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3 회 -- >
정성일 부장은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이 부분을 다시 걸고 넘어졌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래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을 텐데요? 당장에 PT 매입 단가만 해도 그렇게 나올 수가 없고, 더욱이 생수 생산하는 것에도 적지 않는 비용이 들어갈 텐데요?”
민현진은 바로 이 질문을 예상이라고 한 것처럼 딱 부러지게 대답했다.
“그것은 저희도 모릅니다!”
“네?”
“저도 솔직히 사장님에게 몇 번이나 문의해봤지만, 그 때마다 나오는 대답이 사업 비밀이라고 더 이상 언급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러니 알 수가 없죠.”
“.......”
정성일 부장은 이내 입을 다물고는 침묵을 지켰다. 물론 그가 민현진을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그 역시 동일한 이야기를 들은 탓이다.
민현진은 이런 그의 반응에 다소 당혹했다.
“혹시 제가 무슨 실수라도?”
“하하하, 아닙니다. 저도 사장님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설마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조차 그런 식으로 말을 했는지 잘 몰랐습니다.”
“네, 그것은 아무래도 지금 곧 사장님이 오면 한 번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간단하게 중요한 안건이 끝나자 이야기는 이내 화기애애하게 흘러갔다. 그것은 최현주가 워낙에 맑고 명랑한 성격을 가졌고, 민현진 역시 이런 성격과는 좀 다르지만 그다지 사람을 가리는 성격이 아닌 탓이다.
정성일 부장은 이야기를 거듭할수록 두 여인의 독특한 성격(?)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여성을 정말 성격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닌데, 이 분들은 정말 괜찮은 여성분이야. 역시 사장님이 안목이 정말 탁월하다니까!’
그것은 두 여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들은 이야기를 하면할수록 정성일 부장을 비롯한 다른 직원들에게 배우는 것이 많아서인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대단한 분들이네. 도대체 이런 분들이 왜 민우 오빠를 그렇게 따르는 것일까?’
물론 이런 생각의 끝은 한 가지로 귀결되었다.
‘그런데 도대체 민우 오빠는 왜 안 오는 거지?’
‘아니 사장님이 지금 뭐하고 있기에 계속 오지 않는 것일까?’
***
조민우가 물론 자신을 누군가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면 그냥 있을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그도 이런 사실을 깜빡한 경우에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도 ‘산소’에 대한 것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시작했는데, 막상 실험을 하는 중에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리자 곧 거기에 빠져 들어갔다.
실험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우선 보통 중국집에서 사용하는 작은 그릇과 비슷한 크기의 그릇에 물을 담았다. 그리고 거기에 맥주잔에 물을 가득 담아서 뒤집은 후에 다시 그릇에 거꾸로 세웠다.
여기서 맥주잔 표면에 다시 고무줄을 살짝 붙인 후에, 다시 그 위에 동일한 맥주잔을 올려서 덮어버렸다.
그리고 불 마법을 사용했다.
(불.)
이렇게 한 것은 간단했다.
대기 중에 산소가 그릇의 물을 통해서 들어간 후에 다시 맥주잔 안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라 추측한 것이다.
부글부글.
놀랍게도 실험 결과는 그의 이런 예상과 한치의 차이도 없었다.
맥주잔 바닥부터 천천히 산소가 들어가서 공간이 생기는 모습이 관찰된 것이다.
그리고 그 공간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언뜻 보면 쉬워 보이는 실험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마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하면 간단하게 산소 채집이 가능하잖아? 여기서 맥주잔 바닥에 유리관 형태로 만들어서 산소를 담을 수 있는 탱크를 만든 후에 거기서 산소를 빼내기만 하면 되잖아? 문제는 이 산소가 과연 상품 가치가 있느냐 하는 점인데.......’
조민우는 물론 이 실험이 끝나기가 무섭게 곧 바로 중앙 도서관 일층 한 쪽에 있는 전산실 쪽으로 가서는 산소 관련되는 상품을 한 검색해보았다.
‘호오, 휴대용 산소 캔에 사용이 되는 군. 어라? 가격이 23,000원이야?! 가만 이것이 다가 아니잖아. 화장품에도 역시 사용되잖아?’
물론 이것이 다는 아니었다.
산소를 사용한 의료 용품에는 거의 전반적으로 다 들어간 탓이다.
