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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마법사-59화 (59/397)

< -- 59 회 -- >

<당연히 좋아해야 할 일 아니겠습니까? 사장님이 이렇게 전화를 걸었다는 이야기는 드디어 사업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굳힌 것이니까요.>

<끄응, 눈치 하나는 정말 빠르시네요.>

하지만 정성일 부장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어? 저, 정말입니까?!>

<하하하, 맞습니다. 이제부터 다시 한 번 시작해볼 생각입니다.>

<우와, 진심이군요!>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다만 신규 사업 보다는 일단 지금 하고 있는 생수 사업을 위주로 해서 진행을 할 생각입니다.>

<네? 저, 정말입니까? 그러면 일전에 부탁한 엔지니어 문제는 어떻게 됩니까?>

<아, 그것은 계속 알아봐주시고요. 다만 전 직원 중에서 다시 합류하고 싶은 이들에게 연락을 전해주세요. 대신에 그들에게 당분간은 생수 판매 관련해서 일을 진행할 것이니까. 그런 점 역시 주지를 시켜주었으면 합니다.>

아니 도대체 사장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설마 엔지니어에게 생수 판매라도 시킬 생각이란 말인가?

<헐? 그러면 기존 직원의 직무에 관계없이 전부 생수 판매로 돌린 생각인가요? 그런 식으로 하게 되면 아무리 다시 회사에 돌아오고 싶은 전 직원이라도 망설일 텐데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호소였다. 사람마다 대학에서 전공이 있고, 그것을 토대로 경험을 쌓아서 어느 정도 자기 몸값을 받는 직장인들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뜬금없이 생수 판매를 시킨다? 과연 들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조민우는 오히려 단호하게 대답했다.

<네.>

<지, 진담이시군요.>

<당연하죠. 일단 다시 생수 판매 업무가 가능한 직원 위주로 부탁을 합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히 할 것은 지금은 계속해서 생수 판매 위주로만 사업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도대체 사장님이 무슨 생각은 하는 것일까? 알 수가 없잖아?

<그렇다면 다른 사업은 전혀 하지 않을 생각인 겁니까?>

조민우는 여기에 대해서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도 생수 사업을 시작한다고 결심한 것은 사실이다. 거기에 지금 당장은 무조건 생수 사업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지. 그런데 정성일 부장에게 분명하게 이런 태도를 말해줘야 할지는 확실히 좀 고민스럽네. 아마 이런 사실을 알면 정성일 부장도 좀 실망할 것이고, 다른 직원 역시 마찬가지일 테니까.

지난 사업에 대한 기억이 쭈르르 떠오른 것은 바로 이 순간이었다.

좋을 때는 정말 좋았다. 너무 좋아서 그야말로 자신이 천국에 살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힘들 때는 이와는 극과 극 이었다.

아마 지옥에 가도 그런 고통을 받지 않을 거야. 난 그 때 내가 사는 것이 지옥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여기에 그의 고민이 있었다.

이런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을 정한 것은 바로 수익성이 불명한 분야에 무모한 사업 확장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사업 확장 동안에 한 묻지 마 공격성 투자 덕분에 부채가 쌓이기 시작했었어.

하지만 이것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거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그런 상황에서 판매가 부진한 상태에서, 경기가 나빠지니까. 바로 주거래 은행에게 뒤통수를 맞은 거야. 만약 그런 최악의 상황을 미리 염두에 두고, 충분히 준비를 했거나, 그것도 아니면 충분히 수익이 날만한 일에 집중했다면 그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겠지.

여기까지는 지난 일에 대한 회고였다.

그 다음은 바로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왔다.

조민우는 이내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 하나하나를 돌이켜보다가 한 가지를 떠올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어떻게 보면 캐드 개발 역시 마찬가지잖아? 지금 당장에는 확실히 수익이 전혀 나는 것이 없지. 그런데 이런 일에 엄한 자금을 투자하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할 것이 분명해.

그렇다면?

그의 결론은.

간단했다.

<당분간은 다른 사업은 유보할 생각입니다. 만약 여기에 대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떤 직원이라고 해도 굳이 이번 생수 판매 사업에 합류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 점은 전 직원 모두에게 확실하게, 오해가 없도록 사전에 주지를 꼭 부탁합니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도대체 사장님이 정말 생수 사업에만 완전히 전력투구할 생각인건가? 그런데 지금 봐서는 물어봐도 바로 대답해주지 않을 것 같은데, 좀 답답하네.

<하아, 알겠습니다.>

조민우 역시 눈치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딱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정성일 부장의 내심을 어느 정도 읽었다.

