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2 회 -- >
주인은 곧 바로 계산대 쪽으로 쪼르르 달려가서는 예약 책자를 확인하고는 곧 소리쳤다.
“아, 예약이 되어 있습니다.”
“혹시 몇 명으로 예약이 되어 있나요?”
“그것은 말이 없었습니다. 그냥 대충 여섯 명 정도로 했으면 좋겠다고는 했지만 딱히 몇 명이라고 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 그래요. 잠깐만요.”
최현주는 그제야 조민우가 예약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자 그가 준 명함에 곧 바로 전화를 걸었다.
뚜우.
신호가 몇 번 갔지만 상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라, 왜 전화를 안 받지?’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곧 다행스럽게도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통화 상태는 별로 좋지가 않았다.
최현주 역시 깨끗하지 않는 음질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아, 저는 조민우 사장님 비서인, 최현주라고 합니다. 정성일 부장님 맞으시죠?>
<네?!>
이것은 도대체 무슨 소리야? 갑자기 웬 비서야? 조민우 사장님이 벌써 비서까지 준비를 했다는 말인가?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이제 겨우 생수 사업 이야기가 나왔을 뿐인데, 벌써 비서까지 정해 놓았다니.
정성일 부장은 솔직히 한 편으로 실망스러웠다. 물론 그가 그렇다고 해서 이것에 대해서 확신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만큼 조민우를 믿고 있었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
최현주는 역시 눈치가 빨랐다. 자신의 비서란 말에 상대가 너무 놀란 어조이자 슬그머니 둘러댔다.
<아, 아직 정식 비서는 아니고요. 아마 앞으로 그렇게 될 겁니다. 조민우 사장님이 아무래도 저 같은 경우에는 그냥 따로 관리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판단한 거에요.>
<흐음, 그래요? 그것은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이렇게 전화하신 거죠?>
<아, 예약 때문에 전화한 겁니다. 오늘 몇 명이 내려오는지 몰라서요.>
<아차, 그것을 미처 말을 못했군요. 총 12명입니다. 나머지 6명이 더 있는데, 그들은 오늘 도저히 개인적으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늦게라도 온다고 저에게 전화로 뒤 늦게 연락을 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헐? 12명 씩나 돼? 그것도 6명은 어쩔 수 없어서 참석을 못했다고? 벌써 망한 회사의 직원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다시 사업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렇게 대구로 내려오는 것일까? 도대체 민우 오빠가 어떻게 했기에 전 회사 직원들이 이런 식으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최현주는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가 만약 근무하던 회사가 망한 후에 다시 이직해서 다른 직장에 취업했다가 전 회사에 대한 것을 깡그리 잊을 것이 분명한 탓이다.
정성일 부장은 물론 상대가 말이 없자 한 마디 더 부언했다.
<참 지금은 Ktx 안이라서 계속 통화가 힘들 겁니다. 거기 도착하면 다시 연락 하죠.>
<아? 그래요? 그러면 지금 어디쯤이세요?>
<동대구역에 15분 후에 곧 도착한다고 하네요.>
<아, 그러면 거기 내려서 우리 대학 정문으로 가자고 하면 10분이면 금방 도착할 거에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대학 정문에 가서 다시 연락 하죠.>
<네.>
최현주는 전화를 끊고는 새삼 놀라움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은 물론 그녀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곧 이어서 호프 집 안으로 들어온 민현진 역시 그다지 큰 차이가 없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12명이나 된다고?”
그녀는 원래 그녀를 보면 조민우에 대한 사전정지작업을 먼저 해두려고 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듣자 이것은 다음으로 미루어야 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이렇게 많을 줄 몰랐어. 더욱이 6명은 늦게라도 참석할 지도 모른다고 했어.”
“헐? 그러면 총 18명이나 돼?”
“응. 그렇게 생각해보니 숫자가 확실히 작지가 않아. 도대체 그 분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 민우 오빠는 이미 망한 전 회사의 사장일 뿐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민우 오빠가 다시 사업 재개한다는 소리만 듣고 이렇게 그냥 몰려온 것일까?”
“그것은 아마 민우 오빠가 그만 믿을 만한가 보지!”
“하아, 현진아, 지금 내가 그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니잖아?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교적인 문제에서 그렇겠지. 지금처럼 공적인 일로 이러지는 않아. 너 같으면 전 회사가 망한 후에 다시 사업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바로 쫓아가겠어?”
