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마법사-74화 (74/397)

< -- 74 회 -- >

간단한 자신의 소개였다. 하지만 상대의 반응은 역시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네?! 다, 당신 미쳤습니까? 갑자기 저에게 왜 전화를 한 겁니까?>

조경민 차장은 쓸쓸한 미소를 짓은 채 입을 열었다.

<뭐 그렇게 되었네. 잠깐 통화를 나누었으면 해서 이렇게 전화 했......>

뚝.

하지만 전화 통화는 곧 끊어져 버렸다. 조남웅 대리가 전화를 끊어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그냥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는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물론 이번에는 만약을 대비해서 현실적인 문제를 바로 걸고 넘어갔다.

<자네가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가 L 그룹 계열 하청업체라는 것을 안다면 끊지 말게.>

멈칫.

조남웅 대리를 다시 전화를 끊으려다가 이 소리를 듣고는 잠깐 행동을 멈추었다.

<지금 저를 협박하는 겁니까? 당신이 그런 짓을 하고도 이런 전화를 하는 것이 온당한 겁니까?>

<뭐 무슨 이야기를 해도 할 말이 없네. 다만 내 이야기는 끝까지 듣는 것이 자네 신상에 좋을 거야.>

<하아,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이제 좀 대화를 할 수가 있게 되었군. 휴우, 내가 꼭 이런 일을 해야 하나? 정말 쉽지가 않아.

<일단 지금 제안하는 일에 앞서서 만약 자네가 받아들이면 L 그룹 계열사 쪽으로 취업할 수가 있을 거네. 물론 직급은 과장 직급으로 승진하고, 인센티브는 따로 지급될 거네.>

<무, 무슨 말입니까?>

다소 당혹스러운 음성이었다. 하지만 조경민 차장은 그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긴 이 정도라면 연봉이 못해도 거의 6,000만원은 넘어. 거기에 인센티브까지 포함하면 1억 정도는 그냥 챙기다봐야 하니. 갈등이 생기겠지. 더욱이.......

<자네 작년에 결혼했지 않은가?>

<그것은 도대체 어떻게 안 겁니까?>

<쯧쯧, 여긴 L 그룹 본사 경영 전략팀이네. 당연히 관련 계열사 직원 신상에 관한 것을 알려면 금방 알 수가 있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설마 자신의 신상 내역까지 확인하다니. 생각할수록 가볍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전화하신 겁니까?>

<자자, 진정 좀 하게. 뭐 내가 자네에게 못할 짓을 시키려고 이렇게 전화한 것은 아니네. 그리고 가능하면 만나서 좀 이야기를 했으면 하네.>

이제는 거부하기가 마냥 쉽지는 않았다.

<하아, 알겠습니다. 언제 말입니까?>

<지금.>

***

조남웅 대리는 결코 조경민 부장을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가 배신자인 것도 있지만 과거 회사 다닐 때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에는 어쩔 수가 없을까?

그는 결국 임시로 약속을 정한 고속버스 터미널 근처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날 수가 있었다.

“여어, 여기네!”

다소 밝고 쾌활한 음성처럼 보였다. 그런데 눈빛만큼은 그렇지가 않았다. 다소 초조함이 가득 담겨 있는 모습만 봐서는 결코 그 자신도 썩 내키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상하군. 왜 저런 모습이지?

“뭐 어쨌든 오랜 만에 뵙는군요.”

“자, 자리에 앉지. 내가 주스를 시켰으니, 조금만 기다리게.”

“알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뻔뻔하시네요. 설마 저에게 그런 식의 제안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조경민 차장 역시 한창 회사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렇지 않아도 광대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바싹 마른 조남웅 대리가 안색이 시체처럼 검은 죽죽 하자 고개를 내저었다.

이놈의 월급쟁이 생활. 어디가도 마찬가지라니까. 하아, 생각해보면 조민우 사장만큼은 좀 틀렸어. 그는 분명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주었으니. 다만 내가 보기에 그것이 막연한 환상이라고 생각한 것뿐이지.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부질없는 짓이지.

“하아, 무슨 말을 해도 상관은 없어. 뭐 정 그렇다면 나도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 하지. 사실 조민우 사장이 다시 사업을 시작했네.”

