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8 회 -- >
마트 끝났군.
아쉬웠다.
하지만 그녀는 눈빛을 섬뜩하게 번뜩였다. 눈치가 빠른 성격답게 대충 DS X가 왜 저렇게 비싼지 추측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아마 DS 생수 원액을 압축한 것이 틀림없어. 그래서 저런 효과가 나온 것이야.
뭐 엉뚱한 추측이기는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잘 들여다보면 그와 비슷한 면이 있는 탓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녀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
조수지는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가정주부였다. 특히 그녀는 시부모 중에서 한 사람이 신경통 때문에 너무 골골거려서 정말 골치였다.
“어멈아!”
간간히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뭘 원하는 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곧 준비된 사수(?)처럼 DS 생수 아니라, 이번에는 DS X를 넣어서 곧 내밀었다.
역시 이미 DS 생수에 대한 경험이 많았기에 망설이지 않았다.
꿀꺽꿀꺽.
단숨에 마신 시부모는 다소 아쉬운 듯 혀를 쩝쩝 다셨다.
조수지 역시 오늘 구입한 DS X가 비록 비싼 가격이기는 하지만 효과만 충분하다면 개의치 않았다.
가격이 워낙에 비싸기에 분명히 뭔가 있을 거야!
이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던 것이었다.
결과 역시 그녀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무릎을 쥐고 톡톡거리던 시부모 한 사람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곧 손을 무릎에서 떼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것이다.
“어?”
조수지가 황당해서 입을 딱 벌린 채 그를 쳐다보기까지 했다.
비틀.
하지만 역시 이 동작은 좀 무리였다. 효과가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저렇게 급격한 동작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곧 다시 바닥에 앉아야 했다. 그런데 시간이 대략 30분 정도 지나자 상황은 달라졌다.
자리에서 다시 벌떡 일어난 것이다.
“아, 아프지 않아!”
조수지는 정말 충격을 받고는 눈을 크게 치켜뜨고는 멍하니 시부모 한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야말로 마법 같은 물. 아니 기적의 약이었다.
하지만 마법 같이 영원한 것은 아니었다.
지속 시간이 있었던 것이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대략 한 시간 정도 지나자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통증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통증이 완전히 사라진 시간은 대략 자정이 다 되어갈 무렵이었다.
제한 시간이 있구나!
하지만 조수지는 오히려 그 때문에 더욱 DS X를 믿었다. 딱 봐서는 어느 정도 한계를 가진 물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오히려 정상이겠지.
그녀 역시 결과를 알고 나서는 눈빛을 섬뜩하게 번쩍이면서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
정훈구 과장은 요즘 들어서 짭짭할 재미를 보고 있는 DS 생수 때문에 좋아죽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음에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도 처음에는 DS와 장기 계약을 한 것 때문에 처음에는 상사에게 구박을 많이 받았다.
-훈구 과장! 왜 쓸데없는 짓을 한 거야!
그런데 이런 상황이 불과 일 개월을 넘기지 않아서 곧 바뀐 것이다.
-크흠, 훈구 과장! 미, 미안해. 이거 내가 잘못 안 것 같으니. 내가 나중에 술 한 잔 하지.
물론 이렇게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DS 생수로 인한 매출이 늘어나자 덩달아서 E마트에서 자신의 입지가 더욱 커져만 간 것이다.
이 대로라면 올해 과장 진급은 무리가 없겠어!
이것이 정훈구 과장의 생각이었다. 그의 입장에서 DS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낫는 거위나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그는 DS X가 출시되었을 때 무려 300개를 구입하는 기업을 토했다.
-과장님, 제정신입니까?
이처럼 다른 이들은 그에 대해서 수군수군 거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그도 아침에 출근해서 밑에 직원이 곧 DS X 재고 수량 보고를 듣자 깜짝 놀랐다.
“저기 어제 전부 다 판매되었습니다.”
“뭐? 농담이겠지? 가격이 30,000원이나 하는 물건 300개가 일주일 만에 전부 팔려 나갔다고?”