<외람된 이야기이지만 이번 일만큼은 좀 제 의사대로 따라주었으면 합니다.>

<사장님의 뜻이 그렇다면 잘 알겠습니다.>

***

정성일 부장은 이렇게 전화는 끊고 나서는 그다지 많이 고민하지 않았다.

그는 어차피 조민우가 무슨 생각을 하던 따른 의향이 있는 사람이었다. 다만 너무 불확실한 그의 태도에 의혹을 가진 것뿐이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한 가지였다.

사장님이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지!

그는 곧 바로 자신이 이미 어느 정도 연락을 취하고 있는 전 스카이 회사 직원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화해서 조민우의 뜻을 전달했다.

<.......이런 상황이네. 그래서 조민우 사장님이 다시 사업을 시작할 생각인데, 새로 시작하는 사업 아이템이 바로 생수 사업이네. 그래서 잠깐 모여서 서로 이 부분에 관해서 이야기를 좀 나눴으면 하네. 참 이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은 굳이 오지 않아도 괜찮네!>

놀랍게도 대다수 조민우 전 스카이 회사 직원들의 대답은 거의 동일했다.

<알겠습니다.>

***

다음 날 서울 분당의 한 호프집.

정성일 부장은 근 몇 개월 만에 다시 만날 전 직원들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마치 첫사랑의 여자를 만나는 것처럼 기분이 설랬다.

다만 그도 조민우가 언급한 것 중에 한 가지 점은 좀 걱정이 되었다.

과연 생수 사업만을 한다고 하는데, 거기에 대해서 문제 삼지 않을까? 대다수 어느 정도 자기 직무 경험이 있는 이들이, 생수 영업을 하라고 하면 그다지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당연한 생각이었다.

그는 이런 고민 때문에 막상 약속한 예약 호프집에 들어가서 다른 직원을 기다리면서 맥주 한 잔을 걸칠 때도 여전히 골치가 아팠다.

“정 부장님, 안녕하세요!”

“응? 소명석 부장 아닌가?”

“하하하, 제가 가장 일찍 왔나 봐요?”

“그렇게 되었네. 어서 앉지.”

“네.”

정성일 부장은 자신의 맞은편에 앉는 소명석 영업 부장을 쳐다보면서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특히 그는 얼마나 최근 들어서 마음고생을 했는지, 흰머리가 귀 밑에까지 하얗게 나 있었다. 그것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피부 역시 근심을 많이 해서인지 초췌하기 이를 때가 없었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상하군.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기에 저런 안색을 하고 있는 것일까? 조민우 사장님과 헤어질 때까지만 해도 저 정도는 아니었잖아?

“자네 무슨 일이 있나?”

소명석 영업 부장은 확실히 영업 부장답게 소탈한 웃음으로 얼굴에 떠오른 근심거리를 날려버렸다.

“하하하,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저야 늘 비슷비슷합니다. 다만 아무래도 이직 후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가 않네요. 그 때문에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더욱이 제 나이가 있으니, 좀 골치가 아프죠.”

“하긴 자네 올해 나이가.......”

“아, 됐습니다. 나이 이야기는 그만 하시죠. 솔직히 정성일 부장 나이를 제가 언급하면 기분이 좋겠습니까?”

“이 친구가 참!”

이거 이러다가 이야기가 계속 겉돌겠어. 그냥 알고 싶은 것이나 한 번 물의 봐야겠다.

“그런 이야기 말고요. 조민우 사장님이 사업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씀하셨잖습니까?”

“물론이네. 그 때문에 이렇게 다시 모이라고 한 것이니까. 그리고 자기 있는 일이 있는 사람은 오지 않아도 된다고 분명히 했고.”

“하하하, 자기 일요? 조민우 사장님이 사업을 다시 시작하면 그냥 때려치우고 나와야죠. 그런데 사실 한 가지 알고 싶은 것입니다. 정말 생수 사업만을 한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정성일 부장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 확실히 그도 모르기에 고개를 내저었다.

“솔직히 그 부분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네. 다만 지금까지 내가 조민우 사장님을 만나볼 결과에 따르면, 지금은 무조건 생수 사업에만 치중할 생각인가 봐.”

“허어, 그래요? 생수 사업이 과연 수익이 될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잘 이해가 안 됩니다.”

“그거야 나도 모르지. 조민우 사장님이 뭔가 복안이 있기에 그런 제안을 한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았다면 굳이 전 직원들을 호출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하긴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년차 내고 나온 겁니다. 하지만 지금 회사를 그만두려면 뭔가 확실한 것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솔직히 전 기존에 판매하던 제품을 다시 수정해서 사업 시작한다! 라고 이야기를 들었으면 지금 회사는 당장 때려 쳤을 겁니다.”

