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9 회 -- >
하지만 이런 것을 잘 모르는 최현주는 오늘 좀 늦게 회사에 와서 갑자기 새로운 건물 건설이 시작된 것을 보고 와서는 의아했다.
“오빠, 저거 도대체 뭐에요?”
“응? 당연히 공장 짓는 거지. 뭐 간이 공장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공장은 공장이지.”
“헐? 정말이에요? 벌써 추가로 생산 공장을 더 건립한다고요?”
“생산 공장 추가라는 말은 맞지가 않아. 으음, 그냥 임시적으로 건물을 하나 추가하는 것뿐이야.”
하지만 어디 말이 그런 가? 이곳으로 집을 옮긴 지 불과 채 한 달에 불과했다.
그런데 벌써 새로운 건물을 신축해서 짓고는 있는 상황이라니.
정말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 오빠, 저, 정말 대단하네요. 도대체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한 거에요?!”
조민우는 눈을 크게 뜬 채로 자신을 추켜세우는 그녀의 태도에 오히려 방금 미소 지을 뿐이다.
“뭐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냐. 이제 겨우 건물 하나 더 늘린 것뿐이잖아? 너무 오버해서 생각하기에 이상하게 보이는 것뿐이야.”
“하지만 오빠가 이 생수 사업 시작한 지 얼마가 되었다고 벌써 지금처럼 공장 추가 설립이 가능해요? 더욱이 은행에 돈을 빌린 것도 아니고, 그냥 손수 생수만 팔아서 만든 자본으로 이렇게 건물을 짓고 있는 것이잖아요?”
틀린 이야기가 아니었다. 상식적으로 이런 식으로 자본을 불려간 사업가는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대다수가 사업을 시작할 때는, 그것은 조민우 초창기 사업 역시 포함해서, 어떤 형태로던지 자금을 빌리거나 하기 때문이다.
물론 재벌 이세의 경우에는 예외이겠지만.
“하하하, 뭐 자꾸 그렇게 하늘을 높이 날려 보내니, 오히려 내가 불안 불안하잖아. 그냥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즐겁게 그냥 생각해.”
하지만 이것이 과연 즐겁게 생각할 문제일까?
그렇지는 않았다.
최현주는 도대체 알 수가 없는 표정으로 그의 자리 앞 의자에 풀썩 앉은 채 겉으로 보기에는 다소 어리벙벙한 조민우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그녀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너무도 당연했다. 지금까지 그가 복학한 이후부터 시작해서 조민우의 변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사람인 탓이다.
도대체 오빠는 어떤 사람일까? 처음에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과 선배라고 생각했어.
여기까지만 해도 그녀 자신은 조민우를 그저 이름 아는 선배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사업하다 실패했다는 것을 들었어. 그 때까지만 해도 그냥 능력이 있는 선배라고만 생각했어.
나름 그녀도 흥미를 다소 가졌다. 그랬기에 헬쓰를 같이 하자고 제안한 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그리고 시작한 것이 생수 사업이잖아? 그런데 지금 얼마 지났어? 이제 겨우 두, 세 달 지났잖아? 지금 하루에 벌어들이는 수익만 해도 근 천 만원에 가까워. 도대체 상식적으로 이것이 가능한 것일까?
아무리 생각을 해도 알 수가 없었다.
사실 이것은 그녀가 아닌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었다.
비록 조민우가 쓰라린 사업 실패를 경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불과 단 몇 달에 이런 아픔을 딛고 당당한 일어선 것이다.
그러는 중에도 그가 보여준 모습. 약간의 위축된 모습도 있었고, 다소 주눅 든 그런 모습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에 이런 시련을 극복한 것이다.
오로지 묵묵히 작은 일이라도 거기에 집중해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 남자였다.
아무리 금반지를 가졌다고 해도 딱 그 아이디어만으로 누가 생수 사업을 이렇게까지 멋지게 키울 생각을 할 수가 있겠는가?
쉬운 일은 절대로 아니었다.
민우 오빠는 정말 멋진 남자야.
이것이 최현주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조민우를 과 선배가 아니라, 남자 친구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도 이제부터는.......’
***
조민우는 최현주의 관심어린 눈빛을 받는 것이 마냥 불편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는 굳이 여기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이런 관심을 이전 사업을 시작할 때도 많은 사람에게서 충분히 받아보았기 때문이었다.