“그것이 아마도 워낙에 DS 생수에 대한 고객 인지도 때문인지, 거의 DS 생수를 사용한 고객은 한 병씩 전부 구매를 했습니다. 특히 우리 마트의 경우에는 워낙에 판매량이 많다보니, 금방 매진 된 거죠.”
“끄응, 별의 별 일이 다 있군.”
“그러게 말입니다. 덕분 DS는 그야말로 단단히 수익을 올린 겁니다. 무려 900만원치나 팔아 치웠으니까요. 솔직히 그 DS X에 원가가 있기나 하겠습니까? 그야말로 순수익이죠.”
“알겠네. 아마 오늘 영사 올 테니까. 넉넉하게 구입이나 하게. 어차피 가격이 너무 비싸서 앞으로는 그렇게 많이 나가지 않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이것이 아침 회의 동안에 난 결론이었다.
***
E마트 점원 역시 이런 지시를 받고 나서는 그다지 DS X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
드르륵.
와아아.
하지만 그는 곧 매장시간과 더불어서 갑자기 몰아닥친 고객들을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뭐, 뭐야?!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들어온 숫자가 대략 200명을 단숨에 넘어갔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들은 들어오기가 무섭게 마치 100m 경주를 하는 것처럼 DS X 판매대를 향해서 달린 것이다.
그리고 곧 나온 결론.
DS X 없어?
당연히 이들은 곧 매장 직원을 향해서 미친 듯이 달려가서는 소리쳤다.
“DS X 주세요!”
매장 직원은 순간 식은땀을 흘리면서 긴장해야 했다.
숫자가 너무 많았다.
심지어 경비원조차 미친 듯이 몰려와서 난리치는 고객들 때문에 겁이 나서 접근은 하지 못하고 떨어져서 상황의 추이를 살필 다름이다.
매장 직원은 결국 그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지금 재고가 다 소진되었습니다.”
“뭐야? 그 말을 믿으라고? 가격이 30,000원씩이나 하는 물을 누가 사재기라도 한 다는 말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라고 하고 싶었다.
그런데 고객들의 반응이 마치 폭도를 연상케 하지 그럴 수는 없었다.
“정말 재고가 없습니다. 사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시제품으로 받은 물량이 겨우 100개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 모인 여러분 숫자만 해도 200명이 넘지 않습니까?”
그럭저럭 설득력이 있는 말이었다.
그제야 다들 정신을 차리고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서로서로를 쳐다보다가 결국 대표로 누군가 한 사람이 나섰다.
“그러면 재고가 언제 들어와요?”
“아마 오늘 들어올 겁니다.”
***
끼이익.
매장 직원은 정말 식은땀을 다 흘리면서 오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는 항상 정확한 시간에 도착한 DS 차량을 보기가 무섭게 후다닥 뛰어가서 소리쳤다.
“최석주 과장!”
최석주 과장은 그렇지 않아도 DS 생수 박스 내리는 작업을 하려고 하는 중에 갑작스러운 상대 반응에 의아하기만 했다.
무슨 일인지? 꼭 옆집에 불이라도 난 것처럼 난리야!
“왜 그러세요?”
“혹시 DS X가지고 오셨습니까?”
“DS X요? 있기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전부 구매 하게 습니다.”
“대략 100개 정도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파는 물건이 아니라.......”
“사만원에 전량 구매하겠습니다.”
“.......”
최석주 과장은 어이가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한 가지를 떠올리고는 눈빛을 반짝였다.
가만 사만원에 팔면 내가 일 만원을 챙길 수가 있잖아? 100병만 팔아도 100만원이라는 공돈이 생기지.
이런 상황이었다.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돈부터 주시죠!”
탁.
빳빳한 지폐 한 다발이 딱 손바닥 위에 올라오자 오히려 황당했다.
하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옆으로 비켜나면서 자리를 비켜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매장 직원은 곧 다른 직원에게 손짓해서 부리나케 봉고차 안에 있는 DS X를 몽땅 들고는 마트 안으로 튀었다.
