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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재수강해서 듣는 디지털 논리 회로 강의지만 지금은 새롭기만 할 뿐이다. 그기에 대한 이유는 그도 처음에는 잘 알지 못했다.
다만 추측할 뿐이었다.
아마 내가 사업하면서 실제로 힘든 현실과 자꾸 부딪히면서 워낙에 힘든 상황을 많이 경험하면서 지금처럼 순수하게 공부만 하는 상황이 너무 마음 편한지 모르겠어.
아니 그렇게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조민우는 특이 이미 캐드 사업에 관해서는 계속 고민 중인 상태이기에 지금 듣는 논리 회로 과목이 꽤나 흥미를 가졌다.
지금 듣는 내용은 전부 캐드 시뮬레이션과 관련해서 각 디지털 로직의 특성 값으로 해서 전부 캐드 툴에서 적용을 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런 것을 감안하면 지금 하는 강의 그저 수박 겉 핢기에 불과할 뿐이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스스로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는 이렇게까지 쉽게 논리 회로가 간단한 과목이 아닌 까닭이다.
이 모든 것은 역시나 한 가지 때문이었다.
금반지 때문이지. 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점은 확실히 좋은 점이 있어. 내 머리가 금반지로 인해서 좋아진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그것인 일시적으로 좋아진 것만은 아니라는 거지.
조민우는 이 때문에라도 지금 강의를 들으면서 과연 이것을 돈벌이(?)로 이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해보았다.
아 물론 캐드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워낙에 현실적인 문제가 많고, 개발기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그런 것을 감안하면 지금 당장은 곤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우선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해.
그도 물론 자신이 이미 벌이고 있는 DS X 사업에 전력투구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그야말로 금반지를 이용해서 어떻게 보면 반칙에 가까운 사업이라서 자신의 캐쉬 카우 정도로만 생각했지, 이것만을 위해서 사업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조민우는 자신의 사업가로써 자존심 때문이라도 뭔가 새로운 일을 스스로 더 추진해보고 싶었다.
‘좋은 아이템이 뭐가 있을까?’
물론 바로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솔직히 지금 새로운 아이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하건만 아무래도 여유가 생기자 엉뚱한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그렇게 보면 한 가지는 참으로 웃음이 나왔다.
바로 최현주였다.
사각사각.
이제는 아예 자연스럽게 옆 자리에서 앉아서 교수 강의를 듣고는 필기에 여념이 없는 그녀 모습이 오히려 당연하게 느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이렇게 같이 있는 것이 부담스럽게만 느껴졌잖아? 그런데 벌써 이런 이율배반적인 마음이 생기다니. 참, 사람일은 알 수가 없어.
그의 추측대로였다.
사람 일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
최현영 교수는 한창 논리 회로 설명에 몰입해 있다가 처음에는 자신이 잘못 봤나라고 생각했다.
아니겠지. 설마 내 강의 도중에 여자에게 한 눈을 판다는 말인가? 그것은 아냐.
하지만 아예 자신을 무시한 채 멍하니 최현주를 바라보는 조민우를 보자 안색을 굳혔다.
감히 자신의 강의 도중에 저 따위 짓이라니.
그가 사람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도 한창 논리 회로 강의 중에 저렇게 여자에게 한 눈을 팔면서 로맨스를 즐기고 있는 놈을 그냥 둘 정도로 여리지는 않았다.
이봐!
“?”
조민우는 갑작스러운 교수의 목소리에 변화에 놀라서 옆을 돌아보았다. 다만 그는 생각나는 대로 솔직한 자신의 심사를 중얼거렸다.
(어떤 녀석이 감히 신성한 강의 도중에 딴 짓을 한 거지. 하여간에 요즘 대학생은 정말 강의 듣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모른다니까.)
(오, 오빠......)
다만 최현주는 강의 중에 최현영 교수가 향한 시선이 조민우를 향했다는 것을 눈치 챘기에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그가 알 리가 없었다.
(응? 현주야, 왜 그래? 도대체 어떤 놈이 감히 교수님 강의 중에 딴 짓을 했는지 알고 싶다니까!)
최현영 교수는 자신이 한 번 호출해도 엉뚱한 곳을 쳐다보고 있는 조민우를 보자 저놈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다만 일단 본인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일단 확인이 필요했다.
“거기 옆을 돌아보는 친구!”
“설마 저를 말씀하시는 것은 아니겠죠? 그럴 리가. 제가 감히 무슨 일을 했다고 그러시는지요?”