“하긴.......”
민현진 역시 바로 대답할 수는 없었다. 그녀도 이 점은 확실히 이상한 탓이다. 최현주 역시 더 이상은 그녀를 쪼기 힘들었다. 일단 그들을 만나봐야 그 다음 처리를 할 수가 있는 탓이다.
다만 두 사람은 조민우에 대한 것을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민우 오빠는 어떤 사람이야?’
7장 드림 스카이(DreamSky)
최현주는 이제까지 조민우와 같이 생활하면서 그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았다고 자부해왔었다.
그런데 막상 드러난 결과만 놓고 보면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자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녀가 아는 조민우에 대한 것은 아주 간단했다.
단순히 사업했다.
그리고 망했다.
이후에 다시 대학에 복학했다.
그런데 운이 좋아서 시작한 생수 판매가 그럭저럭 잘 풀렸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뜬금없이 생수 판매가 늘어나서는 매출액 32억이 되었다. 그런데 순이익이 여기서 거의 32억 가까이가 된다고 했다.
그래. 이것 역시 넘어간다고 하자.
사실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이상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단 생수 케이스는 어떻게 구했느냐?
이것은 그냥 가벼운 의문에 불과했다.
정작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도대체 그 생수를 어떻게 생산해내느냐 하는 점이다.
물론 조민우 집에 그 설비가 있다는 것도, 그리고 아예 그것을 용접해서 밀봉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워. 잘 들여다보면 구멍이 숭숭 나 있잖아?
그래 이것도 이해한다고 하고 넘어가자. 그런데 도대체 전 회사를 꾸리면서 직원들에게 어떤 식으로 행동을 했기에 다시 사업한다는 이야기에 저렇게 많은 직원들이 몰려오는 것일까?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최현주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가 조민우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도 겨우 빙산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생각만이 들 뿐이었다.
이런 의문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만 갔다.
딸랑.
곧 문이 열리면서 호프 집 안으로 쭈르르 들어오는 정장을 한 이들의 모습은 사뭇 경건해보이기까지 했다.
최현주도 선후배 모임을 가면 취업한 선배들이 곧 잘 저런 정작을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지금 들어온 이들은 잘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녀가 더욱 부담스러운 것을 호프집 안으로 들어온 이들의 나이가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다. 더욱이 몇 사람은 그녀가 보기에 자신의 부친 나이에 비해서 그렇게 많이 차이가 나지 않아 보였다.
‘도대체가!’
그들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대학 정문에서 내려서 전화를 한 후에 약속 장소를 다시 확인한 후에 약속한 호프집으로 들어왔는데, 원래 약속했던 조민우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호프집 안에 여자 두 명만이 멍하니 자신들을 바라보고만 보고 있자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저 여자?’
아니 그들은 시간이 좀 더 지나자 두 여인의 인간 같지 않는 미모를 보고는 입을 살짝 벌렸다.
다른 사람과는 달리 정성일 부장만큼은 웬만한 여색에 흔들지 않는 사람인데도,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으니, 다른 직원들을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도대체 사장님은 무슨 짓을 한 거야? 아니 뭐 비서를 채용하는 것까지 내가 뭐라고 하겠어? 도대체 어떻게 했기에 저런 미인들을 비서로 채용한 것일까? 정말 사업을 할 생각이 있기나 한 것일까?
다른 것은 다 재처 두고 의문만이 잔뜩 몰려올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마냥 이렇게 생각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확인이 필요했다.
“안녕하세요, 혹시 두 분이.......”
입을 연 것은 오른 편에 서 있는 단발머리의 최현주였다. 그녀 역시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이 때문에 부담스러운 정성일 부장 눈치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아, 네, 제가 전화한 최현주라고 합니다.”
“아, 그렇군요. 이거 만나서 정말 반갑습니다.”
최현주는 손으로 호프 집 한 쪽을 가리켰다.
“아뇨, 오히려 저희가 만나서 반갑습니다. 참 저쪽으로 가시죠. 이미 예약을 해놓았거든요.”
정성일 부장 역시 굳이 사양하지 않았다. 그는 뒤에 서 있는 다른 직원들에게 눈짓을 한 후에 곧 창 쪽에 쭉 미리 기본적인 숟가락, 간단한 반찬 몇 가지만 차려 놓은 상위에 쭉 둘러앉았다.