“.......”
최석주 과장은 손바닥으로 돈을 탁탁 치면서 왠지 자신이 손해 봤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지?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운이 좋은 경우였다.
실제로 시제품으로 만든 DS X 물량 자체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마구잡이로 팔아버리자 매진되는 것은 금방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초기에 만든 총 물량이 6,000개나 되었으니, 결코 작은 양은 아니건만, 이 물량 판매가 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일주일을 넘기지 않았던 것이다.
***
정성일 부장은 물론 DS 기획팀을 맡고는 있지만 전체 DS 판매 자체를 조율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도 DS X 매진 소식을 듣자 곧 바로 조민우 사장에게 뛰어갔다.
“사, 사장님!”
조민우는 지난 회사 부도 때 이래로 오랜 만에 보는 정성일 부장의 호들갑에 피식 웃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기에 저런 반응이지?
“왜 그러세요?”
“DS X가 전량 소진되었습니다.”
이것은 또 무슨 소리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어떤 미친놈이 물을 30,000원에 그렇게 많이 구입한다는 말이지!
“네? 6,000개가 전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따라서 일주일 만에 DS X로 벌어들인 수익만 해도 정확히 1억 8천입니다.”
“.......”
조민우는 정말 어이가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말이 좋아서 1.8억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거의 순이익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이제부터 회사가 자리잡아가는 상황이니, 앞으로는 업체에 원가를 제대로 계산해줘야 하니, 좀 다를 수도 있다.
그런 것을 감안해도 엄청난 순이익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업체 측에서 전부 DS X 추가 재고 물량을 원하고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돈을 더 주겠다고 합니다.”
그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는지 안색을 찌푸렸다.
“끄응, 대충 얼마 정도 요구를 합니까?”
“지금까지 파악된 물량은 대략 9,000 개 정도가 됩니다. 그것도 거의 매일 이 정도 물량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매일 9,000개라.
뭐 모르는 사람에게는 사실 관계가 없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조민우의 경우에는 달랐다.
그는 9,000개를 생산하려면 거의 하루 종일 붙어서 DS X와 생수를 생산해야 가능한 물량인 탓이다.
답이 안 나오는 군.
“그것은 안 됩니다.”
“네?”
조민우는 이미 이런 상황을 혹시 하는 마음에 준비한 괜찮은 변명을 하나 늘어놓았다.
“DS X을 만드는 물 정류 장치 용량 제한이 있습니다. 수명(?)도 있고요. 그런 식으로 막 찍어낼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그는 이미 한 번 해본 이전 일을 떠올리고는 단호하게 소리쳤다.
“가격을 올려야죠!”
“가격을 올리자고요?”
“네, 어차피 지금 나간 것은 시제품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정상 공급 물량을 가격을 올려도 큰 상관은 없을 겁니다. 그러면 수요가 좀 줄겠죠.”
“확실히 그런 면이 있군요.”
조민우는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는 곧 바로 질문했다.
“얼마 정도로 가격을 정하면 좋을까요?”
“한 10만원이 어떨까요?”
“.......”
그는 어이가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좀 터무니없는 가격이라고 생각한 탓이다.
수돗물(?)을 10만원에 팔다니. 아마 세상 사람이 알았다면 비난이 장난 아닐 거야!
“크흠, 저야 뭐 상관은 없죠. 그런데 말이 나오지 않을까요? 그 가격에 팔면 좀.......”
“그런데 이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겁니다. 가격은 어차피 시장에서 정해지지 않습니까? 공급은 그야말로 딱 정해져 있고, 수요가 이렇게 많은 이상은 대책이 없는 겁니다.”
딱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 솔직히 재료값(?)이 적게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인건비(?)만큼은 내가 혹사를 당하잖아? 그렇게 보면 무시할 수는 없지.
“그렇다면 그렇게 하시죠.”
“알겠습니다. 그러면 재고 물량은 언제까지 가능하겠습니까?”
“......”