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마법사-65화 (65/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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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도대체 어떤 사람이 그런 식으로 생수병을 공급한다는 거죠? 그렇게 하면 적자일 텐데요?”

이런 질문이 이제야 나오는 군. 하기나 나와도 옛날에 나왔어야 할 질문이지.

“혹시 장래용 사장이라고 들어봤습니까?”

“장래용 사장요? 많이 들어본 이름이기는 한데.......아, 혹시 전 회사에서 커넥트를 공급하던 그 영업 사업 아닙니까?”

“오, 기억하시는군요.”

“아, 당연히 알죠. 그 분이 하도 저를 귀찮게 해서요. 아니 사실 저 뿐이 아니죠. 우리 회사 직원이란 직원은 전부 스토킹 하듯 했으니까요. 영업 하나는 정말 끔찍한 분이었죠.”

조민우 역시 거의 매일 아침이면 자신에게 전화질을 했던 그를 잊을 리가 없었다.

덕분에 당시 DS에서 사용하던 대다수 제품에 들어간 커넥트는 전부 그가 납품 했지.

“그런데 그 분이 중간에 커넥트 사업을 접고, 다른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좀 곤란을 겪었는데, 제가 당시에 좀 도움을 준 적이 있었죠.”

“아하, 그 일을 말씀하시는 군요. 당시 그 분 사정이 어려워지자, 6개월 납품 물품 금액을 미리 당겨 주신 것을 말하는 것이군요.”

“하하하, 이제 기억나시나 보군요.”

“일 년은 더 지난 일이라서 가물가물했습니다. 더욱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그리고 잊어버렸죠.”

하긴 그럴 만도 하지. 그 양반은 어디까지나 커넥트 납품을 주로 하던 사람이었으니까. 나만 내 경우에는 워낙에 내가 도움을 많이 준 것 때문에 알게 되어서 이리저리 연락을 하면서 계속 친분을 유지한 것이니.

“아마 그럴 겁니다. 그런데 저랑은 계속 연락을 하고 지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 그 분이 커넥트 사업을 접고, 한 것이 플라스틱 병이나, 이런 종류의 사업이었습니다.”

“허어, 그렇다면 생수병 생산할 때 그분에게 연락을 청한 겁니까?”

조민우는 굳이 이제 와서는 숨길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알고 지내는 사이고, 제 사정을 잘 아는 지라 좀 편의를 얻었습니다. 덕분에 생수병은 그야말로 원가 수준으로 구입이 가능한 거죠. 하지만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그렇게 할 수가 없죠.”

“으음, 그렇겠군요.”

“그렇다고 해도 생수병 보급 단가는 그렇게 높지가 않을 겁니다.”

“아마 그것은 장래용 사장이 사장님에게 도움을 많이 얻어서 그런 것이겠군요.”

“하하하, 네, 그렇게 보시면 됩니다. 당시 그 덕분에 장래용 사장은 부도의 위기에서 벗어나서 다시 일어설 수가 있었으니까요.”

조민우는 이렇게 생수 영업에 대한 기본적인 이야기를 해 준 후에 직원들에게 각 물량을 배분했다.

조장 300개이면 15박스 물량이다. 15박스는 그냥 차로 한 번에 배달하면 금방 끝난 물량이고, 편의점 위치만 제대로 알면 1-2시간이 끝날 일이다.

따라서 나머지 직원들의 남는 시간에 대한 지시를 내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생수 배달이 끝나고 나면, 다른 업체를 돌면서 한 번 영업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샘플용도 각자 2박스로 해서 한 번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반응이 나쁘지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처음에는 다들 부정적이거나, 아니면 의혹을 가진 이들도 막상 내막을 알고 나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이 아마도 평범한 직장생활을 한 이들이라면 당연히 강한 반발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직장인과는 달리 부도라는 아픔을 경험까지 한 사람이다.

말이 좋아서 하루에 90만원 수익이다.

절대로 가볍게 볼 수 있는 금액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은 조민우 사장에 대한 신뢰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역시 조민우 사장님은 보통이 아니라니까.’

물론 한 편으로 다소 찜찜하기도 했다.

‘생수 판매라.......아니, 따지고 보면 이거 영업이잖아? 설마 내가 영업을 다 하게 되다니......’

***

조민우는 이렇게 해서 생수 판매에 대한 짐을 들어버리자 평소와는 달리 혼자 남아서 앞

으로 일에 대해서 구상해야 했다.

두 여인은 오늘따라 비서(?)주제에 자신들끼리 한 번 판매해보겠다고 말을 하고는 곧 바로 그의 봉고차(?)를 몰고는 휑하니 나가버렸다.

아마 다른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는 꽤 자극을 받았나 보군. 하긴 비서란 일은 아직 두 사람의 경우에 다른 직원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서 불안할 만도 해.

