런데도 이렇게 몸을 사리는 것은 저번 사업 실패로 인한 휴우증 때문이라고 봐야겠지? 뭐 이해 못할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둘 수는 없지! 능력이 없어서 못하는 거라면 어쩔 수가 없어. 하지만 민우 오빠는 다르잖아?

“오빠, 실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란 말을 알아요?”

“글세, 실수를 두려워하지 마라? 이런 의미였나?”

“네, 맞아요. 정확히는 중국에서 유래된 말인데, 원래는 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라고 해요. 이것 역시 일승일패병가지상사가가 준 말이죠. 병가란 바로 병사의 축약인데, 그냥 싸우는 사람 정도의 의미죠. 상사는 늘 있는 일을 말하고요. 따라서 전체 뜻은 한 번 이기거나 지는 것은 싸우는 사람들에게는 늘 있는 일이라는 말이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고 하여, 실수는 누구나 저지르는 것이 기죽지 말아라는 말이죠.”

“.......”

조민우가 바보가 아닌 이상 민현진이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솔직히 저런 잔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불편한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런데 한 편으로 고맙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내가 지금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니까. 당연한 건가? 현진이가 저런 조언을 하지 않는다면 난 계속 안주할 지도 모르겠지. 푸훗, 아니 지금 안주하고 있는 건가?

물론 민현진 역시 한 편으로 자신이 주제넘은 행동을 했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슬그머니 그의 품에 안기면서 양손으로 그의 목을 끌어안은 채 붉은 입술로 혀를 살짝 내밀면서 애교도 부렸다.

“오빠, 제가 한 말은 솔직히 오빠 입장의 이해 못해서라는 것은 저도 잘 알아요. 저도 솔직히 오빠처럼 사업 실패한 후에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무시할 것 같아요. 하지만 오빠는 좀 틀리잖아요? 얼마든지 하면 할 수가 있는 능력과, 경험을 가졌잖아요? 용기를 한 번 내 보세요!”

뭐 현진아, 다 좋은 데, 좀 떨어지면 안 될까? 네가 자꾸 그러니까. 나도 흥분하잖아? 너 자꾸 허벅지로 거기 비비면 곤란해!

“끄응, 그래. 알았다. 좀 떨어져서 말해주면 좋겠어.”

“이러는 것 싫어요?”

“아니 싫은 것은 아닌데, 현주도 있잖아?”

“현주요? 현주는 어차피 편의점에 마실 것 사러 가서 좀 있어야 올 거에요.”

“그러기는 한데.......”

“오빠, 왜 그래요? 제가 그렇게 부담 되요?”

조민우는 계속 이런 식으로 민현진의 노골적인 유혹을 받자 결국 어쩔 수 없이 일단 그녀의 제안에 대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다.”

민현진은 자신이 설득하고는 있지만 설마 이것이 먹혀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기에 화들짝 놀랐다.

“어?! 지, 진짜 제 조언대로 하는 거에요?”

“하하하, 꼭 현진이 조언 때문은 아냐. 사실 얼마 전부터 고민하던 내용이었으니까. 다만 망설여진 것은 어쩔 수가 없었지.”

“우와, 다행이에요. 그러면 앞으로 직원 채용 숫자를 더 늘린 건가요?”

“아니, 새로 채용하기 보다는 기존에 내가 아는 사람들을 다시 불러들일 생각이야.”

“기존에 아는 사람요?”

“응.”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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