“쯧쯧, 자네 생각보다 둔하군. 아니 뻔뻔하다고 해야 하나. 뭐 다 좋아. 내가 자네 연애 관계에 대해서 뭐라고 하기는 싫네만, 최소한 강의 도중에는 좀 자제해야 되는 것 아닌가?”
“네? 연애라니요?”
하지만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말이었다.
최현주가 의도적인지, 아닌 지 마치 자신이 조민우의 여자친구인양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푹 숙였기 때문이었다.
무언의 긍정 이었다!
그것도 행동으로.
순간 강의에 한창 몰입해 있던 다른 수강생들은 모두가 안색을 잔뜩 찌푸린 채 조민우를 쳐다보면서 이를 갈았다.
(정말 사람 열 불 나게 하네. 아니 매일 학과 도서관에서 그렇게 사람 염장 질을 했으면 됐지, 설마 강의실에서까지 저래야 하나.)
(내가 더 짜증나는 것은 저게 아냐. 복학생 선배라고 해서 뭐라고 하는 것은 아냐. 얼마든지 뭐 과 후배란 사귈 수도 있으니. 하지만 그래도 티를 내지 말아야 할 것 아냐!)
(하아, 강의 중에는 저런 꼴을 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애인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나?)
이런 이야기였다. 잘 들어보면 조민우를 무조건 비난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다만 그의 지나 친 염색행각에 대해서 다들 뭐라고 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대다수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다.
저 친구 꽤 유명했나 보군. 하긴 최현주가 아마 우리 공대에서 퀸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복학생 주제에 잘 꼬셔나 보군.
“뭐 자네는 더 할 말이 없겠지?”
조민우는 힐끗 다시 한 번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후에, 최현주가 자신을 살며시 쳐다보면서 방긋 눈웃음치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현주야, 제발 평소에 잘 좀 해. 늘 보면 교묘하게 사람 간만 보는 주제에 꼭 이런 식으로 일을 만들어? 에휴, 그나저나 뭐라고 해야 하나? 그냥 적당히 인정 하자.
“네.”
“좋아, 그러면 조금 전에 강의 도중에 엉뚱한 생각하면서 다른 생각한 것으로 판단하지.”
사실 이 부분은 마냥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다. 더욱이 그 역시 일단 지금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인정합니다.”
“시원해서 좋군. 그러면 내가 하나 질문하지. 만약 이 문제를 맞추면 조금 전에 일은 그냥 넘어가는 것으로 하지. 지금 내가 설명한 D 플립플롭을 메모리 소자로 사용한다고 했어. 그렇다면 이 메모리 소자가 동기식과, 비동기식 두 가지로 구현을 할 수가 있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 같은가?”
아마 그도 캐드 툴 제작 관련해서 디지털 로직 부분에 대한 것을 보지 못했다면 무슨 말인지 조차 모를 질문이었다. 그리고 사실 지금 논리 회로 강의만으로 말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사실 이 부분 때문에 조금 고생했던 부분이기도 하니, 쉬운 문제는 아니지. 그렇다고 장황하게 설명하기는 곤란하고, 보자, 간단하게 설명하려면.......좋아.
“간단하게 설명하면 동기식은 메인 클럭 신호에 데이터 입력이 동기 되어서 동작하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이것 봐라? 설마 이 질문에 대해서 안다고?
“한 번 말해보게.”
“바로 인버터를 통한 데이터 신호를 프리셋에 그대로 물리고, 인버터를 통하지 않은 데이터 신호는 리셋에 그대로 물리는 겁니다.”
어? 이 친구가 이것을 어떻게 알지? 아직 설명해주지도 않는 내용인데, 아니 이런 내용은 원서 교재에도 나오지 않을 텐데, 그렇다면 동작도 안다는 말인가?
“동작 설명도 해줘야지.”
조민우는 굳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러면 데이터가 H가 들어가면 프리셋에 그대로 H가 들어가서 출력 값이 H가 됩니다. 그렇게 하면 전체 시스템 클럭 신호의 동작에 맞추어서 딱 정확한 데이터 값이 입력이 됩니다. 바로 라이징 에징에 동작하는 플립플롭을 사용하면 이렇게 정확한 타이밍에 데이터가 입력 될 수 있도록 하죠.”
설명은 분명히 정확했다. 그래서 최현영 교수는 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가 알기로 이런 내용은 자신 과목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에서 조차 가르쳐 주지 않는 내용인 탓이다.
유일하게 있다면 디지털 회로 설계 과목인데, 그것은 3학년 2학기에 들을 텐데, 이상하네.
“으음, 자네 지금 무슨 말인지 알고 그렇게 말을 하는 건가?”
뚜벅뚜벅.