그는 이내 이런 점을 다시 한 번 고민하면서 두 여인에 대한 처우와, 다른 직원들의 미래, 그리고 DS의 진로에 대해서 고민해야 했다.

물론 바로 대두되는 문제 하나가 있었다.

사옥이군.

그는 회사 사옥이 아직 없다는 것을 깨닫자 그 문제부터 먼저 고민해야 했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많이 생겼다.

물론 가장 쉬운 방법은 대구 시내에 건물을 임대해서 임시 사옥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아마 옛날 같으면 틀림없이 이 방법을 사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요즘 들어서 여유를 가져서 그런 지, 그것도 아니면 고향에 내려와서 그런 지 굳이 매캐한 매연으로 덮여 있는 시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마 내가 이런 고민을 하는 이유는 서울 생활에 지처서 그런 것이 아닐까? 강남 한 복판에 사옥을 얻어서 겉으로 보기에 화려해보였지만 실상 매연과, 소음으로 시달린 생활을 근 몇 년이나 했잖아?

이제는 좀 자연과 어울려서 살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지금 자신이 있는 집 주위가 나쁘지 않았다.

한 쪽에는 이름 모를 강 하나가 동서로 흐르고 있었는데, 그 강 자락이 시작되는 곳에는 그렇게 높지도, 낮지도 않는 산 하나가 보였다.

거기에 주변에는 인가가 거의 없고, 주로 논밭으로 덮여 있었으면, 심지어 조금 더 멀어져도 숲으로 뒤 덥혀 있었다.

그런데 역시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이놈의 모기야. 산 속의 전투 모기라서 그런 지 꽤 지독한 놈들이라니까.

물론 불편한 점이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단 차가 없으면 이동이 불편한 것 하나와, 문명의 이기를 누리기 어렵다는 점 이 두 가지였다.

그래서 물건을 사려면 집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편의점을 활용해야 했는데, 거기는 그렇게 생필품이 다양하지 않았다.

이것이 생각 외로 불편했다.

나머지는 나쁘지 않았다.

조민우가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역시나 자신이 있는 지역의 땅값이었다.

대구 근교이고, 산자락에 붙어 있는 곳이어서인지 평당 가격이 도저히 땅값이라는 말을 붙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차라리 이 주변 땅을 전부 매입한 후에 이곳에 회사 사옥을 건립하는 것을 어떨까? 물론 한 번에 크게 할 수는 없겠지. 매출이 늘수록 규모를 키워 가면 될 테니까.’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 사회와는 아주 거리가 먼 생각이지만 어떤 면에서 나름 신선했다.

그런데 그의 행동은 생각보다 더 빨랐다.

***

조민우는 결정을 내리기가 무섭게 이곳 부동산을 책임지는 한 부동산 업체를 찾아서 여기에 대한 문의를 해보았다.

“네? 여기 A 지역 땅을 구입하고 싶다고요?”

“아, 물론 지금 당장 전부 구입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단 지금은 대략 300평정도 구입할 예정이고, 추가적으로 계속 매입할 생각입니다.”

“흐음, 그래요? 그런데 저기 외람된 질문이지만 제가 혹시 그 사유를 알 수가 있을까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저기 A 지역은 그야말로 이 지역에서 가장 쓸모가 없는 곳입니다. 아니 대구 전체를 통틀어서 효용 가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큰 미래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다 못해서 철도길이라도 난다던지 하면 도움이 될 텐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아, 아무래도 노후를 대비해서 땅을 미리 좀 매입한다는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

부동산 중개인인은 어이가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아니 이놈은 도대체 정체가 뭐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노후 대비라고? 어이가 없군.

조민우는 물론 아주 불친절한 중계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 참았다. 이곳이 아니면 또 찾아야 하는데, 이곳에서 중계업자 건물 찾기도 쉬운 것이 아닌 까닭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판단은 옮았다.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시세보다 30%에 가격에 해줄 수 있도록 한 번 땅주인하고 협의를 해 보겠습니다.”

“호오, 그게 가능해요?”

“당연하죠. 저런 땅을 구입하는 사람은 한국 천지에 아무도, 아니 조민우씨 한 분이니까요. 솔직히 전 공짜로 준다고 해도 받은 생각이 없습니다.”

“네?”

“아, 이것저것 잡다하게 나오는 세금도 있고, 부동산을 가지고 있으면 꽤나 번거롭습니다. 몰라요. 아파트 같은 것이라면 좀 틀리죠. 하지만 저 땅은 전혀 그렇지가 않으니까요.”

“끄응, 알았습니다.”

***

언뜻 생각하기에는 잘 이해가 안 되는 일처럼 보일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 중계인의 말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땅주인 역시 너무 앞날(?)을 보고 이 땅을 매입했다가 두고두고 후회한 경우였다.