잘 나갈 때는 정말 다들 나에게 와서 온갖 감언이설을 늘어놓았지. 심지어 여자 같은 경우에는 언제라도 내가 원하기만 하면 당장에라도 옷을 벗는 여자도 적지 않았어. 하지만 회사가 어려워지자 그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지. 전부 도망가 버렸지. 심지어 매정하게 등을 돌린 놈도 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인간의 이중성을 너무도 직접적으로 경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런 경험 덕분에 이제는 사람의 내면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현주, 현진 이 두 사람은 참으로 괜찮은 여자야. 비록 외모에 비해서 개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해도 그래.
물론 두 사람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바로 정성일 부장을 비롯한 이들이지.
그는 간간히 창문을 통해서 그들이 생수 배달을 위해서 각자의 차량에 DS 생수 싣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따스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자신도 지금 요구가 얼마나 생뚱맞은 지 아는 까닭이다.
그런데도 저렇게 내 지시를 충실하게 따르는 모습을 보면 지금 봐도 참 괜찮은 사람들이야.
그런데 그도 귀가 있어서 그들이 불만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았다.
(창규 과장님, DS 생수가 잘 나가기는 정말 나갑니다.)
(쯧쯧, 자네는 사장님 성격을 몰라? 그 분이 사업을 시작한 것은 절대적인 확신이 있기 때문이야.)
(아참, 과장님, 정말 그것은 너무 하시네요. 제가 불 과 지난주까지 과장님이 한 이야기를 그대로 해줄까요? ‘우와, 이거 사장님 진짜 너무 한 거 아냐? 내가 이렇게 생수 배달하려고 대구까지 내려왔나? 난 어느 정도껏 하고 끝낼 줄 알았는데, 계속 생수 판매라니. 도대체 사장님은 최소한 엔지니어 자존심을 생각하는 거야.’ 이렇게 말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야아, 조 대리. 내가 언제 그런 소리를 했다고 그러는 거야? 너 생사람 잡은 거야?)
(정말 혼자만 그렇게 생각해요? 제가 증인까지 있는 데 그런 실겁니까?)
(아아, 알았어. 내가졌으니, 그만 하라고.)
(진작 그래야죠. 그나저나 창규 과장님같이 자존심이 강한 분이 이렇게 계속 생수 배달에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해요.)
(솔직히 내가 제품 개발하는 것보다 더 많이 벌잖아? 이달만 해도 영업이 늘어나서 하루 매상이 130만 원 정도 되는데, 한 달이면 3,900만원이라고. 그런데 내가 뭐라고 하겠어? 그냥 사장님 시키는 대로 해야.)
(크크,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사장님은 이 생수를 어디서 가져오는 것일까요?)
(저기 생수 설비에서 만든다고 하잖아!)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저는 저 DS 생수 설비가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저런 설비로 이렇게 품질 좋은 생수를 만들기는 좀 어렵거든요.)
(뭐야? 지금 자네 그러면 사장을 의심하는 건가?)
(아니 뭐 의심이라고 보다는 좀 이상하지 않아요?)
그냥 나온 말일까?
그렇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면 정말 사장님이 이상한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지금은 그냥 넘겼지만 확실히 이상하기는 이상하지.
물론 그렇다고 조민우에게 따지기도 난감했다.
이미 몇 사람이 물어본 바 조민우의 대답은 딱 정해져 있기 때문이었다.
특급 비밀입니다!
***
조민우 역시 이런 직원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다소 신경이 쓰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굳이 이미 처음에 염두에 둔 것처럼 개의치 않았다.
그 보다는 자신이 이제껏 과거에는 너무 서두르면서 그냥 넘어갔던 일을 다시 반복할 수는 없었다.
탁.
“응? 이것은 뭐야?”
“아버지가 저에게 빌려준 돈입니다. 제가 이자까지 해서 좀 더 넣었습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도대체 이것이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빌려준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다시 돌려주는 거지.
조민우는 물론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부친을 보고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하긴 놀란 만도 하시지. 내가 사업을 다시 시작할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렇게 돈을 갚았으니. 하지만 아무리 부모간이라도 해도 돈 계산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아. 사실 저 돈 때문에 쉽게 다시 출발할 수가 있었던 것이잖아?
“외람된 이야기지만 지금은 그 정도 돈은 제 사업에 큰 도움이 안 됩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는 큰돈이죠. 물론 그렇다고 제가 그 돈이 작다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이제는 저에 대해서 너무 걱정하지 말고, 마음을 좀 편하게 가지라는 뜻일 뿐입니다.”
부친이 무슨 뜻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사실 그도 말은 하지 않아서 그렇지 요즘 안절부절못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허어, 정말이냐?”