조민우는 굳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지루한 설명에 다소 질려 있는 터였다.
탁탁.
그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강단 위에 올라가서는 분필을 들고는 곧 조금 전에 설명한 D 플립플롭을 정확히 그린 후에 나머지 부분 역시 그려서 직접 상태 천이를 그려서 하나하나 찍어가면서 설명을 해주었다.
“......여기까지 설명을 대충 조금 전에 제가 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보면 사실 간단해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렇게 딱 설명을 한 번하고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강의실 내부를 쭉 한 번 돌아보았다. 물론 대다수 강의생들은 입을 살짝 벌린 채 멍한 표정으로 조민우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물론 최현주는 좀 다르게 어깨를 으쓱한 채로, 바로 저분이 내 애인이야! 이런 표정이었다.
조민우는 그런 최현주의 모습을 고개를 내젓고는 간단하게 추가 도면을 그린 후에 다시 설명을 계속했다.
“여기서 이 메모리 소자 하나만 동작하면 그렇죠. 그런데 보통 컴퓨터는 32비트 데이트를 주로 사용할 때 32개의 데이터 라인이 동시에 지나가는 경우에 타이밍이 틀린 잘못된 데이터가 메모리에 저장됩니다. 그러면 CPU에서 잘못된 데이터를 읽고, 그대로 실행하게 되면 CPU 동작이 뻗어 버립니다. 그래서 고속으로 동작하는 하드웨어의 경우에는 설계 시에 이런 점도 유의를 해야 합니다.”
“.......”
최현영 교수는 물론 자신이 원한 것 이상의 설명을 듣자 놀라서 잠깐 입을 다물었다.
허어, 이 친구 장난 아니잖아? 도대체 저런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지.
“자네 설명을 잘 알았네. 그렇다면 비동기는 어떻게 동작하는 건가?”
조민우는 이제는 당당한 자세로 설명을 계속했다.
“비동기는 더 간단합니다. 바로 이 클럭이 들어가는 인버터 타입 D 플립플롭 입력에 데이터 라인을 바로 물리는 겁니다. 그러면 보통 데이터 값을 default로 H로 잡은 경우에 L로 떨어지면 Falling Edge에서 동작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메인클럭하고는 관계가 없죠?”
“허, 자네 설마 이거 직접 디자인 해본 건가? 정말 잘 아는군.”
조민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하하하, 교수님은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냥 제가 늘 하는 학과 공부에 열심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구조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 때문에 그런 거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최현영 교수는 시간 때문에 계속 붙잡고 있을 수는 없었다.
“좋네. 내가 약속했으니, 더 이상 말은 안 하지.”
“감사합니다.”
그는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천천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서는 따가운 시선을 모른 척하고는 최현영 교수를 쳐다볼 뿐이었다.
하지만 주변의 반응은 의외였다.
(우와, 저 분 조민우 선배 맞지? 그런데 조민우 선배가 논리 회로를 저렇게 잘했어? 내가 알기로 이 과목 재수강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재수강이라서 그런 것 아냐? 두 번 들어서 이미 들었던 내용이라서 말하는 것일 수도 있지.)
(쯧쯧, 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 저런 내용은 내가 알기로 없어.)
(허어, 그래?)
(야아, 나도 재수강인데, 저런 질문을 이제까지 처음 들어본다. 무조건 다시 듣는다고 잘 안다고 생각하면 정말 곤란해.)
(아, 서, 선배님, 죄송합니다. 그럴 의도는 정말 아니었습니다.)
(쯧쯧, 그것은 알았어. 뭐 여자랑 강의 도중에 딴 짓한 것을 욕을 들어 먹을 수는 있어.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까지 비하하면 정말 곤란하지.)
(그렇죠. 그러면 저 조민우 선배님이 확실히 논리 회로는 잘 안다는 말이군요.)
(잘 안다? 그런 정도가 아냐. 딱 봐서는 과목 강의 외에 따로 아는 것 같아 보이니까.)
최현영 교수 역시 이들과는 비슷했다. 그 역시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눈빛으로 조민우를 쳐다보다가 한 마디 남겼다.
“솔직히 난 그래. 강의 안 들어도 괜찮아. 제대로 알고 있다면 상관없다는 이야기지. 다만 제대로 모르면서 강의 도중에 엉뚱한 짓을 하는 녀석은 단단히 각오해야겠지!”
조민우 역시 그제야 다소 안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한 짓을 했다가 이거 완전히 개 쪽 깔 뻔 했군. 그나저나 확실히 캐드 제작 관련해서 자료를 준비한 것이 크게 도움이 되었어.
그런데 곧 이어서 떠오른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