그런데 이보다는 더 중요한 것은 그 가격이었다.
일단 시중에 팔리고 있는 휴대용 산소 캔 가격이 23,000원이었는데, 만약 생수하고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가격 차이가 무려 10배가 났다.
그러하면 수치상으로 계산하면 예상 매출이 320억이 된다는 이야기잖아?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생수는 어떻게 보면 물속에 들어있는 노폐물을 정화시킨 것이다. 그런데 산소를 이런 화학 작용이 아니라, 순수하게 산소만 이동해서 따로 모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쉬울까?
당연히 산소 모으기가 쉽겠지. 그렇다면 생수에 비해서 최소한 5-6배는 더 많은 용량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잖아? 아니 그 이상도 될 수가 있겠지. 만약 5배라고 가정하면 매출액이.......,1,600억?!!!
실로 엄청난 매출액이었다. 더욱이 이것은 단순히 산소 용품 가격을 살짝 올리면 용기 가격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전부 순이익이라 봐야 했다.
그렇다면 1,600억이 거의 전부가 순이익라고 봐도 무방했다.
년 간 순이익이 1,600억 사업?
세계 어디를 찾아봐도 이렇게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을 없었다.
조민우 역시 이제까지 한 사업 경력이 몇 년인데, 이런 것을 모르겠는가?
그는 단순하게만 생각한 산소 사업이 오히려 생수 사업보다는 월등히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기뿐 것은 둘째치고라도 왜 자신이 이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는지 한심할 따름이었다.
그 동안에 자신이 생수를 만들기 위해서 고생했던 기억을 떠올리자 손발이 쩌릿쩌릿하기만 했다.
확실히 옛날 사람들 이야기가 맞아.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더니, 내가 딱 그 꼴이잖아?
하지만 그는 곧 이런 상념에서 깨어나야 했다.
지이잉.
지이잉.
곧 이어서 들린 핸드폰 진동 소리 때문이었다.
‘어라, 누구지?’
조민우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핸드폰 번호를 확인했다가 누구인지 알자 아차 하고는 화급히 전화를 받았다.
<아, 현주야, 지금 곧 갈게.>
<사장님! 빨리 오세요! 여기 정성일 부장님하고 벌써 이십 분이나 기다리고 있다고요.>
<알았어.>
그는 전화를 끊고는 내심 최현주를 욕을 바가지로 했다.
하여간에 말을 해도 꼭 저런 식으로 한다니까. 애는 다 좋은데, 가끔은 고삐 풀린 말처럼 나와서 문제야!
하지만 어쩌겠는가?
저 정도로 믿을만한 애는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 인 것을. 더욱이 저렇게 아름다운 미모까지 겸비하고 있다면 더 말할 나위는 없었다.
그는 이내 도서관에 가서 가방을 챙긴 후에 곧 바로 약속한 호프집으로 향했다.
***
조민우가 다니는 경한 대학교의 중앙 도서관과, 호프 집 간의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당연히 그가 호프집에 도달했을 때 걸린 시간은 불과 10분이 조금 더 넘긴 시간이었다.
그런데.
최현주는 이내 후다닥 뛰어와서는 다른 사람 눈치 때문에 차마 말을 못하고는 눈으로 째려봤다.
오빠, 제발 좀 그러지 마요!
알았다!
그 역시 은근한 시선 랭귀지로 그녀에게 말을 한 후에 그녀를 등 뒤로 하고는 천천히 자신의 회사 전 직원이 있는 테이블로 걸음을 옮겼다.
물론 민현진 역시 곧 자신에게 눈인사하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반가워!
조민우는 물론 옆구리가 따가운 고통을 느꼈지만 무시하고는 정성일 부장을 위시한 이들이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는 걸음 멈추었다.
우뚝.
순간 침묵이 흘렀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하건만.
누구도 말을 꺼내는 이는 없었다.
심지어 평소에는 그 호탕한 정성일 부장 역시 지난 힘든 일이 새삼 기억이 나는지 그저 눈시울 붉힌 채 고개를 숙일 뿐이다.
다른 이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심지어 소심한 김민영 대리는 눈물을 글썽였다.
다들 그냥 입만 다문 채 그저 조민우를 하염없이 쳐다볼 뿐이다.
하아, 참 사람들도. 사람 정말 무안하게 하네. 휴우, 이런 때 정말 소주 한 잔 생각나게 하는 군.
