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3 회 -- >
조민우는 물론 이런 음란한 생각을 하면서 그다지 최현주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녀는 아직까지 여전히 거리를 둔다는 것을 느낀 탓이다.
오해였다.
하지만 첫인상은 생각보다 오래간 것이다.
이런 와중에 역시 최현주야 자리에 없다고 해도 요즘 들어서 정신없이 바빠진 DS 직원들은 이런 작태(?)를 보면서 다들 혀를 찼다.
(쯧쯧, 역시 사장님이 사업하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가 있었어.)
(정 부장님, 그것이 무슨 뜻입니까? 지금 생수 사업을 시작한 것은 사장님 본의가 아니었다는 말입니까?)
(따지고 보면 그래. 어떻게 보면 내가 좀 억지를 부렸기에 지금 사업이 가능했다고 봐도 될 거네.)
(헐?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놀랍군요. 하긴 지금 모습을 보면.......)
(완전히 꽃밭에서 놀고 계시잖아? 나 같아도 불편하게 사업 키우지 않으려고 했겠어.)
(하긴 저런 미인 두 명과 같이 생수를 나르면서.......휴우, 생각만 아찔하군요.)
(정말 아쉬운 것은 바로 저거야. 사업에만 집중하면 지금보다 더욱 빨리 성장할 텐데, 그것이 답답할 뿐이야.)
(하지만 저는 오히려 지금의 사장님이 더 마음에 듭니다. 과거 사업을 할 때 좋은 분인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냉정한 면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인정미가 더 넘치니까요. 아마 제가 보기에 같이 있는 두 여인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네는 그렇게 생각해?)
(네, 저는 그렇게 봅니다. 그런데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직원 역시 비슷합니다. 그래서 대다수 하는 이야기가 차라리 그냥 비서 두 명을 저렇게 거느리고 지금과 같은 태도를 취한다면 다들 찬성한다는 분위기에요.)
(하긴 지금 생각해보면 자네 말도 일리가 있어.)
“.......”
하지만 조민우는 영 아니올 시다였다. 그는 특히 요즘 마법을 자꾸 사용하면서 그 부작용(?)으로 인해서 청각이 점점 좋아지면서 이런 소리마저 듣자 고개를 내저을 뿐이다.
그리고 사업 다시 시작한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다.
제길 그냥 두 사람과 오붓하게 생수 장사나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어. 적당히 대학 다니면서 강의도 듣고 하면 나쁘지 않을 텐데.......
하지만 세상일이 그의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었다.
***
L 그룹 본사, 전자 전략 기획팀, 24층, 소회의실.
탁.
“오, 조경민 차장 어서 오게. 자리에 앉지.”
“네, 부장님.”
조경민 차장은 자리에 앉으면서도 다소 기분이 찜찜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지난 일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이가 없어서 어느 정도 지금 자리에 적응한 이례로 이렇게 비밀리 자신을 찾은 적이 없는 탓이다.
도대체 무슨 일로 박용운 부장이 날 이렇게 부른 것 일까? 혹시 조민우 사장 때문인가? 하지만 조민우 사장 회사는 어차피 완전히 산산조각 나서 끝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잖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박용우 부장의 태도는 이런 그의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평소에는 얼굴 마담이라는 별명을 가지 그 답지 않게 다소 경직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도 마냥 입을 다물고 있지는 않았다.
“이거 괜히 바쁜 사람 오라 가라 했어. 미안해.”
“아닙니다. 당연히 부장님이 찾는데, 제가 감히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가히 아부에 가까울 정도로 고개 숙인 말이다. 과거 그가 조민우에게 한 행동에 비교하면 정말 간사하다는 말로 표현해도 오히려 부족했다. 그런데 박용운 부장은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최소한 얼굴 표정은 그러했다.
“하하하, 아직 지난 일을 마음에 두고 있나 보군. 그럴 필요는 없어. 이미 다 지난 일이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행동하는 경우가 많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으니, 문제죠. 지금 딱 봐서는 얼마든지 박용운 부장님이 제 뒤통수를 칠 수도 있다는 것으로 들리니까요. 제가 알기로 박용운 부장님은 과거에 몇 번 그랬다고 알고 있으니.......
비록 조민우를 배반한 대가로 안정적인 대기업 차장 자리를 얻었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박용운 부장 역시 이미 그런 것을 잘 아는 지 이번에는 의미심장한 눈빛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갔다.
“사실 자네를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조민우 사장 때문이야.”
“네?!”
“아, 너무 놀랄 것은 없어. 다만 이해하기 힘든 일이 좀 생겨서 그것 때문에 자네를 호출할 것뿐이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러십니까? 이미 스카이 회사는 부도가 나서 문제가 되지 않을 텐데요?”