조남웅 대리는 다른 직원과 달리 연락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에 깜짝 놀랐다.

“네?”

“자네는 아직 못 들었나 보군. 그래서 조민우 사장이 전에 같이 일하던 직원들을 다시 채용을 시작했어. 그래서 말인데.......”

“서, 설마 저보고 첩자노릇을 하라는 말입니까?”

“첩자? 그런 의미는 아니지. 다만 조민우 사장이 하는 일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사업을 하게 될지 간간히 알려주기만 하면 되네. 일단 그렇게 하면 기본적으로 지금 자네가 받는 연봉은 그대로 나올 거네. 그렇게 되면 지금 자네 급여에 2배 정도 되겠지? 물론 일이 끝나고 나면, 과장 직급에, 인센티브, 그 외에 우리 사주가 좀 지급 될 거네. 대략 4,000만 원 정도 될 거야!”

“.......”

조남웅 대리도 반박을 하려다가 이 제안을 듣고는 입을 다물었다. 이 정도라면 지금 자신이 처해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단번 일소할 수가 있는 탓이다.

더욱이 L 그룹 계열사 과장 자리라면 아마 자신의 부모님이 그렇게 좋아할 것은 분명할 터.

그도 쉽게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조경민 부장 역시 쓸쓸한 미소를 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에게는 내가 한 것처럼 특별히 회사 기밀을 빼돌리라는 지시는 없을 거네. 다만 조민우 사장이 뭘 하는 지만 계속 보고 해주면 되지.”

조남웅 대리는 곧 바로 대답하지는 못했다. 다만 그도 시간이 지나자 겨우 입을 열었다.

“으음, 좋습니다. 그렇다고 하죠. 도대체 조민우 사장님에게 왜 그렇게 집요하게 매달리는 겁니까?”

“그것은 우리 그룹사에서 지금 진행하는 있는 프로젝트 때문입니다. 그 일에 관련된 특허를 조민우 사장 역시 그대로 가지고 있어. 만약 그런 일이 없겠지만 조민우 사장이 그 제품을 직접 개발하거나, 아니면........”

“경쟁사에 그 특허권을 넘기면 타격이 크겠군요.”

“그런 셈이지. 다만 사전에 그 일을 알고 있으면 대비라도 가능하니까.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만 해도 이것저것 다 합치면 대략 200억이 넘네.”

“으음, 작은 금액이 아니군요.”

“사실 그 금액도 문제지만 만약 양산 중에 경쟁사 제품이 출하되어 나오면 타격이 어마어마하겠지.”

조남웅 대리도 여기까지 듣자 마냥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는 없었다.

“하아, 좋습니다. 그러면 제가 하나만 더 묻죠. 정말 조민우 사장님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에 관한 정보만 보고 하면 되는 겁니까?”

“물론이네.”

“그러면 언제부터 그 일을 하라는 말입니까?”

“지금부터네!”

***

조남웅 대리는 이렇게 타협을 해야 했다. 그가 내켜서 하는 것은 물론 아니었다. 다만 이대로 물러나면 자신에게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분명할 터.

마냥 방치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자신이 조민우 사장의 등에 비수를 꼽다니.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자신의 현실.

이것이 문제였다.

덜컹.

그는 곧 조경민 사장과 헤어진 후에 대구행 Ktx에 올라탄 후에도 멍하니 창밖을 통해서 밖을 내다보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그런데 방법이 없었다.

항상 퇴근할 때면 자신을 보고 즐거워는 하지만 돌아서면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는 와이프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무슨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단순히 조민우 사장이 시작한 생수 사업 결과 내역을 보고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일단 쉽게 생각하자. 만약 정말 중요한 회사 기밀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그 때 가서 고민하면 될 문제이잖아? 지금 당장은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 쓸데없이 너무 앞서 나가지 말자.

결론이 내려졌다.

그리고 그는 동대구역에서 내리자마자 곧 바로 전화 연락을 통해서 대충 주소를 받았다.

<정성일 부장님, 알겠습니다. 그러면 바로 회사에 가서 뵙겠습니다.>

***

조남웅 대리는 택시로 DS 임시 본사를 향해서 가면서 머릿속이 복잡했다.