“알았으니까. 그만 좀 하게.”

“그러면 좀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하지만 정성일 부장은 고개를 내저었다.

“다른 직원들 오면 그 때 내가 상세하게 이야기 해주지. 지금은 그 정도만 알고 있게.”

소명석 영업 부장 역시 그렇지 않으면 같은 말을 다시 몇 번이나 번복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수긍했다.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자 술이나 한 잔 하지!”

“좌우지간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하하하, 그러게 말이네. 나도 설마 조민우 사장님이 벌써 다시 사업을 시작할지는 몰랐으니까.”

***

삼십 분 후.

정성일 부장은 솔직히 조민우가 정말 다시 실패를 극복하고 일어서리라고 반신반의했다. 그만큼 사업 실패로 인한 아픔을 많이 겪었다고 본 탓이다.

그것은 곧 이어서 한 사람 한 사람 약속 장소로 들어온 전 직원들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었다.

“이거 설마 이렇게 빨리 다시 뵙게 될 지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저는 적어도 일 년이나, 이 년 정도는 지나야 가능할 것이라 예상했었으니까요.”

“하하하, 그러게 말이네.”

마지막에 온 이는 최종적으로 모인 숫자 12명이나 되는 이들을 한 번 쭉 돌아 본 후에, 자신을 호출한 정성일 부장을 마지막으로 응시했다.

“이거 설마 정말 다시 이렇게 정성일 부장님을 비롯해서 여러분들을 만나게 될 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유봉덕 과장, 나도 동감 일세. 설마 자네같이 얼굴이 새까맣지 친구를 다시 보게 될지는 몰랐어.”

“아, 부장님, 설마 이런 자리에서 그런 겁니까?”

“하하하, 농담이야. 농담이네.”

가벼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는 정성일 부장도, 곧 마지막 자리를 채운 유봉덕 과장도, 이미 도착해서 각 자리를 차지한 채 맥주를 한 잔씩 들이 키고 있는 다른 직원들도 얼굴에 미소 가득할 따름이다.

그들은 설마 스카이 부도 후, 단 몇 달 만에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정성일 부장은 곧 술잔을 높이 들어서 일단 분위기부터 만들었다.

“자, 조민우 사장님의 제기를 위해서 건배!”

“건배!”

창.

꿀꺽꿀꺽.

단숨에 맥주잔을 비우는 직원들의 모습에는 놀랍게도 전부 희망에 가득한 표정들이었다.

정성일 부장 역시 단숨에 맥주잔을 비운 후에 이런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런 소리, 저런 소리를 해도 전부 조민우 사장님을 믿는 군. 하긴 조민우 사장님이 기존 직원들에서는 정말 확실하게 챙겨 주었으니까.

“이거 굳이 내가 조민우 사장님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아니, 무슨 소리 하십니까? 생수 사업 관련된 것은 이야기를 해주셔야죠. 솔직히 전화상으로 들은 내용은 도통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아, 그래?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네. 내가 알기로 조민우 사장님이 지금 생수 설비를 이미 만들었는데, 거기서 나온 생수 판매 사업을 시작할 생각인가 봐.”

“네? 생수 설비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요즘 생수 사업은 경쟁 업체가 워낙에 난립해서 영업이 쉽지가 않을 텐데요? 더욱이 저희들은 그 쪽에는 전혀 경험이 없지 않습니까?”

정성일 부장 역시 이 점에서 사실 매우 우려하는 바였다. 그 때문에 조민우에게 몇 번이나 자세하게 확인까지 했다.

“그런데 나도 그 부분에 관해서는 사장님에게 확답을 듣지 못했네. 다만 자네들에게 조민우 사장님의 전달 사항이라고 하면, 지금 당장에 할 일은 생수 판매 사업이라고 하셨네.”

“허어? 저희 보고 설마 생수 영업하라는 말입니까? 진담입니까? 아니면 농담입니까?”

“진담일세. 그래서 하는 말인데, 만약 생수 판매가 싫은 사람은 이번 일에 합류하지 않아도 좋네. 그것이 사장님의 전달사항이네.”

“.......”

순간 다들 입을 다물고는 멍하니 정성일 부장을 쳐다만 보았다.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 알 수가 없었다.

갑자기 뜬금없이 생수 사업이라니!

아니 그것은 좋다고 하지. 그런데 생수 판매가 싫으면 굳이 복직하지 않아도 좋다?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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