스르륵.

부동산 중계 계약서에 서명하는 땅주인의 손놀림은 그야말로 기뻐서 미칠 지경이었다.

조민우는 물론 이런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솔직히 갈등했다.

이거 괜한 짓을 하는 것이 아닐까? 사업가라면 모름지기 미래를 대비해서 자금을 투자해야 하잖아? 그런데 오히려 미래를 어둡게 하는 곳에 투자를 하다니.

찜찜한 것은 둘째 치고는 후회가 무럭무럭 생겨났다.

하지만 이미 자신은 서명한 바.

집주인은 그야말로 그 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고질병 하나를 말끔히 치료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감사합니다!”

“아? 네.”

“아, 그리고 필요하시면 나머지 그 쪽의 땅을 전부 제가 인도해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그 쪽 전부요? 그것은 좀 곤란해요. 지금 딱 봐서는 몇 천 평은 넘어 보이던데요.”

“아뇨, 삼만 평정도 됩니다.”

“네? 삼만 평요?”

삼만 평이라니? 도대체 이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일까? 지금 내 몰골을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일까?

“지금 계약 금액이 평당 3만원해서 9백만원입니다. 그러면 이 가격 기준으로 치면 무려 9억입니다. 제가 지금 그 돈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 그것은 정상적인 가격으로 계산 했을 경우죠. 제가 이번 경우에는 특별히 30% 정도 저렴하게 해드릴 수 있습니다.”

“30%라.......그렇다면?”

“3억입니다.”

“3만평에 3억이라, 나쁘지는 않군요. 하지만 제가 3억이라는 돈이 당장에 없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땅주인의 반응이었다. 이제 4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중년 여인은 눈빛을 반짝이면서 흥미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사장님은 정말 순수하시네요. 원래 거기 시세 대로하면 평당 6만원은 받아야 합니다. 무려 18억 정도가 됩니다.”

18억이라. 엄청난 금액이군. 아주머니, 그래서 더 못 믿겠다니까요. 무슨 18억 가치의 부동산을 3억에 넘기려고 합니까!

뻔히 보이는 수작이었다. 뭔가 문제가 있으니, 저런 식으로 나온다고 판단했다.

“그것이 더 이상한 거죠. 그렇게 손해를 보면서 왜 그 땅을 파시려고 하는 겁니까?”

“지금 당장에 돈이 안 되니까요. 제가 몇 년 전에 듣기로 그 땅 막아서는 천한산(天寒山)을 가로 질러 고속도로가 뚫린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되었으면 그 땅값이 못해도 30만원이상으로 올라요. 그런데 그 계획 자체가 대통령이 바뀌면서 취소되어 버렸거든요.”

“흐음, 그래요?”

“생각을 해봐요. 제가 그 당시 구입 시가가 5만원정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땅값이 오르기는커녕 내리고 있어요. 가장 큰 문제는 뭐냐 하면 거기 돈이 묶인 것도 묵인 것이지만 제 명의로 되어 있어서 다른 거래 시에 피해를 봐요.”

언뜻 봐서는 잘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그런데 아주머니, 즉 복부인 입장에서 보면 꼭 그렇게 볼 수는 없었다. 딱 봐서는 고속도로가 생기면 그 시세차익만 보고 팔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 계획이 무산되자 땅값이 오르고, 내리고를 떠나서 아무도 그 땅에 관심을 가지는 이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물론 구입 가격이야 15억이기는 하다. 문제는 뭐냐 하면 돈을 굴려서 시세차익을 얻는 아주머니 입장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조민우 역시 썩 믿기지는 않았다. 다만 그도 아주머니 입장이라 생각하자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었다.

무려 12억을 날리기는 했지만 3억이라도 챙긴다? 그런 의미인가? 가만 그리고 보니, 나도 그랬잖아? 회사 부도나고 난 다음에 10%, 20% 가격에 자재를 전부 넘겨서 현금으로 바꾸었잖아?

한숨이 절로 나올 기억이 떠오르자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그렇다면 3억이라도 챙기고, 나머지 그 땅을 포기하겠다는 의미이군요.”

“조 사장님은 아직 사업이나, 부동산을 해보지 않아서 돈에 가치에 대한 것을 잘 모르세요. 저는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전국에 땅을 좀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땅을 정말 제 입장에서는 오히려 독이 되면 되었지. 이익이 되지 않아요. 그런데 이 가격으로 팔고 싶어도 지금까지는 살 사람이 없었어요.”

============================ 작품 후기 ============================

아무리 금반지를 가졌다고 해도 딱 그 아이디어만으로 누가 생수 사업을 이렇게까지 멋지게 키울 생각을 할 수가 있겠는가?

-> 작가 독백.

-> NO 현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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