과연 지금 회사가 어떤 모습이 한 편으로 기대를 가졌다. 그가 아는 조민우 사장의 능력이라면 결코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 보았다.

그 정도이기에 L 그룹사에서 계속 주시를 하는 것이겠지. 사실 그 특허 문제만 해도 그래. 어떻게 보면 조민우 사장님이 만약을 위해서 만들어 놓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잖아!

나름 추측이었다. 실제로 조민우가 정말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그도 확실하지 못했다.

부르릉.

하지만 그도 택시가 대구 외곽으로 벗어나자 고개를 갸웃했다.

“이 방향이 맞습니까?”

“네, 손님이 주신 주소는 분명히 이 쪽 맞습니다.”

“허어, 그래요? 하지만 여기는 거의 대구 시가지가 보이지 않는데요?”

“당연합니다. 여기는 대구 외곽에서 다소 벗어난 곳이죠. 아마 이런 곳에 사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겁니다.”

“허, 그래요?”

조남웅 대리는 지금 상황이 도통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L 그룹 경영 전략팀에서 긴장을 한 채 다시 자신을 협박으로 파견하기까지 한 마당이 아닌가?

그 정도라면 꼭 대구 시내 중앙에 번듯한 사옥을 아니라고 해도, 최소한 어느 정도 모양세를 갖추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는 주로 농작지가 아닌가?

혹시 여기에 다시 건물을 새로 준공한 것일까?

그렇다면 말이 되지만.......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렇게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결국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

끼익.

하지만 조남웅 대리는 얼마 있지 않아서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 외부 정경을 보고는 충격을 받았는지 눈을 크게 떴다.

헐?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여기는 완전히 시골 농촌이나 마찬가지잖아?

하지만 택시운전 기사는 본업에만 충실할 따름이다.

“다 왔습니다. 25,000원 되겠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탁.

조남웅 대리는 어쩔 수 없이 요금을 주고 택시에서 내렸다. 그런데 그는 곧 다소 떨어진 곳에서 보았다가 가까이 다가가자 확연히 드러난 조립식 앙상한 건물을 보고는 입을 살짝 벌렸다.

서, 설마 여기가 조민우 사장님 회사 건물은 아니겠지?

그의 놀람은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왼쪽에 있는 건물은 거의 가정집으로 봐도 좋을 정도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다만 특이한 것이라고 하면 이 집 우측에 아예 주차장을 새로 만들어서 차량이 20대 정도 정차가 가능할 정도로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좌측에 있는 컨테이너 조립식 건물은 다소 보기가 그렇게 썩 좋지만은 않았다.

짙은 회색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다지 불쾌감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꽤 불편해 보였다.

다만 그나마 나은 점이라고 하면 그 공장에서 작게 나있는 아스팔트 도로가 북서쪽으로 쭉 가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이 공장 때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저 멀리 보이는 마을 때문이라는 것은 딱 봐도 알 수가 있는 일이다.

결국 이 마을 진입로 쪽에 있는 집 옆에 그냥 임시 보조 건물 형식으로 조립식 컨테이너 공장 하나만 덜렁 지어놓았다는 느낌이다.

다만 특이하다가 두 건물 사이에 작은 통로를 통해서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것이 가정집으로 나 있다는 점뿐이었다.

도대체가 여기서 뭘 하는 거지? 분명히 생수 사업을 시작한다고 들었는데, 여기서 어떻게 생수를 만든다는 말일까?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차라리 집 옆으로 맑은 개천이 지난다면 그럭저럭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주변에는 전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알 수가 없군.

그렇다고 그냥 이러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이리저리 주변을 돌아보면서 천천히 가장 주택으로 보이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는데, 보면 볼수록 실망스럽기만 했다.

‘도대체가 어떻게 된 것일까? 아무리 조민우 사장님이 망했다고 해도 이리저리 숨겨놓은 비자금도 좀 있었을 텐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조남웅 대리가 그런 경우였다. 차라리 몰랐다면 다른 직원처럼 이렇게 크게 실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다.

다만 그도 안으로 들어서자 곧 반가운 음성을 하나를 들자 이런 상념을 털어버렸다.

“여어, 조 대리, 이제 도착 했군.”

다시 만난 정성일 부장은 과거에 비해서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