“그러고 나서 조용했다면 문제가 없겠지. 그런데 문제는 조민우 사장이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네.”
저, 정말이란 말인가? 조민우 사장이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고? 그럴 리가 없을 텐데, 그가 망할 당시에만 해도 자금이 바닥나서 거의 거지가 되었잖아!
“네? 그럴 리가 없을 텐데요?”
당혹스러운 조경민 차장의 태도와는 달리 박용운 부장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상황 설명을 해주었다.
“사실이네. 그렇다고 해서 대단한 사업은 아냐. 겨우 DS 생수 판매를 시작한 것에 불과하니.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지. 그 친구 능력을 감안하면 특히 그렇지.”
생수라니? 정말 생뚱맞은 소리를 하네. 갑자기 여기서 왜 생수라는 말이 나오는 거지.
“무슨 말씀입니까?”
박용운 부장 역시 골치 아프기는 매한 가지였다. 도대체 조민우 생각이 무슨 의도인지 알 수가 없었다.
“솔직히 나도 잘 모르네. 그 친구가 왜 그런 일을 하는 지 알 수가 없어.”
“그렇다면 굳이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쯧쯧, 자네 그 친구가 우리에 넘긴 특허권에 대해서 잘 모르나 보군. 조민우 그 친구가 특허구건의 반은 가지고 있다는 것은 모르나?”
“아, 그건.......”
“아직 심각성을 잘 이해를 못하나 보군. 지금 그 프로젝트에 들어간 비용만 해도 100억이 넘어. 그리고 곧 얼마 있지 않으면 판매를 할 예정이네. 그런데 만약 그 조민우가 동일한 제품을 만들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하지만 그래봐야 자본에서 비교가 안 되지 않습니까? 더욱이 영업은 말할 것도 없죠.”
이 친구가 아직도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군. 만약 잘못해서 손실이 발생하면 꽤 크다는 것을 모르나 봐. 그렇게 되면 아마도 자신의 경우에는 얼마나 위험한 경우에 처하게 될 모르나 보군.
“아직 내 말이 이해가 안 되는 건가?”
“네?”
박용운 부장은 잠깐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고민스러워서인지 담배 하나를 꺼내서 불을 붙였다.
딸칵.
라이트에서 피어오른 불은 순식간에 담배 끝자락에 붙었다.
그는 그 담배를 물고는 깊이 빨았다.
휴우.
“좀 낫군.”
자욱한 연기가 소회의실에 가득했지만 그다지 대수로울 것이 없었다. 다만 조경민 차장만큼은 그제야 심각한 분위기를 느껴서인지 안색을 굳혔다.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내가 이런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자네가 우리 회사에 입사한 것은 지금 진행 중이 그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네. 그 공적을 인정받아서 차장 직급에, 부장 연봉을 받은 것이지. 그것은 알고 있지?”
당연히 모를 리가 없었다. 그 외에 추가로 인센티브까지 받아서 개인적으로 급하게 필요한 돈을 다 메운 상황이었다.
“물론입니다.”
박용운은 이제까지 다소 사람 좋은 옆집 아저씨 같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 오자 얼굴을 바꾸어서 안색을 굳혔다.
“그런데 만약 조민우 사장이 그 특허를 이용해서 우리 회사 제품과 경쟁되는 제품을 개발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렇게 되어서 판매에 커다란 타격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거기에 들어간 연구비도 연구비이지만, 영업이나, 마켓팅 비용이 적지가 않아. 더욱이 국내 판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외까지 포함되지 않은가?”
물론 그럴 리는 없을 일이다. 조민우가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지금 당장에 L 그룹 계열사에서 생산예정인 제품과 오히려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만들 확률은 높지가 않다. 다만 최악의 경우에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문제의 소지가 전혀 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박용운 부장이 지적하는 것은 바로 이런 점이었다.
“.......”
조경민 차장 역시 대충 이런 점을 짐작하기에 입을 잠깐 다물었다가 결국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충 의도는 알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박용운 부장의 태도였다.
“아니 굳이 자네가 조민우에 대해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좋아. 다만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자네가 일차적인 책임이 돌아가고, 그 다음은 내가 책임을 지게 되어 있어. 그것을 말하는 거지.”
“그렇다는 말씀은.......저보고 조민우에 대해서 감시를 해보란 말입니까?”
박용운 부장은 의외로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면서 슬쩍 한 걸음 물러났다.
“하하하, 난 자네보고 감시하라고 말을 한 적은 없네.”