조민우는 부친의 의혹에 찬 시선을 받으면서 얼마 전에 드디어 퇴원해서 자리를 같이한 모친의 핼쑥한 안색을 쳐다보면서 뚜렷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이제는 엄마에게 두 번 다시는 그런 충격을 주지 않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 이 돈을 돌려준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물론 좀 더 들어간 것은 이자라고 생각하시고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는 그냥 넘어갈 수만은 없었다.
“으음, 잘 이해가 되지 않는구나. 좀 설명을 해주면 되지 않겠느냐? 내가 알기로 넌 처음에 생수 사업으로 시작했지 않느냐?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렇게 많은 돈을 벌수가 없을 텐데?”
이것 참. 곤란한 질문을 잘 하신다니까. 보자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줘야 하나. 아 그러면 되겠지. 사실 뭐 숨기고, 말고가 없는 내용이잖아?
“사실 시작할 때는 제가 하루 생수 판매 물량이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 때문에 해도 하루에 6만원 정도였잖아요?”
“그거야 그렇지. 내가 딱 그 금액을 줬으니, 누구보다 잘 기억하지.”
“그런데 만약 그 판매 수량이 좀 더 커지면 어떻게 될까요?”
“판매수량이 커진다니? 도대체 하루에 몇 개 생수를 팔기에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조민우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곳 바로 부친에게 대답해주었다.
“지금 하루에 판매하는 물량은 대략 3,000개가 좀 더 됩니다. 여기서 물량이 좀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격이 많이 올랐죠? 현재 개당 3,000원씩 받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는 이야기는.......설마 하루에 매상이 900만원이라는 이야기야?”
“네. 정확히는 요즘 들어서 좀 더 늘었습니다. 대략 1,000만원이 좀 더 됩니다.”
“.......”
“.......”
부친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가지 않은 탓이다. 물론 그것은 모친 역시 마찬가지였다. 겨우 이제 퇴근한 이후로 다시 들어본 생뚱맞은 이야기에 꽤나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도대체 이놈이 어떻게 했기에 저렇게 많은 물량을 팔수가 있는 것일까? 내가 알기로 내 친구들만으로 저렇게 많은 물량을 받기가 어려울 텐데?
조민우는 물론 부친의 태도를 보고는 굳이 기다리지 않았다.
“으음, 아무래도 아버지가 잘 이해를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이야기 드리죠. 처음에는 아버지 친구 분에게 팔았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에게 신뢰를 쌓고 나자, 다시 E마트 한 곳을 소개받았죠.”
“아, 설마.......”
“하하하, 맞습니다. 그렇게 해서 E마트 한 곳을 뚫을 거죠. 거기까지 하고 나서는 잠깐 판매량이 주춤했죠. 하지만 다시 입소문을 듣고 조금씩 판매량이 늘어나기 시작했죠.”
“그렇다면 다시 추가로 E마트 공급처를 더 늘였다는 이야기구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수요가 너무 늘어나서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선택한 최종 방법이 아버지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바로 DS 생수 판매 가격을 올렸습니다.”
“으음, 정말 믿기지 않는구나.”
하긴 저도 마찬가지에요. 솔직히 지금 이 일은 어떻게 보면 금반지로 인해서 시작할 수가 있었으니, 틀린 이야기도 아니죠. 만약 제 힘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면 이렇게 성장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어떻게 보면 스스로가 한 DS 생수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마냥 틀린 것만은 아니었다.
그래서 조민우 역시 반칙과도 같은 금반지 사용을 자제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더 그것을 이용해서 DS X까지 생산한 마당이니.
하아, 이런 점은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 내 힘으로 어떻게 해서라도 우리 DS 신제품을 빨리 만드는 것이 우선이야. 언제까지 금반지의 능력에 의존할 수만은 없잖아?
***
조민우는 이 문제 때문에 부친에게 돈을 돌려 준 후에도 고민을 거듭했다.
그 때문에 그는 충분히 대학을 다시 휴학해도 괜찮은 상황. 아니 지금은 점점 일이 늘어나서 계속 다니기 힘든 상황에서도 강의에 충실했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은 바로 콤비네이션 로직과, 시퀀서 로직에 대한 설명이다. 그런데 너희들이 여기서 한 가지 꼭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그것은 두 가지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그 전 상태를 기억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레지스터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D 플립플롭을 이용해서 데이터 값을 저장하는 하나의 기억 장치로 볼 수가 있다. 이것이 바로 너희들이 항상 사용하는 컴퓨터의 메모리 원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