그리고 조민우는 문득 이들이 자신에게 해준 것을 떠올리자 마냥 기분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다만 분위기가 너무 축 늘어지자, 덩달아서 두 여인 역시 눈치만 살피면서 그냥 조용히 있자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다들 오랜 만입니다.”
“네.”
그저 평범한 한 마디의 말일 뿐이다.
하지만 그는 그다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비록 그 술 좋아하는 최석주 과장이 초롱초롱한 눈빛을 하고 있는 것도,
늘 입에 불평불만을 불고 살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일에 한해서는 실수가 거의 없는 유봉덕 과장도,
영업 분야에 한해서는 그야말로 이미 일가의 경지에 이른 소명석 부장이 당혹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모습이 그렇게 특이하게 보이지 않았다.
아니 비단 이들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더벅머리에 누가 보면 꼭 노가다 일꾼처럼 보이는 최성민 팀장도, 그리고 사람 좋아 보이는 박조영 과장 역시 달라진 것은 없었다.
과거 그 때 그 모습 그대로이군.
조민우는 문득 변한 것은 자신만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자신은 달라진 것 같았다. 일단 어떤 일을 임함에 있어서 집착은 거의 보이지 않는 점 하나만 해도 그런 것이다.
뭐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
“앉으시죠.”
“네.”
일단 가벼운 인사부터 먼저 건냈다.
“다들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아니 부족한 제가 연락을 하자 이렇게 내려와 준 것에 대해서는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여기에 대한 대답을 한 것은 의외로 최성민 팀장이었다.
“아, 사장님,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저희가 어떻게 사장님이 새로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그냥 있을 수가 있습니까? 사람이라면 당연히 내려와야 하는 겁니다.”
꽤나 격정적이면서 감정이 담겨 있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 말은 그의 다혈질적인 성격을 잘 들어내고 있었다. 사실 이 때문에 최성민 팀장은 다른 직장에서 꽤 힘든 고비를 많이 겪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조민우는 오히려 이런 그의 단점을 보듬어 안아서 그의 능력을 최대한 키워준 사람이다. 지금 그의 태도는 어떻게 보면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하하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아, 사장님, 자꾸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니 오히려 부담 됩니다.”
“최성민 팀장, 알았네.”
“네, 마땅히 그러셔야죠.”
조민우는 자신을 정말 진심으로 추켜세우는 최성민 팀장을 다시 한 번 쳐다보다가 주변을 돌아보았는데, 다들 그런 최성민 팀장을 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한 채 묵묵히 쳐다보기만 할 따름이다.
자신들 역시 최성민 팀장과 비교해서 다른 것이 없는 탓이다.
여기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은 어떻게 보면 이전 회사에서 꽤나 곤욕을 치룬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런 그들을 마치 어린 아기를 키우듯이 보듬어 앉아준 것이 바로 조민우 사장이었다.
그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다들 그저 지난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그저 조민우 사장에 대한 마음을 다시 돌이켜볼 따름이다.
하지만 몇 사람만큼은 이런 분위기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바로 최현주와, 민현진 두 사람이었다. 두 여인은 사실 조민우가 사업을 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저 단순히 사장을 했다 정도로 알았다.
그런데 지금 조민우와, 전 직장 직원들과의 모습에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조민우가 그저 사장이라는 직위만을 내세워서 일을 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진심으로 보듬어 앉아주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것은 실로 충격이었다.
도저히 조민우의 나이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도대체 오빠는 어떤 사람이지? 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관록과, 아량을 가질 수가 있을 것일까?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적지 않은 시행착오와, 많은 경험을 거친 끝에 나온 것이었다. 다만 그 과정이 너무도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변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두 사람이 절대로 일순간에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조민우 역시 이런 그들의 눈빛을 보다가, 두 여인의 부담스러운 눈빛을 보고는 그저 미소 지을 뿐이다.
다만 그는 역시 말을 걸기기에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그나마 어느 정도 여유가 보이는 사람을 찾았는데, 다름 아닌 정성일 기획 부장이었다.
“궁금한 것이 많으시죠?”
“물론입니다. 사실 사장님이 생수 사업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정말 놀랐으니까요.”
조민우 역시 부인하지 않았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의문이 좀 있더라도 제 의견을 당분간은 좀 따라주었으면 합니다.”
“당분간이라 하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