물론 그가 한 첫마디는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저기 조민우 사장님은 어디에 있습니까?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겁니까?”
최현주는 마치 자신의 부친을 대하듯이 그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아마 곧 오실 겁니다. 지금 우리 대학 중앙 도서관에서 마법 실험을 하고 있거든요.”
“네? 마법 실험요?”
“어머, 죄, 죄송해요. 마법 실험은 조민우 사장님이 그냥 장난삼아서 한 말이고, 지금 필요한 자료를 찾아서 보고 있을 거에요. 아마 시간이 되면 바로 여기로 내려올 거에요.”
“흐음, 그렇군요. 그렇다면 하나만 더 여쭙겠습니다. 혹시 두 분은 사장님의 비서라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혹시 사장님과는 무슨 다른 관계인지요? 지금 봐서는 같은 대학교 학생같아 보여서 말이죠.”
꽤나 정중하지만 뼈가 있는 말이었다. 말은 그냥 평범했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혹시라도 사장님과 사귀는 관계가 아니냐? 하는 의문이 담겨 있었다.
최현주 역시 눈치가 있기에 이것을 알아채자 당혹스럽기만 했다.
정말 이분은 부담스럽네. 뭐라고 한 마디 잘못했다가는 잔소리만 들을 것 같아.
하지만 옆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민현진은 그녀와 좀 달랐다. 그녀는 오히려 담담한 표정을 한 채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차라리 제가 이야기를 드리죠. 여기 현주와, 저는 조민우 사장님이 생수 판매를 시작할 때부터 계속 옆에서 일을 도와주었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워낙에 규모가 작아서 단순한 아르바이트 정도였습니다. 처음에 판매한 수량이라고 해봐야 겨우 600개 내외였으니까요.”
어라? 이거 예상 밖의 이야기잖아! 지금 말대라면 이 두 사람은 사장님이 생수사업 시작할 때부터 같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그렇다면.......
그렇다고 그도 대놓고 질문할 수는 없기에 말을 살짝 돌렸다.
“호오, 그렇다면 두 분은 단순히 사장님이 생수 사업할 때 도와주기만 했다는 말입니까?”
“그것은.......”
쯧쯧, 알만하군. 사장님 진짜 어지간하시네. 아니 사업 망한 지 얼마가 되었다고, 벌써 이런 여자를 유혹한 거지? 도대체 무슨 수를 사용한 것일까? 이거 화를 내기도 그렇고, 아니라고 하기도 좀 그러네. 참, 이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지.
“그것은 대충 알았으니, 그만하시고요. 그러면 지금 생수 사업 매출 규모는 대충 두 분이 이미 잘 알고 있겠군요?”
민현진은 순간 이 질문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였다. 그녀가 나서기에는 좀 애매한 문제라고 본 탓이다.
하지만 그녀도 눈치는 있었고,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정성일 부장의 태도만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분은 딱 봐서는 민우 오빠, 오른팔이나 마찬가지인 사람일 거야. 그렇다면 이런 일로 굳이 괜히 자존심을 건드릴 필요는 없겠지.
“32억 정도로 예상 됩니다.”
“32억?”
정성일 부장은 이 숫자를 듣자 이상야릇한 표정이었다.
그것은 32억이라는 숫자가 참 애매한 숫자인 탓이다.
물론 적다는 것은 아니었다. 32억이라는 돈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가 입장에서는 결코 큰돈은 아니었다.
그러니 정성일 부장은 자신의 머릿속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민현진은 물론 그제야 야릇한 미소를 지어서 모여 있는 다른 이들을 눈길을 사로잡은 후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민우 사장님 전 사업 규모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매출액이 32억이지만, 순이익이 30억이 넘는다면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사업은 아니겠죠?”
정성일 부장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네? 그것이 정말입니까?!”
민현진은 당당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네,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
정성일 부장은 충격으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일행 역시 다들 놀라기는 매한 가지였다. 그는 특히 조민우가 생수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속에 이런 비밀(?)이 담겨 있는 지는 잘 몰랐다.
그러니 더욱 충격을 받은 것이다.
어쩐지 이상하다고 했어. 사장님이 그냥 생수 판매를 한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었어. 이 정도가 아니라면 생수 판매를 할 분이 아니지.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을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