이것은 무슨 뜻일까? 이것도 아니고, 저곳도 아닌 실로 교묘한 말투였다. 다만 위경민 차장은 이미 그에 대해서 들은 바가 있기에 이것이 무엇을 의미 하는 지 짐작이 갔다.
알아서 스스로 대책을 세우란 것이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직접적인 지시를 내리면 내가 불만을 가질 테니, 그러지는 못하는 것이고.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생각할수록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다시 대기업에 복귀하고 나서는 한 편으로 좋아했지만 박용운 부장을 대하면 대할수록 가끔은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어떻게 하겠는가?
“으음, 그렇다면 제가 한 번 조민우 사장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아, 그것만으로 좀 부족할 것 같아. 그렇게 할 것 같으면 내가 자네를 이렇게 따로 부를 이유가 없지.”
“네?”
“이왕이면 우리 사람을 다시 그 친구가 시작한 사업장에 넣었으면 하네.”
“무슨 말씀이신지?”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민우 사장이 사람을 새로 뽑은 것은 아니라, 기존 직원 중에서 믿을만한 사람만 뽑았어. 그래서 새로 우리 사람을 거기 넣기가 불가능해.”
조경민은 이미 조민우를 배신했기에 이런 행동이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
“헐? 정말입니까?”
박용운 부장은 다시 한 번 담배를 깊이 빨았다가 내 뿜었다.
“휴우, 사실 그런 모습을 보고는 좀 놀랐지. 이 친구가 완전히 사람을 믿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으니. 뭐 그 덕분에 나도 입장이 곤란해지기는 마찬가지고.”
“그렇다면 저라고 해도 특별한 방법이 없습니다. 그 정도로 사람을 믿지 않는데, 제가 어떻게 알아본다는 말입니까?”
쯧쯧, 이 친구가 정말 둔하군. 이 정도 말하면 대충 스스로 알아들었으리라 판단했는데, 내가 꼭 말을 하게 한다는 말이야.
“방법은 간단하지. 조민우 그 친구가 사람을 채용한 방식을 그대로 따르면 되지 않겠나?”
“네? 전 직장 동료만 채용한다고 했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러니, 거기에 부합되는 사람을 선택해서 보내면 되겠지?”
“하, 하지만.......”
박용운 부장은 곧 한 사람 이름을 슬그머니 거론하면서 눈빛을 반짝였다.
“혹시 조남웅 대리라고 들어봤나?”
“조남웅 대리라면 과거 스카이 회사 재직 시에 아마.......소프트웨어 쪽에 일하는 직원 일 겁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친구는 왜 그러시죠?”
“그 친구가 마침 우리 계열사 하청 업체 중에 한 곳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대충 짐작이 가겠지?”
“.......”
조경민 차장은 안색을 굳힌 채 입을 다물었다. 이제야 대충 그가 뭘 원하는 짐작을 한 탓이다.
설마 나보고 계약사에 들어온 직원을 협박해서 다시 거기 들어가서 정보를 빼오라고 하란 말인가?
하지만 그는 이런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봐야 의미도 없고, 오히려 자신만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을 아는 탓이다.
박용운 부장의 다음 대답은 더 가관이었다.
“물론 자네가 내키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좋네. 다만 어디까지나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뿐이지.”
하지만 말라는 말보다는 더욱 무서운 말이었다.
조경미 차장은 순간 자신의 처자식을 떠올리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아, 알겠습니다.”
“허어, 부담스러우면 하지 않아도 좋네.”
개새끼, 차라리 그런 말을 하지 않으면 욕이라도 들 나오겠건만.
“아닙니다. 딱히 뭐 특별히 나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단순히 정보만 얻는 일입니다. 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합니다.”
“좋아, 그러면 부탁하지.”
“언제까지 제가 알아봐야 합니까?”
“바로 지금!”
***
조경민 차장은 박용운 부장에게 지시를 받은 후에 수긍은 했다. 다만 그도 이 일에 대해서는 많은 심리적인 갈등을 겪어야 했다.
비록 돈 때문에 조민우 사장을 배신한 것은 사실이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또 다시 그의 등에 칼을 꼽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이제는 지난 일이기에.
더 이상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런데 설마 다시 이 일에 관여하게 되다니.
생각할수록 가슴이 답답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처자식을 떠올리고는 이를 악물고는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조남웅입니다.>
<아, 조 대리 오랜 만이야.>
<누구신지?>
<이런 벌써 내 이름을 잊었나 보군. 나 조경민 부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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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차이가 나는 지 모르시죠?
비밀입니다.
워낙에 짜집기 작가가 많아서리.....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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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턴.....
Returned to the 대종사!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